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2장 제국의 수도를 향해(4) 노스트립톤(수정)

푸른바람·2002. 3. 1. PM 2:18:03·조회 5451·추천 58
에피소드 9 여행(3)

-대륙 전체의 기후는 주로 산맥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북부 산맥의 남쪽에 있는 제국령은 해양성기후로 인해 겨울에도 눈이 내리는 것을 보기가 힘들 정도로 온난하다. 하지만 북부산맥위 파나단 지역은  겨울에 밖에 돌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추위가 찾아온다. 그리고 제국령과 중부산맥을 경계로한 대륙 중앙의 그릭 연맹의 지역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그릭 연맹 지역의 서쪽에는 엄청난 크기의 사막이 존제하고 있어 봄철에는 모래의 영향으로 그릭 연맹 지역에 누런 색의 비가 내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리투안 제국 대 백과사전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와! 따뜻해."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클라리. 북부 산맥을 벗어나자 매섭게 몰아치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따스한 남풍이 계속 불고 있었다. 추위에 약한 클라리는 산에서 벗어나자 죽었다 살아난 것 같은 표정을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클라리는 어제처럼 나한테 붙어있지는 않아서 걷는데 힘이 적게 들었다. 나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이었으면 내가 플라이 마법에 약하기는 하지만 플라이 마법을 써서 산맥정도는 가볍게 넘었겠지만,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닌 까닭에 이렇게 일행을 따라 걷고 있었다. 뭐, 월등히 플라이 마법을 잘 사용하는 경우라면야 모두들 날아오르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8서클 마스터 마법사 치고는 내 플라이 마법 이 약해서 지속 시간도 별로 길지 않고, 쓰고 나면 많이 피곤해졌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 말고는 잘 쓰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니 여러 사람을 동시에 날게 하는 것은 절대 무리가 있었다.

"리아인, 황자가 제국령에 돌어왔는데도 마중나오는 사람도 없어? 나 걷기 싫은데..."

따뜻해진 기후에 기뻐할 때는 언제고 클라리는 곧 리아인을 향해 투덜 거리며 불평을 하고 있었다. 리아인은 그래도 제국의 황자일텐데, 저렇게 클라리한테 당하며 살다니. 흠.

"클라리, 걷기 싫으면 검 안으로 들어가면 되잖아."

난 리아인도 도와줄겸 클라리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클라리를 향해 말을 했다.

"싫어! 주인님아!"

그런데 내말을 들은 클라리가 갑자기 목소리를 크게 해서 답을 했다. 흠...왜그럴까? 클라리는 그 때 검 밖으로 나온 뒤로는 지금까지 한번도 검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마법검은 검안이 가장 편하다고 하던데....클라리는 안 그런가...?

리아인은 나와 클라리 쪽을 한번 쳐다본 뒤 그 의미모를 미소를 얼굴에 뛰운체 말을 했다.

"저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만. 생각해보니 마중 나와주실 분이 딱 한분 있습니다. 조금만 더 가보도록 하죠."

리아인이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굴까? 궁금했다. 리아인의 측근 신하나 아니면 동료? 흠...

신디는 날씨가 따뜻해진 뒤에도 계속 리아인의 넓은 등에 매달려 있었다. 원래 꼬마치고는 말이 별로 없었지만, 여행을 떠난 뒤부터는 피곤해서 그런지 거의 말을하지 않았다. 가끔씩 리아인보고 말을 하는 것 말고는 그래도 일년 정도 같이 살았었는데, 요즘엔 나보다 리아인을 더 좋아하는 것 같으니. 조금 섭섭했다. 흠. 그리고 저 등에 업힌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신디는 알고 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국의 황자의 등인데.

넓게 직선 정돈되어 있는 벽돌로 만들어진 돌길, 제국령 내부의 길은 정말 잘 닦여 있다고 밖에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이런 길만 다니는 사람들이 본다면 우리 마을에서 내가 주로 다니는 동물들의 길은 길이란 생각조차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돈된 길가로는 우리마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많은 수의 코스모스들이 피어있었다. 평평한 길이라 불편한 것도 없는데다 맑은 하늘에 온화한 날씨, 여행이 계속 이렇게 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생각해보니 전부터 궁금한게 하나 있었다. 난 클라리 허리에 매달려있는 돈 주머니를 가르키며 리아인을 향해 말을했다. 그런데 이런 것을 꼭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리아인, 저 주머니에 있는 돈이 어느정도죠?"

내 질문에 리아인은 갑자기 무슨 이야기이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후에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답을 했다. 리아인도 내가 말을 잘 하지 않는 다는 사실에 적응이 된 것일까? 클라리가 아닌 내가 물었다는 사실에 조금 의외인 것 같이 느끼는 것 처렴 보였다.

"아..네. 대략 3000트립 정도 들어있습니다. 금화 300개 골드화로는 2만7천골드 정도 쯤 됩니다."

3000트립. 금화 300개라. 흠..어쩐지 써도써도 안줄어드는 것 같다더니.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돈 주머니는 클라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내가 늦잠을 자는 동안, 들고 간 것 같다. 사우스 피투안 사건만 생각하면 클라리에게 돈주머니를 주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클라리의 손아귀에 들어간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포기할 수 밖에.

