글터

내게 있어서 판타지란...

글쓰는랩퍼·2005. 1. 29. AM 2:03:42·조회 438
글터에 글을 올린지 처음으로 게시판에 한 수 휘갈기고 가겠습니다...

판타지로 신인 작가가 되어 출판사의 문 앞에서 서성거리던 시절... 그 시절 이후 2년 동안 소설의 소 자도 쓰지 못했습니다...

판타지를 가장 많이 읽고 가장 많이 글을 썼떤 중2 겨울 방학 목숨을 걸고 한달하고 일주일의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땐 정말 글을 못쓰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썼던 원고를 지금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이 실력으로 대체 뭘 하려고 했었는지 말이 안나오더군요..


그 후로 2년... 제 자신이 문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성숙해졌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판타지를 사랑했던 제 자신도 180도 변했음을 느꼈죠.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잘 몰라도 어느 날부터인가 전까지만 해도 판타지라든가 인터넷 소설 등을 경멸했습니다. 제게 작가란 영원불변의 꿈을 열 두살 철부지에게 주었던 것도 다름아닌 판타지 문학이었는데 전 그런 판타지 문학을 이유도 모른채 싫어하고 욕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들어오면서 상황도 많이 변했죠. 촌구석에 처박혀 있는 아주 작은 고등학교.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애들은 엄청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애들은 거들떠도 안보는 양면성을 가진 곳이었죠. 예전 같았으면 함께 판타지를 읽으며 소설 속에 파묻혀 살았겠지만 전 그런 친구한테 "유치한 걸 왜 보냐"라며 뭐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놈은 인생 자체를 판타스틱하게 사는 이상한 놈이죠ㅡㅡ;; 그놈 손에 판타지 소설이 떨어진 순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그놈 때문에 수업시간에 판타지, 무협지 읽던 놈들 다 찍히고 걸려서 학교에서 비상 계엄령 일명 "분서갱유"를 시도하려고 했겠습니까!!(작가를 파묻진 않아도 말 그대로 책을 불살라버리는;;;)


아무튼 2004년의 한 해는 정말 판타지의 판 자마저 외면하며 시문학이라든가 청소년 추천 도서를 읽으며(거의 읽지도 않았지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게 또다른 희망을 준 힙합에 취해 랩가사 모드 같은 시를 잔뜩 휘갈겼죠..(요즘엔 거의 안쓴다;)

그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던 랩가사 모드 시가 주로 우리나라 문학계(특히 대중문학, 판타지라든가 인터넷 소설 같은)를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몇 개는 정말 세상에 공개했다간 우리나라 판타지, 인터넷소설 매니아들에게 밟혀 죽어도 신고조차 할 수 없을만큼 위험한 것들도 있었죠ㅡㅡ;;(한마디로 디스 풍의 랩이랄까요;)

그리고 얼마 전, 제가 쓴 글들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왜 내가 판타지를 욕하는가. 기성세대 작가들을 싫어하는가. 조회수로 먹고사는 인터넷 작가들을 경멸하는가. 답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너무 가까워서, 그동안 잊고 지내서 가슴 깊숙한 곳에 처박아놔서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냈을 뿐 해답은 바로 제 자신에게 있었습니다.

판타지 문학을 너무 사랑해서, 쉽게 말하면 한마디로 그거였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몇 가지 더 있었지만 판타지만을 중점으로 말한다면 바로 그것이었죠. 판타지란 문학 장르를 사랑하기에, 판타지를 판타지답게 쓰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대로 똑같이 따라 쓰고 조회수와 재미만으로 출판해서 종이쓰레기를 생산해내고 돈만 벌기 위해 글을 휘날리는 자들이 너무도 싫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타락하고 추락하는 판타지란 이름 세 글자. 왜 판타지란 장르문학이 책 취급도 못 받는 것일까요. 우리 나라 판타지 작가들도 드래곤이라든지 마법사라든지 그런 쪽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새로운 판타지를 창조해 내면 안 되는 것일까요. 전 그것이 너무 한탄스럽습니다. 물론 흥미 위주라든가 재미만 있는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도리어 그것들이 없어선 안 되는 중요한 조미료들이죠. 하지만 정작 우린 조미료와 양념치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진짜 무언가를 잊어버립니다.

작가라면 그 작품 안에 자신의 생각이나 사회, 사상,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것들까지 쥐어짜가며 써야 합니다. 단순히 이야기만을 쓰면 다가 아닐 겁니다. 어떤 분이 몇 년 전 허접한 문체로  소설이라고 자칭하며 쓴 제 소설을 읽어보시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건 소설이 아니라 단지 글일 뿐이다."

그땐 정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당시 형편없는 묘사력에 대화체만 난무한 글빨로 하루에도 A4용지 서너 장은 거뜬없이 썼던 제 귀엔 이상한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 조금이나마 그 말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소설. 단지 많이 쓴다고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문장을 쓰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로 써야 한다. 그와 동시에 어렵다고 요절하고 좌절하지는 말고 글과 하나가 되어 편하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 이제야 저도 문학에 살고 죽는 문학도를 꿈꾸는 자로서 아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 괴로우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2년만에 천천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난 나만의 글을 쓰겠다는 심정으로, 문학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흐아...... 쓰고보니 제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밤이슬에 취해 저도 모르게 휘갈겨댔나봅니다;;<--- 또 욕먹을 짓을 한다;;;

죄송합니다..ㅡ ㅠ 밤이 되니까 또 이상해졌나 봅니다.... 이해해 주시길....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