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1장 남파나단령 (3) 회상(수정)

푸른바람·2002. 2. 20. PM 9:36:17·조회 4045·추천 70
-회상-

"누나가 말하던 꼬마가 이 녀석이야?"

"그래,  미카 공주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고 마법사의 별 플라타니오와 기사의 별 미탄젤이 만나는 날, 그들의 가호를 받고 태어난 바로 그 아이야.."

여...여긴 어디지? 미카..엄마의 이름이다..이 사람들 엄마를 아는 것 같은데..

엄마하고 시드가 죽고...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두사람은...누구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번도 와 본적이 없는 숲 속에 와 있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지?"

"란트"

키하고 덩치도 엄청 커보였지만 얼굴은 그리 무섭거나 하지는 않아 보이는 아저씨였다. 하지만 보통 아저씨들의 눈과는 아주 다르게 이 아저씨의 눈은 너무 맑았다. 꼭 어린아이의 눈처럼...

"오늘부터 이 아저씨하고 같이 살아야겠다. 앞으로 아인트 스승님이라고 부르렴."

"...."

아인트...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어디서 들었을까? 하지만 생각하기가 싫었다. 아무 것도....그냥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엄마하고 시드는 어떻게 됬을까? 엄마도 아빠처럼...그렇게 날 두고 떠나버린 것일까?

"아인트, 이런 곳에 계속 지내도 되는 거니?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한 걸까?"

"괜찮아.누나, 테베시는 장로들이 알아서 잘 다스릴꺼고, 세인트하고 리아인, 아리 한테는 훌륭한 엄마가 있잖아. 나도 제자다운 제자를 한번 키워보고 싶었어. 티베 녀석은 벌써 수십명의 제자들이 있는데 왜 난 한명도 없는지..."

나이 많은 여자보고 누나라 부르는게 아니었나? 저 젊은 여자에게 흰 머리가 곳곳에 나 있는 아인트란 아저씨가 누나라 부르니 갑자기 혼란스러워 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젊은 여자의 귀는 무척이나 길었다.

"아인트, 그럼 난 갈께 요즘에 골치아픈 일이 있어서."

젊은 여자는 아인트라 불린 아저씨를 향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가이우스, 녀석 때문이지?"

"그래."

그런데 갑자기 아인트란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던, 머리색과 똑같은 노랑빛 로브를 걸친 키가 큰 그 여자가 내쪽으로 오더니 허공에서 갑자기 두꺼운 책 한권을 만들더니 나를 향해 내밀었다. 엄마가 이야기 해주시던 마법일까?

"이건, 이 핀 누나가 주는 선물이니까, 곡 읽고 따라해보렴."

"........."

난 혼란스러움에...그냥 주는 책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책에-핀 프리안느 마법 교습서-란 제목이 적혀 있었다. 책을 보니 글을 가르쳐주시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엄마...정말 다시는 볼 수 없는 건가요? 그 순간 가슴속 한 구석이 바늘로 찔린듯 아파왔다. 그리고 끝없이 몰려오는 외로움도...

"누나긴 뭐가 누나야, 아직도 순진한 아이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 하다니, 희생자는 나로 충분해, 이 녀석의 할머니의 할머니정도 될 나이면서."

아인트란 그 아저씨가 빈정거리듯 한마디 했다. 하지만 이것 저것 생각할 틈이 나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갑자기 생겨난 많은 일 때문에.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아인트, 요즘에는 테베시 장로회 원수, 리투안제국 공작위, 세남매의 아버지.... 이런 저런 네 체면 때문에 참아 왔는데. 여기서는 네 체면 신경써줘야 될 사람도 없고 한번 몇십년간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어볼까?"

핀이란 여자의 말에 아인트란 아저씨 얼굴이 갑자기 흙빛으로 변했다.

"누님, 제발... 마음만 먹으면 나라 하나도 날려버릴 수 있는 실력으로 이 늙어 약해빠져 버린 동생을 죽이시려는 겁니까?"

그 나쁜 오크 열마리가 달려들어도 다 물리칠것 같이 보이는 그 아저씨가 키는 컸지만 아저씨 큰 주먹 한방에 날라가버릴 것 같은 저 약해보이는 여자에게 뭐 때문에 쩔쩔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약하다고? 아무 마을에나 가서 꼬마한명 붙잡고 물어보렴. 슈타이튼 경이 약하니 하고. 전설의 용사 슈타이튼  경의 이런 모습을 그 순진한 꼬마들한테 보여줘야 하는데."

