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4장 제국검술대회-3(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17. AM 11:30:28·조회 3776·추천 51
"주인님아~~! 이건 내가 황궁 주방에 밤에 몰래 숨어들어가 고생고생해서 만든 클라리 특제 도시락!"
클라리는 들고온 가방에서 네모모양의 상자를 꺼내며 말을했다. 그러고 보니 도시락 준비를 하는걸 잊고 있었는데, 클라리가 미리 알고 있었다니 다행이었다. 이런면에서는 클라리도 평소와는 달리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편이었다. 클라리도 우리 일행의 식사량을 이미 알고 있는지라 도시락을 상당히 큰 상자에 많이 준비해 왔다. 역시 식충이 군단, 그런데 식충이 군단에서 한명이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일이지? 날 찾아올 사람이 있었나? 난 약간 의아함을 느끼며 문쪽으로 가서 손을 대자 들어올 때처럼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아무래도 대회 출전자가 손을 대야지만 열리는 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렇다면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은 내 허락 없이는 밖에 나가지 못한다는 말이겠군.
"란트군, 저 여기서 점심을 먹어도 되겠습니까? 물론 저희 도시락은 따로 싸왔습니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가슴부분이 내 시야를 가리며 내 머리 윗 쪽으로부터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여운 기사님 부탁해요~!네?"
그리고 그 뒤에서 들리는 여자 목소리.
식충이 군단의 나머지 맴버 리아인과 그의 애인 아렐리아 두사람이었다. 리아인은 아까 전에 보았던 그 금빛 갑옷과 망토를 벗은체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아인의 옆에 붙어서서 밝게 웃으며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렐리아, 연인 두분이서 무슨일로 여기에?.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서있자 리아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 방이나 힐튼 집안의 방이나, 저희 둘이 점심을 먹기가 분위기에는 그래서..."
리아인은 얼굴이 조금 빨갛게 되서 말을했다. 쩝, 저 사람이 방금 전까지 검을 터프하게 휘두르던 사람이 맞긴 맞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긴 별명이 친절한 황자님 이니까, 휴.
"어쩔 수 없죠. 들어오세요."
난 한숨을 쉬며 문에서 비켜섰다. 아렐리아는 도시락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자기를 들고 리아인 보다 먼저 방안쪽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리아인. 정말 이 커플, 못말린다니까. 두사람의 등장에 방안에서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차리고 있던 클라리와, 소피, 신디의 눈길이 그 두사람을 향하는 것이 보였다.
"리아인 아저씨다!"
신디는 리아인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신디 너는 나보다 리아인을 좋아했지,
리아인 역시 신디를 보며 반가운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저럴 때 리아인은 체면 같은 것을 신경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나이나 제국의 황자라는 위치에 비해서는 그 또래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아직도 순수한 면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아렐리아, 리아인 너희들이 여기에 왠일이야?"
리아인의 등장에 마냥 반가워하는 신디와는 달리 클라리는 들어오는 두사람을 향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언니, 그냥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려고 왔어. 도시락은 있으니까, 그냥 우리는 없다치고 점심을 먹으면 안돼겠어?"
아렐리아는 클라리를 보고 말로는 클라리의 의사를 묻고 있었지만 이미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침대 위 쪽으로 가서 보자기를 펴서 깐 후 도시락을 그 위에 내려 놓고 있었다.
"어휴...정말 못말린다니까? 넌 누구를 닮았니? 엄마나 옛날 주인님이나 그런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클라리는 한숨을 쉬며 그런 아렐리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리아인은 여전히 문쪽에 서서 클라리의 반응에 조금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짖고 있었다. 리아인, 여기가 무슨 연인의 비밀 데이트 장소인 줄 아는거야? 하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참기로 했다.
"언니,"
아렐리아는 아주 짧고 간단하게 클라리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옷...방금 그말은? 아렐리야 역시 말싸움의 고수였던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리의 혼잣말에 저렇게 확실한 대답을 내리다니.
"......."
말을 못 잇고 고개를 숙이는 클라리, 아렐리아와 클라리의 말싸움 대전은 동생의 승리로 끝이 났다. 내가 그 후에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아렐리아와 성격이 가장 비슷한 존재는 클라리였으니까. 피도 섞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닮을 수 있을지. 아무래도 핀누나의 숨겨진 성격이 두 명에게서 들어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아렐리아가 리아인을 향해 손짓하자 리아인은 멋적은 듯 우리 눈치를 살핀 뒤,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의 아렐리아 맞은 편에 앉았다.
난 그 쪽을 더 보고 있다가는 기분이 그다지 편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쪽을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클라리가 도시락 뚜껑을 열자 안에는 수많은 종류를 재료로 사용하여 만든 음식들이 가득했다. 정말 클라리 요리솜씨 만큼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신디는 그 요리를 보며 즐거운 탄성을 질렀다.
"잠깐, 그런데 클라리 너 요리는 누구한테 배웠어?"
그래, 계속 궁금했던 점이었다. 핀누나와 그리 자주 만난적은 없지만 핀누나가 요리하는 것을 본 기억은 없었다. 스승님과 내가 수련하던 그 오두막에 왔을 때도 핀누나가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님이 요리를 하고는 했었다.
"옛날 주인님한테..."
별 생각없이 간단히 대답하는 클라리, 난 클라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과 동시에 충격을 받았다.
"뭐? 티베리우스 단장님?!"
정말 예상 밖이었다. 클라리가 요리를 베운 것이 티베리우스 단장이었다니. 조금 친한 사이라면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니므로 그런 부탁을 하다가는 실례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그럴 수도 없고, 그런데 스승님이 요리를 배운 것도 동료한테 배웠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스승님의 동료라고 해봐야, 핀누나, 세리공주, 티베리우스 단장 그리고 엘프들 그렇게 뿐이니, 그렇다면 그 동료가 티베리우스 단장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기사단장과 요리, 왠지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요리를 하며 즐거워 하는 스승님의 표정이 티베리우스 단장이 요리를 잘한다는 사실보다 더 안 어울리는 듯 했지만.