"음.. 리아인 다음번 도시는 아마 노스 트립톤이지?"

클라리는 뭔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리아인을 향해 다시 질문을 던졌다.

"네.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레이디 프리안느."

묵묵히 답을 하는 리아인, 리아인은 나와 클라리가 묻는 것에 대해 답을 할뿐 특별히 먼저 말을 꺼네는 일이 없었다. 스승님은 주로 혼자서 말을 다하던데. 역시 안 닮지 않은 것인가? 그러고 보니 소문을 들어보면 첫째 황태자도 그렇게 스승님을 닮지는 않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럼 스승님의 아들 중 스승님을 닮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불쌍한 스승님.

클라리가 말한 제국 최북방의 도시, 노스 트립톤, 내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군사도시였다. 제국 북부 수비대의 본부이며 제국 최고의 방위력을 자랑하는 도시. 필립 3세가 방위도시로 세운 뒤부터는 30년전의 대 전쟁 때,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점령당한 적이 없다는 그런 전설을 가진 최고의 군사 방어 도시였다. 그러고 보니 북부 수비대장은 가이우스가 써준 자료에 따르면 비 황태자 파였지? 왠지 노스트립톤에 가면 한번 쯤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리아인과 같이 여행을 하는 중이니 만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그순간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중심을 잃는 것이, 난 급하게 그 존재의 팔을 잡아 주었다. 쩝 소피 였다.

"소피, 괜찮아?"

"아..네..란트.."

나를 보며 얼굴이 조금 빨갛게 되서 대답을 하는 소피.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소피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흙길에서는 종종 넘어지려 해서 그렇지 별로 많이 피곤해 보이지는 않았었는데. 제국령의 돌길로 들어선 뒤부터는 소피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아픈 듯 보였다. 여행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을텐데. 소피는 왜 따라 왔을까? 이번 여행에 정말. 요즘엔 모르는 것 투성이 였다.

그런데 조용하던 들길, 저 멀리서 먼지가 이는 것이 보인다. 멀리서 말들이 몰려 오는 것 같은데, 치안이 거의 완벽하다고 볼 수 있는 제국령 내이니, 도적 때는 아닐테고 저렇게 많은 말들이 이동할 일이라면 정규군의 이동 외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난 평소의 버릇처럼 거의 본능적으로 클라리의 본체를 꼭 잡고 긴장을 하고 있었다.

먼지 구름이 점점 커짐에 따라 그 말들의 정체도 서서히 들어났다. 노란 장미의 깃발 번쩍이는 풀플레이트 갑옷의 제국군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리아인이 아까 마중나올지로 모른다는 그 사람들인가?

리아인은 우리 일행을 뒤에 둔체 그 말들이 몰려오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로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을 정도까지 가까이 다가온 제국군. 그리고 리아인의 모습을 발견한 듯, 행군속도를 천천히 늦추더니, 말을 멈춘뒤 말에서 내리며 투구를 벗고 리아인의 앞에서 기사들은 무릎을 꿇었다. 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다른 일행들과 함께  리아인 뒤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황자 전하! 북부 수비대장 메넬리오 인사드립니다. 사우스 피투안으로부터 연락을 늦게 받아 지금에서야 전하를 보필하게 된 점을 깊이 사죄드립니다."

제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 였다. 흰 수염과 머리. 그리고 얼굴 곳곳에 있는 작은 상처들과 주름, 전형적인 역전 노장의 모습이었다. 리아인을 향해 말을 하는 목소리에서도 그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아닙니다. 스승님, 일개 기사에 불과한 제게 이렇게까지 직접 와주셔서 환대를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리아인은 메넬리오, 무릎을 꿇고 있던 북부 수비대 대장의 손을 잡으며 일으켜 세웠다. 리아인의 스승이라... 왜 북부 수비대장이  비 황태자 파인지 작은 이유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사제지간이란 쉽게 무시할 정도의 인연은 아니므로.

"황자님 뒤에 있는 분들은....?"

메넬리오, 노장군은 리아인에게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네, 이분은 남파나단 자치령주 란트 크리센님이시고 뒤에 분들은 그들의 동료분들 이십니다."

장군을 향해 묵묵히 별다른 어조의 변화 없이 말을 하는 리아인, 그런데 동료라...골치 아픈수다 검 하나, 그냥 따라온 엘프 한명에 대단한 꼬마 한명. 정말 좋은 동료들이군. 난 고개를 조금 설래 설래 흔든 뒤, 리아인 옆으로 걸어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대장님. 란트 크리센 입니다."

예전의 나같으면 이런 인사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냥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승님을 뵙기 전까지는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킬 필요는 없을테니 적당히 예의를 차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메넬리오 장군의 눈빛을 천천히 살펴보니, 지금까지  전형적인 장군의 눈빛이 바로 저런 눈빛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확실히 뭔가 달랐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그다지 장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의 눈빛을 본적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마을에 쳐들어온 놈들 중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그 피투안국의 둘째왕자란 녀석의 눈빛이 제일 살아있는 편이었다.