슈..슈타이튼, 그럼 저 아저씨가 그 이야기에 나오는 그 용사님이란 말이지..하..하지만 우리 엄마를 죽인 것도 용사인데...

"용...사는 나빠...우리엄마도..시드도...죽였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소리가 빠져나왔다. 그리고 마음 속이 계속 쓰려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엄마와 시드의 얼굴, 그리고 엄마와 시드가 죽는 그 모습도. 내 작은 소리를 들었는지 두사람의 눈길이 나를 향했다. 나도 이제 죽는구나.. 시드나 엄마처럼... 그 때 처럼 용사가 나에게 칼을 휘두르겠지? 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손에 뭔가 따뜻함이 느껴졌다. 엄마의 손길같은...

"란트, 무서워 하지 마렴, 너희 어머니를 죽인 사람은 용사가 아니란다. 진짜 용사는 괴물이라고 해도 함부로 죽이지 않아 하물며 죄없는 사람을 죽인다는 건 있을 수 없단다."

눈을 살며시 뜨니 내 앞에 아까 핀이라고 했던 그 누나가 무릎을 굽히고 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또다시 엄마가 생각이 난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뭔가 따뜻한 것이 내 눈가를 타고 한줄기 주르르 흘려내렸다.

난 우는 것이 아니야.. 엄마가 남자는 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건 우는게 절대로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따스한 느낌에 감싸이며 난 어느 순간에 핀이란 누나의 품속에 안겨 있었다.

"란트, 마음이 강하구나.. 하지만 강한만큼 부러지기도 쉬운 것을..."

핀 누나는 안타까운 듯 말하며 내 얼굴의 물방울 자국을 닦아 주었다.

"참, 이놈의 세상에는 언제가 되서야. 이런 일이 안생길지...."

핀누나의 어깨 너머로 한숨을 쉬는 아인트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점점 무거워 지는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난 어느 순간에 잠이 들었다.



"란트! 아침이다 일어나라!"

뭔가 낯설은 남자 목소리에 난 눈을 간신히 떴다. 여기가 어디지? 엄마는 어디에 있지?

아.. 어제..

또다시 그 기억이 나를 괴롭힌다. 이제 엄마하고 시드는 이 세상에 없었다. 그래..그랬었지....그리고 이제 난 더 이상 우리집에 갈 수 없다.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며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녀석, 이제 일어났구나. 해가 중천에 떴어. 중천에."

아인트 아저씨, 아니 스승님이라 해라고 했었지. 스승님이 정신을 차린 나를 보며 내방으로 들어왔다.  

"........"

"이녀석 인사도 할줄모르냐?"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내머리를 한대 치며 아인트 스승님이 말을했다. 순수한 통증, 왠지 한대 맞고 나니,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는 것같이 느껴졌다.

"아...네....안녕히 주무셨어요?"

난 고개를 꾸벅 하며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는 날 보며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역시, 우리집에 녀석들 보다는 순진한게 좋은걸. 그놈들은 지 엄마 닮아서 너무 똑똑해...."

무슨 소린지 모를 소리를 한참 늘어 놓고 나서야 아인트 스승님은 나를 쳐다봤다. 아빠와는 다르게 스승님은 왠지 말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 줄게 한개 있다. 이 것 받아라. "

아인트 스승님이 갑자기 내게 흰 헝겊에 싸인 긴 물체를 던지는 것을 간신히 받은 뒤, 헝겊을 조심스럽게 풀어보니 목검이었다. 아무리 목검이라지만 실제로 내가 무기를 만져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긴 도끼도 무기라고 하면 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었던 도끼는 무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런데 목검은 보통 그 크기의 나무막대기와는 다르게 조금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이걸로 연습을 하렴. 처음부터 진짜 무기를 드는 것은 너무 위험해."

"......."

스승님의 말에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검을 자세히 보니 목검이라고 해도 무게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그냥 나무 막대기는 아닌 것 같았다. 매끈하게 가시하나  나있지 않은 목검은 단단해 보이는 것이 그냥 그대로 무기로 써도 잘 부서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 그럼 오늘 첫 수련은 나무 해오기다! 불만없지? 부엌에 밥있니까 어서 먹고 시작하자"

아직도 잠에서 제대로 깨지도 않은 나를 보고 스승님이 말을했다.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 해도 스승이 되었을 때 악독한 점은 수많은 이야기들 처럼 역시 변함이 없는 사실인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승님과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난 스승님의 가벼운 공격을 간신히 검으로 막아 버티고 있었다. 스승님의 엄청난 힘과 빠르기 그리고 상대방을 압도하는 기운...