신디는 언제나 처럼 잽싸게 도시락 통 하나를 잡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저렇게 먹는데, 아무리 어린애라지만 어떻게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난 그다지 음식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시합 때 배가 고프면 곤란할 것 같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왠만하면 보지 않으려 했지만 슬쩍 리아인 커플 쪽을 보니, 난 클라리가 그렇게 하는게 싫어서 말리는 행동을 아렐리아가 리아인에게 해주자 리아인은 아주 기분이 좋은 표정을 하며 아렐리아가 하자는 것 그대로 하고 있었다. 뭐, 음식을 풀에 싸서 먹여주는 것이라던지, 포크에 찍어서, 먹여주는 것이라던지. 정말 애도 아니고 리아인은.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제발 클라리가 저 광경을 보고 나한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사실이었다.
"주인님아~! 아! 해봐..."
하지만 내 예상대로 아렐리아와 리아인 커플의 모습을 목격한 클라리는 어느세 풀잎에 음식을 싸고 있었다. 쩝, 이번에는 그냥 곱게 먹어줘야겠다. 저항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이게 다 저놈의 리아인 때문이라고. 난 그 후로 식사를 하는동안 아렐레아가 리아인에게 그 행동을 할 때마다 클라리에게 시달려야만 했다. 왜 저녀석들을 들어오라고 했는지, 이제서야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참동안 음식과 씨름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드디어 길게만 느껴지던 식사가 끝이 났다. 음식을 먹은 건지, 안 먹은 건지 클라리 때문에 영 정신이 없었다. 아렐리아와 리아인 역시 우리가 다 먹고 나자 대충 식사가 끝난 듯 침대위에 놓여진 도시락 통을 정리하고 있었다.
"란트군, 고마웠습니다. 그럼 경기에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녀석...스트레스를 잔뜩 줘서 경기에 악영향을 끼쳐놓고는 이제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고마웠어요. 우리 언니의 귀여운 기사님, 그럼 나중에 또 봐요."
흠, 나중에 보긴 뭘 봐. 왠만하면 저 두 커플이 함께 있을 때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라도 저 커플이 빨리 방에서 나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잽싸게 문쪽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어주자 이번에도 아렐리아가 먼저 나가고 리아인은 뒤를 따라 나갔다. 난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다시 들어올까 해서 문을 급히 닫았다.
"저 녀석들 어릴 때부터 붙어다녔었어. 하지만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는데."
클라리는 아렐리아와 리아인이 나간 문쪽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옛생각이 나는 걸까? 클라리.
난 간단히 몸도 풀겸 갑옷과 검을 손질했다. 가이우스가 준 정보표에 따르면 내 상대는 허글한스 바바리안 B+클래스였다. 지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빠르게 끝을 내느냐가 문제였다. 어찌됬건 내 응원을 해줄 관객은 없을 테니. 뭐 서비스 차원에서 쑈를 해줄 필요도 없었으므로 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내 경기를 보기 위해 이 경기장에 온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모두 특별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므로, 일반 관중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클라리와 소피가 대충 빈 도시락을 정리하고 나도 갑옷과 검을 대충 손질이 끝날 무렵에 점심시간이 끝이나고 후반전이 시작되려고 하는 듯 했다. 신디는 밥을 먹고나자 잠이 오는 듯 리아인과 아렐리아가 점심을 먹었던 침대위로 올라가서 누웠다. 어린 여자애에게는 그다지 재미도 없을 테고, 그다지 정신건강상 좋은 광경은 아니었기에 차라리 저렇게 자는 것이 더 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팔 소리가 경기장 가득 울려퍼지며 심판이 다시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경기장 가운데에 도착한 싶판은 관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후반전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제 5조 출전자는 준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전 대회에는 준결승에 올랐던 세인트 황태자 전하!"
그런데 리아인 때와 다르게 황태자 녀석에 대해서는 노란색 깃발이 별로 많이 펄럭이지 않았다. 쩝, 저녀석도 인기가 별로 없나보네. 하지만 드문 드문 응원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황태잔데, 관객들도 너무 심했다. 조금 안타까웠던 점은 응원하는 사람들의 수가 워낙 작아서 황태자의 별명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태자는 응원을 하든 말든 그 사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리아인과 비슷한 장비를 한체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왔다.
"상대는 작년 대회 8강에 진입한 북부 수비대 기사, 카렌 비아니스 경!"
카렌 비아니스, 메넬리오 대장의 딸인가? 이름을 보니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로 녹색 사자 깃발 아래의 방에서 여자용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녹색 망토를 두른 여기사가 한명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왔다. 톱시드에 없어서 몰랐는데. 가이우스가 준 분석표에 따르면 황태자는 A-클래스. 저 여자는 B+클래스 였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클레스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아도 황태자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사가 걸어나오자 오히려 황태자보다 더 많은 응원이 관객들로 부터 들려왔다.
"The Green Hind of North! 카렌! The Green Hind of North! 카렌!"
북쪽의 초록 암사슴 쩝, 응원하는 사람들 중 남자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 것으로 볼 때 아무래도 고정적인 팬 클럽이 있는 것 같다. 투구 때문에 얼굴을 잘 볼 수는 없었지만 투구 밑으로 주황빛 머리결이 조금 삐져 나와 있었다. 딸도 기사라, 정말 메넬리오 수비대장도 좀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보니 얼굴도 예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메넬리오 수비대장 역시 그렇게 못생긴 얼굴은 아니니까.
심판이 들고 있던 깃발이 올라가고 시합이 시작되었다. 모든 면에서 황태자가 월등할 것 같은데 카렌 저 여기사는 어떻게 해결을 할지. 너무 쉽게 지면 저 많은 팬들이 실망할지도 모르는데, 아니 이럴경우는 실력보다 외모를 중실할 가능성이 높으니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무슨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황태자 저 녀석의 검술실력을 분석해야 할 마당에.
