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4장 제국 검술대회-2(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9. PM 3:38:31·조회 2702·추천 52
에피소드 19 제국 검술 대회(2)
수도 전체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는 것을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대회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수도에서 제일 큰 대로 였음에도 불구하고 가득찬 사람들 때문에 걷는 것 조차 여의치 않은 실정이었다. 정말 개미 때 같다는 말을 사람들을 보며 실제로 느끼고 있었다. 우리마을도 사람이 많은 편이지만, 땅이 넓은 편이라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에 별로 복잡하다는 기분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수도의 인구는 도대체 얼마란 소리지?"
난 말이 사람들을 안 밟도록 조심스럽게 마차를 몰며, 가이우스에게 물었다. 리아인은 황실 마차에 끼여서 온다고 했고, 얼떨결에 황궁에 와있었던 가이우스 녀석도 걸어가기가 그렇다고 해서 마차에 타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건 다 좋은데 왜 이번에도 내가 마차를 몰아야 되냐구..!! 그리고 가이우스 녀석은 자기 가족들하고 같이 경기장으로 가도 될텐데 왜 하필 그 때 황궁에 있어서...흠...그러고 보니, 가이우스 역시 가족들과 사이기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었지.
"아마.14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 주위에 있는 마을들의 인구까지 합치면 40만이 넘을 겁니다."
쩝....할말이 없었다.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뭘먹고 살아갈까? 배로 수송해오는 식량이나 주위에 넓은 들판, 그리고 배로 낚시까지 한다면 그런데로 공급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큰 도시라도 다른 도시는 이 정도의 규모는 안 될 것이다. 수도는 수도이므로, 뭔가 특별해도 특별했다.
"그럼, 다른 도시 인구는 어느정도지?"
"음, 미들 트립톤이 3만, 노스트립톤이 5만명 정도입니다. 리투니아는 8만 정도 되고, 이스트 레타니아가 3만명 정도입니다."
정말...많이도 살긴 사는 구나. 잠깐 그러면 14만명이나 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지금 거리에 나와 있다는 말이 잖아? 이러다간 도대체 언제 경기장에 도착할지. 그냥 걸어가기에는 내 옷이나 가이우스의 옷이나 너무 특색이 있었다. 특히 가이우스는 검술대회에서 인기가 좋은 힐튼 집안의 옷을 입고 있었던 까닭에 아마 걸어갔으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움직이도 못했을 것이다.
가이우스가 부탁을 해서 만들어준 내 유니폼은 깨끗한 흰색 천에 백합무늬가 금실로 새겨진 옷에 흰색 망토였다. 이런 옷은 입고 다니기에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금방 더러워 지니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남은 색 중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색이 흰색 밖에 안남았으니, 가이우스는 독수리 무늬가 세겨진 풀플레이트 갑옷 위에 마찬가지로 독수리 무늬가 새겨진 푸른색 망토를 둘렀다. 음...저 힐튼집안의 옷 디자인도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마법을 살짝써서 난 길을 열고 있었다. 뭐, 길 가운데에 불의 환영을 보여주면 싹 사라지겠지만 그런짓을 했다가 나중에 황태자한테 책잡힐 빌미를 만들어 주면 안되니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마차의 속도는 정말 답답했다.
"가이우스, 좀 어떻게 해봐. 정말 답답해서 못참겠어. 그리고 이 속도로 가다가는 대회에 늦을 것 같아."
난 마차 안쪽의 가이우스를 보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가이우스는 그런 나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을 했다.
"휴..알겠습니다. 이런 행동은 왠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가이우스는 한숨을 쉬더니 마부석쪽으로 걸어 나와 의자 위에서 섰다. 가이우스가 마차 위에서 서는 순간, 사람들의 눈길이 일 순 우리쪽으로 향했다.
"가이우스경이다! 가이우스 경이다!"
우리 마차와 가까이 서있던 소년의 외침을 시작으로 가이우스를 본,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기 시작했다. 쩝...도대체 이 녀석, 완전히 영웅 수준이 잖아. 쩝.
"가이우스 폰 힐튼! 가이우스 폰 힐튼!"
가이우스가 한 손을 들자 우리 마차앞을 가로 막고 있던 사람들이 일순 양쪽으로 갈라져 마차가 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완전히 군중심리라고, 평소 때는 가이우스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인기가 있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검술대회 기간이므로 검술대회에 출전하는 사람들의 인기가 월등해 지는 것이 당연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군중심리 연구' 란 책에 따르면. 어찌됬건 가이우스의 희생인지, 잘난척인지, 아무튼 그 덕택에 전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마차를 몰아 경기장으로 갈 수 있었다.
"너 이렇게 하는 것 누구한테 배운거야?"
난 여전히 마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가이우스쪽을 보며 물음을 던졌다.
"이 행동, 아인트공께서 처음으로 쓰셨던 것입니다. 그 뒤로 톱시드 배정자들 중 대부분이 길을 만들 때 이 방법을 쓰더군요."
스승님, 쩝...스승님도 아무래도 영웅심리가 많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승님이 다른 사람들과 함게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니, 스승님께도 그런 분위기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뭐, 어쨌든 스승님은 영웅은 영웅이니까. 하지만 이런 것을 유행을 시켰다는 것은 아무래도...어찌됬건 우리 마차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경기장 쪽을 향했다.
"가이우스, 너 작년 성적이 도데체 어느정도기에 인기가 이렇게 괭장해?"
"4강 진출 했습니다. 재수가 좋았죠."
4강 진출이 이 정도면, 도대체 우승자는? 뭐, 우승자는 황제이므로 일단 제외한다 하더라도 준우승자 정도쯤 되면, 정말 왠만한 영웅 저리 가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쑈라면, 귀족들이 체면이 조금 상한다고 하더라도 참여하고 싶어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우스 저 녀석이 내게 우승하라고 했던 것이 이런 것 때문이었을까?
돌로 지어진 경기장은 정말 크기가 대단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거의 산만했으니까. 10만이 넘는 사람들 중 불만을 안가질 정도로라도 입장을 시키기 위해서는 저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별 장식이 없는 경기장은 황성과는 다르게 건물자체가 엄청난 위압감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었다. 도저히 마법을 쓰지 않고는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황제 성격으로 볼 때 사람들을 동원해서 건물을 지웠을리는 만무하고, 이 것도 핀 누나의 솜씨인가?
경기장 가까이 가니까 다른 마차들의 모습도 보였다. 노란색 장미기를 달고 있는 황실 마차도 경기장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멀리 보였다. 황실마차는 우리처럼 특별히 누가 앞에 나와있거나 하진 않았다. 쩝. 솔직히 황실마차 앞을 가로 막는 바보가 어디 있을까? 황제가 특별히 주위에 경비병을 세우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예를 볼 때도 백성들을 위한 엄청난 배려라고 할 수 있었다. 흠 그러고 보니, 경비병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저 마차안에 제국 최상급의 검사가 3명이나 있는데, 저기에 황제를 공격하려고 뛰어드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정말 죽기 위해 뛰어들어가는 것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므로.
그리고 초록색 깃발의 비아니스 집안의 마차도 저쪽 멀리에서 오는 것이 보였다. 가이우스 녀석도 왔으므로, 메넬리오 수비대장도 출전을 위해서 수도에 온 것 같다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왕이면, 그 때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비대장 자리를 그렇게 오래 비워둘 수는 없으니까라고 생각을 하면 이해가 됬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물론 내게 대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 가이우스를 향한 환호, 솔직히 조금 짜증니났지만, 어지됬건 답답하지 않게 마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할 것 같다.
우리 마차도 정문을 지나 경기장 쪽으로 들어갔다. 마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들어진 정문으로는 출전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뒤까지 따라오던 많은 사람들이 정문에서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경기장의 안 쪽으로 들어가니 이미 경기장의 관중석 중 절반 이상이 가득 차있었다. 엄청난 열기, 난 마차들이 세워져 있는 곳의 한 곳에 마차을 세우고 난 뒤, 마차에서 가이우스와 내렸다. 출전자들과 일행들은 특별히 경기장과 가까운 특별한 방에서 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클라리와, 신디, 정말 의외였지만 소피까지도 따라 왔다.
방금 전에 들어왔던 황실마차에서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포함해서. 황제, 황태자 그리고 리아인, 그런데 그 뒤에 내리는 사람은 아리 공주였다. 공주가 왜 무장을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출전? 톱시드 배정에는 없었는데. 엄마나 아빠나 모두 무인이니까, 아무래도 예선에 출전을해서 올라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대단한 가족이라니까. 황실집안은 모두들 금빛계통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 두명이 풀플레이트 금빛 갑옷을 입고 온 것과는 다르게 황제는 간단한 가죽갑옷만 입고 있었고, 공주 역시 하프플레이트 갑옷만 입고 있었다. 황제가 가죽갑옷을 입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빠른 공격이라는 말인데, 나 역시 스피드 중심임으로 움직임에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가벼운 미스릴제 체인메일만 옷안에 받쳐입었다. 뭐, 어찌됬건 공주가 출전을 했다는 사실은 정말 의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든 가족. 그 가족의 대표인 황제가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난 고개를 숙였다.
"란트, 정말 디자인이 멋지구나. 흰색에 백합무늬라."
황제는 가까이 와서 내 모습을 이러저리 살펴 보았다.
"무기 창고에서 필요한 것 있으면, 골라가라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게 있었니?"
"네, 미스릴 체인메일을 가져왔습니다. 방어구가 없어서 뭘 할까 고민했었는데."
황제는 고개를 끄덕할 뿐이었다. 왠지 황제를 보고 있으니 며칠전에 그 일이 생각이 났지만. 지금 황제는 그런 표시를 전혀 내지 않고 있었다. 괜히 나만 얼굴에서만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란트, 그럼 나하고 싸우기 전까지 지면 안됀단다. 알겠니?"
우리 밖에 없어서 그런지 그렇게 딱딱한 말투를 쓰지 않는 황제, 그렇다고 며칠전처럼 편하게 말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휴. 하지만 싸우기 전까지 지지 말라는 소리는 다 이기란 말이었다. 전 대회 우승자는 결승전에서 한번만 싸우면 된다는 가장 큰 이익이 있으니까, 어찌됬건 답은 해야겠지.
"네. 폐하."
황제는 내 대답을 듣고는 가이우스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동안 내 쪽을 보며 살짝 윙크를 했다. 헛, 누가 보면 어쩌려고 무서운 아줌마. 그 후 황제는 돌아서서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노란색 장미무늬 깃발이 걸려 있는 방쪽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얼마 걸어가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곳이었다. 나도 가야겠는데, 내 방은 어디있지?
"가이우스, 우리 방은 어디야?"
"아. 란트군 자리는 저기 저 곳입니다. 복도를 통해서 가시면 됩니다. 전 아버님이 오시길 기다려야 되는데 방에 일행분들과 가 있으십시오. 아, 그리고 이건 출전자들에 대한 간단한 자료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워낙 자료가 부실해서."
가이우스는 흰봉투를 하나 주며 경기장 한쪽을 가리켰다. 가이우스가 가르킨 곳에는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황제의 방과 맞은편에는 흰색에 금빛실로 백합무늬가 그려진 깃발이 매달려 있는 방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중요한 건 방 중에서 제일 많이 걸어가야 하는 곳에 우리 방이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뭐, 난 처음 참가하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톱시드 배정자인데 조금 더 배려를 해주지, 난 가이우스의 봉투를 받으며 골치아픈 일행들을 데리고 내 방 쪽으로 향했다.
"그래, 고마워. 가이우스, 나중에 보자."
난 가볍게 녀석에게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큰 복도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가자 문 위에 내가 몇분만에 급조한 디자인의 깃발이 무척이나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서 붙여져 있는 곳이 보였다. 그런데 문이 잠긴 것 같은데, 하지만 내가 손을 대자 문이 저절로 열려 버렸다. 마법인가?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아무래도 경기장을 마법사가 지은 것 같다는 내 예상이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과연 이 도시에 핀 누나가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 전쟁 이후, 도시를 파괴된 수도를 재건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이 핀누나 일테니, 내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파괴된 도시의 절반 이상의 재건을 핀누나 혼자의 힘으로 했다고 들었다.
클라리를 제외한 신디와 소피는 역시 신기하다는 듯, 경기장의 곳곳을 살펴보느라 멀리 걸어왔다고 불평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클라리는 많이 와봤던 까닭인지 별로 신기하다거나 그런 것 없이 그냥 묵묵히 따라올 뿐이었다.
우리 모두가 들어가자 문이 저절로 닫혔고, 신디는 그 광경 역시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내가 평소에 마법을 잘 쓰지 않으므로, 아직 어린 신디에게는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것이 당연했다.
