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섬뜩한 피아노의 속삭임...

효랑·2007. 12. 14. PM 3:51:25·조회 221
사실 제목은 거짓말이고
피아노 소리는 아주 좋답니다.


게다가 아직 초보인지 어려운 곡을 치시려다 막막 끊기곤 하는 게 제 예전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미소도 지어져요.

예전에 그랬듯, 이럴 때는 결혼행진곡이나 익숙한 가요 같은 걸(시끄럽거나 화려한 것으로)쩌렁쩌렁 연주해서 화답하고 싶지만...
학교 공부에 잠식당해가며 오 년 가까이 피아노를 안 만진 제 손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어요.

하여튼 그렇게 아름다워요.
여러분도 (이 시점마저 들리는)피아노 소리를 들어보시면 좋아하실거에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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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월요일 시험인데.(...)

오늘부터 시작해서, 월, 화 시험이에요.
저는 귀가 예민해서 시끄러운 곳에도 잘 있질 못하고
조용한 방 안에서마저 귀를 막고 공부하는데, 피아노 소리라니.

그래서 섬뜩한 피아노의 속삭임이 될 수 밖에 없는 거랍니다.

흑흑.


조용히 하라는 의미를 담은 선율로 아파트를 시끌시끌하게 해줄 수도 없고.
결국 저는 원흉을 찾아서 며칠만 조용히 해 달라고 말씀드리기로 했어요.

찾으러 갔어요. 윗집, 옆집, 밑집... 저는 17층에 살아요.
어라?
모두 피아노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어요. 저 범위 내에 있을 텐데..

포기하고 집에 들어왔다가 이번엔 장난치는듯이 불협화음을 내어주는 피아노 소리에 할 수 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다...

그 소리는 제 마음속에서 들리는...



것은 아니고 환각도 아니며, 윗집, 옆집, 밑집도 아닌 저의 집 옆 라인에 새로 입주하신 분께서 치는 것임을 알았어요.



*같은 통로에 있지는 않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곳의.
  그러니까 저는 제 주변에서 그렇게 찾아 봐야 찾을 수 없었던 거에요.
옆 건물의 17층에서 들려오는 거였어요.



의외로 그분은 미모의 대학생이셨어요. 어? 그 나이에 피아노로 장난을...
제 예상은 물론 빗나갔고 사촌동생분께서 놀러와서 자기 피아노를 가지고 좀 놀고 있었다고 합니다. 좋은 피아노 소리는 그 분께서, 불협화음들은 그 동생님께서 심심하실 때마다 내던 거였어요.

친척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가운데 'ㅠ_ㅜ 조용히 좀!' 하기는 난감해서,
횡설수설하고 머뭇거리다 결국 말씀드리고 나왔어요.

그렇게 저는 오늘의 소중한 두시간을 보냈어요.
아하하하하하하.


세상은 아름다워요!


시험이 끝나고 나면 저도 다시 피아노 재활훈련을..!(...)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