"아! 그럼 피투안국 왕자 직속 친위부대를 혼자서 전멸시켰다는 바로 그 분이십니까? 정말 놀랍군요. 나이가 많지 않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 어린 소년이었다니."

메넬리오는 전혀 의외라는 말투로 나를 향해 말을 했다. 하, 역시. 내 모습은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는 건가. 피를 뒤집어 쓰고 다니지 않으면 도대체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으니. 메넬리오의 뒤에 있던 기사들 역시 곁눈질로 흘끔 쳐다보더니. 표정이 순간 변하는 것이 내 눈에 보였다.  도대체들... 내 모습이 어떨꺼라고 상상을 했었던 건지 모르겠다. 가이우스 녀석부터 쩝. 하긴 낮의 둔한 인격이 한 행동이니 이해해야 하겠지만.

"아!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엉뚱한 소리를 했군요. 나이가 들다보니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크리센 영주님, 전 북부수비대 사령관 메넬리오 비아니스, 앞으로 남파나단 자치령에 무슨일이 생기면 꼭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왠지 메넬리오 대장의 시선은 귀여운 손자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그렇게 싫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기분이 좀 그랬다. 나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대해 내 자신이 어색함을 느끼는 것인 것 같다. 그나저나 어찌됬건 옷을 새 것으로 구한건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최소한 노예로는 보이지 않았다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메넬리오 장군님."

흠. 이건 책에서 읽은 대답법이다. 마을에서 였으면 이런 골치 아픈 생각을 안해도 됬을지도 모르는데. 할일이 없어서 괴물사냥꾼들이 보이지 않는 최근 일년동안 읽어 두었던 수많은 책들이 이번 여행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메넬리오가 뒤쪽의 기사들을 보며 손짓을 하자 말들이 내던 먼지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마차가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수비대의 마차라서 그런지 마차의 외관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튼튼해 보이는 꽤 실용적인 느낌이 들게 만들어져 있었다.

마차가 오는 것을 본 클라리가 아주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때문일까? 걷기 싫으면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그냥 검속에 있으면 될건데 무슨 이유로 검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 하는 것인지. 예전에는 잘도 그 속에서 지내고 있었으면서..

"황자님, 마차를 타시겠습니까? 아니면 평소처럼 말을?"

메넬리오 수비대장은 리아인을 쳐다보며 물었다. 리아인은 별 고민 없이 메넬리오 대장의 질문에 답을 했다.

"오늘은 일행도 있고 마차를 타야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라. 그래 리아인 체질에 마치를 타고 다니며 거만하게 폼을 잡는건 아마도 안 맞을 것이다. 그런데 스승님은 젊었을 때 남앞에서 폼잡는 걸 좋아하셨을까? 리아인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스승님은 왠지 그런 것을 좋아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설마 스승님같이 진정한 영웅이 그랬을까? 어찌됬건 난 마차를 타는 것에 대해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긴, 아직 한번도 타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인마라 불리는 내가 영웅도, 그렇다고 리아인처럼 황자도 아닌데, 뭐 그다지 폼잡을 일도 없고 그냥 편한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쪽으로."

우리 일행은 마차쪽으로 걸어가 마차에 탔다. 클라리가 갑자기 왜 이렇게 조용해 졌는지 클라리 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지 않았다. 클라리는 사람이 많아진 이후로는 갑자기 입도 뻥긋 하지도 않았다. 난 조용해서 좋지만 조용한 클라리에게서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차 안 역시 밖의 모양처럼 별 꾸밈이 없었다. 하지만 의자라던지 그러한 것은 보기보다 괭장히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나와 클라리, 소피가 한 쪽에 앉았고 맞은 편에는 리아인과 신디가 앉았다.  

"오빠, 나 옛날에 이런 마차 타본적 있다! 엄마랑 놀러갈때 많이 탔었어."

잠깐. 이건 신디의 목소리 인데...뭐? 마차를 많이 타봤다고? 혹시 신디가 귀족 출신이라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그런 것 치고는 아무 옷이나 잘입고, 아무 음식이나 잘먹고,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대부분 거지출신인 아이들 하고도 별 마찰 없이 잘 지냈었는데.

"신디, 너 혹시 신디 말고 다른 이름 같은거 없었니?"

"음... 뒤에 부르는 이름 말이야, 오빠?"

내 말에 신디는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답을 했다. 뒤에 부르는 이름.. 흠..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난 고개를 끄덕이면 답을 했다.

"응. 맞아 신디"

설마...이야기 같은 곳에 종종 등장하듯이 고위 귀족의 하나뿐인 계승자라던지 그런 것은 아니겠지? 신디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잠시동안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린 리시나. 내 이름 모두 부르면 신디 린 리시나야. 엄마가 예전에 그랬어. 기억해 두라고. 어른들 한테 인사할 때는 이름을 뒤에까지 다 말해야 한다고."

린 리시나. 귀족의 성이 맞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앞, 생전에 놀라는 표정은 하지 않을 껏같이 보이던 리아인이 바로 그 놀라는 표정을 짖고 있었다.