방안에는 소파에다 침대까지 꼭 호텔 수준이었다. 그리고 경기장 쪽 벽에는 투명마법이 걸려져 있어 안에 편안히 앉아서도 관람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톱시드에 배정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일행들도 데리고 올 수 있는 이 방은 그 가치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았다.
"주인님아. 내가 응원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마."
클라리는 소파에 앉으며 내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
이 일행들 아니면 누가 날 응원해 주리오. 가이우스가 그렇게 환호를 받던 걸 생각해보면 왠지 씁쓸해 진다. 나도 영웅심리가 있었던가? 아무래도 스승님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럴 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다지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지만. 난 소파에 앉아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자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금빛이 가득한 우승컵을 황제가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우승컵을 경기장 가운데 내려놓자 갑자기 우승컵에서 빛이나며, 우승컵이 서서히 경기장 가운데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뒤에 마법으로 추정되는 색색깔의 빛덩이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물론 나도 할 수 있었지만 자기가 하는 것 보다는 다른사람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는게 더 흥미가 있었다.
우승컵이 경기장 가운데에 뜬 뒤, 경기장에 온 사람들의 열광하는 소리에 벽이 흔들릴 정도였다. 우리 뒤쪽 관중석은 잘 모르겠지만 경기장엔 노란색 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파란색 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인 것 같았다. 그리고 틈틈히 초록색, 붉은색, 보랏색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흰색은 없었다. 뭐, 톱시드 진출자 말고 다른 8명, 아니 아리 공주는 제외해서 7명의 경우에도 응원을 해주는 사람이 없는 건 마찮가지겠지 그 사실에 만족을 해야 할 것 같다.
첫번째 톱시드 배정은 티베리우스 기사단장이었다. 심판은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나와 관중 쪽을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법을 썼는지 심판의 소리가 경기장 구석구석까지 울려퍼졌다.
"제 1조 출전자는 대회에서 3회의 우승경력을 가졌으며 16회의 준우승 기록을 가진 제국 성기사단장 티베리우스 폰 힐튼 공!"
심판의 말이 끝나자마자 티베리우스 기사단장이 푸른색 독수리 깃발이 걸린 곳 밑에서 당당한 걸음 걸이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3회 우승경력이라 정말 대단하다는 생갂이 들었다.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푸른 망토를 두른 가이우스와 비슷한 무장을 티베리우스 단장은 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갑옷에서 푸른빛이 난다는 점이었다. 푸른 빛이라 아마 푸른 미스릴을 쓴 갑옷인 것 같은데 구하기 힘든 푸른 미스릴로 저렇게 풀플레이트를 만들어도 되는걸까..? 며칠 전에 만났을 때는 저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저 갑옷은 대회 때나 중요한 때만 입는 것이 아닐까? 귀한 갑옷이니 아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아무튼 티베리우스 단장이 나오자 푸른색 깃발을 든 사람들이 열광을 하기 시작했다. 꼭 경기장 가득 푸른색 깃발로 가득찬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말 괭장한 인기였다.
"티베리우스! Blue Eagle! 티베리우스! Blue Eagle!"
푸른 독수리, 그의 별명인 것 같다. 그럼 힐튼 집안은 모두 블루이글이라 불릴까? 모르겠다. 클라우 그녀석은 다른 색을 쓰니, 다른 별명일 것 같기도 하고 가이우스는 역시 블루이글 일까? 때가 되면 알게 될테니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블루이글이란 티베리우스 단장을 지칭하는 환호를 듣자 클라리는 옛날 생각이 나는 듯 티베리우스 기사단장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그 모습을 보는 내 기분히 묘해 지는 것은.
"상대는 대회 첫 출전자 제국 수도 경비대 기사 헨리 요크경!"
환호소리가 조금 잦아지자 심판이 또 다시 큰 소리로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십자 무늬가 세겨진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한쪽에서 호화롭게 치장된 복장의 한 젊은 사람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개나 소나 풀플레이트를 입고 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리투안국이 한 때는 성기사의 나라라고 불렸던 적도 있으니까. 출전자들 중 기사들이 많을 것이므로 풀플레이트를 입고 다니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솔직히 기사라고 해도 꼭 풀플레이트를 입는 것은 아니었다. 황제 휘하의 황실 근위대를 예로 들더라도 그들 모두 제국 최고의 기사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무장을하고 있었으니까.
그 사람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블루이글을 관중들이 외치는 소리는 여전히 계속 되었다.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구지? 난 가이우스가 줬던 봉투를 뜯어 그 안에 있는 편지에 쓰여진 글을 읽었다. 다행히 정보를 살펴보기 쉽도록 출전하는 순서대로 가이우스가 정보를 정리해 둔 것 같았다. 난 제 1조라 적혀 있는 부분의 글을 읽었다. 티베리우스 단장, S클래스,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상대는 헨리 요크 평범한 귀족가문에 B+클래스였다. 솔직히 실력의 차이가 나무나는 것 같았다. 걸어오는 모습이나 안에서 느껴지는 위엄이나 기백같은 것으로 볼 때도 헨리 요크라는 저 사람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승부를 떠나 티베리우스 단장이 검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경기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어찌됬던 황제를 제외하고는 티베리우스 단장이 출전자들 중 가장 강하니까. 상대가 약해서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조금이나마 티베리우스 단정의 움직임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헨리 요크라는 젊은귀족이 먼저 티베리우스 단장에게 검으로 예를 올리자 티베리우스 단장이 간단히 답례를 해 주었다. 성기사단이 별도로 운영되는 기사단이라고는 하지만 중요한 건 성기사단장의 경우는 어찌되었던간에 기사들의 정신적 지주였으니까.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티베리우스 단장이 저 정도로 답례를 해준 것도 기사들에게는 괭장한 영광 이었다. 하지만 그 기사를 바라보는 티베리우스 단장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내 착가이었을까?
심판의 손에 들린 깃발이 올라가며 엄청난 함성 속에서 두사람은 천천히 검을 들고 다가섰다. 벽은 확대 마법이 걸렸는지 경기가 시작하자 두 사람의 모습을 더 자세히 비추기 시작했다. 정말 이 정도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16강 안에 들어서 1등석을 차지하고 싶을 것 같다. 나야 뭐 별 상관이 없었지만 저 정도로 경기에 열광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는 티베리우스 단장과는 달리 헨리요크라는 그 젊은 귀족은 벌써부터 긴장을 한듯 움직임이 상당히 경직되어 보였다. 예선을 통과한 실력이라면 나름대로 대회경험도 많을 듯 한데,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응원에다 티베리우스 단장이 내뿜는 기세에 벌써 위압당한 이상, 저렇게 되는 것도 그리 이상하다고 할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헨리 요크란 젊은 귀족은 분위기를 이겨내려는 듯 먼저 무리를 해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중무장을 한 두 사람의 대결은 무기의 성능보다는 대체로 기술과 체력의 차이로 승부를 내곤 했다. 저렇게 별 의미 없는 공격은 빈틈만 만들어낼 뿐, 그다지 승부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베리우스 단장은 그 공격을 아주 천천히,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막아냈다. 클라리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티베리우스 단장은 느리지만 정확한 검술을 쓰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는 추측을 방금전의 검의 움직임 단 하나만으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스승님의 변화무쌍한 공격역시 위협적이지만, 티베리우스 단장처럼 저렇게 비슷한 검술을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검술을 사용하는 사람 역시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기는 충분했다.
헨리란 젊은 귀족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피해는 단장보다 귀족 녀석이 더 많이 입는 것 같았다. 공격을 막으면서 다른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티베리우스 단장이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쩝...좀 봐주면서 해도 될텐데, 겉모습과는 다르게 티베리우스 단장도 조금 잔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자 역시 생각 했던 것 처럼, 얼마 가지 않아 젊은 귀족은 뒤로 물러서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큰 숨을 내쉬고 있었다. 조금이지만 그 헨리라는 귀족의 얼굴에서 밑으로 핏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클라리, 티베리우스 단장이 원래 저렇게 잔인하게 공격을 했었어? 아무리 살펴봐도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았는데..."
내가 클라리를 보며 의문을 가득 담아 질문을 하자, 클라리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티베리우스 단장을 쳐다보며 말을했다.
"아니, 보통 저런 상황까지 가는 경우는 없는데...왜 저러시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걸까? 모르겠네. 하지만 잠시후 클라리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암흑 집안에 무릎을 꿇고 나라를 배신한 적이 있는 귀족집안 출신하고, 싸울 경우에는 저런 경우가 있었어. 예전에 대전쟁 때 앞장서서 성을 바친 적이 있는 귀족 출신 기사 한명이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저 것보다 훨씬 심하게 했어. 거의 반 병신으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그 때 옛날 주인님한테 느껴졌던 감정은 지독한 증오의 감정이었었어. 대 전쟁 중에 배신자들 때문에 옛날 주인님의 부모님하고, 할아버지 하고 다 죽었으니까. 옛날 주인님이 그러는 것이 당연할지로 모르겠지만. 아마, 배신자들이 아니었으면 그 분들이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을지도 모를것이라고 항상 말씀하시곤 하셨었어."
나 역시 괴물사냥꾼 전체에 대한 증오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마도 괴물사냥꾼이 대회에 출전해서 나와 시합을 하게 된다면 난 티베리우스 단장보다 훨씬 심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티베리우스 단장도 마찮가지겠지, 나이 또래로 볼 때, 그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아마 그 배신자의 아들쯤 되지 않을까? 휴...검술대회에서 가끔씩 사망자도 나온다고 하던데 저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티베리우스 단장은 그 정도에서 끝내려는 생각을 했던지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아직 포기하지 않고 공격해 오는 헨리의 칼을 쳐내 멀리 떨어트려 버렸다. 어찌됬건 기사는 기사란 말인가? 그리고 빠르게 그 젊은 귀족의 목에 칼을 겨누는 티베리우스 단장. 그렇게 1회전 시합은 예상했던데로 티베리우스 단장의 승리로 끝이났다. 구경하고 있었던 나로써는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드는 시합이었지만.
시합 직 후, 기절해 버린 그 헨리란 기사를 경기 진행원 몇명이 나와 치료실로 들고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장 전체는 푸른색 깃발의 응원단들의 함성소리로 가득찼다. 우승경력까지 있는 티베리우스 단장에다, 구국공신 중 핀누나 다음으로 공을 많이 세운 사람이니,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했다. 그럼 매년 우승을한 황제의 인기는 어떠할까?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다시 심판관이 걸어나와 관중들을 향해 큰 소리로 다음 출전자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제 2조 출전자는 작년 8강 진출자 제국 동부 수비대 부대장 레니안 스파코프!"
다시 올라가자 붉은색에 별 다섯개가 그려진 깃발이 있는 곳에서 레니안 스파코프라는 사람이 나왔다. 레니안 스파코프, 가이우스가 준 정보표에 의하면 A-클래스라 적혀 있다. 그는 붉은 철로 만들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붉은색 하프플레이트를 입고 붉은 색 망토를 두르고 나왔다. 붉은 색이 상징이라던, 아마 검도 붉은 철로 만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엔 피트 아일랜드에서도 잘 생산을 안한다고 하던데 그럼 예전에 구한건가? 티베리우스 단장도 그렇고 저 놈도 그렇고, 색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내 미스릴 체인메일도 흰색이니, 뭐 흰옷안에 받쳐입어서 별 표시는 나지 않겠지만 중요한 건 내의지로 흰색 세트로 마춘 것은 아니었다. 갑옷이야 미스릴이 아무래도 가벼우니까 골랐고 흰색 옷 세트 디자인은 가이우스가 제단사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레니안은 키는 조금 큰 정도였지만 근육이나 덩치는 거의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중요한건 머리색과 덥수룩하게난 수염까지 붉은색이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서부지역 출신은 아닌 것 같은데,.내 기억이 맞다면 북파나단에서 살고있는 북부 야만인들과 비슷했다. 덩치도 그렇고 아무래도 황태자가 등용을 해서 부대장의 직위까지 맡긴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레니안 저 사람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상당 수 있었다. 하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용병들같이 생겼던 사람인데, 레니안 스파코프라는 사람도 용병출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아까 티베리우스 단장을 응원하던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이 있었는데, 레니안이란 사람은 험악하게 생긴 녀석들 뿐이니, 국민적 영웅과 평범한 용병출신 수비대장하고 인기가 다른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상대는 대회 첫 출전자. 엘프 이자벨 수니아 양."
