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2장 제국의 수도를 향해(5) 슬픈 인연(수정)
푸른바람·2002. 3. 1. PM 2:19:59·조회 3171·추천 48
에피소드 10 슬픈 인연
-리투안의 시간단위는 30리투안 시간이 하루, 즉 하루를 30등분한 것이 1리투안 시간이다. 또한 1리투안 시간은 30단위의 리투안 분으로 나누어 진다. 즉 30 리투안 분이 1리투안 시간 900리투안 분이 하루이다.
리투안의 기본 통화는 1트립으로 현제 소 그릭 연맹 국을 제외한 모든 서부 대륙에서 통용되고 있다. 10트립이 금화한개, 1트립은 9골드이다. <서부 대륙 여행 안내서>-
"주인님아~! 미들 트립톤이야. 노스트립톤에선 쇼핑 못했었는데, 미들 트립톤은 상업도시라서 물건도 많으니까 꼭 쇼핑해야지!"
노스트립톤에서는 북부수비대 본부에만 있다가 나와서 클라리가 쇼핑을 할 시간이 없었었다. 그래서 그런지...클라리..왠지 미들 트립톤에 도착하기만을 벼르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일행은 노스 트립톤에서 메넬리오 수비대장에게 마차를 빌리기로 결정을 했다. 리아인 덕분인지 메넬리오 대장이 마부까지 같이 보내려는 것을 간신히 말리고 지금은 내가 마차를 몰고 있었다. 처음 마차를 모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별 어려움 없이 마차는 잘 움직이고 있었다. 왠지 신기하단 느낌. 예전에 스승님과 같이 지낼 때 잠깐 말을 타는 것을 배운 다음, 정말 오랫만에 말이란 동물과 접해보는 것 같았다. 어쨌든 내가 이렇게 무난하게 마차를 잘몰 수 있는 것도 북부수비대에서 훈련을 잘시킨 덕택에다 잘 닦여진 길 때문이겠지.
원래 리아인이 말을 몰려고 했었었다. 하지만 그래도 황자 체면이 있지 제국령 외의 지역도 아니고 제국령안에서 황자가 마차를 몬 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또 나중에 누가 뭐라 할지도 모르니 그냥 내가 모는게 나을것 같다. 지도를 보니 걸어왔으면 작은 마을에서 자거나 들판에서 한번쯤 노숙을 했어야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마차가 좋긴 좋았다. 삼일정도의 일정의 거리를 단 하루만에 갈 수 있다니. 클라리는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말을 몰고 있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걸어갈 때와는 다르게 주위 풍경들이 속도감에 빠르게 변하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구경거리였다. 그리고 차갑지 않은 따뜻한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는 것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해가 들판의 끝에 간신히 매달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미들 트립톤의 북문쪽에 도착을 하고 있었다. 해가 지고 나면 성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빨리 가야했다. 노숙은 그다지 반길만한 것이 아니니가. 미들 트립톤도 노스 트립톤 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방어가 철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왠만큼의 군대가 아니고 상업도시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공격했다가는 오히려 호되게 당할 듯 보였다. 정말, 피투안 왕국 최고의 방위를 자랑한다는 사우스 트립톤은 리투안 제국의 상업도시의 방어수준만도 못했다. 성문을 올리기 바로 직전에 우리 마차는 간신히 경비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통행증을 보여주십시오."
노스 트립톤에서는 검문을 받지 않고 무사 통과해서 느끼지 못했었는데 말하는 것 역시 절도가 잡혀 있는 것 같다. 리아인한테 받은 내 통행증만으로도 일행 전체가 통과가 될까? 갑자기 한번 실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
난 남파나단 자치령주라 적혀 있는 내 통행증을 내밀었다. 경비병은 잠시 통행증을 살펴보더니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경비병은 마차의 뒤쪽을 향해 경례를 붙이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실례했습니다. 자치령주님의 마차인줄은 몰랐습니다."
자치령주, 생각보다 높은 지위인 것 같다. 메넬리오 수비대장이 내게 대우를 하는 것도 그렇고, 경비병들도 내 통행증만 보더니 다른 사람은 검문도 안하고 통과를 해주었다. 물론 사우스 피투안에서 처럼 경비병이 비굴한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경비병들도 순간적으로 긴장을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 그런데 아무리봐도 내가 자치령주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경비병들 나를 평범한 마부로 생각한 것임이 틀림이 없다.
"우리 주인님, 정말 대단한데? 경비병이 통행증을 보더니, 바로 보내줄 정도 권력이면 이야~!."
클라리는 내 쪽을 보며 반은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을 했다. 아마 마부 없이 내가 말을 모는 것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방금전의 상황에 대한 것도. 흠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나쁜데스트레스가 점점 누적되는 듯 했다.
성안에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노스 트립톤에 비해 미들 트립톤은 집들에게서 자유로운 느낌이 느껴졌다. 집들은 노스트립톤의 상업지구들 처럼 주거지역 역시 일정한 규격없이 제각각이었다. 집들 중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정도로 신기한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집 폭이 사람 키 정도 밖에 안되는 집도 있었고, 15층이나 있을 정도로 높게 지은 집도 있었다. 저렇게 높은 집을 지으려면 고생좀 했을 텐데. 그런데 아무리봐도 저 꼭대기에 사는 사람들은 플라이 마법을 안쓰면.. 집에 들어가기조차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마차를 세울 수 있는 여관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클라리 네가 한번 골라봐. 너 그런건 잘하잖아."
"피, 주인님은 내가 그런것 밖에 할 줄 아는게 없는 것 같이 말하네."
클라리는 뾰투룽 해져서 나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을했다. 휴. 골아파, 이번 만큼은 말싸움에서 질 수 없지. 그동안 당한 게 있는데, 란트 크리센, 검하고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정말 한심하다. 한심해.
"그럼 너 할줄 아는게 뭐가 있어?"
"........"
