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3장 수도 포세트립톤 (3) 상처입은 백합 두송이(수정)

푸른바람·2002. 3. 9. PM 3:30:15·조회 3885·추천 64
에피소드 15 상처 입은 백합 두 송이


우리 앞에는 클라리가 좋아할만한 수많은 옷들이 놓여져 있었다. 연회에 참석할 준비를 해라는 리아인의 배려였다. 정말 화려한 옷들, 용사나 영웅들이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의 옷들이지만, 난 별로 싫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하긴 살인마하고 용사나 영웅하고는 다를테니.

쩝. 연회에도 가야 할 것 같은데 어느 옷을 입어야 할까? 우리 마을에서 옷하나 입고 살때는 이런 고민 안해도 됬었는데 지금은 정말, 이런 것을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하나?

"주인님아~ 주인님은 이 옷이 잘 어울릴 것 같아."

클라리가 골라주는 옷을 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또 이상한 옷을 고른 것은 아닐까? 하지만 다행히 클라리가 고른 옷은 내가 걱정한 만큼 이상한 옷은 아니었다. 흰색 계통이었는데. 흠, 옷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정확히는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만 아는 내가 설명하기에는 좀 무리였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흰색계통에 연파랑 색의 장신이 달린 깔끔한 스타일의 옷이었다. 내가 고르기도 귀찮고 그냥 클라리가 골라준 이 옷으로 입어야 겠다.

여자옷만 아니라면 옷은 주는데로 입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용사들의 주요한 특징인 일부러 낡고 편안한 옷만 골라입는 것은 자만이 아닐까? 좋은 옷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안입는것,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마음에 안든다. 물론, 서민적인 영웅일수록 평범한 사람들에게 더 친근감이 갈지 모르겠지만, 좋은 옷을 입고 싶어도 못 입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분명히 그러한 행동은 자만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삐에로 옷을 입어야 한다면 입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거지의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면 그 역시 감수해 내야 한다. 그리고 황제의 화려한 예복을 입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 역시 아무말 없이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고 허름한 옷만 찾아서 입는 거나, 화려한 옷만 골라서 입는 것. 둘 모두 문제점이 많이 있었다. 하긴, 스승님은 용사였어도 옷을 가려입었다는 그런 이야기는 못들었긴 하지만.

"알겠어. 이 옷으로 입을께. 그런데 넌 옷을 안고르니?"

"나중에, 주인님 없을 때 고를꺼야."

흠...그냥 지금 고르면 되지. 아무튼, 클라리의 행동 중,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니까. 그다지 내게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넘어가는게 좋을 것 같았다.

"이 옷으로 하죠."

난 클라리가 골라준 옷을 입겠다는 의사를 하인들에게 표시를 했다. 내 말을 듣자, 옷을 들고 온 하인들이 내 옷을 갈아입혀주기 시작했다. 사우스 피투안에서 머리를 빗은 이후로는 빗은 적이 없어서 많이 헝클어진 머리도, 내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 평소에 머리를 묶어 다녔던 때가 까맣게 묻은 머리끈도 깨끗한 파란색 끈으로 갈아서 하인들이 묶어 주었다. 하긴, 그 때묻은 머리끈을 하고, 연회에 참석할 수는 없을 테니. 새로 받은 파란색 머리끈은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도 계속 사용 해야지. 설마 머리끈 하나 들고 갔다고 뭐라할까?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내 옷을 갈아입혀 주는 것은 왠지 어색하긴 했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새로운 경험 이거니 하고 생각하니,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았다. 사우스 피투안에서 보았기 때문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보보면 볼수록 나로써는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곱상하게 생긴 내 외모는 결코 내 성격과는 안어울리는 얼굴이었다. 특히 이 외모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란게 문제였다. 어 휴, 이놈의 얼굴 때문에 소개를 할 때마다 도저히 못 믿겠다는 의문을 받아야 하니.

"역시, 우리주인님은 안어울리는 옷이 없다니까."