엘프...? 가이우스가 말했던 그 두 엘프 중 한명인 것 같다. 이자벨 수니아, 저 여자도 A-클래스였다. 이번 시합은 그런데로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이 비슷하니 둘 모두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므로, 이자벨이란 엘프는 보라색 긴머리를 찰랑이며 레이피어와 에스테그를 각각 한 손에 들고 걸어나왔는데, 엘프답게 옷에 나뭇잎 그림을 세겨 뒀다. 아마도 나뭇잎 모양이 문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엘프는 레니안과는 달리 얇은 가죽갑옷 외에는 특별한 방어구가 없었다. 가죽갑옷 밖으로 들어난 웃도리는 흰색이었고 바지는 하늘색이었다. 가죽갑옷하고 검만 없었으면 꼭 소풍가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의 옷차림 뭐, 인간들의 사고로 엘프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겠지만, 그 사실은 소피와 지내며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소피, 혹시 저 엘프 알아?"
난 혹시나하는 심정에 소피를 향해 물었다. 소피 역시 그 엘프를 자세히 쳐다보고 있었지만 눈치를 보니 아무래도 모르 사이인 것 같았다. 뭐, 엘프가 한둘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알고 있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겠지만.
"아니오, 전 북엘프 족인데, 아무래도 저 엘프는 동 엘프 족인 것 같아요."
북엘프, 동엘프? 엘프에 대해서는 특별히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나중에 한번 찾아보던지, 아니면 소피한테 물어보던지 해야지. 지금은 일단 경기에 집중을 해야 될 것 같다. 실력이 그리 뛰어난 사람끼리의 대결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배울 점은 있을 테니, 주의 깊게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심판의 손에 든 깃발이 올라가며, 두 존재는 천천히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전 시합처럼 열광적인 함성이나 응원 없이 관객들은 차분히 관람을 하고 있었다. 둘 모두 그다지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닌 듯, 휴..나중에 나하고 티베리우스 단장하고 붙을 경우에도 그렇게 일방적인 응원을 하면 조금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시에는 경기장 전체에 사일런트 마법을 걸어버리는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성난 군중들과 싸워야 할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면 아까같은 경우에는 실력차이가 너무난 관계로 그 헨리라는 귀족이 빨리 공격을 들어와 헛점을 가득 만드는 실수를 했지만, 이번 시합에서는 그렇게 쉽게 공격을 시작 하지 못할 것이다. 두사람의 실력이 거의 대등한 이상, 상대방의 헛점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두사람 모두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경기장 가운데를 중심으로 두사람은 서로 탐색하듯 노려보며 돌고 있었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두사람은 서로를 향해 재빠르게 이동했다. 엘프는 빠른 움직임을 이용 레니안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뒤, 그 큰 덩치의 안쪽으로 파고들며 에스테그를 찔러 들어갔지만 레니안 역시 그 큰 덩치에 안 어울리게 급히 몸을 뒤쪽으로 빼며 자신의 롱소드로 에스테그를 쳐냈다. 이자젤이란 엘프는 공격이 실패하자 빨리 롱소드의 범위 밖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후에 손이 아픈듯 인상을 찌푸렸다. 저 무식한 팔로 휘두르는 검이 에스테그를 쳐냈는데 그 충격이 꽤 강했을 것이다.
레니안은 용병들의 검술, 그리고 이자벨이 사용하는 엘프들의 주특기인 치고 빠지고를 중심으로한 검술, 모두 실전에 단련된 검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제국 검술대회, 수도 시민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 몇사람을 살펴 보았지만 16강에 들 정도의 수준이면 한 군단의 군단장을 맡아도 그렇게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실력인 것 같았다. 내가 추측하는 바에 따르면, 아마 피투안국 전체를 통틀어도 여기 출전할 실력이 되는 사람이 한두명 있을까 말까 할 것 같았다.
"쓰리 소드 스타 !"
레니안은 그 소리와 함께 레니안은 갑자기 검을 양손으로 잡으며 몸에 수직이 되도록 들고는 엘프를 향해 공격을 들어갔다. 잠깐, 그런데 왜 자기 검술이름을 말한는 거야. 별 이상한 취미를 가진 놈들이 많다니까, 저러면 나중에 상대방에게 그 검술이 파악이 되서 그 검술을 다시 쓰기 힘들가능 성이 높았다.
빠르게 검을 움직여 그 잔상으로 검이 꼭 세게 처럼 보이도록 한 검술이었다. 어쨌든 괜찮은 공격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검술과 매우 흡사한 공격, 하지만 자세나 전체적인 느낌은 조금 달랐다. 일단 풀플레이트 차림으로 그 검술을 사용하므로 범위도 좁고 잔상도 그리 많이 생기지 않으니, 아무래도 타이밍상 이자벨이 피한다고 해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아마 이자벨의 이도류를 겨냥해서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검을 세개 모습으로 나타내도록 한 것 같은데, 아니, 아무래도 능력상 잔상을 세개까지 밖에 나타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자벨이란 엘프는 레니안이 다가오도록 기다린 후....물론 순간적인 상황이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랬다는 것이다....
이자벨은 검두개를 붙여서 양손에 쥐고는...검의 종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꼭 쌍둥이 검처럼 딱 붙어서 들기에나 안정성 면에서 롱소드에 비해 결코 불리하지 않게 변했다. 그리고 그 엘프는 세개의 잔상 모두를 거의 건드린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빠르게 쳤다. 그 때문에 세개의 검의 잔상은 원래 목표에서 방향이 조금 틀어져 버렸다. 워낙 달려오던 속도와 덩치 때문에 레니안은 원래 목표였던 이자벨 쪽을 향해 다시 방향을 수정하지 못하고, 이자벨을 스쳐 지나가 버렸다.
어찌되었든 이번에는 두 존재 모두 조금씩 타격을 입은 것 같았다. 검의 잔상이 완전히 빗나가지 않았는지 엘프가 레이피어를 진 왼팔의 옷이 피에 빨갛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레니안 역시 거의 무방비라 할 수 있는 다리 뒷부분이 이자벨의 레이피어에 찔린듯 보였다.
확실히 그 전 시합보다는 흥미가 있었지만, 그에 반해 그다지 환호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인기라는게 이런 것인가? 내가 시합할때도 마찮가지겠군. 그렇다면 내가 시합을 할 때는 상황을 보고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럼 최소한 광대가 되었다는 느낌은 그다지 받지 않을테니,
잠깐, 그런데 생각을해보니, 이런 장소에 어린 신디를 데려와도 되는건가? 뭐, 생각을 해보니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평소에도 많이 본 광경이니까 이정도는 양반이라고 해야하나? 마을에 사는 여러 종족들 역시 서로 대련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싸움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심심하면 종종 참가하기도 했으니까. 특히 오우거끼리 싸우는 모습은 압권이다. 그 큰 덩치끼리 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은, 나름데로 상당히 괜찮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절할 정도의 박력 넘치는 광경이었지만.
부상을 입은 둘은 처음 시작할 때 처럼 잠시 떨어져 기회를 보고 있었다. 저 레니안이라는 부대장이나, 엘프나 정말 만만치 않았다. 그러고보니 핀 누나도 검술 실력은 그런데로 좋다고 하던데, 난 핀누나가 검을 사용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스승님의 말에 따르면 스승님도 처음에 검술을 배운건 핀누나에게였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기회가 된다면 정말 한번 보고 싶다. 핀누나를 만나면 한 번 부탁을 해볼까?
잠시 휴식 후 다시 두사람은 서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레니안도 움직임이 이전에 비해 만이 둔해져서 공격보다는 아무래도 방어중심적으로 나가게 되었고 한쪽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이자벨 역시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에는 공격력이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계속 공격을 하고 있는 이자벨이 조금 유리한 편이었다. 하지만 밀리고 있던 레니안은 이자벨의 공격을 막은 뒤, 순간적인으로 힘을 줘 이자벨을 밀어내서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트렸다. 그리고 또 무언가 기술이름을 외쳤다. 분명히 저녀석도 쇼맨쉽이 지나친게 틀림이 없다. 중요한건 그만큼 인기가 안따른다는점일까?
"스킬 오브 미티어 스트라이크!"
뭐? 미티어 스트라이크? .쩝 어디서 주어들은건 있어가지고, 이름은 거창하게 지었군. 갑자기 그 순간 저 녀석한테 진짜 메테오를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자, 참어. 아무튼 녀석은 두다리에 힘을 주는 것 같더니 위로 높이 뛰어올라 이자벨이 중심을 잃고 있는 쪽으로 검을 내리쳤다.
덩치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솔직히 운석이라기 보다는 오우거가 곰을 사냥할 때 오우거가 던져서 멀리 날라가고 있는 곰의 모양이 생각이 나는데, 아무튼 그 기술을 쓰자 검주위로 약간의 검기가 느껴졌다. 그 광경을 보는 나로써는 오! 보기보다 제법인데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리를 다친까닭에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상황에서 뛰었으니, 기술이 제대로 쓰일 일이 있을리가 없었다. 이번 기술 역시 방향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까닭에 이자벨은 별어려움 없이 간단히 피해버렸다. 그리고 착지를하던 그 곰한마리 아니 레니안은 경기장에 큰 세개의 구멍, 발구멍 두개 검이 박힌 구멍하나를 뚫으며 아픈 다리 때문에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평범한 옷차림이었다면 넘어지는 사태는 없었겠지만 지금 레니안이 입고 있는 것은 풀플레이트 였다. 그런 까닭에 바닥에 떨어질 때의 충격도 보통 이상이었을 테니. 그 순간 재빠르게 에스테크와 레이피어를 레니안의 목에 대는 이자벨. 엘프의 승리였다. 쩝...하지만 다음 상대는 티베리우스 단장일텐데, 저 엘프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베리우스 단장의 자기 마누라도 엘프인데 설마 크게 다치게 하겠냐마는 어찌됬건 저 엘프가 지는건 확실한 것 같으니까. 레니안은 내가 생각했던 것 처럼, 다리의 통증이 심한지 바닥에 쓰러진체 들 것에 실려 나갔다. 그래도 용병치고는 꽤 명성이 높은듯한데 무슨 망신일까? 아무래도 용병들도 실전에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레니안에 비해 이자벨이란 엘프는 여유롭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 차례는 메넬리오 그 노수비대장의 경기였다.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검술시합이 재미가 있었다. 뭐, 오크나 오우거, 트롤들이 싸우는 거야. 워낙 과격,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무식하다보니. 박진감이 넘치는 까닭에 심적으로 즐거운 맛은 있어도 그 싸움에서 특별히 무엇을 배운다거나 정신적으로 흥미가 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에반해 지금까지 두시합만 봐도 몬스터들이 싸우는 것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듯 했으니.
"다음 제 3조의 출전자는 작년대회 4강 진출자이며 준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제국 북부지역의 철벽수비대 대장 메넬리오 비아니스공!"
메넬리오, 전 에 그 리아인의 스승이라는 노장, 과연 검술 실력은 어느정도 일까? 리아인의 스승을 맡을 정도라면 보통 수준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가 제국 최고의 검술실력을 자랑하는데 자기 아들에게 직접 검술을 가르치지는 못하더라도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 뛰어난 사람을 붙여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녹색 천에 사자문장이 세겨진 깃발이 있는 곳에서 메넬리오 대장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 역시 기사인 까닭에 풀플레이트를 입고 나왔다. 하지만 녹색 망토를 두른 것 이외에는 특별히 녹색으로 장식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역시 자존심 강한 순수한 기사라서 그런지 광대 놀음에 그다지 휩쓸리고 싶은 생각은 없는듯 보였다. 하지만 이 노장의 인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Green Lion of North! 메넬리오! Green Lion of North! 메넬리오!"
쩝...티베리우스 단장 만큼은 아니었지만 경기장에는 꽤 많은 수의 녹색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북방의 녹색 사자, 훌 괜찮은 별명이군. 아무래도 가문의 상징이 전통보다는 그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의 별명을 따르는 것 같다. 그럼, 난 피를 가득 쓴 광전사를 상징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건 문장으로 나타내기가 힘들 것 같으니 그냥 백합으로 하는게 나을 것 같다. 게다가 빨간색은 전시합의 레니안이란 용병대장이 차지하고 있으니.
"상대는 첫출전 동부 지역 레인져 펠리안 소드시커."
