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2장 제국의 수도를 향해(6) 슬픈인연-2(수정)
푸른바람·2002. 3. 9. PM 3:15:16·조회 3179·추천 70
에피소드 11 여행(4)
-총리대신은 제국내에서 황제 다음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동원할 수 있는 친위 군대도 약 E클래스 보병 2000명 정도, 보통 총리대신이 다른 직과 겸직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군사력의 추가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영주, 그 밖에 귀족들을 동원한 귀족 회의의 결정을 따르는 경우 황제의 정책에 거부권을 발동할 수도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큰 권한 만큼 총리가 과욕을 부릴 경우 반역죄로 처형되는 경우 역시 대단히 많았다. <리투안 제국 대 백과 사전>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난 키가 큰 클라리를 등에 업고 여관 쪽을 향해 걸어왔다. 클라리, 도저히 걸을 힘이 없는 것 같아 보였으니. 작은 내가 키가 큰 클라리를 업고 가는 것이라 조금,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소피와는 다르게 오히려 클라리는 키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가벼웠다. 정신체라서 그런 것일까? 말이 없는 클라리, 숨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잠이 든 것 같았다.
"클라리 자니?"
대답이 없다. 역시 잠이 들었구나. 클라리.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모르겠다. 난 기분도 칙칙해진 풀 겸검은 밤하늘에 옛날에 클라리가 그 망할 녀석에게 해 주었다는 그 불꽃놀이란 것을 해보았다. 별다른 주문 없이 하늘을 향해 밝게 빛나는 마나를 올려 보내기만 하면 되니까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내 감정을 주체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한동안 마법을 쓰지않아 넘치는 마나의 분출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정 조절을 잘 못하면 그 마나가 파괴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분출 될지도 모르니. 왠지 예전처럼 사람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악한 눈을 가진 녀석일지라도. 역시 자아가, 감정이 깨어난 것일까? 모르겠다.
낮에 기억을 더듬어 여관을 찾아갔다. 큰 길가에 있었기 때문에 별로 찾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까 쓰고 싶었다던 도시를 날려버릴 수 있는 마법, 미티어 스트라이크, 운석 소환. 예전에 딱 한번 써본 적 있다. 북부 산맥의 한 구석에서. 예전에 왠지 혼자 있고 싶을 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그렇게 며칠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 졌으니까. 그런데 그냥 연습삼아 써본 마법의 파워가 장난이 아니었다. 상당히 높은 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졌었으니... 그 위력에 내가 놀란 까닭에 그 뒤로는 되도록이면 마법이란 것의 사용을 억제 하려고까지 마음을 먹었으니까.
여관은 아직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북부 산맥 바로 아래에 있는 그 그림이 달려 있던 마을의 여관이 생각이 난다. 손님이 없어서 밤에는 불을 다 껐었는데.
"손님, 도와드릴까요?"
붉은 옷을 입은..낮에 그 말빠른 녀석이 여관으로 들어서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서비스 정신이라고 해야하나?
"아니, 괜찮아."
흠. 자연스럽게 반말이 나오는...그러고 보니 내가 말을 높이는 것이 평소의 내 언어생활로 볼때는 더 이상하다라고 볼 수 있었다. 리아인같은 경우는 특별히 예외라고 할수 있을 테고.
난 복도를 걸어가서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내가 나가기 전까지는 피곤에 절어서 잠들어 있던 사람과 엘프가 모두들 깨어서 테이블에 모여 앉아있었다. 쩝. 낮에 그렇게 잤는데 밤에 잠이 올까?
"란트군!"
리아인이 나를 보며 반갑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내가 클라리를 없고 들어오자. 무척 반갑게 쳐다보는 두 사람의 눈빛과 한 엘프의 왠지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소피 왜 안 어울리게 날 노려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무슨 잘못한 일이라도?
"클라리가 쇼핑을 하고 싶다고 해서.."
난 일행에게 말을 한 뒤, 클라리를 침대에 눞이고는 테이블에 같이 앉았다. 그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꼬로록 소리,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니. 소피가 얼굴이 빨갛게 되서 있었다. 엘프도 배가 고플 때가 있는 것일까? 정말 연구를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피 배고파?"
