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3장 수도 포세트립톤 (1) 철혈여제(수정)
푸른바람·2002. 3. 9. PM 3:22:20·조회 3172·추천 82
에피소드 13 철혈여제
-그녀는 강인하고 또 위대하였다. 그녀가 검을 들었을 때, 그녀의 검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피가 흘렀으며, 그녀가 황금빛, 그녀의 도장을 들었을 때, 수많은 귀족들의 허욕과 망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자상하고 따스하며 친절했다. 그녀가 손을 내밀면 수많은 백성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났으며, 그녀가 입을 열면 수많은 기사들이 그녀를 찬양했고 그녀의 모습을 보면 그 누구도 진심으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철혈여제 세레니안느 1세 전기> 필리안트 비아니스 저 -
포세 트립톤, 그 웅장한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바다로 연결된 높고 긴 성벽, 도저히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도시.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 대륙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도시, 바로 살아있는 제국의 힘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의 모습, 정확히는 기사단이 행군을 해오는 모습을 본 경비병들이 임시로 내려진 작은 성문이 아닌 큰 성문 전체를 밑으로 내려 행군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 보였다. 성문, 그 크기 역시 다른 도시와 비할바가 못되었다. 성문이 크면 그 만큼 방어에 힘들지도 모르지만 아마 추측하건데 그 역시 일종의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스 트립톤에 내성이 없는 것 처럼.
"란트군, 자네 수도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한동안 별 말없이 있던 티베리우스 단장이 나를 보며 말을했다.
"네."
대답은 간단하게, 옛날에는 이 대답도 안했었지만. 스승님과 수련을 하던 때의 생각이 난다. 이제 스승님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건가? 뭔지 모르게 약간의 설레임...이런 감정이 설레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레임이라고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아무튼 약간의 설레임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황제 폐하 알현건만 아니었으면 자네를 실버캐슬로 데려갔을 것인데."
티베리우스 단장은 안타까운듯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실버캐슬, 들어본적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성기사단장의 관저라고 했었지. 방금 전의 말은 내란 존재에 대한 호감 때문이었을까?
내가 탄, 아니 모는 마차는 포세트립톤의 북문을 막 지나 넓게 펼쳐진 대로를 여전히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가고 있었다. 포세트립톤의 집들은 노스트립톤처럼 엄격하지도 그렇다고 미들트립톤처럼 너무 자유롭지도 않은 두가지가 절충된 듯한 조화로운 모습으로 지어져 있었다. 기사들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멀리 보이는 도시 백성들의 모습도 우리 마을로 오던 피난민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리투안국 사람들이 우리마을에 오지 않는 이유는 확실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보통 이런 큰 도시에는 곳곳에 보일법만한 동냥을하고 있는 거지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들 역시 보이지 않았다. 물론 기사단의 주위에 둘러싸여 잠시동안이지만 도시를 관찰한 점이지만...거지는 기사단의 행렬에 방해가 된다고 쫓아 낼 수는 있어도 값비싼 차림의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깊었다.
나한테 기대어 자고 있는 클라리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난 대로를 따라 마차를 몰아 갔다. 티베리우스 단장은 마부석에 앉은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리아인처럼 의미모를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마차를 모는 내 눈앞으로 뭔가 아주 큰 건물이 눈앞에 들어왔다.
"저곳이 황성이네. 란트군."
티베리우스 단장의 목소리. 제국의 황성, 왠지 깊은 역사가 느껴지는 아주 큰 성이었다. 내가 읽은 책에 따르면 몇백년전의 아틸란티스 제국 시대 때부터 내려왔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저 무적 처럼 보이는 성도 30년 전의 대 전쟁 때는 내부의 적 때문에 점령을 당했었다지. 하지만 그 사실이 순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황성은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흔적이 보이는 흰빛 성벽, 그리고 그 안의 아이보리빛 건물들, 그다지 많이 불려지지는 않지만 밀크 캐슬이라는 별명이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거대한 크기에서 나오는 위엄, 하지만 강압적인 느낌은 부드러운 우유빛으로 지우는 누군지는 몰라도 성을 만든 사람이 참 대단한 것 같다.
"단장님, 다른 지시를 하실 것은 없으십니까?"
부관으로 보이는 기사 한명이 마차가까이 오더니 티베리우스 단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말을했다. 아마도 반역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사들이 황궁에까지 몰려갈 수 없으니 어떻게 할지 묻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처럼 실버캐슬에서 대기하도록 하게."
티베리우스 단장은 내게 이야기를 할 때와는 다른 힘있는 어조로 기사를 보며 말을했다. 티베리우스 단장의 명령을 받은 기사가 손을 들자 우리 뒤를 따라 천천히 따라오고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멈추더니 우리가 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큰 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이 사라지자 뭔가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도시의 모습을 조금 더 관찰하기가 쉬워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마다 나름대로의 제각기 특성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여행의 작은 재미였으니까.
마차는 큰 길을 따라 황성의 성벽 밑에 까지 도착을 했다. 안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지? 보통 이럴 때는 문이 남쪽에 있던데
"단장님 어느 쪽으로 가야 됩니까?"
티베리우스 단장을 쳐다보며 난 뭔가 확인을 하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솔직히 내가 수도에 자주 온 것도 아니고, 황궁의 문이 어디있는지 알리가 없었다.
"아, 내가 말을 안했던가? 란트군. 계속 성벽 밑의 길을 따라 가게. 남쪽에 문이 있으니."
황성 역시 다른 내성들처럼 문이 하나만 있는 것 같았다. 하긴...왕성을 출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작은 이점 때문에 쓸데없이 문을 늘리는 것 보다는 문은 하나정도만 가지는게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제가 쓸데없이 노스트립톤처럼 자존심을 세울일이 있는 것도 아닐테고.
리아인은 티베리우스 단장이 마차에 탄 뒤에도 그 전처럼 조용했다. 가끔씩 신디가 리아인을 보며 뭔가를 물을 때를 제외 하고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으니까. 뒤를 흘끔 쳐다보니 리아인은 도시의 사람들의 모습들을 묵묵히 쳐다보고 있었다. 늘 보던 것일테니 별다른 감흥이 없을 만도 했다. 하지만 소피는 엘프인 까닭에 별로 표시를 내지 않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도시와 높은 성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신디는 말할 것도 없고.....
황성이 워낙 큰 까닭에 성벽을 따라 한참을 내려 가니 드디어 황성의 정문 모습이 눈앞에 드러났다.
"황성엔 무슨일로....? 아! 티베리우스 기사단장님! 황자전하도 오셨군요."
성문 앞에서 경비를 맡고 있는 병사, 하지만 평범한 병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이 흔이 입는 체인메일과 같은 갑옷을 입지 않고 오직 푸른빛 제복에 푸른빛 망토하나를 입은체 허리에는 검하나를 차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병사는 제일먼저 티베리우스단장을 보고 그 뒤에 마차 뒤에 앉아있는 리아인을 본 것 같다. 성기사단도 아니고 황자를 성기사단장 보다는 우대할 테니까..
"수고 많이 하게. 페트린 경."
리아인이 평소처럼 별 표정없이 말을 했다. 하지만 이전에 경비병한테 말했던 것 같이 아랫사람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는 아니었다. 아마, 페트린이라는 사람은 근위대기사일 듯한 생각이 들었다. 리아인, 역시 근위대 기사이니, 그런 말투로 인사를 한 것 같다. 아무리 황자라도 동료기사한테 부하들에게 하는 듯한 말투를 할 수는 없으니,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황자로써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인데 높임을 할 수도 없을 테고..
마차는 천천히 황성의 안쪽을 향해 움직였다. 흰 빛 성벽을 감춰진 들 안에는 아무리 포세트립톤의 기후가 따듯하다고 해도 도저히 겨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각 계절별로 특색있는 과일들과 꽃들을 모두 이 정원에서 찾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핀, 그녀의 솜씨야, 자네의 마법스승."
티베리우스 단장은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짧은 대답을 통해. 간단히 해소를 해주었다. 하긴 내가 마법을 조금 쓸줄 알기 때문에 아는 점이지만 그 정도 범위에 그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핀 누나 말고는 없었다. 내가 마음을 먹고 며칠간 연구를 한다면 작은 집 정원정도는 이렇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이렇게 넓은 황성의 정원은...솔직히 무리였다.
주위에 있는 꽃들의 종류도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야생의 들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그 들꽃들 때문인지 정원에서는 지나친 화려함 보다는 부드러운, 하지만 알게 모르게 풍기는 기품 같은 것이 많이 느껴지게 되는 것 같았다.
한참을 마차를 몰아 들어가자 우리는 아이보리빛 가득한 궁전의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초록빛 옷을 입은 그래도 상당한 위치의 신하인 듯한 사람이 마차를 세우는 우리쪽으로 엄청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왔다. 리아인이 앞서서 마차에서 내려 그 사람이 있는 쪽을 향해 다가갔다.
"황자 전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피투안국 그 녀석들이 우리 황자님에게 손만 뎄어도 그냥."
"포르닐 후작,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저가 아직 어린 아이도 아니고, 아무튼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포르닐 후작이란 사람은 나이에 안 어울리게 황자에게 매달려서는 울듯이 말을하고 있었다. 음...도데체 무슨사이지? 아무래도 궁내대신인건 확실한 것 같은데. 포르닌 후작은 한참이나 클라리가 내게 매달려 있는 것처럼 리아인에게 매달려 있다가는 떨어졌다.
"클라리, 도착했어. 일어나."
클라리를 깨우자 클라리는 기지개를 쭉 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서 곧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짖는 클라리.
"여긴...아!...황성이네? 이 곳에 온 것도 몇년만이지? 정말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정신을 차린 클라리는 주위 정원의 모습 하나하나에서 추억을 되세기는 듯 자세히 보고 있었다. 목소리가 밝은 걸 보니, 그래도 기운을 찾은 것 같다. 다행이었다. 계속 그렇게 힘없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했었는데. 음,뭐 꼭 클라리가 걱정 되서라기 보다는 클라리가 힘이 없으면 내가 피곤하니까.
"클라리, 내리자."
벌써 소피하고 신디는 마차에서 내려 리아인의 뒤쪽에 서있었고 티베리우스 단장 역시 어느 순간엔가 마차에서 내렸었다. 난 마차에서 내린 뒤, 클라리가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아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을 잡아주어서 마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포르닐 후작, 그동안 잘 계셨소?"
"네, 힐튼 단장님."
티베리우스 단장의 인사에 리아인한테 때와는 다르게 포르닐 후작은 옷매무세를 정돈하고는 무뚝뚝하게 답을 했다. 흠흠...이제야 좀 고위직에 있는 신하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런데 눈치를 보니, 티베리우스 단장과 포르닐 후작은 아무래도 별로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다고도 볼 수 없는 그런 사이인 것 같았다.
"황자님, 피의..아니 남파나단 자치령주님은 모셔오셨어요?"
포르닐 후작은 우리쪽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리아인을 향해 말을했다.
"바로 저 분 입니다.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
리아인은 내 쪽을 보며 이제 소개하는 것도 익숙한듯 별 다른 망설임 없이 나에대해 소개를 했다.
"네? 아 그렇...어떻게...나이가 어린 줄은 알았지만...저런 분이실 줄은....."
