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2장 제국의 수도를 향해(2)북부산맥(수정)
푸른바람·2002. 3. 1. PM 1:53:39·조회 3933·추천 64
에피소드 7 여행 (2)
-아틀란티스 황제는 세가지 황제의 증표를 가지고 있었다. 세가지 증표는 검, 황제의 관, 목걸이 이며 그 세가지 증표에는 '다이루드'라 불리는 이 세상에 딱 다섯개만 존제한다는 신비로운 색의 보석이 박혀있다. 황제의 증표에 있는 세개의 '다이루드'이 외에 나머지 두개를 모두 모우면 신비한 일이 일 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나머지 두 보석의 존재 유무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확인해 볼 수 없는 일종의 인간의 소망이 빚어난 상상이란 견해가 대부분이다. <아틸란티스 제국사> 지니안 필로소폰 저-
북부산맥,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높은산의 정상부분에는 벌써 눈이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산을 감싸며 올라가는 매서운 초겨울의 바람은 정상에 싸여있는 눈들을 휘날리며,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신의 성소와 같은 느낌이 들게 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무렵에 산의 정상까지 가는 올라가는 사람도 없었기에, 어느 순간에서부터 사람들은 이무렵의 산 정상에는 신이나 정령들의 왕이 머물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고...
"리아인 아저씨, 나 업어주면 안되요? ...."
내 옆에서 쌕쌕 거리며 힘들게 걸음을 옮기던 신디는 리아인 쪽으로 달려가서 매달렸다. 그래 덩치가 그다지 안 큰 나보다는 리아인 등에 업혀 있는게 바람을 피하는데 더 좋겠지.
산 등성이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산 기슭에서 걷고 있는 우리 일행에게도 만만찮은 추위를 안겨주고 있었다. 우리 마을 뒤의 북부 산맥에서는 겨울에도 이런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길이 조금 험하더라도, 하긴 길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지만. 우리 마을 뒤쪽의 산맥을 넘었으면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그랬으면 사우스 피투안 에서 겪었던...수난을 피할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런데 엘프는 추위도 별로 안타는 것 같았다. 얇은 옷 한장만 걸치고도 소피는 별표정없이 산길을 걷고 오고 있었다. 오히려 평탄한 돌길에서보다 산길에서의 걸음이 더 안정돼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그에 반해...클라리는 사우스 피투안에서 샀던 옷을 겹겹히 걸치고도 추운듯 떨고 있었다. 사우스 피투안에서 당했던 걸 생각하면 속이 뒤집히지만 그래도 클라리가 불쌍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냥 검속에 있으면 힘도 안들고 따뜻할 텐데, 왜 들어가지 않고 힘들게 꼭 걸어서 가는건지 모르겠다. 나 역시 나 몸집 보다 훨씬 큰 리아인의 옷을 입고 있으니, 차가운 바람이 옷속까지 파고 들어왔다.
"윈드.."
난 바람이 부는 반대쪽으로 마법을 썼다. 마법을 배워서 어디에 쓸까? 이럴때라도 써야지.
내 마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행히 매섭게 불어오던 바람이 조금 사그라 드는 것이 느껴졌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핀누나가 빙계계열의 마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누나가 쓴 책에서 마법을 배운 나도 역시 주로 빙계계열의 마법을 능숙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반해 상극계열인 화염계열은 약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화염계열의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하면 추위를 덜 수 있을텐데, 능숙하게 쓰지도 못하면서 잘못 마법을 쓰면 말라붙은 겨울 산에 불이 나서 산이 다 타버릴 수도 있으니까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제국의 국경입니다."
리아인은 이 정도 추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별표정없이 신디를 업고 가고 있었다. 역시..무인은 무인이었다. 저런 성격이면 장군을 해도 될껀데, 왜 기사의 직만 맏고 있을까? 소문에 의하면 리아인의 형인 제국 황태자는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동부 사령관 직과 총리대신 직을 겸직하고 있다던데. 음, 욕심이 없는건지. 하긴 눈빛에 의지와 신념은 있어도 욕심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클라리가 덜덜 떠는 모습을 계속보고 있으려니까 안쓰러웠다. 당한걸 생각하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왜 클라리에게는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걸까? 휴...난 망토로 클라리를 덮어주었다. 추위 때문에 얼굴이 파랗게 되버린 클라리가 날 보며 고맙다는 듯 작게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클라리가 웃는 모습을 보니 왠지 괭장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중요한 사실은 망토를 벗으니 추위가 장난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난 몸안에서 약하게 화염계열의 마법속성을 지닌 마나를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불이 나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화염계열이라고 해도 약하게 열을 내는 것인데 이정도 열에 불이 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 어쨌든 효과가 생각보다 좋았다. 거의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나를 괴롭혔던 추위가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하긴 마법을 많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제대로 사용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쓸일도 별로 없었고.
클라리는 살며시 나한테 몸을 기댔다. 클라리, 난 아직 화가 완전히 풀린건 아니라구. 하지만 손은 내 의지와는 별 상관없이 클라리를 한쪽 팔로 안아주었다. 그런데 뒤통수가 왜 그렇게 따가워지는 거지..뒤쪽에는 소피 밖에 없을텐데....?
"주인님아. 스승님을 만나고 나서는 어떻게 할거야?"
클라리는 추위 때문에 말하기도 힘든듯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그냥 지금은 스승님을 보고 싶을 뿐이야."
그래, 그 것 뿐이다. 스승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뿐. 그리고 스승님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없었다. 왠만하면 스승님을 만난 뒤에는 다시 우리마을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리아인, 요즘도 산맥 위에 경비 초소가 있니?"
클라리는 뭔가 옛날 기억을 떠올리듯 나에게 기댄체로 리아인을 향해 말을했다.
"아닙니다. 요즘에는 엘로우로즈께서 노력하신 결과로 몬스터들과 도적단들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산맥 위 국경에 초소를 세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성기사 제 4군단을 대체한 북부 수비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파나단 자치령도 북부 수비대의 보호 범위니까. 란트군의 마을에 힘든 일이 생기면 당장 북부 수비대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리아인은 별다른 어조의 변화 없이 말을했다. 역시 일급 장군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인재를 왜 썩혀 두는지.
다행히 능선은 산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걸으니 내 눈에도 내리막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 산이라 그런지 잎이 없이 작달막하게 서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드문 드문 보이는 소나무 같은 사계절 내내 잎이 있는 나무들이 눈이 오기전의 겨울산의 멋없는 모습을 조금 가려주고 있었다.
마법의 효과는 굉장했다. 온몸을 따뜻한 기운이 감싸는 것이 옷을 다 벗어도 괜찮을 정도 인 것 같다. 쩝..다른 사람한테도 써주고 싶었지만 상극의 속성을 가진 힘이 잘못 충돌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상태를 모르는 나는 써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리아인, 설마 오늘, 노숙하는건 아니겠지? 이렇게 추운데...?"
클라리는 내쪽을 향해 몸을 더 붙이며 말을했다. 클라리 때문에 걷는데 지장이 오기 시작한다. 이제 왠만한 힘을 안주면 클라리를 때어내기가 힘들텐데 어떻게 한다?
"네, 산맥 기슭에 바로 마을이 있습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여관정도는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레이디 프리안느."
여관, 사우스 피투안에서 본 그 카운터에 있는 녀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악몽이다 악몽..날 언제는 노예처럼 쳐다보더니. 그 후에 더 충격적인 표정을 봤으니까. 내 일생 일대에 결코 잊지 못하리라.
북부 산맥의 험악한 명성과는 다르게 길은 괭장히 평탄했다. 오르막길 내리막 구별 할 것 없이. 추위만 빼면 편안한 여행이었을 텐데. 난 상관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걱정이었다. 하긴 사람이라 하면 나말고는 두명 밖에 없으니. 그 외에 한명의 엘프, 검 하나.