심판의 소개를 받으며 깃발이 걸리지 않은 방에서 한 남자가 묵묵히 걸어나왔다. 레인져라더니 완전히 상거지수준이군. 옷은 낡았고 망토역시 우중충했다. 머리 스타일도 더부룩한게 영 세탁을 안한지 오래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며칠 전만 해도 저 옷보다 더 낡은 것을 입고 다녔으니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난 세탁은 꼬박꼬박 했다구. 뭐, 피가 묻었던 까닭에 세탁을 안하면 안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아무튼 메넬리오 대장은 A+클래스고, 펠리안 소드시커라는 남자는 B+클래스였다. 이번 시합은 아무래도 실력차이가 나는 까닭에 전 시합만큼 재미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깃발이 올라가며 경기가 시작되고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메넬리오 대장이 펠리안이라는 레인져의 검을 두동강 내버렸다. 시작하자마자. 보통사람은 쉽게 눈치를 채지 못했겠지만 검이 충돌하는 순간 보이는 메넬리오대장의 검기, 일부러 의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쩝...메넬리오 대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 처럼 쑈에 휩쓸리는게 싫은지, 아주 간단하게 해결해버리고는 뒤로 돌아나갔다. 소드시커라는 성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드 시커라는 작자가 검이 그것도 순간적으로 동강을 나게 만드냐? 확실히 나도 시합을 할 때, 저런 방법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대가 바스타트나 그레이트, 아니면 투헨드 소드 같은 큰 칼이나 무기를 들고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럼 일격에 부수기는 힘든데.
메넬리오를 응원하던 사람들도 처음엔 황당한 나머지 조용해졌다가 얼마지나 메넬리오가 승리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자 환호를 질렀다. 관객들도 분명히 황당했을 것 같다. 음...아무리 기사라지만 너무 멋이 없어. 나 역시 마찮가지 일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레니안이란 작자는 쑈맨쉽에 비해 인기가 별로 없었는데, 메넬리오 대장은 멋 같은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좋았다. 그럼 나 역시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윽, 내가 무슨 생각을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원래 목표는 인기 같은게 아닌데.
그런데 펠리안이란 그 레인져가 인상을 쓰며 부러진 칼을 주워 들더니, 메넬리오의 뒤통수를 향해서 자신의 부러진 칼을 던졌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 이런, 젠장. 내가 마법을 써야. 하지만 내 걱정은 전혀 필요 없었다. 메넬리오 대장은 풀플레이트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뒤로 돌아서서 날라오는 부러진 칼을 간단히 쳐내버렸다. 그리고 아무 표정없이 다시 녹색 사자 깃발 밑으로 돌아가는 메넬리오 대장.
그 직후 처음부터 메넬리오 대장을 응원하던 사람 말고도 경기장 안에 있던 모든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럼 그렇지, 제국 몇손가락안에 드는 검사가 저정도 살기를 느끼지 못해서 해결을 못할리가 없었다. 그런데 펠리안이란 저녀석 안내문에 따른다면 즉결 처형인가? 설마 실제로 즉결처형을 거행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경기장 문에서 기사들이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 쪽 문으로 도망치려는 펠리안인가 하는 레인져의 주위를 신속하게 포위했다.
"제국 특별법 제 18조 5항에 의거 제국 검술대회 규칙 위반, 위반 정도 특으로 즉결처형을 집행하는 바이다!"
그 기사들의 어디에서인가 살벌한 목소리가 들리고 무기 없이 저항을 하려는 듯 주위를 노려보던 그 레인져는 수십명의 기사들의사방에서 찌르는 창에 도저히 피할 기회 조차 없이 쓰러졌다. 말로만 듣던 즉결처형이 바로 저런 것이었나? 쩝, 나도 제국에 위해를 가했으면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거 참, 황태자 녀석이 어떤짓을 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저 모습을 보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였다.
"클라리 네가 참가 했었을 때도 저런 처형을 한적 있었어?"
"응, 종종 있었어. 대회마다 한번 정도. 하지만 저렇게 비겁한 경우가 아니라 진짜 대련중에 상대편 목숨을 빼앗았을 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죄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고의성이 보였다고 해도 즉결처형까지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비수를 던지거나 독묻은 무기를 사용하거나, 저런 비겁한 행동을 보이면 아무 재판 없이 즉결 처형을 하곤 했었어. 예전에도."
클라리는 충격스러운 광경을 봤음에도 별 어조의 변화 없이 말을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는 클라리가 확실히 검은 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소피는 신디의 눈을 가리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쩝,살벌하군. 나도 경기중에 공격 마법을 무의식 적으로 쓰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녀석 처럼 죽지는 않겠지만, 만약 도망치려면 상당히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분위기를 보니 마법사들도 많이 대기하고 있는 듯한데.
녀석의 온몸이 창에 관통이 당한 녀석의 처참한 시체가 치워진 후에도 잠시동안 계속되었던 술렁거림이 잠잠해 질무렵 다음 시합의 진행을 위해 심판이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경기중에 약간의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그럼 다음 시합을 진행하겠습니다. 제 4조 출전자는 작년 대회 8강 리아인 슈타이튼 황자 전하!"
리아인은 아까 보았던 그 금빛 반짝이는 풀플레이트에 장미문양이 그려진 노란색 망토를 두르고 나왔다. 쩝 난 저런거 공짜로 입고 나와라해도 못입고 나오겠다. 아무리 노란색이 상징이라지만 저건 좀 심한거 아니었나? 리아인이 걸어나오자 이번에는 노란색 깃발이 관중석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각 외로 리아인 역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 같았다. 가이우스나 리아인이나 검술 실력은 비슷할 테고 대회 성적 역시 비슷할 테니까. 가이우스의 인기를 볼 때, 리아인이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The Kind Prince! 리아인! The Kind Prince! 리아인!"
별명이 친절한 황자? 순간 황당함에 할말이 없었다. 리아인 그 나름대로 백성들한테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별명이라면, 나중에 적당히 놀려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리아인의 형인 황태자는 어떤 별명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리아인은 푸른색 독수리 깃발 밑쪽의 방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쩝, 저기에 아렐리아가 있을테지. 검술대회 참가는 안했지만 힐튼집안의 가족이긴 가족이니까. 그럼 핀누나도 왔을까? 어쨌든 그동안 쌓아두었던, 리아인의 좋은 이미지가 최근에 다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팔불출이 된다던데, 그 단적이 예가 저녀석이 아닐까? 음, 속에서 나도 마찮가지라고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설마 그럴리가.
"상대는 엘프길드 마스터 루이경!"
뭐라고? 잠깐, 내가 잘못들은 건가? 엘프길드라니? 세상에 그런 길드도 있었나?
"클라리, 엘프길드라니. 도대체 무슨소리야?"
"주인님아, 모르고 있었어? 포세트립톤에는 엘프길드가 있어. 엄마의 공도 있고 제국을 다시세우는데 아무튼 엘프들의 도움이 컸기 때문에 엘프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친선을 도모하자는 의미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만들었을꺼야.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도둑길드, 마법사길드, 연금술사길드, 상인길드, 대장장이길드, 그런데 엘프 길드라? 정말 황당하다고 해야하나? 아무리 제국의 엘프에 대한 대우가 좋다고 하지만 엘프 길드라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엘프라는 종족과 길드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듯 했으니.
그 엘프 길드 마스터라는 루이라는 엘프 역시 이자벨인가하는 엘프 처럼 나뭇잎 모양의 문장이 세겨진 옷을 입고 걸어나왔다. 녹색 머릿카락에 키가크고 호리호리한 전형적인 엘프의 모습이었다. 체인메일을 입고, 그런데 가중 중요한 것은 그 엘프가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세상에 엘프가 바스타드라니? 이건 말도 안되는 바스타드는 적당히 힘이 센놈들이 들고다니는게 아니었나? 나와 필적할 정도로 저 마른 몸매로 바스타드는 솔직히 어울리지 않았다.
가이우스가 준 정보에 따르면 리아인이 A 클레스, 저 엽기적인 엘프는 B+라 되 있었다. 데이터 상으로 보면 리아인이 별 어려움 없이 이기겠지만 아무튼 신기할 따름이었다. 바스타드를 든 엘프라.
클라리를 보니, 클라리 역시 눈을 크게 뜨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 엘프를 보고 있었다. 어쩌다가 저런 엘프가 길드 마스터가 됬지?
리아인과 그 엘프는 서로 마주보며 가볍게 인사를 했다. 엽기적인 무장과는 다르게 예의나 몸가짐은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았다. 리아인의 실력도 궁금했지만, 저 엘프가 어떤 검술을 쓸지가 지금 당장은 왠지 더 궁금해 지는 것 같았다.
깃발이 올라가고 늘 그렇듯 서로의 헛점을 찾아 둘은 서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엘프 역시 어울리지 않게 바스타드를 들고, 몸매도 그렇고 키만 아니었으면 꼭 여자가 대장간에서 아무기나 집어 들고나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둘은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 역시 바스타드를 들고 나온 엘프답게 치고 빠지고 같은 스피드 위주의 전술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엘프와 바스타드는 안어울린다니까. 리아인의 모습은 무게가 잡혀 있는게 전체적으로 검술에서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전형적인 장군의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리아인은 엘프의 바스타드를 가볍게 흘려보네며 엘프의 손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바스타드를 들고 있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생각외로 빨리 엘프는 리아인의 칼의 범위 밖으로 피했다. 바스타드는 데스나이트가 그레이트 소드와 함께 애용하는 검신이 넓고 무게도 상당한 검으로 어느정도 힘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쓰는데, 저 엘프는 아무리 봐도 힘이 그렇게 있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몇 번의 대결을 봐도 처음에 그 헨리라는 젊은 귀족이나, 검술 실력만으로는 우리마을에 쳐들어오던 녀석들 중에 가장 강했던 놈들과 실력이 비슷했으니까 그리 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술대회에 강자들만 모아놓고 보니 그 중에서 약해보인다는 것이니.
엘프 루이는 계속 리아인을 향해 공격을 했다. 하지만 리아인은 그 공격을 막아내며 한발씩 루이쪽을 향해 움직이며 틈틈히 공격을 했다. 루이의 공격은 횟수는 많았지만 그다지 위협적이거나 그런것과는 관련이 없는데 반해 리아인의 공격은 거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루이에게는 꽤 위협적인 공격을 하고 있었다.
리아인의 스타일은 티베리우스 기사단장처럼 방어 중심으로 타격을 입힌다거나 메넬리오 단장처럼 일격에 처리하기 보다는 안정감 있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서서히 몰아붙이는 형이었다. 오늘 정말 기사들의 검술 형태를 거의 종류별로 다 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 있을 때는 기사들의 검술을 보기가 거의 힘들었으므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위대하고 엽기적인 엘프 길드 마스터 루이경은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자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쭉 약하거나 비슷한 사람들과 싸웠던 관게로 자신의 검술이 거의 대부분 어느정도까지는 먹혀들어갔는데 반해, 리아인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자 그런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스타드를 아무리 유연하지만 그 무게라고는 거의 없는 듯한 몸으로 그렇게 무식하게 휘두르니. 오우거 글레이브같은 아티팩트를 하고 있지 않는 이상은 좀 무리가 클 것 같다.
엘프는 한참동안 공격을 했지만 공격이 대부분 차단 당하자 답답한 표정을 하더니 갑자기 그냥 검을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심판을 보고 손을 들었다. 항복선언. 세상에 검술대회에서 항복 선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항복 선언을 할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특히 검사들이란 존제가 워낙 자존심이 강한까닭에 항복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죽는게 났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쩝...원래 엘프는 시간적인 면이나 그런데서 참을 성이 많지 않았었나? 하지만 지금 엘프의 이 행동은 나 참을성 없어요. 하는 것과 마찮가지인데, 정말 엽기적인 엘프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사석에서 만나서 성격을 알아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 엘프 자기보다 약한 상대하고 싸울 때는 어떻게 싸울까? 그 때는 자기검술을 자신있게 사용을 할 수 있을까? 뭐 그랬으니, 16강까지 올라올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저 행동은 좀.
심판이 리아인 쪽을 향해 승리의 깃발을 들자, 다시 그 이상한 리아인의 별명을 부르며 사람들은 노란색 깃발을 흔들었다. 하늘에서 응원하는 모습만 지켜보고 있어도 상당한 구경꺼리가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8강전부터는 각 가문별로 응원대결이 펼쳐질 것 같은데 그 것 모습도 실제 검술 시합을 떠나서 상당히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심판이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오더니, 관객들을 향해 다시 마법을 사용해서 커진 목소리로 말을했다.
"후반전 4경기는 1시간 반 후 부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람하시는 시민들께서는 식사하신 후 쓰레기 처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점심시간인가? 그런데 쓰레기 처리라. 아무래도 관객들 몇만명이 쓰레기를 버리면, 청소하기가 상당히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까닭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워낙 제국법 자체가 엄격하니, 누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려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제국 검술대회 16강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 내가 출전해야 될 경기가 남았다. 이렇게 하루 시합하고, 하루 쉬고 해서 거의 일주일동안 경기를 한다던데, 내 상대는 어떤 사람들일까? 왠지 전투를 하러 나갈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분노와 증오가 전혀 없는 순수한 긴장감.