"이녀석, 8개월 만에 이정도가 되다니... 너 정말 처음으로 검술을 배우는거 맞니?"

스승님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난 스승님께는 지금 내실력으로는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스승님의 칭찬이라 추정되는 말에도 별 표정없이 스승님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래.. 대답을 기대한 이 스승이 바보지...."

매일 목검에 맞아 멍이들다가. 오늘 처음으로 스승님의 공격을 거의 우연히 막았다. 막은 것 뿐이었는데. 스승님이 왜 그리 놀라는 걸까? 다행히 오늘 저녁은 내가 차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스승님의 공격을 한번이라도 막으면 그날 저녁은 스승님이 해주신다고 하셨으니까.

"란트 네 실력이 B클래스정도는 되겠다. 내가 10년동안 수련해서 겨우 B클래스가 됬었는데.. 도데체 이녀석은...거기에다 마법까지 사용을 하니...세상은 너무 불공평해...."

스승님은 내가 답을 안해도 혼자서 말을 잘했다. 그렇기에 특별히 내가 입을 열 필요는 없었다. 8개월동안 서로에 대해서도 조금씩 익숙해 졌다고 할까...

처음 한달동안 나를 부려먹은 뒤에야 스승님은 처음으로 검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원래 어릴때부터 나무 정도는 내가 해왔었기 때문에 일을 하거나 검술을 배우는데 그다지 힘이 모자라단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다행히도 이야기 책에 나오는 것처럼 검술을 익히는 것이 그리 특별하게 힘든 것 같지도  않았고, 또 밤에는 틈틈히 첫날 핀 누나가 주었던 책을 읽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냥 뒷산의 공터에서 책에 적힌 대로 따라 하다보니 어느 순간엔가 마법이라는 것을 실제로 쓸 수도 있었다. 그런 까닭에 편법이긴 하지만 마법을 써서 스승님의 시키는 수많은 자잔한 단순 노동을 간단하게 해결하는 소득을 얻었다.

"좋아. 기분이다. 오늘 한번 더 대련을 해볼까?"

이건 분명히 저녁식사를 꼭 나에게 시키고 말겠다는 스승님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무승부는 있을 수 없다는... 난 내몸처럼 곳곳에 상처가 난 내 목검을 들었다. 내가 검을 드는 것을 본 스승님 역시 스승님의 목검을 들고 먼저 공격을 들어왔다. 스승님의 공격은 뭔가 한가지로 특징을 꼭 집어서 말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빠른 공격이 들어오다가도 어느 순간엔가 일격필살의 파워있는 느린 공격이 들어오곤 했다. 물론 그런 공격을 스승님이 실제로 사용했다면 내 목숨이 남아나지를 않았을 것이다.

역시 처음은 빠른 공격이었다. 스승님의 공격은 피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목검이었던 까닭에 나하고 대련하던 그 상황에서 스승님의 스피드는 거의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내 목 쪽으로 파고드는 스승님의 검신을 아슬아슬하게 쳐내며 빠른 공격을 차단했다. 역시 빠른 공격보다는 파워가 있더라도 느린 공격이 더 상대하기가 쉬웠다. 아마 이번에 빠른 공격을 차단하지 못하였다면 계속 피하다가 또 저녁당번을 맡아야 되었을 것이다. 대련에서 질 때마다 식사당번을 맡는 말도 안되는 법칙을 스승님이 마음대로 정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난 첫날 아침 식사를 이후로 난 다시는 스승님의 요리 솜씨를 구경하지 못했었다.

스승님은 한손으로 잡고 있던 검을 양손으로 고쳐쥐었다. 이제 스피드 보다는 파워를 중심으로 한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 스승님이 내게 여러가지 검술을 익숙하게 만들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느린 공격이지 이번 공격의 공격속도 역시 장난이 아니다는 것을 스승님의 공격을 몸으로 맞아 온몸에 멍이들며, 언제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스승님은 내 나이가 두달이 지나야 아홉살이 된다는 점과 내 카가 스승님의 허리정도 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작은 꼬마라는 사실을 생각이나 하고 계시는 것일까?