흠. 나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듯한 포르닐 후작의 행동이었다.정말정말 놀랍다는 듯한 표정, 포르닐 후작의 눈이 엄청나게 커지며 꼭 틔어 나올 것 같이 느껴졌다. 어휴. 지금까지 리아인하고 티베리우스 단장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을 안 뒤에의 행동,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옷사건 이후로는 지금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으면 비슷한 행동을 했을지 모르니, 어쨌든 인사는 해야지, 후작이라 내가 말을 높일 필요는 없겠군. 하지만 나이도 있고하니 인사정도는 배려해 주는게 좋을 것 같다.
"처음뵙겠습니다. 후작님, 전 들으신데로 란트 크리센, 남파나단 지역의 자치령주입니다."
"아..네, 영주님, 전 황궁 궁내 대신 세히텐 포르닐 후작 입니다. 당신이 바로 그 분 이셨다니...정말 생각 밖입니다. "
그렇게 강조 안해도 된다니까. 하고 외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며 난 가볍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어쨌든 눈을 보니, 그렇게 인간성이 나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으니, 봐줘야지.
"황자님, 다른 분들도 손님이십니까?"
포르닐 후작은 신디와 소피 쪽을 향해 쳐다 보며 말을했다.
"남파나단 영주 일행분들입니다."
리아인은 그 질문에 예전처럼 그다지 길지도 않지만 확실한 대답을 했다. 리아인의 대답을 들은 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디와 소피를 쳐다보는 포르닐 후작, 내가 추정해 보건데.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별 이상한 일행이 다 있군, 하는 생각으로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들어가실까요? 크리센 영주, 폐하께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포르닐 후작의 물음에 리아인을 슬쩍 쳐다보니 리아인이 나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난 후작의 뒤를 따라 다른 일행들과 함께 궁안으로 걸어갔다. 황궁안의 장식들은 오래되었지만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궁 외관도 그렇고, 낭비를 하지 않는 황제였지만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 건물의 신축같은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아도 황궁 자체는 되도록이면 깨끗이 쓰기위해 신경을 쓰는 것 같은 흔적이 느껴졌다.
밖에서 본 것 처럼, 궁은 정말 컸다. 이런 곳에서 살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정도로.
내가 추측해 본 결과로 몇 번 온 적이 있었을 것 같은 클라리를 제외한, 나머지 소피와 신디는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에 바빴다. 특히 소피는 그 동안 생각했던 엘프의 이미지와는 정말 다르게 여러가지 표정을 다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숲길이나 흙길을 제외하고는 많이 불안정했던 소피의 걸음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스 트립톤에서 건물 안에서 걸었을 때 보다는 지금이 휠신 더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건물 크기에 비해, 그리고 황궁이라는 점에 비해서는 하녀들이나 하인들의 모습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점점 더 확실하게 느껴지는 점이지만 황제가 검소하다는 소문이 거짓은 아니라는 것이다. 리투안 제국이 날로 번성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가장 윗물이 이렇게 깨끗하니 아랫물도 역시 그렇게 더러워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걸어가야 하는거야. 흠, 그런데 황제는 어떻게 생겼을까. 아무래도 스승님과 나이가 비슷할 테니까. 지금 거의 오십 정도가 됬을텐데. 젊었을 때의 모습은 그림에서 봤지만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을 테니,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 소문에서 들은 것 처럼 마귀할멈처럼 생겼을까? 하지만 기본적인 외모가 있으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곳으로 들어오십시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우리의 눈앞에 아까 궁앞에 있던 문 만큼 큰 문이 눈앞에 들어났다. 포르닐 후작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뒤를 따라 우리 일행은 들어갔다. 그 방에 들어와서 살펴보니 큰 회의실인 것 같았다. 그렇게 궁의 중심부인 안쪽으로 들어왔음에도 천장으로 뚫여진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채광에는 전혀 문제점이 없었고 공기도 많이 쾌적해 보였다. 금빛 테가 무늬가 있는 푸른 빛 카펫의 끝에는 황제의 옥좌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옥좌를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에는 각각 일렬로 많은 의자들이 쭉 놓여있었는데, 그 의자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서류를 뒤지며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조금 후에 오실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곳에 서 계십시오."
포르닐 후작은 회의실 가운데에서 그말을 끝낸 뒤 자신의 의자로 추정되는 곳으로 걸어 갔다 갔다. 포르닐 후작의 의자는 옥좌의 오른쪽에 있는 의자들의 가운데 쯤에 있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따로 만나도록 하세, 란트군."
"네."
티베리우스 단장은 먼저 와 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황제의 옥좌를 기준으로 왼쪽에 첫번째에 위치해 있는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내가 읽어본 책에 따르면 황제의 옥좌에 가까이 있을수록 높은 위치에 있다고 했었는데.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 제국에서 서열 2위 아니면 3위란 말이겠군. 옥좌와 가장 가까운 첫번째 의자에 앉는다는 말은. 쩝..성기사단장이라면 그 정도는 되는 것이 당연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에서 늙은 사람들까지 구성이 다양했다. 젊은 사람 치고는 개중에는 상당히 윗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우리 일행을 보며 궁금해 하는 짐작을 하는 듯한 눈치였지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황제에게 인사를 하기 전까지는 회의실 내에서 말을 걸어서는 안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들어온 뒤에도 옆에 있는 작은 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의자에 앉는 사람들 중에는 여자들의 모습도 상당히 보였다. 연회장도 아닌 회의실에 여자들의 들어왔다는 말은 저 여자들도 실질적인 업무를 하는 관료들이란 말일텐데. 흠...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의자들의 거의 빈틈이 없이 가득 찼다. 하지만 티베리우스 단장의 맞은편 옥좌를 기준으로 오른쪽 첫자리, 아마 황태자의 자리겠지. 그자리와 티베리우스 단장의 바로 옆의 자리, 그리고 그 바로 앞자리의 의자는 비어있었다. 제국내 서열 5위권자중에 지금 회의실에 있는건 티베리우스 단장 뿐이라는 말일텐데. 무슨 일일까? 그런 고위 인물들이 이유없이 회의에 빠진 다는 것은 황권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곧 들어오실 것입니다."
리아인이 내 귀에 입을 대고는 살짝 말을했다. 신디와 소피는 긴장한 듯 가만히 서있었고, 클라리는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신디와 소피는 이런자리는 처음일테니 긴장하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나는 긴장보다는 황제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보다는 기대감이 더 들었지만.
제일 뒤쪽의 문이 열리고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금빛 관, 철혈여제 세레니안느 1세였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나이가 별로 많아보이지 않았다. 아니 너무 젊어보였다. 분명히 오십이 다 되어갈 나이가 틀림이 없을 텐데 전혀 그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외모, 그 뒤를 따라 들어온 황제와 많이 닮은 한 남자가 옥좌의 오른쪽 첫번째로 걸어가섰다. 언뜻 스치며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 황태자 였다.
"모두들 자리에 앉으세요."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황제의 흑단같은 검은 빛 머리는 오십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생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 과연 저 여자가 제국 최고의 검사이며 귀족들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그 넓은 영토에 절대적인 명령을 내리는 그 여자라고 볼 수 있을까? 아마 지나가는 길에서 스쳐 봤다면 결코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가냘픈 몸매의 황제, 어린시절 엄마가 이야기 해주던 황제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쩝 내 정체를 밝혔을 때도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건 마찮가지였으니까, 철혈여제가 저렇게 생겼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별로 말을 할 처지는 못되지만. 우리 일행은 리아인을 따라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폐하, 남파나단 영주님 일행분들 이십니다."
리아인은 지금까지 여행에서 한번도 못들어본, 뭐라 딱 설명하기 힘든 무게를 잡은 근엄한 말투로 황제를 보며 말을했다.
"당신이 제 남편, 파트레아 아인트 슈타이튼 공의 제자, 란트 크리센 영주군요. 이렇게 만나게 되서 정말 반가워요."
별로 높지도 않고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왠지 말속에서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 소개를 들은 주위, 대신들 사이에서 약간의 수근 거림이 느껴졌다. 음. 이런 말 뒤에는 어떻게 답 인사를 해야 됬더라? 아!
"란트 크리센, 제국 황제 폐하께 인사드립니다."
내가 거창한 말재주는 없으니 이렇게 간단히 해결을 하는 것이 주위, 노 대신들의 표정변화가 별로 없는 걸로 볼때 인사에 그렇게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레이디 프리안느, 오랫만에 보는군요."
"네, 폐하. 폐하는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황제가 클라리를 보며 웃으며 말을했다. 아주 정이 가득한 말투로 그 말에 클라리는 치마를 살며시 들며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답을 했다. 역시, 안면이 있었다. 어릴 때 황제의 아이들도 돌봐줬다는데, 안면이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이상했다. 생각해보니 솔직히 클라리의 인사가 인사치례만은 아니었다. 계속 느끼는 점이지만 지금 내게 보이는 황제는 삼십대 초반, 이나 이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면 보였지, 절대로 오십이 다되어가는 여자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리아인하고 비교해도 누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역시 눈가에 있는 약간의 주름과 남성용 정장을 입은 옷차림 때문일 것이다. 그 주름마저 없고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차림을 한다면 그다지 추측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나이또래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무를 지키는 유하네리스 신의 대변인, 그리고 작은 레이디도 크리센 경의 동료분들 인가 보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뭐라 말하려고 하는 신디에게 난 '사일런트'주문을 걸어버렸다. 입모양을 보니 '안녕하세요'라고 하려는 것 같았는데. 그러면 상당히 곤란하지. 황제는 그렇다 쳐도, 주위 노대신들이 흠...소리가 안나오자 신디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옆의 소피를 따라 가볍게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황제는 그 모습을 얼굴에 미소를 띄운체 지켜볼 뿐이었다.
"크리센 공, 당신의 스승이신 아인트공에 대한 소식은 알고 있죠?"
황제는 내가 무릎을 꿇고 있는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말을했다.
"네, 폐하. 스승님은 아직 깨어나시지 않으셨습니까?"
음...설마 이런 것 가지고 무례하다 할까? 괜찮겠지. 주위, 노대신들의 눈치를 살피니. 이번에도 다행히 별 이상은 없었나 보다. 솔직히 난 괜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싫었다. 필요없는 곳에서 쓸대없이 자존심을 차리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 자존심은 진짜 필요할 때까지 숨겨두는게 좋을 것 같으니. 예의는 아는 만큼 행하는게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예전의 나처럼 다른사람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생활을 해야할 때가 아니니까. 스승님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래요, 대마법사 핀의 말을 들으면 이번 주일내로는 깨어날 것 같다고 하더군요."
황제는 조금 씁슬한 듯한 말투로 말을했다. 꺼내지 말아야 했었나? 휴.왠지 또 미안해지는군. 그런데 생각해보니 스승님은 정말 행복하다고 해야 했다. 저렇게 늙지 않는 미모의 여자를 아내로 두고 있으니. 뭐, 솔직히 황제를 여자라고 지칭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어쨌든 스승님과 결혼한 스승님의 아내라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리아인, 그럼 크리센 경의 자리를 안내해 주고, 다른 일행분들은 손님들을 모시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세요."
말 속에서 조금씩 느껴지는 힘같은 것 말고는 철혈여제라 불릴정도로 강인함을 아직 느낄 수는 없었다. 귀족들한테는 그렇게 냉정하다던데, 모르겠다. 검술 실력이야 싸우기 전에는 알수 없고.
"네, 폐하 그럼 크리센 공. 이 쪽으로."
