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2장 제국의 수도를 향해(7) 성기사단장 티베리우스(수정)
푸른바람·2002. 3. 9. PM 3:20:08·조회 3411·추천 59
에피소드 12 여행(5)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 성기사 단장 중 가장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웅이다. 모든 기사들의 우상이며, 존경의 대상. 해체 직전의 성기사단을 다시 부흥시킨 인물이며 전장에서는 푸른독수리라 불리며 적들에게는 공포, 아군에게는 희망을 주었던 인물이다. 대전쟁시 그가 있끄는 성기사단이 이룩한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전쟁 후에도 제국의 안정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존경하는 나이트 티베리우스>-티베리우스 폰 힐튼 전기 독후감 대회 수장작-
제국 최고의 도로...포세트립톤에서 미들트립톤까지의 중부대로는 마차 여섯대가 동시에 달려도 될정도의 넓이로 중부 대평원을 가르지르고 있었다. 보통 길에서 마차가 이 속도로 달렸다면 곧 바퀴가 빠져나갔을 것이다.
"리아인, 이 속도면 언제쯤 도착하죠?"
난 마차 안쪽에 리아인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중부 대평원에 접어들었으니, 해가 지기 전에는 확실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아인이 조금 안심을 하는 듯하는 것이 그의 별 변화 없는 목소리에서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확실히 북부 수비대에서 말과 마차를 빌리기 잘한 것 같다. 거의 하루종일 최고 속도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말과 마차 모두 멀쩡했다. 아무리 길이 좋다고 해도. 메넬리오 수비대장이 그래도 많은 신경을 써준 것 같았다. 지레 짐작 일지는 모르겠지만 특히..이런 급한 상황에서 많은 도움을 줄고 있으니까...
"클라리..어릴 때 세인트 황태자는 어땠었어?"
오늘도 여전히 클라리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다만 다른게 있다면. 어제와는 다르게 기운이 많이 빠져있었다는 점뿐이지만.
"세인트 말이지.....?"
클라리는 힘 없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세인트는 어릴 때도 왠지 정말 차가웠어. 그리고 항상 뭐든지,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해결했었으니까. 어른들이 신경써야 할 일도 없고, 그리고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건 그애의 눈빛이야. 날카로운 어떻게 보면 마음을 꽤뚤어 보는 듯한 눈빛."
천천히 그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마차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을 것 같을 정도로 클라리는 조용히 말을하고 있었다. 클라리도 그다지 세인트 황태자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중앙 대평원, 나름대로 겨울의 경치도 괜찮다고 안내서에 적혀 있었는데, 마차를 모느라.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황태자가 리아인 대신에 내게 그 소식을 전하러 찾아왔으면 어떻게 됬었을까? 모르겠다. 황태자는 어떤 방식으로 앞으로 행동을하게 될까? 난 처음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란트. 뒤쪽에서 말들이 급하게 달려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요."
소피의 목소리였다. 말이 급하게 달려오는 듯한 소리? 난 모르겠는데. 겨울철에는 낮은 기온 때문에 물건의 보관이 쉬운 까닭에 우리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급하게 말을 모는 경우가 없다고 책에 적혀 있었다. 혹시...? 불길한 느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추격자가 아닐까...?
아무리 마차를 끄는 말이 좋다고 해도 말만 타고 가는 것 보다 마차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육두 마차도 아니고, 사두마차이니. 더 속도의 차이는 심할 것이다. 제발 추격자가 아니길. 그리고 황태자의 행동보다도 우리의 행동이 빠르기를 빌 뿐이었다.
"란트군 뒤는 걱정하지말고 마차를 모십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있으니까. 제가 황자임을 내세우면 반역죄 이외에는 황제폐하와 황태자말고는 저에게 직접적으로 명령할 수 없습니다."
리아인, 상황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차분한 목소리였다. 추격군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죽여야하나? 그렇다면면 제국에 반역하는게 되고, 스승님을 볼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란트, 기사들인것 같아요."
소피는 평소에 차분하던 목소리를 잃고 당황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제 2군단이 쫓아 오는 것일까? 내 귀에도 말 발굽소리가 들려왔다. 말 발굽소리, 스승님께서 쓰러지시던 날도 말 발굽소리가 들렸었지. 늦은 걸까...?
난 마차를 될 수 있는한 빠른 속도로 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속도를 내는건 거의 무리였다.
"란트군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푸른 독수리 깃발! 제1군단입니다! 티베리우스 폰 힐튼공, 성기사단장님의 군단, 이제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단장님의 보호를 받는다면 황태자측도 저희가 폐하를 알현하는 것도 방해하지 못 할 것입니다."
