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4장 제국 검술대회-9(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17. AM 11:49:27·조회 2695·추천 43
에피소드 26 제국 검술 대회 (9)


으, 며칠째 찌뿌둥한 몸상태.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한 까닭에 회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체력이 엄청나게 고갈되기 때문에 배운 뒤에도 거의 사용하지 조차  않았던 플라이 마법을 최근에 계속 사용을 한데다가 여장을 이틀이나하며 황태자의 비위까지 맞춰줬어야 하니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오늘도 늦잠을 잔까닭에 간신히 경기장에 늦지않고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과연 이 몸으로 황제한테 이길 수 있을까?

"주인님아 시합준비를 해야지."

클라리의 목소리, 벽의 떨림이 커지는 것으로 볼 때, 조금 있으면 경기가 시작이 되겠구나하는 추측이 들었지만, 난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방안에 있는 침대에 누워서 조금이나마 체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나가기 싫어.

"여러분들께서 일년간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제국 검술 대회 결승전이 지금부터 시작되겠습니다. 과연 올해는 영예의 우승컵이 어느 분께 돌아가게 될지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엄청나게 떨리는 벽, 심판의 말이 끝나자 터져나온 관중들의 함성은 정말 대단했다. 난 그 함성소리에 몸을 억지로 일으켜 경기장 쪽으로 나가는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출전자를 소개 하겠습니다. 도전자! 백합의 기사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

난 문을 열고 경기장 가운데를 향해 걸어갔다. 여전히 맑은 날씨, 겨울에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기후인 포세트립톤 지역이라 그런지, 수도에 온 뒤로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The Pure Knight of Lily! 란트! 란트! The Pure Knight of Lily! 란트! 란트!"

엄청난 열기, 거의 관중석에 절반 정도에서 나를 응원하는 흰색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경기를 할 때마다 나를 응원을 하는 관중들 수가 더욱더 늘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응원을 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니 조금 기운이 나는 것이 신기했다. 난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가서 걸음을 멈추었다.

"작년 대회 우승자이며, 24연속 우승기록을 가지고 계시는 구원의 여신! 세레니안느 황제 폐하!"

구원의 여신, 바로 이게 황제의 별명었구나. 구원의 여신이라, 백성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질테지. 전란에서 그들을 구해내고 피폐해진 국토를 다시 일궈 그들에게  풍요를 안겨줬으니까. 귀족들이 관중이었다면 아마 다르게 불렸겠지. 그러고 보니 어떻게 보면 나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완전히 상반된 별명을 황제역시 가지고 있었으니까.

심판의 소개와 함께 황제는 노란색 장미 문양의 깃발 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Goddess of Relief! Goddess of Relief!"

노란색 깃발이 휘날리며 환호성이 울리는 아래 황제는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나왔다. 아마 처음부터 황제하고 싸웠다면 황제를 향하는 일방적인 응원아래 싸워야했겠지.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황제는 자신의 그 긴 검은빛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다. 그 것도 흰색 끈으로, 헛, 왠지 의미심장한 느낌이 감도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황제는 가벼워 보이는 얇은 노란색 망토를 가죽갑옷 위에 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황제가 입고있는 가죽갑옷이 보통 가죽갑옷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제가 경기장 가운데에 도착해서 걸음을 멈추자, 난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많은 백성들이 보는 앞인데 황제의 권위 정도는 인정을 해주는 것이 일단 황제가 어떻게 생각하는 가를 떠나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란트, 그만 일어나."

역시, 가까운 거리에 아무도 없으니, 평소때의 말투를 사용하는 황제였다.

"네,"

난 이 상황에서 호칭의 애매함에, 그냥 간단하게 대답만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황제는 뭔가 진심으로 바라던 일이 이루워졌을 때의 소녀가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물론 외모야, 그 표정을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젊게 사는 황제라니까. 내가 일어서자 심판의 깃발이 올라가고, 제국 검술 대회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란트 너무 쌔게 하면 안돼."

황제가 자신의 레이피어를 뽑으며 진담 같이 하는 농담에 난 어이가 없어졌다. 어떻게 보면 클라리와 그런점은 닮았다. 아니, 모든 여자가 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제국 검술 대회 24연속 우승자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가 검을 뽑는 것을 보며, 나 역시 클라리를 뽑아들었다. 클라리를 검집에서 뽑아내자 흰빛이 햇빛에 저항하듯 밝게 뿜어져 나왔다. 난  조금 긴장을해서 두손에 힘이 조금 들어간체  클라리를 잡아들었다.