부끄러운듯 얼굴을 가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소피. 그리고 비슷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두사람..배고프다는 눈빛. 황자 리아인의 이미지도 최근 들어서 서서히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세명 모두, 하루종일 잔다고 식사를 한끼도 안했을 것이니 배가 고픈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읽은 바에 의하면 이럴 때는 여관 종업원한테 부탁하면 알아서 구해 온다고 했었다. 게다가 이 도시는 가게들이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더 구하기 쉽겠지. 난 일어서서 침대 근처에 있는 긴 줄을 잡아 당겼다. 고급 여관에서 몇밤 자면서 깨달은 사실이라고 할까? 그런데 리아인 아무리 황자라지만 좀 너무한데 이런 것 까지 날 부려먹어야 하나? 휴...
종을 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방문을 뚜드리는 소리가 났다. 난 문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 밖을 쳐다보았다.
"부르셨습니까?"
빨간옷을 입은 아까 본 말빠른 종업원이었다. 말이 빠른 만큼 동작도 빠른 것일까?
"이 도시 최고의 별식으로 6인분 식사 배달 좀 해줘. 되도록이면 야채가 많은 것으로."
"더 부탁하실 건 없으십니까?"
"되도록이면 빨리 준비해주면 좋겠고.."
빨간옷의 종업원은 종이에 뭔가적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복도쪽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그나마 고급 여관이라 음식을 구하는 것도 종업원이 처리해 줬기에 망정이지. 보통 허름한 여관 이었으면 내가 구하러 나갔어야할 판국이잖아. 검 한테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서. 어휴. 이게 무슨 고생인지, 이럴 줄 알았으면 신디하고 소피는 그냥 마을에 있게 하는 건데. 난 아무도 모르게 짧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
"리아인, 성기사 제 2 군단장이 이 도시에 있다면 그 이유는 뭐죠?"
내 질문에 설마하는 표정으로 리아인은 나를 보며 말을 했다.
"혹시. 클라우디우스 군단장을 보셨습니까?"
"네.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봤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리아인은 고개를 조금 끄덕거렸다.
"그렇군요. 실은 성기사 제 2군단의 본부가 있는 곳이 바로 이 미들 트립톤입니다. 물론 노스 트립톤 처럼 수비대장이 시장직까지 맡고 있는 건 아니지만. 도시 내에서 다른 기사들의 모습도 많이 보지 않으셨습니까?"
확인 하듯 내게 말을 하는 리아인. 리아인의 말을 듣고 보니, 낮에 기사들이 많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네, 노스 트립톤에서 보다 오히려 도시 내에서는 기사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이더군요."
"아마. 제 2군단이 임무를 맡지 않는 휴식 기간이라 그럴 것입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예상이 대충 맞았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그 술주정뱅이 키다리 녀석, 친 황태자 파라고 했었지. 아버지는 비 황태자파 인데, 아들은 친 황태자 파라? 그 녀석 가족들 한테 따돌림을 당하는게 아닐까? 왠지 그 이유에 호기심이 갔다.
"리아인, 그런데 클라우디우스 군단장은 왜 황태자 파 입니까? 무슨 이유라도?"
궁금하면 물어보는게 최고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최근에 내가 많이 변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직접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에게 묻게 되다니.
"음 그게 정확히는 모르지만, 황태자와 클라우디우스 군단장 사이에 무슨 계약을 맺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친분 관계도 있었고"
리아인은 말해줘도 되는지 혼자 심각하게 고민을 하며 대충 흘려버리듯이 나에게 말을했다. 하지만. 클라리를 울린 녀석이 걸려 있는 문제인데 조금 더 자세히 알아야 될 것같다.
"무슨 계약 인지는 혹시 모르세요?"
이번에 잠시 고민을 하던 리아인은 결심을 한듯, 조금 굳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황태자에게 검을 구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것이 바로 레이디 프리안느, 당신의 검입니다. 바로 그 조건으로 황태자에게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황태자의 권한으로 해결해 달라고"
"......."
그 녀석...자기가 상처입혀서 보냈으면서 왜 검을 가져가려는 거야? 도데체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 것이라면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진작에 붙잡았으면 되었을텐데. 아니 그 사건 조차 일어나지 않게 했어야지.