이번에는 내가 먼저 공격을 들어갔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스승님의 말씀, 그 말이 아니라도최소한 공격을 하는 동안은 스승님의 목검에 맞는 것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공격을 했다.  아인트 스승님의 허리 부분을 노리고 들어갔지만 언제나 처럼 헛 칼질을 할 뿐이었다. 공격한 뒤 잠시 들어난 틈새를 노치지 않고 검을 들고 내 팔목을 노리는 스승님, 난 손 한뼘정도의 간격을 두고 스승님의 목검을 간신히 피했다. 물론 힘이 비슷하면 내 검으로 막으면 되지만 아직 그정도는 무리가 있었다. 가벼운 공격정도면 모를까...전설의 영웅에 수십년 동안 수련을 해온 어른의 팔힘과 아직 아홉살도 안된 아이의 팔힘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까는 정말 우연히 스승님의 공격을 막은 것이었고.

점점 숨이차오르는 나와는 달리 아직도 스승님은 여유가 있었다. 이제 스승님이 다시 공격을  들어오면 도저히 막을 여유가 없을 듯 했다. 오늘도 내가 밥을 해야 하나.. 아동학대방지법 이란 법이 어떤 나라에 있다고 하던데.. 그 나라에 가면스승님은 틀림없이 감옥에 갈 것이다. 긴장하고 있는 그 순간..

"아인트, 요즘엔 안울고 잘 지내니?"

숲 멀리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이 목소리는... 그래 그 때 그 핀 누나였다. 핀누나가 온다면 대련은 무산될 것이고..다행히..오늘 식사 당번은 다행이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내 나이가 이제 몇년 있으면 오십이야. 아직도 그렇게 인사를 하면 어떻게 하자는거야."

나를 보며 집중하고 있던 스승님은 핀누나가 오고 있는 방향을 향해 돌아서서 핀누나를 향해 소리쳤다. 멀리서 핀 누나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무성한 나뭇가지들 때문에 동굴처럼 보이는 길과 핀 누나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핀누나는 천천히 걸어오는 듯 했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우리의 눈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놀랍다는 듯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누나는 가만히 웃고 있을 뿐이었다.

"란트, 그동안 조금 큰 것 같네?"

"........."

난 가만히 핀 누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미 내가 컸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냥 확인차 묻는 것일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누나, 그 녀석한테 대답을 기대하지마 필요할때 말고는 거의 말을 안해...."

스승님은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왜 한숨을 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꼭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특별히 답을 하거나 하고 싶은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데..

."그렇니?"

핀 누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딱 두번째 보는 거지만 핀 누나에게서는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이 감돌았다. 그 이유를 이해한건 그 때부터 몇년이 지나서였지만...

"란트, 마법 수련은 많이 했니? 몇서클까지 쓸 수 있어.?"

핀누나가 나를 보며 다시 말을했다. 아.. 마법책에 적혀있던 그 큰 숫자가 수련을 많이 했는지 않했는지 구별 하는 거였었나? 그 숫자만으로 어떻게 그걸 알지? 난 약간의 의문을 가지며 핀누나의 물음에 답을 했다.

"책에 5서클이라 적힌 곳까지 봤어요. 쓸 수도 있고."

내가 말을 하자 왜 내 앞에 있는 두사람이 놀라운 듯 쳐다보는 거지? 내가 말을 잘못했나?

".....그럼 5서클에 적혀 있는 마법중에 하나만 써보지 않을래?"

5서클에 적혀 있는 마법을 써보라고? 뭐가 있었지? 음... 화이어 스톰하고 프리즌 노바 정도 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그걸 여기서 쓸수도 없고.... 모르겠다. 화이어 스톰을 잘못쓰면 나무들이 다 타버릴테니 프리즌 노바가 무난할 것 같다. 내가 마법 주문을 중얼거리는 것을 보던 핀 누나는 놀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핀누나 역시 급하게 마법을 캐스트하는것 같았다.

"매직 배리어"

"프리즌 노바"

내가 마법을 쓰기 바로 직전에 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둥근 막이 생가더니 바로 직 후 쓴 내 마법과 충돌을 하였다. 한참동안이나 두 힘이 힘겨루기를 한 뒤에야 두 마법은 사라졌다.

