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4장 제국 검술대회-6(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17. AM 11:44:01·조회 2747·추천 54
에피소드 23 제국 검술 대회 (6)



"주인님아! 쇼핑가자!"

".......피곤해......"

며칠간에 피로가 누적된 까닭에 몸상태가 말이아니라는 핑계아래,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의 휴식이었다. 뭐 오래간만이라고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쨌든 최근에 심하게 체력소모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날 가만히 두지 못하고, 밖으로 끌고나가려고 하는 클라리와 한참동안 투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 얼굴 알려져서 나가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귀찮아."

끌려가기 싫은 마음에, 이상한 핑계를 대었다. 솔직히 며칠간의 검술 대회를 통해서 얼굴이 알려져 봤자, 얼마나 알려졌겠냐마는 핑계로 만들면 안될게 뭐 있을까?

"그럼 여자 옷 입고 나가면 되잖아."

클라리의 황당한 말에 잠시 난 말을 할 수 없었다. 세상에,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렇게 뻔뻔스럽게 말을 하다니.

"방금 전의 그 말은 못들은 걸로 하지."

이놈의 클라리가 이제 노골적으로 열을 채우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요즘에 스트레스 받아 죽겠는데, 난 클라리가 서있는 곳의 반대쪽으로 돌아누워버렸다. 피곤한 것도 피곤한 것이지만, 내일은 두시합을 해야 한다구. 4강전과 준결승전, 뭐, 내가 꼭 준결승에 나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체력을 보충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시락도 만들어주고, 머리끈도 만들어 줬는데 주인님이 그럴 수 있어?"

돌아 누워 있었던 까닭에 클라리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등을 향해 엄청난 공격이 들어왔다. 꼬집기, 주먹, 뭐, 중요한 사실은 그 공격들이 그다지 아프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꿋꿋이 그 공격을 버텨내고 있자. 잠시 후에는 클라리의 힘이 섞인 마법의 기운까지 날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뭐, 따끔따끔하는 정도의 마법이였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꽤 심한 충격을 입혔을지도 모르지만 마법사에게는 자기가 원치않던 원하던 상관없이, 저절로 마법 저항력이 어느 정도 생긴 까닭에 지금 클라리의 마법 공격정도는 무시를 해도 괜찮았다.

"으앙! 주인님 너무해.....흑...."

한동안 내 등에 힘을 쏟아 붙던 클라리는 침대에 걸터 앉아 울기 시작했다. 하, 이번만은 울어도 소용없어. 좀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버티도록 해야할 것 같다. 그렇게 한참동안 울어도 내가 반응이 없자. 클라리는 울음을 그치더니 갑자기 일어서서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문여는 소리가 들리고, 어디론가 밖으로 가버리는 것이었다.

흐,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그런데 클라리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나저나 클라리는 어디로 가버렸지? 하지만 잠시후 갑자기 문여는 소리가 다시 들리더니, 누군가 뛰어들어왔다. 발소리를 들어보니 클라리인 것 같은데.

"주인님아! "

역시, 클라리 목소리, 뭐 때문에 밖에 나갔다 온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왜?"

난 무의식적으로 클라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입속으로 들어밀어 졌고 그 직후, 어떤 액체가 입속으로 흘러들어왔다. 흑, 이 냄세는 술인데 클라리 지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엄청난 양의 술이 목으로 흘러들어간 후에야, 난 간신히 병을 밀쳐냈다. 글너데 클라리가 갑자기 두명으로 보이는게.

"뭐...뭐......야...클라...."

점점, 사라지는 의식....





"으....여...긴....?"

머리가 찌뿌둥한게 조금 이상했다. 전에 느꼈던 술에 대한 후유증인듯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별로 익숙치 않는 낯설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지?

"주인님아, 깼어?"

클라리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래 클라리가 억지로 술을 먹이고 의식이 사라졌었지.

"여, 여긴 어디야?"

"황성밖이야.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네? 저녁이 되지도 않았는데, 술이 조금 약했었나?"

윽, 얄미운 클라리. 결국에는 날 성밖으로 끌고 나왔구나. 그런데 어떻게 날 들고 왔지? 하긴 나도 그렇게 무거운건 아니니까, 클라리가 등에 엎고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정신을 추스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잠깐. 입고 있는 이 옷은? 하늘색 원피스?헉, 또 여자 옷을 입고 있었다.

"클라리!"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술을 먹고난 뒤, 변하는 여자 목소리. 으악!

"주인님아. 이왕 이렇게 됬으니까, 그냥 같이 쇼핑하자. 응?"

클라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배시시 웃으며 내 팔을 잡고 옆에 섰다. 정말 이 놈의 클라리, 확 바닷속에다 던져 버리고 올까? 너무 기가 차서 아무런 행동을 할 수도 없었다.

"와! 주인님아, 전에도 느꼈던 점이지만, 이런 차림을 하고 화내고 있으면, 정말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

이게, 정말 갈수록! 이 꼴로 황성 경비대를 통과해서 황궁으로 들어갈수도 없고, 남자옷을 아무거나 사서, 갈아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그리고 몇번 당하다 보니, 이제 화보다는 솔직히 당황스러움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쩝, 아는 사람만 만나지 않으면 되지않을까 하는 자포자기 적인 심정도 들었다. 정말, 백합의 기사 응원단들이 고결한 백합의 기사께서 여장이나 하고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면, 폭동을 일으키 지 않을까?

"클라리, 너 나중에 두고 보자. 검신을 통체로 화장실 똥통 속에 던져버릴꺼야."