난 리아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내 자리는 아마도 저 뒤쪽에 있겠지. 신참에다 내가 뭐, 이 나라에 공헌한 것도 없고, 어? 그런데 왜 리아인이 저 앞쪽으로 가지? 그리고 리아인, 평소에는 란트군이라고 부르더니, 황제가 공이라 하니까 말을 바꾸는것이...흠흠.
"이 곳에 란트 크리센 경, 제국 서열 5위, 남파나단 영주 자리입니다."
리아인이 가르킨 곳은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의 옆자리였다. 잠깐 내가 이렇게 높은 사람이었나? 정말 모를일이군. 난 한참이나 그 자리를 쳐다본 뒤에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제국 서열 5위라고? 어쩐지 미들 트립톤에서 경비병이 아무 검사도 안하고 통과를 해준다고 했었지. 그러고나서 생각해보니, 경비병의 눈빛에서 조금 놀라는 듯한 표정이 보였었었다. 워낙 훈련을 잘 받아서 그런지 별로 표시를 내지는 않았지만.
리아인은 내게 자리를 안내해 준 뒤, 나머지 일행을 데리고 아가 들어왔던 문으로 나갔다. 소피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신디는 이 분위기에서도 별다른 행동의 변화 없이 꿋꿋이 행동하고 있었다. 역시, 신디는 신디였다. 그런데 클라리는? 어느 순간엔가 내 의자 뒤에서 서있었다.
"넌, 안가?"
난 클라리 쪽을 돌아보며 소리를 낮추어 말을했다.
"응, 원래 수석 보좌관은 의자에 앉지는 못해도 뒤에서서 참여할 수 있어 저기들 봐 많이 있잖아."
클라리는 조용히 내귀에 입을 대더니 말을했다. 그러고 보니 의자에 앉은 사람들 뒤쪽에 클라리처럼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상당수 보였다. 긴장을 한 나머지 그런 것도 보지 못하고 잇었다니...
"그런데 네가 왜 내 수석 보좌관이냐? 난 널 보좌관으로 임명한 기억이 없는데.."
정말 누구 마음대로, 자기가 내 보좌관이래?
"피, 주인님아, 그럼 여기서 울어버릴꺼야."
"......"
회의장에서 운다고? 난 되도록이면 클라리쪽을 쳐다보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의자에 앉아서 앞을 보는 순간. 내 정면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던 황태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지금까지는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정말 순간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눈빛, 사악하지는 않지만 무섭도록 많은 욕망이 느껴지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 눈을 제외하면 정말 황제를 많이 닮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짙은 검은빛 머리, 전체적인 얼굴모습. 하지만 스승님의 모습은 하나도 안 닮은 것 같은, 정말 스승님의 아들이 맞을까? 황태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놀란 표정을 하더니 곧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소를 지어봤자 그 살벌한 눈빛은 가리지 못한다고. 황태자.
"총리대신 그럼 이번 회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황제는 황태자쪽을 보며 아들에게 말하는 것 같지 않은 사무적인 말투로 말을했다. 나나 클라리에게 했던 말투와는 다른 더 차가운.
"제국 서열 4위 북부 수비대장 메넬리오 비아니스 장군께서는 일때문에 불참을 하셨고 그밖에....."
메넬리오 수비대장이 제국 서열 4위라고 흠,그 럼 비 황태자파는 제국 3,4,5위를 다 포함하는군. 황태자가 서열 2위인건 확실하니. 세력의 균형일까? 그 강력한 황태자도 마음대로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그 의도를 눈치채며 세삼 부드럽게 웃고만 있는 저 황제가 두려워졌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해야하나?.
"이번 회의에 올려진 안건의 경우, 왕실내 세력다툼으로 소란스러워진 피투안 국에 대한 대책과 왕실 창고에 보관중이었던 아틸란티스 황제의 관 분실건, 그리고 동부지역에서 활동이 어려워진 지탄그 해적들의 서부지역으로의 활동범위의 변경입니다."
황태자는 보고서 같은 것을 아무것도 보지 않은체로 말을 했다. 회의 미 참석자들 부터 저 것 까지 머리속에 다 기억하고 있었단 말인가? 머리가 좋다는 말은 절대 거짓은 아니었군.
"오늘은 손님도 오셨고 하니, 오늘은 피투안국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도록 하세요."
여전히 아들을 향해서는 사무적인 말투였다. 아무리 공식적인 자리라지만, 저 모자의 관계도 그렇게 썩좋은 것 같지는 않다는 기분도 든다.
"네,폐하. 먼저 가이우스 폰 힐튼 대사가 보내 온 자료를 토대로 상황설명부터 하겠습니다."
가이우스 녀석, 그래도 나랏일은 파벌보다 우선 하는 것 같다. 그 것이 바로 제국의 힘이 아닐까? 아마 황제에 오르기전까지는 황태자에대해 반대를 해도 후에 부정한 방법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황제의 자리에 황태자가 올랐을 경우에는 그들도 변함없이 충성을 할 것이다. 아마 그런 이유로 황태자가 일부러 친위쿠테타를 일으키거나 반란죄를 뒤집어 씌어 반대파를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태자는 뒤에 서있는 보좌관으로 부터 서류를 받아 다시 말을하기 시작했다.
"현제 피투안국왕은 아시는 것 처럼 정당한 방법으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정통 왕위 게승권자였던 미카공주가 피투안국왕실에서 사라지고 우리나라와 벌였던 그 전쟁에서 진 뒤 왕실내부의 극심한 혼란기에 얼마 남지 않은 군대의 지원을 받아 왕위에 오른 자입니다."
미카공주...? 미카는 우리엄마 이름인데...예전에 스승님도 우리 엄마보고 미카공주라고 한 것 같기도 한데. 설마, 미카란 이름이 엄마 혼자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아니겠지.
"하지만 피투안국 왕실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 자신이 국왕위에 오르기 위해 쿠테타의 계획을 세우고 있던 피투안국 둘째왕자, 피민 베르크가 그 군대와 함께 남파나단 자치령이 제국령에 편입되기 전 남파나단 지역으로 공격을 하다 전멸을 당했습니다. 그 전투에서 피민 베르크 역시 전사를 했습니다."
회의를 하던 대신들이 나를 곁눈질로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쩝..왠지 어릴때 구경했던 서커스단의 원숭이가 되버린 듯한 느낌. 그나저나 들은 데로 내가 죽인 둘째 왕자 그 녀석이, 욕심이 많은 놈이었군. 난 그녀석이 피투안국에서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놈인줄은 몰랐었는데. 하긴 내 자신이 리투안제국에서 이렇게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 무슨 할말이 있으랴..
"그로 인해 그전에는 그 힘 때문에 가만히 있었던 피투안국 첫째왕자 카민 베르크의 세력이 잔존해있던 피민 베르크의 세력에 숙청을 감행해 수많은 피투안국 귀족들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잔인한 대처로인해 백성들의 감정이 별로 좋지 않아진점과 과중한 세금의 부과로 민란이 일어나려는 조짐이 수도 주변의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수도 외의 지역은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니지만 민란이 일어날 경우 그 파급적 효과는 어디까지 미칠지 모릅니다. 동파나단 지역의 임시 섭정, 사렌시노 지니안스가 왕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정보도 들어와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피투안국 영토는 별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던데. 정말 모를 일이군.
"현재 북부수비대가 만약을 대비하고는 있지만 수비대의 경우 국경밖으로는 출동이 제국법상 출전할 수 없습니다. 피투안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국민들과 제국의 상단, 상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특별 편성한 군대를 파견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핑계는 그렇게해도 실질적인 목적은 피투안국 내정 간섭이겠지. 어휴, 지나가던 어린 아이도 그 사실은 알겠다.
"군대는 되도록이면 신속하게 파견하는게 좋을 것 같군요. 누구를 장군으로 해서 군대는 어떻게 편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란트 크리센공."
잠깐, 방금 황제가 내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나? 쩝, 회의에 처음 참여하는 내가 뭘 알아야 답을하지. 황제의 질문에 모든 대신들의 눈이 일제히 나한테 쏠렸다. 건너편을 보니, 황태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뭔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마, 나를 테스트 해보고 싶겠지..황제도 황태자도. 그렇다면 황태자가 제일 바라지 않는 결과로 한번 해볼까? 그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저놈은 분명히 내 검을 뺃기위해 노력할테니. 훌.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어린 제게 막중한 중책을 물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만..."
하하..내 입에서 이런 소리가 튀어나오디니. 세상은 살고 볼 일이라니까. 그나마 이것역시 책을 많이 읽은 까닭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제 생각으로는 이번 임무를 맡을 장군은 리아인 황자로 하고 군대의 경우 약 4천정도의 병력을 북부 수비대의 일부와 동부수비대의 일부, 그리고 총리대신 휘하 친위대에서 조금씩 차출해 구성함이 좋을 듯 합니다. "
순간적으로 황태자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 황태자는 내가 모르겠다하고 의견을 내지 않으리라 생각했겠지. 내가 제국에대한 정보는 별로 없어도 이미 황태자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저 녀석은 알고 있을까? 아무튼 가이우스 녀석이 고마워 지는군..이런 상황에서 망신을 안당하게 해주다니.
황태자 말고도 주위 수많은 대신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하긴..이 사실은 황태자에 대한 도전이니까. 오늘 녀석의 눈빛을 보고 난 확실히 마음을 결정했다. 황태자 저녀석의 편은 별로 되고 싶지 않다고.
"크리센 경, 혹시 그렇게 편성한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나요?"
황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고 나에게 말을했다. 일단 내가 이레저레 들은 정보와 소문을 끼워 맞춰서 답을 해야지.
"네, 폐하. 리아인 황자의 경우 그 숨겨진 실력에 비해, 제국을 위해 그 쓰임이 적었습니다. 저가 오늘 회의에 참석하신 분들을 보니 나이나 신분보다는 그 실력을 중시하는 점이 제국의 법도인 듯 합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에 훌륭한 장군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을 하지 못한다면 이 것 또한 제국의 크나큰 손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이야기는 그동안 리아인과의 생활을 생각해서 말을 했는데, 대신들한테도 어느정도 먹혀드는 것 같았다. 의자에 앉은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군대의 편성건에 경우, 현재 제국내에서 수비대의 경우 동부와 북부 수비대가 그 규모가 큽니다. 아마 타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만 현재 국제 정세로 볼 때 그 군사력을 조금 줄인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남부나 서부 수비대에서 군사를 차출해도 되나 별로 규모가 크지 않은 남부나 서부 수비대의 경우 군사력이 줄 경우 미치는 영향은 동부나 북부에 비해 무시 못할 정도로 클 것입니다. 특히, 전 회의의 안건으로 오른 지탄그 해적의 경우 육지에까지 올라와서까지 해적질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다와 접해있는 남부와 서부 수비대의 역할이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서부 수비대에서 군사력을 차출함은 제국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출동건의 경우 총리대신께서 그 권한으로 의견을 제시하셨으므로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시는 의미로 총리대신께서의 친위 군대를 파병하시는 것도 대의상 옳으며 그리고 총리대신께서 그렇게 많은 숫자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시는 것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별 필요가 없을 것 같기에 의견을 냈습니다."