"란트, 공격마법을 사용하려면 말을 하고 써야지..그..그런데 진짜 란트 너 5서클까지 쓸 수 있네..."

핀 누나의 항상 변함 없이 웃고 있는 표정이 약간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

그냥 읽고 써보니까 되던데..... 왜 저렇게 놀라는 표정을 할까? 음.. 모르겠다.

"누나, 저녀석 검술도 B클래스 정도는 되는 것 같았어. 이제 목검 말고 좀 괜찮은 검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스승님도 목검을 바닥에 놓은 뒤, 핀누나를 향해 말을했다. 목검 말고 더 좋은 검, 그다지 필요가 있을까? 그동안 목검이 많이 손상되기는 했지만 수련을 하는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는데.

"플라타니오와 미탄젤의 가호가 이렇게 크다니...하긴 예들 부모의 능력도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았잖아."

핀 누나는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말을했다.

"그럴수도.. 하지만 너무 불공평해.. 10년동안 수련해야 했던걸 단 8개월 만에 도달하다니.."

스승님은 뭔가 불만이 가득한듯 했지만 이유는 나로썬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좋은 스승이 가르쳐 줘서 그런게 아니겠니?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마."

핀 누나가 스승님의 등을 두드리며 말을 하자 스승님은 그세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정말 겉 모습의 외모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스승님의 감정의 변화는 기복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 검술 수련도 마법수련도 열심히 했으니 상을 줘야겠네. 란트.이제 목검 쓸 실력은 넘은 것 같고."

핀 누나는 등에 노란 헝겊으로 감싸고 있던 짐을 풀더니 내한테 주었다. 장미 문양이 그려진 검과 검집이었다. 아무일도 한 일도 없이 매번 받기만 하니까 미안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검을 주는 핀누나의 얼굴이 왠지 슬퍼 보였다. 왜일까.....

"소중하게 쓰렴, 약한 아이니까.."

약한 아이? 내가 보기에는 전혀 약해 보이지 않는 좋은 검인 것 같은데....



"여기까지가 너를 만나기, 아니 가지기 전까지 내 이야기야."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지만 밤에는 제법 서늘해진 바람이 두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엄마가 마지막에 그런 부탁을 주인님 한테 했었어? 난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얇은 여름 옷만 입고 있어서 추운지 클라리는 몸을 움추렸다.

"약한 아이라....."

란트는 기억을 다시 더듬으며 혼잣말을 하고는 잘 보기 힘든 미소를 얼굴에 띄었다.

"주인님아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것도. 이제 네가 말할 차례인것 같은데.."

클라리는 란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며 입을 열었다.

"주인님하고 만나기 전에 내 이야기..."



난 누구지? 그리고 이 곳은.....

"야~~!, 너무 예뻐. 핀언니를 많이 닮은 것 같아."

검은 머리에 푸른 빛 옷을 입고 있는 여자가 말을했다.

"클라리 일어났니?"

노랑빛 긴 머리에 귀가 큰 여자가 나를 보며 다정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클라리? 나한테 하는 말인 것 같은데... 내이름이 클라리였나?

"누구세요?"

난 노랑 머리의 여자를 보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네 엄마란다. 한번 엄마라고 불러보지 않겠니?"

엄마. 엄마라는 단어에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졌다.

"엄마...."

"그래, 잘했어. 클라리"

엄마는 내 말에 아주 기뻐했다. 내가 엄마라고 말한게 그렇게 좋을까?

내 옆에는 내 키와 비슷할 정도로 긴 검이 놓여져 있었다. 은 빛.. 하지만 금 빛이 조금 섞인 듯한 은빛이 나는 검이였다. 왠지 그 곳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검을 유심히 보고 있자 신기한 듯한 말투로 두사람이 말을했다.

"언니, 클라리 좀 봐. 아는 것 같지?"

검은 머리의 여자가 말을 했다.

"세리, 그래. 사람하고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었는데. 마법검은 어쩔 수 없는것 같아. 내 영혼의 일부분일 텐데도..."

마법검... 그 단어에서 많은 것이 떠오르는 것 같다. 마법검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날 만들던 엄마의 모습도.. 생각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 난 마법검이다. 사람이 아닌, 앞에 서있는 두 명과는 다른, 생명체가 아닌....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엄마, 나 저 속으로 들어가면 안될까요?"

