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사진과 후기입니다.

문권국·2009. 2. 19. AM 2:58:08·조회 549




















여는글.

-자신의 아픈 과거를 추억으로 보듬어 줄 수 있고, 그 추억 속의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난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본문.

"내일뵈여~"

피시방 문을 열고 그렇게 모두들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WOW를 새벽7시까지 수면 없이 했더니, 왼쪽 어깨가 아프고(왼쪽 팔꿈치에 지탱하고 하는 버릇 때문에), 눈은 계속 감겨왔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우주를 가른다. 아니 내 뺨을 가른다.
점점 내가 미쳐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살려줘. 푸념은 여기까지 하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가기로 결심을 하였으나, 이 피곤한 몸으로 역 대기의자에 누워 자기는 체력상 힘들 것 같아 일단 비이에게 문자를 보내봤다.

[울 딸램 일어나쏭♡?]

시각 8:00

하지만 답문은 오지 않았다. 젠장, 어떡하지 이대로 지하철 화장실에서라도 자야 한단 말인가?
한번 더 보내봐? 아니야, 남자에게도 자존심은 있는 거다.

시작 8:20

아, 기침이 나오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이대로는 정말 자면 죽은 듯이 잘 듯한 몸 상태다. 현이는 마침 깨어 있을 듯 하여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

제발 전화 좀 받아주세요 님아.

뚜루루루루- 띡-

수화기 건너 들려오는 목소리.

[엽때여?]

[...]

물론 저럴 리가 없었다. 다소 현이의 목소리는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현재 자신은 비이 숙소로 가고 있다며, 인사동도 갈 거라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마침 숙소를 역 부근에 잡게 되어, 역에서 모이기로 합류하였다. 역에 도착한 난 긴 통로를 지나 밖으로 빠져 나왔고, 현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루- 띡.

[엽때여?]

... 계속 써먹으니 식상하니 더 이상 쓰지 않겠다.

[여보세요?]
[아 현아 나 권국이형인데 역에 도착햇설~]
[ㅇㅇ. 잘 도착했나 보네. 잠깐만 이따 전화할게 비이랑 애기 좀 하고.]
[어 야 뭘?]

뚜우-뚜우-뚜우-

이런 써글.... 난 잠시 눈을 감고 차가운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사람이 추워서 눈을 감으면 죽어버린다는 말이 헛말이 아닐 정도로 생사의 갈림길을 오락실처럼 왔다 갔다 했을 무렵...

드디어 전화가 오고, 얼마 후 현이가 왔다. 현이는 나를 보더니 대뜸 내 팔짱을 끼고, 가볍게 나의 어깨를 쥐고는 내 목덜미에 키이쓰는 당연히 하지 않았고, 비이 숙소로 데려갔다.

[아빠아아아아ㅇㅅㅇ♥]

나를 향해 웃음지어 보이는 한 마리의 야수.
아 미안 말이 빗나갔단다 사랑스러운 딸램아, 한 마리의 딸. 아니 그냥 딸.

비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여관. 꽤 괜찮은 방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천장에 사람 머리만한 구멍이 나있는 방이었다. 대체 저기에 왜 구멍이...
침대 위에서 점프하여 주먹으로 쳐서 부셨을 리도 만무하고 말이지.

잠시 침대 위에서 현이와 나는 누워서 조금 수면을 취했고, 비이는 열심히 뭔가(저게 여자가 하는 화장이란거군.)를 착착 하고, 현이는 벌떡 일어나서 비이 머리를 착착 말려준다 드라이어기로.

대충 정리를 다하고, 사람들이 있을 신촌...이 아닌 일단 쥐와 CSD를 픽업하러 서울역으로 갔다. 아 쥐라 해서 미안하군 순정아 이해해주렴.