옷을 갈아입은 내 모습을 본 클라리는 예전의 리아인과 똑같은 말을 했다. 클라리는 말을 한 후에도 나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동물원의 원숭이도 아니고, 그런데 클라리, 네가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절대 칭찬이 아니라고. 사우스 피투안의 악몽이라 내가 이름붙인 그사건은 평생동안 나를 괴롭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주인님은 잠시 나가있어."

난 클라리에게 거의 떠밀리다 싶이 밖으로 밀려 나왔다. 소피하고 신디 보고도 가자고 하니까. 그다지 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며 둘 모두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요즘에는 둘은 틈만나면 자려고해서 조금 골치거리라고 할 수 있었다. 신디는 어려서 그렇다고 해도.소피는 엘프는 원래 며칠 자지 않아도 되는것 아니었나? 나중에 시간이 나면 엘프에 대해서도 다시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 시간이 언제날지는 모르겠지만.

한참동안 문 밖에서 서서 클라리가 다 입기를 기다렸다. 혼자 연회장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혼자 가는 것은 아직 오늘 처음 온 까닭에 그다지 이곳이 익숙하지 않는 나로써는 그나마 클라리라도 옆에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클라리를 기다리기로 했다.

클라리의 본체는 축소마법을 써서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 안에 걸어놨다. 황제가 그렇게 법을 정했 줬어도 조심하는게 좋다는 생각에..어휴, 내가 왜이렇게 클라리를 걱정하는 것인지. 귀찮게만 하는데도.

방문이 열리며 방밖을 향해 하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클라리가 걸어 나왔다. 그런데 클라리가 맞기는 맞는거야? 난 잠시 내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진실여부에 대한 판단을 한참동안이나 한 뒤에야 클라리가 맞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라고 했었나? 그 전에도 클라리는 예쁘긴 예뻤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정말 놀랄 정도였다.

내 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흰빛 드레스를 클라리는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를 신경을 쓴 것 같았다. 그리고 백금발의 긴 머리카락에는 약간의... 핀이라고 해야하나?...아무튼 머리장식을 하고, 귀걸이에..목걸이까지 클라리는 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귀족적인 분위기가 있었던 클라리의 지금 모습은 꼭 이야기 속에 나오는 어느나라 공주님 같았다. 그런데 저 장식품은 다 어디서 났지? 저 것 역시 리아인이 준비를 해준 것일까?

지금 클라리의 모습과 예전의 클라리와 변함없이 다르지 않은 점이 있다면 손가락에 끼여 있는..푸른색 사파이어 반지 뿐인 것같다. 이 여자가 마법검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사람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웠다.

"그럼 가실까요. 주인님?"

클라리의 평소와 다른 말투에 난 약간 당황을 해서 조금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향해 평소와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미소를 얼굴에 띄우는 클라리, 정말 클라리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으...응"

당황스러움에 나는 클라리가 내미는 손을 얼떨결에 잡고 시녀들의 뒤를 따라 연회장 쪽으로 걸어갔다. 옆으로 슬쩍 쳐다보니, 라이트 마법을 쓴 것도 아닌데 클라리에게서 빛이 가득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말 눈부시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그러고 보니, 연회를 하면 춤을 춰야 할 텐데, 어떻게 하지? 이론상으로는 춤추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본적은 없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추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될 것 같다.

연회장은 1층에 없었던 것으로 볼 때 아마도 이층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회장은 매우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인데 일층엔 회의실, 그리고 황제의 방과 황태자의 방만해도 매우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밖에 수많은 방들 역시 1층에 가득 있었으니.

그렇게 정신없이 걸어, 우리는 연회장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이미 문이 열려있는 연회장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먼저 연회장에 도착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우리 쪽을 향했다. 이런 자리에서의 관심이라 왠지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연회란 곳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니까 익숙한 것 같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아마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것은 분명히 클라리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클라리는 충분히 아름다웠으니까. 그런데 왜 조금 어려보이는 열 대여섯살 정도의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일까? 모르겠다. 설마, 옷차림이 이상하다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나름대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클라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 많은 사람들이 클라리가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정말 궁금했다. 아름다운 클라리, 이런 연회의 파트너로써 내게는 너무 과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스치고 지나갔다.