지금까지 대체로 약자가 먼저 공격을 들어갔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황태자가 먼저 몸을 움직였다. 허리 쪽을 노리고 들어간 황태자의 공격을 카렌이란 기사는 간신히 피했다. 막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이번 공격은 막지 않은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 같았다. 힘과 무게의 차이가 월등한 이번 같은 시합에서 방금처럼 속도까지 들어간 공격을 무리하게 막는다면 검을 떨어트리기가 쉬웠다.
공격의 실패로 조금 틈이난 황태자의 어깨부근을 노리고 카렌이란 여기사는 검을 내찔렀지만 약간 몸을 틀며 신속하게 회수한 황태자의 칼에 막혔다. 역시 아무리 보아도 여기사가 너무 불리했다. 키는 별로 모자라지 않지만 다른 신체적인 조건에서 확실하게 차이가 났다. 게다가 똑 같이 풀플레이트를 입고 있으니, 스피드를 이용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사끼리의 싸움에서는 거의 대부분 힘과 약간의 기술력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내 지론처럼.
황태자의 몇번의 공격이 계속되자 여기사는 서서히 뒷걸음질을 하고 있었다. 리아인과 싸울 때 엘프의 상황과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사는 무리하게 승부를 하기 보다는 신중히 방어중심으로 행동을 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 뿐. 그런데 공격을 하던 황태자가 잠시 발을 헛디딘듯 중심이 흔들리는 것 같이 보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기사는 검을 황태자의 허리 쪽으로 휘둘렀지만 황태자는 언제 그랬냐는듯 순식간에 정상적인 자세를 취하며 여기사의 칼을 쳐냈다. 그리고 그 충격에 검을 회수 하지 못한 여기사의 목에 황태자가 검을 대었다. 리아인이, 황태자가 A+클래스하고 싸워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고 했던게 저런 이유였었나? 상대방의 심리를 읽고 약간의 틈을 뚫어내는 조심해야 될 것 같다. 나중에 시합에서 만나게 된다면, 특히, 이번 시합과 같은 경우에는 저 여기사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대결을 해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아니면 다른 쪽으로 인연이 있을지도 모른다.
황태자가 승리를 하자 초록색 깃발을 들고 응원하던 사람들이 '우'하는 야유를 보냈지만 황태자가 고개를 그 쪽으로 돌리자 쥐죽은듯 조용해 졌다. 쩝, 무슨 연극배우도 아니고 여기사한테 팬들이라. 정말. 카렌은 조용히 손을들어 패배를 시인하며 투구를 벗어 허리에 찼다. 그리고는 황태자에게 작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뒤 녹색 깃발이 있는 방으로 돌아갔다. 얼핏 옆모습만 봤지만 매일 수행하느라 고생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여리게 생겼다. 주황색 곱슬머리가 내려와 갑옷 근처에서 조금 하늘 거렸다. 그런데 저게 어떻게 투구속에 다들어갈까, 그런 의문을 가지며 난 그 여기사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왜 어디서 본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옆모습만 보아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어디서 본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어찌됬껀 얼굴을 보니 응원단이 생길만도 하긴 하다. 저렇게 생긴 여자가 왜 하필 여기사를, 황제도 그냥 보면 검의 검자도 모를 것 같이 생겼었으니 그리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었다. 계속 그 여기사를 쳐다보고 있는데, 클라리가 갑자기 손등을 꼬집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이놈의 검이, 내가 클라리를 노려보자 클라리는 자기가 안한 것 같이 딴청을 부렸다. 정말 못살겠다.
황태자는 조용히 자신의 검을 검집에 꽂은체 썰렁한 분위기의 경기장을 여전히 별 표정없이 가로질러 노란색 깃발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 후 열광적이었던 그 전의 분위기와는 무척이나 대조적인 기운이 잠시동안 경기장을 감돌았다. 모두가 황태자 저녀석의 공이지.
그럼 다음은 가이우스의 차례인가? 다시 심판이 경기장의 썰렁한 분위기를 깨트리며, 가운데로 들어와 이전처럼 출전자들을 소개했다.
"제 6조 출전자는 작년대회 4강 가이우스 폰 힐튼 경."
가이우스는 푸른 독수리 깃발 아래 방에서 걸어나왔다. 아까 헤어질 때처럼 여전히 풀플레이트에 푸른 빛의 망토만 두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Gold Hawk! 가이우스! Gold Hawk! 가이우스."
금빛 매, 저 집안 상징은 독수리가 아니었나? 왠 매? 독수리나 매나 비슷하긴 하지만 어쩌다가 저런 별명이 붙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티베리우스 단장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환호를 하며 푸른색 깃발이 경기장에서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응원단에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가이우스가 잘생기긴 잘생겼지. 그런데 신기한 점은 가이우스는 풀플레이트를 입고도 투구를 쓰지 않고 출전을 했다는 점이었이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
가이우스의 엘프들의 것과 같은 금빛의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꼈다. 저러면 나중에 싸울때 불편하지 않을까? 뭐, 내가 걱정할 필요없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황태자와 더불어 제국의 두뇌라 불리는 사람이니까.
"상대는 올해 첫출전을 한 헤리탄!"
심판의 소개와 함께 모험가 복장을 한 검은 빛 머리의 검사가 경기장 한 쪽에서 걸어나왔다. 가이우스는 자기가 평가한 거에 따르면 A-클래스, 저 헤리탄이란 검사는 B클래스 였다. B클래스라 지금까지 중에 제일 약한 것 같다. 물론 변수란게 있지만 지금까지 가이우스가 준 정보가 대부분 맞았다는 것을 살펴볼 때, 이번에도 가이우스의 승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합에서 내가 출전을 해야 하는데 잘 될런지. 수백명이 있는 적진 한가운데로 쳐들어 갈 때도 이렇게 긴장 된적이 없었지만, 지금의 내 마음을 내가 이해를 못할 것 같다.