클라리와 말싸움으로 수련한 효과가 드디어 빛을 보는 구나. 내가 이렇게 말을 잘했다니 전혀 생각 밖의 일이다. 황태자. 표정은 가볍게 웃고 있었지만 눈썹이 약간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눈이 엘프 만큼은 아니라도 그런데로 좋은 편이기 때문에..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크리센 경, 좋은 의견인 것 같군요. 다른 의견은?"
황제는 웃으며 리아인은 성격적으로는 황제를 닮은 것이 틀림이 없다. 도저히 감정을 파악하기가 힘든 사람. 내 말을들은 친 황태자파로 보이는 많은 신하들이 당황한듯 하였다. 하지만 그다지 반론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황태자,이대로 물러서진 않을 것 같은데. 뭐 각오했던 일이니까.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황태자는 묵묵히 날 쳐다볼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황태자 정도라면 이상황에서 무엇인가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인데 내 예상이 어긋나버렸다.
"다른 의견이 없다면 크리센 경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지요. 이번 파나단 파견군단의 장군은 리아인 슈타이튼, 군사의 편성은 북부 수비대에서 1500, 동부수비대에서 1000, 총리대신친위대에서 1500, 준비는 봄이 오기 전까지로 결정. 그리고 이미 결정된 이 안건에 대해 차후로 다른 말을 한다면 제국의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어요"
황제는 잠시동안 별말이 없자. 급히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황제의 말에 수근 거리던 신하들은 일제히 조용해 졌다. 일단 회의를 거친 후, 결정된 안건에 대해서 신속히 처리하며 뒤에서 불만을 말하는 것은 용서치 않는다는 황제의 말. 역시 철혈여제라 불릴만 했다.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결코 부드럽다고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이다.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도록 하죠. 총리대신."
황제는 황태자를 보며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했다.
"네, 폐하."
황태자는 황제의 말을 들은 뒤, 신하들 쪽으로 돌아선 후 말을 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자신감이 많이 없어진 목소리로.
"제 47차 제국 총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후 저녁 무렵에 간단한 연회가 있을 예정이오니 꼭 참석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황태자의 말이 끝나자 의자에 앉아 있던 신하들은 황제의 옥좌쪽으로 예를 올리고는 아까 내가 들어왔던 문쪽으로 빠져나갔다. 나도 저 뒤를 따라가야 하나? 엉거주춤하게 서있는데 황제가 옥좌에서 일어서더니 나를 보며 말을했다.
"크리센공은 절 따라 오세요."
"네, 폐하"
황제의 뒤를 따라 난 걸음을 옮겻다. 물론, 클라리는 내 뒤를 쪼르르 달려왔다. 황태자는 계속 자신의 의자에 주저 앉아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흠..너무 충격이 컸나? 황태자, 총군사력 8000중에 2500이나 때버리게 생겼으니.. 장난으로 한건데 왠지 좀 미안했다. 그러고 보니 황태자에 대한 것 말고는 내 추측으로 말을한건데, 그런데로 들어맞았다. 정말 망신 당할 뻔 한 위기를 벗어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일년동안 책을 열심히 읽은 보람이 느껴졌다.
황제가 들어왔던 작은 문을 지나니 바로 옆에 다른 방이 있었다. 흠, 이런 구조 였었군. 방안을 보니 아무래도 책상이 놓여져 있고 서류들이 가득 있는 것으로 볼 때, 황제의 집무실인 것 같다. 역시, 방전체가 노란색 계통으로 되어 있었지만 별 특별한 장식은 없었다. 그리고 황성 전체의 모습 처럼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황제는 방 가운데에 있는 소파중에 한 곳에 앉았다. 회의실에서는 별로 표시를 내지 않았지만 황제의 얼굴에는 피곤한듯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앉으세요, 크리센공, 그리고 클라리."
멀뚱이 서있던 난 황제의 말에 난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황제의 앞쪽에 놓여져 있던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내 옆에 앉는 클라리. 흠. 무슨 할말이 있어서 황제가 나를 따로 불렀을까?
"란트라고 불러도 되지? 란트."
갑자기 이 건 또 무슨 소리람. 황제는 나를 향해 웃더니, 말투를 바꿔서 말을 했다. 황제는 자기가 부르고 싶은데로 부르면 되지. 뭘 묻는 것일까? 난 뭐라 부르든 상관없는데, 그렇지만 제국의 황제가 사적인 자리에선 반말이라?
"예? 아....예."
내가 당황하는 듯하다는 것을 눈치를 챘는지 황제는 나를 보며 더 큰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란트, 정말 이번 회의에는 대단했어, 클라리 너도 봤지?"
흠. 이건 전형적인 20대의 말투, 정말 나이가 오십이 다되어 가는게 맞는 것일까? 신하들 앞의 회의실에서와 이렇게 돌변을 하다니. 황제, 정말 연구대상이 갈수록 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세리언니, 우리 주인님이 그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었어."
클라리, 황제보고 '언니'라고. 그리고 반말이라니? 하지만 황제의 표정을 보니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도데체 어떻게 된 황제야?
"그래, 세인트 녀석, 당황하는 것 봤으면.아무리봐도 그애는 내가 낳은 아들이 아닌것 같아. 똑똑하긴 똑똑한데 너무 과하게 똑똑해. 언제나 자기 하고 싶은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더니 이번에는 호되게 당했지. 아니, 뭔가 미심적은 것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세인트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는 사실이 중요해."
황제는 황태자가 당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닮은 것 같았는데, 회의할 때. 난 여전히 당황한 마음에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리 추정해 봐도 저 황제는 필요할 때 말고는 별로 황제의 권위나 그런걸 안 찾는 성격인 것 같다.
"란트, 이렇게 실제로 보니. 정말 귀엽게 생겼네, 하긴, 티베도 어릴 때는 괭장히 귀여웠었으니까. 란트, 진짜로 너 13살 때 아인트를 이겼었어?"
티베는 아무래도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을 말하는 것 같고, 아인트는 스승님의 이름이었다. 난 황제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를 갸웃한 다음 답을 했다.
"네, 어쩌다가 대련할 때 스승님께 몇번 이긴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왜 물을까? 설마, 나하고 대련을 하고 싶다라던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구나, 란트 이번 검술 대회 때 꼭 출전을 하렴! 이 건 황제의 명령이야. 요즘 검술대회는 너무 지루해서 계속 우승을 하다보니 우승에도 그다지 욕심도 없어졌어. 티베도 출전을 안하고, 싸울 만한 상대는 세인트 그 녀석이나 가이우스, 클라우 그정도? 하지만 그 애들도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 재미가 없어. 란트, 꼭 출전을 해야 해."
여전히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말투를 사용하는 황제, 그런데 티베리우스 단장이 황제의 우승컵을 뺏어야 겠다는 말은 황제가 검술대회 챔피언이란 말이었나? 설마 아이고 맙소사. 어떻게 그런 일이 황제는 나이 오십먹은 여자인데.
"네...."
난 힘빠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황제는 그런 내 모습을 신기한 듯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란트, 나도 미탄젤의 날에 태어났어. 몰랐지? 하긴 미탄젤의 날에 태어난 사람은 그런대로 많으니까. 하지만 너처럼 플라타니오와 미탄젤의 가호를 동시에 받은 아이는 거의 없어. 두 별의 힘을 동시에 받은 신동의 실력을 이번에는 꼭 봐야지."
황제. 여자 아니랄까봐 말이 많았다. 쩝, 회의실에서 근엄한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황궁밖에 아마 저런 목소리에 말투로 돌아다니면, 아무도 그 철혈여제가 저 사람인줄은 모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저런 말투로 말을 하는 것은 나를 믿는다는 말인가.
"폐하, 저... 부탁이 있습니다만."
며칠동안 벼르고 벼러왔던 것 처럼 이번 기회에 클라리 건을 해결해 달라고 해야할 것 같다.
"란트, 딱딱하게 그렇게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 없을때는 너도 세리 누나,...누나라 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나? 하긴, 핀 언니보고도 란트 네가 누나라 부르니까, 나보고도 누나라고 부르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이고 머리야. 정말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까. 난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에서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네?....."
내 당황한 모습에 황제는 나를 보며 연신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저 가족들은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말많은 스승님에,무뚝뚝한 리아인에,차가운 황태자,이중인격 황제.ㅍ환상적인. 가족 구성이었다.
"란트, 그런데 무슨 부탁 하려고 했어?"
진짜 자식들이 결혼할 나이가 된 아줌마란 생각이 절대로 들지 않는다. 피투안국 사람들은 황제가 주름져서 히스테리만 부리는 마녀같은 노쳐녀 스타일인 줄로만 알고 있던데, 하지만 절대 아니었다.
"네, 저 그 부탁이..클라리를 황태자하고 클라우디우스 성기사 제 2군단장이 노리고 있는 것 같아서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놈의 검, 그냥 줘버리면 되는데. 하지만 클라우 그녀석의 손에 들어가는건 별로 바라지 않는다. 이 검 내가 버리면 그녀석들의 손에 들어가는건 당연지사고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귀찮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어야지. 그런데 황제가 내 부탁을 들어줄까?
"응. 뭐 그정도가지고, 세인트 녀석 골려준 보답치고는 너무 작은 부탁인데."
역시 평범한 모자간이 아니라 거의 원수수준의. 황제는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가더니, 종이에다 글을 쓰고는 도장을 찍었다. 금빛의 옥세와 금빛의 빛이 나는 황제의 국서, 저 도장에 수많은 귀족들의 권세가 가을철 나뭇잎처럼 떨어졌겠지.
황제는 다시 소파쪽으로 오더니 그 종이를 보여줬다. 국서....
이후로 남파나단 영주의 검인 마법검 클라리 핀 프리안느를 정당한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취득한 후 적발될 경우 그 책임을 엄중이 물음. 이 법은 지위의 고하를 불문 모든 제국민들에게 적용이됨. 황제칙령 1급 제국 포고령 세레니안느 1세
1급 제국 포고령. 이렇게 함부로 남발해도 되는것인지 정말 모를일이다. 클라리를 쪽을 쳐다보니 황제가 적어준 그 국서를 보고는 또 눈물이 눈에 글썽 거렸다. 이런 사소한 일에 하긴 제국 1급 포고령이 사소한 일은 아니겠지만, 황제가 하는 행동을 보면 지극히 사소한 듯한 일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으앙~~! 주인님아..."
아이고! 클라리 울면 어떻게 하라구. 하지만 이번에 클라리가 우는 건 별로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마음이 아프다기 보다는 왠지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은 정말 모를 일이다. 황제는 다시 회의장에서 클라리를 향해 보였던 하지만 훨씬 더 따스한 느낌이 감도는 미소를 하고 있었다.
"그럼, 두사람 나중에 연회장에서 봐."
우리 모습을 보던, 황제는 잠시 후, 무엇인가 할일이 생각이 난듯 인사를하며 소파 뒤에 있는 예전에 여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줄을 당기자 밖에서 하인들이 들어왔다.
"두분을 일행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도록."
