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5장 운명의 수레바퀴(1) 깨어난 영웅-1(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17. AM 11:50:39·조회 2684·추천 75
-아인트 슈타이튼, 리투안의 영웅이다. 어린 시절 소환수들에 의해 부모가 죽고 옐로우 로즈 핀 프리안느의 손에서 자라났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검술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슈타이튼 공의 첫 검술 스승은 바로 옐로우로즈 였다. 물론 옐로우로즈의 마법사로서의 명성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옐로우로즈의 검술실력 역시 그의 마법적 능력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뛰어났다고 한다. 슈타이튼 공은 레인져 자격을 얻은 뒤, 아직 공주의 위치에 있었던 세레니안느 1세를 옐로우로즈와 함께 수행을 하며 거의 전설에 가까운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그 중에서도 특히 흑기사에게 포위된 신성도시 테베를 그의 힘으로 구한 일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혹 그의 검술실력과 레인져 출신임을 들어 장군으로써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가 이끄는 테베 신성기사단이 거의 무적의 전설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볼 때, 그에 대해서는 여기서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밝은 성격에 허물없는 성격의 그였지만 필요한 상황에는 무서울 정도로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평화로웠던 30년의 시기동안 피투안국왕 란트 1세의 어린 시절 교육을 맡았으며......<영웅열전> 칸티에르 에스틴 저-
"주인님아! 일어나 벌써 두시가 지났어. 밥먹어야지."
"으..."
오늘도 여전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거의 매일 고문을 받는 수준으로 체력을 소비했으니. 뭐, 예전에도 이정도로 피곤해졌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일주일동안 거의 매일 같이 이렇게 체력을 소모해야 했던 적은 내생에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생기는 일마다 사람 몇백명을 몰살할 때 소모되는 체력과 거의 비슷하게 체력을 써야 했으니,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힐" "릴리브 페티그레이트(피로 제거)!"
난 목이 건조한 까닭에 갈라진 목소리로 회복마법을 몸위에 거의 뒤집어 쓰듯이 사용을 했다. 자기 전에 해둬야 조금 더 효과가 있는데, 어떻게 잠들었는지. 너무 피곤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인님아! 우승파티 해야지. 어제밤에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일찍 잠들어버리면 어떻게 해."
벌써 오후 무렵이라 서쪽으로 나있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클라리의 백금발 머릿결이 더욱더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클라리 자체에게서 약하게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뭐 특별히 자세히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지만...
"이건 다 네가 여장을 시켜서 그렇게 된거야. 황태자 비위 맞추는게 얼마나 힘든데. 정말. 차라리 용병단 하나 전멸시키는게 편하지."
회복마법을 쓴 뒤에도 여전히 저리는 팔을 주무리며 난 말을 했다. 솔직히 처음에 클라리가 장난을 치지 않았으면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없다고하면 거짓말이겠고 이 정도까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든다.
"피~, 주인님은 뭐 그런것 가지고 소심하게 그래?"
클라리는 입을 불퉁하게 해서는 나에게 투정을 했다. 잠깐, 그런데 왜 클라리가 어린 모습이 내 기억에 있는거지? 흠, 모르겠다. 나보다 더 작은 모습의 클라리를 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끔씩 이렇게 멍하게 뭔가 기억이 날듯 말듯 할 때는 너무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여러가지 생각할 일이 많다보니 그런일이 더 자주 생긱는 것 같다.
"주인님아. 왜 그래? 갑자기 멍하니, 혹시 내 말 때문에 삐졌어?"
클라리는 멍하니 있는 내 앞에 서서 이상하다는 듯 말을 했다. 흠, 예전에는 내가 대답을 안해도 이런 반응은 안했었는데. 하긴 그 때는 대답을 안하는게 대부분 이었지만, 요즘에는 대답을 꼬박꼬박 잘 해주니까 이런 반응이 오는 것 같다.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클라리 너 어린 모습을 꿈 속에서 본 것 같아서."
클라리의 표정이 조금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역시, 뭔가 있는것 같은데, 솔직히 요즘에는 이것저것 클라리의 장난 때문에 피해를 많이 당해서 클라리에게서 뭔가 수상한 점만 느껴지면 경계가 되었다.
"주인님아. 빨리 먹어야해. 겨울이라 상하지는 않겠지만, 음식은 뭐든지 만들고나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맛이없어 진답니다."
잠시 흐트러졌던 표정을 풀고 다시 웃는 모습으로 클라리는 여전히 침대위에 앉아 잇는 날 테이블 쪽으로 끌고 갔다. 아무래도 말을 돌리려는 것 같은데. 뭐, 특별히 궁금한 것도 아니고 괜히 추궁해봤자 귀찮기만 하니까 그냥 넘어가야 되겠다.