난 왠지 검속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피하고 싶었다. 검신에는 백금발 머리의 작은 꼬마 여자애의 모습이 비쳐 지고 있었다. 저 모습이 내모습이구나....

"그래, 마법검은 검 속이 가장 편안하다고 느낀다고 했었지.."

엄마는 왠지 안타까운 듯한 목소리로 말을했다.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아니?"

그러고보니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내 머리카락도 생각보다 긴 것 같았다. 머리를 흔드니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이 좌우로 날리는 것이 내눈에도 보였다.

"검에 살며시 손을 데면 들어가질꺼야, 나올때는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되고 알겠지?"

"네."

난 작게 대답을 하고 검신에 손을 살며시 올렸다. 그러자 주위가 서서히 희미해지며 주위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 뭔가 따뜻한 것이 내 몸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

"그래, 엄마란다. 한동안 여기서 쉬고 있으렴, 조금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만나게 해줄께."

뭔가 깊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많은 느낌이 엄마로부터 내게 전해졌다. 이런게 검을 쥔 주인과의 느낌의 공유라는 것일까?



"클라리, 오늘도 부탁한다."

"네, 주인님."

주인님의 느낌이 나에게 전해져왔다. 약간의 긴장과 흥분...그러나  다른 한쪽에서 느껴지는

차분함...

주인님은 성기사단 제 1군단 군단장을 맡고 있었다. 나이는 20살, 엄마하고 결혼할 예정이라고 한다.

난 전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검 속에 들어가면 주위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볼 수는 없으니까. 살며시 검에서 나와 주인님이 타고 있는 말 뒤쪽에 쉴드를 쓰고 앉았다. 주인님 주위에는 기사단과 몬스터들의 싸움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내 본체를 들고 싸우는 주인님, 주인님은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느리지만 정확한 기사들의 정통검술을 쓰고있었다.

"우익! 몬스터 진형의 뒤쪽으로!"

주인님의 명령 직후에는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기사들은 정확히 명령에 따르는 모습은 정말 신기했다. 지상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주인님의 머리위로 갑자기 와이번 한마리가 공격해왔다. 난 무의식적으로 힘을 모아 그 와이번을 향해 쏘아보냈다. 흰빛의 구체 3개가 급하게 내려오던 와이번의 날개를 맞추었고 주인님 가까이 까지 내려왔다가 중심이 흔들린 와이번은 주인님의 한칼에 목없는 시체가 되어버렸다.

"고마워, 클라리. 너 아니었으면 위험할뻔했다."

"아니에요, 주인님."

투구 때문에 가려져 있었지만 스승님은 나이와 키에 비해 상당히 어려보였다. 그리고 기사보다는 마법사나 학자가 더 잘 어울릴 듯한 그 얼굴 모습처럼 평소에는 조용하고 다정했지만 전투에서 기사단을 이끌때는 나이많은 기사들도 꼼짝하지 못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보였다. 물론 검술 실력역시 기사단중 최고였다.

"티베~! 클라리~!"

멀리서 하늘위로 날아서 오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이 전투도 마무리를 할 수 있겠구나...

엄마는 몇개의 주문을 동시에 외우기 시작했다. 얼마 후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몬스터들이 모두 하늘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큰 구멍이 생기더니 그 쪽으로 몬스터들이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은 하늘에서 허둥됬지만 전혀 소용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마지막 몬스터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본 뒤에야 엄마는 구멍을 닫았다.

그 후 살며시 하늘에서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 오는 엄마. 엄마의 마법은 볼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괭장했다.

기사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옐로우로즈! 리투안! 옐로우로즈! 리투안!"

옐로우 로즈.. 엄마의 별명이었다. 장미처럼 아름답지만 장미에 있는 가시처럼 그 마법실력은 신에 근접할 정도로 강하였으니까.... 기사들에게는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장미 가시처럼 아무나 찌르지는 않는데.. 난 엄마하고 가장 닮은 꽃은 들국화라고 하고 싶었다. 아름답지만 화려하지않고 강하지만 연약한.... 들국화..

엄마는 기사들의 환호를 받으며 주인님과 내가 있는 곳으로 오더니 말 뒤쪽에 앉아 있던 나를 꼭 안아주었다.

"클라리, 오늘도 아무일 없었구나. 다행이야."

난  괜찮은데.. 왜 그렇게 엄마는 나를 걱정하는 건지.....기사들의 환호를 받으며 우리는 포세 트립톤 왕성으로 회군을 하기 시작했다.