내말을 들은 클라리는 클라리는 내 쪽을 쳐다보며 전에 처음으로 여장을 강제로 당했을 때처럼 손가락 하나를 세워 내 입에 대며 말을 했다. 꼭 엄마가 자기 딸한테 하는 식으로.

"주인님아.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그런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으면 안되요. 예쁜 아가씨는 예쁘고 고운말만 해야 하는 거랍니다."

"이..이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라 만들어.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을 진정시키며 생각을 했다. 계속 이렇게 클라리가 의도하는대로 끌려다니는 더 화나는 일만 생기게 될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일, 그냥 조용히 따라 다니는 것이 화날 일도 적게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도 참 많이 좋아졌다니까. 예전 같았으면 아마 주위에 수 없이 칼질을 하고도 남았을 일이지만, 휴, 혹시 여장에 서서히 적응이 되어 가는것 아닐까? 설마, 그럴리가. 아니겠지.

그런데 난 왜이렇게 술에 약한지. 아직 어려서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 마을 사람들 중 아무도 날 16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로 내가 어리다는 생각을 그다지 하지 않고 살아 왔는데, 요즘은 가끔씩 내 나이에 대해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된다.

이런저런 딴 생각을 하는 동안, 황제와 며칠 전에 와본적이 있는 시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두번째 보는 것이지만, 정말 괭장한 규모의 시장이었다. 상업국가 리투안, 리투안을 제일 처음 나라로 만들었을 때는 상인연합체였다고 했다. 영주와 국왕들의 과중한 세금을 파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상인들이 모여서 자신들만의 나라를 세웠고, 처음에 수도로 삼았던 곳이 바로 아렐리아가 시장으로 있는 리투니아, 그 곳이었다고 책에서 읽었다. 뭐, 그 뒤에 상징적인 권력일 뿐이었던 왕권을 강화시키고 영토를 넓히고, 리투안의 긴 역사가 이어지지만, 지금같이 내 정신이 내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는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 가는 거야?"

난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목로리로 클라리를 향해 말을했다.

뭐, 클라리가 쇼핑을 워낙 좋아하니까 시장으로 오는 것이 당연했지만, 오늘도 아무 목적없이 구경만 하는 것이라면 사양하고 싶었다.

"뭐? 아...바느질 도구를 살거야. 계속 빌려서 쓰기도 그렇고, 본격적으로 연습을 해야지."

클라리는 의욕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을했다. 그럼, 그렇다고 진작에 말을하지. 그렇다면 별말없이 따라 나와 줬을 텐데. 그리고 그랬으면 이런 여장 같은것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클라리, 정말.

휴, 이제 그럼 나도 바느질 임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최근이 되서야 산 옷을 입고 다니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대체로 내가 옷을 만들어 입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지만, 바느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한 곳에 너무 집중을 해야 하는게 검술 훈련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지만 왠지 피곤했다.

클라리에게 이번에도 거의 끌려서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걸어갔다. 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옷가게를 되도록 빨리 찾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보이는 옷가게들 마다 왜 문을 닫고 있는 거지? 단체로 쉬는 날인가? 설마 열려있는 옷가게 하나 없을까? 아, 그러고 보니 제단사들이 모두 깃발을 만드는데, 투입이 됬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런건가? 으, 이러면 곤란한데.

그런데 길을 걸어가는데, 왠지 거북한 뭇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기분나빠, 길을 갈 때마다 근처에 있던 남자들이 한 번씩 우리쪽을 쳐다보는 것이, 쩝, 정말 미치겠군.

아무튼 여러가지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며 한참을 걸어가자.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클라리가 가게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가게의 한쪽 벽에는 색색깔의 옷감이 가득 차있었고, 한 곳에는 온갓 종류의 바늘과 실, 그리고 그 밖에 다양한 바느질 용구의 모습이 보였다. 그 중 바느질 세트라 적혀 있는 바구니를 보니, 여러 종류의 바늘이 한 곳에 길이별로 정리가 되어있었다. 이게 다 바느질 할 때 필요한 바늘인가? 난 바늘 하나가지고 다 처리하곤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생각 외로 가게안에는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예쁜 아가씨들 뭐 찾으세요?"

예쁜 아가씨들, 휴. 구석에 서서 이것 저것 정리를 하던 가게 아줌마가 우리의 존재를 눈치를 챘는지,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 아줌마의 앞치마에는 온갖 종류의 실뭉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바느질 용구 세트를 사려구요. 아직 바느질을 잘 못하는데 저 한테 좋은게 없을까요?"

클라리, 역시 장사꾼들과 대화하는 기술은 언제나 봐도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바가지를 뒤집어 쓰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은 티입이었다.

"그 쪽의 갈색머리 아가씨는? 뭐 필요한거 없으세요?"

갑지가 날 쳐다보며 물음을 던지는 아줌마, 난 바늘 하나면 충분하다고요.

"아, 전 별로."

아무리 들어도 내 목소리라는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 목소리, 거참 내가 들어도 너무 가냘픈목소리였다. 윽, 짜증나.

아무튼 그 가게 아줌마는 한 쪽 구석으로 가더니, 어떤 바구니를 꺼냈다. 다른 바구니보다 골무의 숫자가 많고, 바늘 구멍도 상당히 크게 되어있는 바늘이 꽂혀져 있었다. 역시 초보용 반짓고리인가? 그런데 솔직히 반짓고리라기에는 너무 화려했다. 바늘하고, 골무같은게 저렇게 예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클라리는 내 생각과는 달리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아주머니, 너무 예쁘네요. 저 이걸로 할게요. 얼마에요?"