가이우스, 확실히 이중인격의 컨트롤을 자유자재로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간단히 이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화려한 검술을 선보이며 헤리탄인가하는 불쌍한 모험가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기를 노린듯한, 밤의 인격의 이성적인 계산과 낮의 인격의 단순한 감정이 합쳐진 결과인 것 같다. 아무래도 투구를 쓰지않았던 것도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홍보 효과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검술로 한참동안 그 불쌍한 모험가의 온몸에 힘을 빼놓은 가이우스는 강력한 마무리 공격으로 모험가의 검을 두동강으로 만들어 버렸다. 헤리탄이란 모험가는 아까운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잡으며, 오른쪽 손을 들어 패배를 시인했다. 그 모험가는 전반전의 그 레인져처럼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고 순순히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지만 아까운 듯한 표정은 풀지 않았다. 아무래도 모험가이다보니, 돈이 궁하겠지. 그리고 딱 보기에도 가난한 모험가인 듯한 표시가 나는 듯 했다.
가이우스는 경기장 가운데서 관객들을 향해 한 검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곧 이어서 들리는 수많은 여성들의 응원소리.
"Gold Hawk! 가이우스! Gold Hawk! 가이우스!"
가이우스는 환호성을 받으며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푸른색 독수리 밑으로 걸어갔다.
쩝, 아무리 보아도 정치적이며 선전적 성격이 강하게 담긴 듯한, 쑈맨쉽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이성적인 행동이었다. 잠깐, 이제 내차례잖아.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다. 아이고 맙소사. 조금 혼란스런 마음이 드는 나와는 달리 심판관은 역시 전처럼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와서는 관객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제 7조 출전자는 올해 첫줄전한 남파나단 자치령주 란트 크리센 공!"
난 투명한 벽 가에 있는 문을 열고 경기장 가운데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인님아~! 살살해야돼. 너무 무리하지 말고!"
클라리는 밖으로 나고 있는 나를 향해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 너 밖에 없다. 그런데 경기장 관중석 쪽에서 약간의 수근거림이 들렸다. 일반 평민들은 내가 피의 전사란건 모를테고 남파나단 자치령주가 자기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서 그런것 같다고 생각을 한 까닭이란 추측이 들었다. 아무튼 난 경기장 가운데서서 클라리를 뽑아 들었다. 오후의 햇빛이 클라리에게 반사되어 맑은 흰색의 검광을 내었다.
"상대는 올해 첫출전자 허글한스 바바리안."
바바리안, 북동부의 야만인들의 전사들이 쓰는 성이다. 실제로 보는건 처음인데 어떻게 생겻을지 궁금하다. 경기장 한쪽에서 문이 천천히 열리며, 거대한 도끼를 양손에 든 오우거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나왔다. 온몸에 문신을 한게 꼭 나 바보요.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쩝.쩝 내가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특별한 것이 없을 것 같다. 오우거보다 덩치도 작고, 힘도 약하게 보이니다. 오우거 다섯마리하고 대련해서도 진적이 없는데, 저정도야. 갑자기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녀석의 덩치가 내 덩치의 다섯배 정도 되니까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냥 빨리 처리하고 돌아가야지. 그런데 눈빛이 전사라기에는 괭장히 좋지 않았다. 왠지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우리마을 근처에서 봤다면 반드시 목숨을 빼앗아 버렸을 놈이다. 하지만 여기선 죽일 수는 없겠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감추어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어쩔 수 없는 내 본성이었으므로.
"애송이!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렴. 그 여자 같은 몸집으로 검을 들기나 하겠냐."
그 녀석은 꼭 어린애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을 했다. 하긴 어린애는 어린애지. 그 어린애가 살인을 1년동안 밥먹는 횟수와 비슷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난 한심한 눈으로 녀석을 쳐다볼 뿐이었다. 정말 보기만 해도 재수가 없게 생긴 놈이군. 적당히 손을 봐줘야 할 것 같다. 아니, 최소한 저런 녀석은 육체적 타격 보다는 건방진 자존심을 꺾어주는게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녀석이 가운데로 걸어온 후, 심판은 깃발을 들었다. 시작이다!
난 녀석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재빠르게 녀석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분명히 내 예상이 맞다면 녀석은 오우거 보다 힘도 약하고 느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녀석이 예상도 못하도록 순식간에 검 끝을 녀석의 목에다 댔다. 휴 생각했던 데로 빨리 끝났군.. 잠깐 이 살기는 난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살기에 녀석의 목에서 검을 회수하고 옆으로 피했다. 내가 녀석의 목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던 곳에는 녀석의 큰 도끼에 의해 깊은 자국이 파여져 있었다.
관중석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 내귀에도 들어왔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방심을 하고 있었는데, 조금만 살기를 늦게 느꼈더라면. 저 정도 공격을 직격으로 받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잠깐 이건 반칙이 아닌가? 저 녀석 무슨 생각이야? 난 잠시 떨어져서 난 녀석을 쳐다보았다. 녀석은 안그래도 찌그러진 얼굴을 더욱더 찌푸러뜨리며 화난 얼굴로 씩씩 거리고 있었다. 산다는 것에 대한 애착이 그다지 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저런 녀석의 도끼에 죽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었다.
잠시후 예상했던 것 처럼, 경기장 가에서 문이 열리며 기사들이 뛰어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나서 순식간에 그 녀석 주위를 둘러싸서 포위하는 것이 보였다. 전반전에 그 레인져 때 처럼 한 기사가 그 녀석을 보며 외쳤다.
"제국 특별법 제 18조 5항에 의거 제국 검술대회 위반, 위반 정도 특으로 즉결처형을 집행하는 바이다!"
잠깐. 건방지게 내게 도전을 한, 내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 비유가 좀 심했나? 아무튼 스트레스 해소거리를 다른 녀석에게 놓칠 수는 없었다.
"잠깐! 이건 내 시합이다. 승부는 아직끝나지 않았으므로 자치령주의 직권으로 요구하는 바이니, 저 녀석의 처형권을 나에게 이양하도록!"