처음으로 불길한 예감이 어긋났다. 이 상황에서는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 뿐이었다. 리아인, 어려운 상황에서도 차분히 있던 목소리가 지금은 조금 들뜬 것이 느껴졌다. 위기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안심 때문일까?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지만 사람의 기분 상태 정도 파악는 건 자신이 있었다. 여자와 엘프 빼고..
갑자기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지며 말 고삐를 놓칠 뻔 했지만, 다행히 놓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난 전속력으로 달리느라 힘이 들었을 말들 때문이라도 조금 속도를 늦췄다. 뒤쪽에서 말들이 달려 오는는 말발굽 소리가 더 크게 들리며 말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클라리의 옛 주인 그리고 핀 누나의 남편,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 한 번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달리던 말들이 충분히 멈출 수 있는 거리에서 난 마차를 세우고 하늘 위에 뒤에 따라 오는 말들, 아니 그들이 따라 오는게 아니라 그들의 길을 가고 있었겠지. 아무튼 그 쪽을 향해 마법으로 글을 뛰었다. 별 내용 없이 간단히 "멈추십시오." 하고, 처음에는 그냥 멈춰하려고 했지만 그래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뒤에 글자를 추가 시켰다.
"란트군 무슨 일을?"
리아인은 마차를 세운체 갑자기 주문을 외우던 나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아, 마법으로 뒤 쪽의 기사단에세 멈춰달라고 글을 뛰었습니다."
"네"
리아인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정말 대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법을 쓰는게 그렇게 신기한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남자라도 리아인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은 왠지 힘들었다. 아마 그 머리 좋은 황태자를 상대하다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내 글을 봤는지, 기사들의 진군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 보였다. 리아인이 마차에서 내리고 그 뒤를 따라 나도 마부석에서 내렸다. 클라리도 힘이 없는 몸을 이끌고 내 뒤를 따라 내렸다. 아마 옛주인에 대한 예의겠지. 하지만 왠지 안쓰럽다. 클라리는 그 긴몸을 거의 쓰러듯 내게 기댔다.
우리 뒤에서 오고 있던 기사들의 수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았다. 그 넓은 길이 꽉차게 오면서도 그 끝이 모를 정도였으니까. 최소한 천명 이상은 되는 것 같은 눈치였다. 저들은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빨리 움직이고 있었던 까닭일까? 저 많은 기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가 힘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 부상기 때, 저런 쳐들어 오는 녀석들 중 저렇게 잘 훈련된 군인들이 왔었다면 아마 난 이 자리에 서있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원래 소수로 다수와 싸울 때, 다수가 단합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 소수의 힘이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는 한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하긴 인간들은 힘을 모아서 절대적 생물인 드래곤까지 죽이기도 하니까. 아마도 만약 저 기사단 모두가 추격자였다면, 해결을 하는데 많이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기사단의 선두가 우리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후 가까이온 그들은 리아인을 발견한듯 모두들 말에서 내렸다. 다른 기사들은 말에서 내린체 가만히 그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몇명의 기사들만 이끈체 행렬의 제일 앞에 있던 기사가 우리 쪽으로 다가 왔다. 리아인의 가까이 걸어오자, 투구를 벗으며 고개를 숙이는 기사들 그런데 북부 수비대 처럼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성기사단의 경우 황제와 단장 이외에는 충성을 표시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말이 사실인 것 같다.
"황자 전하, 급히 찾고 있었습니다. 수도로 돌아오신다기에 미들트립톤까지 마중을 갔었는데 길이 어긋난 것 같습니다."
어쩐지 어제 기사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더니, 그런데 우리가 미들 트립톤에 온 걸 단장이 몰랐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 어제 성문을 지날 때 내 통행증을 보여줬었지. 어쩐지.
"고맙습니다. 단장님께서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다니."
"당연히 해야될 일을 할 뿐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는 두사람. 티베리우스 기사단장, 어제 클라우와 비슷한 색의 머리카락에 드문드문 흰머리가 나 있었다. 얼굴을 보니 클라우와 닮았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가이우스 보다는 클라우가 자기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너무나도 달랐다. 역시 클라리에게 들었던 것 처럼, 투구를 벗은 그의 모습은 장군보다는 학자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든 중년의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그 나이가 든 까닭에 더욱 사람에게 풍겨지는 깊이가 느껴지는 듯한 사람, 보통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나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평생동안 자신의 심신을 단련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그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바로 그의 마음 속에 존재해 있는 그의 자존심과 의지, 부드러운 외형적 모습으로 그 중요한 사실을 가릴 수는 없었다.