"린 리시나...신디가 그럼! 그 리시나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가!"

리아인은 짧게 탄성을 지르며 신디를 쳐다보았다. 클라리는 이번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끼어들기 좋아하는 그 성격은 어디갔는지 한손으로는 내 손을 꼭 잡은체로 창밖의 풍경만 조용히 내다보고 있었다. 무엇인가 생각할 일이 있나 보다.

마차는 어느 순간엔가  출발을 해서 길을 달리고 있었다. 마차를 타면 많이 덜컹거린다고 던데 생각 외로 길이 잘 닦여서 그런지. 그렇게 덜컹거리거나 하지 않았다. 클라리가 나 대신 묻지는 않을상 싶으니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내가 물어야 겠군.

"리아인, 도대체..린 리시나 가문이 어떤가문이죠? 그리고 신디가 유일한 생존자라는 말은..또..?"

리아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는지 얼마지나 입을 열었다.

"리시나, 한 때는 피투안 왕국에서 왕실 다음으로 세력이 큰 가문이었습니다. 하지만 30년 전쟁 후반기, 전쟁에서 패색이 짙은 가운데 리투안과 엘프 연합군의 공격으로부터 왕국을 수비하는데 왕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가문의 많은 힘을 낭비했고 결국 종전 후 쇠락의 길로 걷게 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시못할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야심이 컸던, 하지만 란트군이 없앴던 그 둘째왕자의 계략으로 일가가 모조리 참살당했습니다. 하지만 유일한 생존자가 있다고 하던데. 신디의 말이 정확하다면 그게 바로 신디 린 리시나. 바로 이 아이 입니다."

흠. 그런일이 있었다니, 내가 죽인 왕자녀석. 역시 왕이 되고 싶었던게 사실이었나 보군. 그나저나 신디를 구출한 곳이 바로 그 왕자녀석의 막사근처 였었는데.

"신디를 구출한 곳이 바로 그 왕자녀석의 노예를 보관하는 곳이었죠."

내말을 들은 리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뭔가 확신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신디를 구출한 곳이 피투안 왕자가 이끌고 온 곳이었습니까? 이제 확실해 지는 군요. 신디가 정통 계승자라면 신디에게는 공작위를 받을 자격이 있는 그리고 피투안국 전 국토중 약 오분의 일에 해당하는 동파나단 지역의 통치권을 받을 권한이 있습니다."

하..난 그냥 평범한 부모가 없는 아이인줄 알았는데. 쩝...괭장하군. 내 주위에는 왜 이렇게 모두들 출신이 화려한건지. 난 짧게 한숨을 내 쉬며 신디를 보니 어느 순간엔가 잠이 들어 있었다. 내가 원하지않던 여라가지 일에 이렇게 저렇게 신경써야할 것이 많이 생기고 있었다.

"리아인, 그럼 지금 동 파나단은 누가 다스리고 있죠?"

"원래 리시나 가문의 집사였던 사람이 피투안 왕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통치권을 왕실에 넘기지 않고 대리 통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리시나 가문의 남은 생존자를 찾고 있다던데."

흠. 그 집사라는 사람이 충신인지, 아니면 야심많은 간신인지가 문제가 되겠군. 아무래도 클라리는 왠지 이런 권력 다툼 이야기만 나오면 조용해 진다. 클라리도 그 것과 관련해서 무슨 일었던 것인가? 모르겠다.

"그런데 신디가 리시나 가문이라는 것을 증명할 물증 같은게 있을까요?"

물증 같은 것이 없다면, 아무리 신디가 진짜 리시나 가문의 후계자라고 해도, 선뜻 그 것을 인정해 줄리가 없었다. 하급 귀족도 아닌 그런 거물급 귀족이라면.

"리시나 가문 사람만의 특징이 몸에 있다고 하더군요. 무슨 마법의 축복 같은 것이라 하던데, 리시나 가문의 동파나단 성내에서 정당한 후계자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물건 같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결국, 신디를 데리고 그 성에 찾아 가봐야 한단 말인 것 같군. 나 역시, 명목상으로는 남파나단 자치령주니, 내가 신디와 함께 동파나단 성으로 간다면 그들이 신디에 대해 어떻게 해꼬지를 한다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일이 생긴다면 제국이 움직이게 될테니까. 어찌뙸건 제국이란 든든한 빽이 생겨서 좋다고 해야 하는지.

창 밖을 보니 기사들이 우리 주위를 둘러 싼체 말을 몰고 있었다. 아무래도 호위를 위한 것 같은데. 지금 마차안에 호위가 필요한 사람은 딱 두명 뿐이다. 하긴 소피의 실력을 모르니 내가 뭐라 할 수 없지만, 메넬리오 장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올 때 처럼 앞쪽에 서말을 몰며 기사들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무인 체질의 장군임이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 마차에 같이 타거나 아니면 마차 바로 옆에서 말을 몰았을 텐데.