여름에 오면 야생 풀들 때문에 산 전체가 푸르게 변하는데.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살아있는 풀을 보기가 힘들었다. 겨울에 눈 속에서 꽃을 틔우는 식물도 있다던데. 난 아직까지 본적이 없었다. 눈처럼 무척이나 흰 꽃을 피운다고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앞을 보니 신디는 리아인에게 업힌체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흠...신디도 이제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닌데. 한명을 업은체로 산을 넘다니, 리아인 체력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하긴 기사들은 전투시에 풀플레이트를 입고 싸우니까. 신디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엔 몬스터들 때문에 이 능선을 넘기 위해선 중무장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동을 해야 됬다고 한다. 그런 이유와 국가적으로 적대적인 관계 때문에 피투안국과 리투안국 사이에는 가끔씩의 해상무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 전쟁에서 피투안국이 리투안 국에 복속된 이 후, 몬스터들도 많이 사라지고 육로를 통한 교류도 매우 활발해 졌다고 책에서 읽었다.
"주인님아~! 마을이야 마을..!!"
클라리...정말 춥긴 추웠나보다 능선밑에 별로 크지는 않은 마을이 눈앞에 보이자 입술이 파랗게 되서 나한테 꼭 붙어있던 클라리는 엄청 좋아했다. 산만 벗어나면 제국령이라서 아마 따뜻할 텐데.
역시 산 능선 위에서 멀리 보이는 들판에는 아직 푸른 빛이 가득했다. 산 하나만 넘었을 뿐인데 왜 저렇게 기후가 달라지는 것일까?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자연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인간이 쓰는 마법정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신디는 내리막길이 되자 리아인 등에서 내리더니 리아인의 앞쪽에서 걷기 시작했다. 하긴 바람이 산위에서 부니까 이제 업혀 있어봐야. 소용이 없겠지. 역시 신디는 생각보다 대단한 꼬마라니까.
소피를 보니 아까전부터 표정이 어두웠다. 흠. 왜 그렇지? 뭐 안좋은일이 있었나? 사람 마음도 파악하기 힘든데. 엘프 마음이야. 내가 알리가 있을까? 후.....
"오빠! 리아인 아저씨! 사슴이야 사슴."
산 중턱쯤에서 가만히 서 있던 사슴 몇마리가 신디의 소리를 듣고는 놀래서 도망을 치는 것이 보였다. 신디는 사슴을 쫓아 산위를 오르려다 곧 포기하고는 큰 숨을 내쉬면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몬스터들이 사라진 뒤 부터는 야생동물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몸집이 크면서도 온순한 사슴같은 동물들이 산을 넘으면서도 예전엔 거의 볼수 없었던 많은 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신디는 자기가 리아인에게 업혀있어서 그 동물들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
멀게만 보이던 그 마을의 입구도 어느덧 가까이 다가왔다. 워낙 추워서 그런지 모두들 별말이 없었다. 특히 우리 일행의 대부분의 말을 혼자서 다하던 클라리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던 까닭에.....
마을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이 보였다. 집이라던지 울타리 같은 것도 거의 낡은 흔적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마 산맥을 넘는 상인이나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인 것 같은데. 겨울동안은 좀 고생을 하겠단 생각이 든다. 겨울에는 우리같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여행이나 장사를 하지 않으니까. 아직 늦가을인 지금에도 산맥 위의 추위가 저정도 인데.. 그것도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낮은 능선이. 한 겨울에는 걷기조차 힘들정도로 눈까지 내리니 그 산을 넘겠다고 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었다.
이번 마을엔 제대로 옷을 사야한다는 중요한 목적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마법때문에 별로 춥지는 않지만, 덩치 큰 리아인에 맞추어진 큰 옷은 왠지 불편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클라리는 아무말도 안하고 묵묵히 우리를 데리고 여관쪽으로 걸어갔다. 나름데로 산뜻한 느낌이 드는 디자인으로 지어진 여관. 그런데 이번에도 왠지 비싸보인다. 클라리는 추워서 말도 못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비싸보이는 여관은 잘 고르는지. 정말 모르겠다. 사우스 피투안에서 묵은 여관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번에 클라리가 고른 여관도 왠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마찮가지였다.
어쨌든 내 예상이 맞는 것 같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이 아니라면 이렇게 작은 마을에 이런 큰 여관이 있을리가 없다. 여관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여관에서는 왠지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카운터에는 졸고있는 아저씨한명만 있을 뿐.
"방 두개 주세요. 하나는 제일 큰 방 하나는 작은방으로."
리아인은 상대가 졸고 있던 말던 그냥 묵묵히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그리고 우리 일행이 방 배정가지고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결정해 버리는 치밀함 까지.. 잠깐, 이러면 나만 피곤하게 되잖아? 리아인 보기보다 사악한면이....
리아인의 말에 화뜰짝 놀라며 잠을 깬 여관 주인은 길게 하품을 하며... 이번엔 주인 같았다. 사우스 피투안의 그 여관 카운터에 있는 놈은 딱 보기에도 주인이 아닌 것 같았지만... 매우 반가운 듯한 눈빛으로 우리 일행을 쳐다보았다. 하긴, 손님이 없는 이맘 때 손님이 제발로 찾아왔으니까. 반가울 만도 하지.
리아인는 내가 노려보는 것을 느꼈는지 또 그 의미모를 웃음을 지었다. 그 덩치에 그 얼굴에 별로 안 어울리는 할 수 없지. 내가 졌다.
방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가니.. 사우스 피투안 그 여관 처럼 번쩍 거리지는 않았지만 손님이 없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먼지하나 없었다. 흠..비싼 값을 하긴 하는군. 하지만 난 먼지가 있든 깨끗하든 말든 별 상관이 없는데.
요즘들어서. 왜 어릴 때 부터 그 놈의 검을 안고 잤었는지 후회를 하는 때가 많다. 물론 사람으로 나타났을때가 아니라. 검 본체를 어릴 때 특별히 가지고 잘 물건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어렸을 때 제일 많은 의지가 가는게 바로 내 검이였었다. 그런 까닭인지 클라리는 내 손을 안잡으면 잠을 못자는 것이였다. 사람모습일 때도 안잡아주면 밤새도록 옆에서 훌쩍 거리며 앉아 있는바람에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나 옷사러 갔다 올께."
방에 짐을 내려 놓자 마자 난 말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벌 옷을 좀 챙겨오는 건데. 하긴챙겨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야 하겠지. 클라리는 요리는 잘하면서 왜 바느질은 못하는지 모르겠다. 바늘만 잡으면 손가락이 꼭 찔리는 클라리였다. 안그랬으면 내 옷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껀데..
"주인님아~! 나도 같이 가자."
아직 난로에 불을 지피지 않아 조금 서늘 했지만 그래도 방에 들어와 찬기운이 많이 사라졌던 까닭인지 얼어있었던 클라리의 얼굴이 많이 풀어진 것 같이 보였다.
"또 나한테 이상한짓 하려고..?"
난 저번 같은 그런 짓 다시는 당하고 싶지 않다. 나도 내가 그렇게 생겼었는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어릴 때 이후로 한번도 거울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으니까..
"주인님아 또 삐졌어?"
"....."
내가 말을 해서 무엇하랴? 그냥 가야지. 그리고 밖은 솔직히 추울텐데. 추위를 그렇게 타면서 클라리는 나가서 어쩌려고. 검이 감기가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하면 감기걸릴 수도 있을텐데. 헛 내가 저 사악한 검을 걱정하고 있다니...
난 그냥 클라리를 안에 둔체 밖으로 걸어나왔다. 물론 돈주머니를 받아서 오는건 잊지 않았다. 한 10년동안 돈을 안써서 그렇지 나도 어릴 때는 제법 살림꾼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하지만 정말 오랫만에 돈을 만져보는 것이라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을은 정말 조용했다. 여행객들이 많지 않은 시기라 그런지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난 조금 걸어가자 눈앞에 보이는 옷가게로 걸어갔다. 물론 사우스 피투안의 그런 옷가게가 아니라 진짜 옷가게로.