연회장은 정말 크고 화려했다. 하지만 장식들이 오래된 것으로 볼때 분명히 지금 황제가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닌 것 같고, 예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래되었어도 세월의 흐름이 장식들에게 더 가치를 주었으면 줬지. 전혀 낡아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 성을 제일 처음 만들고 설계한 사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성의 곳곳을 다니면 다닐 때 마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클라리의 손을 잡고 있는 까닭에 사람들의 눈빛을 한몸에 받으며 연회장의 안쪽을 향해 들어가니, 한 쪽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리아인의 모습이 보였다.

"크리센경, 그리고 레이디 프리안느 오셨군요."

리아인은 우리를 보더니 사람들과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리아인은 전체적으로 붉은 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황자 아니랄까봐. 옷에 별로 신경을 안쓴 것 같이 보여도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이 그 에게서 느껴졌다. 기품이라고 하는것일까? 왕자라고 해도 예전에 죽였던 피투안국의 둘째왕자한테서는 별로 그러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었지만.

"리아인,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특히 '방'하고 옷들."

난 방이란 글자를 되도록 강조를 하며 말을했다. 하지만 리아인은 내 말뜻을 알았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그 의미모를 미소를 가볍게 지을 뿐이었다.

"공께서 도와주신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크리센공, 회의에서 저를 추천해 주셨다고 들었는데. 미숙한 저를 추천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릴 뿐입니다."

리아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했다. 회의에서의 그 일이라...황태자 녀석이 그 당황하는 얼굴은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해진다. 그러고보니 이 황태자 녀석은 어디에 있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직 연회장에 오지 않은 것 같았다.

"뭐, 사실대로 말씀 드렸을 뿐인데요."

내 대답에 리아인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이 내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사실 그대로 말했었다. 내가 느꼈던 것 처럼 정확히. 우리 마을에 쳐들어 오던 놈들 중 대장이라는 작자들을 수없이 봤지만 리아인의 능력에 발가락에도 못미치는 놈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런 놈들이니, 괴물 사냥꾼이나 하고 있었겠지만 아무튼, 리아인의 검술을 정확히 확인한 적은 없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 장군감으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람에 대해 파악하는 데는 나름대로 재주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여자와 엘프는 제외를 하고.

"레이디 프리안느와 크리센 경께 잘 어울릴 같은 옷들을 제가 직접 골라 보내긴 했었지만 정말,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크리센경.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옷이 없으신 것 같군요..."

리아인의 감탄이 섞인 조금 들뜬 말투, 리아인의 이번 말은 칭찬인것 같다. 하지만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옷이 없다는 말은 클라리가 말했을 때도 느꼈던 점이지만 그다지 좋지 않는 기억과 관계가 되어 있는 까닭에 기분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리아인, 네 옷차림도 꽤 괜찮은데? 어릴 때, 연회장에 올 때는 옷차림 같은 것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더니,  그래도 폼을 잡은 것을 보니 너 좋아하는 사람있지?"

클라리는 리아인을 보며 밝은 말투로 웃으며 말을 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그렇게 막 웃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놈의 검도 분위기를 타는 것인지. 하지만 평소의 모습보다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클라리의 외모에는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리아인 어릴 때는 옷차림 같은 곳에는 별로 신경을 안썼다고 클라리가 했었지? 하긴 리아인의 성격이리면 그럴 것 같다.

그런데 리아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우리쪽으로 나하고 키가 비슷한 여자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초록빛 드래스에 금발, 왠지 엘프 같은 느낌이 드는 여자였다. 바닷색의 맑은 눈색깔. 아무래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느낌이었다. 누구지?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는 별로 없었다. 그럼 핀누나? 설마...핀누나는 내 기억에 따르면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저 여자보다는 키가 훨씬 컸었다. 그리고 엘프인 까닭에 귀도 긴 편이었고, 그렇다면 누구지?

"클라리 언니!"

여자는 클라리 쪽을 보며 기쁜듯 입을 열었다.

"어! 아렐리아 아니니? 정말 오랫만이야! 아렐리아! 정말 예뻐졌네."