"황자 전하 뒤에 분은...."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은 그 부드럽지만 강인한 눈빛을 나를 향해 돌렸다. 무엇인가 탐색하는 듯한 눈빛. 그리고 내 옆의 존재를 보는 그의 눈에서 많이 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반가움이 느껴지는 것이 보였다. 클라리의 옛주인...
"아, 이 분은 남파나단 자치령 주 란트 크리센님이십니다."
리아인의 목소리가 끝이나자 난 티베이우스 군단장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 자네가 바로 그 란트 크리센인가,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네, 열세살 때 아인트를 대련에서 이겼고, 마법은 8서클 까지 마스터를 했다지? 그럼 그 마법은 자네가 썼나?"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 이 사람은 다행히도 내 모습가지고 뭐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대부분이 내 정체, 아마 피의 전사라는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게 정체를 알고 난 뒤부터는 놀라는 표정을 짖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네. 만나게 되서 반갑습니다."
"나도 자네를 만나게 되서 정말 기쁘네. 그리고 기사단을 향해 명령을 내리다니 정말 자네 스승님을 닮아 배포가 큰 것 같군. 그런데 내가 제국의 남파나단 자치령주님께 너무 무례한 말투를 사용한 것 같군. 이해해 주게나 란트 영주, 아무래도 남같이 않아서 그러네."
티베리우스 단장의 말에서 나란 존재에 대해 많은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핀 누나가 다 말해 줬나?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은 생각보다 나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았다. 하긴 자기 검의 새로운 주인에 대해 관심이 가는 것도 당연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기사단 쪽을 향해 글을 띄운 것과 배포가 큰 것과는 무슨 상관일까? 설마. 우리 일행에 리아인, 즉 그들이 아는 얼굴이 없었다면 어떻게 됬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의미 인것 같기도 한데..그럼 리아인이 나보고 대단하다 한것도...?
"클라리, 오랫만이구나."
"네"
클라리는 얼굴에 간신히 작게 미소를 띄우고는 몸은 그래도 나에게 기댄체로 기사단장의 물음에 답을 하고 있었다.
"혹시, 클라우 그 녀석을 만났니, 클라리?"
티베리우스 단장은 클라리의 힘없는 모습을 잠시 살피더니 조금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는 클라리, 순간적으로 티베리우스 군단장의 표정이 사납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정말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은 클라리의 주인으로써의 자격이 충분했다. 그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다니.
"그래....너무 마음아파 하지마렴. 클라리"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클라리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클라리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
"황자 전하, 오늘 안으로 수도에 도착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하지만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은 곧 클라리 쪽을 향했던 안타까운 표정을 풀고, 다시 시선이 리아인쪽을 향하며 딱딱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을 했다.
"네, 성기사단장님,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황태자가 손을 쓰기 전에."
리아인의 의미 있는 말, 그 말이 끝난 뒤 티베리우스 단장은 옆에 서 있던 기사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하였다. 그러자 기사들은 티베리우스에게 경례를 한 뒤, 아까 말을 세워뒀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티베리우스 단장은 기사들과 함께 말이 있는 쪽으로 가지 않고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제가 마차를 타도 되겠습니까? 란트군, 그리고 클라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리아인을 향해 말을 하는 티베리우스 단장. 그래도 수년간 떨어져 지냈는데 클라리의 옛주인으로써 궁금한 점이 많은 것이 당연했다.
"물론입니다. 성기사 단장님께서 원하시는데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리아인, 지금까지 리아인의 말하는 것을 본 것 중, 티베리우스 당장에게 가장 예의를 차려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 나도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중에 하나였다. 실제로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은 리아인이 안에 타라는 것도 마다하고 나와 클라리와 같이 마부석에 앉았다. 이렇게 되면 내가 마부석에 앉아 있는 것에 대해, 이제 더 이상 할말이 없게 되었다. 제국의 정신적 기둥인 성기사 단장도 마부석에 앉는데, 뭐 현상금 수배자에 불과한 내가 무슨 할말이 있을까? 난 천천히 마차를 몰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란트군 이전에 마차를 몰아본 적이 있나?"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 갑자기 그 것은 왜 묻는 것일까? 난 잠시 고민을 한 뒤에 사실 그대로 답을 했다.
"어제 처음 몰아 봤습니다."