옷가게 문을 열자 그런데로 마음씨 좋게 보이는 아줌마가 털옷을 짜다가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겨울의 이 마을사람들은 할일이 거의 없어서 그럴까..? 여관주인도 그렇고 옷가게도. 문을 여는 순간 가게안으로 불어들어온 찬바람과 함께 인기척을 느꼈는지 졸고있던 아주머니는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쳐다봤다.
"아! 손님 죄송합니다.어떤 스타일의 옷을 원하시는지..?"
방금 전까지 졸고 있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옷가게 주인 아줌마는 빠르게 행동을 했다. 옷가게 주위에 놓여있는 옷감들을 살펴보니 비교적 질이 좋았다. 역시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다보니, 아무래도 마을 전체가 조금 고급화 되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여행객들은 예전같이 가난한 모험가가 아니라 상인이나 적당히 돈이 있는 사람이 관광차원차 여행을 다니는 것이니까.
"옷은 금방 완성되나요?"
"네, 1 리투안 시간이면 어떤 옷이든 충분 합니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자신있다는 목소리로 말을했다. 뭐 장사는 신용이 생명이니까. 믿어야 겠지.
"그럼 전문가이신 아주머니가 저 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여행복으로 만들어 주세요. 돈은 걱정하시지 마시고.."
원래 이럴 때는 나 같이 옷차림에 둔한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 보다는 자존심을 높여주며 전문가에게 맏기는게 최고였다. 내가 10년전에 마을에서 물건을 살 때 깨달은 점인데. 그런데 아직도 그 방법이 유효할까?
옷가게 주인 아줌마는 아까 졸고 있던 여유로운 표정과는 다르게 줄자로 빠르게 내 신체사이즈를 재더니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숙달된 솜씨, 다른 여행객들도 옷을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많은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바느질을 해야하는 만큼 전문가가 옷을 만드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옷을 만드는 동안, 빠른 바느질은 1리투안 시간 동안 지켜보고 있었어도 내 눈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진짜 눈깜짝할 사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금방 옷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내가 옷을 만드는데 걸렸던 시간을 생각하곤. 다음부터는 옷을 사입어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것을 느꼈다.
"옷, 다 완성되었습니다. 마음에 드세요?"
흠..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더니 고급 천을 많이 써서 옷을 만든 것 같았다. 별로 눈에 뛰지도 않는 부드러운 계통의 색으로 만들어진 옷은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역시 맏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에 보면 영웅들은 비싼 옷을 아주 싫어하던데. 내가아는 몇 안되는 상식으로 자기가 만들어 입는게 아니면 도시의 최고급 옷집이 아니라, 이런 여행객들이 자주 사용하는 옷가게에서 좋은 천으로 만들 경우 옷이 생각보다 금방 안 떨어지고 오래간다는 건 알고 있기 때문에.. 비싼 옷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래 옷은 주는데로 입어야 한다는게 8년동안의 내 옷입는 신조랄까? 하긴 신조라고 할 것도 없지. 그리고 전의 경우처럼 노예로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네."
아이보리 색 윗도리에 갈빛 바지,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마음에 들지.. 내 몸에 맞는 남자옷이면 누더기가 아니면 다 환영하고 싶은 심정인데....
"다른 필요하신거는 없으세요?"
음...이왕 온김에 망토도 하나 새로 사야겠다. 가죽망토는 튼튼하긴 해도 추위를 막는데는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았으니까. 클라리한테 덮어주려면...
"망토 하나가 필요한데."
"죄송하지만.. 망토가 자줏빛 망토 말고는 남아 있는게 없어요.손님 어떻게 하죠?"
자줏빛 망토.. 내 몇안되는 지식에 의하면 제일 비싸싼 망토가 자줏빛으로 염색된 망토라고 하던데. 오늘은 돈을 많이 써야하는 날인가 보다. 하긴 내 돈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그럼 자줏빛 망토로 주세요. 모두 얼마죠?"
"100트립 입니다."
100트립. 금화 10개다. 훌.. 역시 비싸긴 비싸군. 하긴 클라리가 그 때 저주스러운 내 옷과 자기 옷등 액세서리 구입하는데도 그정도 들었으니까 그렇게 많이 비싸다고 할수 없겠다.
난 돈주머니에서 금화 10개를 꺼내서 옷가게 아줌마에게 주었다. 금화 10개를 뺐는데도. 돈주머니의 무게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도데체 금화가 몇개나 들어있다는 이야기일까? 나중에 여관에서 몇갠지 세어봐야겠다.
난 옷을 사들고 여관을 향해서 다시 걸어갔다. 아쉽게도 이번엔 사우스 피투안 같은 건달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추워서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인가? 스트레스를 풀 대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난 한탄을하며 걸음을 옮겼다.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관 주인은 여전히 카운터에서 졸고 있었다. 문소리에 나를 흘끔 보더니 새로운 손님이 아닌 것에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처음에 올 때는 몰랐었는데 여관 곳곳에 많은 그림들이 달려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순서대로 그린 것 같은데. 어디 선가 본듯한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누군지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보니 잘 모르겠다. 여관 주인이 이런 그림 모우는데 취미가 있었나? 옷 갈아입고 내려와서 그림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모르지만 한번 둘러봐야겠다.
"란트군 이제 오십니까?"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안에는 건너와 있던 리아인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옷을 사느라..."
"네. 저가 깜빡 잊고 있었는데. 가이우스가 란트군께 전해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걸 전해드릴려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흠.. 란트 이외에는 나에 대한 분위기가 냉랭했다. 소피야 원래 별말 없는 거고 신디는 자고., 그럼 이렇게 분위기가 냉랭하게 된 이유는 단 한사람, 아니 한 검 뿐이었다. 클라리. 나를 노려보는 눈총이 좀 있다 한바탕 울 것 같은 분위기 인데. 그건 그렇고. 리아인은 무슨용건일까? 내가 리아인을 쳐다보자. 리아인은 흰 봉투를 꺼내더니 나에게 주었다. 편지인것 같은데. 가이우스 그 놈이 무슨 일이지? 내게 특별히 할 말이 있을까...? 그다지 특별한 사건도 없었는데? 봉투를 열자 역시 편지가 넣어져 있었다. 가이우스 녀석의 밤 인격이 보낸 것이라면 쓸데없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란트군께
먼저 란트군의 스승님이신 파트레아 아인트 슈타이튼 공의 쾌유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러한 연휴로 제국의 수도 포세트립톤으로 가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가지 말씀드릴께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황태자 세인트를 조심하십시오.
세인트? 리아인의 형이 아닌가..이런 편지를 동생의 손에 들려보내다니. 가이우스하고 리아인하고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아마 란트군이 자신의 파벌에 넣고 싶어 할 것입니다. 원래 야심이 커서 벌써 부터 친위조직을 정비하고 있는 그니까. 당신의 소문을 들은 이상 그 야심이 당신에게 미칠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그의 힘이나 권력에 눌려 그 말을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란트군의 현재 공인된 직위는 제국령 남파나단 자치령주 입니다. 그 직책에 대해 미리 양해를 드리지 못한 점은 죄송합니다. 그런데 자치령주는 백작,후작 공작과 같은 영주들과는 달리 황제 외에는 충성을 표시할 필요가 없는 때에 따라서는 황제와 대등한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자 앞에선 평소의 란트군 처럼 당당히 행동하십시오.
그 정도는 자신이 있지. 그런데 스승님의 아들이 야심이 크다. 왠지 안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인트 황태자, 스승님을 별로 닮지 않았나 보다.