급한 마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소리가 크게 나와 버렸다. 쩝, 관중석까지 다 들리겠군...자치령주의 권위는 일반 제국 법보다 상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제가 직접 명하지 않는 이상 자치령주는 제국의 법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웠다. 황궁에서 가이우스로부터 거의 하룻밤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치령주의 권한이나 위치, 의무같은 것을 들었는데 모르면 바보지.
아무튼 저 녀석은 내가 죽여야 할 것 같다. 요즘에는 저런 눈빛을 가진 녀석들을 죽이고 싶어도 죽이지 못해 얼마나 짜증났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여러가지 면에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을 들은 기사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포위를 조금 풀고 뒤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창 끝은 여전히 그 사악한 눈빛의 허글한스란 녀석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도 상황도 이해를 하지 못했는지 인상을 쓴체 여전히 도끼를 들고 날 노려볼 뿐이었다. 바보는 바보였던가?
난 검을 양손으로 쥐고 오랫만에 잠시 사라졌던 살의를 마음 속에서 다시 느끼며 녀석을 향해 움직였다. 녀석 역시 내 쪽을 향해 달려 오며 양손으로 그 큰 도끼를 휘둘렀다. 위에서 양 어깨 쪽으로 들어오는 도끼를 몸을 약간 숙여 피한 뒤 그대로 달려가던 내 속도에 녀석의 속도를 더해 녀석의 목을 베어 버렸다. 목 두께하고 뼈 굵기가 괭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무슨 훈련같은 것을 해서 뼈를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까닭에 한번에 목을 배기 위해서 조금 무리를 한 까닭인지 손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옷을 보니, 다행히 피가 묻지는 않았군. 흰 옷은 이래 저래 신경쓰이는 점이 조금 귀찮았다. 색은 마음에 들지만. 주위에서 여전히 녀석을 향해 창끝을 겨누고 있던 기사들이나 관중들이나 황당한 듯 잠시동안 적막에 휩싸였다. 검으로 사람 목을 단 한방에 베어 내는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게다가 난 몸집도 작고 몸무게도 작으므로 여러가지 면에서 분리했다. 하지만 나도 내 몸집에 비해서 힘은 자신 있었다. 게다가 녀석이 속도까지 보태어줬으니까. 그리고 바위까지 절단을 하는 클라리 성능이 좋은 것에도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잠깐 동안의 침묵이 끝나고 갑자기 관중석에서 부터 열광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구했는지 갑자기 관중들이 흰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흰 깃발이 아닌 흰 천이었다. 남자들 윗 속옷, 티셔츠, 땀 닦는 수건, 햇빛 가리는 수건. 쩝, 내가 보기에도 낮뜨겁군. 어찌됬건 환호는 환호였다. 아까까지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그나마 다행일까?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환호가 생기는 것일까? 방금전의 행동이 그렇게 대단한 것 였나? 그 여자 엘프하고 레니안인가 하는 녀석하고 싸우는 모습이 더 멋있었는데. 그 때는 이렇게 환호를 하지 않았었다.
"The Pure Knight of Lily! 란트! The Pure Knight of Lily! 란트!"
뭐? 고결한 백합의 기사? 설마, 내 별명이 저럴리가? 내 별명은 'The Mad Warrior of Blood' 피의 광전사, 이것이었다. 정반대인 고결한 백합의 기사라니?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았다.
갑자기 주위에 있던 기사들이 내 주위에 둥글게 서서 창을 위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책에서 읽어 봤던 기사들이 존경의 표시를 할 때 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거 왜이래? 난 오로지 평소에 하던, 쩝 최근 일년동안은 안했었다. 그리고 평소에 하던 하니까 조금 이상하지만..아무튼 별 생각없는 행동이었는데,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기사들을 쳐다보자 아까 제국법을 말하던 그 기사가 앞으로 걸어오더니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비겁한 술수에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적에게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죽음을 피하게 하고 깨끗하게 끝을 맺게 한 그 정신에 대해 저희 기사들은 존경의 예를 표합니다.!"
그게 그렇게 되는 거였나? 정말, 모를일이라니까? 난 혹시 내가 녀석을 죽인게 제국 법에 걸려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쩔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 정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어버리는 것 같다. 이럴 때는 답례를 해야 할테지 아마도, 나도 기사들처럼 피가 묻은 클라리를 위쪽으로 높이 들었다. 정말, 진짜 쑈한 꼴이 되버렸군. 별로 이런걸 원하지 않는데. 어 휴, 어찌 됬건 다음 시합부터는 응원단이 생기려나? 설마 이틀만에 무리를 해서 깃발을 만들어 오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검을 내리자 기사들 역시 창을 내리고 다시 질서 정연하게 자신들이 들어왔던 문으로 빠져나갔다.
"The Pure Knight of Lily! 란트! The Pure Knight of Lily! 란트!"
여전히 관중들은 열광을 하고 있었다. 정말 기사들이 나간 뒤, 난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별명을 들으며, 내 방으로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클라리가 그 전에 전혀 볼 수 없었던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주인님! 정말 대단해! 기사들한테 존경의 예까지 받다니. 옛날 주인님도 몇 번 받아보지 못한 괭장한 영광인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 였나? 정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도대체 내 의도에는 아무런 관계없이 자신들 마음대로 해석을 하다니 정말 모를 일이었다.
소피는 구석에서 눈에 눈물이 가득차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소피도 우는 일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소피가 우는 것을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소피..? 왜 무슨 일 있어?"
난 갑작스러운 소피의 행동에 조금 걱정이 되서 소피에게 물음을 던졌다.
"저 걱정했었어요. 란트군에게 무슨..일이..생...길까..."
소피는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더듬 거리며 말을했다. 걱정이라, 그런데 무슨 걱정? 정말 엘프의 마음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따. 하지만 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네서 소피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어찌됬건 누가 우는 걸 보는 건 마음이 아프니까. 그리고 내 생각을 해줬는데..고마운 것도 있었고.
"주인님아! 그리고 'The Pure Knight of Lily', 고결한 백합의 기사. 정말 멋진 별명이야! 이제 주인님도 검술대회의 인기 인물 중 한사람이 되겠는데?"