갑자기. 말을 멈추는 클라리, 이번 말싸움은 나의 승리다. 말싸움으로 클라리를 이긴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아니다. 내가 이겼다고 안심을 하고 있을 수는 없을 듯, 클라리의 저 표정은 뭔가 말할게 가득 있지만 억지로 참는 것 같은데.
"마차를 세울 수 있는 여관으로 찾으면 되잖아. 주인님은, 피.."
키가 크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지만 클라리도 가끔씩은 귀엽게 보일 때가 있었다. 하긴 키작은 내가 특히, 다른사람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클라리의 안내에 따라 난 마차를 몰아갔다. 그런데 여관쪽을 향해 가는 길에 투구는 쓰지 않았지만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 왔다. 상업도시인데 기사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많이 보이지? 노스 트립톤에서도 기사들은 도시 안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기사들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도시 안에서 돌아다니는 것 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기사들의 모습은 평소에 기사들이 하고 있는 딱딱한 모습이 아닌 일반 사람들과 별 다를바 없는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단체로 휴가 같은 것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마차를 세울 수 있는 여관은 큰 길가에 대부분 있었는데. 음.,,아! 저기야 저기."
주위를 천천히 훑어보고 있던 클라리가 길의 한 쪽을 가리켰다. 큰 마굿간을 가지고 있는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고급스러워 보이는 여관, 어찌됬건 클라리에게 맏기길 잘한 것 같다. 사람들 한테 물어보고 하려면 귀찮으니까. 그런데 마차안은 생각 외로 조용했다. 모두들 졸고 있는 것일까? 어제 밤에 나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클라리 어제, 나 잠들고 나서 무슨 일 있었니?"
클라리는 잠시 얼굴에 작게 미소를 띄우더니 말을 했다.
"어제 주인님 잠들고 나서 메넬리오 수비대장님하고 리아인하고 나하고 소피하고 밤새도록 술을 마셨었어. 피곤해서 아마 저럴 꺼야."
소피도 술을 마실줄 알았나? 하긴 소피도 엘프니까 한 두해 산 것도 아닐테고, 술 정도는 충분히 마실 줄 알겠지. 그런데 같이 마셨다면서도 클라리는 왜 이렇게 생생하지?
"클라리, 넌 괜찮니?"
"응, 나 술 엄청 잘마셔."
헉, 그게 자랑인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아니, 검의 마음이라 해야 하는게 맞을것 같다. 아무래도 술 마실 일이 많은 기사, 특히 황자인 리아인이 저렇게 골아떨어져 있을 정도면, 괭장히 많이 마셨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클라리가 멀쩡한 것을 보면, 클라리 술을 얼마나 잘 마시길레 저렇게 멀쩡한거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클라리가 가리켰던 그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에는 마차를 댈 수 있을 정도로 큰 마굿간이 있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마차가 여관 앞에 멈추자 안에서 붉은 색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우리 마차쪽을 향해 튀어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마차를 세우실려고요? 정말 잘 선택하셨습니다. 저히 여관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차고가 있으니까요. 손님께서는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하신겁니다. 방은 몇개 빌리시겠습니까? 상,중,하 어떤 방을 드릴까요? 그리고 저녁은 드시겠습니까?"
"......"
어떻게 저렇게 많은 말을 숨도 안쉬고 그렇게 빨리 말할 수 있을까? 상업도시 미들 트립톤 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혹시 저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것은 아무래도 어쩔 수 없이 클라리에게 맏겨야 할 것 같다. 내가 클라리를 쳐다보자 클라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마차는 북부수비대의 관용 마차니까 되도록이면 조심해서 보관해 주고, 방은 최 상급 방으로 1인용방 하나, 4인용 방 하나, 저녁은 당연히 필수."
클라리, 그 빠른 말을 다 기억하고 대답까지 하다니 갑자기 클라리가 위대해 보이는 것은...
"알겠습니다. 마차 보관, 최상급 1인용, 4인용방 각각 하나 저녁은 드실꺼라고요. 저희 여관은 선불이라.. 저녁 값은 따로 계산하시고 방과 마차 보관 비용으로만 20트립입니다."
클라리는 어제 밤에 나한테서 강탈해간 돈 주머니에서 금화 두개를 꺼내더니 그 빨간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주었다. 돈을 건내받은 빨간색 옷을 입은 남자가 여관쪽을 보며 박수를 몇번 치자, 여관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다른 남자가 걸어 나왔다. 마차의 말 고삐를 받아서 차고라 부른 마차 보관 창고로 마차를 끌고 갔다. 마차가 차고에 완전히 들어간 뒤, 나와 클라리는 마차에서 내려 뒤쪽에서 자고 있던 두사람과 한 엘프를 깨웠다. 그 뒤 보이는 모습도 제각각, 리아인은 기지개를 피더니 부시시한 얼굴에 덜풀린 목소리로 말을했다.
"윽..피곤해.."
이번에도 리아인의 입에서 절대 안나올 것 같았던 소리를 들었다. 피곤하다라 하루종일 잠만 잤을텐데, 정말 어제밤에 얼마나 마신 거야? 소피 역시 머리가 온통 헝크러져서 잠에서 덜깬 멍한 표정으로 간신히 일어났다.
"란..란트군..여기..가 어디..죠?"
"미들 트립톤의 여관이야."
소피의 망가져 버린 모습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난 감정을 추스리고 답을 해주었다.
"아..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소피, 엘프가 오크들처럼 말을 더듬으며 말을하다니, 진짜 술이란 존재에 대해 괭장히 신비하게 느껴졌다. 내가 술을 잘못 마시면 어떻게 될까? 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되도록이면 술은 안마시도록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디도 깨우고 세 명을 나와 클라리가 여관의 방으로 거의 끄는 것처럼 해서 여관 안으로 데리고 갔다. 소피 보기보다 무거웠다. 어떻게 그렇게 가냘픈 몸매에 별로 크지도 않은 키에 이런 무게가 나오는지 정말 모르겠다. 리아인은 원래부터 무거울 것이라라 예상 했지만. 리아인을 여관의 1인실에 놓여 있는 침대에 눕혀 놓은 뒤에 4인실, 오늘 우리가 묶을 방으로 돌아왔다. 클라리는 소피와 신디를 침대에 눕혀 놓고는 소파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클라리는 최상급 방이 아니면 잠을 못자는 것일까? 왜 매일 비싼 방만 빌리는 건지. 정말, 모를 일이다. 지금 우리가 있는 방 역시, 온통 번쩍번쩍한 듯 보이는 모습이, 확실히 예사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님아, 우리 오늘은 꼭 쇼핑가자."