그 아줌마가 골라준 그 반짓고리를 들고 기뻐하는 클라리, 이래서 여자란 이해를 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됬건 사소한 일에 감동을 많이 받는다는 그 책의 말이 사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20트립인데 예쁜 아가씨에게는 특별히! 16트립으로 해드릴께요."

흠, 금화 하나에 은화 두개, 휴. 돈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내 돈도 아닌데 내가 뭐라할 건 없지만.

물건이 마음에 들었는지, 클라리는 별다른 주저 없이 선뜻 금화 한개와 은화 두개를 꺼내서그 가게 아줌마에게 내 주었다. 흠, 원하면 바늘이야. 내가 칼로 다듬어서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쩝 그러고 보니, 자기 몸으로 바늘을 만들면 좀 그렇긴 그렇겠다. 게다가 클라리가 장사꾼들의 주특기인 아부 작전에 조금 넘어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을 쉬며 창밖에 보니, 건너편에 무기 가게가 보였다. 흠, 클라리 말고도  여자 옷차림으로도 쉽게 쓸 수 있는 작은 숏소드나 나이프 같은 것도 하나 사둬야 될 것 같았다. 솔직히 사람들이 나란 존재를 모를 때도 아니고, 클라리가 워낙 특색이 있는 검이니, 다른 사람들이 알아 보기에도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리, 여기서 구경좀 하고 있다가 나중에 건너편에 무기가게로 와, 나 이 옷차림으로 쓸 수 있는 무기 하나 사려고 그래."

"응...주...?"

클라리는 말을 하려다가 가게아줌마가 있는 것을 보고 말을 멈췄다. 흠, 하긴 여자가 여자보고 주인님이라 하는건 좀 그러니까. 그리고 '응, 주인님아'라는 말투 자체에 문제가 있긴 있었다. 난 클라리 가까이가서 귀에다 입을 대고 말을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발꿈치를 들어야 한다는 역시 이놈의 키가 문제라니까.

"여자 옷차림일 때,  그냥 미카라고 불러, 돌아가선 엄마 이름이야."

"응, 주인..아니 미카."

다행히 가게 아줌마는 우리들의 대화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클라리의 어정쩡한 호칭역시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난 무의식적으로 목걸이를 만져보니, 클라리가 안전히 걸려 있었다. 평소에는 축소시켜서 매달고 다니는데, 틈틈히 확인을 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했다. 난 가게 문을 열고 나와 맞은 편의 무기가게를 향해 걸어 갔다. 허릿춤을 만져보니 돈주머니가 안전하게 달려 있는게 옷만 갈아입혀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그런데 술에 취해 뻗어 있는 사람 옷을 갈아입히기 힘들 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뭐 클라리의 힘이 워낙 좋으니까. 가능하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돈주머니, 황제가 자치령주 급료라고 준 것이다. 제국은 전시가 아닐 경우에는 특별히 일반 가난한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자금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상단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운영을 하고, 남는 여유분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직위의 상하에 따라 분배를 해준다고 했다. 그 덕택에 제국 서열 5위인 나도 이번에 무려 금화 3000개를 받았다. 무려 30000트립이었다. 골드화로 환산하면 90000골드, 물론 지금 그걸 다 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주머니 여섯개에 50개식 300개만 들고 있었다. 나머지는 제국에서 운영하는 은행이라는 돈을 맡겨두는 곳에 넣어놨다. 그리고나서 무슨 종이를 받았는데, 그 종이와 신분 증명만 있으면 제국의 상관이 있는 곳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돈을 찾을 수 있다고 했었다.

어쨌든 예전의 나한테 제일 처음 매겨진 현상금이, 10만 골드 였었는데, 최종적으로는 1000만 골드에 이르렀지만. 아무튼 9만 골드는 내가 만져본 금액 중에는 거의 최고였다. 뭐, 마을 창고에 보관중인 잡다한 전리품들과 보석들을 다 팔면, 꽤 돈이 나오겠지만 그 보석은 마을에서 급히 필요한 물건을 밖에서 사올 때에만 사용을 했다.

휴, 이정도 돈을 막 나눠줄 수 있을 정도면, 제국이 버는 수익이 얼마란 말인지. 그리고 국가가 상단을 운영한다고 민간 상단을 억압하지도 않았다. 상단 운영 수입금의 약 이십분의 일만 세금으로 지불하면, 국제적인 교역에서는 오히려 국가가 지원까지 해준다고 했다. 정말 대단해. 그리고 더 괭장한건 재산 조사를 해서 일정 금액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 재산에 따라 많은 세금을 매겨 버려서, 지나치게 재산이 급증 하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그리고 화려한 차림을 하고 다닌다 생각이 들면 재산관련 세무 조사가 그 사람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까달에 그다지 화려한 차림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기야 난 뭐 별로 걱정할 것도 없겠지. 난 재산이라곤. 낡은 오두막집 하나 밖에 없으니.

아무튼 금화 300개를 몇개의 주머니로 나눠서 허리에 두르고 있다고 생각해 보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생전에 돈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으니까, 아니 없다고 하기는 좀 그렇다. 언제나 내 목에 영지 하나를 살 정도의 엄청난 금액이 걸려 있었으므로.

별로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려니 무기점을 향해 걸어가기가 조금 힘들었다. 힘을 조금 줘서 사람들을 밀쳐내고, 사람들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와 거리 맞은편의 무기가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무기가게 안에는 평화로운 시절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활발한 이 도시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가게 주인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저기.....흠.."

내가 헛 기침 소리를 몇번 하자 가게 주인은 그제서야 눈을 뜨고 날 쳐다보았다.