"아마. 황태자가 실버캐슬, 성기사단 총 본부 무기창고에 무단으로 들어간 것도 그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그들은 레이디 프리안느가 당신의 손에 있다는 것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으니, 조금은 안심하셔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이제 그 녀석도 알아버렸을 텐데. 클라리를 성기사단장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게 오늘, 거리에서 클라우디우스 군단장이 저희를 봤습니다. 클라리하고 저를"
"네? 그런 일이! 란트군만 그를 본 것이 아니었습니까? "
이마쪽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내 쉬는 리아인.
"그렇다면 황태자 측에서 조금있으면 손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폐하를 알현해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겠군요. 아무래도 황태자가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기 위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수도에서 황태자와 대면할 때도 조심하십시오. 황태자의 그 뛰어난 언변술과 두뇌는 제국내에서 최고라 평가 받으니까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
리아인은 절대로 형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황태자를 향해. 사이가 무척 좋지 않은 것 같다. 왠지 모를 오해 같은 것이 있는 듯 보이는 두 사람. 하지만 지금 내가 다른사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 내 문제도 해결을 못할 판국에. 수도에 가고 말고 할 것 없이, 난 졸지에 비황태자파가 되버리게 생겼다.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권력다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운명이라는 건가?
"배달 왔습니다."
잠깐의 적막을 깨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여니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 여럿이서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반가움이 가득한 환호...
"얼마죠?"
"20트립 입니다."
난 아까 빼두었던 금화중에 두개를 꺼내서 빨간 옷을 입은 종업원에게 주었다. 금화를 받은 빨간 옷을 입은 종업원이 낮에 말빠른 녀석 처럼 박수를 두번 치자 뒤를 따라 다른 종업원들이 들어와 테이블위에 접시들을 내려 놓고는 모두들 조용히 빠져 나갔다. 흠, 이 것 역시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이라...
신디, 그리고 별로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소피 역시 굉장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역시 먹을 것 앞에는 모두들. 흠...하지만 난 별로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6인분이나 시켰지만 먹는 모습들을 보니, 내가 먹을 것도 없을 것 같았고, 리아인도 어제 노스트립톤에서와는 다르게 체면을 차리지 않고 마구 먹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에도 나름대로는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지금은 배가 고픈 나머지 그런 것도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배가 고팠으면 음식을 주문하면 되지 않았을까...? 황자 체면에 그런 것은 못한다는 건지..휴
세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난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했다. 속도를 보니 내일아침에 출발하면 수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어떻게 해야 할까? 그 뭐 같은 녀석이 클라리를 노리고 있고, 황태자까지. 아무리 나라도 대륙 최강국의 황태자가 압력을 넣는다면 버틸 수 있을까? 고작 자치령주, 아니 어떻게 보면 현상금 천만골드의 살인마가. 그래, 스승님이 깨어나신다면 뭔가 해결책이 설지도 모르겠다. 수도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렇게 일만 잔뜩 생기다니. 나의 이런 고민과는 상관이 없는 듯 모두들 엄청난 식욕으로 그 많던 음식들을 깨끗이 없앴다. 역시..식충이 군단이 틀림이 없는듯.
"소피, 이제 배 안고프지?"
난 소피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흠. 클라리와 다르게 소피는 왠지,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여동생 같은...여동생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다. 하긴. 소피는 엘프니까 나이는 나하고 클라리보다 훨씬 많겠지만 그래도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건...
"네"
소피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을 하더니 곧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내 얼굴에 열이 날 때도 저렇게 빨갛게 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신디, 정말 대단하다. 그 작은 뱃속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음식을 넣을 곳이 있는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음식들을 다 먹어 치우고 있었다.
"란트군, 저도 힘을 써보겠습니다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리아인은 포크와 스푼을 놓고는 지나가는 듯 나를 보며 말을 했다. 그래 이랬든 저랬든 내일이다. 특히, 클라리와 이 일이 관련이 되었다면 절대 클라리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 특히 그 녀석에게는. 절대로. 한번 버텨보자.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라도..원래 내 인생이 그런 것이니까. 언제나 혼자서도 잘 해 왔으니까. 그리고 이제 내가 지킬 것도 있으니.