클라리는 뭔가 잔뜩 기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날쳐다보며 말을 했다. 휴...이런 사태가 일어날 줄 예상하긴 했지만... 쩝 어제 하루 무사히 넘긴 것도 다행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래."
나와 클라리는 여관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들어올 때는 짐들을 끌고 오느라 몰랐는데 이 여관은 내부 장식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많은 조각들과 그림들 전의 그 마을에서 본 것 처럼, 특별히 관심을 끌만한 것들은 별로 없었지만, 머무는 사람의 눈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기에는 충분했다.
여관 밖으로 걸어 나오니. 마차를 타고 갈 때보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였다. 짐 보따리르 들고 다니는 장사꾼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괭장히 많이 보였고, 노스트립톤에서는 그다지 볼 수 없었던 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기사들의 모습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사단 전체가 단체로 휴가를 나왔는 것 같다. 아니면 이렇게 많은 기사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클라리, 이번에는 뭐 살꺼야?"
"응? 모르겠어. 그냥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살꺼야."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에 의하면 물건을 살 때, 미리 계획을 정하지 않고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는 그 방법이 물건 구매에서 가장 잘못된 방법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책에서는 충동구매란 표현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클라리는 그런 것은 알지도 생각해 본적도 없는 듯 보이는 느낌.
"주인님아! 어서가자!"
클라리는 내가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은체 나를 재촉했다. 그리고 정해진 코스데로 가게들이 많은 곳을 향해 나를 끌고 가는 클라리. 클라리에게 끌려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미들 트립톤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따뜻하다해도 겨울인 지금 구하기 힘든 싱싱한 과일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었고, 사우스 피투안에서 봤던 그 악몽같은 옷가게인지, 악세서리 점인지, 미용실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런 가게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거기에다, 무기점, 약국, 식료품가게...등등 가게의 수 뿐만 아니라 종류역시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인 것 같았다.
"주인님아 저기 잠시 들어가자."
가게들을 돌아다니다가 본 보석들이 가득한 가게로 클라리는 나를 끌고 걸어갔다. 내가 힘이 있나? 클라리가 하지는 대로 따라 가야지. 그리고 가게에 들어가서 보석들을 구경하는 클라리. 난 클라리 몰래 클라리가 차고 있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한주먹 꺼냈다. 워낙 많으니 이 정도 없어져도 아마 모를 꺼야. 클라리는 보석들을 구경하느라. 나를 잡고있던 손이 느슨해져서 내손을 놓은 것도 잊은 듯 했다. 그 기회에 난 살며시 보석점 주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저기, 흠..흠..저 반지 같은 것으로 두개 주세요.".
난 보석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반지를 하나 가리키며 클라리가 들리지 않게 되도록 조용히 주인에게 말을 했다.
"보석은 어떤걸 원하시는지.."
대충 눈치를 챘는지 주인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우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했다. 어떤 보석을 원하냐라. 음...그래, 파란색 사파이어 반지가 좋겠다. 왠지 보석들 중에는 사파이어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지만 난 절대로 사파이어를 잔뜩 모아서 집에 진열해 두는 그런 쓸데 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보석이야 마을 창고에 괴물 사냥꾼 녀석들로부터 뺐은 것이 잔뜩 있었지만, 내 생각에는 보석이란 것은 소유하면 소유하려 할 수록, 그 순수한 아름다움이란 본래의 가치는 사라지고, 오로지 욕심의 상징으로 밖에 남지 않게 되니까.
"사파이어로 해주세요."
보석점 주인은 뒤에 창고아니, 금고라 해야 알맞는 곳으로 가더니, 내가 원하던 디자인에 사파이어가 박힌 반지 두개를 들고 나왔다. 다행히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나 보다, 내가 들은바에 따르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세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었다.
"120 트립 입니다."
엄청 비싸네..휴...역시 귀금속 반지라는 것인가? 난 몰래 빼두었던 금화 중에 12개를 세어서 주인에게 주었다. 그리고 주인에게 반지를 받아 주머니 깁숙히 넣어두었다. 나중에 클라리한테 줘야지. 그런데 보석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라 클라리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 정말 보석들은 언제봐도 예뻐.."
클라리는 구경만하고 생각 했던 것과는 다르게 보석은 하나도 사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흠...정말 모를 일이다. 내가 아까 생각했던 소유하면 소유하려 할 수록 보석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그 것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나중에 마을에 돌아가면 클라리한테 창고에 싸여 있는 보석들도 구경을 시켜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석점에서 빠져나와 가게들이 많은 거리를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클라리, 옷가게는 안 가볼꺼니? 너 겨울옷 같은거 좀 사야되는 거 아니야?"
클라리 옷은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알맞을 얇은 원피스차림 그대로 였다. 그 차림으로 그 추운 북부 산맥을 넘었으니, 아무리 따뜻한 제국령이라고 해도 이제 곧 겨울이 될텐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니야, 괜찮아. 주인님아. 제국령은 따뜻하고 오늘은 사지는 않고 구경만 하러 나온거니까."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한다고? 클라리의 예상밖의 대답에 조금 혼란해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필요한 일인 것 같은데...하지만 물건들을 구경하는 클라리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싶었으면 마을에 있었을 때도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가게들이 많은 도시로 데려다 충분히 데려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들 트립톤의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행복해 보이는 클라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행복해 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검과 주인간에 감정이 통한다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해는 어느순간에 이미 모습을 감췄음에도 불구하고 가게들 모두가 불을 켜고 있으니, 미들 트립톤의 거리는 낮만큼 밝았다. 상업도시, 그 명성에 어울렸다. 밤이면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는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이 도시는 밤중 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난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었으므로 조금 호기심을 담아 주위를 둘러 보았다.