소피와 다르게 클라리는 기분이 좋은듯 방을 방방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클라리가 그렇게 시끄럽게 떠드는데도 불구하고 신디는 침대위에서 꿋꿋하게 자고 있었다.
난 긴장 때문에 피곤해진 몸을 소파에 기다며 다음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 바바리안인가 하는 녀석 시체가 워낙 커서 치우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경기장이 대충 정리가 되고 다시 심판이 가운데로 걸어나왔다.
"약간의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경기가 조금 지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훌륭한 행동을 보여주신 란트 크리센 영주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뭐야 심판까지. 쩝, 정말 특별히 한일도 없이. 휴...모를 일이라니까? 아무튼 심판의 이야기가 끝나자. 다시 관중들이 환호를 하며 흰 천들을 흔들어 됬다. 관중들의 열기 때문에 심판이 한동안 경기 진행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쩝, 관중들의 열기가 조금 가라 앉은 후에야 다시 심판이 입을 열었다.
"다음 경기, 마지막 8조의 출전자는 준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전 대회 4강 진출자 성기사 제 2군단 군단장 클라우디우스 폰 힐튼 경!"
드디어 그 망할 녀석의 차례였다. 그럼, 8강에서 저녀석하고 싸운다는 말이야? 잘됬군 확실하게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데 저녀석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하는 의문이 들어 가이우스가 준 자료를 뒤져보았다. A+클래스, 메넬리오 기사단장하고 맞먹는수준 이었다.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군. 이번 시합은 특별히 주의깊게 지켜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보라색에 독수리 문장이 그려진 방에서 걸어나왔다. 정말 신기한 녀석이라니까, 아무리 가족들하고 사이가 안좋아도 꼭 저렇게 따른 방을 해야 하나? 아무튼 녀석은 풀플레이트의 특성처럼 번쩍 거리는 하지만 검은빛이 약간 나는 풀플레이트 갑옷에 보라색 망토를 두른뒤 쓰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생각 외로 나름대로 많은 수의 보랏색 깃발들이 휘날렸다.
"클라우디우스! Dark Eagle! 클라우디우스! Dark Eagle!"
저녀석의 상징은 보라색인데, 왜, 별명이 다크 이글이지? 하긴 주는 분위기가 생긴거와 다르게 어두침침한게 좀 그러니까 그렇겠지, 그리고 갑옷도 그렇고. 그런데도 인기가 좋다? 황태자만 불쌍하군. 황태자 녀석은 겉으로는 차가운 것 말고는 분위기는 괜찮고 실력도 좋은데, 쩝, 그런데 왜 내가 그 재수 없는 녀석 걱정을 해주는 거야?
"상대는 대회 첫 출전을 하신 아리 반 리투안 공주님!"
하, 아까 황제와 같이 내릴 때, 갑옷차림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예상했던 것 처럼, 공주 역시 출전을 했었다.실력은 B+클래스, 클라우 녀석과 실력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 같다. 공주도 처음부터 상대가 너무 잘못 걸렸다는 생각. 하지만 그래도 자기 엄마를 닮아서 검술실력은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다. B+클래스면 어느 나라에서 장군직을 맡아도 모자라지 않는 검술실력 이니까.
공주는 검은빛 머리를 찰랑이며 아까 보았듯이 금빛 하프플레이트, 그리고 움직임에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얇은 노란색 망토를 두르고 걸어 나왔다. 관중석에서 노란색 깃발들이 휘날리며 관중들이 열광을 하기 시작했다. 공주란건 원래 뭇 남자들의 동경을 받으며, 인기가 있는 위치였다. 거기에다 황제를 닮아 얼굴도 예쁘니까 인기가 없을리 만무하지.
"Black Rose! Princess! Black Rose! Princess!"
흑장미, 흠, 저 별명은 아무래도 머릿색 때문인 것 같은데. 흑장미 공주라. 쩝, 같은 검은 빛 머리를 가진 황제의 별명은 뭔지 궁금했다. 그걸 알려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최종 결승전은 일주일 뒤에나 있으므로.
공주는 자신의 레이피어를 빼들었다. 풀플레이트를 상대하는데 레이피어라, 하긴 롱소드를 사용하면 파워가 밀리는 공주는 더 불리할지도 모르겠다. 그 카렌이란 여기사의 예에서도 들어났듯이. 아무래도 공주로써는 적당히 스피드를 활용해서 기회를 엿보는게 최상의 방법일 것 같다.
클라리를 슬쩍 보니, 클라우 녀석을 봐도 별 표정의 변화 없이 조용히 경기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음을 어느정도 정리를 한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다시 심판의 깃발이 올라가고 16강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다.
클라우 녀석도 검집에서 자신의 칼을 뽑았다. 검신자체가 보랏색., 보랏색 금속이 있었었나? 아무래도 마검이나 정령검인 것 같은데, 자세히보니, 아무래도 마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썩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 그렇다고 사악하다거나 그런 기운은 아니었다. 좀 우울한 기분의 검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공주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클라우 그 녀석을 보고 있었다. 쩝, 저 공주는 왜 저러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합이 무서워서 그런 것은 톱시드도 아니고 예선을 통과해서 이곳까지 올라왔으므로 아닐 것이다. 어쨌든 공주는 레이피어를 들고 전반전에 그 여자 엘프 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빠른 움직임으로 클라우 녀석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클라우 녀석은 아무 표정없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공주의 움직임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기회를 노리던 공주는 자신의 그 검은 머릿결을 휘날리며 클라우 녀석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공주의 행동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아무 표정이나 행동 없이 서있는 클라우, 꼭 검은색 동상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공주의 검이 클라우 녀석에게 거의 다가갔을 때, 가만히 있었던 클라우가 움직였다. 한손으로는 검을 들고 있는체로 왼팔의 갑옷으로만 공주의 레이피어 검신의 옆부분을 쳐버렸다. 저녀석, 그래도 꽤 곱상하게 생긴것하고는 다르게 무식하군.