잠깐...클라리를 보고 언니라 부름은 핀 누나의 딸이란 말이야? 그럼 전 에 가이우스에게 있다던 누나가 저 여자 였단 말이군. 아렐리아란 여자는 정말 핀 누나를 많이 닮았다. 귀하고 키를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똑 같았으니까. 숲 한 가운데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엘프라고 해도 별로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핀누나의 딸이라면 이 여자도 하프엘프란 말이겠군. 하지만 이상하게도 보통 하프엘프들의 귀 역시 엘프들 만큼 긴 것이 대부분인데 반해 이 형제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솔직히 인간들 틈에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것이 나았겠지만.

"그래도 언니보다는 아직 한참 모자라. 주위 사람들 좀 둘러봐. 지금 언니한테 넋이 나간 남자가 한 둘이 아니야."

아렐리아는 고개를 조금 좌우로 흔들며 말을 했다. 아렐리아의 그 말은 사실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정신 없이 클라리를 쳐다보고 있는 남자가 연회장 곳곳에서 보이고 있었다. 그냥 마법으로 어떻게 해버릴까? 어휴 말성 일으키면 곤란하니 그냥 참는게 좋을 것 같다.

"언니, 그런데 옆에 있는 이 분은 누구야?"

클라리와 이야기를 하던 아렐리아는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날 유심히 쳐다보더니 말을 했다.

"우리 주인님이야. 정말 귀엽게 생겼지?"

헛. 귀엽게 생겼다니. 클라리 이게 지금 또 누구 앞에서까지 그런 소리를...여기서까지 그렇게 말해야 하나? 어쨌든, 이럴경우에는 인사를 하는게 예의였다고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또 뭐라고 해야할지. 정말 고민이 된다.

"만나게 되서 반갑습니다. 저는 란트 크리센, 남파나단 자치령주 입니다."

"저도 만나게 되서 반가워요.  소문으로만 들었던 우리 언니의 귀여운 기사님. 저는 리투니아 시장 아우렐리아 폰 힐튼 이에요. 평소엔 아렐리아라 부르시면 된답니다."

내 인사를 들은 아렐리아란 여자는 내쪽을 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귀여운 기사님이라. 별의별 소리를 다듣는군. 내 신세야. 정말. 잠깐?! 리투니아 시장이라고? 아! 가이우스가 보네준 서류에따르면 비황태자파에 아우렐리아 리투니아 시장이 있었지. 난 나이가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밖이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낮에 회의실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자리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힐튼집안, 나이 서른도 안된 사람들이 제국의 주요 요직에는 다 앉아 있었다. 이것도 많이 세력이 약해긴 것이라니, 한 때는 황제의 권력과 거의 맞먹을 때도 있었다지.

그런데 아렐리아란 그 여자는 클라리가 나한테 매달리듯 리아인에게 달라 붙어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키가 작은 아렐리아가 키가 큰 리아인에게 붙어 있으면 아주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지만. 헛, 두사람이 보통사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렐리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리아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쩝. 리아인의 그런 얼굴. 정말 안어울려. 클라리가 말한 리아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아렐리아 였었나보군. 흠...

"아렐리아! 둘이 도데체 무슨 사이야?"

클라리, 역시 내 궁금증을 대신 해결해 주곤 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클라리와 통하는 점이 많이 있었다. 실제로 주인과 마법검 사이에는 감정의 공유가 일어난다고 하고, 나 역시 그 것을 종종 느끼고 있으니까.

"언니, 나 약혼했어. 여기 리아인 황자님하고."

역시. 그런 사이였군. 둘이 약혼자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연이었다. 하지만 내가 잠시동안 느낀 점으로는 두사람의 성격 차이가 심한 것 같은데, 괜찮을런지. 뭔 성격이 반대인 커플이 오히려 더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말이야? 축하해. 리아인, 아렐리아. 그럼 결혼은 언제할 예정이니?"

리아인은 조금 난처한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했다..

"아마..내년 가을쯤에 할 것 같습니다. 레이디 프리안느."

하긴 저 정도 나이면 결혼할 때도 됬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결혼할 나이를 훌쩍 넘은 황태자는 결혼을 했을까? 궁금하다. 보통 제국의 황태자라면 후계자 건 때문에 일찍 결혼을 하곤 하던데.