"클라리 여기 언제까지 이렇게 불이 켜있는 것이지?"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클라리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클라리는 내가 물은 뒤 한참이 지나서야 답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관심 밖이 아닐가 하는...
"해뜨기 직전까지야, 미들 트립톤의 가게는 개인적인 사정이 없는 한 문을 절대로 안닫아. 종업원을 고용해서라도 하루종일 영업을 해, 주인님아."
그렇구나. 정말 대단하다. 지방 도시들이 이정도인데. 과연 수도는 어떤 모습에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갑자기 기대가 되는 것 같았다. 여행,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 돌아가면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중 여러가지를 적용시켜 볼 것도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리, 안 피곤하니? 이제 여관으로 돌아가자."
"응 주인님아.."
내말에 답을한 클라리는 조금 아쉬운듯한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을했다. 나중에 여관에 도착하기 전에 반지를 보여 줘야겠다. 훔, 클라리가 어떤 표정을 할지 왠지 기대가 된다. 기뻐할까? 모르겠다.
우리는 여관 쪽으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난 길 찾는데도 소질이 조금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 복잡한 동물들의 길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잘 돌아다니니, 이렇게 정돈된 인간들의 길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순간 내 눈에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기사 인가? 짙은 갈 빛, 나보다 훨씬 짙은 머리결, 그리고 파란색,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닷색의 눈을 가진 키가 아주 큰 남자였다. 클라리는 가게쪽을 보고 있어서 아직 그 남자를 못 본 것 같았다. 클라리한테 한 번 물어볼까?
그런데 그 남자가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놀란 눈빛으로 우리 아니 정확히는 내 옆의 클라리를 쳐다보았다.
"클라리 누나! 클라리 누나 맞지?"
그 남자는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그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클라리의 이름을 불렀다. 클라리 누나? 그럼 설마 저놈이... 바로 그 클라리를 울렸다는 가이우스 형, 그 녀석이 아닐까? 그래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핀 누나와 가이우스하고도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가게에 진열되 있던 물건을 구경하던 클라리는 그 소리에 그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클라리, 역시 놀란 표정,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형언할 수 없는 많은 표정들.
"주인님, 어서 가자."
클라리는 갑자기 딱딱해진 목소리로 내가 말을 하며 내 팔을 잡고 갑자기 걸음을 빨리했다.
그래, 저런 녀석 만나는 것도 보는 것도 싫겠지. 우린 그 녀석을 내버려 둔체 앞쪽으로 뛰다시피 걸아갔다.
클라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진짜 눈물이...그리고 그 녀석 우리쪽을 계속보고 있었다. 재수없는 술주정뱅이 녀석! 난 무의식 적으로 어느순간에 마법 주문을 읊고 있었다. 안돼! 그럼 클라리가 더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 너무나도 용사할 수 없었다. 외로움과...마음의 고독,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 난 간신히 감정을 추스리며 주문을 멈추고 클라리를 따라 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 녀석 바로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누나...!"
그 순간 그 녀석의 절규 비슷한 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우리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정신없이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체.
우리는 어느 순간엔가 마을 중앙의 넓은 광장으로 와 있었다. 방금전의 불빛으로 가득한 모습과는 다르게 밤의 어둠이 짙게깔린, 광장의 모습.
난 계속 눈물을 흘리는 클라리, 요즘엔 정말 클라리가 울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오는 것 같다. 난 걸음을 멈추지않고 있는 클라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분수대 가로 클라리의 손을 잡고 가 앉혔다. 이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소용이 있을까?
난 아무말도 하지 않은체 조용히 클라리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휴..여기도 달은 여전히 하늘 높이 떠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내 마음은, 그리고 클라리의 마음은 끝도 없는 암흑속으로 무너져도.
하늘에는 별똥별들이 꼭 눈물을 흘리는 듯, 떨어졌다.
마음같아선 이 도시 전체를 마법으로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만드는 내 이성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나..잊어 버린 줄 알았어. 그 아이를 그런데 아직도 내 마음 깊이는, 그 아이, 클라우가 사라지지 않고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클라리 두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주인님아. 나 정말..좋아했었어. 그 아이를....."
전에 클라리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어쩔땐 엄마와 같은 기분으로 큰 뒤에는 연인 같은 기분으로. 그랬었겠지. 클라리에게 그녀석은...
하지만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녀석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아니 자신에게 그렇게 사랑을 준 존재라면 그래서는 안돼는데. 그리고 붙잡았어야 한다. 울면서 가는 클라리를 그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만약 나였다면 확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까지 깊은 상처를 입히지 않았을 것이다.
"울지마..내 마음이 아프잖아..."
내 작은 목소리 난 손수건을 꺼내, 클라리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클라리의 손을 치우고. 순간 클라리의 그 슬픈 눈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살며시 다가오는 클라리의 얼굴, 무언가 촉촉한 것이 내 입술을 잠시 스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끝없이 내려 앉고 있던 내 마음이 다시 떠오르는 것도 느껴졌다.
난 주머니속에 꼭 넣어 두었던 반지 두개를 꺼내서 하나를 클라리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내 손가락에 끼우며, 파란색 사파이어는 달빛과 또다른 별빛이 아닌 별빛에 젖어 아름답게 빛이 났다. 클라리는 그 작은 반지를 아주 소중히 가슴에 품으며 말을 했다.
"주인님. 지금 나한테 남은 존재는 주인님 밖에 없어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은...주인님은 날 버리지 않을 꺼지?"
"그래, 영원히 내 목숨이 다하는 날 까지 내가 널 버리는 일은 없을꺼야."
난 강하게 클라리의 마음 속에, 또 하나의 글자를...술주정뱅이 녀석이 차가운 글자를 새겨 얼어붙게 만든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줄 그런 글자를 새겨 넣었다. 그래 언젠가는 클라리도 울지 않아도 될 날이 오겠지. 아니, 내가....내가꼭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다. 주인으로써가 아니라. 클라리의 소중한 존재 중의 하나로써.