하인들이 들어오자 다시 조용히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돌아가서 말을 하는 황제를 보며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황제는 나를 보며 살짝 웃어줄 뿐이었다. 황궁에서 과연 얼마나 지내야 할까? 스승님은 또 언제깨어나실지. 끝없이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긴 복도를 걸어가며 난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가이우스의 편지에 따르면 이제 황태자와의 대면이 남았나? 황제라는 든든한 버팀목도 있고 뭐 한 번 붙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제국 제일의 두뇌와. 고작 일주일 사이에 내 성격도 참 많이 변한 것 같다.이게 감춰지지 않은 내 본래 성격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강인하고 또 위대하였다. 그녀가 검을 들었을 때, 그녀의 검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피가 흘렀으며, 그녀가 황금빛, 그녀의 도장을 들었을 때, 수많은 귀족들의 허욕과 망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자상하고 따스하며 친절했다. 그녀가 손을 내밀면 수많은 백성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났으며, 그녀가 입을 열면 수많은 기사들이 그녀를 찬양했고 그녀의 모습을 보면 그 누구도 진심으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철혈여제 세레니안느 1세 전기> 필리안트 비아니스 저 -
포세 트립톤, 그 웅장한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바다로 연결된 높고 긴 성벽, 도저히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도시.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 대륙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도시, 바로 살아있는 제국의 힘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의 모습, 정확히는 기사단이 행군을 해오는 모습을 본 경비병들이 임시로 내려진 작은 성문이 아닌 큰 성문 전체를 밑으로 내려 행군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 보였다. 성문, 그 크기 역시 다른 도시와 비할바가 못되었다. 성문이 크면 그 만큼 방어에 힘들지도 모르지만 아마 추측하건데 그 역시 일종의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스 트립톤에 내성이 없는 것 처럼.
"란트군, 자네 수도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한동안 별 말없이 있던 티베리우스 단장이 나를 보며 말을했다.
"네."
대답은 간단하게, 옛날에는 이 대답도 안했었지만. 스승님과 수련을 하던 때의 생각이 난다. 이제 스승님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건가? 뭔지 모르게 약간의 설레임...이런 감정이 설레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레임이라고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아무튼 약간의 설레임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황제 폐하 알현건만 아니었으면 자네를 실버캐슬로 데려갔을 것인데."
티베리우스 단장은 안타까운듯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실버캐슬, 들어본적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성기사단장의 관저라고 했었지. 방금 전의 말은 내란 존재에 대한 호감 때문이었을까?
내가 탄, 아니 모는 마차는 포세트립톤의 북문을 막 지나 넓게 펼쳐진 대로를 여전히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가고 있었다. 포세트립톤의 집들은 노스트립톤처럼 엄격하지도 그렇다고 미들트립톤처럼 너무 자유롭지도 않은 두가지가 절충된 듯한 조화로운 모습으로 지어져 있었다. 기사들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멀리 보이는 도시 백성들의 모습도 우리 마을로 오던 피난민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리투안국 사람들이 우리마을에 오지 않는 이유는 확실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보통 이런 큰 도시에는 곳곳에 보일법만한 동냥을하고 있는 거지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들 역시 보이지 않았다. 물론 기사단의 주위에 둘러싸여 잠시동안이지만 도시를 관찰한 점이지만...거지는 기사단의 행렬에 방해가 된다고 쫓아 낼 수는 있어도 값비싼 차림의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깊었다.
나한테 기대어 자고 있는 클라리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난 대로를 따라 마차를 몰아 갔다. 티베리우스 단장은 마부석에 앉은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리아인처럼 의미모를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마차를 모는 내 눈앞으로 뭔가 아주 큰 건물이 눈앞에 들어왔다.
"저곳이 황성이네. 란트군."
티베리우스 단장의 목소리. 제국의 황성, 왠지 깊은 역사가 느껴지는 아주 큰 성이었다. 내가 읽은 책에 따르면 몇백년전의 아틸란티스 제국 시대 때부터 내려왔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저 무적 처럼 보이는 성도 30년 전의 대 전쟁 때는 내부의 적 때문에 점령을 당했었다지. 하지만 그 사실이 순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황성은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흔적이 보이는 흰빛 성벽, 그리고 그 안의 아이보리빛 건물들, 그다지 많이 불려지지는 않지만 밀크 캐슬이라는 별명이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거대한 크기에서 나오는 위엄, 하지만 강압적인 느낌은 부드러운 우유빛으로 지우는 누군지는 몰라도 성을 만든 사람이 참 대단한 것 같다.
"단장님, 다른 지시를 하실 것은 없으십니까?"
부관으로 보이는 기사 한명이 마차가까이 오더니 티베리우스 단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말을했다. 아마도 반역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사들이 황궁에까지 몰려갈 수 없으니 어떻게 할지 묻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처럼 실버캐슬에서 대기하도록 하게."
티베리우스 단장은 내게 이야기를 할 때와는 다른 힘있는 어조로 기사를 보며 말을했다. 티베리우스 단장의 명령을 받은 기사가 손을 들자 우리 뒤를 따라 천천히 따라오고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멈추더니 우리가 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큰 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이 사라지자 뭔가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도시의 모습을 조금 더 관찰하기가 쉬워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마다 나름대로의 제각기 특성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여행의 작은 재미였으니까.
마차는 큰 길을 따라 황성의 성벽 밑에 까지 도착을 했다. 안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지? 보통 이럴 때는 문이 남쪽에 있던데
"단장님 어느 쪽으로 가야 됩니까?"
티베리우스 단장을 쳐다보며 난 뭔가 확인을 하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솔직히 내가 수도에 자주 온 것도 아니고, 황궁의 문이 어디있는지 알리가 없었다.
"아, 내가 말을 안했던가? 란트군. 계속 성벽 밑의 길을 따라 가게. 남쪽에 문이 있으니."
황성 역시 다른 내성들처럼 문이 하나만 있는 것 같았다. 하긴...왕성을 출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작은 이점 때문에 쓸데없이 문을 늘리는 것 보다는 문은 하나정도만 가지는게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제가 쓸데없이 노스트립톤처럼 자존심을 세울일이 있는 것도 아닐테고.
리아인은 티베리우스 단장이 마차에 탄 뒤에도 그 전처럼 조용했다. 가끔씩 신디가 리아인을 보며 뭔가를 물을 때를 제외 하고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으니까. 뒤를 흘끔 쳐다보니 리아인은 도시의 사람들의 모습들을 묵묵히 쳐다보고 있었다. 늘 보던 것일테니 별다른 감흥이 없을 만도 했다. 하지만 소피는 엘프인 까닭에 별로 표시를 내지 않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도시와 높은 성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신디는 말할 것도 없고.....
황성이 워낙 큰 까닭에 성벽을 따라 한참을 내려 가니 드디어 황성의 정문 모습이 눈앞에 드러났다.
"황성엔 무슨일로....? 아! 티베리우스 기사단장님! 황자전하도 오셨군요."
성문 앞에서 경비를 맡고 있는 병사, 하지만 평범한 병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이 흔이 입는 체인메일과 같은 갑옷을 입지 않고 오직 푸른빛 제복에 푸른빛 망토하나를 입은체 허리에는 검하나를 차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병사는 제일먼저 티베리우스단장을 보고 그 뒤에 마차 뒤에 앉아있는 리아인을 본 것 같다. 성기사단도 아니고 황자를 성기사단장 보다는 우대할 테니까..
"수고 많이 하게. 페트린 경."
리아인이 평소처럼 별 표정없이 말을 했다. 하지만 이전에 경비병한테 말했던 것 같이 아랫사람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는 아니었다. 아마, 페트린이라는 사람은 근위대기사일 듯한 생각이 들었다. 리아인, 역시 근위대 기사이니, 그런 말투로 인사를 한 것 같다. 아무리 황자라도 동료기사한테 부하들에게 하는 듯한 말투를 할 수는 없으니,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황자로써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인데 높임을 할 수도 없을 테고..
마차는 천천히 황성의 안쪽을 향해 움직였다. 흰 빛 성벽을 감춰진 들 안에는 아무리 포세트립톤의 기후가 따듯하다고 해도 도저히 겨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각 계절별로 특색있는 과일들과 꽃들을 모두 이 정원에서 찾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핀, 그녀의 솜씨야, 자네의 마법스승."
티베리우스 단장은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짧은 대답을 통해. 간단히 해소를 해주었다. 하긴 내가 마법을 조금 쓸줄 알기 때문에 아는 점이지만 그 정도 범위에 그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핀 누나 말고는 없었다. 내가 마음을 먹고 며칠간 연구를 한다면 작은 집 정원정도는 이렇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이렇게 넓은 황성의 정원은...솔직히 무리였다.
주위에 있는 꽃들의 종류도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야생의 들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그 들꽃들 때문인지 정원에서는 지나친 화려함 보다는 부드러운, 하지만 알게 모르게 풍기는 기품 같은 것이 많이 느껴지게 되는 것 같았다.
한참을 마차를 몰아 들어가자 우리는 아이보리빛 가득한 궁전의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초록빛 옷을 입은 그래도 상당한 위치의 신하인 듯한 사람이 마차를 세우는 우리쪽으로 엄청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왔다. 리아인이 앞서서 마차에서 내려 그 사람이 있는 쪽을 향해 다가갔다.
"황자 전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피투안국 그 녀석들이 우리 황자님에게 손만 뎄어도 그냥."
"포르닐 후작,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저가 아직 어린 아이도 아니고, 아무튼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포르닐 후작이란 사람은 나이에 안 어울리게 황자에게 매달려서는 울듯이 말을하고 있었다. 음...도데체 무슨사이지? 아무래도 궁내대신인건 확실한 것 같은데. 포르닌 후작은 한참이나 클라리가 내게 매달려 있는 것처럼 리아인에게 매달려 있다가는 떨어졌다.
"클라리, 도착했어. 일어나."
클라리를 깨우자 클라리는 기지개를 쭉 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서 곧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짖는 클라리.
"여긴...아!...황성이네? 이 곳에 온 것도 몇년만이지? 정말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정신을 차린 클라리는 주위 정원의 모습 하나하나에서 추억을 되세기는 듯 자세히 보고 있었다. 목소리가 밝은 걸 보니, 그래도 기운을 찾은 것 같다. 다행이었다. 계속 그렇게 힘없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했었는데. 음,뭐 꼭 클라리가 걱정 되서라기 보다는 클라리가 힘이 없으면 내가 피곤하니까.
"클라리, 내리자."
벌써 소피하고 신디는 마차에서 내려 리아인의 뒤쪽에 서있었고 티베리우스 단장 역시 어느 순간엔가 마차에서 내렸었다. 난 마차에서 내린 뒤, 클라리가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아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을 잡아주어서 마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포르닐 후작, 그동안 잘 계셨소?"
"네, 힐튼 단장님."
티베리우스 단장의 인사에 리아인한테 때와는 다르게 포르닐 후작은 옷매무세를 정돈하고는 무뚝뚝하게 답을 했다. 흠흠...이제야 좀 고위직에 있는 신하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런데 눈치를 보니, 티베리우스 단장과 포르닐 후작은 아무래도 별로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다고도 볼 수 없는 그런 사이인 것 같았다.
"황자님, 피의..아니 남파나단 자치령주님은 모셔오셨어요?"
포르닐 후작은 우리쪽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리아인을 향해 말을했다.
"바로 저 분 입니다.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
리아인은 내 쪽을 보며 이제 소개하는 것도 익숙한듯 별 다른 망설임 없이 나에대해 소개를 했다.
"네? 아 그렇...어떻게...나이가 어린 줄은 알았지만...저런 분이실 줄은....."