"리아인, 가이우스 편지로 대충은 알고 있지만 지금 황태자와 관련된 자세한 상황을 조금 가르쳐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그래, 지금 부터라도 생각해보자. 버티지 않는다면 스승님을 뵙지 않고 되도록 빨리 제국령을 떠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것도 임시방편일뿐. 황태자의 손길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알겠습니다. 란트군의 부탁이라면, 30년전에 있었던 대 전쟁이후 원래 그릭연맹국의 일원이었던 많은 나라들이 제국의 영토에 편입된 것은 아시고 계실 겁니다. 제국령에 편입된 뒤부터 주도권을 잃은 그들이 상권, 군사력등 여러 권리에서 본토 출신들보다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 그들의 주도권을 회복하기위해 황태자쪽 세력에 붙은 것입니다. 그리고 클라우디우스 군단장의 경우는 아시듯이 다른 이유 때문이고."
흠.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영주들이나 황태자나, 서로 그 망할 녀석만 빼고.
"그런 움직임은 황권에 대한 도전, 반역이 아닙니까.?"
역시 책을 많이 읽어둔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안그랬으면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테니. 일년동안의 여유, 헛 시간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노골적인 움직임은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공식적인 움직임은 총리대신이란 이름으로 행동을 하고 있고, 어쨌든 차기 황제가 될테니, 무리하게 조사를 하거나 하기도 힘든 것 역시 사실입니다."
흠..그것도 그렇겠군.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당장에 반역죄로 체포됬을지도 모를 사항인데.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워낙 황태자의 머리가 뛰어나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해 미리 예측을 하고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저희도 가이우스가 없었다면 순식간에 계략에 휩싸여 실세에서 밀리거나 아마 쳐단 됬을지도 모릅니다. 저가 이렇게 기사로써 만족하고 있는 것도 가이우스가 외지로 밀려난 것도 황태자의 힘 때문 입니다."
리아인은...평소에 말을 잘 안하던 그의 모습은 떠올리기 힘들정도로 자세히 나에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리아인 평소에 싸인게 많았던 것 같다.
"황태자의 전투력은 정확히 어느 정도죠?"
"A-클래스, 가이우스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클래스가 A- 지만 일대일 결투나 대결시에는 냉정한 그의 두뇌 때문에... A+클래스와 싸워도 지지 않습니다."
흠. 가이우스가 적어준 서류에도 A-라 적혀 있었지. 전투력은 별 문제가 안 되겠다. 하지만, 황태자가 자기 군대를 모두 다 이끌고 기습을 한다면 마법으로 다 쓸어버리지 않는 이상은 해결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또 자객이나 암살자를 보낼 수도 있으니, 걱정이 된다.
"내일 수도에 도착하면 바로 황궁으로 가서 폐하를 알현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아버님, 란트군의 스승님을 뵙도록 해야겠습니다. 일단 폐하의 도움을 얻는 다면 황태자 측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니. 그리고 내일은 일찍 출발해야할 것이니, 란트군도 좀 쉬도록 하십시오."
리아인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조금씩 느껴지는 날카로움도
시대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우리와 여행할 때 쓸데 없는 말을 하지 않던 리아인의 모습, 무인으로만 평생을 살았어도 만족했을 것 같은 리아인을 이렇게 변화시킨것은 시대일까? 황태자 개인일까?
"오빠는 오늘 낮에 안잤는데 안 힘들어?"
신디가 오랫만에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엔 리아인한테만 붙어 있었으니. 왠지 어두운 분위기를 전환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언제나 신디였다.
"그래 조금 피곤한 것 같아."
그런 나와 신디를 쳐다보고 있던 리아인이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전처럼 묵직한 이미지 그대로 돌아가서 나가는 리아인. 휴 모르겠다. 난 잠든 클라리를 조금 옆으로 옮기고 침대에 누웠다. 클라리, 왠지 다른 사람에게 주기 싫다. 다른사람에게 클라리가 간다는 것.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 온다. 마비되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며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예민해진 것 같은 느낌. 일찍 자야되는데, 어제처럼 잠이 편히 않았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감싸며....
"주인님아....가지마....나만 두고 가면 안돼!"
클라리가 잠꼬대를 하며 눈물이 감은 눈 가득 고여서 클라리의 눈꺼풀 사이로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클라리,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난 클라리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그러자 잠시 후 알게 모르게 작은 미소를 행복한 표정을 얼굴에 띄우는 클라리.
내일이 온다는 것이 해가 뜬다는 것이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겐 내게 소중한 존재 클라리, 그녀가 있었다.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 외로움에 가득한 나란 존재와 인생이란 고독의 길을 같이 걸어 가 주는, 그 것 하나만으로도 난 행복한게 아닐까?