"무슨일이요?"

아무래도..여자가 무기가게에는 무슨 일로 왔냐는 듯 하는 말인데, 정말, 제국 검술대회 4강 진출자가 무기가게에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니. 이놈의 얼굴이 문제라니까.

"저, 쓸만한 무기를 사려구요."

뭐, 황제보고 하나 달라고 해도 되지만, 왠지 그 쪽에는 별로 빚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을에서 전리품 중에 하나 골라 오는 건데, 마을을 떠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거기 있는 것 중에 하나 골라가슈. 돈은 필요 없으니."

귀찮은 뭐 보듯 하는 말투로 말을했다. 상당히 기분이 나쁜데, 좀 장난 쳐볼까? 흠.아무래도 여자로 보이는듯 하니. 힘으로 검을 휘어버리면 이상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마법으로 어떻게 해야 될 것 같다. 난 무기들 중 만만해 보이는 숏소드 하나를 꺼내 들었다. 흠, 그다지 질은 나쁘지 않군. 하지만 장난을 칠 대상으로는 충분했다.

"프리징!"

일단 얼려버리고.

"크래쉬!"

파쇄, 아무리 간단한 마법이라도 이 정도면 왠만한 검이 아니면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마법에 부서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를 가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검의 재질이 미스릴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뭐, 그정도야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해서 골탕을 먹여야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검이 부서지는 소리가 컸다.

"무슨 검이 마법 저항력이 이렇게 없지? 공격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했었는데, 이랬다가는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기도 전에 검이 부러져 버리겠어. 어떻게 하지? 요즘 시대에 마법 지팡이 같은건 없을텐데, 걱정이야."

쓸 때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끌어드려서 말을 했다. 으, 신경써서 여자말투로 말하려는 것도 상당히 무리가 있다. 정말 유명인사가 되버리지만 않았어도 이럴 필요는 없을 텐데, 아무튼 검이 가루로 되서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광경을 목격한 이 가게의 주인 아저씨는 놀란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제는 제대로 상대를 해주겠지?

"아가씨, 마법사였소?"

"네, 왜 그러세요?"

역시 기대했던데로 반응이 왔다. 그런데 왜 저 아저씨가 이렇게 반가운 표정을하는 거야? 저놈의 아저씨가 무슨 마법사한테 받을게 있나?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정말 잘 오셨소. 잘됬군요. 잘됬어! 정말 잘됬어!잠시만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흠. 난 약간 관심을 기울어달라고 했을 뿐이었는데, 생각 외의 반응을 무기 가게 주인은 보여주고 있었다. 나이도 그런데로 많아 보이는데 다리나 허리가 삐끗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가게주인은 엄청난 속도로 가게를 가로질러 가게 안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후 무슨 길다란 헝겁에 싸여져 있는 물체를 들고 나왔다. 뭐, 괜찮은 검이라도 주려고 그러나? 그런데 그 아저씨가 헝겁을 벗기자 나오는 것은 정말 뜻 밖의 물건이었다. 바로 아까 내가 농담처럼 말을 했던 그 마법의 지팡이였다. 흰 나무 막대기 끝에 하늘빛 둥근 보석이 달려져 있는 마법의 지팡이는 그 나름대로 약하게나마 마나를 조금씩 뿜어내고 있었다.  마법길드가 봉인된 이후로는 마법의 지팡이는 거의 없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무기가게의 주인이 마법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일까?

"아까 마법의 지팡이가 필요하다고 했죠, 이거 아가씨가 가저가시구려."

아저씨는 자신이 들고 있던 마법의 지팡이를 갑자기 나한테 주었다. 갑자기 이 아저씨가 왜 이러지?

"아저씨. 가격은?"

이번엔 오히려 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 아저씨를 쳐다보며 말을했다.

"아니, 필요 없소,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할 것군요. 요즘에 이 놈의 마법의 지팡이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 지팡이는 예전에 저희 어머니께서 쓰시던 마법의 지팡이지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돌아 가신 후 제가 보관을 해왔었는데, 최근에 매일 밤 꿈 속에 나타나서 어머니가 왜 마법의 지팡이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 주지 않고 너가 계속 가지고 있지 않냐고 호통을 치시는게 아니겠소? 물론 아가씨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요즘에 마법사가 흔치 않잖소. 그렇다고 고귀하신 황실 마법사 옐로우 로즈 님을 만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까 졸고 있던 것도 어제 그 꿈 때문에 잠을 설쳐서 그런 것이었소. 아무튼 고맙소. 오늘부터는 잠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리고 아가씨 무기가 필요하다고 했었죠? 저기 저 쪽 찬장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일급품들이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아무거나 골라가세요. 물론 돈은 받지 않겠소."

뭐야, 이 장편의 스토리는. 그러고 보니 옛날 책에 마법의 지팡이를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 그 소유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한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설마 그것 때문일까? 흠, 그나저나 마법의 지팡이라, 클라리 때문에 술마시고 나와서 좋지 않은 일만 생길 줄 알았는데 정말 뜻밖의 행운이었다. 휴, 이게 있으면 무기는 별 필요가 없겠군. 난 가게안에서 지팡이를 몇번 휘휘 휘둘러봤다. 직접 타격 무기로 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건, 좀 심했나? 그리고 내가 마나를 살짝 지팡이에 넣자 밝게 빛이 났다. 진짜 마법의 지팡이였다. 그것도 내게 딱 맞는 빙계계통의 지팡이.

"아저씨 고마워요. 이건 사례금이에요. 그 귀한 것을 그냥 받을 순 없어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마법사로서의 자존심은 있으니까요."