만약 그 일이 실패할 경우 자신의 군사적인 힘을 보임으로 당신을 굴복시키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황태자가 동원 가능한 자신의 군사력은 머리수만 많을 뿐 E클래스 보병 약 8000 정도의 위력 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란트 군 역시 자치령내 주민들을 군사력으로 활용할 경우 E클래스 보병 7000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계시니 이러한 자료들로 살펴 볼때도 절때 밀릴 필요가 없습니다.
흠.. 우리마을 주민들이야 전쟁터에 보내면 잘 싸울것 같다. 종족별로 특색을 잘살리기만 한다면 오크 돌격단,.엘프 궁병단..그리고 그 힘이 무지막지한 오우거와 트롤들. 편지를 읽고 보니 세인트 황태자가 갑자기 더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현 철혈여제 통치하에서 세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귀족들 역시 당신의 등장을 그리 고운 시각으로 보진 않을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한 대책은 간단합니다.
란트군이 수도에 도착할 무렵에는 황실 주체 제국 검술, 그리고 마법 대회가 열리는 시점입니다. 그곳에 출전하셔서 란트군의 실력만 보이시면 됩니다. 그 후로는 제국내에 누구도 란트군을 가볍게 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황태자 친위군 정보 분석표를 동봉해 보내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흠..검술 마법 대회라..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보고 할일이 없으면 나가봐야 겠다.
다음장으로 편지를 넘기니 가이우스가 말했던 분석표라는 것이 나왔다.
세인트 황태자 군사 동원력 분석표
세인트 황태자 전투력 A-클래스
1. 황태자 직속 친위대
B클래스 2명
C클래스 100명
D클래스 500명
E클래스 1000명
총 전투력 E클래스 보병 2500명 정도의 전력
2 제국 동부 수비대
A클래스 1명 <-- 수비대 부 사령관
B클래스 3명
C클래스 50명
D클래스 100명
E클래스 3000명
총 전투력 E클래스 보병 3500명 정도의 전력
3. 총리대신 친위대
B클래스 1명
C클래스 100명
D클래스 300명
E클래스 1000명
총 전투력 E클래스 보명 2000명 정도의 전력
친 황태자 파 (황태자에게 충성을 맹세한 세력)
성기사 제 2 군단장 클라우디우스 폰 힐튼
헛 저놈은 클라리를 울린 그 술주정뱅이 그 놈인데...흠...잠깐 가이우스의 형이 되잖아. 리아인도 그렇고 가이우스도 그렇고 자기 형과 사이가 왜 그렇게 좋지 않는지.
필리포니스 영주 안티오 스피차넨
이오니스 영주 케인젤 다르넨시스
마케이아 영주 카르메니안 미티오스
비 황태자 파 (황태자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인물)
성기사단장 티베리우스 폰 힐튼
핀 누나의 남편이다. 그리고 클라리의 옛 주인, 그런데 황태자와 왜 사이가..좋지 않을까..
북부 수비대 사령관 메넬리오 비아니스
리투니아 시장 아우렐리아 폰 힐튼
황자 리아인 슈타이튼
피투안 대사 가이우스 폰 힐튼
흠..이런건 거의 국가 기밀 급 자료가 아닌가? 그런걸 나한테 보여줘도 되나? 가이우스의 마음을 모르겠다. 이런 저런일 휩싸아지 말고 스승님만 뵙고 다시 우리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가이우스의 편지를 보니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불길한 예감은 대체로 정확하던데.
리아인은 별 표정 없이 내가 읽는 모습을 묵묵히 볼 뿐이었다. 별로 가이우스 편에 서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야심 많은 황태자의 편에는 더더욱 서고 싶지 않다. 수도에가서 적당히 상황을보고 행동을 해야지...
"리아인, 결정은 수도에 가서 내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조용히 답을 하고 자기의 방으로 떠나는 리아인. 잠깐 리아인이 떠나면. 냉랭한 기세로 있는 클라리가...?
"주인님 나 두고 갔었지. 흑..흑..."
클라리가 울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저 울음.. 난리 났다. 그런데..소피가 가만히 창가에 서 있던 소피가 클라리를 보며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란트군을 괴롭히지 마세요. 클라리."
소피의 말에 클라리는 울음을 그치고 빨갛게 충렬된 눈으로 소피를 노려 보았다. 소피 역시 평소와는 다르게..클라리의 눈을 피하거나 하지 않았다. 흠 이 분위기를 해결 해야 하겠는데....
"클라리, 소피 계속 싸우면 마을로 돌려 너희들 마을로 돌려보내버릴꺼야."
내 말을 들은 두 여자는 맹렬하게 서로를 노려보던 눈을 돌려 나를 쳐다봤다. 다시 눈에 눈물이 고이는 클라리, 모르겠다. 이번엔 울어도 한번 버텨봐야지. 난 그 상황에서 도망치듯 방을 빠져 나왔다. 위기 상황도 피하고 피로도 풀겸, 목욕을 하려고 리아인의 방쪽으로 걸어갔다.
여자나 아이가 우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여자나 아이가 우는게 싫었다. 그 울음이 가짜라고 해도. 왜그렇는지 모르게 왠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특히 클라리가 울 때는 아니라고해도,.마음이 계속 쓰려오는 것은....
"리아인 샤워좀 하고 갈께요."
"아..네."
리아인은 방문을 열어주었다. 리아인의 방에서 대충 샤워를 하고 기분 전환도 할겸 새로산 옷으로 갈아 입었다. 리아인은 내가 옷을 갈아입은 모습을 보더니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란트군은. 어떤옷을 입어도 어울리는군요.."
사우스 피투안의 사건만 없었어도 칭찬으로 들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놀리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리아인, 놀리지 마세요."
난 리아인을 향해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했다.
"아, 농담이 아니라. 그 옷을 입으니 귀족같이 보입니다. 그 옷차림 그대로 황제 폐하를 알현해도 실례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귀족이라..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많이 죽이긴 했어도 실제로 인간 관계를 맺은 적은 없다. 유일하게 있다면 가이우스 정도...? 리아인은 황족이니아니고, 귀족 같다라. 흠, 모르겠다. 그런데..황제 폐하를 알현..?
"황제 폐하도 알현을 해야 합니까? 스승님만 보는게 아니고..?"
"네. 자치령 영주가 되셨으니 황제 폐하께 인사를 하는게 예의입니다."
"그렇군요."
흠..리아인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가이우스가 편지에 써준 일이 점점 실제로 일어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네, 그럼 전 저 방으로 돌아갈테니 편히 쉬십시오."
"네. 란트군께서도 편히 쉬십시오. 내일 부터는 오늘 만큼은 힘들지 않을 겁니다."
어쩌다가..내가 그렇게 큰 존재가 되었을까...하긴..우리마을에 쳐들오는 사람들을 없앨 때부터 어느정도 예상을 하긴 했었지만.
방에 돌아가니 소피는 피곤한듯 침대에 누워 잠이들어 있었다. 클라리하고는 풀렸나? 그런데 클라리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도 등을 돌린체 돌아보지를 않는다. 화나긴 단단히 화가 났나 보군..휴..내가 잘못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런데..클라리 가까이 가니..울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로. 소리도 많이 내지 않고..마음이 아파 온다.
"클라리 울지마..."
클라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참을 울던 클라리는 눈물이 눈에 가득한체 우는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나 주인님하고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 정말로..."
"미안..다신 보내버린다나 그런말 안할께...."
클라리. 이해 할 듯 하면서도 모르겠다. 클라리가 진짜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클라리가 사람이 아니란 사실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클라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
클라리는 내 품에 안겼다. 별로 넓지도 않은....
약한아이.....
핀 누나...저에게 너무 귀중하고 소중하지만 또 힘든...그런 선물을 주셨군요...
그렇게 또 해가 지고...밤이 되며
클라리와 내 마음 속에 일었던 작은 폭풍우는....가라앉았다.
잠시 동안 일지라도...머리 아픈 여러가지 생각들 역시...잊어버리고 싶다.