아까처럼 빨리 말을 몰지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난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몰고 나갔다. 그런데 내 대답을 들은 티베리우스 단장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를 모는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그런가? 마차를 모는게 워낙 자연스러워서, 자네는 뭐든지, 필요한 일은 빨리 배우는 능력이 있는 것 같군.. 플라타니오와 미탄젤의 가호라 나역시 미탄젤의 가호는 조금 받았지만."
흠...그냥 하니까 되던데 마차를 모는데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걸까? 모르겠다. 그리고 그 필요한 일을 빨리 배우는 능력이 바느질하고, 빨래, 목공일같은 것에까지 발휘 된다는 것이 문제였지.
서서히 중앙 대평원의 모습이 내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까는 조급한 마음에 보지도 못했었는데. 마음에 여유가 생긴 까닭일까?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중앙 대평원 특히 오후에 해질 무렵이 다 되서 볼 수 있는 주황빛 들판은 정말 일품이라던데. 난 그 광경을 다행히 노치지않고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먼 곳에 푸른빛의 띠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하늘 색과는 다른 짙은 푸른색, 혹시 바다인가...?
"클라리, 주인을 잘 만난 것 같구나. 하긴, 핀 그녀의 선택이 어긋날 일이 없지. 그런데 푸른색 사파이어 반지라"
다시 들려오는 티베리우스 단장의 목소리, 티베리우스단장, 그 반지를 봤나? 조금 부끄러웠다. 리아인도 신디도, 소피도 모르고 있었는데. 특히, 소피가 알아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 예리한 관찰력이라고 해야 하나? 티베리우스의 말에 클라리가 살며시 웃는 것이 옆으로 보였다. 내가 줬던 반지를 보며. 어쨌든 클라리의 기분이 조금 풀렸나? 다행이다.
"란트군, 이 들판 너무나 아름답지 않나? 30년 전에는 이 들판 전체가 황무지로 변했었지. 하지만 이렇게 제 모습 그대로를 되찾다니. 어떻게 보면 인간의 힘이란 이 자연에 비하면 부질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백년도 살지 못하면서 서로 밟고 올라서려고만 하니..."
난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예전에 내가 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 그런데 왜 모두들., 나를 보면 말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가이우스도, 가끔씩 리아인도 그렇고, 클라리에다 이번엔 티베리우스 단장까지.
"이렇게... 기사단장이란 직위에 묶여 있는 것 보다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핀, 세리 황제, 그리고 자네 스승 슈타이튼, 그들과 모험을 즐기던 시절이 갈수록 그리워진다네. 자네도 지금이 힘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월이 흐르고 살아다 보면 지금 자네 나이 때의 추억만큼 소중한 것도 또 없다네."
클라리는 어느순간 내게 기댄체 잠이들어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일까?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은 혼잣말을 하듯 저 멀리 길이 끝나는 곳을 보며 말을하고 있었고.
"아! 란트군 자네는 이번 제국 검술, 그리고 마법 대회에 출전을 하겠는가?"
티베리우스 단장은 가라앉았던 목소리를 갑자기 높이고는 말을했다.
"네, 그럴 예정입니다만..."
흠..그건 왜 묻는 것일까? 비황태자파가 되어버린 지금, 어쩔 수 없이 가이우스의 말에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할 수 없지 참석을 해야지.
"잘됬네, 그동안 제국 검술대회가 얼마나 지루했는지 모른다네. 이번 대회는 오랫만에 나도 출전을 해야겠군, 자네의 솜씨도 보고, 세리 황제의 우승컵도 다시 뺐어야 될 시점도 됬고, 세리 황제께서는 곧 할머니 될 나이시면서도 그 열의는 식을 줄 모르신다니까 이제 무리를 하시면 안될 때도 됬셨지"
흠...티베리우스 단장의 검술솜씨는 어느 정도 일까...스승님 정도? 모르겠다. 가이우스 편지를 보니 내 우승을 확신 하는 것 같던데. 자기 아버지가 출전할 것이란 것을 알고도 그런 편지를 보냈을까? 그리고 티베리우스 단장은 리투안 제국 황제 철혈여제, 세레니안느 1세를 거의 친구 부르듯이 부르고 있었다. 하긴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동료인데, 친구도 보통 친구가 아닐테니. 그런데 스승님은 자기 아내인 황제보고 뭐라고 부를까? 정말 궁금하다.