"이야. 클라리한테 그렇게 밝은 빛이 나는건 처음봐. 란트. 예전에 티베가 검을 썼을 때는 아주 희미하게 하늘빛이 났었는데. 넌 흰빛이 아주 밝게 나네?"

황제는 클라리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저런 황제의 모습을 보면, 긴장을 하고 있는 내가 어리석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티베리우스 단장이 쓸때는 이렇게 밝은 빛이 나오지 않았었다고? 설마, 그냥 보통 푸른색 미스릴 검에서 그런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가 티베리우스 단장인데.

난 황제의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시키며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가죽갑옷을 입고 나온 것에다 레이피어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황제는 확실히 스피드 중심이었다. 게다가 스승님보다 더 빠를 것 같은데, 내가 그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잠시 들었다.

황제는 여전히 소원을 성취한 소녀의 표정으로 서서 날 보고 있었다. 정말 칼을 들고 그런 표정을 하고 있으면 이상하다구요. 황제폐하!

순간 정말 지금까지 봤던 공격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황제가 내 쪽으로 공격을 들어왔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빠른 공격, 난 순간 클라리로 간신히 황제의 공격을 막았다. 맑게 울리는 검의 충돌소리, 역시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 그러면 오로지 스피드로 지금까지 그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티베리우스 단장을 상대해 왔던 말인데, 왠지 살벌하군. 힘이 그렇게 강해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타격을 입힐 수 있었을까? 그것도 레이피어로.

난 티베리우스 단장의 검술을 조금 도용해서 불필요한 동작없이 검을 움직이는 것으로 황제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일단 내가 힘에서는 앞서니까, 수비를 하면서 황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았다. 황제야 내가 시합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겠지만 난 황제가 어떤 검술을 쓰는지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까, 일단 조금이나마 파악을 한 뒤에야 공격을 들어가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았다.지금 이 자리는 목숨이 걸린 전투 현장이 아닌 오로지 검술을 나누는 시합이니까. 약간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황제는 거의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변화를 주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티베리우스 단장도 그렇고 황제도 그렇고 많은 실전 경험에 기초를 한 검술이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클라우 그 녀석이나, 리아인이나 기본적인 검술에는 뛰어났지만 실전의 경험이 없다보니 그 기본적인 검술을 응용하는 능력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졌었던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옆구리 쪽을 노렸나 해서 방어를 하는 순간, 황제의 레이피어 날카로운 검 끝은 어느순간 내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정말 빠르다. 지금 황제를 보는 순간 그 느낌 밖에 들지 않았다. 이 기분, 예전에 목검을 가지고 스승님과 대결할 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때와 비슷한 기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잠시 뒤로 물러서서 황제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역시, 제국 최고의 검사라는 호칭이 부족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드는 황제, 예전에는 황제가 암살자들을 직접 처리했다고 했었지.

황제는 레이피어, 난 롱소드, 검의 움직임에서는 확실히 내가 느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을 더 빠르게 한다면, 힘에서는 내가 확실히 앞서니까 자신이 있다.

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황제가 있는 쪽으로 공격을 들어갔다. 티베리우스 단장에게 사용했던 잔상을 동원한 공격, 스피드가 빠른 황제에게도 이 공격이 먹힐까?

난 여섯개로 나누어진 잔상으로 황제의 몸 곳곳을 향해 공격을 했다. 황제가 피할 수 없도록 봉쇄를 하며 들어가던 여섯개의 잔상, 그런데 황제는 정확하게 여섯개의 잔상을 다 막아내었다. 레이피어이기 때문에 빠른 움직임은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잔상이 여섯개로 나뉘며 힘이 약해졌다고 해도 롱소드형인 클라리가 밀리다니.

난 공격이 봉쇄되자마자 역습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몸을 틀었다. 내가 있던 자리로 황제의 레이피어가 찔러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 솔직히 등에 식은땀이 이렇게 많이 흐르는 것을 느끼는 것은 정말 처음이다.

티베리우스 단장과 같은 검기가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나 스피드에서는 황제가 월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황제는 말을 탈 때는 롱소드를 사용한다고 했었다. 롱소드를 쓰는 황제라 그 모습도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란트, 그렇게 세게 공격을 하면 어떻게 해. 손목이 얼얼할 정도야."