그 타격에 공주의 검은 공주의 손에서 벗어나 멀리 날아가 버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 방법에 당한 공주는 손이 아픈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황태자에게 뭐라말하며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헛 저공주 왜 우는 거야? 황제를 닮았으면 절대 울지 않을 스타일텐데. 클라우 녀석이 좀 무식하게 하긴 했었고, 나역시 클라우 녀석이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싸우다가 그러는 것은 아무리 공주라도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던 관중석에서 노란깃발을 든 사람들이 클라우를 보며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쩝, 원래 공주가 야유를 받아야 하는게 아닌가? 싸우다 주저 앉아서 울다니.
공주는 어떤행동을 해도 허용된다. 그런건가? 그런데 공주가 울면서 뭐라 말하는 거지? 왠지 호기심이 갔다. 훔훔, 이럴 때 쓰는 마법이 있었지.
"eavesdropping(엿듣다)"
난 공주와 클라우 녀석이 있는 경기장 쪽으로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들리는 공주의 목소리.
".....흑....흑.....클라우 오빠...너무해...그냥 좋게 끝낼 수도 이...있으면서...흑...."
그래 분명히 곱게 끝낼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경기에서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 그런 것이 무서우면 출전을 안해야지. 그런데 저런 마음으로 예선전은 어떻게 통과했지? 공주라고 사람들이 봐주지도 않았을 것 같고, 하긴 지금 관중들의 상태를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지만, 솔직히 공주라고 예선전에서 봐주고 말고 하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 만큼 제국검술대회 본선 출전자격은 괭장히 그 자신에게 귀중한 것이기 때문에.
무심한 클라우 녀석은 공주가 우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으이구, 예전에 클라리가 그랬을 때도 저랬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역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확실히 8강전에서 정신을 차리게 해줘야 되겠구만.
"흑....오빠는...내...마음...도...몰라..주고....클라리...사람...도...아닌...그...검..생각 밖에..안하고....흑...."
그런데 갑자기 진행이 왜 이렇게 되는 거야? 혹시 클라리가 들은건 아니겠지? 난 조금 걱정이 되서 클라리 쪽을 보니 다행히 모르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별 관심없는 지루한 표정을 하고 있을뿐인 클라리, 확실히 클라우에 대한 것은 정리를 한 것 같다. 아니, 그냥 아닌척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흑...나도....흑.....오빠....사랑...한...단...말이..야..."
뭐야? 이건, 고백인가? 쩝, 공주가 클라우 녀석을 짝사랑하는 듯한데 어쩐지 무도회에서 춤을 안추고 있는다 했더니. 그런데 보통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반응이 있어야 되는게 아닌가? 클라우 저 녀석은 그말을 듣고도 여전히 별 표정없이 서있었다. 심판관은 곤란한 표정으로 멀찍히서 공주를 보고 있었다. 뭐, 어짜피 마지막 시합인데. 관중들이 지겨우면 알아서 가겠지. 하지만 관중들의 분위기를 보니 갈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번...흑....대회....출전...해서...오빠...앞에...서면...흑...조금...이라도..관심을...가져 줄...줄 알았는데...흑...언제나...나한텐...차갑게...하고...."
불쌍한 공주, 세상에 공주가 짝사랑을 한다니, 보통 뭇 남자들이 공주를 짝사랑하는게 정상적인 스토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흐르자 노란색 깃발 밑 문이 열리고 리아인이 공주를 향해 달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리아인은 평소의 그 온화한 표정이 아닌 상당히 화가난 표정이었다. 세상에 리아인이 저런 표정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생각밖이었다. 생전 화도 내지 않을 것 같던 리아인었는데, 하긴 동생이 울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오빠가 어디 있겠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한명 있었다. 황태자 녀석...
"이 자식! 도데체 무슨 짓을 한거야! 이건 도저히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있어야지! 최소한 달래주는 것 정도는 해줄수 있잖아!"
리아인의 외침...너무나 큰 소리에 순간적으로 도청 마법이 풀릴 뻔 했다. 헛 리아인의 분노에 찬 외침 이 후, 관중들의 클라우를 향한 야유소리가 더 커지고 있었다. 처음에 클라우를 응원했던 사람들 말고는 모두 다 흥분을 한 분위기. 그리고 클라우를 응원하던 사람들은 야유는 하지 않았지만 기운이 팍 죽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경기장을 향해 달려오던 리아인은 자신의 검집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결투신청이다! 클라우디우스! 너도 남자라면 칼을 뽑아라!"
하지만 클라우 그 녀석은 리아인을 보며 비웃는 듯한 차가운 웃음을 한번 보내고는 리아인의 말을 무시한체 돌아서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녀석, 정말 원래부터 안 좋아 했지만, 더 싫어 지는 것 같다. 그런데 흥분한 나머지 칼을 들고 클라우 녀석의 뒤를 쫓아 달려가려는 리아인의 다리를 아리공주가 잡았다.
"리 오빠....흑..클라우 오빠한테...그러지마.....흑....."
사랑이 뭔지. 쩝, 한참동안이나 경기장 가운데 서서 화를 내던 리아인은 클라우 녀석을 향해 뽑았던 자신의 칼로 경기장 바닥을 내려쳤다. 그러자 검의 길이에 비해 엄청난 크기의 검자국이 바닥에 나는 것이 보였다. 거의 땅이 반으로 갈라져 버린 듯한 느낌, 리아인 경기 때 느꼈던 것보다 실력이 더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정도의 검기를 만들어낼 수준이라면, 아니, 분노를 한 까닭에 자신의 잠재된 힘이 쏟아져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클라우 그 녀석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뒤에도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경기장안에 서있던 리아인은 조금 시간히 지난 후, 마음이 진정이 된 듯, 여전히 울고 있는 공주를 한팔에 안아 든체 노란색 깃발 밑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주인님아. 왜 이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뭐 공주가 우는 모습은 처음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아리공주 보다는 내가 더 예쁘지 않아?"