마음이 아픈....지금 잠시 동안이라도...
-아틀란티스 황제는 세가지 황제의 증표를 가지고 있었다. 세가지 증표는 검, 황제의 관, 목걸이 이며 그 세가지 증표에는 '다이루드'라 불리는 이 세상에 딱 다섯개만 존제한다는 신비로운 색의 보석이 박혀있다. 황제의 증표에 있는 세개의 '다이루드'이 외에 나머지 두개를 모두 모우면 신비한 일이 일 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나머지 두 보석의 존재 유무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확인해 볼 수 없는 일종의 인간의 소망이 빚어난 상상이란 견해가 대부분이다. <아틸란티스 제국사> 지니안 필로소폰 저-
북부산맥,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높은산의 정상부분에는 벌써 눈이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산을 감싸며 올라가는 매서운 초겨울의 바람은 정상에 싸여있는 눈들을 휘날리며,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신의 성소와 같은 느낌이 들게 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무렵에 산의 정상까지 가는 올라가는 사람도 없었기에, 어느 순간에서부터 사람들은 이무렵의 산 정상에는 신이나 정령들의 왕이 머물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고...
"리아인 아저씨, 나 업어주면 안되요? ...."
내 옆에서 쌕쌕 거리며 힘들게 걸음을 옮기던 신디는 리아인 쪽으로 달려가서 매달렸다. 그래 덩치가 그다지 안 큰 나보다는 리아인 등에 업혀 있는게 바람을 피하는데 더 좋겠지.
산 등성이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산 기슭에서 걷고 있는 우리 일행에게도 만만찮은 추위를 안겨주고 있었다. 우리 마을 뒤의 북부 산맥에서는 겨울에도 이런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길이 조금 험하더라도, 하긴 길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지만. 우리 마을 뒤쪽의 산맥을 넘었으면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그랬으면 사우스 피투안 에서 겪었던...수난을 피할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런데 엘프는 추위도 별로 안타는 것 같았다. 얇은 옷 한장만 걸치고도 소피는 별표정없이 산길을 걷고 오고 있었다. 오히려 평탄한 돌길에서보다 산길에서의 걸음이 더 안정돼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그에 반해...클라리는 사우스 피투안에서 샀던 옷을 겹겹히 걸치고도 추운듯 떨고 있었다. 사우스 피투안에서 당했던 걸 생각하면 속이 뒤집히지만 그래도 클라리가 불쌍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냥 검속에 있으면 힘도 안들고 따뜻할 텐데, 왜 들어가지 않고 힘들게 꼭 걸어서 가는건지 모르겠다. 나 역시 나 몸집 보다 훨씬 큰 리아인의 옷을 입고 있으니, 차가운 바람이 옷속까지 파고 들어왔다.
"윈드.."
난 바람이 부는 반대쪽으로 마법을 썼다. 마법을 배워서 어디에 쓸까? 이럴때라도 써야지.
내 마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행히 매섭게 불어오던 바람이 조금 사그라 드는 것이 느껴졌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핀누나가 빙계계열의 마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누나가 쓴 책에서 마법을 배운 나도 역시 주로 빙계계열의 마법을 능숙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반해 상극계열인 화염계열은 약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화염계열의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하면 추위를 덜 수 있을텐데, 능숙하게 쓰지도 못하면서 잘못 마법을 쓰면 말라붙은 겨울 산에 불이 나서 산이 다 타버릴 수도 있으니까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제국의 국경입니다."
리아인은 이 정도 추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별표정없이 신디를 업고 가고 있었다. 역시..무인은 무인이었다. 저런 성격이면 장군을 해도 될껀데, 왜 기사의 직만 맏고 있을까? 소문에 의하면 리아인의 형인 제국 황태자는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동부 사령관 직과 총리대신 직을 겸직하고 있다던데. 음, 욕심이 없는건지. 하긴 눈빛에 의지와 신념은 있어도 욕심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클라리가 덜덜 떠는 모습을 계속보고 있으려니까 안쓰러웠다. 당한걸 생각하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왜 클라리에게는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걸까? 휴...난 망토로 클라리를 덮어주었다. 추위 때문에 얼굴이 파랗게 되버린 클라리가 날 보며 고맙다는 듯 작게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클라리가 웃는 모습을 보니 왠지 괭장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중요한 사실은 망토를 벗으니 추위가 장난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난 몸안에서 약하게 화염계열의 마법속성을 지닌 마나를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불이 나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화염계열이라고 해도 약하게 열을 내는 것인데 이정도 열에 불이 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 어쨌든 효과가 생각보다 좋았다. 거의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나를 괴롭혔던 추위가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하긴 마법을 많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제대로 사용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쓸일도 별로 없었고.
클라리는 살며시 나한테 몸을 기댔다. 클라리, 난 아직 화가 완전히 풀린건 아니라구. 하지만 손은 내 의지와는 별 상관없이 클라리를 한쪽 팔로 안아주었다. 그런데 뒤통수가 왜 그렇게 따가워지는 거지..뒤쪽에는 소피 밖에 없을텐데....?
"주인님아. 스승님을 만나고 나서는 어떻게 할거야?"
클라리는 추위 때문에 말하기도 힘든듯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그냥 지금은 스승님을 보고 싶을 뿐이야."
그래, 그 것 뿐이다. 스승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뿐. 그리고 스승님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없었다. 왠만하면 스승님을 만난 뒤에는 다시 우리마을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리아인, 요즘도 산맥 위에 경비 초소가 있니?"
클라리는 뭔가 옛날 기억을 떠올리듯 나에게 기댄체로 리아인을 향해 말을했다.
"아닙니다. 요즘에는 엘로우로즈께서 노력하신 결과로 몬스터들과 도적단들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산맥 위 국경에 초소를 세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성기사 제 4군단을 대체한 북부 수비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파나단 자치령도 북부 수비대의 보호 범위니까. 란트군의 마을에 힘든 일이 생기면 당장 북부 수비대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리아인은 별다른 어조의 변화 없이 말을했다. 역시 일급 장군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인재를 왜 썩혀 두는지.
다행히 능선은 산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걸으니 내 눈에도 내리막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 산이라 그런지 잎이 없이 작달막하게 서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드문 드문 보이는 소나무 같은 사계절 내내 잎이 있는 나무들이 눈이 오기전의 겨울산의 멋없는 모습을 조금 가려주고 있었다.
마법의 효과는 굉장했다. 온몸을 따뜻한 기운이 감싸는 것이 옷을 다 벗어도 괜찮을 정도 인 것 같다. 쩝..다른 사람한테도 써주고 싶었지만 상극의 속성을 가진 힘이 잘못 충돌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상태를 모르는 나는 써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리아인, 설마 오늘, 노숙하는건 아니겠지? 이렇게 추운데...?"
클라리는 내쪽을 향해 몸을 더 붙이며 말을했다. 클라리 때문에 걷는데 지장이 오기 시작한다. 이제 왠만한 힘을 안주면 클라리를 때어내기가 힘들텐데 어떻게 한다?
"네, 산맥 기슭에 바로 마을이 있습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여관정도는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레이디 프리안느."
여관, 사우스 피투안에서 본 그 카운터에 있는 녀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악몽이다 악몽..날 언제는 노예처럼 쳐다보더니. 그 후에 더 충격적인 표정을 봤으니까. 내 일생 일대에 결코 잊지 못하리라.
북부 산맥의 험악한 명성과는 다르게 길은 괭장히 평탄했다. 오르막길 내리막 구별 할 것 없이. 추위만 빼면 편안한 여행이었을 텐데. 난 상관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걱정이었다. 하긴 사람이라 하면 나말고는 두명 밖에 없으니. 그 외에 한명의 엘프, 검 하나.