-리투안의 시간단위는 30리투안 시간이 하루, 즉 하루를 30등분한 것이 1리투안 시간이다. 또한 1리투안 시간은 30단위의 리투안 분으로 나누어 진다. 즉 30 리투안 분이 1리투안 시간 900리투안 분이 하루이다.
리투안의 기본 통화는 1트립으로 현제 소 그릭 연맹 국을 제외한 모든 서부 대륙에서 통용되고 있다. 10트립이 금화한개, 1트립은 9골드이다. <서부 대륙 여행 안내서>-
"주인님아~! 미들 트립톤이야. 노스트립톤에선 쇼핑 못했었는데, 미들 트립톤은 상업도시라서 물건도 많으니까 꼭 쇼핑해야지!"
노스트립톤에서는 북부수비대 본부에만 있다가 나와서 클라리가 쇼핑을 할 시간이 없었었다. 그래서 그런지...클라리..왠지 미들 트립톤에 도착하기만을 벼르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일행은 노스 트립톤에서 메넬리오 수비대장에게 마차를 빌리기로 결정을 했다. 리아인 덕분인지 메넬리오 대장이 마부까지 같이 보내려는 것을 간신히 말리고 지금은 내가 마차를 몰고 있었다. 처음 마차를 모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별 어려움 없이 마차는 잘 움직이고 있었다. 왠지 신기하단 느낌. 예전에 스승님과 같이 지낼 때 잠깐 말을 타는 것을 배운 다음, 정말 오랫만에 말이란 동물과 접해보는 것 같았다. 어쨌든 내가 이렇게 무난하게 마차를 잘몰 수 있는 것도 북부수비대에서 훈련을 잘시킨 덕택에다 잘 닦여진 길 때문이겠지.
원래 리아인이 말을 몰려고 했었었다. 하지만 그래도 황자 체면이 있지 제국령 외의 지역도 아니고 제국령안에서 황자가 마차를 몬 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또 나중에 누가 뭐라 할지도 모르니 그냥 내가 모는게 나을것 같다. 지도를 보니 걸어왔으면 작은 마을에서 자거나 들판에서 한번쯤 노숙을 했어야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마차가 좋긴 좋았다. 삼일정도의 일정의 거리를 단 하루만에 갈 수 있다니. 클라리는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말을 몰고 있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걸어갈 때와는 다르게 주위 풍경들이 속도감에 빠르게 변하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구경거리였다. 그리고 차갑지 않은 따뜻한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는 것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해가 들판의 끝에 간신히 매달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미들 트립톤의 북문쪽에 도착을 하고 있었다. 해가 지고 나면 성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빨리 가야했다. 노숙은 그다지 반길만한 것이 아니니가. 미들 트립톤도 노스 트립톤 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방어가 철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왠만큼의 군대가 아니고 상업도시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공격했다가는 오히려 호되게 당할 듯 보였다. 정말, 피투안 왕국 최고의 방위를 자랑한다는 사우스 트립톤은 리투안 제국의 상업도시의 방어수준만도 못했다. 성문을 올리기 바로 직전에 우리 마차는 간신히 경비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통행증을 보여주십시오."
노스 트립톤에서는 검문을 받지 않고 무사 통과해서 느끼지 못했었는데 말하는 것 역시 절도가 잡혀 있는 것 같다. 리아인한테 받은 내 통행증만으로도 일행 전체가 통과가 될까? 갑자기 한번 실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
난 남파나단 자치령주라 적혀 있는 내 통행증을 내밀었다. 경비병은 잠시 통행증을 살펴보더니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경비병은 마차의 뒤쪽을 향해 경례를 붙이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실례했습니다. 자치령주님의 마차인줄은 몰랐습니다."
자치령주, 생각보다 높은 지위인 것 같다. 메넬리오 수비대장이 내게 대우를 하는 것도 그렇고, 경비병들도 내 통행증만 보더니 다른 사람은 검문도 안하고 통과를 해주었다. 물론 사우스 피투안에서 처럼 경비병이 비굴한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경비병들도 순간적으로 긴장을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 그런데 아무리봐도 내가 자치령주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경비병들 나를 평범한 마부로 생각한 것임이 틀림이 없다.
"우리 주인님, 정말 대단한데? 경비병이 통행증을 보더니, 바로 보내줄 정도 권력이면 이야~!."
클라리는 내 쪽을 보며 반은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을 했다. 아마 마부 없이 내가 말을 모는 것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방금전의 상황에 대한 것도. 흠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나쁜데스트레스가 점점 누적되는 듯 했다.
성안에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노스 트립톤에 비해 미들 트립톤은 집들에게서 자유로운 느낌이 느껴졌다. 집들은 노스트립톤의 상업지구들 처럼 주거지역 역시 일정한 규격없이 제각각이었다. 집들 중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정도로 신기한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집 폭이 사람 키 정도 밖에 안되는 집도 있었고, 15층이나 있을 정도로 높게 지은 집도 있었다. 저렇게 높은 집을 지으려면 고생좀 했을 텐데. 그런데 아무리봐도 저 꼭대기에 사는 사람들은 플라이 마법을 안쓰면.. 집에 들어가기조차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마차를 세울 수 있는 여관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클라리 네가 한번 골라봐. 너 그런건 잘하잖아."
"피, 주인님은 내가 그런것 밖에 할 줄 아는게 없는 것 같이 말하네."
클라리는 뾰투룽 해져서 나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을했다. 휴. 골아파, 이번 만큼은 말싸움에서 질 수 없지. 그동안 당한 게 있는데, 란트 크리센, 검하고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정말 한심하다. 한심해.
"그럼 너 할줄 아는게 뭐가 있어?"
"........"
갑자기. 말을 멈추는 클라리, 이번 말싸움은 나의 승리다. 말싸움으로 클라리를 이긴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아니다. 내가 이겼다고 안심을 하고 있을 수는 없을 듯, 클라리의 저 표정은 뭔가 말할게 가득 있지만 억지로 참는 것 같은데.