황제는 괜히 아픈척 손목을 주무리며 엄살을 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전혀 아파보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으, 괴물같은 황제, 그러니까 암살하러 오던 암살자들을 자기가 직접 싸워서 죽여버렸겠지...그리고 19살 무렵에는 오크 수천마리가 모여있는 군단 사이를 돌파했던, 전설의 주인공이니까.

황제는 체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장기전으로 나가서 체력으로 버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잠깐, 지금 내 몸상태는 체력적으로 나가기에는 조금 좋지가 않는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 나역시 빠른 시간에 승부를 내야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잠깐 숨을 돌린 후, 다시 황제가 레이피어를 든체 서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차라리 롱소드 였다면, 상대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조금 비겁하지만 보조 마법을 조금 써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보조마법 잘못써서 진짜로 황제한테 큰 부상을 입히면, 오히려 내가 곤란해 질지도 모르니 일단 여러가지 방법을 다 동원한 후에 안될경우 마지막으로 마법을 쓰도록 해야 되겠다.

황제는 다시 그 변화무쌍한 검술로 나를 향해 다시 공격을 해왔다. 스승님의 장점은 공격시 스피드의 다양한 변화, 티베리우스 단장의 경우는 전혀 불필요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정확하고 간결한 검의 움직임, 그리고 황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검의 움직임, 각자의 특성이었다. 제국 4대 영웅 중 검사인 세명, 모두 S클래스인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다고 불리는 검사들이었다.

황제의 계속되는 공격, 하지만 공격이 들어옴에 따라 서서히 황제의 공격이 눈에 익기 시작했다. 그래 스피드에 대한 방어라면 스승님과의 대련에서 충분히 단련이 됬었다. 스승님은 어떻게 내가 티베리우스 단장, 그리고 황제하고 검을 맞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아셨을까?그래 이제 확실히 보였다. 몇년 동안 실력이 떨어지는 쓰레기들만 상대를 하다보니 감각이 둔해진 것이다. 검끝만 간간히 보이던 황제의 레이피어의 움직임도 이제 어느정도는 알 수 있었다. 간신히 막아내고만 있었던 황제의 공격, 하지만 난 천천히 반격을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내 반격에 웃고 있던 황제의 표정이 점점 더 진지해 지는 것이 보였다. 스승님, 이런 때에서야, 두들겨 맞으며 스승님께 검술을 배운 것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잔상 공격, 난 황제 쪽으로 공세를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은 여섯개가 아닌 일곱개의 잔상.정확하게 하나하나 여섯개를 막아낸 황제. 하지만 황제가 놓친 공격 하나가 이미 황제 의 방어를 벗어났다. 황제의 키가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황제의 중심 복부 부분으로 들어가는 공격, 가죽갑옷이란 생각에 힘을 조절하려 했지만 이미 소용이 없이 정확하게 적중을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가죽갑옷과 황제의 몸이 잘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확실히 마법속성이 걸려있는 가죽갑옷이 틀림이 없다. 하지만 공격의 충격에 황제의 몸이 저쪽으로 튕겨나가는 것이 보였다.

관중석에서 터져나오는 비명, 하지만 황제는 곧바로 일어서서 다시 검을 들었다. 세상에 그렇게 세게 맞고도 저렇게 빠르게 중심을 회복하다니, 난 약간 풀어졌던 긴장을 다시 회복 하며 황제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으...아파, 란트, 너무 세게 하지 말라고 했잖니. 누나가 그렇게 미웠니? 직접 몸에 칼을 맞은건 20년 만이야."

황제는 얼굴을 찌푸리며 검을 들지 않는 왼손으로 아까 내 공격을 맞은 복부쪽 갑옷 위를 누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아파 보였다. 뭐, 자기는 그 날카로운 미스릴제 레이피어로 아무 꺼리낌 없이 그것도 얼굴쪽으로 공격을 해놓고는 무슨 소리를. 그런데 20년 동안 맞은 적이 없다라. 뭐, 황제의 스피드에 그 검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잔상을 일곱개로 늘려서 힘을 약해진 까닭에 황제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만약 여섯개로 나눈공격이 적중했으면 확실하게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일곱개는 아무래도 공격에 파워가 집중되지는 않는 것일까?

"고의는 아니었다구요. 그런데 가죽갑옷에 도대체 어떤 마법을 걸어놓은 거에요? 그 공격을 받고도 멀쩡하다니."