여름에 오면 야생 풀들 때문에 산 전체가 푸르게 변하는데.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살아있는 풀을 보기가 힘들었다. 겨울에 눈 속에서 꽃을 틔우는 식물도 있다던데. 난 아직까지 본적이 없었다. 눈처럼 무척이나 흰 꽃을 피운다고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앞을 보니 신디는 리아인에게 업힌체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흠...신디도 이제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닌데. 한명을 업은체로 산을 넘다니, 리아인 체력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하긴 기사들은 전투시에 풀플레이트를 입고 싸우니까. 신디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엔 몬스터들 때문에 이 능선을 넘기 위해선 중무장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동을 해야 됬다고 한다. 그런 이유와 국가적으로 적대적인 관계 때문에 피투안국과 리투안국 사이에는 가끔씩의 해상무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 전쟁에서 피투안국이 리투안 국에 복속된 이 후, 몬스터들도 많이 사라지고 육로를 통한 교류도 매우 활발해 졌다고 책에서 읽었다.
"주인님아~! 마을이야 마을..!!"
클라리...정말 춥긴 추웠나보다 능선밑에 별로 크지는 않은 마을이 눈앞에 보이자 입술이 파랗게 되서 나한테 꼭 붙어있던 클라리는 엄청 좋아했다. 산만 벗어나면 제국령이라서 아마 따뜻할 텐데.
역시 산 능선 위에서 멀리 보이는 들판에는 아직 푸른 빛이 가득했다. 산 하나만 넘었을 뿐인데 왜 저렇게 기후가 달라지는 것일까?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자연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인간이 쓰는 마법정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신디는 내리막길이 되자 리아인 등에서 내리더니 리아인의 앞쪽에서 걷기 시작했다. 하긴 바람이 산위에서 부니까 이제 업혀 있어봐야. 소용이 없겠지. 역시 신디는 생각보다 대단한 꼬마라니까.
소피를 보니 아까전부터 표정이 어두웠다. 흠. 왜 그렇지? 뭐 안좋은일이 있었나? 사람 마음도 파악하기 힘든데. 엘프 마음이야. 내가 알리가 있을까? 후.....
"오빠! 리아인 아저씨! 사슴이야 사슴."
산 중턱쯤에서 가만히 서 있던 사슴 몇마리가 신디의 소리를 듣고는 놀래서 도망을 치는 것이 보였다. 신디는 사슴을 쫓아 산위를 오르려다 곧 포기하고는 큰 숨을 내쉬면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몬스터들이 사라진 뒤 부터는 야생동물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몸집이 크면서도 온순한 사슴같은 동물들이 산을 넘으면서도 예전엔 거의 볼수 없었던 많은 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신디는 자기가 리아인에게 업혀있어서 그 동물들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
멀게만 보이던 그 마을의 입구도 어느덧 가까이 다가왔다. 워낙 추워서 그런지 모두들 별말이 없었다. 특히 우리 일행의 대부분의 말을 혼자서 다하던 클라리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던 까닭에.....
마을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이 보였다. 집이라던지 울타리 같은 것도 거의 낡은 흔적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마 산맥을 넘는 상인이나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인 것 같은데. 겨울동안은 좀 고생을 하겠단 생각이 든다. 겨울에는 우리같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여행이나 장사를 하지 않으니까. 아직 늦가을인 지금에도 산맥 위의 추위가 저정도 인데.. 그것도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낮은 능선이. 한 겨울에는 걷기조차 힘들정도로 눈까지 내리니 그 산을 넘겠다고 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었다.
이번 마을엔 제대로 옷을 사야한다는 중요한 목적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마법때문에 별로 춥지는 않지만, 덩치 큰 리아인에 맞추어진 큰 옷은 왠지 불편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클라리는 아무말도 안하고 묵묵히 우리를 데리고 여관쪽으로 걸어갔다. 나름데로 산뜻한 느낌이 드는 디자인으로 지어진 여관. 그런데 이번에도 왠지 비싸보인다. 클라리는 추워서 말도 못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비싸보이는 여관은 잘 고르는지. 정말 모르겠다. 사우스 피투안에서 묵은 여관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번에 클라리가 고른 여관도 왠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마찮가지였다.
어쨌든 내 예상이 맞는 것 같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이 아니라면 이렇게 작은 마을에 이런 큰 여관이 있을리가 없다. 여관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여관에서는 왠지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카운터에는 졸고있는 아저씨한명만 있을 뿐.
"방 두개 주세요. 하나는 제일 큰 방 하나는 작은방으로."
리아인은 상대가 졸고 있던 말던 그냥 묵묵히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그리고 우리 일행이 방 배정가지고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결정해 버리는 치밀함 까지.. 잠깐, 이러면 나만 피곤하게 되잖아? 리아인 보기보다 사악한면이....
리아인의 말에 화뜰짝 놀라며 잠을 깬 여관 주인은 길게 하품을 하며... 이번엔 주인 같았다. 사우스 피투안의 그 여관 카운터에 있는 놈은 딱 보기에도 주인이 아닌 것 같았지만... 매우 반가운 듯한 눈빛으로 우리 일행을 쳐다보았다. 하긴, 손님이 없는 이맘 때 손님이 제발로 찾아왔으니까. 반가울 만도 하지.
리아인는 내가 노려보는 것을 느꼈는지 또 그 의미모를 웃음을 지었다. 그 덩치에 그 얼굴에 별로 안 어울리는 할 수 없지. 내가 졌다.
방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가니.. 사우스 피투안 그 여관 처럼 번쩍 거리지는 않았지만 손님이 없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먼지하나 없었다. 흠..비싼 값을 하긴 하는군. 하지만 난 먼지가 있든 깨끗하든 말든 별 상관이 없는데.
요즘들어서. 왜 어릴 때 부터 그 놈의 검을 안고 잤었는지 후회를 하는 때가 많다. 물론 사람으로 나타났을때가 아니라. 검 본체를 어릴 때 특별히 가지고 잘 물건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어렸을 때 제일 많은 의지가 가는게 바로 내 검이였었다. 그런 까닭인지 클라리는 내 손을 안잡으면 잠을 못자는 것이였다. 사람모습일 때도 안잡아주면 밤새도록 옆에서 훌쩍 거리며 앉아 있는바람에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나 옷사러 갔다 올께."
방에 짐을 내려 놓자 마자 난 말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벌 옷을 좀 챙겨오는 건데. 하긴챙겨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야 하겠지. 클라리는 요리는 잘하면서 왜 바느질은 못하는지 모르겠다. 바늘만 잡으면 손가락이 꼭 찔리는 클라리였다. 안그랬으면 내 옷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껀데..
"주인님아~! 나도 같이 가자."
아직 난로에 불을 지피지 않아 조금 서늘 했지만 그래도 방에 들어와 찬기운이 많이 사라졌던 까닭인지 얼어있었던 클라리의 얼굴이 많이 풀어진 것 같이 보였다.
"또 나한테 이상한짓 하려고..?"
난 저번 같은 그런 짓 다시는 당하고 싶지 않다. 나도 내가 그렇게 생겼었는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어릴 때 이후로 한번도 거울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으니까..
"주인님아 또 삐졌어?"
"....."
내가 말을 해서 무엇하랴? 그냥 가야지. 그리고 밖은 솔직히 추울텐데. 추위를 그렇게 타면서 클라리는 나가서 어쩌려고. 검이 감기가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하면 감기걸릴 수도 있을텐데. 헛 내가 저 사악한 검을 걱정하고 있다니...
난 그냥 클라리를 안에 둔체 밖으로 걸어나왔다. 물론 돈주머니를 받아서 오는건 잊지 않았다. 한 10년동안 돈을 안써서 그렇지 나도 어릴 때는 제법 살림꾼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하지만 정말 오랫만에 돈을 만져보는 것이라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을은 정말 조용했다. 여행객들이 많지 않은 시기라 그런지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난 조금 걸어가자 눈앞에 보이는 옷가게로 걸어갔다. 물론 사우스 피투안의 그런 옷가게가 아니라 진짜 옷가게로.