"그때는 우리도 초대해야 해. 꼭! 알겠지?"

클라리는 아렐리아와 리아인 쪽을 보며 밝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네.""응."

거의 동시에 대답하는 두사람. 성격은 반대라도 마음은 일심동체라는 뜻인가? 난 아렐리아의 아버지가 비 황태자파라서. 아렐리아가 비황태자 파인 줄로 예측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알고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다. 사랑의 힘이란 정말 위대한거야. 뭔가 비유가 안맞는 것 같지만 그냥 넘어가는게....

그러고 보니 나이도 별로 많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아렐리아는 리투니아 시장이 됬을까? 황제의 성격을보니,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의 딸이라고 특별히 대우해 주지는 않았을 것임이 당연했고. 무엇인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저 하프엘프의 특별한 능력 왠지 궁금해진다. 그런 이유로 나는 유심히 살펴보니 아렐리아를 살펴보았다. 아렐리아로 부터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 저여자, 마법사였나? 하지만 내가 그 사실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갑자기 나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 들렸다.

"황제폐하께서 들어오시겠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금빛 관을 쓴 황제가 우리가 들어왔던 문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황제는 회의실에서처럼 머리를 풀지 않고 위로 올렸고 황제만 입을 수 있다는 금빛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남자들이 입는 옷과 비슷한 옷을 입었을 때보다 드레스를 입은 황제는 더 젊어 보였다. 이건. 분명히 신의 장난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나이 오십이 다되어 가는 황제가 이십대 초반처럼 보이다니.

그리고 황제 뒤에는 황제와 아주 닮은, 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 느껴지는, 황제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꼭 동생처럼 보이는 여자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스승님의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클라리, 황제 뒤의 저 여자 혹시 공주야?"

난 클라리의 귀에다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내 질문에 곰곰히 기억을 더듬는 듯 보이는 클라리, 잠시 후에 클라리가 작은 목소리로 답을 했다.

"아마 맞을꺼야, 나도 어릴 때 본 기억 밖에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음...아리공주가.. 아무래도 맞는것 같아."

공주는 황제와 다르게 하지만 빛나는 은빛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황제는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황실의 권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사석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황제라는 직위가 사람을 그렇게 이중적으로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황제는 연회장 앞쪽에 있는 황제의 옥좌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황제가 걸어감에 따라 사람들도 양쪽으로 비켜섰다. 스승님과의 결혼, 외모만으로 볼때 절대적으로 황제가 손해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는 스승님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나중에 스승님이 께어나시면 스승님과 황제폐하의 연애 이야기도 한번 해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어릴 때 해줬던 이야기에는 단편적인 내용 밖에 없었으니.

황제가 연회실 한쪽에 놓여있는 옥좌에 앉자 천천히 경쾌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회의 시작인가?

"언니, 그리고 귀여운 기사님, 그럼 나중에 봐."

아렐리아는 그 말을 마친 후 리아인을 데리고, 아니 거의 끌어서 가운데 무대쪽을 향했다. 피는 섞이지 않아도 자매는 닮는 것일까? 분명히, 핀누나는 그러지 않은 것 같았었다. 그렇다고 티베리우스 성기사단장이 그럴리는 절대 만무하고. 하지만 이 두 자매는 왜 이렇게 성격이 비슷한것인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수도에 와서도 핀누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핀누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난 클라리 손을 잡고 춤추는 것을 되도록 피하며,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 구경도 할 겸,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 쪽으로 잠시 물러섰다. 평소와 다르게 클라리는 내가 하자는 데로 말 없이 따라 주었다. 보통 때도 이렇게 해주면 정말 좋을텐데.

그 순간 음식이 있는 테이블 쪽을 향하는 우리 눈 앞에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클라우 녀석이었다. 저 녀석, 언제 수도에 왔지? 낮에 회의실에서는 보지 못했었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왔다는 말인가? 무슨일일까? 저녀석이 그렇게 급하게 수도에 왔다는 것은 설마 클라리와 관련된 것은 아니겠지.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 않다면 일부러 저녁 무렵에 도착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아마 우리가 미들 트립톤을 빠져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바로 달려온 듯 싶었다.