-총리대신은 제국내에서 황제 다음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동원할 수 있는 친위 군대도 약 E클래스 보병 2000명 정도, 보통 총리대신이 다른 직과 겸직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군사력의 추가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영주, 그 밖에 귀족들을 동원한 귀족 회의의 결정을 따르는 경우 황제의 정책에 거부권을 발동할 수도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큰 권한 만큼 총리가 과욕을 부릴 경우 반역죄로 처형되는 경우 역시 대단히 많았다. <리투안 제국 대 백과 사전>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난 키가 큰 클라리를 등에 업고 여관 쪽을 향해 걸어왔다. 클라리, 도저히 걸을 힘이 없는 것 같아 보였으니. 작은 내가 키가 큰 클라리를 업고 가는 것이라 조금,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소피와는 다르게 오히려 클라리는 키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가벼웠다. 정신체라서 그런 것일까? 말이 없는 클라리, 숨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잠이 든 것 같았다.
"클라리 자니?"
대답이 없다. 역시 잠이 들었구나. 클라리.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모르겠다. 난 기분도 칙칙해진 풀 겸검은 밤하늘에 옛날에 클라리가 그 망할 녀석에게 해 주었다는 그 불꽃놀이란 것을 해보았다. 별다른 주문 없이 하늘을 향해 밝게 빛나는 마나를 올려 보내기만 하면 되니까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내 감정을 주체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한동안 마법을 쓰지않아 넘치는 마나의 분출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정 조절을 잘 못하면 그 마나가 파괴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분출 될지도 모르니. 왠지 예전처럼 사람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악한 눈을 가진 녀석일지라도. 역시 자아가, 감정이 깨어난 것일까? 모르겠다.
낮에 기억을 더듬어 여관을 찾아갔다. 큰 길가에 있었기 때문에 별로 찾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까 쓰고 싶었다던 도시를 날려버릴 수 있는 마법, 미티어 스트라이크, 운석 소환. 예전에 딱 한번 써본 적 있다. 북부 산맥의 한 구석에서. 예전에 왠지 혼자 있고 싶을 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그렇게 며칠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 졌으니까. 그런데 그냥 연습삼아 써본 마법의 파워가 장난이 아니었다. 상당히 높은 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졌었으니... 그 위력에 내가 놀란 까닭에 그 뒤로는 되도록이면 마법이란 것의 사용을 억제 하려고까지 마음을 먹었으니까.
여관은 아직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북부 산맥 바로 아래에 있는 그 그림이 달려 있던 마을의 여관이 생각이 난다. 손님이 없어서 밤에는 불을 다 껐었는데.
"손님, 도와드릴까요?"
붉은 옷을 입은..낮에 그 말빠른 녀석이 여관으로 들어서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서비스 정신이라고 해야하나?
"아니, 괜찮아."
흠. 자연스럽게 반말이 나오는...그러고 보니 내가 말을 높이는 것이 평소의 내 언어생활로 볼때는 더 이상하다라고 볼 수 있었다. 리아인같은 경우는 특별히 예외라고 할수 있을 테고.
난 복도를 걸어가서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내가 나가기 전까지는 피곤에 절어서 잠들어 있던 사람과 엘프가 모두들 깨어서 테이블에 모여 앉아있었다. 쩝. 낮에 그렇게 잤는데 밤에 잠이 올까?
"란트군!"
리아인이 나를 보며 반갑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내가 클라리를 없고 들어오자. 무척 반갑게 쳐다보는 두 사람의 눈빛과 한 엘프의 왠지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소피 왜 안 어울리게 날 노려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무슨 잘못한 일이라도?
"클라리가 쇼핑을 하고 싶다고 해서.."
난 일행에게 말을 한 뒤, 클라리를 침대에 눞이고는 테이블에 같이 앉았다. 그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꼬로록 소리,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니. 소피가 얼굴이 빨갛게 되서 있었다. 엘프도 배가 고플 때가 있는 것일까? 정말 연구를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피 배고파?"