테이블 위에는 겨울에..구하기 힘든 과일에 많은 음식들이 바구니에 잔뜩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악몽같은 술병까지, 난 술병을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주인님아, 날씨도 좋은데, 그냥 정원에 나가서 음식을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지 않아?"
거의 반 강제적으로 테이블에 앉아 식욕이 없으나마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데 클라리가 말을 했다. 정말, 주인을 가지고 놀아라. 놀아.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맛이 없어진다고 누가 말하지 않았었나? 정원까지 가는데데에도 한 십분은 흐를 것 같은데."
난 황태자에게 습득한 빈정거리는 말투로 클라리에게 말을했다. 흐, 황태자 녀석 생각 외로 쓸모 있을 때도 있었군. 말싸움의 신기술이라고 해야할지.
"주인님아, 그러지말고 그냥 가자. 응? 오늘은 사고 안칠께."
클라리의 말에 난 못 믿음을 강조하기 위해 의자 위에 그대로 앉아 있었지만, 클라리가 한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나머지 한손으로 나를 잡아끌었다. 아니, 들어서 끌고 나갔다. 클라리보다 한뼘만큼 작은 내키와 마른 몸을 원망하며, 난 어젯밤 입은체 잠이들었던 까닭에 구겨진 옷을 대충 마법을 조금 동원해서 정리하며 클라리를 따라 갔다.
보통 책같은데 나오는 마법사들은 뭐..마법사정신이니, 마법사의 자존심이니 해서 사소한 일에는 마법을 안쓰고 아껴뒀다가 악당이나 적이 나타나면 온갖 화려한 마법을 선보이지만 뭐 난 처음 마법을 배웠을 때부터 마법의 이용 수단을 이런 사소한 일에 써왔었고, 마법사로써의 자부심이라거나 하는 것도 별로 느껴본 기억이 없었다. 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게 마법지팡이를 준 그 아저씨한테는 미안하지만 내 마음이 그런것을 어쩔까?
꽤 무거워 보이는 음식바구니를 별로 힘들어하지도 않고 들고 오는 클라리를 뒤에 둔체 조금 앞에서서 걸어갔다. 역시 팔힘이 보통이 아니라니까. 아무튼 난 기사나 영웅과는 별로 잘 안어울리는 것 같다. 뭐 기사나 영웅들은 여자들한테는 목숨까지도 바칠 것 같이 행동을 하지만, 난 하도 여자들한테 당한게 많다보니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제발 여자들에게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내가 고결한 백합의 기사라니, 어감상 좀 그렇지만, 오히려 피의 광전사가 더 잘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훔, 그러고보니 피의 광전사가 여자에게 당하고 산다는 것도 이상하군, 잠깐, 그런데 왜 갑자기 시야가 가려지는 거지?
"쿵!"
으악, 모서리를 도는 순간, 또 누군가와 부딪쳤다.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무방비 상태로 부딪힌 까닭에 뒤로 주저앉은 모습이 되버렸다. 요즘엔 왜이렇게 사람들하고 정면 충돌하는 일이 이렇게 많을까? 그냥 클라리를 앞장 세울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런데 누구하고 부딪쳤지?
난 정신을 차리고 나와 충돌한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진 붉은 색 머리, 무척이나 맑은 푸른색 눈, 조금 마르고 머리가 길어졌지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스승님! 깨어나셨군요.."
난 순간, 당황함에, 그리고나서 여러가지 떠오르는 내 감정을 주체를 할 수 없어 그대로 주저앉은체 멀뚱히 스승님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스승님이었다. 아인트 스승님, 결국 깨어나신거구나! 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라 추정되는 감정을 느끼며 스승님을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끝없이 느껴지는 미안함 눈에 조금 눈물이 고였다.
왜, 왜! 그렇게 기다리던 스승님이 내 눈앞에 있는데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모르겠다. 스승님이 쓰러지신뒤 일어났던 많은 일들, 스승님을 보니 그 기억들이 하나하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음, 란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쁘게 크다니!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피끓는 젊은이들 속을 많이 썩히겠구나."
날 쳐다보던 스승님은 씩 웃으며 말을 했다. 잠깐, 아무리 스승님이라지만 방금 전의 말은? 게다가 남자들이라니! 그리고 여자들이 내 속을 썩힌다군요. 읏, 스승님까지 그런 소리를 하다니. 그 것도 깨어나자마자. 하긴 스승님의 저 말투 정말 다행이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래도 스승님은 예전에 내 기억 속에 있는 밝은 모습 그대로 였다. 잠옷차림이라는게 조금 그랬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깨어나자마자 몰래 밖으로 도망을 쳐 나온 것 같은 분위기가 확실히 나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런 스승님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모습, 흑마법사가 쏜 암흑마법을 내대신 맞으며 쓰러지시는 그 모습이 떠올랐다. 스승님을 보는 내 얼굴에는 작은 웃음이 떠올랐지만, 마음은 너무나도 아팠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입에는 웃음을 띄우고, 마음은 찢어질 듯 하면서도, 또 너무나도 기쁜. 이런 것이 모순이라는 것일까?