우리 일행은 잠시동안의 침묵에 휩싸였다. 나와 리아인 둘다 각자 나름데로 생각할 것들이 많았으니까.  리아인 역시 일단 신디가 제국령 내로 들어온 이상 신디 처리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마차가 정말 빠르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었으면 들판에서 노숙을 한 번 했어야 됬을지도 모르는데, 얼마 마차가 달리지 않았음에도 수확이 끝난 밀밭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을 보니 벌써 도시 근처에 다 도달해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스트립톤 다음 행로부터는 말이나 마차를 한 번 구해봐야 될 것 같다. 신디를 생각하면 마차가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클라리도 저렇게 걷는걸 싫어하니. 그리고 나 역시 그다지 오랜기간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창밖으로 노스 트립톤의 웅장한 검은색 성벽의 모습이 보였다. 그 성벽의 모습을 실제로보니 들판 한가운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노스트립톤이 무적의 방위력을 자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우스 피투안, 그 허접잖은 도시와는 정말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위용이 대단했다. 성벽 위에 있는 경비병들은 오랜 기간 평화가 지속되는 이 상황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성문앞에 위치한 경비병들 역시 거의 반쯤 졸고있엇던 사우스 피투안의 경비병과는 딱 봐도 질적으로 틀린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준비가 되어있는듯한 느낌. 그런데 그 경비병들이 앞에서 달리고 있는 메넬리오 수비대장의 모습을 봤는지 성문 경비병들은 경례를 붙인체 바로 길에서 비켜섰다.

문을 지나면서 올려진 성문을 보니 문의 두께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오우거가 10마리가 달려들지 않는한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국력의 차이가 나는 것일까? 발전하는 나라와 점점 쇠태해 가는 나라의 차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니 인구수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대충 훑어보니 집 수가 아마 우리 마을의 사람들 집과 오크들의 집들 수를 합친 것 정도 되는 것 같이 보였으니.. 성 내부로 들어온 뒤부터 조금 속도를 줄인 마차는 도시 중앙쪽을 향해 움직였다.

도시 분위기 전체가 절도에 꽉 짜여 있다는 느낌을 주는 노스트립톤은 가지각색의 모양을가진 집들이 섞여있는 우리마을과는 확연히 구분이 되는 것 같았다. 그 규칙적인 배치 때문에 내가 노스트립톤의 집 수를 내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솟아 오르는 연기의 모습은 우리 마을에 있는 드워프들의 대장간에서 솟아오르는 연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기의 공급 역시 별다른 지장이 없을 듯 보이는 역시 제국 최고의 방위도시였다.

하지만 도시전체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길가로 걸어다니는 마을사람들의 표정은 군사도시란 이미지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밝았다.  평화란 이래서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일까? 조금 더 중앙쪽으로 다가 가니 도시외곽의 규칙적인 집모양들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가게들의 모습이었다. 딱딱한 흰색과 짙은 색의 교차였던 도시외곽들의 건물들과는 달리 여러가지 색들이 섞여있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건물들.  방금전까지의 생각과는 다르게 정말 이 곳이 군사도시가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많은 상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긴 노스트립톤이 리투안과 피투안국의 교역루트 중 가장 중요한 도시이기도 하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금전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에 조금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많은 가게들...그러고 보니 클라리가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클라리 쪽을 보니, 눈을 반짝이며 그 가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엔 과연 클라리가 얼마를 쓰려나? 그동안 쓰지 않았던 돈을 한꺼번에 다 쓰려는듯 보이는 클라리. 앞으로 마을에 돌아간 뒤에는 가끔식 스트레스도 해소시킬겸 클라리를 도시로 보내 줘야 할 것같다.

그런데 마을 중앙의 광장 뒤 편에는 2층이 대부분이었던 다른 건물들과는 다르게 4층크기의 큰 저택이 세워져 있었다. 도시 외부에서 불로 공격을 해올경우에 고층인 것 보다는 2층일 경우에 대비를 하기 쉬울 까닭일 것이다. 군사도시...모든 것이 방어를 위해 준비가 된 도시였다. 저택은 별다른 꾸밈없는 도시전체의 딱딱한 느낌 그대로 였다. 아무래도 저 곳이 아마 제국 북부 수비대 본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 마차는 광장을 지나 그 저택쪽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성 외각의 경계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수비대 본부의 경계는 특별히 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왜 그러한 것일까? 반나절 정도 우리를 태우고 달려왔던 마차는 그 저택앞에서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저곳이 바로 제국 북부 수비대의 본부 입니다."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리아인이 입을 열었다. 우리 일행은 클라리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은 거의 침묵 속에서 여행을 해야 하는 것 같다. 클라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말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건물앞에서 마차가 멈추고 우리 일행은 마차에서 내렸다. 소피는 또 딱딱한 돌길에 적응을 못하는지 마차에서 내리는 도중에 중심을 잃고 비틀 거리는 것을 잡아 주었다. 날 향해 여전히 얼굴이 조금 빨갛게 된체 미안한 표정을하는 클라리.

"이쪽입니다."