"........"
방금 전까지 경기장 내의 심각한 분위기에 빠져있었던 나는 클라리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뭐,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것은 다행이라고 밖에 할 수 없지만 뒷부분의 말이 상당히 걸리적 거렸다. 솔직히 예쁘기야. 클라리가 더 예쁘긴 하지만, 아무래도 공주는 공주란 이름이 주는 뭔가 다른 게 있었따.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뒷꽁무늬 쫓아 다니는 취미는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공주가 우는 모습을 보고 클라리가 그 아픈 사건을 떠올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냥 아닌척 참고 있는게 아니라면 좋을텐데.
리아인이 공주와 함께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심판이 다시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나왔다.
"그럼 8강출전자이며, 차기 대회 톱시드 배정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티베리우스 폰 힐튼 성기사 단장님!"
심판이 이름을 말하자. 푸른 깃발 밑에서 티베리우스 단장이 다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러자 경기때처럼 푸른 깃발이 관중들 사이에서 출렁이며 블루이글을 외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기가 정말 대단했다. 과연 내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다음은 이자벨 수니아양!"
낮에 나름데로 멋진 경기를 보여줬던 엘프가 자신의 방에서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와 티베리우스 단장 옆에 섰다. 하지만 뭐 관중들이 특별히 환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관객들 중에 틈틈히 엘프들의 모습도 보였지만 내가 알고 있는한 엘프들이 뭐, 응원을 한다거나 하는 것을 즐기지는 않으니까.
"세번째로 메넬리오 비아니스 북부수비대장!"
다시 열광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투구를 벗어서 주름진 얼굴에 백발의 머릿결이 나타났지만 당당한 자세로 그는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왔다. 그 역시 제국에서 제일 위험한 곳, 솔직히 피투안국의 상태로 볼 때는 별로 위험하지 않지만, 아무튼 제국민들이 볼 때는 그 위험요소로부터 확실한 방패막이 역할을 맡고 있었다.
"네번째는 리아인 슈타이튼 황자전하!"
물결치는 노란색 깃발.....걸어나오는 리아인의 표정은 아까 그 사건 때문인지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절한 황자님이란 별명은 기분이 별로인 리아인에게 할말은 아니지만 내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 주기는 여전히 충분했다. 경기장 가운데에 도착한 리아인은 메넬리오대장의 옆에 섰다. 메넬리오 대장이 리아인의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기분을 풀어주려는 의도였으리라. 쩝.
"다섯번째는 세인트 반 리투안 황태자 전하!"
리아인이 나올 때 휘날리던 노란색 깃발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쩝, 불쌍한 녀석, 하지만 황태자는 응원 같은 것에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아닌 경우를 나는 본적이 있긴 있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평소에 하고 있던 냉소를 띄우고 있는 표정 그대로 리아인의 옆에 섰다.
"여섯번째는 가이우스 폰 힐튼 경!"
다시 수 많은 여성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금빛 매 가이우스는 자기의 방에서 걸어나와 자신의 숙적 황태자 옆에 섰다. 그러고 보니 8강에서는 가이우스하고 황태자하고 싸우겠군. 라이벌끼리의 싸움이라. 왠지 명승부가 기대되었다. 경기장 가운대에 서있는 여섯사람의 모습을 보니 정말 그림이 되었다. 각자 나름대로 멋이 있는데다. 여섯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이나 기운은 겉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다음은 내 차례군. 나갈 준비를 해 볼까?
"일곱번째는 16강전의 영웅! The Pure Knight of Lily! 남파나단 자치령주 란트 크리센공!"
헛, 거창한 소개군. 행운이라고 해야하나? 이런 대우를 내가 받게 되다니. 난 천천히 경기장으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이 울림은 정말 엄청난 환호였다. 세상에! 평소에 적으로부터 별의별 욕과 저주는 많이 들어봤어도 내게 이렇게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다니. 관중석에는 어느세 흰색물결로 가득 차있었다. 중요한건, 그 흰색 물결의 주체가 여전히 깃발이 아니라는 점이지만. 어찌됬건 앞으로 일방적인 응원공세에 희생 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난 익숙치 않은 환호를 받으며 천천히 가이우스 옆에섰다. 한참동안의 환호성이 가라앉은 뒤에야 마지막 그 뭐 같은 놈의 이름이 불리었다.
"마지막 8강전 출전자는 클라우디우스 폰 힐튼경."
심판은 그 전에 사람들 소개할 때처럼 열정적이지 않은 책을 읽는듯 어조의 변화 없는 목소리로 클라우 그 녀석을 불렀다. 아까 그 사건 때문인가? 그 녀석은 그 소리를 듣고 보랏색 깃발 밑에서 걸어나왔다. 그순간 또 다시 관중들의 야유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 녀석은 졸지에 황태자보다 더 불쌍한 녀석이 되버렸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핏 스친 나를 향한 눈빛에서 증오와 질투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녀석, 내일 시합에서 완전히 이성을 잃고 광전사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조금 되었다. 난 녀석의 상태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시적으로 방어마법을 몇 개 외웠지만 다행히 녀석은 내 옆에선 뒤에 특별히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여러분들! 8강 진출자들에게 승리의 환호를 보내 주십시오."
심판의 목소리와 함께 8강에 진출한 가문들의 색깔들이 경기장 곳곳에 뒤섞여 나타났다. 정말 엄청난 인원수가 만들어낸 멋진 광경이었다. 경기장에 온 관중들에게 창하나씩만 들려서 전쟁터로 그냥 보내도 작은 영지하나 점령은 식은죽 먹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만큼 엄청난 인원 수 였으니까.
"그럼 8강전 모레에 열릴 경기에 다시 뵙겠습니다."
심핀의 인사가 끝이 나도 한참동안이나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고작 16강전이 끝났는데도 이렇는데 나중에 결승전이 끝이나 우승자가 결정이되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가 서서히 경기장 벽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환호를 받으며 사건도 많았던 제국 검술대회 첫날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