"스승님, 왜 그렇게 깨어나시지 않으신 거에요. 제가 정말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난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스승님을 향해 말을했다. 스승님이 깨어나면,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 것 같았는데. 정작 상황이 되니,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왠지 뭔가 정신이 없는 것 같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그럴까? 그리고 혼란스런운 이감정!
"그게, 좀 길어. 그런데 란트, 먹을 것 좀 구해줄 수 없냐? 오랫만에 정신을 차렸더니. 배가 고파서."
스승님은 두손으로 배를 움켜잡은체 나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말을했다. 훌, 정말 변하지 않으셨다니까. 이번에도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듯 얼굴에는 다시 모순적인 두 표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런데 방금 전 그 말은 역시 잠옷차림으로 몰래 빠져 나온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먹을 것을 노리고, 핀 누나가 걱정할텐데.
"저기 조금 있는데.."
난 뒤쪽에 클라리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스승님을 향해 말을했다. 저 많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하고 고민을 했었는데 잘 됬다. 스승님의 솜씨라면, 저 정도 음식이야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그리고 그 순간 핀누나가 걱정할지도 모르겠다는 작은 걱정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갈수록 나도 이기적이 되는 것 같은 마음속의 혼란도 조금씩 진정되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저씨,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반가운 거지만 보자마자 남의 음식을 보며 그렇게 침을 흘려도 되는 거에요?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여기서 음식을 먹는건 파트레아 아인트 슈타이튼 공작께서 하실행동이 아니라고 사려되는 바인데요?"
흠, 뭔가 여러가지가 섞인 듯한 말이 클라리의 말이 정신 없이 쏟아졌다. 약간 심술이 난 말투, 아무래도 내게 화가난 것 까지 스승님께 한꺼번에 클라리가 화풀이를 하는 것 같다. 스승님은 갑자기 펼쳐진 클라리의 언어공격에 당황한 듯 잠깐 멈칫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승님은 다시 배를 두손으로 움켜 잡으며 우리쪽을 향해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불쌍한 스승님.
"란트 제발, 내가 예전에 아무리 널 많이 부려먹었어도 이 배고픈 스승을 아사시키는 건 좀 심하지 않니?"
흠, 스승님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요즘엔 제가 클라리에게 노예가 된 듯한 기분인데, 난 클라리의 후환이 두려워 속으로만 이런 소리를 혼자 중얼거리며 스승님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알았어요. 아인트 아저씨. 아저씨가 깨어나기만 손꼽아 기다린 우리 주인님 그만 괴롭히세요. 하지만 여기서는 음식을 못드려요. 정원에 가서 주인님하고만 특별히! 먹으려 했던 거니까. 아저씨도 드시고 싶으면 조용히 저흴 따라오세요."
정말 오랫만에 내 편을 들어주는 클라리. 그런데 이번에는 도움이 그다지 필요가 없었던 것같지만. 난 스승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잠옷차림의 스승님은 영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스승님은 영웅 아인트 슈타이튼인데 말이다.
"스승님, 그런데 그 옷차림으로 정원에 나가실꺼에요?"
스승님은 고개를 숙여서 자신이 입고 있는 연파랑색의 잠옷을 내려보더니 뭐가 이상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왜? 이 옷차림이 최고급천에 괜찮은 패션에 이정도면 괜찮지 않냐?"
스승님의 대답에 난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어버렸다. 물론, 패션도 좋고 최고급천이지만 잠옷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그 오두막집에서 살 때는 스승님이 잠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었다. 혹시 그 옷이 잠옷이라는 것을 스승님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설마.
난, 마음속 깊이 의혹을 품었지만, 쓸데없는 일을 가지고 입을 피곤하게 만드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성밖에 나갈 것도 아닌데 잠옷을 입고 있는들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건 그렇고 내가 들은 것에 의하면 핀누나가 몇년동안 거의 자리를 뜨지 않고 스승님 옆에서 마법으로 간호를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핀누나가 어디로 갔지?
"스승님, 그럼 핀 누나는?"
난 정원쪽으로 스승님, 클라리와 함께 걸어가며 짧지만 여러가지 의미를 담은 질문을 하였다. 과연 스승님이 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런지 조금 걱정이 됬지만 말이다.