으, 마음에 안드는 내 말투, 하지만 어쩌랴? 지금 이 상황에서. 그리고 좋은 걸 받았는데, 이 사람이 황제와 같이 세계 제일의 부자도 아니고, 공짜로 받기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유품이라면, 소중한물건 이었을텐데, 아마 그래서 그 귀한 마법의 지팡이를 팔거나 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난 허릿춤에 차고 있는 작은 돈주머니 중에 하나를 풀어서 놓아주었다. 금화 50개가 들어있는. 솔직히 마법의 지팡이에 금화 50개면 절대로 아까운 것이 아니었다. 옛날에 마법의 지팡이가 흔하던 시절에도 마법사 길드에서 지팡이를 하나 만드려면 금화 70개는 기본으로 들었다고 하던 것을 어디서 읽었던 기억이 났다. 아마 핀누나가 준 책에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난 돈주머니를 주자마자 가게 밖을 향해 걸어나왔다. 혹시, 다시 돌려달라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문을 열고 있는데. 뒤쪽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500트립! 세상에 이렇게 많은 돈을, 그런데 아까 부터 궁금했는데, 아가씨 마법은 어디서 배우셨소?"

난 문을 열며 뒤쪽을 보고 말을했다. 그런데는 왜 관심을? 사실대로 말해볼까?

"아까 아저씨가 말했던 옐로우 로즈 핀 프리안느께서 제 스승님이세요."

다시 한번 놀라는 소리. 엄연한 사실을 말했을 뿐. 난 아무죄가 없다구요. 그리고 난 여러가지 일로 얼이 빠져 있는 그 아저씨를 뒤에 둔체, 가게 밖으로 걸어 나왔다. 뭐. 지팡이는 두팔로 곱게 감싸안고..쓰지 않을 때는 이것도 목걸이에 걸어두면 되지만 새로 내 소유가 된 기념으로 왠지 안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어린애긴 어린인 것일까?

'쿵'

컥, 뭐하고 부딪친거야? 고개를 들어서 위를 쳐다보니, 인상을 쓰고 있는 험악한 얼굴. 윽, 이번에도 건달들이냐? 저런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 이상은 못되는 놈들이 이 수도에는 왜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는 이놈의 건달들은 처리 안하고 뭐하는 것인지. 다른 어려운 일은 다 쉽게 해결하면서, 그런데 잠깐! 그러고 보니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여자애 옷에다가 현재 겉모습으로는 아무 힘도 없는 것 처럼 보일 것이다.  읏, 이 녀석들이 시비를 걸기에는 딱 좋은 상태였다..

"어이 아가씨, 조심을 해야지."

역시, 전형적인 이야기의 스토리되로 되어가는 듯했다. 이 녀석들은 조금이나마 상대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은 전혀 없는건지 모르겠다. 항상 자기보다 강한 사람한테 깔보고 덤벼들다가 호되게 당하곤 하니. 그리고 검술실력은 모른다고 해도, 하다 못해 마법사의 지팡이를 들고 다닐 정도면 마법사라는건 알고 있어야 되는게 아니었나? 하긴 그 정도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 건달을 안하겠지만.

이번에는 검을 뽑을 수도 없고 마법을 쓰기에는 주위에 사람들이 너무 많고, 어떻게 한다?

에이 모르겠다. 난 고개를 숙인체 이상황에서 적당한 마법을 생각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흠. 조금 공간을 마련해 볼까? 바로 붙어서 마법을 쓰면, 내게도 반발력이 작용하니까. 난 조금씩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꼭 모양새가 저 녀석들이 무서워서 뒤로 피하는 것 같이 되어버렸다. 뭐 지금은 여자로 보일테니까. 내 행동이 그리 욕먹을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보인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빴다.

흠, 이번에도 저번과 같이 아이스 볼트를 약화시킨걸로 해결을 해야지.

"아이스..."

그런데 마법을 쓰려는 순간, 갑자기 내 머리 위로 뭔가 훌쩍 뛰어넘어와서 녀석들과 내 사이로 뛰어들었다.

"제국법이 두렵지 않는가 보군. 전에 내가 직접 경고까지 했었을 텐데.  감히 대낮 길거리에서 아녀자를 희롱하려 하다니."

내 앞에 뒤어든 사람은 황궁의 근위대와 비슷한 가벼운 옷차림에 망토만 두른 기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옷 색깔이 노란색에 가깝다는 정도? 그런데 이 싸늘한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뒷모습만 봐서는 아직 잘모르겠다.

"으악! The Cold Prince 세인트 황태자!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내 앞에 서있던  건달들은 그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무릎을 꿇었다. 콜드 프린스?  황태자? 설마 아니겠지. 녀석이 저런 정의의 사도와 같은 행동을 할리는 없었는데, 그나저나 황태자 저 녀석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길레, 저 건달들이 저렇게 녀석을 두려워 하는거지?.

"총리대신 친위 제1 소대! 녀석들을 모조리 체포해라! 죄목은 절도와 강도, 그리고 부녀자 납치, 살인미수."

총리대신, 윽. 역시 황태자였다. 황태자 녀석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내 뒷쪽으로부터 기사 복장을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우루루 나타나 그 건달 녀석들을 둘러싸는 것이 보였다.  

"미카양, 괜찮으십니까?"

내 앞을 가로막고 서있던, 녀석이 날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물었다. 그런데 황태자 저 녀석 왜 내가 여장을하고 있을 때만 골라서, 나타나는 거냐구. 그 것도 우연히. 그런데 갑자기 왜이렇게 어지럽지, 술기운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ㄴ......ㅏ.........