"누나~~!"

멀리서 클라우가 들꽃들을 한아름 꺾어 안고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왜? 클라우."

"이거"

클라우는 나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들꽃들을 주었다. 들꽃들의 향긋한 꽃 내음이 내 코를 간지럽혔다. 클라우는 엄마와 주인님의 첫째 아들이다. 나하고 이름이 비슷한.. 머리색은 주인님을 닮아서 짙은 갈빛이었고 눈은 엄마를 닮아 짙은 바다색이었다.

"고마워. 클라우, 누나가 맛있는거 해줄까?"

"응"

어느 순간엔가 내 키는 엄마보다도 더 커져 주인님과 비슷할 정도가 됬다. 마법검도 성장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한테는 물어보지 않았다.

"누나, 오늘 숲속에서 엘프를 봤어. 엄마하고 머릿색이 똑같았어.."

"그렇구나? 이름은 안물어 봤니?"

아직 7살인 클라우는 키가 내 허리정도 밖에 안되었다. 긴 전쟁이 끝났어도 나랏일 때문에 바쁜 엄마와 주인님 대신에 나하고 계속 같이 있어서 그런지 내말을 잘 따르는 것 같았다. 나도 그런 클라우가 좋았다.

"물어봤어, 엄마 뒤에 이름하고 비슷한 것 같았는데.. 뭐였지?"

클라우는 한동안 끙끙데며 생각을 하였다.

"아! 프리앙, 프리앙이야."

생각이 난 듯 클라우는 갑자기 큰 소리로 말을하였다.

"뭐? 프리앙? 클라우. 외삼촌이야 외삼촌."

프리앙은 엄마에게 있는 단 하나밖에 없는 오빠였다. 외삼촌이 왔었구나..

"외삼촌이라고? 난 몰라서 인사도 못했는데."

"괜찮아. 엘프들은 인사같은 형식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아마 클라우의 착한 마음을 봤으니까 외삼촌도 기쁘게 생각했을꺼야."

그렇지만 나도 좀 섭섭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외삼촌을 본 건 옛날에 딱 한번 뿐이었으니까. 이렇게 집가까이 와서는 들르지도 않고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나도 엘프인 엄마가 만들었지만 엄마가 사람하고 비슷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엘프들의 생각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별꾸밈 없는 집의 복도...실버 캐슬이라 불리는 왕궁 다음으로 큰 저택이 우리집...정확히는 성기사단장인 주인님이 쓰시는 관저였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하녀들이 모여있는 부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쉬고 있던 하녀들은 우리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일어섰다.

"아가씨, 아가씨는 이런데 오실 것이 못 됩니다. 그리고 도련님도요."

나하고 클라우가 부엌에 들어가려 하자 하녀들이 못들어오게 막았다.

"누나가 맛있는거 해준다고 했는데..."

"첫째 도련님, 저희가 해드릴께요. 먹고 싶으신거 있으시면 말하세요."

하녀가 클라우를 보며 어린애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을했다.

"아니야. 난 누나가 해주는거 먹고싶단 말이야."

클라우는 하녀들을 보며 투정을 부렸다. 기분이 나빠서 그런지 클라우는 입을 조금 내밀었다. 하지만 그 모습도 왠지 귀엽게 느껴진다.

"이러시면 저희들이 곤란하답니다. 도련님."

하녀들은 계속 안된다는 듯 클라우와 내앞에서 길을 막고 있었다. 휴..할 수 없지. 클라우 기분 푸는건 마법으로 대신해야지.

"클라우, 그냥 나가자. 내가 불꽃놀이 보여줄께."

"불꽃놀이? 그게 뭐야?"

클라우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너무 귀여워서 꼭 안아주고 싶은 그 모습...

"응, 원래는 동방에서 만들어진 화약으로 예쁜 색깔 불들을 하늘로 쏘아서 모양을 만드는 건데. 누나는 다른 방법으로 해줄께."

클라우의 울상이었던 얼굴이 밝에 변하는 것이 내눈에 보였다.

"누나 진짜지?"

"그래."

클라우의 손을 잡고 다시 한참을 걸어 밖으로 난 걸어 나왔다. 다행히도 오늘은 정원에서 수련을 하는 기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주인님이 기사들을 대리고 어디 훈련차 가셨겠지.

"스카이 셰도우."