"마차를 세울 수 있는 여관으로 찾으면 되잖아. 주인님은, 피.."
키가 크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지만 클라리도 가끔씩은 귀엽게 보일 때가 있었다. 하긴 키작은 내가 특히, 다른사람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클라리의 안내에 따라 난 마차를 몰아갔다. 그런데 여관쪽을 향해 가는 길에 투구는 쓰지 않았지만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 왔다. 상업도시인데 기사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많이 보이지? 노스 트립톤에서도 기사들은 도시 안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기사들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도시 안에서 돌아다니는 것 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기사들의 모습은 평소에 기사들이 하고 있는 딱딱한 모습이 아닌 일반 사람들과 별 다를바 없는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단체로 휴가 같은 것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마차를 세울 수 있는 여관은 큰 길가에 대부분 있었는데. 음.,,아! 저기야 저기."
주위를 천천히 훑어보고 있던 클라리가 길의 한 쪽을 가리켰다. 큰 마굿간을 가지고 있는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고급스러워 보이는 여관, 어찌됬건 클라리에게 맏기길 잘한 것 같다. 사람들 한테 물어보고 하려면 귀찮으니까. 그런데 마차안은 생각 외로 조용했다. 모두들 졸고 있는 것일까? 어제 밤에 나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클라리 어제, 나 잠들고 나서 무슨 일 있었니?"
클라리는 잠시 얼굴에 작게 미소를 띄우더니 말을 했다.
"어제 주인님 잠들고 나서 메넬리오 수비대장님하고 리아인하고 나하고 소피하고 밤새도록 술을 마셨었어. 피곤해서 아마 저럴 꺼야."
소피도 술을 마실줄 알았나? 하긴 소피도 엘프니까 한 두해 산 것도 아닐테고, 술 정도는 충분히 마실 줄 알겠지. 그런데 같이 마셨다면서도 클라리는 왜 이렇게 생생하지?
"클라리, 넌 괜찮니?"
"응, 나 술 엄청 잘마셔."
헉, 그게 자랑인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아니, 검의 마음이라 해야 하는게 맞을것 같다. 아무래도 술 마실 일이 많은 기사, 특히 황자인 리아인이 저렇게 골아떨어져 있을 정도면, 괭장히 많이 마셨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클라리가 멀쩡한 것을 보면, 클라리 술을 얼마나 잘 마시길레 저렇게 멀쩡한거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클라리가 가리켰던 그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에는 마차를 댈 수 있을 정도로 큰 마굿간이 있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마차가 여관 앞에 멈추자 안에서 붉은 색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우리 마차쪽을 향해 튀어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마차를 세우실려고요? 정말 잘 선택하셨습니다. 저히 여관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차고가 있으니까요. 손님께서는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하신겁니다. 방은 몇개 빌리시겠습니까? 상,중,하 어떤 방을 드릴까요? 그리고 저녁은 드시겠습니까?"
"......"
어떻게 저렇게 많은 말을 숨도 안쉬고 그렇게 빨리 말할 수 있을까? 상업도시 미들 트립톤 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혹시 저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것은 아무래도 어쩔 수 없이 클라리에게 맏겨야 할 것 같다. 내가 클라리를 쳐다보자 클라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마차는 북부수비대의 관용 마차니까 되도록이면 조심해서 보관해 주고, 방은 최 상급 방으로 1인용방 하나, 4인용 방 하나, 저녁은 당연히 필수."
클라리, 그 빠른 말을 다 기억하고 대답까지 하다니 갑자기 클라리가 위대해 보이는 것은...
"알겠습니다. 마차 보관, 최상급 1인용, 4인용방 각각 하나 저녁은 드실꺼라고요. 저희 여관은 선불이라.. 저녁 값은 따로 계산하시고 방과 마차 보관 비용으로만 20트립입니다."
클라리는 어제 밤에 나한테서 강탈해간 돈 주머니에서 금화 두개를 꺼내더니 그 빨간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주었다. 돈을 건내받은 빨간색 옷을 입은 남자가 여관쪽을 보며 박수를 몇번 치자, 여관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다른 남자가 걸어 나왔다. 마차의 말 고삐를 받아서 차고라 부른 마차 보관 창고로 마차를 끌고 갔다. 마차가 차고에 완전히 들어간 뒤, 나와 클라리는 마차에서 내려 뒤쪽에서 자고 있던 두사람과 한 엘프를 깨웠다. 그 뒤 보이는 모습도 제각각, 리아인은 기지개를 피더니 부시시한 얼굴에 덜풀린 목소리로 말을했다.
"윽..피곤해.."
이번에도 리아인의 입에서 절대 안나올 것 같았던 소리를 들었다. 피곤하다라 하루종일 잠만 잤을텐데, 정말 어제밤에 얼마나 마신 거야? 소피 역시 머리가 온통 헝크러져서 잠에서 덜깬 멍한 표정으로 간신히 일어났다.
"란..란트군..여기..가 어디..죠?"
"미들 트립톤의 여관이야."
소피의 망가져 버린 모습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난 감정을 추스리고 답을 해주었다.
"아..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소피, 엘프가 오크들처럼 말을 더듬으며 말을하다니, 진짜 술이란 존재에 대해 괭장히 신비하게 느껴졌다. 내가 술을 잘못 마시면 어떻게 될까? 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되도록이면 술은 안마시도록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디도 깨우고 세 명을 나와 클라리가 여관의 방으로 거의 끄는 것처럼 해서 여관 안으로 데리고 갔다. 소피 보기보다 무거웠다. 어떻게 그렇게 가냘픈 몸매에 별로 크지도 않은 키에 이런 무게가 나오는지 정말 모르겠다. 리아인은 원래부터 무거울 것이라라 예상 했지만. 리아인을 여관의 1인실에 놓여 있는 침대에 눕혀 놓은 뒤에 4인실, 오늘 우리가 묶을 방으로 돌아왔다. 클라리는 소피와 신디를 침대에 눕혀 놓고는 소파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클라리는 최상급 방이 아니면 잠을 못자는 것일까? 왜 매일 비싼 방만 빌리는 건지. 정말, 모를 일이다. 지금 우리가 있는 방 역시, 온통 번쩍번쩍한 듯 보이는 모습이, 확실히 예사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님아, 우리 오늘은 꼭 쇼핑가자."