난 주위에 내 목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는지 살펴본다음에 황제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을 했다.

"보조마법 몇 개 걸려있는 정도지, 뭐. 독이나 비수 같은건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황제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했지만, 절대로 별거아닌게 아닌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충격 흡수도 해주는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은데.

"그냥 항복하시는게 어때요? 누나한테 부상입히고 갑옥에 가기 싫은데."

난 한숨을 내쉬며 황제에게 말을 했다. 황제는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다시 싱긋 웃으며 검을 들고는 내쪽으로 공격을 다시 해오며 말을 했다.

"그렇게는 못하겠네요. 백합의 기사님. 오랫만에 이런 재미있는 시합을 하게 되었는데 놓치기 싫답니다."

정말 못말리는 황제였다. 스승님부터, 황제, 티베리우스 단장, 이런 일행들을 데리고 어떻게 모험을 했었는지, 핀누나가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이든다.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 핀 누나인 것 같으니까.

황제는 체력을 아끼기보다는 빠른 시간에 승부를 내려는 생각인지 확실히 나한테 공격을 당하기 전보다 더 빨라진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저렇게 무리를 하면 정말 오래가지 못할 텐데.

처음보다 월등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공격의 경로를 파악한 뒤라 황제의 공격을 막아내는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할 틈을 만들기에는 황제의 공격이 너무 빨랐다.

경기장도 넓으므로 난 조금씩 뒤로 움직이면서 황제의 체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황제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그런데 공격을 해오던 황제가 공격을 멈추고 씩 웃는 것이 위험하다!

"포인트 스트라이크!"

황제의 짧은 외침과 함께 황제의 레이피어가 녹색 검기에 휩싸이며 엄청나게 빠르게 내 가슴 쪽을 틈을 노리고 들어왔다.

"아이스 쉴드! 인첸티브 오브 아이스!"

황제의 검이 내 몸에 닫기 직전에 갑옷의  간신히 쉴드를 펼쳤다. 아이스 쉴드는 접근자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어서 안썼는데, 이 상황이면 내가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급하게 쓴 까닭에 황제의 레이피어와 검기가 있는 주변에만 작게 얼음막이 생겼다. 얼음막이 부서지며 레이피어의 움직임을 조금 늦추는 동안 난 급하게 약간의 보조 마법을 건검을 회수해서 황제의 공격을 막았다. 검에 생긴 얼음막에서도 조금 충격이 흡수됬음에도 검이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클라리가 아니라 보통검이었다면 부서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보통검을 써본 적이 없어서 내가 뭐라 할 것이 아니지만.

심장이 크게 고동이 치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황제 날 죽일 생각을 하는 건지. 난 손에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쓰며, 난 뒤쪽으로 물러서서 거리를 만들었다.

"란트, 마법을 써서 막아내다니, 비겁해."

황제는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며 날 쳐다보았다. 으, 살벌한 황제.

"그렇게 살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죽기는 싫다구요."

나도 황제에게 불만을 가득담은 목소리로 말을 하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황제의 다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방금 그 공격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으, 하지만 내 손상태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아까의 충격에 손바닥에 쓰린 통증이 오는 것이 아무래도 손바닥 피부가 조금 벗겨진 것 같다.

난 손에 회복마법을 쓰며 통증을 가라 앉혔다. 되도록이면 빨리 승부를 내야 하는데, 이번에도 일곱 잔상 공격으로 나가볼까? 크로스 어택, 십자 공격이 있었지만 그것 잘못 쓰다가는 황제가 진짜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쓸 수는 없었다.

난 검에 다시 약하게 빙계 강화 마법을 걸며, 황제를 향해 공격을 들어갔다. 확실히 황제의 움직임이 전보다 느려진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황제는 여전히 그 환상적인 검의 움직임으로 내 공격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잔상 공격, 그 공격을 과연 이번에도 황제가 막을 수 있을까?

약간의 틈을 만들며, 일곱개의 잔상은 황제를 향해 뻗어나갔다. 황제는 급하게 검을 움직였지만 잔상 네개의 밖에 막지 못했다. 나머지 세개는 정확히 황제의 갑옷 위를 두들겼다. 다른 곳을 공격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까.

황제의 작은 몸은 이번에도 뒤쪽으로 튕겨나갔다. 하지만 전처럼 자세를 바로 하지 못하고 주저 앉아 버리는 황제, 난 황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휴, 간신히 이겼다. 이제 우승인가?