클라우 녀석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서 아직 우리 모습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하긴 인정하기 싫지만, 클라우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게 생겼다. 키도 크고, 하프엘프인 까닭에 얼굴도 미남자형에다. 집안도 그 정도면 황족이 아닌이상 더 이상 좋은 조건도 없으니.

어찌됬건 클라리가 그 녀석을 보기 전에 방향을 틀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그 녀석과 또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 녀석 주위에 있던 여자들을 두고 우리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난 조금 걱정이 된 까닭에 클라리를 쳐다보니. 정말 보지 않기를 빌었음에도 클라리, 눈 역시 그 녀석 쪽을 향하고 있었다. 클라리, 녀석을 봤구나. 어떻게 해야 할지..

"클라리....."

난 아마 다른사람이 들었어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클라리를 보며 말을했다. 불안함에 마음이 터질듯한 느낌.

"괜찮아. 주인님아.너무 걱정하지마."

약간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클라리. 내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녀석을 본 다음, 오늘 하루 종일 힘이 빠져있었는데. 녀석이 가까이 다가오자. 클라리는 내 손을 꼭 잡았다.

클라우 그 녀석역시 별로 편하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클라리 옆에 내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것 같다는 추측역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나와 클라리 역시 그 녀석 쪽을 향해 한 걸음, 한걸음 옮겼다. 황태자에게 혼자 갔을 때보다 왠지 더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세 발자국...두발자국....마지막 한발자국. 결국, 그 녀석과 마주쳤다.

"클라리 누나...미안해...그 때는..."

클라우 그 뭐같은 녀석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힘없는 목소리로 클라리 쪽을 보며 말을했다. 하지만 녀석이 사과하기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동안 이미 너무나 많은 상처가 클라리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으니. 클라리는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손에 더 힘을 주며 녀석의 말을 끊고 말을 했다.

"누구시죠? 절 아시는 분이셨던가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클라리의 무척이나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 저 말을 하는 클라리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난 왠지 지금 클라리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처럼...그리고나서 우리는 그 녀석 앞을 지나 걸음을 옮겼다. 녀석을 지나치는 순간, 난 녀석의 망토 뒷자락에다 마법으로 글을 새겼다.

'한번만 더 클라리의 눈에 네 녀석의 얼굴이 비치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 순간 네 녀석의 목이 더이상 네 목 위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안하고 나서는 도저히 화가 풀릴 것 같지 않았기에 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녀석으로부터 되도록 멀리 떨어진, 연회장의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클라리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난 느낄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울음을 클라리가 검안에 없어도 감정의 공유가 생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묵묵히 우리와는 다르게 즐거운 마음으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리아인과 아렐리아 커플이 춤을 추는 모습 역시 금방 눈에 들어왔다. 리아인의 큰 덩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렸으니까.

무대 밖으로 보니..아리 공주라고 했었나? 은빛드레스를 입은 그 여자는 많은 남자들로부터 춤 신청을 받고 있었지만 무대에 올라서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야기 같은 것을 보면 보통 예의상 공주가 한두번 정도는 무대에 올라서 주는 것이 예의였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쩝 그러고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공주에게 춤을 신청하는 남자들 모두 욕심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내가 아마 여자였더라도 저런 녀석들과 춤을 추고 싶은 생각은 그다지 없을 것 같았다.

멀리 황태자의 모습도 보였다. 그 역시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 싸인체 웃고 있었다. 역시, 여자들은 저런 스타일을 좋아한다니까. 황태자 역시 차가운 기운만 지우면 상당히 잘 생긴 편이 었다.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지는 않은 듯한 황태자의 웃음. 정확히 표현하자면 차가운 냉소 그였을 뿐이었다. 지금 내가 세상을 향해 보내고 싶은 그런 웃음. 황태자가 저런 표정으로 있는 것이 당연했다. 외모나 황태자의 권력 때문에 접근을 하는  여자들이 대부분일 테니까. 황태자, 어쩌면 그도 외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자기 편이 될 수 있는 자신의 형제 마져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 못하고 놓쳐 버렸다. 그런 면으로 볼 때, 그의 외로움 중 절반은 그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지만. 그래도 약간의 동정이 이는 것은...나에게 녀석은 적일 뿐인데. 나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기 때문일까?