으, 머리야. 그런데 내가 왜 눞여진 자세로 있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아까 황태자 녀석 때문에 기절을 했지 .그런데, 누워 있는데 뭔가 등이 허전한 것이 어색했다. 잠깐, 윽! 황태자 녀석이 등과 부분과 다리 부분을 받쳐들고, 꼭 결혼식날 남편이 자기 아내들 들고 옮기는 의식의 그 것 처럼, 날 들고 있었다. 그리고 최악인건 바로 내 눈 앞에 황태자 녀석의 얼굴이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돌겠군, 난 황태자 녀석이 내가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전에 눈을 감았다. 난 그다지 저 녀석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일단, 클라리 한테 메세지마법으로 상황전달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해결을 해줄 수 있는 존재는 정말 안타깝게도 클라리 뿐이므로.

'클라리, 내 목소리 들려?'

아! 그런데 지팡이는? 휴, 다행히 떨어트리거나 하지 않고, 아까 쓰러지기 전 그대로 마법의 지팡이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래도 금화 50개나 주고 구한건데.

'응, 주인님아, 그런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거야? 혹시 길잃어버렸어?'

그런데 메세지 마법은 특별히 클라리한테는 더 잘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메세지 마법에도 범위 같은 것이 있었음에도 클라리 같은 경우에는  왠만큼 멀리 떨어져도 메세지 마법을 보내는데 그다지 제약 같은 것이 없었다.

'황태자 녀석한테 걸렸어. 그런데 황태자 녀석이 아무래도 내가 여자일때 모습 좋아하는것 같아. 아이고 머리야..지금도 황태자 한테 들려진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다 너 때문이야. 어쨌든 클라리 빨리! 도와줘!.'

내가 이런 부탁을 해야 하나? 정말 좋은 일이 한번 생겼다고 하면, 바로 이어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난 운이 지지리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어디쯤이야?'

'나도 모르겠는데, 잠시만 기다려봐.'

어쩔수 없이 눈을 떠서 황태자 녀석에게 물어봐야겠군. 난 살며시 눈을 떠서 보기 싫은 황태자 녀석을 되도록 안보기위해 노렸했다. 하지만 이렇게 황태자 녀석에게 들려있는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안보려고해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난 되도록 황태자에게서 시선을 멀리 돌려 주위를 둘러보며 위치 파악을 위해 노력했다.

"미카양, 괜찮으십니까?"

이 녀석은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미카로 변했을 때는 괭장히 다정한 말투로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처음에 워낙 나쁜이미지가 박혀서 그런지 아무리 다정하게 해도 처음의 그 이미지가 잘  지워지지 않았다. .

"아, 네. 괜찮아요. 아저씨. 아니, 총리대신 아저씨. 그런데 어디로 가고 있는 거에요?"

"그냥 세인트라고 불르셔도 됩니다. 미카양. 그리고 지금 바닷가 근처 성벽으로 가고 있습니다. 거기서 보는 석양은 정말 아름답죠."

이녀석, 도대체 기절한 사람을 데리고 어디를 가고 있었던 거야?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까. 그러고 보니 아까 총리대신 친위 1소대라는 그 기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 근처 성벽으로 가고 있단다. 클라리, 빨리 와.'

'알았어. 바닷가 성벽이라고 했지? 대충 어딘지 알 것 같아. 지금 곧 갈게.'

"그런데 아저씨, 아니 세인트님 저 좀 내려 주시면 안되요? 이제 괜찮아요."

그래, 이눔아. 언제까지 잡고 있을꺼냐? 정말 닭살 돋아 죽겠다구. 휴, 역시 상당히 조심스럽게 날 내려주는 황태자. 이 녀석 분명히 이상한 취양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좀 여자같이 생겼긴, 윽,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아무튼 남자답게 생기진 않았어도 도저히 여성적 매력이라고는 볼 수 없는 내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면, 틀림이 없었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것에 따르면, 이런 스타일의 사람을 뭐라고 하더라? 로리타 증후군 이라고 했었나? 음...모르겠다. 어찌됬건, 제발 갑자기 덥쳐서 키스 같은 것은 안했으면 좋겠는데, 남자하고 키스하는건 절대 싫다! 여러가지 잡스러운 생각을 지우며 난 지팡이로 지탱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지팡이, 혹시 미카양 마법사이셨습니까?"

"네. 그런데 왜요?"

황태자 녀석, 역시 그 건달들처럼 바보는 아니었다. 첫눈에 마법사의 지팡이를 알아보다니..

그런데 혹시 내가 란트라는 것을 눈치를 챈 것은 아닐까? 제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난 떨리는 마음으로 황태자를 쳐다 보았다.

'주인님아, 그런데 내가 가더라도 어떻게 주인님을 황태자한테 때어네?'

갑자기 클라리에게 들려오는 메세지,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머지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이 녀석을 어떻게 떨쳐내지? 아무래도 전에 썼던 수법은 두번다시 통할 것 같지는 않고.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

이번에도 거의 황태자에게 끌려서, 성벽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몸에 힘이 없어서 저항도 못하겠고, 정말.

"아닙니다. 제가 아는 사람중에서도 마법을 잘쓰는 사람이 있는데, 많이 닮은 것 같아서, 혹시 란트 크리센이라고 아십니까?"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 같았다. 휴, 이 상황에서 아니라고 잡아때면 더 의심할 것 같고, 아! 그래.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동생이라고 하면 되겠다. 흠, 저 녀석이 아무리 정보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내 가족관계까지 정확히 알 수 없겠지. 어찌됬건 도박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래나 저래나 들키면 망신 당하는 건 마찮가지니까.