그 순간 엄청난 양의 마법의 빛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난 검을 거두고 황제가 다시 서는 것을 도와주었다.

"란트, 정말 아팠어. 그런데 여자한테 그렇게 세게 하는게 어딨니?"

황제는 내손을 잡고 일어서며, 나를 향해 투정하듯 말을 했다. 나이를 생각해보면 절대 안어울리지만 어쨌든 외모로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누나, 그럼 막내 아들 뻘 되는 의동생을 죽일 것 같이 공격을 하는 거는 괜찮구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황제에게 말을 했다. 쩝, 내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군. 하지만 내말을 듣고도 황제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란트, 어쨌든 재미 있었어. 24연속 우승기록이 무너진건 안타깝지만. 뭐 앞으로 최소한 23년 동안 그 기록은 무너지지 않을테니까 괜찮겠지."

그 말을 끝내고 황제는 천천히 내 옆에섰다. 아마 우승자 발표 때문에 그럴까?

"The Pure Knight of Lily! 란트! 란트!"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환호소리를 들으며 난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서 내가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누군가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할까?

심판은 다시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와 나와 황제 앞에 섰다.

"이번대회 우승자는 The Pure Knight of Lily! 남파나단 자치령주 란트 크리센공!"

심판의 소개와 함께 다시 한번 더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난 날 응원해준 관중 쪽을 향해 서서 검을 들었다. 일부러 클라리에게 신성기운을 넣어 더 밝은 빛이 나도록 해서, 이왕 쑈를 하는거라면 마지막 서비스까지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한 행동인데. 관중석을 쳐다보니 역시 효과가 좋았다.

옆에 서있던 황제가 왼손을 올리자 경기장 가운데에 떠있던 우승컵이 천천히 내려와 황제의 손안에 들어왔다. 확실히 마법을 사용한 것이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황제가 나를 향해 돌아서고, 난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놈의 의식 때문에 오늘 몇번이나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건지. 옆을 보니 다른 출전자들도 모두 자신의 방에서  경기장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흠, 아무래도 그들 역시 의식 때문에 오는 것 같다. 그런데 나와 황제가 서 있던 땅이 조금 흔들리더니 위쪽으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아, 이건 또 뭐야? 도데체 무슨 장치를 해 놓은 건지. 하지만 다행히 다른 사람들의 키 정도까지 올라간 뒤에 멈췄다. 난 거창한 의식에 오히려 시합을 할 때보다 더 긴장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핀누나를 만나면 한번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장치를 했는지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흰색의 물결 지치지도 않고 "The Pure Knight of Lily! 란트!"를 관중들은 끈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둥그렇게 솟아 오른, 나와 황제가 있는 곳 주위를 출전자들이 둘러 서서 검을 하늘을 향해 높이 들었다. 이런 의식도 있었었나?

"제국 검술 대회 우승자, 란트 크리센공, 영광의 컵을 받으세요."

다시 권위 있는 말투로 돌아온 황제가 날 보며 말을 했다. 난 무릎을 꿇은체 황제가 주는 우승컵을 받았다. 그런데 이름이 촌스럽게 영광의 컵이 뭐야? 그런데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일단 스승님이 깨어나셨을 때, 자랑할게 하나 생긴 것도 있고.

흠, 이럴 때는 어떻게 하더라? 아 그래, 우승컵을 받고 난 뒤에는 컵을 든체 일어서서 관중들을 향해 들어야 한다고 했었지. 천천히 일어서서 관중들을 향해 섰다. 밑에서 검을 든체 서있는 사람들, 클라우 그 녀석은 상당히 보기 뭐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검을 든체 날 쳐다보고 있었고, 티베리우스 단장은 부드러운 표정,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부러움 약간 섞인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는 황태자 녀석도.

내가 우승컵을 높이 들자. 다시 마법의 불꽃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계속된 불꽃들을 보며, 아직 내가 철이 덜들은 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떨리는 마음으로 의식이 끝날 때 까지 서있었다.