옷가게 문을 열자 그런데로 마음씨 좋게 보이는 아줌마가 털옷을 짜다가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겨울의 이 마을사람들은 할일이 거의 없어서 그럴까..? 여관주인도 그렇고 옷가게도. 문을 여는 순간 가게안으로 불어들어온 찬바람과 함께 인기척을 느꼈는지 졸고있던 아주머니는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쳐다봤다.
"아! 손님 죄송합니다.어떤 스타일의 옷을 원하시는지..?"
방금 전까지 졸고 있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옷가게 주인 아줌마는 빠르게 행동을 했다. 옷가게 주위에 놓여있는 옷감들을 살펴보니 비교적 질이 좋았다. 역시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다보니, 아무래도 마을 전체가 조금 고급화 되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여행객들은 예전같이 가난한 모험가가 아니라 상인이나 적당히 돈이 있는 사람이 관광차원차 여행을 다니는 것이니까.
"옷은 금방 완성되나요?"
"네, 1 리투안 시간이면 어떤 옷이든 충분 합니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자신있다는 목소리로 말을했다. 뭐 장사는 신용이 생명이니까. 믿어야 겠지.
"그럼 전문가이신 아주머니가 저 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여행복으로 만들어 주세요. 돈은 걱정하시지 마시고.."
원래 이럴 때는 나 같이 옷차림에 둔한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 보다는 자존심을 높여주며 전문가에게 맏기는게 최고였다. 내가 10년전에 마을에서 물건을 살 때 깨달은 점인데. 그런데 아직도 그 방법이 유효할까?
옷가게 주인 아줌마는 아까 졸고 있던 여유로운 표정과는 다르게 줄자로 빠르게 내 신체사이즈를 재더니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숙달된 솜씨, 다른 여행객들도 옷을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많은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바느질을 해야하는 만큼 전문가가 옷을 만드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옷을 만드는 동안, 빠른 바느질은 1리투안 시간 동안 지켜보고 있었어도 내 눈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진짜 눈깜짝할 사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금방 옷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내가 옷을 만드는데 걸렸던 시간을 생각하곤. 다음부터는 옷을 사입어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것을 느꼈다.
"옷, 다 완성되었습니다. 마음에 드세요?"
흠..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더니 고급 천을 많이 써서 옷을 만든 것 같았다. 별로 눈에 뛰지도 않는 부드러운 계통의 색으로 만들어진 옷은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역시 맏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에 보면 영웅들은 비싼 옷을 아주 싫어하던데. 내가아는 몇 안되는 상식으로 자기가 만들어 입는게 아니면 도시의 최고급 옷집이 아니라, 이런 여행객들이 자주 사용하는 옷가게에서 좋은 천으로 만들 경우 옷이 생각보다 금방 안 떨어지고 오래간다는 건 알고 있기 때문에.. 비싼 옷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래 옷은 주는데로 입어야 한다는게 8년동안의 내 옷입는 신조랄까? 하긴 신조라고 할 것도 없지. 그리고 전의 경우처럼 노예로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네."
아이보리 색 윗도리에 갈빛 바지,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마음에 들지.. 내 몸에 맞는 남자옷이면 누더기가 아니면 다 환영하고 싶은 심정인데....
"다른 필요하신거는 없으세요?"
음...이왕 온김에 망토도 하나 새로 사야겠다. 가죽망토는 튼튼하긴 해도 추위를 막는데는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았으니까. 클라리한테 덮어주려면...
"망토 하나가 필요한데."
"죄송하지만.. 망토가 자줏빛 망토 말고는 남아 있는게 없어요.손님 어떻게 하죠?"
자줏빛 망토.. 내 몇안되는 지식에 의하면 제일 비싸싼 망토가 자줏빛으로 염색된 망토라고 하던데. 오늘은 돈을 많이 써야하는 날인가 보다. 하긴 내 돈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그럼 자줏빛 망토로 주세요. 모두 얼마죠?"
"100트립 입니다."
100트립. 금화 10개다. 훌.. 역시 비싸긴 비싸군. 하긴 클라리가 그 때 저주스러운 내 옷과 자기 옷등 액세서리 구입하는데도 그정도 들었으니까 그렇게 많이 비싸다고 할수 없겠다.
난 돈주머니에서 금화 10개를 꺼내서 옷가게 아줌마에게 주었다. 금화 10개를 뺐는데도. 돈주머니의 무게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도데체 금화가 몇개나 들어있다는 이야기일까? 나중에 여관에서 몇갠지 세어봐야겠다.
난 옷을 사들고 여관을 향해서 다시 걸어갔다. 아쉽게도 이번엔 사우스 피투안 같은 건달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추워서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인가? 스트레스를 풀 대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난 한탄을하며 걸음을 옮겼다.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관 주인은 여전히 카운터에서 졸고 있었다. 문소리에 나를 흘끔 보더니 새로운 손님이 아닌 것에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처음에 올 때는 몰랐었는데 여관 곳곳에 많은 그림들이 달려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순서대로 그린 것 같은데. 어디 선가 본듯한 인물들이 많이 있었다. 누군지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보니 잘 모르겠다. 여관 주인이 이런 그림 모우는데 취미가 있었나? 옷 갈아입고 내려와서 그림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모르지만 한번 둘러봐야겠다.
"란트군 이제 오십니까?"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안에는 건너와 있던 리아인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옷을 사느라..."
"네. 저가 깜빡 잊고 있었는데. 가이우스가 란트군께 전해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걸 전해드릴려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흠.. 란트 이외에는 나에 대한 분위기가 냉랭했다. 소피야 원래 별말 없는 거고 신디는 자고., 그럼 이렇게 분위기가 냉랭하게 된 이유는 단 한사람, 아니 한 검 뿐이었다. 클라리. 나를 노려보는 눈총이 좀 있다 한바탕 울 것 같은 분위기 인데. 그건 그렇고. 리아인은 무슨용건일까? 내가 리아인을 쳐다보자. 리아인은 흰 봉투를 꺼내더니 나에게 주었다. 편지인것 같은데. 가이우스 그 놈이 무슨 일이지? 내게 특별히 할 말이 있을까...? 그다지 특별한 사건도 없었는데? 봉투를 열자 역시 편지가 넣어져 있었다. 가이우스 녀석의 밤 인격이 보낸 것이라면 쓸데없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란트군께
먼저 란트군의 스승님이신 파트레아 아인트 슈타이튼 공의 쾌유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러한 연휴로 제국의 수도 포세트립톤으로 가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가지 말씀드릴께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황태자 세인트를 조심하십시오.
세인트? 리아인의 형이 아닌가..이런 편지를 동생의 손에 들려보내다니. 가이우스하고 리아인하고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아마 란트군이 자신의 파벌에 넣고 싶어 할 것입니다. 원래 야심이 커서 벌써 부터 친위조직을 정비하고 있는 그니까. 당신의 소문을 들은 이상 그 야심이 당신에게 미칠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그의 힘이나 권력에 눌려 그 말을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란트군의 현재 공인된 직위는 제국령 남파나단 자치령주 입니다. 그 직책에 대해 미리 양해를 드리지 못한 점은 죄송합니다. 그런데 자치령주는 백작,후작 공작과 같은 영주들과는 달리 황제 외에는 충성을 표시할 필요가 없는 때에 따라서는 황제와 대등한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자 앞에선 평소의 란트군 처럼 당당히 행동하십시오.
그 정도는 자신이 있지. 그런데 스승님의 아들이 야심이 크다. 왠지 안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인트 황태자, 스승님을 별로 닮지 않았나 보다.