어느 순간인지 모르게 기사들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렇게 거창한 행렬이라니. 그 것도 제국 최고의 군대인 성기사단 제 1군단의 호위를 받으며, 우리는 작은 위기 한고비를 넘기고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리고 스승님이 계시는 수도 포세트립톤을 향해 달려갔다.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 성기사 단장 중 가장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웅이다. 모든 기사들의 우상이며, 존경의 대상. 해체 직전의 성기사단을 다시 부흥시킨 인물이며 전장에서는 푸른독수리라 불리며 적들에게는 공포, 아군에게는 희망을 주었던 인물이다. 대전쟁시 그가 있끄는 성기사단이 이룩한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전쟁 후에도 제국의 안정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존경하는 나이트 티베리우스>-티베리우스 폰 힐튼 전기 독후감 대회 수장작-
제국 최고의 도로...포세트립톤에서 미들트립톤까지의 중부대로는 마차 여섯대가 동시에 달려도 될정도의 넓이로 중부 대평원을 가르지르고 있었다. 보통 길에서 마차가 이 속도로 달렸다면 곧 바퀴가 빠져나갔을 것이다.
"리아인, 이 속도면 언제쯤 도착하죠?"
난 마차 안쪽에 리아인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중부 대평원에 접어들었으니, 해가 지기 전에는 확실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아인이 조금 안심을 하는 듯하는 것이 그의 별 변화 없는 목소리에서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확실히 북부 수비대에서 말과 마차를 빌리기 잘한 것 같다. 거의 하루종일 최고 속도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말과 마차 모두 멀쩡했다. 아무리 길이 좋다고 해도. 메넬리오 수비대장이 그래도 많은 신경을 써준 것 같았다. 지레 짐작 일지는 모르겠지만 특히..이런 급한 상황에서 많은 도움을 줄고 있으니까...
"클라리..어릴 때 세인트 황태자는 어땠었어?"
오늘도 여전히 클라리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다만 다른게 있다면. 어제와는 다르게 기운이 많이 빠져있었다는 점뿐이지만.
"세인트 말이지.....?"
클라리는 힘 없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세인트는 어릴 때도 왠지 정말 차가웠어. 그리고 항상 뭐든지,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해결했었으니까. 어른들이 신경써야 할 일도 없고, 그리고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건 그애의 눈빛이야. 날카로운 어떻게 보면 마음을 꽤뚤어 보는 듯한 눈빛."
천천히 그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마차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을 것 같을 정도로 클라리는 조용히 말을하고 있었다. 클라리도 그다지 세인트 황태자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중앙 대평원, 나름대로 겨울의 경치도 괜찮다고 안내서에 적혀 있었는데, 마차를 모느라.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황태자가 리아인 대신에 내게 그 소식을 전하러 찾아왔으면 어떻게 됬었을까? 모르겠다. 황태자는 어떤 방식으로 앞으로 행동을하게 될까? 난 처음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란트. 뒤쪽에서 말들이 급하게 달려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요."
소피의 목소리였다. 말이 급하게 달려오는 듯한 소리? 난 모르겠는데. 겨울철에는 낮은 기온 때문에 물건의 보관이 쉬운 까닭에 우리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급하게 말을 모는 경우가 없다고 책에 적혀 있었다. 혹시...? 불길한 느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추격자가 아닐까...?
아무리 마차를 끄는 말이 좋다고 해도 말만 타고 가는 것 보다 마차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육두 마차도 아니고, 사두마차이니. 더 속도의 차이는 심할 것이다. 제발 추격자가 아니길. 그리고 황태자의 행동보다도 우리의 행동이 빠르기를 빌 뿐이었다.
"란트군 뒤는 걱정하지말고 마차를 모십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있으니까. 제가 황자임을 내세우면 반역죄 이외에는 황제폐하와 황태자말고는 저에게 직접적으로 명령할 수 없습니다."
리아인, 상황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차분한 목소리였다. 추격군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죽여야하나? 그렇다면면 제국에 반역하는게 되고, 스승님을 볼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란트, 기사들인것 같아요."
소피는 평소에 차분하던 목소리를 잃고 당황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제 2군단이 쫓아 오는 것일까? 내 귀에도 말 발굽소리가 들려왔다. 말 발굽소리, 스승님께서 쓰러지시던 날도 말 발굽소리가 들렸었지. 늦은 걸까...?
난 마차를 될 수 있는한 빠른 속도로 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속도를 내는건 거의 무리였다.
"란트군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푸른 독수리 깃발! 제1군단입니다! 티베리우스 폰 힐튼공, 성기사단장님의 군단, 이제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단장님의 보호를 받는다면 황태자측도 저희가 폐하를 알현하는 것도 방해하지 못 할 것입니다."