이런 무도회에 내가 평소에 하던 복장에 피칠을하고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해서 방해를 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였기 때문에.

"레이디 프리안느, 한 곡 추실까요?"

난 클라리 쪽을 보며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것 처럼, 남자들이 여자에게 춤을 신청하는 자세로 클라리에게 말을 했다. 그래 기분은 풀어야지 이렇게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사랑하는 주인님, 춤추는 방법은 알고 계시나요?"

작게 웃으며 내 말에 답을 하는 클라리. 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클라우, 그 녀석은 멀직히 혼자서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녀석, 자기가 잘못해놓고는 왜 괴로워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것인지 모르겠다.

"책에서 읽어 이론으로만"

클라리는 내 말을 듣더니. 다시 힘 없이 웃었다. 클라리의 그 웃음은 클라리가 울 때보다도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같았다. 웃는데, 왜 내마음이 아플까? 난 클라리 손을 잡고 무대 한 켠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처음으로 춤이라는 것을 추기 시작했다. 마음에 가득찬 슬픔과 분노를 떨치며 책에서 읽은 대로 한발 한발 내 딛었다. 몇번 클라리의 발을 밟아 클라리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며 아슬아슬하게 클라리의 발을 피하곤 하던 내 미숙한 발놀림도 시간이 흐르자 많이 익숙해 지는 것 같았다.

상처입은 한송이 흰 백합...왠지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그녀를 가슴에 안은체로 난 눈물의 춤을 추고 있었다. 전혀 즐겁지 않은...내 작은 가슴으로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음악 역시 그런 우리 마음을 아는지 슬프게 흘렀다.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넓은 무대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익숙치 않은 눈길을 받으며 그 눈길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 것을 행동으로 표현할 마음의 여유는  이미 없었다. 그렇게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때까지. 클라리의 마음속 슬픔이 조금이나마 가라 앉을 때까지. 그리고 클라리와 클라우와의 그 악연의 끈을 조금이나마 자를 수 있을 때까지. 그 대까지 계속 춤을 추었다.

음악이 끝나고, 피곤했지만 기분이 많이 풀린 듯 보이는 클라리를 보며, 난 클라리 손을 잡고 무대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런데 황제가 들어올때처럼 우리가 걸어 가는 길 좌우로 사람들이 비켜서 주었다. 왜 그럴까? 하지만 지금은 그다지 깊게 생각하기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렇겠지.

난 클라리와 함께 술이 놓여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지금 클라우 그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이 있었다면 이 곳으로 오지도 않았겠지마.

"주인님, 술마실 줄 알아?"

클라리는 걱정스럽게 날 쳐다보며 말을했다. 술을 마셔본 기억은 없지만 왠지 오늘은 마셔보고 싶다. 술이란 것을 책을 읽어보면 술을 마시고 나면 기분이 조금 편안해 진다고 했었는데.

"아니...그냥 오늘은 마셔보고 싶어."

클라리는 이번에도 보통 때와 다르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난 조용히 잔을 들어 웨이터가 따라주는 술을 받아마셨다. 술을 목으로 넘기니, 뭔가 뜨거운 것이 흘러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씁슬한 것 같기도 하고, 달달하기도 하고 설명하기 힘든 맛이 들었지만 마시고 나니. 계속 아파오던..마음이 조금은 덜 아파 오는 것 같았다. 클라리 역시, 아무말 없이 붉은빛 술을 마시고 있었다. 취하면 어떻게 하지? 모르겠다. 그래 취할 수 있으면 취했으면 좋겠다. 취하면 괴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다고 했었으니.

그렇게 우리의 슬픈 연회는 미들 트립톤에서 보였던 그 달이 저 멀리 수평선 근처로 내려와 창가로 빛을 보내 줄 때까지 계속 되었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