수도 전체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는 것을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대회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수도에서 제일 큰 대로 였음에도 불구하고 가득찬 사람들 때문에 걷는 것 조차 여의치 않은 실정이었다. 정말 개미 때 같다는 말을 사람들을 보며 실제로 느끼고 있었다. 우리마을도 사람이 많은 편이지만, 땅이 넓은 편이라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에 별로 복잡하다는 기분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수도의 인구는 도대체 얼마란 소리지?"
난 말이 사람들을 안 밟도록 조심스럽게 마차를 몰며, 가이우스에게 물었다. 리아인은 황실 마차에 끼여서 온다고 했고, 얼떨결에 황궁에 와있었던 가이우스 녀석도 걸어가기가 그렇다고 해서 마차에 타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건 다 좋은데 왜 이번에도 내가 마차를 몰아야 되냐구..!! 그리고 가이우스 녀석은 자기 가족들하고 같이 경기장으로 가도 될텐데 왜 하필 그 때 황궁에 있어서...흠...그러고 보니, 가이우스 역시 가족들과 사이기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었지.
"아마.14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 주위에 있는 마을들의 인구까지 합치면 40만이 넘을 겁니다."
쩝....할말이 없었다.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뭘먹고 살아갈까? 배로 수송해오는 식량이나 주위에 넓은 들판, 그리고 배로 낚시까지 한다면 그런데로 공급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큰 도시라도 다른 도시는 이 정도의 규모는 안 될 것이다. 수도는 수도이므로, 뭔가 특별해도 특별했다.
"그럼, 다른 도시 인구는 어느정도지?"
"음, 미들 트립톤이 3만, 노스트립톤이 5만명 정도입니다. 리투니아는 8만 정도 되고, 이스트 레타니아가 3만명 정도입니다."
정말...많이도 살긴 사는 구나. 잠깐 그러면 14만명이나 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지금 거리에 나와 있다는 말이 잖아? 이러다간 도대체 언제 경기장에 도착할지. 그냥 걸어가기에는 내 옷이나 가이우스의 옷이나 너무 특색이 있었다. 특히 가이우스는 검술대회에서 인기가 좋은 힐튼 집안의 옷을 입고 있었던 까닭에 아마 걸어갔으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움직이도 못했을 것이다.
가이우스가 부탁을 해서 만들어준 내 유니폼은 깨끗한 흰색 천에 백합무늬가 금실로 새겨진 옷에 흰색 망토였다. 이런 옷은 입고 다니기에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금방 더러워 지니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남은 색 중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색이 흰색 밖에 안남았으니, 가이우스는 독수리 무늬가 세겨진 풀플레이트 갑옷 위에 마찬가지로 독수리 무늬가 새겨진 푸른색 망토를 둘렀다. 음...저 힐튼집안의 옷 디자인도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마법을 살짝써서 난 길을 열고 있었다. 뭐, 길 가운데에 불의 환영을 보여주면 싹 사라지겠지만 그런짓을 했다가 나중에 황태자한테 책잡힐 빌미를 만들어 주면 안되니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마차의 속도는 정말 답답했다.
"가이우스, 좀 어떻게 해봐. 정말 답답해서 못참겠어. 그리고 이 속도로 가다가는 대회에 늦을 것 같아."
난 마차 안쪽의 가이우스를 보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가이우스는 그런 나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을 했다.
"휴..알겠습니다. 이런 행동은 왠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가이우스는 한숨을 쉬더니 마부석쪽으로 걸어 나와 의자 위에서 섰다. 가이우스가 마차 위에서 서는 순간, 사람들의 눈길이 일 순 우리쪽으로 향했다.
"가이우스경이다! 가이우스 경이다!"
우리 마차와 가까이 서있던 소년의 외침을 시작으로 가이우스를 본,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기 시작했다. 쩝...도대체 이 녀석, 완전히 영웅 수준이 잖아. 쩝.
"가이우스 폰 힐튼! 가이우스 폰 힐튼!"
가이우스가 한 손을 들자 우리 마차앞을 가로 막고 있던 사람들이 일순 양쪽으로 갈라져 마차가 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완전히 군중심리라고, 평소 때는 가이우스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인기가 있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검술대회 기간이므로 검술대회에 출전하는 사람들의 인기가 월등해 지는 것이 당연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군중심리 연구' 란 책에 따르면. 어찌됬건 가이우스의 희생인지, 잘난척인지, 아무튼 그 덕택에 전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마차를 몰아 경기장으로 갈 수 있었다.
"너 이렇게 하는 것 누구한테 배운거야?"
난 여전히 마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가이우스쪽을 보며 물음을 던졌다.
"이 행동, 아인트공께서 처음으로 쓰셨던 것입니다. 그 뒤로 톱시드 배정자들 중 대부분이 길을 만들 때 이 방법을 쓰더군요."
스승님, 쩝...스승님도 아무래도 영웅심리가 많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승님이 다른 사람들과 함게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니, 스승님께도 그런 분위기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뭐, 어쨌든 스승님은 영웅은 영웅이니까. 하지만 이런 것을 유행을 시켰다는 것은 아무래도...어찌됬건 우리 마차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경기장 쪽을 향했다.
"가이우스, 너 작년 성적이 도데체 어느정도기에 인기가 이렇게 괭장해?"
"4강 진출 했습니다. 재수가 좋았죠."
4강 진출이 이 정도면, 도대체 우승자는? 뭐, 우승자는 황제이므로 일단 제외한다 하더라도 준우승자 정도쯤 되면, 정말 왠만한 영웅 저리 가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쑈라면, 귀족들이 체면이 조금 상한다고 하더라도 참여하고 싶어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우스 저 녀석이 내게 우승하라고 했던 것이 이런 것 때문이었을까?
돌로 지어진 경기장은 정말 크기가 대단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거의 산만했으니까. 10만이 넘는 사람들 중 불만을 안가질 정도로라도 입장을 시키기 위해서는 저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별 장식이 없는 경기장은 황성과는 다르게 건물자체가 엄청난 위압감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었다. 도저히 마법을 쓰지 않고는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황제 성격으로 볼 때 사람들을 동원해서 건물을 지웠을리는 만무하고, 이 것도 핀 누나의 솜씨인가?
경기장 가까이 가니까 다른 마차들의 모습도 보였다. 노란색 장미기를 달고 있는 황실 마차도 경기장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멀리 보였다. 황실마차는 우리처럼 특별히 누가 앞에 나와있거나 하진 않았다. 쩝. 솔직히 황실마차 앞을 가로 막는 바보가 어디 있을까? 황제가 특별히 주위에 경비병을 세우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예를 볼 때도 백성들을 위한 엄청난 배려라고 할 수 있었다. 흠 그러고 보니, 경비병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저 마차안에 제국 최상급의 검사가 3명이나 있는데, 저기에 황제를 공격하려고 뛰어드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정말 죽기 위해 뛰어들어가는 것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므로.
그리고 초록색 깃발의 비아니스 집안의 마차도 저쪽 멀리에서 오는 것이 보였다. 가이우스 녀석도 왔으므로, 메넬리오 수비대장도 출전을 위해서 수도에 온 것 같다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왕이면, 그 때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비대장 자리를 그렇게 오래 비워둘 수는 없으니까라고 생각을 하면 이해가 됬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물론 내게 대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 가이우스를 향한 환호, 솔직히 조금 짜증니났지만, 어지됬건 답답하지 않게 마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할 것 같다.
우리 마차도 정문을 지나 경기장 쪽으로 들어갔다. 마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들어진 정문으로는 출전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뒤까지 따라오던 많은 사람들이 정문에서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경기장의 안 쪽으로 들어가니 이미 경기장의 관중석 중 절반 이상이 가득 차있었다. 엄청난 열기, 난 마차들이 세워져 있는 곳의 한 곳에 마차을 세우고 난 뒤, 마차에서 가이우스와 내렸다. 출전자들과 일행들은 특별히 경기장과 가까운 특별한 방에서 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클라리와, 신디, 정말 의외였지만 소피까지도 따라 왔다.
방금 전에 들어왔던 황실마차에서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포함해서. 황제, 황태자 그리고 리아인, 그런데 그 뒤에 내리는 사람은 아리 공주였다. 공주가 왜 무장을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출전? 톱시드 배정에는 없었는데. 엄마나 아빠나 모두 무인이니까, 아무래도 예선에 출전을해서 올라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대단한 가족이라니까. 황실집안은 모두들 금빛계통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 두명이 풀플레이트 금빛 갑옷을 입고 온 것과는 다르게 황제는 간단한 가죽갑옷만 입고 있었고, 공주 역시 하프플레이트 갑옷만 입고 있었다. 황제가 가죽갑옷을 입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빠른 공격이라는 말인데, 나 역시 스피드 중심임으로 움직임에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가벼운 미스릴제 체인메일만 옷안에 받쳐입었다. 뭐, 어찌됬건 공주가 출전을 했다는 사실은 정말 의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든 가족. 그 가족의 대표인 황제가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난 고개를 숙였다.
"란트, 정말 디자인이 멋지구나. 흰색에 백합무늬라."
황제는 가까이 와서 내 모습을 이러저리 살펴 보았다.
"무기 창고에서 필요한 것 있으면, 골라가라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게 있었니?"
"네, 미스릴 체인메일을 가져왔습니다. 방어구가 없어서 뭘 할까 고민했었는데."
황제는 고개를 끄덕할 뿐이었다. 왠지 황제를 보고 있으니 며칠전에 그 일이 생각이 났지만. 지금 황제는 그런 표시를 전혀 내지 않고 있었다. 괜히 나만 얼굴에서만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란트, 그럼 나하고 싸우기 전까지 지면 안됀단다. 알겠니?"
우리 밖에 없어서 그런지 그렇게 딱딱한 말투를 쓰지 않는 황제, 그렇다고 며칠전처럼 편하게 말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휴. 하지만 싸우기 전까지 지지 말라는 소리는 다 이기란 말이었다. 전 대회 우승자는 결승전에서 한번만 싸우면 된다는 가장 큰 이익이 있으니까, 어찌됬건 답은 해야겠지.
"네. 폐하."
황제는 내 대답을 듣고는 가이우스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동안 내 쪽을 보며 살짝 윙크를 했다. 헛, 누가 보면 어쩌려고 무서운 아줌마. 그 후 황제는 돌아서서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노란색 장미무늬 깃발이 걸려 있는 방쪽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얼마 걸어가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곳이었다. 나도 가야겠는데, 내 방은 어디있지?
"가이우스, 우리 방은 어디야?"
"아. 란트군 자리는 저기 저 곳입니다. 복도를 통해서 가시면 됩니다. 전 아버님이 오시길 기다려야 되는데 방에 일행분들과 가 있으십시오. 아, 그리고 이건 출전자들에 대한 간단한 자료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워낙 자료가 부실해서."
가이우스는 흰봉투를 하나 주며 경기장 한쪽을 가리켰다. 가이우스가 가르킨 곳에는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황제의 방과 맞은편에는 흰색에 금빛실로 백합무늬가 그려진 깃발이 매달려 있는 방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중요한 건 방 중에서 제일 많이 걸어가야 하는 곳에 우리 방이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뭐, 난 처음 참가하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톱시드 배정자인데 조금 더 배려를 해주지, 난 가이우스의 봉투를 받으며 골치아픈 일행들을 데리고 내 방 쪽으로 향했다.
"그래, 고마워. 가이우스, 나중에 보자."
난 가볍게 녀석에게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큰 복도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가자 문 위에 내가 몇분만에 급조한 디자인의 깃발이 무척이나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서 붙여져 있는 곳이 보였다. 그런데 문이 잠긴 것 같은데, 하지만 내가 손을 대자 문이 저절로 열려 버렸다. 마법인가?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아무래도 경기장을 마법사가 지은 것 같다는 내 예상이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과연 이 도시에 핀 누나가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 전쟁 이후, 도시를 파괴된 수도를 재건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이 핀누나 일테니, 내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파괴된 도시의 절반 이상의 재건을 핀누나 혼자의 힘으로 했다고 들었다.
클라리를 제외한 신디와 소피는 역시 신기하다는 듯, 경기장의 곳곳을 살펴보느라 멀리 걸어왔다고 불평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클라리는 많이 와봤던 까닭인지 별로 신기하다거나 그런 것 없이 그냥 묵묵히 따라올 뿐이었다.
우리 모두가 들어가자 문이 저절로 닫혔고, 신디는 그 광경 역시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내가 평소에 마법을 잘 쓰지 않으므로, 아직 어린 신디에게는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것이 당연했다.