리아인의 어깨에 올려진 체로 그 넓은 포세 트립톤을 돌아다녔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수도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우승자의 등장에 기뻐하는 ,꼭 이러니까 내 스스로 잘난척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듯 거리에 나와서 환호를 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걸은 것도 아닌데...그 행렬을 끝내고 돌아오니 왜그런지 몰라도 괭장히 피곤했다. 난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황제의 초대도 거절하고 이렇게 침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힘이 어딘가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 힘든 싸움을 한 뒤에 침대에 누웠을 때, 느끼는 이 느낌을 느끼는 것은정말 오랫만이었다. 하지만 다른 때와 다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오늘 솔직히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긴 미스릴 갑옷 때문에 죽기까지야 했겠냐마는, 휴, 누군가의 공격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울 줄이야. 나중에 황제한테 좀 따져 봐야겠다는 생각이드....은...다......아..ZZZ



"주인님아~!! 우승 축하 파티 해야지!!"

클라리는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다. 한손에 든 바구니에 가득차 있는 음식과 술병하나. 하지만 방안에는 란트의 숨소리만 작게 들려오고 있었다. 클라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음식이 가득 든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소피하고 신디가 리아인 방에 놀러 간다고 해서, 란트와 작은 축하 파티를 열생각이었던 클라리는 조금 안타가운 생각이 들었다.

며칠간의 피로 때문이었을까? 란트는 망토도 벗지 않은 외출복 차림 그래로 침대에 쓰러지듯 자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온 갈색머리에 흰색 옷을 입은 란트, 그가 자고 있는 모습은 꼭 신전에 그려진 그림에 나오는 천사가 날개를 잃고 떨어진체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클라리는 침대 옆에서 한참동안이나 자고 있는 란트의 모습을 지켜 보았다.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던 사람의 가장 좋아하던 시절의 모습과 닮은 그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상처를 조금 치유할 수 있으면 만족한다고, 다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없으리라 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무조건 주거나, 무조건 받는 것이 아닌 존재를 곁에 둘 수 있었다. 란트 크리센, 그의 연약한 외모와 다르게 강한 마음을 가진, 하지만 그 만큼 많은 상처를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여린 존재.

클라리는 란트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꼭 아이같은 부드러운 흰 피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한 란트 자신의 외모를 그 자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란트의 모습을 생각하며 클라리는 엷게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엄마....."

엄마의 꿈을 꾸는 것일까? 란트는 자신의 볼을 쓰다듬고 있는 클라리의 손을 꼭 잡았다. 이 작은 손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전장에서 수십년을 보낸 전사들의 무릎을 꿇게 만들고, 검술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으면서도 클라리는 왠지 믿기 힘들었다. 아직,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일 뿐인데.

마법검은 주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아니면 필요로 하는 모습으로 실체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클라리는 란트 앞에서는 검 속에서 들어가기 전의 예전 모습 그대로를 하고 있었다. 티베리우스 단장, 옛주인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누나로써의 모습 그대로, 하지만 란트, 그의 주인이 원하는 것은 따스한 엄마의 모습이거나,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일 것이란 생각이 얼핏 클라리의 머리를 스쳤다.

"괜찮겠지, 내가 이 모습 그대로 있어도 주인님이라면."

클라리는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란트를 보며 힘없이 말을 했다. 예전의 추억을 붙잡고 있는 마지막 끈인, 자신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애착이 가는 것을 클라리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클라리는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15살 소녀의 모습으로, 란트 보다도 작은 모습.  클라리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이모습을 한 것도 20년 만인가? 이 모습이라면, 주인님께 어리광을 부려도 주인님이 싫어하지는 않을텐데. 그리고 세리 언니, 소피, 아리 공주 만큼 주인님과 잘 어울릴지도.'

"바람둥이 주인님."

클라리는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에 혼자 허탈하게 웃으며 란트의 볼을 란트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약하게 꼬집었다.

'또, 쓸데 없는 생각을 했네. 그 녀들에겐 생명이 있지만, 난 오로지 검일 뿐인데.'

그 생각과 함께 클라리의 머릿속에는 잠시 잊고 있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했었던 사람이 말했던.

'누나는 사람도 아니잖아. 친누나도 아니면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클라리는 작아진 아이의 모습 그대로 침대의 란트 옆에 누웠다. 그리고 울지 않으려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오는 눈물.

클라리는 란트에게서 등을 돌린체 눈물을 흘렸다. 자기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두번째로 절망하며, 하지만 주인의 감정을 검이 느낄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검의 마음을 주인이 느낄 수도 있었던 것일까? 무언가 따뜻하게 클라리를 감싸주었다. 가늘지만 강한 란트의 팔이.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