"세인트님, 우리오빠를 아세요? 아! 아저씨가 진짜 총리대신이라고 하셨었죠. 우리오빠도 무슨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하던데."

난 그 말을 해놓고 황태자의 눈치를 살폈다. 녀석 눈치를 챈건 아니겠지, 한참동안 날 쳐다보던 황태자는 입을 열었다. 불안해.

"네, 그런데로 잘 알고 있습니다. 남파나단 자치령주 란트 크리센공을 말씀하시는 거죠?"

말투를 보니 확실히 눈치를 챈것 같지는 않다. 아니, 혹시 날 망신 주길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밀고 나가야지.

"그럼 그 때, 황궁에 오신건 미카양의 오라버님의 일 때문이셨군요."

황태자 녀석, 왠지 기운이 없어 보인다. 설마 내가 내 동생이라는 것, 흠 이렇게 말하니 조금어감이 이상하군. 정확히는 미카가 내 동생이라는 사실에 대해 상당히 당황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어릴 때 헤어졌었는데, 폐하가 도움을 주셔서 다시 만날 수 있게됬어요. 오빠도 죽었는줄 알았는데, 이렇게 찾게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난 안나오는 눈물을 쥐어짜서, 눈에 물이 살짝 고이게 하는 클라리 주특기를 도용했다. 이럴 땐 정말 클라리의 행동을 구경해 뒀던게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그래 이제서야 탈출 방법이 생각이 났다! 바로! 그 방법이 있었군.

'클라리, 탈출할 방법 생각해 뒀어. 내가 아니, 3인칭으로 말해야 되겠군. 미카가 란트의 동생이라고 황태자에게 했으니까. 네가 나타내서 날 찾으러 다닌 것 같이 황태자 앞에서 행동을 하면돼. 대충 눈치로 내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 되고 알겠지?'

'후, 알았어. 주인님아. 요즘엔 책만 안고 살더니, 이제 작가를 해도 되겠다. 그래.'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정말 술 방어 마법 같은건 없는지 한번 쯤 연구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와 클라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알리가 없는 황태자는 내 연기에 무엇인가 심각한 표정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전 몰랐습니다."

황태자의 표정을 보니 매우 심각한게, 쩝, 거짓말을 한다는 죄책감이 더욱더 크게 드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난 황태자에게 거의 들려서 성벽 위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성벽위로 올라가자. 성벽 너머로 눈 앞에 주황빛으로 물든 바다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이곳입니다. 전에 보여드렸던 그 투명한 벽의 정원 다음으로 제가 많이 찾는 곳입니다."

황태자 녀석,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더 감성적인 면이 꽤 있는 것 같았다. 으, 그런데 평소의 저녀석을 보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구. 그런데 정말 풍경은 멋있긴 멋있었다. 주황빛으로 물든 바다. 어떻게 보면 금빛같기도 하고, 하긴 선원 경험이 있던 마을 사람들이 흔히들 부르는 노래의 제목이 '포세 트립톤의 석양' 이었으니까.

"와, 예쁘네요."

이번 말은 내 의식과 아무런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말이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말을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자애의 말투로, 헉! 설머 점점 여성화 되가는건 아닐까? 으, 생긴 것이 이런 것도 마음에 안드는데, 성격마저 그렇게 되면, 윽. 세상 살기가 싫어진다.

'주인님, 기운이 점점 가까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까 다 와가는 것 같은데, 아! 성벽위에 서있는게 보여.'

'제발, 빨리 좀 와줘.'

클라리, 이 상황에서는 너 밖에 희망이 없다구. 내 동생이라고 사기를 쳤는데 마법으로 바다에 빠트려 버리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내 자신이었다. 황태자 모욕 죄라던지. 아까 보았듯폭행, 상해, 불법적 마법사용이라던지. 죄목이야 만들어내면 낼 수록 많았다.

"아. 이렇게 있으면 안되는데, 클라리 언니가 날 찾고 있을텐데."

난 왠지 다급한 목소리로 황태자가 들리도록 말을했다. 클라리 언니, 언니라. 내가 정말 진짜.

"무슨일 있으십니까? 미카양."

황태자는 상당히 부드럽게 말을 했다. 정말 안어울려.

"오빠 몰래 클라리 언니하고 밖에 쇼핑나왔었는데요. 저가 갑자기 없어져서. 지금쯤 클라리 언니가 절 찾고 있을텐데. 아! 연락하는 방법이 있었지."

난 정말, 클라리에게 배운 연기실력의 엄청난 향상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이런 짓을 해야 될 줄 한달 전까지 전혀 예상조차 못했었다. 난 마법의 지팡이 실험도 해볼겸 지팡이를 높이 들고 하늘을 향해 빛을 쏘아 올려 보냈다. 왜냐? 갑자기 클라리가 나타나면, 황태자가 의심을 할테니까.

역시, 마법의 지팡이를 사용하니까 마법의 제어가 괭장히 부드럽게 잘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때, 조금씩 느껴지는 부담감도 거의 없어지고, 역시 마법의 지팡이가 좋긴 좋다니까.

"그런데 이전부터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미카양께서는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황태자, 정말 이렇게 사람차별을 해도 되는거야? 란트로 있을 때는 그렇게 뭐같이 대하더니. 란트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카에게는 왜 이렇게 잘해주는지.

"원래는 수도에서 좀 떨어진 숲에서 혼자 마법수련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제 오빠를 만났으니까. 오빠 마을로 갈꺼에요."