만약 그 일이 실패할 경우 자신의 군사적인 힘을 보임으로 당신을 굴복시키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황태자가 동원 가능한 자신의 군사력은 머리수만 많을 뿐 E클래스 보병 약 8000 정도의 위력 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란트 군 역시 자치령내 주민들을 군사력으로 활용할 경우 E클래스 보병 7000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계시니 이러한 자료들로 살펴 볼때도 절때 밀릴 필요가 없습니다.
흠.. 우리마을 주민들이야 전쟁터에 보내면 잘 싸울것 같다. 종족별로 특색을 잘살리기만 한다면 오크 돌격단,.엘프 궁병단..그리고 그 힘이 무지막지한 오우거와 트롤들. 편지를 읽고 보니 세인트 황태자가 갑자기 더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현 철혈여제 통치하에서 세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귀족들 역시 당신의 등장을 그리 고운 시각으로 보진 않을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한 대책은 간단합니다.
란트군이 수도에 도착할 무렵에는 황실 주체 제국 검술, 그리고 마법 대회가 열리는 시점입니다. 그곳에 출전하셔서 란트군의 실력만 보이시면 됩니다. 그 후로는 제국내에 누구도 란트군을 가볍게 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황태자 친위군 정보 분석표를 동봉해 보내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흠..검술 마법 대회라..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보고 할일이 없으면 나가봐야 겠다.
다음장으로 편지를 넘기니 가이우스가 말했던 분석표라는 것이 나왔다.
세인트 황태자 군사 동원력 분석표
세인트 황태자 전투력 A-클래스
1. 황태자 직속 친위대
B클래스 2명
C클래스 100명
D클래스 500명
E클래스 1000명
총 전투력 E클래스 보병 2500명 정도의 전력
2 제국 동부 수비대
A클래스 1명 <-- 수비대 부 사령관
B클래스 3명
C클래스 50명
D클래스 100명
E클래스 3000명
총 전투력 E클래스 보병 3500명 정도의 전력
3. 총리대신 친위대
B클래스 1명
C클래스 100명
D클래스 300명
E클래스 1000명
총 전투력 E클래스 보명 2000명 정도의 전력
친 황태자 파 (황태자에게 충성을 맹세한 세력)
성기사 제 2 군단장 클라우디우스 폰 힐튼
헛 저놈은 클라리를 울린 그 술주정뱅이 그 놈인데...흠...잠깐 가이우스의 형이 되잖아. 리아인도 그렇고 가이우스도 그렇고 자기 형과 사이가 왜 그렇게 좋지 않는지.
필리포니스 영주 안티오 스피차넨
이오니스 영주 케인젤 다르넨시스
마케이아 영주 카르메니안 미티오스
비 황태자 파 (황태자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인물)
성기사단장 티베리우스 폰 힐튼
핀 누나의 남편이다. 그리고 클라리의 옛 주인, 그런데 황태자와 왜 사이가..좋지 않을까..
북부 수비대 사령관 메넬리오 비아니스
리투니아 시장 아우렐리아 폰 힐튼
황자 리아인 슈타이튼
피투안 대사 가이우스 폰 힐튼
흠..이런건 거의 국가 기밀 급 자료가 아닌가? 그런걸 나한테 보여줘도 되나? 가이우스의 마음을 모르겠다. 이런 저런일 휩싸아지 말고 스승님만 뵙고 다시 우리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가이우스의 편지를 보니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불길한 예감은 대체로 정확하던데.
리아인은 별 표정 없이 내가 읽는 모습을 묵묵히 볼 뿐이었다. 별로 가이우스 편에 서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야심 많은 황태자의 편에는 더더욱 서고 싶지 않다. 수도에가서 적당히 상황을보고 행동을 해야지...
"리아인, 결정은 수도에 가서 내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조용히 답을 하고 자기의 방으로 떠나는 리아인. 잠깐 리아인이 떠나면. 냉랭한 기세로 있는 클라리가...?
"주인님 나 두고 갔었지. 흑..흑..."
클라리가 울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저 울음.. 난리 났다. 그런데..소피가 가만히 창가에 서 있던 소피가 클라리를 보며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란트군을 괴롭히지 마세요. 클라리."
소피의 말에 클라리는 울음을 그치고 빨갛게 충렬된 눈으로 소피를 노려 보았다. 소피 역시 평소와는 다르게..클라리의 눈을 피하거나 하지 않았다. 흠 이 분위기를 해결 해야 하겠는데....
"클라리, 소피 계속 싸우면 마을로 돌려 너희들 마을로 돌려보내버릴꺼야."
내 말을 들은 두 여자는 맹렬하게 서로를 노려보던 눈을 돌려 나를 쳐다봤다. 다시 눈에 눈물이 고이는 클라리, 모르겠다. 이번엔 울어도 한번 버텨봐야지. 난 그 상황에서 도망치듯 방을 빠져 나왔다. 위기 상황도 피하고 피로도 풀겸, 목욕을 하려고 리아인의 방쪽으로 걸어갔다.
여자나 아이가 우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여자나 아이가 우는게 싫었다. 그 울음이 가짜라고 해도. 왜그렇는지 모르게 왠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특히 클라리가 울 때는 아니라고해도,.마음이 계속 쓰려오는 것은....
"리아인 샤워좀 하고 갈께요."
"아..네."
리아인은 방문을 열어주었다. 리아인의 방에서 대충 샤워를 하고 기분 전환도 할겸 새로산 옷으로 갈아 입었다. 리아인은 내가 옷을 갈아입은 모습을 보더니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란트군은. 어떤옷을 입어도 어울리는군요.."
사우스 피투안의 사건만 없었어도 칭찬으로 들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놀리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리아인, 놀리지 마세요."
난 리아인을 향해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했다.
"아, 농담이 아니라. 그 옷을 입으니 귀족같이 보입니다. 그 옷차림 그대로 황제 폐하를 알현해도 실례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귀족이라..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많이 죽이긴 했어도 실제로 인간 관계를 맺은 적은 없다. 유일하게 있다면 가이우스 정도...? 리아인은 황족이니아니고, 귀족 같다라. 흠, 모르겠다. 그런데..황제 폐하를 알현..?
"황제 폐하도 알현을 해야 합니까? 스승님만 보는게 아니고..?"
"네. 자치령 영주가 되셨으니 황제 폐하께 인사를 하는게 예의입니다."
"그렇군요."
흠..리아인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가이우스가 편지에 써준 일이 점점 실제로 일어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네, 그럼 전 저 방으로 돌아갈테니 편히 쉬십시오."
"네. 란트군께서도 편히 쉬십시오. 내일 부터는 오늘 만큼은 힘들지 않을 겁니다."
어쩌다가..내가 그렇게 큰 존재가 되었을까...하긴..우리마을에 쳐들오는 사람들을 없앨 때부터 어느정도 예상을 하긴 했었지만.
방에 돌아가니 소피는 피곤한듯 침대에 누워 잠이들어 있었다. 클라리하고는 풀렸나? 그런데 클라리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도 등을 돌린체 돌아보지를 않는다. 화나긴 단단히 화가 났나 보군..휴..내가 잘못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런데..클라리 가까이 가니..울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로. 소리도 많이 내지 않고..마음이 아파 온다.
"클라리 울지마..."
클라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참을 울던 클라리는 눈물이 눈에 가득한체 우는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나 주인님하고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 정말로..."
"미안..다신 보내버린다나 그런말 안할께...."
클라리. 이해 할 듯 하면서도 모르겠다. 클라리가 진짜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클라리가 사람이 아니란 사실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클라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
클라리는 내 품에 안겼다. 별로 넓지도 않은....
약한아이.....
핀 누나...저에게 너무 귀중하고 소중하지만 또 힘든...그런 선물을 주셨군요...
그렇게 또 해가 지고...밤이 되며
클라리와 내 마음 속에 일었던 작은 폭풍우는....가라앉았다.
잠시 동안 일지라도...머리 아픈 여러가지 생각들 역시...잊어버리고 싶다.
마음이 아픈....지금 잠시 동안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