리아인의 안내로 우리는 저택의 입구 쪽을 향해 걸어갔다. 황자의 안내를 직접 받다니 아마 저기 갑옷 입은 수비대 기사들 중 하나였으면 리아인의 신발에다가라도 입을 맞추었을 것이다.  리아인이 앞장을 서서 걸어가자 그 뒤를 갑옷을 입은 메넬리오가 뒤따랐다. 절도 있는 리아인의 행동, 역시 신분이란 감출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여기에서 예외가 있다면 이번엔 분위기상 리아인한테 못가고 어쩔 수 없이 내 손을 잡고 있는 신디 정도일까? 이 꼬마가 다른 사람을 끄는 신기한 재주는 가지고 있어도 세상에! 동파나단 영지의 유일한 후계자라니. 정말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하고 신디하고 있으면 서류상으로는 피투안 왕국 오분의 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흠, 정말 황당하게 됬군.

저택의 큰 문을 지나 우리는 넓은 홀로 들어갔다. 밖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나름대로 꾸며진 것이 이 곳에서 가끔씩 이야기에서 읽었던 무도회나 연회 같은 것도 하는 것 같다. 하긴, 군인들도 가끔씩 쉬며 살아가는 낙이 있어야지. 홀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가니 응접실로 추정되는 그다지 크지 않은 방이 나왔다.

"잠시 이 곳에서 기다리십시오, 황자 전하, 그리고 란크 크리센 영주님 일행들께서도."

메넬리오는 짧게 말하고 이층 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뒤를 이어 간단한 차와 과자를 들고나오는 하녀들. 흠 내 일생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으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오크가 만들어주는 음식에 만족하고 살았던 나인데. 잠깐, 수도에 까지 가면, 흠...한동안 호강하겠군. 하긴 그 만큼 머리 아픈 일도 많이 생기겠지.

그런데 소피 역시 자기에 대한 사람들의 대우에 놀라는 눈치였다. 소피 역시 이런 대우는 처음이겠지. 인간들에게 무시와 괴롭힘은 당했었어도 권력의 힘이란 정말 모를일이다. 아니 리투안 자체가 엘프에 대한 대우가 좋긴 좋았지만. 어찌됬건 지금 이곳에서 대접을 받는 것은 권력의 힘이 다분히 있었다.

"리아인, 궁금한게 있는데, 왜 도시 외곽 수비는 그렇게 철저하면서 본부 수비는 그렇지 못한 것 같죠? 원래 이런 성에는 내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역시 요즘엔 내가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한다니까.

"네, 그 이유는 아마도 외성도 지키지 못할 정도로 강한 적이라면 내성을 만든다고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이유일 겁니다. 어떻게 보면 노스트립톤의 자존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죠."

흠. 역시 대단해 이런 정신으로 도시를 유지하니, 난공불락의 명성을 자랑하지 않을까?

"오래 기다리게 하셔서 죄송합니다. "

메넬리오 수비대장이 응접실로 다시 들어오고 있었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그의 모습에서도 역시 무인의 모습이 느껴지는건 마찮가지였다. 전체적으로 강직해 보이는 듯한 그런 느낌.

메넬리오 수비대장은 우리 일행이 앉아있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리아인이 어느 순간엔가 혼자 앉는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메넬리오 수비대장이 자리를 고르는데 부담이 없게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기보다 스승에 대한 배려에 많이 신경을 쓰는 리아인이었다.

"마차는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나를 보고 말을 하는 걸 보니. 리아인이 나한테 묻는 거겠군.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인가?

"네, 덕분에 편안히 올 수 있었습니다."

"편안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가끔 마차에 타는 것을 괭장히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니. 혹시나 해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나이상으로 보면 손자뻘일텐데. 영주라는 내직위 때문인지는 몰라도 메넬리오 수비대장은 내게 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말이 없는 클라리, 나를 닮아가서 그런지 가끔씩 아주 드물게 클라리도 한번 말을 하지 않기 시작하면 왠만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끔 그럴 때는 조금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는 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클라리의 모습에 조금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황자님, 그런데 파트레아 공 께서 곧 깨어나신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메넬리오는 리아인을 보며 말을 했다. 메넬리오 대장, 저 사람도 아인트 스승님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네, 아버님께서 얼마 안 계시면, 깨어나신다고 옐로우로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옐로우 로즈, 핀누나의 별명이다. 핀 누나나 스승님의 지위가 제국에서 상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긴, 엄마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에 따르면 제국을 다시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사람들이니까. 그럴만도 하겠지. 거기에다 스승님은 철혈여제의 남편이고.

"휴, 다행이군요. 이제 제국의 법도가 바로 서겠습니다."

메넬리오 대장은 무엇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님이 깨어나신다는 사실에 저렇게 안도를 할 이유가...?

"네. 형님께서도 아버님이 깨어나시면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시지 못할 것입니다."

대충 알 것 같았다. 메넬리오 역시 비 황태자 편이었었지.

"황제 폐하와 파트레아 공의 동료이시며 제국의 원로이신 티베리우스 단장님의 양해도 얻지 않고 실버캐슬의 무기창고에 들어가 함부로 무기를 들고 나오다니. 이런 사실은, 아무리 황태자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이건 성기사단 전체에 대한 모욕입니다."