처음으로 서울역(그것도 지하철 안)으로 도착하여 조금 헤맸지만, 순정이와 반항끼가 철철 넘친 CSD(이후부터 운이라 하겠다. 영어쓰기 힘들어.)를 만나게 되었다.
물론 예고한대로 운이에게 헤드락을 한 번 가볍게 걸어주고는, 신촌행 지하철을 탔다.
마침 현이가 김밥을 서울역 가기 전에 사둔 터라 둘은 얌얌쩝쩝 김밥을 지하철에서 먹어댔다.

신촌에 도착하고 나서 슬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 시크릿군. 귀여운 놈(이제 고딩이란다.). 예의 바르게 100도 인사로 우리들을 맞아 주었다.
하지만 추가인원은 더 이상 오질 않았고, 우리는 하릴없이 현이가 미리 봐둔 신촌 민들레영토로 갔다.

그러나 예약시간은 아직 10분이 더 남았기에, 밖에서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현이는 잠시 신촌역에서 나머지 혹시 올지 모르는 사람들을 기다리기 위해 떠났고, 나머지는 시간에 맞추어 입구를 통하여 4층(무려 안내하는 여성들은 메이드복을!그리고 얼굴도 예쁘다!)으로 올라가서, 우리 방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웨이터 아저씨(비이는 남자들 얼굴이 별로라며 툴툴)가 가져온 민토차를 맛보고는 이 오묘하고, 현실성 없는 맛에 비이와 마찬가지로 사카린을 탄 음료라고 밖에 상상 할 수 없었다.

비이는 그렇게 분개하여,

"이그 사카린탔네에에-. 이그 마셔보으아라!"

"사카린이 뭔데?"

누군가 뭐냐고 질문했다.

"언니야 이거 뻥티기에 넣는 거 넣는거~~"

언니야라고 나왔으니, 순정이밖에 없구나 비밀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난 비이를 처음 보며 느낀 건데, 이거야 원. 사투리를 도통 알아먹을 수 없다. 운이도 부산 싸나이인데, 이정도로 사투리를 쓰지는 않은데.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으나 정확하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난 뇌를 파고드는 혼란스러움과 피곤한 몸으로 구석에서 잠시 누워 잠을 청했으나, 아빠 추울 거라고, 목도리로 목을 조르는 딸램의 사랑스러운 조임을 받고는 다시 잠을 청하였다.
마침 간식으로 컵라면과 간단한 과자류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내 눈을 사로잡고 있는 단어.

건강곡물빵.

음 생각해보자, 무슨 빵인가. 건강한 곡물로 이루어진 빵?
그런 건식류이겠군. 어디 보자 이거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건강곡물빵.
건강빵. 혹시 이건... 건빵!!!?

"이거 건강곡물빵 이거 이거 건빵나오는갑네. 난 건빵으로 해줘."

주변에서 야유가 시작되기 시작한다. 우우- 이 사람들이...

"나중에 웨이터 오면 이거 건빵 아니냐고 물어봐~"

난 다시 피곤한 몸을 새우마냥 웅크리고 잠을 다시 청하기 시작했다. 대략적으로 사람들은 간단한 수다를 떤 모양이다.(난 자고 있어서 기억이 안난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푸우-푸우-


헉헉. 왜 잠을 자는데 숨이 가빠지는 거지.

목에 감긴 목도리가 뱀마냥 내 목을 더욱 조르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비이의 사투리 때문에 더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이윽고 바람이(푸른바람)가 도착하고, 서로간의 수다가 다시 활기를 일으키며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도 난 계속 잤다.
아니 깼다, 도저히 이건 잠을 잘 수가... 결국 난 사람들이 없는 빈 소파에 누워서 편하게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날 건드렸다 아놔.

"이거 누구야? 혹시 권국이형?"

난 얼굴에 덮고 있던 옷을 슬그머니 내려 보고는

"므으야?"

하며 다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졸려 죽겠는데 이넘이.