난 우리 주위 하늘 쪽을 향에  검은빛 장막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그 동안 모아 놓았던 마력을 모두 모아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보내기 시작했다. 노란색 빛이 올라가는 것을 시작으로 색색깔 많은 빛들이 내 손에서 하늘로 솟아올라 하늘에 화려한 무늬를 수 놓았다. 엄청난 숫자의 빛들 하지만 공격성이 없는 단순한 빛들일 뿐이었기에 별로 힘이들지는 않았다.

"누나, 정말 멋있어! 아렐리아도 조금 더 컸으면 보여줬을 텐데..."

밝은 미소를 얼굴에 띄운체 날쳐다보며 기뻐하는 클라우.

"클라우 마음에 드나 보구나 다행이다."

오랫동안 그렇게 하늘에 그림을 그리며 있었다. 내가 사람이 아니란 것을 떠올리지도 않고 난 그렇게 잠시동안은...

그렇게 몇년간은 ...

검이 아닌 사람으로 지낼 수 있었다..



"클라우 어디갔다 지금오는 거니?"

클라우는 얼굴이 빨갛게 변한체 술냄세를 가득 풍기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상관하지마."

무신경한 말투... 요즘에는 클라우의 나에 대한 태도가 부쩍 날카로워졌다. 무슨일일까?

"누난데 어떻게 상관을 안할 수 있니? 그리고 술을 그렇게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좋지 않으니깐 조심하렴."

그 순간 난 절대로 잊지 못할... 그 전에는 절대로 본적이 없는... 그런 클라우의 표정을 보았다. 너무나...두려운....

"누나는 사람도 아니잖아. 친누나도 아니면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클라우....네가......나에게...

"........."

난 눈에서 따뜻한 것이 흘러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나도 눈물을 흘릴 수 있었나? 마법검인 나도.... 난 어느세 나만큼 커버린 클라우를 뒤에 둔체. 내 본신, 검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난 너를 진짜 동생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어쩌면 동생보다도...더....

그리고 나도 알고 있었는데...

항상 마음속 깊이 느끼고 있었는데

내가 사람이 아닌것은.....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울 수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슬픔이라는 것도.....

막연하게 느껴지던 외로움이 아닌 마음을 이렇게 찌르는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것도....

집 깁숙히 놓여있는 작은 방. 내 본신이 놓여 있는 곳이 보였다.

10년동안 들어가지 않았지....

그 곳에 가지 않아도 행복했으니까......

외롭지 않았으니까.....

모르겠다.... 아무것도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냉정한 클라우의 그 눈....

내 손은 어느 순간엔가 내 검신에 닿여 있었다.

엄마가 가르쳐 줬었지....내가 처음 의식을 가지던 날.....

오랜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래 난 다른사람들에게 검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난 사람이 아니라 검일 뿐이다. 싸움을 위해 존재하는 무기...

어느 순간에 주위가 희미해 지고 혼자있음을 느꼈다.

아무 배려도 할 필요가 없는 고독...

차라리 그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난 다시는 검에서 나오지 않을꺼야. 다시는!

얼마나 흘렀을까...울고 있는 나에게 그리운 따스함이 느껴진다.

"엄마?"

"그래....미안해.. 내 아이...내 아가야... 미안해....."

엄마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차라리 날 보고 넌 사람이 아니니까 울지도 말라고 하세요.

그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계속 따뜻한 마음을 저에게 전해주지 마세요.

나중에 더 힘들지도 모르니까.

"아가, 너를 새 주인님께 보내줄께. 마음이 따스한, 외로운..너와 비슷한 그런 주인에게..."

난 처음으로 검 속에서 잠이들었다.  



클라리는 말을 멈추고 란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체로 가만히 있었다.

"클라리, 춥지 않니?"

란트가 평소와는 다른 말투로 말을했다.

"조금"

란트는 클라리를 가만히 자신의 한쪽 팔로 감싸 안았다.

"외로워 하지마. 내가 있잖아.."

별로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말은 클라리의 마음속 깊은 곳 까지 전해졌다.

"주인님...."

란트보다 훨씬 큰 그리고 오랜시간을 살아온 클라리였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작은 아이로 되돌아간 듯 했다. 란트는 클라리의 백금발 머리카락을 조용히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별빛인지도 모를 작은 빛 한방울이 클라리의 눈에서 흘러 나와 란트의 어깨에 떨어졌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