클라리는 뭔가 잔뜩 기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날쳐다보며 말을 했다. 휴...이런 사태가 일어날 줄 예상하긴 했지만... 쩝 어제 하루 무사히 넘긴 것도 다행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래."
나와 클라리는 여관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들어올 때는 짐들을 끌고 오느라 몰랐는데 이 여관은 내부 장식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많은 조각들과 그림들 전의 그 마을에서 본 것 처럼, 특별히 관심을 끌만한 것들은 별로 없었지만, 머무는 사람의 눈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기에는 충분했다.
여관 밖으로 걸어 나오니. 마차를 타고 갈 때보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였다. 짐 보따리르 들고 다니는 장사꾼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괭장히 많이 보였고, 노스트립톤에서는 그다지 볼 수 없었던 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기사들의 모습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사단 전체가 단체로 휴가를 나왔는 것 같다. 아니면 이렇게 많은 기사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클라리, 이번에는 뭐 살꺼야?"
"응? 모르겠어. 그냥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살꺼야."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에 의하면 물건을 살 때, 미리 계획을 정하지 않고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는 그 방법이 물건 구매에서 가장 잘못된 방법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책에서는 충동구매란 표현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클라리는 그런 것은 알지도 생각해 본적도 없는 듯 보이는 느낌.
"주인님아! 어서가자!"
클라리는 내가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은체 나를 재촉했다. 그리고 정해진 코스데로 가게들이 많은 곳을 향해 나를 끌고 가는 클라리. 클라리에게 끌려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미들 트립톤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따뜻하다해도 겨울인 지금 구하기 힘든 싱싱한 과일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었고, 사우스 피투안에서 봤던 그 악몽같은 옷가게인지, 악세서리 점인지, 미용실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런 가게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거기에다, 무기점, 약국, 식료품가게...등등 가게의 수 뿐만 아니라 종류역시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인 것 같았다.
"주인님아 저기 잠시 들어가자."
가게들을 돌아다니다가 본 보석들이 가득한 가게로 클라리는 나를 끌고 걸어갔다. 내가 힘이 있나? 클라리가 하지는 대로 따라 가야지. 그리고 가게에 들어가서 보석들을 구경하는 클라리. 난 클라리 몰래 클라리가 차고 있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한주먹 꺼냈다. 워낙 많으니 이 정도 없어져도 아마 모를 꺼야. 클라리는 보석들을 구경하느라. 나를 잡고있던 손이 느슨해져서 내손을 놓은 것도 잊은 듯 했다. 그 기회에 난 살며시 보석점 주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저기, 흠..흠..저 반지 같은 것으로 두개 주세요.".
난 보석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반지를 하나 가리키며 클라리가 들리지 않게 되도록 조용히 주인에게 말을 했다.
"보석은 어떤걸 원하시는지.."
대충 눈치를 챘는지 주인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우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했다. 어떤 보석을 원하냐라. 음...그래, 파란색 사파이어 반지가 좋겠다. 왠지 보석들 중에는 사파이어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지만 난 절대로 사파이어를 잔뜩 모아서 집에 진열해 두는 그런 쓸데 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보석이야 마을 창고에 괴물 사냥꾼 녀석들로부터 뺐은 것이 잔뜩 있었지만, 내 생각에는 보석이란 것은 소유하면 소유하려 할 수록, 그 순수한 아름다움이란 본래의 가치는 사라지고, 오로지 욕심의 상징으로 밖에 남지 않게 되니까.
"사파이어로 해주세요."
보석점 주인은 뒤에 창고아니, 금고라 해야 알맞는 곳으로 가더니, 내가 원하던 디자인에 사파이어가 박힌 반지 두개를 들고 나왔다. 다행히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나 보다, 내가 들은바에 따르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세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었다.
"120 트립 입니다."
엄청 비싸네..휴...역시 귀금속 반지라는 것인가? 난 몰래 빼두었던 금화 중에 12개를 세어서 주인에게 주었다. 그리고 주인에게 반지를 받아 주머니 깁숙히 넣어두었다. 나중에 클라리한테 줘야지. 그런데 보석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라 클라리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 정말 보석들은 언제봐도 예뻐.."
클라리는 구경만하고 생각 했던 것과는 다르게 보석은 하나도 사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흠...정말 모를 일이다. 내가 아까 생각했던 소유하면 소유하려 할 수록 보석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그 것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나중에 마을에 돌아가면 클라리한테 창고에 싸여 있는 보석들도 구경을 시켜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석점에서 빠져나와 가게들이 많은 거리를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클라리, 옷가게는 안 가볼꺼니? 너 겨울옷 같은거 좀 사야되는 거 아니야?"
클라리 옷은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알맞을 얇은 원피스차림 그대로 였다. 그 차림으로 그 추운 북부 산맥을 넘었으니, 아무리 따뜻한 제국령이라고 해도 이제 곧 겨울이 될텐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니야, 괜찮아. 주인님아. 제국령은 따뜻하고 오늘은 사지는 않고 구경만 하러 나온거니까."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한다고? 클라리의 예상밖의 대답에 조금 혼란해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필요한 일인 것 같은데...하지만 물건들을 구경하는 클라리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싶었으면 마을에 있었을 때도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가게들이 많은 도시로 데려다 충분히 데려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들 트립톤의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행복해 보이는 클라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행복해 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검과 주인간에 감정이 통한다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해는 어느순간에 이미 모습을 감췄음에도 불구하고 가게들 모두가 불을 켜고 있으니, 미들 트립톤의 거리는 낮만큼 밝았다. 상업도시, 그 명성에 어울렸다. 밤이면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는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이 도시는 밤중 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난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었으므로 조금 호기심을 담아 주위를 둘러 보았다.