3시간가량의 정모 시간 동안 푹 자고는 저녁을 먹기는 조금 이른 것 같아 게임센터에 들어갔다. 살인적인 가격과 별로 사람들과 게임센터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인형 뽑기는 너무 좋아합니다.)그저 시간만 끌고 있을 무렵 비비적고냥양이라는 여성 분도 참가하게 되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고, 저녁은 간단한 부대찌개를 먹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히어로 진섭이(이제 군인이 되겠구나 흑흑)는 2시쯤 온다는 놈이 연락두절이 되어버려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마침 저녁을 다 먹고 난 후, 노래방에 가게 되어 노래를 부를 찰나에 진섭이에게 전화연락이 닿았고, 나와 현이는 손을 붙잡고 마중을 나가게 되었다.

아쒸 언제와 이 개늠.

정말 개늠이라는 소리밖에 안 나왔다. 무려 20분을 기다려도 안 오는 개늠. 나중에 연락이 왔는데, 이미 지가 알아서 노래방 들어갔단다.

다시 노래방으로 회군하여, 진섭이에게 로우블로우를 날려주고는 즐거운 노래시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비적고냥양은 풍부한 목소리(중저음을 끊김 없이 유연하게 잘 내던).

AS도 중딩 답지 않게 노래를 꽤나 착착 잘 불렀다.

성준이 이넘도 개늠. 노래방 곡 중 절반은 이넘이 불렀다!

기타 사람들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왜냐하면 난 맨 앞에 앉아있었기에 뒤를 돌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옆자리 있던 비비적고냥양이랑 노래를 조낸 많이 부른 성준개늠정도만 알 뿐.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담배비도  참가하게 되었다.
맛있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싸들고 우걱우걱~. 저녁을 못 먹고 온 모양이다.

노래방이 끝나고, 이제 각자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들어가봐야 하는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향하고, 마지막 남은 인원은 나, 현이, 운이, 진섭개늠, 순정이, 비이, 담배비 이렇게 7명이 되었다.

신촌이 살인적인 물가라 어쩔 수 없이, 노원역쪽으로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그쪽에 모텔촌이 있고, 강북이라 좀 싸게 먹히는 감이 있어서.
도착하고 나니, 정작 방이 없어서 문제였다.

2인실 숙박에 6만원. 조금 부담 가는 가격에다가 7명을 수용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아마도 주변에 유흥가가 밀집하여, 2인실만 받는 모양인 듯 하였다.

날씨는 추워가고 순정이는 급기야 폭팔! 정말 울 것 같은 표정...이 아니고 소도 잡아먹을 듯한 분노가 느껴졌다.
그나마 자기가 기른 제자와 다음날의 약속이 정해지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추위를 더 타다가는 남자들은 상관없지만, 여자애들은 감기라도 걸릴 태세. 찜질방이라도 찾을 계획으로, 역 주변을 배회하다 비이가 한 곳을 발견 결국 10만원에 6인실을 잡을 수 있었다.

대금을 치르고, 나와 남자애들은 밖으로 나와 술과 안주거리 그리고 닭(이건 안주거리라기보다 배고파서)등을 사서 손님이 있는 틈을 타, 우르르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그때 난 카운터보시는 주인의 시선을 조금 느꼈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고, 마지막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삐이-

정원초과입니다, 당신.

아놔!!!

키득거리는 악마들은 문을 닫고 위로 슈웅 올라가버리고, 난 아직 주인과 쇼부중인 반대편 일행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3인실 3인실 두 방을 빌려, 12만원을 지불한 모양이다.
주인이 돈 독이 오른 듯, 역시 부르는 게 값인 모양이다, 그것도 주말은.

띵-

엘리베이터가 유유히 1층으로 내려와 난 다시 타고 사람들이 기다리는 9층11호에 들어갔다.
갖가지 안주와 닭과 음료수 그리고 술을 꺼내려고 하는데 비이가 술을 다 냉장고에 때려 박기 시작했다. 술 식으면 맛이 없다라나(..)).
난 그때 깨달아야만 했다, 문망붕의 무서움을...

하나 둘씩 킬러로 변한 비이에 의해 거대 거목이었던 담배비(이넘은 거의 자뻑이었음 캬캬)와 불쌍한(?)현이는 떡이 된 체로 침대에 누워서 송장처럼 자기 시작했다.