흠. 나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듯한 포르닐 후작의 행동이었다.정말정말 놀랍다는 듯한 표정, 포르닐 후작의 눈이 엄청나게 커지며 꼭 틔어 나올 것 같이 느껴졌다. 어휴. 지금까지 리아인하고 티베리우스 단장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을 안 뒤에의 행동,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옷사건 이후로는 지금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으면 비슷한 행동을 했을지 모르니, 어쨌든 인사는 해야지, 후작이라 내가 말을 높일 필요는 없겠군. 하지만 나이도 있고하니 인사정도는 배려해 주는게 좋을 것 같다.
"처음뵙겠습니다. 후작님, 전 들으신데로 란트 크리센, 남파나단 지역의 자치령주입니다."
"아..네, 영주님, 전 황궁 궁내 대신 세히텐 포르닐 후작 입니다. 당신이 바로 그 분 이셨다니...정말 생각 밖입니다. "
그렇게 강조 안해도 된다니까. 하고 외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며 난 가볍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어쨌든 눈을 보니, 그렇게 인간성이 나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으니, 봐줘야지.
"황자님, 다른 분들도 손님이십니까?"
포르닐 후작은 신디와 소피 쪽을 향해 쳐다 보며 말을했다.
"남파나단 영주 일행분들입니다."
리아인은 그 질문에 예전처럼 그다지 길지도 않지만 확실한 대답을 했다. 리아인의 대답을 들은 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디와 소피를 쳐다보는 포르닐 후작, 내가 추정해 보건데.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별 이상한 일행이 다 있군, 하는 생각으로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들어가실까요? 크리센 영주, 폐하께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포르닐 후작의 물음에 리아인을 슬쩍 쳐다보니 리아인이 나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난 후작의 뒤를 따라 다른 일행들과 함께 궁안으로 걸어갔다. 황궁안의 장식들은 오래되었지만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궁 외관도 그렇고, 낭비를 하지 않는 황제였지만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 건물의 신축같은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아도 황궁 자체는 되도록이면 깨끗이 쓰기위해 신경을 쓰는 것 같은 흔적이 느껴졌다.
밖에서 본 것 처럼, 궁은 정말 컸다. 이런 곳에서 살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정도로.
내가 추측해 본 결과로 몇 번 온 적이 있었을 것 같은 클라리를 제외한, 나머지 소피와 신디는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에 바빴다. 특히 소피는 그 동안 생각했던 엘프의 이미지와는 정말 다르게 여러가지 표정을 다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숲길이나 흙길을 제외하고는 많이 불안정했던 소피의 걸음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스 트립톤에서 건물 안에서 걸었을 때 보다는 지금이 휠신 더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건물 크기에 비해, 그리고 황궁이라는 점에 비해서는 하녀들이나 하인들의 모습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점점 더 확실하게 느껴지는 점이지만 황제가 검소하다는 소문이 거짓은 아니라는 것이다. 리투안 제국이 날로 번성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가장 윗물이 이렇게 깨끗하니 아랫물도 역시 그렇게 더러워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걸어가야 하는거야. 흠, 그런데 황제는 어떻게 생겼을까. 아무래도 스승님과 나이가 비슷할 테니까. 지금 거의 오십 정도가 됬을텐데. 젊었을 때의 모습은 그림에서 봤지만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을 테니,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 소문에서 들은 것 처럼 마귀할멈처럼 생겼을까? 하지만 기본적인 외모가 있으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곳으로 들어오십시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우리의 눈앞에 아까 궁앞에 있던 문 만큼 큰 문이 눈앞에 들어났다. 포르닐 후작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뒤를 따라 우리 일행은 들어갔다. 그 방에 들어와서 살펴보니 큰 회의실인 것 같았다. 그렇게 궁의 중심부인 안쪽으로 들어왔음에도 천장으로 뚫여진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채광에는 전혀 문제점이 없었고 공기도 많이 쾌적해 보였다. 금빛 테가 무늬가 있는 푸른 빛 카펫의 끝에는 황제의 옥좌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옥좌를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에는 각각 일렬로 많은 의자들이 쭉 놓여있었는데, 그 의자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서류를 뒤지며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조금 후에 오실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곳에 서 계십시오."
포르닐 후작은 회의실 가운데에서 그말을 끝낸 뒤 자신의 의자로 추정되는 곳으로 걸어 갔다 갔다. 포르닐 후작의 의자는 옥좌의 오른쪽에 있는 의자들의 가운데 쯤에 있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따로 만나도록 하세, 란트군."
"네."
티베리우스 단장은 먼저 와 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황제의 옥좌를 기준으로 왼쪽에 첫번째에 위치해 있는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내가 읽어본 책에 따르면 황제의 옥좌에 가까이 있을수록 높은 위치에 있다고 했었는데.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 제국에서 서열 2위 아니면 3위란 말이겠군. 옥좌와 가장 가까운 첫번째 의자에 앉는다는 말은. 쩝..성기사단장이라면 그 정도는 되는 것이 당연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에서 늙은 사람들까지 구성이 다양했다. 젊은 사람 치고는 개중에는 상당히 윗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우리 일행을 보며 궁금해 하는 짐작을 하는 듯한 눈치였지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황제에게 인사를 하기 전까지는 회의실 내에서 말을 걸어서는 안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들어온 뒤에도 옆에 있는 작은 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의자에 앉는 사람들 중에는 여자들의 모습도 상당히 보였다. 연회장도 아닌 회의실에 여자들의 들어왔다는 말은 저 여자들도 실질적인 업무를 하는 관료들이란 말일텐데. 흠...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의자들의 거의 빈틈이 없이 가득 찼다. 하지만 티베리우스 단장의 맞은편 옥좌를 기준으로 오른쪽 첫자리, 아마 황태자의 자리겠지. 그자리와 티베리우스 단장의 바로 옆의 자리, 그리고 그 바로 앞자리의 의자는 비어있었다. 제국내 서열 5위권자중에 지금 회의실에 있는건 티베리우스 단장 뿐이라는 말일텐데. 무슨 일일까? 그런 고위 인물들이 이유없이 회의에 빠진 다는 것은 황권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곧 들어오실 것입니다."
리아인이 내 귀에 입을 대고는 살짝 말을했다. 신디와 소피는 긴장한 듯 가만히 서있었고, 클라리는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신디와 소피는 이런자리는 처음일테니 긴장하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나는 긴장보다는 황제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보다는 기대감이 더 들었지만.
제일 뒤쪽의 문이 열리고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금빛 관, 철혈여제 세레니안느 1세였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나이가 별로 많아보이지 않았다. 아니 너무 젊어보였다. 분명히 오십이 다 되어갈 나이가 틀림이 없을 텐데 전혀 그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외모, 그 뒤를 따라 들어온 황제와 많이 닮은 한 남자가 옥좌의 오른쪽 첫번째로 걸어가섰다. 언뜻 스치며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 황태자 였다.
"모두들 자리에 앉으세요."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황제의 흑단같은 검은 빛 머리는 오십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생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 과연 저 여자가 제국 최고의 검사이며 귀족들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그 넓은 영토에 절대적인 명령을 내리는 그 여자라고 볼 수 있을까? 아마 지나가는 길에서 스쳐 봤다면 결코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가냘픈 몸매의 황제, 어린시절 엄마가 이야기 해주던 황제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쩝 내 정체를 밝혔을 때도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건 마찮가지였으니까, 철혈여제가 저렇게 생겼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별로 말을 할 처지는 못되지만. 우리 일행은 리아인을 따라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폐하, 남파나단 영주님 일행분들 이십니다."
리아인은 지금까지 여행에서 한번도 못들어본, 뭐라 딱 설명하기 힘든 무게를 잡은 근엄한 말투로 황제를 보며 말을했다.
"당신이 제 남편, 파트레아 아인트 슈타이튼 공의 제자, 란트 크리센 영주군요. 이렇게 만나게 되서 정말 반가워요."
별로 높지도 않고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왠지 말속에서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 소개를 들은 주위, 대신들 사이에서 약간의 수근 거림이 느껴졌다. 음. 이런 말 뒤에는 어떻게 답 인사를 해야 됬더라? 아!
"란트 크리센, 제국 황제 폐하께 인사드립니다."
내가 거창한 말재주는 없으니 이렇게 간단히 해결을 하는 것이 주위, 노 대신들의 표정변화가 별로 없는 걸로 볼때 인사에 그렇게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레이디 프리안느, 오랫만에 보는군요."
"네, 폐하. 폐하는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황제가 클라리를 보며 웃으며 말을했다. 아주 정이 가득한 말투로 그 말에 클라리는 치마를 살며시 들며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답을 했다. 역시, 안면이 있었다. 어릴 때 황제의 아이들도 돌봐줬다는데, 안면이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이상했다. 생각해보니 솔직히 클라리의 인사가 인사치례만은 아니었다. 계속 느끼는 점이지만 지금 내게 보이는 황제는 삼십대 초반, 이나 이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면 보였지, 절대로 오십이 다되어가는 여자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리아인하고 비교해도 누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역시 눈가에 있는 약간의 주름과 남성용 정장을 입은 옷차림 때문일 것이다. 그 주름마저 없고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차림을 한다면 그다지 추측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나이또래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무를 지키는 유하네리스 신의 대변인, 그리고 작은 레이디도 크리센 경의 동료분들 인가 보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뭐라 말하려고 하는 신디에게 난 '사일런트'주문을 걸어버렸다. 입모양을 보니 '안녕하세요'라고 하려는 것 같았는데. 그러면 상당히 곤란하지. 황제는 그렇다 쳐도, 주위 노대신들이 흠...소리가 안나오자 신디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옆의 소피를 따라 가볍게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황제는 그 모습을 얼굴에 미소를 띄운체 지켜볼 뿐이었다.
"크리센 공, 당신의 스승이신 아인트공에 대한 소식은 알고 있죠?"
황제는 내가 무릎을 꿇고 있는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말을했다.
"네, 폐하. 스승님은 아직 깨어나시지 않으셨습니까?"
음...설마 이런 것 가지고 무례하다 할까? 괜찮겠지. 주위, 노대신들의 눈치를 살피니. 이번에도 다행히 별 이상은 없었나 보다. 솔직히 난 괜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싫었다. 필요없는 곳에서 쓸대없이 자존심을 차리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 자존심은 진짜 필요할 때까지 숨겨두는게 좋을 것 같으니. 예의는 아는 만큼 행하는게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예전의 나처럼 다른사람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생활을 해야할 때가 아니니까. 스승님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래요, 대마법사 핀의 말을 들으면 이번 주일내로는 깨어날 것 같다고 하더군요."
황제는 조금 씁슬한 듯한 말투로 말을했다. 꺼내지 말아야 했었나? 휴.왠지 또 미안해지는군. 그런데 생각해보니 스승님은 정말 행복하다고 해야 했다. 저렇게 늙지 않는 미모의 여자를 아내로 두고 있으니. 뭐, 솔직히 황제를 여자라고 지칭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어쨌든 스승님과 결혼한 스승님의 아내라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리아인, 그럼 크리센 경의 자리를 안내해 주고, 다른 일행분들은 손님들을 모시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세요."
말 속에서 조금씩 느껴지는 힘같은 것 말고는 철혈여제라 불릴정도로 강인함을 아직 느낄 수는 없었다. 귀족들한테는 그렇게 냉정하다던데, 모르겠다. 검술 실력이야 싸우기 전에는 알수 없고.
"네, 폐하 그럼 크리센 공. 이 쪽으로."