부끄러운듯 얼굴을 가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소피. 그리고 비슷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두사람..배고프다는 눈빛. 황자 리아인의 이미지도 최근 들어서 서서히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세명 모두, 하루종일 잔다고 식사를 한끼도 안했을 것이니 배가 고픈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읽은 바에 의하면 이럴 때는 여관 종업원한테 부탁하면 알아서 구해 온다고 했었다. 게다가 이 도시는 가게들이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더 구하기 쉽겠지. 난 일어서서 침대 근처에 있는 긴 줄을 잡아 당겼다. 고급 여관에서 몇밤 자면서 깨달은 사실이라고 할까? 그런데 리아인 아무리 황자라지만 좀 너무한데 이런 것 까지 날 부려먹어야 하나? 휴...
종을 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방문을 뚜드리는 소리가 났다. 난 문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 밖을 쳐다보았다.
"부르셨습니까?"
빨간옷을 입은 아까 본 말빠른 종업원이었다. 말이 빠른 만큼 동작도 빠른 것일까?
"이 도시 최고의 별식으로 6인분 식사 배달 좀 해줘. 되도록이면 야채가 많은 것으로."
"더 부탁하실 건 없으십니까?"
"되도록이면 빨리 준비해주면 좋겠고.."
빨간옷의 종업원은 종이에 뭔가적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복도쪽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그나마 고급 여관이라 음식을 구하는 것도 종업원이 처리해 줬기에 망정이지. 보통 허름한 여관 이었으면 내가 구하러 나갔어야할 판국이잖아. 검 한테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서. 어휴. 이게 무슨 고생인지, 이럴 줄 알았으면 신디하고 소피는 그냥 마을에 있게 하는 건데. 난 아무도 모르게 짧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
"리아인, 성기사 제 2 군단장이 이 도시에 있다면 그 이유는 뭐죠?"
내 질문에 설마하는 표정으로 리아인은 나를 보며 말을 했다.
"혹시. 클라우디우스 군단장을 보셨습니까?"
"네.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봤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리아인은 고개를 조금 끄덕거렸다.
"그렇군요. 실은 성기사 제 2군단의 본부가 있는 곳이 바로 이 미들 트립톤입니다. 물론 노스 트립톤 처럼 수비대장이 시장직까지 맡고 있는 건 아니지만. 도시 내에서 다른 기사들의 모습도 많이 보지 않으셨습니까?"
확인 하듯 내게 말을 하는 리아인. 리아인의 말을 듣고 보니, 낮에 기사들이 많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네, 노스 트립톤에서 보다 오히려 도시 내에서는 기사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이더군요."
"아마. 제 2군단이 임무를 맡지 않는 휴식 기간이라 그럴 것입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예상이 대충 맞았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그 술주정뱅이 키다리 녀석, 친 황태자 파라고 했었지. 아버지는 비 황태자파 인데, 아들은 친 황태자 파라? 그 녀석 가족들 한테 따돌림을 당하는게 아닐까? 왠지 그 이유에 호기심이 갔다.
"리아인, 그런데 클라우디우스 군단장은 왜 황태자 파 입니까? 무슨 이유라도?"
궁금하면 물어보는게 최고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최근에 내가 많이 변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직접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에게 묻게 되다니.
"음 그게 정확히는 모르지만, 황태자와 클라우디우스 군단장 사이에 무슨 계약을 맺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친분 관계도 있었고"
리아인은 말해줘도 되는지 혼자 심각하게 고민을 하며 대충 흘려버리듯이 나에게 말을했다. 하지만. 클라리를 울린 녀석이 걸려 있는 문제인데 조금 더 자세히 알아야 될 것같다.
"무슨 계약 인지는 혹시 모르세요?"
이번에 잠시 고민을 하던 리아인은 결심을 한듯, 조금 굳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황태자에게 검을 구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것이 바로 레이디 프리안느, 당신의 검입니다. 바로 그 조건으로 황태자에게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황태자의 권한으로 해결해 달라고"
"......."
그 녀석...자기가 상처입혀서 보냈으면서 왜 검을 가져가려는 거야? 도데체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 것이라면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진작에 붙잡았으면 되었을텐데. 아니 그 사건 조차 일어나지 않게 했어야지.
"아마. 황태자가 실버캐슬, 성기사단 총 본부 무기창고에 무단으로 들어간 것도 그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그들은 레이디 프리안느가 당신의 손에 있다는 것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으니, 조금은 안심하셔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이제 그 녀석도 알아버렸을 텐데. 클라리를 성기사단장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게 오늘, 거리에서 클라우디우스 군단장이 저희를 봤습니다. 클라리하고 저를"
"네? 그런 일이! 란트군만 그를 본 것이 아니었습니까? "
이마쪽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내 쉬는 리아인.