때때로 현이가 벌떡! 시체가 벌떡! 아 이건 아니지. 아무튼 벌떡! 벌떡! 일어나려고 해서 계속 비이가 재웠다.

역시 게임이 문제였다. 나도 별로 게임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많이 알게 되었다. (남자애들끼리만 술 마셔서 게임을 안 했다 사실은...)
대부분 현이가 걸렸는데, 울 담배비녀석이 계속 같이 마셨다, 이런 개똘추!
적당히 술기운이 오르고 분위기도 침착해질 무렵, 진실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시작되서 끝난 진실게임의 대화들은 그 자리에 남았던 승리자들(나, 비이, 운이, 진섭)만 무덤까지 묻어가기로 했다.

궁금하기도 하겠지만, 뭐 그냥 평소에 궁금했던 건전한 내용들이 오고 갔다.

대충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해보니, 모두들 평범하게 살아간 착실한 아이들이었다. 이렇게 방을 잡고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대략 1년만인 듯).

아침이 되어 현이와 비이는 서울역으로 비이를 데려다 주러 나갔고, 순정이는 9시쯤 술 냄새가 진동하는 우리 방을 스윽 보고는 나가버렸다.(그때 방을 두 개 잡았다.)

우리4명은 아침1시쯤이 되어서야 잠에서 일어나고는 2시정도에 체크아웃하고 여관을 나가게 되었다.

여관을 나서서 지하철을 타고, 각자 갈 길을 가게 되었다. 느낌상 진섭이와 운이는 어디 다른 데로 갈 것 같아 빠이빠이 해주고, 담배비도 곧장 집으로 가게 되었다.

어째서 담배비 안경이 현이 가방 속에 있었는지 와 현이 허리띠가 왜 침대 아래에 풀려져 있었는지는 2009글터 상반기 정모의 미스터리로 남게 되어버렸다.

맺는 글.

글터는 2001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8년간의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왔었다.

그 동안 많은 사람이 떠나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이미 레전드급은 나와 현이밖에 남아있질 않고, 떠났던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도 글터를 추억 속에 묻혀두었을 것이고, 누군가 물어보면 좋았던 때라고 말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란 참으로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대화할 수 있으나, 그만큼 빨리 식기도 한다.
그에 반면 글터에 남아 있는 현재의 사람들은 정말 오랜 기간 글터사람들과의 정을 나눈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씩 찾아와 안부를 묻는 옛사람들이 오면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 사람들은 보면 마치 어제 만난 친구로 느낀다고 해야 하나...^^

차분히 생각을 해보면, 글터는 나의 인생을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 같다.
내가 글터에 있었던 시간은 내 인생이란 사진첩의 소중한 한 장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을 추억으로 회상하며, 그땐 좋았었지 라며 웃어 보일 것이다.
내가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 또한 나를 사랑했으므로.
옛 아이디들도 가끔 생각난다.
카동, 라에, 소호, 아드레, 시드, 히스, 리아, darkfog, 비에, IonFast, 월영이, 허브향누나, 수련어머니, 베리트, 지티님, runewizard, good놈, THS, 켄야 등등.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 생각나는 아이디가 있는데 차마 쓰지는 못하겠다. 그냥 마음이 복잡해서.

글터는 마치 나의 자식인 느낌도 든다.
글터의 탄생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런 느낌은 당연한 듯싶다.
이곳을 먼저 떠나는 나를 용서해주길 바란다.

언젠가 이곳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밝게 웃어줄 너희들이 있어서 안심이 된단다^^ 내가 사랑했던 아이들아.

문권국이라는 아이디도 삭제로써 끝을 맺겠지만.

후...

정말...

사내놈이 눈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랑했던, 언제까지나 사랑할 동생들아.

그럼 안녕히.




2008년 2월 19일 오전 2:41 살짝 눈물을 훔친 문권국 올림.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