대충 사건의 발단을 알 것 같군. 그래. 무인이라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그런 행동을 절대 용납 못할만도 하지. .하지만 메넬리오 수비대장도 성기사단 출신인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저정도까지 흥분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테니. 두사람은 순간적으로 흥분을 한 듯 했다. 오늘은 정말 리아인의 특이한 모습을 많이 본다니까. 메넬리오 수비대장은 그 주름 가득한 얼굴 가득 빨갛게 흥분을 해서. 흠...아무래도 나와 내 일행의 존재에 대한 것은 잊어버린듯 하군.

"요즘엔. 황제 폐하의 명령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총리대신의 거부권을 활용해서 말입니다. 혹시 사실입니까?"

"네. 맞습니다."

화가 난 목소리로 짧게 답을 하는 리아인. 뭔가 배신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 그만큼 리아인은 자기형인 황태자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일까? 내가 저 형제관계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한 만큼 뭐라 말할 것은 안되지만.

"어떻게 제국에서 이런 일이! 아무리 황태자라지만 너무해, 정말 심하군 심해! 어째서 폐하서는 보고만 계시는 것인지..."

메넬리오 대장은 조금 큰소리로 한탄하듯 말을 했다. 흠...이 두사람 진정시키지 않으면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친위쿠테타라도 일으켜서 황태자를 제거해 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

"리아인 아저씨 나 배고파.."

역시. 신디는 대단한 꼬마 였었다. 이 곳에서 나한테 아무리 졸라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일찍히 알고 바로 리아인에게 말을 하는군. 휴...신디 덕분에 두사람은 우리들의 존재에 대해 깨달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일촉즉발 위기상황이었던 흥분상태를 진정시켰던 공을 세운 위대한 신디. 그런데 황자한테 저렇게 아무렇게나 호칭을 해도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이 있는 제국령안에서. 하지만 메넬리오 대장은 신디의 리아인에 대한 호칭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니? 신디 조금 기다려야겠다. 조금 있어야 식사시간인 듯 한데. 과자나 먹고 있지 않을레?"

흠...리아인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언제나 딱딱한 말만 할 것 같은 하긴 우리 마을 사람들도 내가 신디에게 말하는 걸 보고 매우 놀라는 눈치였으니까. 아마도 마을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나란 존재는 약간의 경외와 고마움 그리고 깁숙한 곳에 내재되어 있는 공포...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스승님, 아직 확실치는 아니지만 이 아이가 리시나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로 추정되는 아이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리시나 가문이 그렇게 된 사실은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니엘 린 리시나, 적이었지만 진정한 무인이었었는데. 비겁한 술수 따위에 무인이 침대 위에서 비명횡사하다니. 그이상 무인에계는 비참한 죽음은 없을 것입니다."

메넬리오...리시나 가문의 다니엘 이란 남자와 깊은 인연이 있는 듯 보였다. 적이라.. 30년 전의 대전쟁에 대한 이야기 인가? 아무래도 메넬리오는 우리 일행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리아인이 미리 연락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에게 묻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아마 도중에 새로 안 사실이라. 리아인이 신디에 대해 새로 설명한 것이겠지..

어찌됬건 이번에 들은 두 사람의 대화는 소득이 컸다. 새로운 사실을 많이 깨달았으니까. 아무래도 황태자편보다는 가이우스 편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하긴 실제로 세인트 황태자를 만나보기 전까지는 아직 결정을 하기에는 성급했다. 사람이란 소문이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는 그 인물 자체를 보고 평가를 해야 한다.

"란트 크리센 영주, 남파나단 영지는 여러 종족들이 모두 협동해서 산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메넬리오 수비대장. 역시 아까전까지는 우리 일행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던게 틀림이 없다. 무시당한 다는 사실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까. 내가 화낼 필요는 없을 듯.

"네, 맞습니다. 농사도 같이하고 집 새로 건설할 때, 그 밖에 자잔한 마을일들을 모두 힘을 모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메넬리오는 신기하다는 듯,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약간 못믿겠다는 듯한 표정이 섞인 듯 하기도 하고.

"정말 그게 가능합니까? 크리센 영주."

"네, 원래 기존 마을에 살고 있던 오크들은 평화적인 종족이라 문제가 없었고, 다른 종족들은 노예가 되었던 경험을 겪은 뒤라 새로 얻게 된 자유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외로 성격들도 야생에 있었던 때보다는 많이 온순해진 상태라. 마찰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훔..내가 이렇게 말을 잘하다니. 이건 클라리와의 말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훈련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클라리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나?

"그렇습니까? 실제로 꼭 한번 보고 싶군요."

메넬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하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언제 한번 찾아오십시오. 기꺼이 환영하겠습니다."

뭐 저런 사람이야 언제든지 와도 환영이지. 대접은 조금 부족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러한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쓸 것 같은 사람은 아니니 괜찮을 것이다.

"네. 꼭 찾아가겠습니다."

메넬리오 대장. 나를 보는 눈빛에는 신기함과 감탄 비슷한 눈빛이 섞여 있는 것이 느껴졌다.