난 리아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내 자리는 아마도 저 뒤쪽에 있겠지. 신참에다 내가 뭐, 이 나라에 공헌한 것도 없고, 어? 그런데 왜 리아인이 저 앞쪽으로 가지? 그리고 리아인, 평소에는 란트군이라고 부르더니, 황제가 공이라 하니까 말을 바꾸는것이...흠흠.
"이 곳에 란트 크리센 경, 제국 서열 5위, 남파나단 영주 자리입니다."
리아인이 가르킨 곳은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의 옆자리였다. 잠깐 내가 이렇게 높은 사람이었나? 정말 모를일이군. 난 한참이나 그 자리를 쳐다본 뒤에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제국 서열 5위라고? 어쩐지 미들 트립톤에서 경비병이 아무 검사도 안하고 통과를 해준다고 했었지. 그러고나서 생각해보니, 경비병의 눈빛에서 조금 놀라는 듯한 표정이 보였었었다. 워낙 훈련을 잘 받아서 그런지 별로 표시를 내지는 않았지만.
리아인은 내게 자리를 안내해 준 뒤, 나머지 일행을 데리고 아가 들어왔던 문으로 나갔다. 소피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신디는 이 분위기에서도 별다른 행동의 변화 없이 꿋꿋이 행동하고 있었다. 역시, 신디는 신디였다. 그런데 클라리는? 어느 순간엔가 내 의자 뒤에서 서있었다.
"넌, 안가?"
난 클라리 쪽을 돌아보며 소리를 낮추어 말을했다.
"응, 원래 수석 보좌관은 의자에 앉지는 못해도 뒤에서서 참여할 수 있어 저기들 봐 많이 있잖아."
클라리는 조용히 내귀에 입을 대더니 말을했다. 그러고 보니 의자에 앉은 사람들 뒤쪽에 클라리처럼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상당수 보였다. 긴장을 한 나머지 그런 것도 보지 못하고 잇었다니...
"그런데 네가 왜 내 수석 보좌관이냐? 난 널 보좌관으로 임명한 기억이 없는데.."
정말 누구 마음대로, 자기가 내 보좌관이래?
"피, 주인님아, 그럼 여기서 울어버릴꺼야."
"......"
회의장에서 운다고? 난 되도록이면 클라리쪽을 쳐다보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의자에 앉아서 앞을 보는 순간. 내 정면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던 황태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지금까지는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정말 순간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눈빛, 사악하지는 않지만 무섭도록 많은 욕망이 느껴지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 눈을 제외하면 정말 황제를 많이 닮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짙은 검은빛 머리, 전체적인 얼굴모습. 하지만 스승님의 모습은 하나도 안 닮은 것 같은, 정말 스승님의 아들이 맞을까? 황태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놀란 표정을 하더니 곧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소를 지어봤자 그 살벌한 눈빛은 가리지 못한다고. 황태자.
"총리대신 그럼 이번 회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황제는 황태자쪽을 보며 아들에게 말하는 것 같지 않은 사무적인 말투로 말을했다. 나나 클라리에게 했던 말투와는 다른 더 차가운.
"제국 서열 4위 북부 수비대장 메넬리오 비아니스 장군께서는 일때문에 불참을 하셨고 그밖에....."
메넬리오 수비대장이 제국 서열 4위라고 흠,그 럼 비 황태자파는 제국 3,4,5위를 다 포함하는군. 황태자가 서열 2위인건 확실하니. 세력의 균형일까? 그 강력한 황태자도 마음대로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그 의도를 눈치채며 세삼 부드럽게 웃고만 있는 저 황제가 두려워졌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해야하나?.
"이번 회의에 올려진 안건의 경우, 왕실내 세력다툼으로 소란스러워진 피투안 국에 대한 대책과 왕실 창고에 보관중이었던 아틸란티스 황제의 관 분실건, 그리고 동부지역에서 활동이 어려워진 지탄그 해적들의 서부지역으로의 활동범위의 변경입니다."
황태자는 보고서 같은 것을 아무것도 보지 않은체로 말을 했다. 회의 미 참석자들 부터 저 것 까지 머리속에 다 기억하고 있었단 말인가? 머리가 좋다는 말은 절대 거짓은 아니었군.
"오늘은 손님도 오셨고 하니, 오늘은 피투안국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도록 하세요."
여전히 아들을 향해서는 사무적인 말투였다. 아무리 공식적인 자리라지만, 저 모자의 관계도 그렇게 썩좋은 것 같지는 않다는 기분도 든다.
"네,폐하. 먼저 가이우스 폰 힐튼 대사가 보내 온 자료를 토대로 상황설명부터 하겠습니다."
가이우스 녀석, 그래도 나랏일은 파벌보다 우선 하는 것 같다. 그 것이 바로 제국의 힘이 아닐까? 아마 황제에 오르기전까지는 황태자에대해 반대를 해도 후에 부정한 방법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황제의 자리에 황태자가 올랐을 경우에는 그들도 변함없이 충성을 할 것이다. 아마 그런 이유로 황태자가 일부러 친위쿠테타를 일으키거나 반란죄를 뒤집어 씌어 반대파를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태자는 뒤에 서있는 보좌관으로 부터 서류를 받아 다시 말을하기 시작했다.
"현제 피투안국왕은 아시는 것 처럼 정당한 방법으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정통 왕위 게승권자였던 미카공주가 피투안국왕실에서 사라지고 우리나라와 벌였던 그 전쟁에서 진 뒤 왕실내부의 극심한 혼란기에 얼마 남지 않은 군대의 지원을 받아 왕위에 오른 자입니다."
미카공주...? 미카는 우리엄마 이름인데...예전에 스승님도 우리 엄마보고 미카공주라고 한 것 같기도 한데. 설마, 미카란 이름이 엄마 혼자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아니겠지.
"하지만 피투안국 왕실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 자신이 국왕위에 오르기 위해 쿠테타의 계획을 세우고 있던 피투안국 둘째왕자, 피민 베르크가 그 군대와 함께 남파나단 자치령이 제국령에 편입되기 전 남파나단 지역으로 공격을 하다 전멸을 당했습니다. 그 전투에서 피민 베르크 역시 전사를 했습니다."
회의를 하던 대신들이 나를 곁눈질로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쩝..왠지 어릴때 구경했던 서커스단의 원숭이가 되버린 듯한 느낌. 그나저나 들은 데로 내가 죽인 둘째 왕자 그 녀석이, 욕심이 많은 놈이었군. 난 그녀석이 피투안국에서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놈인줄은 몰랐었는데. 하긴 내 자신이 리투안제국에서 이렇게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 무슨 할말이 있으랴..
"그로 인해 그전에는 그 힘 때문에 가만히 있었던 피투안국 첫째왕자 카민 베르크의 세력이 잔존해있던 피민 베르크의 세력에 숙청을 감행해 수많은 피투안국 귀족들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잔인한 대처로인해 백성들의 감정이 별로 좋지 않아진점과 과중한 세금의 부과로 민란이 일어나려는 조짐이 수도 주변의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수도 외의 지역은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니지만 민란이 일어날 경우 그 파급적 효과는 어디까지 미칠지 모릅니다. 동파나단 지역의 임시 섭정, 사렌시노 지니안스가 왕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정보도 들어와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피투안국 영토는 별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던데. 정말 모를 일이군.
"현재 북부수비대가 만약을 대비하고는 있지만 수비대의 경우 국경밖으로는 출동이 제국법상 출전할 수 없습니다. 피투안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국민들과 제국의 상단, 상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특별 편성한 군대를 파견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핑계는 그렇게해도 실질적인 목적은 피투안국 내정 간섭이겠지. 어휴, 지나가던 어린 아이도 그 사실은 알겠다.
"군대는 되도록이면 신속하게 파견하는게 좋을 것 같군요. 누구를 장군으로 해서 군대는 어떻게 편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란트 크리센공."
잠깐, 방금 황제가 내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나? 쩝, 회의에 처음 참여하는 내가 뭘 알아야 답을하지. 황제의 질문에 모든 대신들의 눈이 일제히 나한테 쏠렸다. 건너편을 보니, 황태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뭔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마, 나를 테스트 해보고 싶겠지..황제도 황태자도. 그렇다면 황태자가 제일 바라지 않는 결과로 한번 해볼까? 그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저놈은 분명히 내 검을 뺃기위해 노력할테니. 훌.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어린 제게 막중한 중책을 물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만..."
하하..내 입에서 이런 소리가 튀어나오디니. 세상은 살고 볼 일이라니까. 그나마 이것역시 책을 많이 읽은 까닭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제 생각으로는 이번 임무를 맡을 장군은 리아인 황자로 하고 군대의 경우 약 4천정도의 병력을 북부 수비대의 일부와 동부수비대의 일부, 그리고 총리대신 휘하 친위대에서 조금씩 차출해 구성함이 좋을 듯 합니다. "
순간적으로 황태자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 황태자는 내가 모르겠다하고 의견을 내지 않으리라 생각했겠지. 내가 제국에대한 정보는 별로 없어도 이미 황태자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저 녀석은 알고 있을까? 아무튼 가이우스 녀석이 고마워 지는군..이런 상황에서 망신을 안당하게 해주다니.
황태자 말고도 주위 수많은 대신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하긴..이 사실은 황태자에 대한 도전이니까. 오늘 녀석의 눈빛을 보고 난 확실히 마음을 결정했다. 황태자 저녀석의 편은 별로 되고 싶지 않다고.
"크리센 경, 혹시 그렇게 편성한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나요?"
황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고 나에게 말을했다. 일단 내가 이레저레 들은 정보와 소문을 끼워 맞춰서 답을 해야지.
"네, 폐하. 리아인 황자의 경우 그 숨겨진 실력에 비해, 제국을 위해 그 쓰임이 적었습니다. 저가 오늘 회의에 참석하신 분들을 보니 나이나 신분보다는 그 실력을 중시하는 점이 제국의 법도인 듯 합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에 훌륭한 장군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을 하지 못한다면 이 것 또한 제국의 크나큰 손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이야기는 그동안 리아인과의 생활을 생각해서 말을 했는데, 대신들한테도 어느정도 먹혀드는 것 같았다. 의자에 앉은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군대의 편성건에 경우, 현재 제국내에서 수비대의 경우 동부와 북부 수비대가 그 규모가 큽니다. 아마 타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만 현재 국제 정세로 볼 때 그 군사력을 조금 줄인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남부나 서부 수비대에서 군사를 차출해도 되나 별로 규모가 크지 않은 남부나 서부 수비대의 경우 군사력이 줄 경우 미치는 영향은 동부나 북부에 비해 무시 못할 정도로 클 것입니다. 특히, 전 회의의 안건으로 오른 지탄그 해적의 경우 육지에까지 올라와서까지 해적질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다와 접해있는 남부와 서부 수비대의 역할이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서부 수비대에서 군사력을 차출함은 제국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출동건의 경우 총리대신께서 그 권한으로 의견을 제시하셨으므로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시는 의미로 총리대신께서의 친위 군대를 파병하시는 것도 대의상 옳으며 그리고 총리대신께서 그렇게 많은 숫자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시는 것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별 필요가 없을 것 같기에 의견을 냈습니다."
클라리와 말싸움으로 수련한 효과가 드디어 빛을 보는 구나. 내가 이렇게 말을 잘했다니 전혀 생각 밖의 일이다. 황태자. 표정은 가볍게 웃고 있었지만 눈썹이 약간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눈이 엘프 만큼은 아니라도 그런데로 좋은 편이기 때문에..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크리센 경, 좋은 의견인 것 같군요. 다른 의견은?"