처음으로 불길한 예감이 어긋났다. 이 상황에서는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 뿐이었다. 리아인, 어려운 상황에서도 차분히 있던 목소리가 지금은 조금 들뜬 것이 느껴졌다. 위기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안심 때문일까?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지만 사람의 기분 상태 정도 파악는 건 자신이 있었다. 여자와 엘프 빼고..
갑자기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지며 말 고삐를 놓칠 뻔 했지만, 다행히 놓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난 전속력으로 달리느라 힘이 들었을 말들 때문이라도 조금 속도를 늦췄다. 뒤쪽에서 말들이 달려 오는는 말발굽 소리가 더 크게 들리며 말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클라리의 옛 주인 그리고 핀 누나의 남편,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 한 번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달리던 말들이 충분히 멈출 수 있는 거리에서 난 마차를 세우고 하늘 위에 뒤에 따라 오는 말들, 아니 그들이 따라 오는게 아니라 그들의 길을 가고 있었겠지. 아무튼 그 쪽을 향해 마법으로 글을 뛰었다. 별 내용 없이 간단히 "멈추십시오." 하고, 처음에는 그냥 멈춰하려고 했지만 그래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뒤에 글자를 추가 시켰다.
"란트군 무슨 일을?"
리아인은 마차를 세운체 갑자기 주문을 외우던 나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아, 마법으로 뒤 쪽의 기사단에세 멈춰달라고 글을 뛰었습니다."
"네"
리아인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정말 대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법을 쓰는게 그렇게 신기한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남자라도 리아인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은 왠지 힘들었다. 아마 그 머리 좋은 황태자를 상대하다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내 글을 봤는지, 기사들의 진군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 보였다. 리아인이 마차에서 내리고 그 뒤를 따라 나도 마부석에서 내렸다. 클라리도 힘이 없는 몸을 이끌고 내 뒤를 따라 내렸다. 아마 옛주인에 대한 예의겠지. 하지만 왠지 안쓰럽다. 클라리는 그 긴몸을 거의 쓰러듯 내게 기댔다.
우리 뒤에서 오고 있던 기사들의 수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았다. 그 넓은 길이 꽉차게 오면서도 그 끝이 모를 정도였으니까. 최소한 천명 이상은 되는 것 같은 눈치였다. 저들은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빨리 움직이고 있었던 까닭일까? 저 많은 기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가 힘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 부상기 때, 저런 쳐들어 오는 녀석들 중 저렇게 잘 훈련된 군인들이 왔었다면 아마 난 이 자리에 서있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원래 소수로 다수와 싸울 때, 다수가 단합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 소수의 힘이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는 한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하긴 인간들은 힘을 모아서 절대적 생물인 드래곤까지 죽이기도 하니까. 아마도 만약 저 기사단 모두가 추격자였다면, 해결을 하는데 많이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기사단의 선두가 우리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후 가까이온 그들은 리아인을 발견한듯 모두들 말에서 내렸다. 다른 기사들은 말에서 내린체 가만히 그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몇명의 기사들만 이끈체 행렬의 제일 앞에 있던 기사가 우리 쪽으로 다가 왔다. 리아인의 가까이 걸어오자, 투구를 벗으며 고개를 숙이는 기사들 그런데 북부 수비대 처럼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성기사단의 경우 황제와 단장 이외에는 충성을 표시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말이 사실인 것 같다.
"황자 전하, 급히 찾고 있었습니다. 수도로 돌아오신다기에 미들트립톤까지 마중을 갔었는데 길이 어긋난 것 같습니다."
어쩐지 어제 기사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더니, 그런데 우리가 미들 트립톤에 온 걸 단장이 몰랐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 어제 성문을 지날 때 내 통행증을 보여줬었지. 어쩐지.
"고맙습니다. 단장님께서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다니."
"당연히 해야될 일을 할 뿐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는 두사람. 티베리우스 기사단장, 어제 클라우와 비슷한 색의 머리카락에 드문드문 흰머리가 나 있었다. 얼굴을 보니 클라우와 닮았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가이우스 보다는 클라우가 자기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너무나도 달랐다. 역시 클라리에게 들었던 것 처럼, 투구를 벗은 그의 모습은 장군보다는 학자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든 중년의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그 나이가 든 까닭에 더욱 사람에게 풍겨지는 깊이가 느껴지는 듯한 사람, 보통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나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평생동안 자신의 심신을 단련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그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바로 그의 마음 속에 존재해 있는 그의 자존심과 의지, 부드러운 외형적 모습으로 그 중요한 사실을 가릴 수는 없었다.