방안에는 소파에다 침대까지 꼭 호텔 수준이었다. 그리고 경기장 쪽 벽에는 투명마법이 걸려져 있어 안에 편안히 앉아서도 관람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톱시드에 배정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일행들도 데리고 올 수 있는 이 방은 그 가치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았다.
"주인님아. 내가 응원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마."
클라리는 소파에 앉으며 내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
이 일행들 아니면 누가 날 응원해 주리오. 가이우스가 그렇게 환호를 받던 걸 생각해보면 왠지 씁쓸해 진다. 나도 영웅심리가 있었던가? 아무래도 스승님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럴 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다지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지만. 난 소파에 앉아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자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금빛이 가득한 우승컵을 황제가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우승컵을 경기장 가운데 내려놓자 갑자기 우승컵에서 빛이나며, 우승컵이 서서히 경기장 가운데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뒤에 마법으로 추정되는 색색깔의 빛덩이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물론 나도 할 수 있었지만 자기가 하는 것 보다는 다른사람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는게 더 흥미가 있었다.
우승컵이 경기장 가운데에 뜬 뒤, 경기장에 온 사람들의 열광하는 소리에 벽이 흔들릴 정도였다. 우리 뒤쪽 관중석은 잘 모르겠지만 경기장엔 노란색 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파란색 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인 것 같았다. 그리고 틈틈히 초록색, 붉은색, 보랏색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흰색은 없었다. 뭐, 톱시드 진출자 말고 다른 8명, 아니 아리 공주는 제외해서 7명의 경우에도 응원을 해주는 사람이 없는 건 마찮가지겠지 그 사실에 만족을 해야 할 것 같다.
첫번째 톱시드 배정은 티베리우스 기사단장이었다. 심판은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나와 관중 쪽을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법을 썼는지 심판의 소리가 경기장 구석구석까지 울려퍼졌다.
"제 1조 출전자는 대회에서 3회의 우승경력을 가졌으며 16회의 준우승 기록을 가진 제국 성기사단장 티베리우스 폰 힐튼 공!"
심판의 말이 끝나자마자 티베리우스 기사단장이 푸른색 독수리 깃발이 걸린 곳 밑에서 당당한 걸음 걸이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3회 우승경력이라 정말 대단하다는 생갂이 들었다.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푸른 망토를 두른 가이우스와 비슷한 무장을 티베리우스 단장은 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갑옷에서 푸른빛이 난다는 점이었다. 푸른 빛이라 아마 푸른 미스릴을 쓴 갑옷인 것 같은데 구하기 힘든 푸른 미스릴로 저렇게 풀플레이트를 만들어도 되는걸까..? 며칠 전에 만났을 때는 저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저 갑옷은 대회 때나 중요한 때만 입는 것이 아닐까? 귀한 갑옷이니 아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아무튼 티베리우스 단장이 나오자 푸른색 깃발을 든 사람들이 열광을 하기 시작했다. 꼭 경기장 가득 푸른색 깃발로 가득찬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말 괭장한 인기였다.
"티베리우스! Blue Eagle! 티베리우스! Blue Eagle!"
푸른 독수리, 그의 별명인 것 같다. 그럼 힐튼 집안은 모두 블루이글이라 불릴까? 모르겠다. 클라우 그녀석은 다른 색을 쓰니, 다른 별명일 것 같기도 하고 가이우스는 역시 블루이글 일까? 때가 되면 알게 될테니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블루이글이란 티베리우스 단장을 지칭하는 환호를 듣자 클라리는 옛날 생각이 나는 듯 티베리우스 기사단장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그 모습을 보는 내 기분히 묘해 지는 것은.
"상대는 대회 첫 출전자 제국 수도 경비대 기사 헨리 요크경!"
환호소리가 조금 잦아지자 심판이 또 다시 큰 소리로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십자 무늬가 세겨진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한쪽에서 호화롭게 치장된 복장의 한 젊은 사람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개나 소나 풀플레이트를 입고 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리투안국이 한 때는 성기사의 나라라고 불렸던 적도 있으니까. 출전자들 중 기사들이 많을 것이므로 풀플레이트를 입고 다니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솔직히 기사라고 해도 꼭 풀플레이트를 입는 것은 아니었다. 황제 휘하의 황실 근위대를 예로 들더라도 그들 모두 제국 최고의 기사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무장을하고 있었으니까.
그 사람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블루이글을 관중들이 외치는 소리는 여전히 계속 되었다.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구지? 난 가이우스가 줬던 봉투를 뜯어 그 안에 있는 편지에 쓰여진 글을 읽었다. 다행히 정보를 살펴보기 쉽도록 출전하는 순서대로 가이우스가 정보를 정리해 둔 것 같았다. 난 제 1조라 적혀 있는 부분의 글을 읽었다. 티베리우스 단장, S클래스,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상대는 헨리 요크 평범한 귀족가문에 B+클래스였다. 솔직히 실력의 차이가 나무나는 것 같았다. 걸어오는 모습이나 안에서 느껴지는 위엄이나 기백같은 것으로 볼 때도 헨리 요크라는 저 사람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승부를 떠나 티베리우스 단장이 검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경기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어찌됬던 황제를 제외하고는 티베리우스 단장이 출전자들 중 가장 강하니까. 상대가 약해서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조금이나마 티베리우스 단정의 움직임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헨리 요크라는 젊은귀족이 먼저 티베리우스 단장에게 검으로 예를 올리자 티베리우스 단장이 간단히 답례를 해 주었다. 성기사단이 별도로 운영되는 기사단이라고는 하지만 중요한 건 성기사단장의 경우는 어찌되었던간에 기사들의 정신적 지주였으니까.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티베리우스 단장이 저 정도로 답례를 해준 것도 기사들에게는 괭장한 영광 이었다. 하지만 그 기사를 바라보는 티베리우스 단장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내 착가이었을까?
심판의 손에 들린 깃발이 올라가며 엄청난 함성 속에서 두사람은 천천히 검을 들고 다가섰다. 벽은 확대 마법이 걸렸는지 경기가 시작하자 두 사람의 모습을 더 자세히 비추기 시작했다. 정말 이 정도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16강 안에 들어서 1등석을 차지하고 싶을 것 같다. 나야 뭐 별 상관이 없었지만 저 정도로 경기에 열광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는 티베리우스 단장과는 달리 헨리요크라는 그 젊은 귀족은 벌써부터 긴장을 한듯 움직임이 상당히 경직되어 보였다. 예선을 통과한 실력이라면 나름대로 대회경험도 많을 듯 한데,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응원에다 티베리우스 단장이 내뿜는 기세에 벌써 위압당한 이상, 저렇게 되는 것도 그리 이상하다고 할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헨리 요크란 젊은 귀족은 분위기를 이겨내려는 듯 먼저 무리를 해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중무장을 한 두 사람의 대결은 무기의 성능보다는 대체로 기술과 체력의 차이로 승부를 내곤 했다. 저렇게 별 의미 없는 공격은 빈틈만 만들어낼 뿐, 그다지 승부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베리우스 단장은 그 공격을 아주 천천히,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막아냈다. 클라리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티베리우스 단장은 느리지만 정확한 검술을 쓰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는 추측을 방금전의 검의 움직임 단 하나만으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스승님의 변화무쌍한 공격역시 위협적이지만, 티베리우스 단장처럼 저렇게 비슷한 검술을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검술을 사용하는 사람 역시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기는 충분했다.
헨리란 젊은 귀족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피해는 단장보다 귀족 녀석이 더 많이 입는 것 같았다. 공격을 막으면서 다른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티베리우스 단장이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쩝...좀 봐주면서 해도 될텐데, 겉모습과는 다르게 티베리우스 단장도 조금 잔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자 역시 생각 했던 것 처럼, 얼마 가지 않아 젊은 귀족은 뒤로 물러서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큰 숨을 내쉬고 있었다. 조금이지만 그 헨리라는 귀족의 얼굴에서 밑으로 핏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클라리, 티베리우스 단장이 원래 저렇게 잔인하게 공격을 했었어? 아무리 살펴봐도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았는데..."
내가 클라리를 보며 의문을 가득 담아 질문을 하자, 클라리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티베리우스 단장을 쳐다보며 말을했다.
"아니, 보통 저런 상황까지 가는 경우는 없는데...왜 저러시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걸까? 모르겠네. 하지만 잠시후 클라리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암흑 집안에 무릎을 꿇고 나라를 배신한 적이 있는 귀족집안 출신하고, 싸울 경우에는 저런 경우가 있었어. 예전에 대전쟁 때 앞장서서 성을 바친 적이 있는 귀족 출신 기사 한명이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저 것보다 훨씬 심하게 했어. 거의 반 병신으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그 때 옛날 주인님한테 느껴졌던 감정은 지독한 증오의 감정이었었어. 대 전쟁 중에 배신자들 때문에 옛날 주인님의 부모님하고, 할아버지 하고 다 죽었으니까. 옛날 주인님이 그러는 것이 당연할지로 모르겠지만. 아마, 배신자들이 아니었으면 그 분들이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을지도 모를것이라고 항상 말씀하시곤 하셨었어."
나 역시 괴물사냥꾼 전체에 대한 증오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마도 괴물사냥꾼이 대회에 출전해서 나와 시합을 하게 된다면 난 티베리우스 단장보다 훨씬 심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티베리우스 단장도 마찮가지겠지, 나이 또래로 볼 때, 그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아마 그 배신자의 아들쯤 되지 않을까? 휴...검술대회에서 가끔씩 사망자도 나온다고 하던데 저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티베리우스 단장은 그 정도에서 끝내려는 생각을 했던지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아직 포기하지 않고 공격해 오는 헨리의 칼을 쳐내 멀리 떨어트려 버렸다. 어찌됬건 기사는 기사란 말인가? 그리고 빠르게 그 젊은 귀족의 목에 칼을 겨누는 티베리우스 단장. 그렇게 1회전 시합은 예상했던데로 티베리우스 단장의 승리로 끝이났다. 구경하고 있었던 나로써는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드는 시합이었지만.
시합 직 후, 기절해 버린 그 헨리란 기사를 경기 진행원 몇명이 나와 치료실로 들고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장 전체는 푸른색 깃발의 응원단들의 함성소리로 가득찼다. 우승경력까지 있는 티베리우스 단장에다, 구국공신 중 핀누나 다음으로 공을 많이 세운 사람이니,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했다. 그럼 매년 우승을한 황제의 인기는 어떠할까?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다시 심판관이 걸어나와 관중들을 향해 큰 소리로 다음 출전자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제 2조 출전자는 작년 8강 진출자 제국 동부 수비대 부대장 레니안 스파코프!"
다시 올라가자 붉은색에 별 다섯개가 그려진 깃발이 있는 곳에서 레니안 스파코프라는 사람이 나왔다. 레니안 스파코프, 가이우스가 준 정보표에 의하면 A-클래스라 적혀 있다. 그는 붉은 철로 만들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붉은색 하프플레이트를 입고 붉은 색 망토를 두르고 나왔다. 붉은 색이 상징이라던, 아마 검도 붉은 철로 만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엔 피트 아일랜드에서도 잘 생산을 안한다고 하던데 그럼 예전에 구한건가? 티베리우스 단장도 그렇고 저 놈도 그렇고, 색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내 미스릴 체인메일도 흰색이니, 뭐 흰옷안에 받쳐입어서 별 표시는 나지 않겠지만 중요한 건 내의지로 흰색 세트로 마춘 것은 아니었다. 갑옷이야 미스릴이 아무래도 가벼우니까 골랐고 흰색 옷 세트 디자인은 가이우스가 제단사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레니안은 키는 조금 큰 정도였지만 근육이나 덩치는 거의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중요한건 머리색과 덥수룩하게난 수염까지 붉은색이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서부지역 출신은 아닌 것 같은데,.내 기억이 맞다면 북파나단에서 살고있는 북부 야만인들과 비슷했다. 덩치도 그렇고 아무래도 황태자가 등용을 해서 부대장의 직위까지 맡긴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레니안 저 사람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상당 수 있었다. 하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용병들같이 생겼던 사람인데, 레니안 스파코프라는 사람도 용병출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아까 티베리우스 단장을 응원하던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이 있었는데, 레니안이란 사람은 험악하게 생긴 녀석들 뿐이니, 국민적 영웅과 평범한 용병출신 수비대장하고 인기가 다른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상대는 대회 첫 출전자. 엘프 이자벨 수니아 양."
