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데로드&데블랑 이카르트의 죽음.

켄야·2002. 7. 26. 오후 7:54:45·조회 332



란테르트는 드디어 그가 공격할 듯 하자 검을 두 손으로 강하게 움켜
쥔 채 상대의 허점을 살폈다. 동시에, 타하고 크게 외치며 이카르트를
향해 그  엘리엠이라는 검을  휘둘러 갔다.  완벽한 검에   완벽한 검
술.... 비록 아직 마법을  걸지는 않았으나.... 자신에게서  느껴지는
힘이라면.... 아르카이제라는 마족 정도는....

란테르트의 공격에   이카르트도 움직였다.  검끝으로  호선을  그리
며....

호선을 그리며....

호선을....

이카르트 자신에게 그리며....

란테르트는 눈앞에 벌어진 괴상한 광경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휘두
르던 검은 이카르트의 몸 주위에 쳐져있는 엔클레이브와  부딪혀 격렬
한 불꽃을 내고 있었으나, 란테르트의 두 눈에는 그러한  광경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란테르트의 두  시선은.... 오직  이카르트에게로 향해   있었다. 특
히.... 이카르트의   가슴에로.... 장검이....  절반  이상이나  박힌
채....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는.... 가슴으로....

"이.... 이카르트...."

목이 매여왔다. 더 이상....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불과
두 걸음.... 두 걸음 떨어진 곳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가
자신의 가슴에 자신의 검을  밖은 채....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눈동자에 서서히.... 그 맑은 보라색을 띄던 눈동자에 빛이 사라져 가
며....

란테르트는 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쓰러지던.... 친구를....

부축했다. 두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쓰러지지 않도록 그를 잡았
다.

"이카르트!!!"

란테르트는 외쳤다. 스스로를 욕했다. 왜.... 왜 의심 같은  것을 해
버린 것이냐? 이대로.... 열흘 밤낮동안 이야기를 하고, 다시 열흘 밤
낮동안 이야기를 해도.... 그렇게 해도 부족할 것인데.... 왜 그를 의
심하고 핍박해.... 결국은.... 결국은....

란테르트는 자신에게 힘없이 기대오는 이카르트를 내려다 보다  돌연
하늘을 바라보며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괴성도 오래지  못했다. 가슴
에 쌓인 피가 목에 걸리며 공중으로 한차례 피보라를 내뱉었다.

이카르트는 심장부근에 자신의 칼을 꽂고 있었다. 맥박  같은 것이야
원래 없었으니.... 절명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돌연  그의 어
깨가 불쑥거리며 한 쌍의 검정색 날개가 확 옷을 뚫고 솟아 나왔다.

언젠가 그가 말했다.

혼이 개방되어 몸이 자유를 얻어.... 날개가 솟는다.... 라고....

혼의 개방.... 몸의 자유....

혼.... 그것이....

사라진.... 것일까?

란테르트는 왜 돌연 그의 등에서 날개가 솟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
만.... 서서히 사라져 가는 그의 가슴에 있는 검을 바라보며 이카르트
를 힘껏 껴안을 뿐이었다.  이카르트의 입술 가장자리로 너무나  붉은
피가 한줄기 흘러나오고 있다.

"이카르트!!!"

세 번째 부름에.... 이카르트의 입술이 조그맣게 달싹였다.

"란.... 테..... 르트...."

"이카르트.... 이게.... 이게...."

란테르트는 목이 매여 말을 잊지 못하였고....

이카르트는 점차 사라져 가는 자신의 감각에 란테르트를 느끼지 못하
였다.

"나와.... 나와 함께 있겠지?.... 들리지도.... 보이지도.... 느껴지
지도 않아.... 서.... 설마 나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  것은 아니겠
지?"

이카르트는 힘겹게 입술을 움직여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더더욱
그를 꼭 안았다.

"너와.... 지금 너와 함께 있다.... 너와 함께...."

란테르트의 말은.... 하지만 이카르트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란테르트.... 인간....   란테르트여.... 너에게....  계약의  내용
을.... 말하겠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가 듣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
만....

계속해 입술을 움직였다.

"나.... 위대한 압그랑의 자손이며.... 강대한 검은 화염 나크젤리온
의 제 1 기사.... 흑염의 기사 아르카이제가 그대와 피로 맺은 계약의
내용을.... 지금 말하겠다.  인간의 자손....  루렌드 가의  란테르트
여...."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돌연 왈칵 눈물을 쏟았다.

"뭐든지.... 뭐든지 말해 이카르트!!! 무엇이든지.... 무엇이던지 들
어줄게...."

란테르트의 눈물이 이카르트의 어깨를 적신다.... 하지만 이카르트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힘겹게 입술을 달싹일 뿐이었다.

"란테르트여.... 나의 명을 쫓을 의무를 가진 자여....  내.... 그대
에게.... 계약의 내용을 말하니...."

잠시동안.... 모든 것이 고요했다.  부드럽게 불던 바람도  잠시....
멎는다. 아니 다만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몰랐다.

"살아라.... 결코.... 결코 스스로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살아.... 행복하게...."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잠시 흘리던 눈물까지 멈추었다.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이카르트의  마
음이다.... 그는 계약의 내용으로 이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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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다시 보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정말 데로드. 비고만 있다면 싸그리 사고 싶은 심정입니다.ㅠ.ㅠ.
흑흑. 역시 이상혁 작가님 존경해요.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