"황자 전하 뒤에 분은...."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은 그 부드럽지만 강인한 눈빛을 나를 향해 돌렸다. 무엇인가 탐색하는 듯한 눈빛. 그리고 내 옆의 존재를 보는 그의 눈에서 많이 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반가움이 느껴지는 것이 보였다. 클라리의 옛주인...
"아, 이 분은 남파나단 자치령 주 란트 크리센님이십니다."
리아인의 목소리가 끝이나자 난 티베이우스 군단장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 자네가 바로 그 란트 크리센인가,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네, 열세살 때 아인트를 대련에서 이겼고, 마법은 8서클 까지 마스터를 했다지? 그럼 그 마법은 자네가 썼나?"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 이 사람은 다행히도 내 모습가지고 뭐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대부분이 내 정체, 아마 피의 전사라는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게 정체를 알고 난 뒤부터는 놀라는 표정을 짖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네. 만나게 되서 반갑습니다."
"나도 자네를 만나게 되서 정말 기쁘네. 그리고 기사단을 향해 명령을 내리다니 정말 자네 스승님을 닮아 배포가 큰 것 같군. 그런데 내가 제국의 남파나단 자치령주님께 너무 무례한 말투를 사용한 것 같군. 이해해 주게나 란트 영주, 아무래도 남같이 않아서 그러네."
티베리우스 단장의 말에서 나란 존재에 대해 많은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핀 누나가 다 말해 줬나?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은 생각보다 나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았다. 하긴 자기 검의 새로운 주인에 대해 관심이 가는 것도 당연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기사단 쪽을 향해 글을 띄운 것과 배포가 큰 것과는 무슨 상관일까? 설마. 우리 일행에 리아인, 즉 그들이 아는 얼굴이 없었다면 어떻게 됬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의미 인것 같기도 한데..그럼 리아인이 나보고 대단하다 한것도...?
"클라리, 오랫만이구나."
"네"
클라리는 얼굴에 간신히 작게 미소를 띄우고는 몸은 그래도 나에게 기댄체로 기사단장의 물음에 답을 하고 있었다.
"혹시, 클라우 그 녀석을 만났니, 클라리?"
티베리우스 단장은 클라리의 힘없는 모습을 잠시 살피더니 조금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는 클라리, 순간적으로 티베리우스 군단장의 표정이 사납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정말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은 클라리의 주인으로써의 자격이 충분했다. 그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다니.
"그래....너무 마음아파 하지마렴. 클라리"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클라리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클라리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
"황자 전하, 오늘 안으로 수도에 도착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하지만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은 곧 클라리 쪽을 향했던 안타까운 표정을 풀고, 다시 시선이 리아인쪽을 향하며 딱딱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을 했다.
"네, 성기사단장님,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황태자가 손을 쓰기 전에."
리아인의 의미 있는 말, 그 말이 끝난 뒤 티베리우스 단장은 옆에 서 있던 기사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하였다. 그러자 기사들은 티베리우스에게 경례를 한 뒤, 아까 말을 세워뒀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티베리우스 단장은 기사들과 함께 말이 있는 쪽으로 가지 않고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제가 마차를 타도 되겠습니까? 란트군, 그리고 클라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리아인을 향해 말을 하는 티베리우스 단장. 그래도 수년간 떨어져 지냈는데 클라리의 옛주인으로써 궁금한 점이 많은 것이 당연했다.
"물론입니다. 성기사 단장님께서 원하시는데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리아인, 지금까지 리아인의 말하는 것을 본 것 중, 티베리우스 당장에게 가장 예의를 차려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 나도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중에 하나였다. 실제로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은 리아인이 안에 타라는 것도 마다하고 나와 클라리와 같이 마부석에 앉았다. 이렇게 되면 내가 마부석에 앉아 있는 것에 대해, 이제 더 이상 할말이 없게 되었다. 제국의 정신적 기둥인 성기사 단장도 마부석에 앉는데, 뭐 현상금 수배자에 불과한 내가 무슨 할말이 있을까? 난 천천히 마차를 몰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란트군 이전에 마차를 몰아본 적이 있나?"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 갑자기 그 것은 왜 묻는 것일까? 난 잠시 고민을 한 뒤에 사실 그대로 답을 했다.
"어제 처음 몰아 봤습니다."