황제는 웃으며 리아인은 성격적으로는 황제를 닮은 것이 틀림이 없다. 도저히 감정을 파악하기가 힘든 사람. 내 말을들은 친 황태자파로 보이는 많은 신하들이 당황한듯 하였다. 하지만 그다지 반론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황태자,이대로 물러서진 않을 것 같은데. 뭐 각오했던 일이니까.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황태자는 묵묵히 날 쳐다볼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황태자 정도라면 이상황에서 무엇인가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인데 내 예상이 어긋나버렸다.
"다른 의견이 없다면 크리센 경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지요. 이번 파나단 파견군단의 장군은 리아인 슈타이튼, 군사의 편성은 북부 수비대에서 1500, 동부수비대에서 1000, 총리대신친위대에서 1500, 준비는 봄이 오기 전까지로 결정. 그리고 이미 결정된 이 안건에 대해 차후로 다른 말을 한다면 제국의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어요"
황제는 잠시동안 별말이 없자. 급히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황제의 말에 수근 거리던 신하들은 일제히 조용해 졌다. 일단 회의를 거친 후, 결정된 안건에 대해서 신속히 처리하며 뒤에서 불만을 말하는 것은 용서치 않는다는 황제의 말. 역시 철혈여제라 불릴만 했다.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결코 부드럽다고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이다.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도록 하죠. 총리대신."
황제는 황태자를 보며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했다.
"네, 폐하."
황태자는 황제의 말을 들은 뒤, 신하들 쪽으로 돌아선 후 말을 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과는 다르게 자신감이 많이 없어진 목소리로.
"제 47차 제국 총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후 저녁 무렵에 간단한 연회가 있을 예정이오니 꼭 참석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황태자의 말이 끝나자 의자에 앉아 있던 신하들은 황제의 옥좌쪽으로 예를 올리고는 아까 내가 들어왔던 문쪽으로 빠져나갔다. 나도 저 뒤를 따라가야 하나? 엉거주춤하게 서있는데 황제가 옥좌에서 일어서더니 나를 보며 말을했다.
"크리센공은 절 따라 오세요."
"네, 폐하"
황제의 뒤를 따라 난 걸음을 옮겻다. 물론, 클라리는 내 뒤를 쪼르르 달려왔다. 황태자는 계속 자신의 의자에 주저 앉아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흠..너무 충격이 컸나? 황태자, 총군사력 8000중에 2500이나 때버리게 생겼으니.. 장난으로 한건데 왠지 좀 미안했다. 그러고 보니 황태자에 대한 것 말고는 내 추측으로 말을한건데, 그런데로 들어맞았다. 정말 망신 당할 뻔 한 위기를 벗어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일년동안 책을 열심히 읽은 보람이 느껴졌다.
황제가 들어왔던 작은 문을 지나니 바로 옆에 다른 방이 있었다. 흠, 이런 구조 였었군. 방안을 보니 아무래도 책상이 놓여져 있고 서류들이 가득 있는 것으로 볼 때, 황제의 집무실인 것 같다. 역시, 방전체가 노란색 계통으로 되어 있었지만 별 특별한 장식은 없었다. 그리고 황성 전체의 모습 처럼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황제는 방 가운데에 있는 소파중에 한 곳에 앉았다. 회의실에서는 별로 표시를 내지 않았지만 황제의 얼굴에는 피곤한듯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앉으세요, 크리센공, 그리고 클라리."
멀뚱이 서있던 난 황제의 말에 난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황제의 앞쪽에 놓여져 있던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내 옆에 앉는 클라리. 흠. 무슨 할말이 있어서 황제가 나를 따로 불렀을까?
"란트라고 불러도 되지? 란트."
갑자기 이 건 또 무슨 소리람. 황제는 나를 향해 웃더니, 말투를 바꿔서 말을 했다. 황제는 자기가 부르고 싶은데로 부르면 되지. 뭘 묻는 것일까? 난 뭐라 부르든 상관없는데, 그렇지만 제국의 황제가 사적인 자리에선 반말이라?
"예? 아....예."
내가 당황하는 듯하다는 것을 눈치를 챘는지 황제는 나를 보며 더 큰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란트, 정말 이번 회의에는 대단했어, 클라리 너도 봤지?"
흠. 이건 전형적인 20대의 말투, 정말 나이가 오십이 다되어 가는게 맞는 것일까? 신하들 앞의 회의실에서와 이렇게 돌변을 하다니. 황제, 정말 연구대상이 갈수록 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세리언니, 우리 주인님이 그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었어."
클라리, 황제보고 '언니'라고. 그리고 반말이라니? 하지만 황제의 표정을 보니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도데체 어떻게 된 황제야?
"그래, 세인트 녀석, 당황하는 것 봤으면.아무리봐도 그애는 내가 낳은 아들이 아닌것 같아. 똑똑하긴 똑똑한데 너무 과하게 똑똑해. 언제나 자기 하고 싶은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더니 이번에는 호되게 당했지. 아니, 뭔가 미심적은 것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세인트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는 사실이 중요해."
황제는 황태자가 당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닮은 것 같았는데, 회의할 때. 난 여전히 당황한 마음에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리 추정해 봐도 저 황제는 필요할 때 말고는 별로 황제의 권위나 그런걸 안 찾는 성격인 것 같다.
"란트, 이렇게 실제로 보니. 정말 귀엽게 생겼네, 하긴, 티베도 어릴 때는 괭장히 귀여웠었으니까. 란트, 진짜로 너 13살 때 아인트를 이겼었어?"
티베는 아무래도 티베리우스 성기사 단장을 말하는 것 같고, 아인트는 스승님의 이름이었다. 난 황제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를 갸웃한 다음 답을 했다.
"네, 어쩌다가 대련할 때 스승님께 몇번 이긴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왜 물을까? 설마, 나하고 대련을 하고 싶다라던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구나, 란트 이번 검술 대회 때 꼭 출전을 하렴! 이 건 황제의 명령이야. 요즘 검술대회는 너무 지루해서 계속 우승을 하다보니 우승에도 그다지 욕심도 없어졌어. 티베도 출전을 안하고, 싸울 만한 상대는 세인트 그 녀석이나 가이우스, 클라우 그정도? 하지만 그 애들도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 재미가 없어. 란트, 꼭 출전을 해야 해."
여전히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말투를 사용하는 황제, 그런데 티베리우스 단장이 황제의 우승컵을 뺏어야 겠다는 말은 황제가 검술대회 챔피언이란 말이었나? 설마 아이고 맙소사. 어떻게 그런 일이 황제는 나이 오십먹은 여자인데.
"네...."
난 힘빠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황제는 그런 내 모습을 신기한 듯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란트, 나도 미탄젤의 날에 태어났어. 몰랐지? 하긴 미탄젤의 날에 태어난 사람은 그런대로 많으니까. 하지만 너처럼 플라타니오와 미탄젤의 가호를 동시에 받은 아이는 거의 없어. 두 별의 힘을 동시에 받은 신동의 실력을 이번에는 꼭 봐야지."
황제. 여자 아니랄까봐 말이 많았다. 쩝, 회의실에서 근엄한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황궁밖에 아마 저런 목소리에 말투로 돌아다니면, 아무도 그 철혈여제가 저 사람인줄은 모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저런 말투로 말을 하는 것은 나를 믿는다는 말인가.
"폐하, 저... 부탁이 있습니다만."
며칠동안 벼르고 벼러왔던 것 처럼 이번 기회에 클라리 건을 해결해 달라고 해야할 것 같다.
"란트, 딱딱하게 그렇게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 없을때는 너도 세리 누나,...누나라 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나? 하긴, 핀 언니보고도 란트 네가 누나라 부르니까, 나보고도 누나라고 부르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이고 머리야. 정말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까. 난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에서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네?....."
내 당황한 모습에 황제는 나를 보며 연신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저 가족들은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말많은 스승님에,무뚝뚝한 리아인에,차가운 황태자,이중인격 황제.ㅍ환상적인. 가족 구성이었다.
"란트, 그런데 무슨 부탁 하려고 했어?"
진짜 자식들이 결혼할 나이가 된 아줌마란 생각이 절대로 들지 않는다. 피투안국 사람들은 황제가 주름져서 히스테리만 부리는 마녀같은 노쳐녀 스타일인 줄로만 알고 있던데, 하지만 절대 아니었다.
"네, 저 그 부탁이..클라리를 황태자하고 클라우디우스 성기사 제 2군단장이 노리고 있는 것 같아서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놈의 검, 그냥 줘버리면 되는데. 하지만 클라우 그녀석의 손에 들어가는건 별로 바라지 않는다. 이 검 내가 버리면 그녀석들의 손에 들어가는건 당연지사고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귀찮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어야지. 그런데 황제가 내 부탁을 들어줄까?
"응. 뭐 그정도가지고, 세인트 녀석 골려준 보답치고는 너무 작은 부탁인데."
역시 평범한 모자간이 아니라 거의 원수수준의. 황제는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가더니, 종이에다 글을 쓰고는 도장을 찍었다. 금빛의 옥세와 금빛의 빛이 나는 황제의 국서, 저 도장에 수많은 귀족들의 권세가 가을철 나뭇잎처럼 떨어졌겠지.
황제는 다시 소파쪽으로 오더니 그 종이를 보여줬다. 국서....
이후로 남파나단 영주의 검인 마법검 클라리 핀 프리안느를 정당한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취득한 후 적발될 경우 그 책임을 엄중이 물음. 이 법은 지위의 고하를 불문 모든 제국민들에게 적용이됨. 황제칙령 1급 제국 포고령 세레니안느 1세
1급 제국 포고령. 이렇게 함부로 남발해도 되는것인지 정말 모를일이다. 클라리를 쪽을 쳐다보니 황제가 적어준 그 국서를 보고는 또 눈물이 눈에 글썽 거렸다. 이런 사소한 일에 하긴 제국 1급 포고령이 사소한 일은 아니겠지만, 황제가 하는 행동을 보면 지극히 사소한 듯한 일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으앙~~! 주인님아..."
아이고! 클라리 울면 어떻게 하라구. 하지만 이번에 클라리가 우는 건 별로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마음이 아프다기 보다는 왠지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은 정말 모를 일이다. 황제는 다시 회의장에서 클라리를 향해 보였던 하지만 훨씬 더 따스한 느낌이 감도는 미소를 하고 있었다.
"그럼, 두사람 나중에 연회장에서 봐."
우리 모습을 보던, 황제는 잠시 후, 무엇인가 할일이 생각이 난듯 인사를하며 소파 뒤에 있는 예전에 여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줄을 당기자 밖에서 하인들이 들어왔다.
"두분을 일행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도록."
하인들이 들어오자 다시 조용히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돌아가서 말을 하는 황제를 보며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황제는 나를 보며 살짝 웃어줄 뿐이었다. 황궁에서 과연 얼마나 지내야 할까? 스승님은 또 언제깨어나실지. 끝없이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긴 복도를 걸어가며 난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가이우스의 편지에 따르면 이제 황태자와의 대면이 남았나? 황제라는 든든한 버팀목도 있고 뭐 한 번 붙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제국 제일의 두뇌와. 고작 일주일 사이에 내 성격도 참 많이 변한 것 같다.이게 감춰지지 않은 내 본래 성격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