"식사 준비 다 됬습니다."

뒤로 넘긴 머리와 정돈된 옷차림 아무래도 집사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응접실로 오더니 우리쪽을 향해 말을 했다.

"그럼 가시죠."

메넬리오 대장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며 우리쪽을 향해 말을 했다.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서 메넬리오의 뒤를 따라 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클라리 너무 조용하니까 정말 이상했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말을 잘안할 때도 이렇게 조용한 적은 없었는데. 클라리의 얼굴을 쳐다보니, 클라리가 나를 보며 살짝 웃어 주었다.

"주인님아~, 걱정안해도 돼. 오늘따라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쳐다보기만 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검안에 없을 때도 느낌의 공유가 일어나는 건지. 흠...모르겠다.

신디는 밥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에 좋아서 폴짝 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소피는 집안에서 걷는 것 역시 익숙치 않은 듯 조금 비틀 거리고 힘들어하고 있었고.

응접실을 제외한 복도를 비릇한 다른 방에 특별한 내부 장식은 거의 없었다. 하긴 수비대 본부인데 장식같은 것은 그다지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끔씩 무기들이 걸려있는 것 말고는.

식당에는 정말 와~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오크가 해주는 음식에서 엄청난 발전이었다. 정말 이번 여행은 골치아픈만큼 호강을 할 것 같다는 생각.

우리모두 그 많은 음식들에, 특히 신디가 기뻐하며 달려가 앉아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난 최대한 에절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걱정이 되었던 클라리와 신디 역시 기본적인 예절을 차리는 것은 잊지 않은 것 같이 보였다. 확실히 신디가 귀족이 맞긴 맞는 것 같다. 흠 그런데 어느 것부터 먹어야지?...모르겠다.

할 수없이 난 리아인이 먹는 것을 따라서 먹었다. 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아는 사람이 먹는 것을 따라 먹는게 제일 무난 하다. 음. 도데체 무엇을 재료로해서 만들었는지 모를 음식들을 배부르게 먹은 뒤에야, 난 숟가락을 놓았다.

내 앞에 앉아 있던 메넬리오 수비대장은 언제 다 먹었는지. 벌써 차까지 마시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대충 다 먹은 것 같았다. 소피를 제외하고는 주위의 접시들에 남아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소피는 아무래도 엘프이다보니 고기를 제외한 음식들 위주로 먹었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먹지는 못한 것 같이 보였다.

"맛있게 드셨습니까?"

메넬리오 수비대장의 말이었다. 역시 눈빛을 보니 말은 높이고 있었지만. 우리일행을 보는 수비대장의 눈빛은 처음에 느꼈듯이 분명이 할아버지가 손자를 보는 눈빛 바로 그 것이였다.

"네. 덕분에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난 이번에도 책에서 읽었던 대로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게 답인사를 했다. 그런데 신디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메넬리오 대장 쪽으로 쪼르를 달려가더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저도 잘먹었어요. 하얀색 할아버지."

하얀색 할아버지란 말에 메넬리오 수비대장은 신디를 보며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수비대장은 아마 자기 머리색때문에 하얀색 할아버지라 하는 줄 알고 있을 테지만 내가 예상하는 바에 의하면 아마 신디에게 보인 수비대장의 마음이 하얀색이 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이 많은 저 할아버지의 마음이 하얀색이라. 진짜 마음이 곧긴 곧은것 같다. 대체로 신디가 마음의 색이 흰색이라 했던 사람들은 마음이 곧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신디는 역시 대단한 꼬마였다,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호감을 만들게 하는 재주가 있으니.

"저 오늘은 좀 일찍 쉬고 싶은데요...비아니스씨."

"알겠습니다. 레이디 프리안느."

클라리는 집에 들어와서 메넬리오에게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클라리는 메넬리오를 알고 있었던 듯, 그래서인지 대장님이란 호칭 보다는 비아니스씨란 호칭을 사용했다. 흠...메넬리오역시 클라리를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듯 하고, 하긴 원래 성기사단원이었다면 티베리우스 단장의 검이었던 클라리를 모를리가 없지. 옛 주인의 동료라서 그런가? 왠지 뭔가 껄끄러운 듯 보였다. 클라리가 말을 안하는 것도 그 것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클라리의 말에 우리를 보던 리아인은 메넬리오 쪽으로 걸어가더니 귓속말로 뭔가 말했다. 설마..또 방 하나에 우리 일행 모두를 재워야 된다는 그런이야기를 하는거 아닐까? 한참동안 뭔가를 말하던 리아인의 말이 끝나자 메넬리오는 우리쪽을 보며 조금 웃는 것이었다. 음...역시..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는듯. 요즘엔 안좋은 건 꼭 들어 맞는다니까.

메넬리오 대장과 약간의 인사를 나눈 뒤 하녀들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방에 들어갔다. 역시 제일 큰 방이었다. 이럴줄 알았지. 나중에 리아인을 보면 이번건에 대해서는 한번 따져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겼고 앞으로의 여행 역시....그다지 힘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을텐데.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