아까처럼 빨리 말을 몰지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난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몰고 나갔다. 그런데 내 대답을 들은 티베리우스 단장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를 모는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그런가? 마차를 모는게 워낙 자연스러워서, 자네는 뭐든지, 필요한 일은 빨리 배우는 능력이 있는 것 같군.. 플라타니오와 미탄젤의 가호라 나역시 미탄젤의 가호는 조금 받았지만."
흠...그냥 하니까 되던데 마차를 모는데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걸까? 모르겠다. 그리고 그 필요한 일을 빨리 배우는 능력이 바느질하고, 빨래, 목공일같은 것에까지 발휘 된다는 것이 문제였지.
서서히 중앙 대평원의 모습이 내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까는 조급한 마음에 보지도 못했었는데. 마음에 여유가 생긴 까닭일까?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중앙 대평원 특히 오후에 해질 무렵이 다 되서 볼 수 있는 주황빛 들판은 정말 일품이라던데. 난 그 광경을 다행히 노치지않고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먼 곳에 푸른빛의 띠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하늘 색과는 다른 짙은 푸른색, 혹시 바다인가...?
"클라리, 주인을 잘 만난 것 같구나. 하긴, 핀 그녀의 선택이 어긋날 일이 없지. 그런데 푸른색 사파이어 반지라"
다시 들려오는 티베리우스 단장의 목소리, 티베리우스단장, 그 반지를 봤나? 조금 부끄러웠다. 리아인도 신디도, 소피도 모르고 있었는데. 특히, 소피가 알아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 예리한 관찰력이라고 해야 하나? 티베리우스의 말에 클라리가 살며시 웃는 것이 옆으로 보였다. 내가 줬던 반지를 보며. 어쨌든 클라리의 기분이 조금 풀렸나? 다행이다.
"란트군, 이 들판 너무나 아름답지 않나? 30년 전에는 이 들판 전체가 황무지로 변했었지. 하지만 이렇게 제 모습 그대로를 되찾다니. 어떻게 보면 인간의 힘이란 이 자연에 비하면 부질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백년도 살지 못하면서 서로 밟고 올라서려고만 하니..."
난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예전에 내가 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 그런데 왜 모두들., 나를 보면 말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가이우스도, 가끔씩 리아인도 그렇고, 클라리에다 이번엔 티베리우스 단장까지.
"이렇게... 기사단장이란 직위에 묶여 있는 것 보다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핀, 세리 황제, 그리고 자네 스승 슈타이튼, 그들과 모험을 즐기던 시절이 갈수록 그리워진다네. 자네도 지금이 힘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월이 흐르고 살아다 보면 지금 자네 나이 때의 추억만큼 소중한 것도 또 없다네."
클라리는 어느순간 내게 기댄체 잠이들어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일까?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은 혼잣말을 하듯 저 멀리 길이 끝나는 곳을 보며 말을하고 있었고.
"아! 란트군 자네는 이번 제국 검술, 그리고 마법 대회에 출전을 하겠는가?"
티베리우스 단장은 가라앉았던 목소리를 갑자기 높이고는 말을했다.
"네, 그럴 예정입니다만..."
흠..그건 왜 묻는 것일까? 비황태자파가 되어버린 지금, 어쩔 수 없이 가이우스의 말에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할 수 없지 참석을 해야지.
"잘됬네, 그동안 제국 검술대회가 얼마나 지루했는지 모른다네. 이번 대회는 오랫만에 나도 출전을 해야겠군, 자네의 솜씨도 보고, 세리 황제의 우승컵도 다시 뺐어야 될 시점도 됬고, 세리 황제께서는 곧 할머니 될 나이시면서도 그 열의는 식을 줄 모르신다니까 이제 무리를 하시면 안될 때도 됬셨지"
흠...티베리우스 단장의 검술솜씨는 어느 정도 일까...스승님 정도? 모르겠다. 가이우스 편지를 보니 내 우승을 확신 하는 것 같던데. 자기 아버지가 출전할 것이란 것을 알고도 그런 편지를 보냈을까? 그리고 티베리우스 단장은 리투안 제국 황제 철혈여제, 세레니안느 1세를 거의 친구 부르듯이 부르고 있었다. 하긴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동료인데, 친구도 보통 친구가 아닐테니. 그런데 스승님은 자기 아내인 황제보고 뭐라고 부를까? 정말 궁금하다.
어느 순간인지 모르게 기사들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렇게 거창한 행렬이라니. 그 것도 제국 최고의 군대인 성기사단 제 1군단의 호위를 받으며, 우리는 작은 위기 한고비를 넘기고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리고 스승님이 계시는 수도 포세트립톤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