엘프...? 가이우스가 말했던 그 두 엘프 중 한명인 것 같다. 이자벨 수니아, 저 여자도 A-클래스였다. 이번 시합은 그런데로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이 비슷하니 둘 모두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므로, 이자벨이란 엘프는 보라색 긴머리를 찰랑이며 레이피어와 에스테그를 각각 한 손에 들고 걸어나왔는데, 엘프답게 옷에 나뭇잎 그림을 세겨 뒀다. 아마도 나뭇잎 모양이 문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엘프는 레니안과는 달리 얇은 가죽갑옷 외에는 특별한 방어구가 없었다. 가죽갑옷 밖으로 들어난 웃도리는 흰색이었고 바지는 하늘색이었다. 가죽갑옷하고 검만 없었으면 꼭 소풍가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의 옷차림 뭐, 인간들의 사고로 엘프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겠지만, 그 사실은 소피와 지내며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소피, 혹시 저 엘프 알아?"
난 혹시나하는 심정에 소피를 향해 물었다. 소피 역시 그 엘프를 자세히 쳐다보고 있었지만 눈치를 보니 아무래도 모르 사이인 것 같았다. 뭐, 엘프가 한둘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알고 있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겠지만.
"아니오, 전 북엘프 족인데, 아무래도 저 엘프는 동 엘프 족인 것 같아요."
북엘프, 동엘프? 엘프에 대해서는 특별히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나중에 한번 찾아보던지, 아니면 소피한테 물어보던지 해야지. 지금은 일단 경기에 집중을 해야 될 것 같다. 실력이 그리 뛰어난 사람끼리의 대결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배울 점은 있을 테니, 주의 깊게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심판의 손에 든 깃발이 올라가며, 두 존재는 천천히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전 시합처럼 열광적인 함성이나 응원 없이 관객들은 차분히 관람을 하고 있었다. 둘 모두 그다지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닌 듯, 휴..나중에 나하고 티베리우스 단장하고 붙을 경우에도 그렇게 일방적인 응원을 하면 조금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시에는 경기장 전체에 사일런트 마법을 걸어버리는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성난 군중들과 싸워야 할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면 아까같은 경우에는 실력차이가 너무난 관계로 그 헨리라는 귀족이 빨리 공격을 들어와 헛점을 가득 만드는 실수를 했지만, 이번 시합에서는 그렇게 쉽게 공격을 시작 하지 못할 것이다. 두사람의 실력이 거의 대등한 이상, 상대방의 헛점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두사람 모두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경기장 가운데를 중심으로 두사람은 서로 탐색하듯 노려보며 돌고 있었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두사람은 서로를 향해 재빠르게 이동했다. 엘프는 빠른 움직임을 이용 레니안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뒤, 그 큰 덩치의 안쪽으로 파고들며 에스테그를 찔러 들어갔지만 레니안 역시 그 큰 덩치에 안 어울리게 급히 몸을 뒤쪽으로 빼며 자신의 롱소드로 에스테그를 쳐냈다. 이자젤이란 엘프는 공격이 실패하자 빨리 롱소드의 범위 밖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후에 손이 아픈듯 인상을 찌푸렸다. 저 무식한 팔로 휘두르는 검이 에스테그를 쳐냈는데 그 충격이 꽤 강했을 것이다.
레니안은 용병들의 검술, 그리고 이자벨이 사용하는 엘프들의 주특기인 치고 빠지고를 중심으로한 검술, 모두 실전에 단련된 검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제국 검술대회, 수도 시민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 몇사람을 살펴 보았지만 16강에 들 정도의 수준이면 한 군단의 군단장을 맡아도 그렇게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실력인 것 같았다. 내가 추측하는 바에 따르면, 아마 피투안국 전체를 통틀어도 여기 출전할 실력이 되는 사람이 한두명 있을까 말까 할 것 같았다.
"쓰리 소드 스타 !"
레니안은 그 소리와 함께 레니안은 갑자기 검을 양손으로 잡으며 몸에 수직이 되도록 들고는 엘프를 향해 공격을 들어갔다. 잠깐, 그런데 왜 자기 검술이름을 말한는 거야. 별 이상한 취미를 가진 놈들이 많다니까, 저러면 나중에 상대방에게 그 검술이 파악이 되서 그 검술을 다시 쓰기 힘들가능 성이 높았다.
빠르게 검을 움직여 그 잔상으로 검이 꼭 세게 처럼 보이도록 한 검술이었다. 어쨌든 괜찮은 공격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검술과 매우 흡사한 공격, 하지만 자세나 전체적인 느낌은 조금 달랐다. 일단 풀플레이트 차림으로 그 검술을 사용하므로 범위도 좁고 잔상도 그리 많이 생기지 않으니, 아무래도 타이밍상 이자벨이 피한다고 해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아마 이자벨의 이도류를 겨냥해서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검을 세개 모습으로 나타내도록 한 것 같은데, 아니, 아무래도 능력상 잔상을 세개까지 밖에 나타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자벨이란 엘프는 레니안이 다가오도록 기다린 후....물론 순간적인 상황이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랬다는 것이다....
이자벨은 검두개를 붙여서 양손에 쥐고는...검의 종류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꼭 쌍둥이 검처럼 딱 붙어서 들기에나 안정성 면에서 롱소드에 비해 결코 불리하지 않게 변했다. 그리고 그 엘프는 세개의 잔상 모두를 거의 건드린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빠르게 쳤다. 그 때문에 세개의 검의 잔상은 원래 목표에서 방향이 조금 틀어져 버렸다. 워낙 달려오던 속도와 덩치 때문에 레니안은 원래 목표였던 이자벨 쪽을 향해 다시 방향을 수정하지 못하고, 이자벨을 스쳐 지나가 버렸다.
어찌되었든 이번에는 두 존재 모두 조금씩 타격을 입은 것 같았다. 검의 잔상이 완전히 빗나가지 않았는지 엘프가 레이피어를 진 왼팔의 옷이 피에 빨갛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레니안 역시 거의 무방비라 할 수 있는 다리 뒷부분이 이자벨의 레이피어에 찔린듯 보였다.
확실히 그 전 시합보다는 흥미가 있었지만, 그에 반해 그다지 환호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인기라는게 이런 것인가? 내가 시합할때도 마찮가지겠군. 그렇다면 내가 시합을 할 때는 상황을 보고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럼 최소한 광대가 되었다는 느낌은 그다지 받지 않을테니,
잠깐, 그런데 생각을해보니, 이런 장소에 어린 신디를 데려와도 되는건가? 뭐, 생각을 해보니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평소에도 많이 본 광경이니까 이정도는 양반이라고 해야하나? 마을에 사는 여러 종족들 역시 서로 대련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싸움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심심하면 종종 참가하기도 했으니까. 특히 오우거끼리 싸우는 모습은 압권이다. 그 큰 덩치끼리 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은, 나름데로 상당히 괜찮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절할 정도의 박력 넘치는 광경이었지만.
부상을 입은 둘은 처음 시작할 때 처럼 잠시 떨어져 기회를 보고 있었다. 저 레니안이라는 부대장이나, 엘프나 정말 만만치 않았다. 그러고보니 핀 누나도 검술 실력은 그런데로 좋다고 하던데, 난 핀누나가 검을 사용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스승님의 말에 따르면 스승님도 처음에 검술을 배운건 핀누나에게였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기회가 된다면 정말 한번 보고 싶다. 핀누나를 만나면 한 번 부탁을 해볼까?
잠시 휴식 후 다시 두사람은 서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레니안도 움직임이 이전에 비해 만이 둔해져서 공격보다는 아무래도 방어중심적으로 나가게 되었고 한쪽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이자벨 역시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에는 공격력이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계속 공격을 하고 있는 이자벨이 조금 유리한 편이었다. 하지만 밀리고 있던 레니안은 이자벨의 공격을 막은 뒤, 순간적인으로 힘을 줘 이자벨을 밀어내서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트렸다. 그리고 또 무언가 기술이름을 외쳤다. 분명히 저녀석도 쇼맨쉽이 지나친게 틀림이 없다. 중요한건 그만큼 인기가 안따른다는점일까?
"스킬 오브 미티어 스트라이크!"
뭐? 미티어 스트라이크? .쩝 어디서 주어들은건 있어가지고, 이름은 거창하게 지었군. 갑자기 그 순간 저 녀석한테 진짜 메테오를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자, 참어. 아무튼 녀석은 두다리에 힘을 주는 것 같더니 위로 높이 뛰어올라 이자벨이 중심을 잃고 있는 쪽으로 검을 내리쳤다.
덩치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솔직히 운석이라기 보다는 오우거가 곰을 사냥할 때 오우거가 던져서 멀리 날라가고 있는 곰의 모양이 생각이 나는데, 아무튼 그 기술을 쓰자 검주위로 약간의 검기가 느껴졌다. 그 광경을 보는 나로써는 오! 보기보다 제법인데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리를 다친까닭에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상황에서 뛰었으니, 기술이 제대로 쓰일 일이 있을리가 없었다. 이번 기술 역시 방향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까닭에 이자벨은 별어려움 없이 간단히 피해버렸다. 그리고 착지를하던 그 곰한마리 아니 레니안은 경기장에 큰 세개의 구멍, 발구멍 두개 검이 박힌 구멍하나를 뚫으며 아픈 다리 때문에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평범한 옷차림이었다면 넘어지는 사태는 없었겠지만 지금 레니안이 입고 있는 것은 풀플레이트 였다. 그런 까닭에 바닥에 떨어질 때의 충격도 보통 이상이었을 테니. 그 순간 재빠르게 에스테크와 레이피어를 레니안의 목에 대는 이자벨. 엘프의 승리였다. 쩝...하지만 다음 상대는 티베리우스 단장일텐데, 저 엘프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베리우스 단장의 자기 마누라도 엘프인데 설마 크게 다치게 하겠냐마는 어찌됬건 저 엘프가 지는건 확실한 것 같으니까. 레니안은 내가 생각했던 것 처럼, 다리의 통증이 심한지 바닥에 쓰러진체 들 것에 실려 나갔다. 그래도 용병치고는 꽤 명성이 높은듯한데 무슨 망신일까? 아무래도 용병들도 실전에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레니안에 비해 이자벨이란 엘프는 여유롭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 차례는 메넬리오 그 노수비대장의 경기였다.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검술시합이 재미가 있었다. 뭐, 오크나 오우거, 트롤들이 싸우는 거야. 워낙 과격,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무식하다보니. 박진감이 넘치는 까닭에 심적으로 즐거운 맛은 있어도 그 싸움에서 특별히 무엇을 배운다거나 정신적으로 흥미가 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에반해 지금까지 두시합만 봐도 몬스터들이 싸우는 것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듯 했으니.
"다음 제 3조의 출전자는 작년대회 4강 진출자이며 준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제국 북부지역의 철벽수비대 대장 메넬리오 비아니스공!"
메넬리오, 전 에 그 리아인의 스승이라는 노장, 과연 검술 실력은 어느정도 일까? 리아인의 스승을 맡을 정도라면 보통 수준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가 제국 최고의 검술실력을 자랑하는데 자기 아들에게 직접 검술을 가르치지는 못하더라도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 뛰어난 사람을 붙여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녹색 천에 사자문장이 세겨진 깃발이 있는 곳에서 메넬리오 대장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 역시 기사인 까닭에 풀플레이트를 입고 나왔다. 하지만 녹색 망토를 두른 것 이외에는 특별히 녹색으로 장식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역시 자존심 강한 순수한 기사라서 그런지 광대 놀음에 그다지 휩쓸리고 싶은 생각은 없는듯 보였다. 하지만 이 노장의 인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Green Lion of North! 메넬리오! Green Lion of North! 메넬리오!"
쩝...티베리우스 단장 만큼은 아니었지만 경기장에는 꽤 많은 수의 녹색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북방의 녹색 사자, 훌 괜찮은 별명이군. 아무래도 가문의 상징이 전통보다는 그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의 별명을 따르는 것 같다. 그럼, 난 피를 가득 쓴 광전사를 상징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건 문장으로 나타내기가 힘들 것 같으니 그냥 백합으로 하는게 나을 것 같다. 게다가 빨간색은 전시합의 레니안이란 용병대장이 차지하고 있으니.
"상대는 첫출전 동부 지역 레인져 펠리안 소드시커."