휴, 정말 내가 클라리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카! 거기 있었어?"

이 목소리는 클라리! 휴, 드디어 왔구나.

"클라리 언니! 여기야! 많이 찾았지? 갑자기 길거리에서 쓰러져 버려서. 걱징 하게 해서 미안해."

으, 이거 가지고 두고두고 날 놀릴텐데. 정말, 딱 사라져 버리고 싶다. 다음 부터는 투명마법을 바로 쓸 수 있는 스크롤을 항상 준비해서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지 이런 사태를 당하지 않지. 클라리는 정말 나를 찾아다닌듯한 모습으로 급하게 내쪽으로 달려와서는 날 꼭 안아주었다. 솔직히 내가 클라리한테 안기는건 처음이군. 주로 내가 안아주는 쪽이었는데.

"그래, 얼마나 걱정 많이 했다구. 이 말썽꾸러기."

윽, 내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클라리. 이번건 생각보다 아프다. 나중에 두고 보자. 클라리.

"아저씨 그럼 전 가볼께요. 오늘 고마웠어요."

거의 예의상 황태자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뭐가 고마워? 마음만 같았으면 저녀석을 통채로 홀라당 태워버리고 싶구만.

"제가 모셔다 드리면 안되겠습니까?"

"세인트, 그런데 너 우리 주인님 괴롭히고 미카한테 계속 찝적되면 미카한테 너 어릴때 알몸, 그림 마법으로 만들어서 보여줘버린다."

황태자 앞에서도 꿋꿋이 자기 주장을 다하는 클라리, 그런데 꼭 말투가 어린애 달래는 듯했다. 하긴, 어릴 때 클라리가 유모 대신 몇번 애를 봐줬다고 하니까. 그런 까닭에 가이우스고 리아인이고 클라리 앞에서 꼼짝을 못하는 것 같다. 솔직히 어릴 때 똥한번 안싸고 큰 애가 어디있겠냐마는, 커서 그런 사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다. 게다가 리아인에게는 애인도 있으니까. 좀 그렇겠지.

그리고 흠, 알몸사진이라. 난 남자 어린애 알몸사진에는 관심이 없다구. 뭐, 그렇다고 다른 알몸사진에 관심이 있다는 건 절대 아니다. 솔직히 책같은 곳에보면 내 나이또래에는 그런데 관심이 많다고 하던데. 난 그다지 끌리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건 분명히 평소에 여자들한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다.

"미카양. 그럼 다음에 다시 뵐 수 있기를."

황태자 녀석은 무척이나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저 저주스러운 말, 전에도 저 말을 들었던 까닭에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됬었지. 으, 불길해. 하지만 난 되도록이면 웃는 표정을 지으며 녀석을 쳐다보았다. 평소에도 잘 안하는 표정의 변화를 왜 이녀석 앞에서 해야 하는지. 정말 솔직히 평소에도 웃거나 우는 극단적인 감정표현은 잘 하지 않는데.

아무튼 아쉬운 듯 성벽 위에 서있는 황태자를 뒤에 둔체 난 클라리를 따라 급하게 밑으로 내려 왔다. 그리고 황태자가 안보일 때까지 한참을 거의 뛰다 싶어 걸었다.

"주인님아. 그런데 주인님아 들고 있는 그거 마법사의 지팡이 아니야?"

역시 오래 산 까닭에 클라리는 나름대로 박식했다. 게다가 핀 누나의 지식 까지도 물려 받았으니까.

"응, 오늘 우연히 구했어. 괜찮아 보이지?"

난 거의 반은 자랑삼아 클라리를 향해 말을했다.

"세상에 그렇게 귀한걸, 어떻게 구했어? 그런데 주인님아 그 옷차림에 마법사의 지팡이 들고 있으니까.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냥 그렇게 계속 다녀도 되겠다. 옐로우 로즈의 뒤를 이을 여마법사 화이트 릴리 미카 크리센!"

이게, 지금 그렇지 않아도 짜증나 죽겠는데. 클라리는..그 말을 해놓고는 급하게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이런 놓칠줄 알고? 이번엔 꼭 스트레스 해소를 클라리 너한테 직접해줄테다..

"클라리! 뭐라구!"

"아저씨~~~~~~! 그럼~~! 전 가볼께요~~! 고마웠어요~~! 정말 명언이야. 주인님아.."

클라리는 내가 황태자를 보고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아니 말투에 훨씬 더 과장을 가해서. 뭐, 원래 클라리 말투를 거의 따라 한 말투니까, 어렵겠냐마는 중요한 것은 날 약올릴 목적으로 클라리가 저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님아~! 나보고 클라리 언니! 하고 한번만 더 불러주면 정말 소원이 없겠어."

"아이스 볼트!" "화이어 볼트!" "매직 미사일!"

거의 이성을 상실한 나머지, 클라리를 향해 아무마법이나 쏘아 보냈다. 뭐, 약한 마법들 뿐이었지만 메테오 같은게 날라 갔으면 클라리는 별도로 이 도시가 끝장이 날 뻔 했다. 하지만 모두 잽싸게 피하는 클라리, 으, 내가 언제까지 이런 꼴을 당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헤이스트!""클라리, 너 거기안서!"

난 클라리 뒤를 쫓아 황성으로 향하는 골목을 달려갔다.



이렇게 말 많았던 하루가 또 막을 내리고 세인트 1세와 미카 크리센의 러브 스토리도 점점 진행 되어갔다. 아마 그 노래의 세번째 연 테마가, 우연의 연속은 필연 이랬지. 윽, 재수 없어. 꿈에서 들을까 걱정이된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