"그렇다면 황태자 측에서 조금있으면 손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폐하를 알현해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겠군요. 아무래도 황태자가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기 위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수도에서 황태자와 대면할 때도 조심하십시오. 황태자의 그 뛰어난 언변술과 두뇌는 제국내에서 최고라 평가 받으니까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
리아인은 절대로 형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황태자를 향해. 사이가 무척 좋지 않은 것 같다. 왠지 모를 오해 같은 것이 있는 듯 보이는 두 사람. 하지만 지금 내가 다른사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 내 문제도 해결을 못할 판국에. 수도에 가고 말고 할 것 없이, 난 졸지에 비황태자파가 되버리게 생겼다.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권력다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운명이라는 건가?
"배달 왔습니다."
잠깐의 적막을 깨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여니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 여럿이서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반가움이 가득한 환호...
"얼마죠?"
"20트립 입니다."
난 아까 빼두었던 금화중에 두개를 꺼내서 빨간 옷을 입은 종업원에게 주었다. 금화를 받은 빨간 옷을 입은 종업원이 낮에 말빠른 녀석 처럼 박수를 두번 치자 뒤를 따라 다른 종업원들이 들어와 테이블위에 접시들을 내려 놓고는 모두들 조용히 빠져 나갔다. 흠, 이 것 역시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이라...
신디, 그리고 별로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소피 역시 굉장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역시 먹을 것 앞에는 모두들. 흠...하지만 난 별로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6인분이나 시켰지만 먹는 모습들을 보니, 내가 먹을 것도 없을 것 같았고, 리아인도 어제 노스트립톤에서와는 다르게 체면을 차리지 않고 마구 먹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에도 나름대로는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지금은 배가 고픈 나머지 그런 것도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배가 고팠으면 음식을 주문하면 되지 않았을까...? 황자 체면에 그런 것은 못한다는 건지..휴
세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난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했다. 속도를 보니 내일아침에 출발하면 수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어떻게 해야 할까? 그 뭐 같은 녀석이 클라리를 노리고 있고, 황태자까지. 아무리 나라도 대륙 최강국의 황태자가 압력을 넣는다면 버틸 수 있을까? 고작 자치령주, 아니 어떻게 보면 현상금 천만골드의 살인마가. 그래, 스승님이 깨어나신다면 뭔가 해결책이 설지도 모르겠다. 수도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렇게 일만 잔뜩 생기다니. 나의 이런 고민과는 상관이 없는 듯 모두들 엄청난 식욕으로 그 많던 음식들을 깨끗이 없앴다. 역시..식충이 군단이 틀림이 없는듯.
"소피, 이제 배 안고프지?"
난 소피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흠. 클라리와 다르게 소피는 왠지,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여동생 같은...여동생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다. 하긴. 소피는 엘프니까 나이는 나하고 클라리보다 훨씬 많겠지만 그래도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건...
"네"
소피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을 하더니 곧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내 얼굴에 열이 날 때도 저렇게 빨갛게 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신디, 정말 대단하다. 그 작은 뱃속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음식을 넣을 곳이 있는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음식들을 다 먹어 치우고 있었다.
"란트군, 저도 힘을 써보겠습니다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리아인은 포크와 스푼을 놓고는 지나가는 듯 나를 보며 말을 했다. 그래 이랬든 저랬든 내일이다. 특히, 클라리와 이 일이 관련이 되었다면 절대 클라리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 특히 그 녀석에게는. 절대로. 한번 버텨보자.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라도..원래 내 인생이 그런 것이니까. 언제나 혼자서도 잘 해 왔으니까. 그리고 이제 내가 지킬 것도 있으니.