심판의 소개를 받으며 깃발이 걸리지 않은 방에서 한 남자가 묵묵히 걸어나왔다. 레인져라더니 완전히 상거지수준이군. 옷은 낡았고 망토역시 우중충했다. 머리 스타일도 더부룩한게 영 세탁을 안한지 오래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며칠 전만 해도 저 옷보다 더 낡은 것을 입고 다녔으니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난 세탁은 꼬박꼬박 했다구. 뭐, 피가 묻었던 까닭에 세탁을 안하면 안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아무튼 메넬리오 대장은 A+클래스고, 펠리안 소드시커라는 남자는 B+클래스였다. 이번 시합은 아무래도 실력차이가 나는 까닭에 전 시합만큼 재미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깃발이 올라가며 경기가 시작되고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메넬리오 대장이 펠리안이라는 레인져의 검을 두동강 내버렸다. 시작하자마자. 보통사람은 쉽게 눈치를 채지 못했겠지만 검이 충돌하는 순간 보이는 메넬리오대장의 검기, 일부러 의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쩝...메넬리오 대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 처럼 쑈에 휩쓸리는게 싫은지, 아주 간단하게 해결해버리고는 뒤로 돌아나갔다. 소드시커라는 성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드 시커라는 작자가 검이 그것도 순간적으로 동강을 나게 만드냐? 확실히 나도 시합을 할 때, 저런 방법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대가 바스타트나 그레이트, 아니면 투헨드 소드 같은 큰 칼이나 무기를 들고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럼 일격에 부수기는 힘든데.
메넬리오를 응원하던 사람들도 처음엔 황당한 나머지 조용해졌다가 얼마지나 메넬리오가 승리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자 환호를 질렀다. 관객들도 분명히 황당했을 것 같다. 음...아무리 기사라지만 너무 멋이 없어. 나 역시 마찮가지 일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레니안이란 작자는 쑈맨쉽에 비해 인기가 별로 없었는데, 메넬리오 대장은 멋 같은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좋았다. 그럼 나 역시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윽, 내가 무슨 생각을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원래 목표는 인기 같은게 아닌데.
그런데 펠리안이란 그 레인져가 인상을 쓰며 부러진 칼을 주워 들더니, 메넬리오의 뒤통수를 향해서 자신의 부러진 칼을 던졌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 이런, 젠장. 내가 마법을 써야. 하지만 내 걱정은 전혀 필요 없었다. 메넬리오 대장은 풀플레이트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뒤로 돌아서서 날라오는 부러진 칼을 간단히 쳐내버렸다. 그리고 아무 표정없이 다시 녹색 사자 깃발 밑으로 돌아가는 메넬리오 대장.
그 직후 처음부터 메넬리오 대장을 응원하던 사람 말고도 경기장 안에 있던 모든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럼 그렇지, 제국 몇손가락안에 드는 검사가 저정도 살기를 느끼지 못해서 해결을 못할리가 없었다. 그런데 펠리안이란 저녀석 안내문에 따른다면 즉결 처형인가? 설마 실제로 즉결처형을 거행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경기장 문에서 기사들이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 쪽 문으로 도망치려는 펠리안인가 하는 레인져의 주위를 신속하게 포위했다.
"제국 특별법 제 18조 5항에 의거 제국 검술대회 규칙 위반, 위반 정도 특으로 즉결처형을 집행하는 바이다!"
그 기사들의 어디에서인가 살벌한 목소리가 들리고 무기 없이 저항을 하려는 듯 주위를 노려보던 그 레인져는 수십명의 기사들의사방에서 찌르는 창에 도저히 피할 기회 조차 없이 쓰러졌다. 말로만 듣던 즉결처형이 바로 저런 것이었나? 쩝, 나도 제국에 위해를 가했으면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거 참, 황태자 녀석이 어떤짓을 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저 모습을 보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였다.
"클라리 네가 참가 했었을 때도 저런 처형을 한적 있었어?"
"응, 종종 있었어. 대회마다 한번 정도. 하지만 저렇게 비겁한 경우가 아니라 진짜 대련중에 상대편 목숨을 빼앗았을 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죄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고의성이 보였다고 해도 즉결처형까지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비수를 던지거나 독묻은 무기를 사용하거나, 저런 비겁한 행동을 보이면 아무 재판 없이 즉결 처형을 하곤 했었어. 예전에도."
클라리는 충격스러운 광경을 봤음에도 별 어조의 변화 없이 말을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는 클라리가 확실히 검은 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소피는 신디의 눈을 가리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쩝,살벌하군. 나도 경기중에 공격 마법을 무의식 적으로 쓰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녀석 처럼 죽지는 않겠지만, 만약 도망치려면 상당히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분위기를 보니 마법사들도 많이 대기하고 있는 듯한데.
녀석의 온몸이 창에 관통이 당한 녀석의 처참한 시체가 치워진 후에도 잠시동안 계속되었던 술렁거림이 잠잠해 질무렵 다음 시합의 진행을 위해 심판이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경기중에 약간의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그럼 다음 시합을 진행하겠습니다. 제 4조 출전자는 작년 대회 8강 리아인 슈타이튼 황자 전하!"
리아인은 아까 보았던 그 금빛 반짝이는 풀플레이트에 장미문양이 그려진 노란색 망토를 두르고 나왔다. 쩝 난 저런거 공짜로 입고 나와라해도 못입고 나오겠다. 아무리 노란색이 상징이라지만 저건 좀 심한거 아니었나? 리아인이 걸어나오자 이번에는 노란색 깃발이 관중석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각 외로 리아인 역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 같았다. 가이우스나 리아인이나 검술 실력은 비슷할 테고 대회 성적 역시 비슷할 테니까. 가이우스의 인기를 볼 때, 리아인이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The Kind Prince! 리아인! The Kind Prince! 리아인!"
별명이 친절한 황자? 순간 황당함에 할말이 없었다. 리아인 그 나름대로 백성들한테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별명이라면, 나중에 적당히 놀려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리아인의 형인 황태자는 어떤 별명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리아인은 푸른색 독수리 깃발 밑쪽의 방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쩝, 저기에 아렐리아가 있을테지. 검술대회 참가는 안했지만 힐튼집안의 가족이긴 가족이니까. 그럼 핀누나도 왔을까? 어쨌든 그동안 쌓아두었던, 리아인의 좋은 이미지가 최근에 다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팔불출이 된다던데, 그 단적이 예가 저녀석이 아닐까? 음, 속에서 나도 마찮가지라고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설마 그럴리가.
"상대는 엘프길드 마스터 루이경!"
뭐라고? 잠깐, 내가 잘못들은 건가? 엘프길드라니? 세상에 그런 길드도 있었나?
"클라리, 엘프길드라니. 도대체 무슨소리야?"
"주인님아, 모르고 있었어? 포세트립톤에는 엘프길드가 있어. 엄마의 공도 있고 제국을 다시세우는데 아무튼 엘프들의 도움이 컸기 때문에 엘프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친선을 도모하자는 의미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만들었을꺼야.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도둑길드, 마법사길드, 연금술사길드, 상인길드, 대장장이길드, 그런데 엘프 길드라? 정말 황당하다고 해야하나? 아무리 제국의 엘프에 대한 대우가 좋다고 하지만 엘프 길드라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엘프라는 종족과 길드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듯 했으니.
그 엘프 길드 마스터라는 루이라는 엘프 역시 이자벨인가하는 엘프 처럼 나뭇잎 모양의 문장이 세겨진 옷을 입고 걸어나왔다. 녹색 머릿카락에 키가크고 호리호리한 전형적인 엘프의 모습이었다. 체인메일을 입고, 그런데 가중 중요한 것은 그 엘프가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세상에 엘프가 바스타드라니? 이건 말도 안되는 바스타드는 적당히 힘이 센놈들이 들고다니는게 아니었나? 나와 필적할 정도로 저 마른 몸매로 바스타드는 솔직히 어울리지 않았다.
가이우스가 준 정보에 따르면 리아인이 A 클레스, 저 엽기적인 엘프는 B+라 되 있었다. 데이터 상으로 보면 리아인이 별 어려움 없이 이기겠지만 아무튼 신기할 따름이었다. 바스타드를 든 엘프라.
클라리를 보니, 클라리 역시 눈을 크게 뜨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 엘프를 보고 있었다. 어쩌다가 저런 엘프가 길드 마스터가 됬지?
리아인과 그 엘프는 서로 마주보며 가볍게 인사를 했다. 엽기적인 무장과는 다르게 예의나 몸가짐은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았다. 리아인의 실력도 궁금했지만, 저 엘프가 어떤 검술을 쓸지가 지금 당장은 왠지 더 궁금해 지는 것 같았다.
깃발이 올라가고 늘 그렇듯 서로의 헛점을 찾아 둘은 서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엘프 역시 어울리지 않게 바스타드를 들고, 몸매도 그렇고 키만 아니었으면 꼭 여자가 대장간에서 아무기나 집어 들고나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둘은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 역시 바스타드를 들고 나온 엘프답게 치고 빠지고 같은 스피드 위주의 전술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엘프와 바스타드는 안어울린다니까. 리아인의 모습은 무게가 잡혀 있는게 전체적으로 검술에서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전형적인 장군의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리아인은 엘프의 바스타드를 가볍게 흘려보네며 엘프의 손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바스타드를 들고 있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생각외로 빨리 엘프는 리아인의 칼의 범위 밖으로 피했다. 바스타드는 데스나이트가 그레이트 소드와 함께 애용하는 검신이 넓고 무게도 상당한 검으로 어느정도 힘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쓰는데, 저 엘프는 아무리 봐도 힘이 그렇게 있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몇 번의 대결을 봐도 처음에 그 헨리라는 젊은 귀족이나, 검술 실력만으로는 우리마을에 쳐들어오던 녀석들 중에 가장 강했던 놈들과 실력이 비슷했으니까 그리 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술대회에 강자들만 모아놓고 보니 그 중에서 약해보인다는 것이니.
엘프 루이는 계속 리아인을 향해 공격을 했다. 하지만 리아인은 그 공격을 막아내며 한발씩 루이쪽을 향해 움직이며 틈틈히 공격을 했다. 루이의 공격은 횟수는 많았지만 그다지 위협적이거나 그런것과는 관련이 없는데 반해 리아인의 공격은 거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루이에게는 꽤 위협적인 공격을 하고 있었다.
리아인의 스타일은 티베리우스 기사단장처럼 방어 중심으로 타격을 입힌다거나 메넬리오 단장처럼 일격에 처리하기 보다는 안정감 있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서서히 몰아붙이는 형이었다. 오늘 정말 기사들의 검술 형태를 거의 종류별로 다 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 있을 때는 기사들의 검술을 보기가 거의 힘들었으므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위대하고 엽기적인 엘프 길드 마스터 루이경은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자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쭉 약하거나 비슷한 사람들과 싸웠던 관게로 자신의 검술이 거의 대부분 어느정도까지는 먹혀들어갔는데 반해, 리아인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자 그런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스타드를 아무리 유연하지만 그 무게라고는 거의 없는 듯한 몸으로 그렇게 무식하게 휘두르니. 오우거 글레이브같은 아티팩트를 하고 있지 않는 이상은 좀 무리가 클 것 같다.
엘프는 한참동안 공격을 했지만 공격이 대부분 차단 당하자 답답한 표정을 하더니 갑자기 그냥 검을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심판을 보고 손을 들었다. 항복선언. 세상에 검술대회에서 항복 선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항복 선언을 할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특히 검사들이란 존제가 워낙 자존심이 강한까닭에 항복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죽는게 났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쩝...원래 엘프는 시간적인 면이나 그런데서 참을 성이 많지 않았었나? 하지만 지금 엘프의 이 행동은 나 참을성 없어요. 하는 것과 마찮가지인데, 정말 엽기적인 엘프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사석에서 만나서 성격을 알아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 엘프 자기보다 약한 상대하고 싸울 때는 어떻게 싸울까? 그 때는 자기검술을 자신있게 사용을 할 수 있을까? 뭐 그랬으니, 16강까지 올라올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저 행동은 좀.
심판이 리아인 쪽을 향해 승리의 깃발을 들자, 다시 그 이상한 리아인의 별명을 부르며 사람들은 노란색 깃발을 흔들었다. 하늘에서 응원하는 모습만 지켜보고 있어도 상당한 구경꺼리가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8강전부터는 각 가문별로 응원대결이 펼쳐질 것 같은데 그 것 모습도 실제 검술 시합을 떠나서 상당히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심판이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오더니, 관객들을 향해 다시 마법을 사용해서 커진 목소리로 말을했다.
"후반전 4경기는 1시간 반 후 부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람하시는 시민들께서는 식사하신 후 쓰레기 처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점심시간인가? 그런데 쓰레기 처리라. 아무래도 관객들 몇만명이 쓰레기를 버리면, 청소하기가 상당히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까닭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워낙 제국법 자체가 엄격하니, 누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려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제국 검술대회 16강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 내가 출전해야 될 경기가 남았다. 이렇게 하루 시합하고, 하루 쉬고 해서 거의 일주일동안 경기를 한다던데, 내 상대는 어떤 사람들일까? 왠지 전투를 하러 나갈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분노와 증오가 전혀 없는 순수한 긴장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