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네 편!!!

맥스·2002. 8. 26. 오후 9:07:50·조회 476
시집->....((수박을 먹는 여섯 가지 방법--루어칭 지음--))

==제가 찾아낸 루어칭님의 시집이랍니다.
     좋아하게 된 시를 네 편 적어봅니다. 길지만 그래도 읽어두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영양만점이랍니다....O.O!!===

+벼의 노래+

이른 아침에 깨어나 보니, 얼굴이 온통 이슬이다
방울방울 투명하게 빛나며, 알알이 몸을 청량하게 해준다

고개를 돌려 옆집에 사는 배추를 보니
뚱뚱한 것들이 서로 안기고 기대어, 온 집안이 한창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

먼 곳의 시냇물은 모두 방금 문을 나선 어린 목동들이라 밀고 당기고 소란스럽게 뛰면서, 작은 물고기 떼를 쫓다가 짧고 나지막한 외나무를 깨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주 흥겹게 앞뒤로 줄을 맞춰
막 산 봉우리를 오른 사령대의 태양을 흉내내고 있다

한들한들, 발끝을 한데 모으고
파릇파릇, 팔을 높이 쳐들어

부드러운 바람을 맞아들이고
첫 번째 새 울음소리를 맞아들인다

체조대형으로
쫙---흩어진다

한 번 흩어졌다, 하면
천 리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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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볶을 때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하나+

---->(뒷부분부터! 앞부분 생략...)

음식에 짭짤한 소금기가 없는 것은
인생에 눈물의 짠맛이 없는 것과 같다
기쁨의 눈물, 슬픔의 눈물
미움의 눈물, 사랑의 눈물
이 모든 것이 기억 속의 소금으로 결정(結晶)되어 생명의 맛을 더해 준다

누가 어느 책에서 말했는지는 잊었지만
'너희는 이 세상의 소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바로 이처럼 한 번에 우르르.......

모두 푸짐한 요리에 볶여 들어가
실처럼 가늘게 썬 연월일시 매분매초와 함께 버무려져
백만 인구의 거대한 분지 냄비 속으로 뒤섞여 들어가서는
이 영원히 끊이지 않는 맹렬한 불꽃 위에서 퍼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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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지가(燃燒之歌)+

환하게 개인 날씨와 폭우가 지난 후에
또다시 덥고 차가운 황혼이 찾아왔다

우리 둘은 작은 강과 더불어
강 위의 옅은 안개와 더불어
등불의 명멸을 안개로 흐려가면서
어렴풋한 기억을 명멸하면서
머나먼 산보를 기억하면서
낙엽이 무릎을 덮는 길 위를 산보하고 있었다

일찍이, 그대와 나는
석양을 부드러운 봄꽃으로 보았고
석양을 부드러운 영원히 둥근 거울로 보았었는데

지금, 우리는
꽃의 붉음과 지는 해를 따라 흙 속으로 묻혀 들어가고
거울 바닥과 물에 비친 달을 따라 침몰하여 흩어진다

그러나 열정적이고 모든 것을 즐거워하는 등불은, 항상
옅은 것 같지만 사실은 몹시 짙은 안개에 속아 잠이 들고
이리저리 뒤통수 칠 궁리만 하는 안개는, 또 항상
도시의 깊고 어두운 밤에 남김없이 빨려가 버리고
길고 긴 모래뻘만 남아
넓은 바다를 끌어안는다
하늘이 몸을 구부려, 나무집을 끌어안으면
조그만 나무집 한 채, 너와 나의 발자국 위에 조용히 눕는다
사라지는 곳, 하류가 바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나무집 안에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촛불 두 개 타고 있어
희미한 빛으로 빛과 광택이 소박한 그림 한 장 들어올린다

그림 속에선 너와 나 두 사람이 손을 잡아, 온기가 일게 하고
두 눈을 마주하여, 별빛이 서로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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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의 달빛+

달빛이 흑송 숲 뒤에
반쯤 몸을 드러내고 있다
감은 눈이
구름 모양의 솔잎 같은 속눈썹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움직이지 못한다, 움직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누군가 한번 움직이기만 하면---
붓처럼 곧은 달빛이 구부러져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얇은 유리 자를 부숴뜨리듯이
빛 속의 투명한 신화를
부숴뜨리기 때문이다.

천천히 솟아오른 달은 천천히 뜬 눈
슬프고 가련하면서도 냉담한 눈이라---눈동자가 없다

차가운 눈, 눈처럼 흰 섬광
섬광은 점으로 찍혀있고, 소나무 숲 위에서
사람들에게 편지 심부름을 시키는 소나무는
하는 수 없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어

어지럽고 번잡한 도시로 환원하다
슬프고 가련한 눈은, 희미하게 눈물을 머금고
눈물을 머금은 채, 도시 한가운데 매달려
고통받고 수난 당하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솔구름 같은 꿈을 꾸고, 솔방울 같은 희망을 맺게 한다
그리고 조용히
진실로 서리와 눈을 뒤집어쓴
소나무 숲의 인연을 잉태하게 한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