"클라리 여기 언제까지 이렇게 불이 켜있는 것이지?"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클라리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클라리는 내가 물은 뒤 한참이 지나서야 답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관심 밖이 아닐가 하는...
"해뜨기 직전까지야, 미들 트립톤의 가게는 개인적인 사정이 없는 한 문을 절대로 안닫아. 종업원을 고용해서라도 하루종일 영업을 해, 주인님아."
그렇구나. 정말 대단하다. 지방 도시들이 이정도인데. 과연 수도는 어떤 모습에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갑자기 기대가 되는 것 같았다. 여행,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 돌아가면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중 여러가지를 적용시켜 볼 것도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리, 안 피곤하니? 이제 여관으로 돌아가자."
"응 주인님아.."
내말에 답을한 클라리는 조금 아쉬운듯한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을했다. 나중에 여관에 도착하기 전에 반지를 보여 줘야겠다. 훔, 클라리가 어떤 표정을 할지 왠지 기대가 된다. 기뻐할까? 모르겠다.
우리는 여관 쪽으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난 길 찾는데도 소질이 조금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 복잡한 동물들의 길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잘 돌아다니니, 이렇게 정돈된 인간들의 길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순간 내 눈에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기사 인가? 짙은 갈 빛, 나보다 훨씬 짙은 머리결, 그리고 파란색,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닷색의 눈을 가진 키가 아주 큰 남자였다. 클라리는 가게쪽을 보고 있어서 아직 그 남자를 못 본 것 같았다. 클라리한테 한 번 물어볼까?
그런데 그 남자가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놀란 눈빛으로 우리 아니 정확히는 내 옆의 클라리를 쳐다보았다.
"클라리 누나! 클라리 누나 맞지?"
그 남자는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그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클라리의 이름을 불렀다. 클라리 누나? 그럼 설마 저놈이... 바로 그 클라리를 울렸다는 가이우스 형, 그 녀석이 아닐까? 그래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핀 누나와 가이우스하고도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가게에 진열되 있던 물건을 구경하던 클라리는 그 소리에 그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클라리, 역시 놀란 표정,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형언할 수 없는 많은 표정들.
"주인님, 어서 가자."
클라리는 갑자기 딱딱해진 목소리로 내가 말을 하며 내 팔을 잡고 갑자기 걸음을 빨리했다.
그래, 저런 녀석 만나는 것도 보는 것도 싫겠지. 우린 그 녀석을 내버려 둔체 앞쪽으로 뛰다시피 걸아갔다.
클라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진짜 눈물이...그리고 그 녀석 우리쪽을 계속보고 있었다. 재수없는 술주정뱅이 녀석! 난 무의식 적으로 어느순간에 마법 주문을 읊고 있었다. 안돼! 그럼 클라리가 더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 너무나도 용사할 수 없었다. 외로움과...마음의 고독,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 난 간신히 감정을 추스리며 주문을 멈추고 클라리를 따라 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 녀석 바로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누나...!"
그 순간 그 녀석의 절규 비슷한 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우리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정신없이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체.
우리는 어느 순간엔가 마을 중앙의 넓은 광장으로 와 있었다. 방금전의 불빛으로 가득한 모습과는 다르게 밤의 어둠이 짙게깔린, 광장의 모습.
난 계속 눈물을 흘리는 클라리, 요즘엔 정말 클라리가 울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오는 것 같다. 난 걸음을 멈추지않고 있는 클라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분수대 가로 클라리의 손을 잡고 가 앉혔다. 이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소용이 있을까?
난 아무말도 하지 않은체 조용히 클라리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휴..여기도 달은 여전히 하늘 높이 떠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내 마음은, 그리고 클라리의 마음은 끝도 없는 암흑속으로 무너져도.
하늘에는 별똥별들이 꼭 눈물을 흘리는 듯, 떨어졌다.
마음같아선 이 도시 전체를 마법으로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만드는 내 이성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나..잊어 버린 줄 알았어. 그 아이를 그런데 아직도 내 마음 깊이는, 그 아이, 클라우가 사라지지 않고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클라리 두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주인님아. 나 정말..좋아했었어. 그 아이를....."
전에 클라리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어쩔땐 엄마와 같은 기분으로 큰 뒤에는 연인 같은 기분으로. 그랬었겠지. 클라리에게 그녀석은...
하지만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녀석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아니 자신에게 그렇게 사랑을 준 존재라면 그래서는 안돼는데. 그리고 붙잡았어야 한다. 울면서 가는 클라리를 그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만약 나였다면 확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까지 깊은 상처를 입히지 않았을 것이다.
"울지마..내 마음이 아프잖아..."
내 작은 목소리 난 손수건을 꺼내, 클라리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클라리의 손을 치우고. 순간 클라리의 그 슬픈 눈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살며시 다가오는 클라리의 얼굴, 무언가 촉촉한 것이 내 입술을 잠시 스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끝없이 내려 앉고 있던 내 마음이 다시 떠오르는 것도 느껴졌다.
난 주머니속에 꼭 넣어 두었던 반지 두개를 꺼내서 하나를 클라리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내 손가락에 끼우며, 파란색 사파이어는 달빛과 또다른 별빛이 아닌 별빛에 젖어 아름답게 빛이 났다. 클라리는 그 작은 반지를 아주 소중히 가슴에 품으며 말을 했다.
"주인님. 지금 나한테 남은 존재는 주인님 밖에 없어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은...주인님은 날 버리지 않을 꺼지?"
"그래, 영원히 내 목숨이 다하는 날 까지 내가 널 버리는 일은 없을꺼야."
난 강하게 클라리의 마음 속에, 또 하나의 글자를...술주정뱅이 녀석이 차가운 글자를 새겨 얼어붙게 만든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줄 그런 글자를 새겨 넣었다. 그래 언젠가는 클라리도 울지 않아도 될 날이 오겠지. 아니, 내가....내가꼭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다. 주인으로써가 아니라. 클라리의 소중한 존재 중의 하나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