"리아인, 가이우스 편지로 대충은 알고 있지만 지금 황태자와 관련된 자세한 상황을 조금 가르쳐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그래, 지금 부터라도 생각해보자. 버티지 않는다면 스승님을 뵙지 않고 되도록 빨리 제국령을 떠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것도 임시방편일뿐. 황태자의 손길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알겠습니다. 란트군의 부탁이라면, 30년전에 있었던 대 전쟁이후 원래 그릭연맹국의 일원이었던 많은 나라들이 제국의 영토에 편입된 것은 아시고 계실 겁니다. 제국령에 편입된 뒤부터 주도권을 잃은 그들이 상권, 군사력등 여러 권리에서 본토 출신들보다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 그들의 주도권을 회복하기위해 황태자쪽 세력에 붙은 것입니다. 그리고 클라우디우스 군단장의 경우는 아시듯이 다른 이유 때문이고."
흠.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영주들이나 황태자나, 서로 그 망할 녀석만 빼고.
"그런 움직임은 황권에 대한 도전, 반역이 아닙니까.?"
역시 책을 많이 읽어둔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안그랬으면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테니. 일년동안의 여유, 헛 시간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노골적인 움직임은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공식적인 움직임은 총리대신이란 이름으로 행동을 하고 있고, 어쨌든 차기 황제가 될테니, 무리하게 조사를 하거나 하기도 힘든 것 역시 사실입니다."
흠..그것도 그렇겠군.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당장에 반역죄로 체포됬을지도 모를 사항인데.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워낙 황태자의 머리가 뛰어나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해 미리 예측을 하고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저희도 가이우스가 없었다면 순식간에 계략에 휩싸여 실세에서 밀리거나 아마 쳐단 됬을지도 모릅니다. 저가 이렇게 기사로써 만족하고 있는 것도 가이우스가 외지로 밀려난 것도 황태자의 힘 때문 입니다."
리아인은...평소에 말을 잘 안하던 그의 모습은 떠올리기 힘들정도로 자세히 나에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리아인 평소에 싸인게 많았던 것 같다.
"황태자의 전투력은 정확히 어느 정도죠?"
"A-클래스, 가이우스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클래스가 A- 지만 일대일 결투나 대결시에는 냉정한 그의 두뇌 때문에... A+클래스와 싸워도 지지 않습니다."
흠. 가이우스가 적어준 서류에도 A-라 적혀 있었지. 전투력은 별 문제가 안 되겠다. 하지만, 황태자가 자기 군대를 모두 다 이끌고 기습을 한다면 마법으로 다 쓸어버리지 않는 이상은 해결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또 자객이나 암살자를 보낼 수도 있으니, 걱정이 된다.
"내일 수도에 도착하면 바로 황궁으로 가서 폐하를 알현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아버님, 란트군의 스승님을 뵙도록 해야겠습니다. 일단 폐하의 도움을 얻는 다면 황태자 측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니. 그리고 내일은 일찍 출발해야할 것이니, 란트군도 좀 쉬도록 하십시오."
리아인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조금씩 느껴지는 날카로움도
시대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우리와 여행할 때 쓸데 없는 말을 하지 않던 리아인의 모습, 무인으로만 평생을 살았어도 만족했을 것 같은 리아인을 이렇게 변화시킨것은 시대일까? 황태자 개인일까?
"오빠는 오늘 낮에 안잤는데 안 힘들어?"
신디가 오랫만에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엔 리아인한테만 붙어 있었으니. 왠지 어두운 분위기를 전환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언제나 신디였다.
"그래 조금 피곤한 것 같아."
그런 나와 신디를 쳐다보고 있던 리아인이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전처럼 묵직한 이미지 그대로 돌아가서 나가는 리아인. 휴 모르겠다. 난 잠든 클라리를 조금 옆으로 옮기고 침대에 누웠다. 클라리, 왠지 다른 사람에게 주기 싫다. 다른사람에게 클라리가 간다는 것.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 온다. 마비되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며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예민해진 것 같은 느낌. 일찍 자야되는데, 어제처럼 잠이 편히 않았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감싸며....
"주인님아....가지마....나만 두고 가면 안돼!"
클라리가 잠꼬대를 하며 눈물이 감은 눈 가득 고여서 클라리의 눈꺼풀 사이로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클라리,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난 클라리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그러자 잠시 후 알게 모르게 작은 미소를 행복한 표정을 얼굴에 띄우는 클라리.
내일이 온다는 것이 해가 뜬다는 것이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겐 내게 소중한 존재 클라리, 그녀가 있었다.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 외로움에 가득한 나란 존재와 인생이란 고독의 길을 같이 걸어 가 주는, 그 것 하나만으로도 난 행복한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