"핀 누나?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길래, 내가 누워있던 침대에 눞여두고 왔지. 아무래도 내 몸에 느껴지는 마나를 보니 누나가 계속 날 간호한 것 같은데, 좀 편안하게라도 쉬게 해 줘야지."
스승님은 뭔가 미안함이 느껴지는 말투로 날 보며 말을했다. 휴, 핀누나에게도 정말 할 말이 없다. 원래 내가 부담해야할 일인데, 그리고 핀누나는 내가 플라이 마법에 약한 것 처럼 치료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했다. 물론, 잘 사용하지 못한다는 기준은 핀누나의 다른 마법 실력에 비해서였다. 핀누나의 치료마법이 약해도 왠만한 고위 성직자들 수준은 능가하니까.
"란트, 그런데 지금 몇년이냐? 내가..몇년동안 잠들어있었지?"
방에서 나오는 동안 스승님은 만난 사람도 없었었나? 년도쯤이야 아무나한테나 물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스승님이 계셨던 방이 이 근처일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조금 더 일찍 스승님의 방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승님이 이렇게 다시 깨어나셨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일까?
"제국력 26년, 스승님께서 쓰러지신지는 3년정도 됬어요."
휴. 그 때 그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머리속에 떠오른다. 생각외로 나역시 기억력이 좋아서 잊고 싶은 기억도 쉽게 잊혀지지를 않았다. 어느 정도 적당히 기억이 잊혀진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이라. 쩝 내가 아무리 자는걸 좋아하지만 생각외로 너무 오래잠들어 있었군. 어쩐지 꿈이 너무 길더라 했더니."
스승님은 웃으며 농담하듯 말을했다. 하지만 난 스승님처럼 쉽게 웃을수가 없었다. 정말,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한동안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만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스승님 역시 무슨 이유에서 인지 쉽게 말을 하지 않았다. 왠지 감회에 젖은 듯한 눈빛, 쓰러져 있던 시간을 빼고라도 스승님이 황궁에 오는 것 자체가 오랫만이었을 것이다. 내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때는 계속 나와 같이 지냈으니까.
정원까지 가는 길은 스승님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 같지만 잠옷 차림 때문에, 가끔씩 지나가는 하녀들이나 하인들이 흘끔 겻눈질로 스승님을 쳐다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사건이 없었다. 그런데 하녀들로 인해서 스승님의 잠옷차림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들었다. 하녀들의 입만큼 무서운 것 또한 없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뭐 실내에서 잠옷차림으로 돌아다닌들 어떠하랴? 그 실내가 황궁이라는 것이 좀 그렇지만.
정원으로 가는 문을 여니 오후의 밝은 햇빛이 열린 문쪽으로 들어왔다. 황궁 복도는 내부의 조명 때문에 햇빛이 꼭 들어오지 않아도 그렇게 어둡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공적인 마법의 빛보다는 햇빛이 더 느낌이 좋았다.
정원의 한쪽에, 물론 클라리가 강제로 정한 위치에 가서 앉았다. 그런데 이 위치는 전에 술마시고 여장을 한 내모습을 확인한, 그 연못가였다. 휴, 썩 마음에 드는 자리는 아니군.
클라리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천을 풀위에 깐 위에 그 술병이 포함된 음식바구늬를 놓았다.
"자..맛있게 먹어. 주인님아."
클라리는 웃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음식들을 내려 놓았지만, 내 손이 음식을 만지기 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그 많은 음식들을 거의 한 앞에 털어넣듯이 먹는 스승님, 역시 저 엄청난 식성은. 게다가 3년동안 먹지도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 뭐 난 특별히 식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스승님이 음식을 먹는 것을 구경만 했다. 그런데 한참동안 스승님이 음식을 다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갑자기 음식을 꺼내던 클라리의 손이 멈췄다.
"아인트 아저씨! 주인님 먹을껀데 아저씨가 다먹으면 어떻게 해요!"
스승님을 몰아세우는 클라리, 클라리의 저런 모습은 또 처음보는 것 같다. 뭐 황태자나 가이우스, 리아인을 상대할 때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며 약점을 찌르는 듯한 말투를 주로 사용했었지 저렇게 따지듯이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클라리, 음식 조금 먹었다고 너무 그러지마. 이제부터 조금만 먹으면 되잖아."
클라리의 언어공격에도 스승님은 이제 별 흔들림 없이 약간의 미소까지 뛰우며 여유롭게 대답을 했다. 아무래도, 스승님도 확실히 단련이 된듯한데. 클라리 같은 사람이 스승님한테 또 있었나? 황제는 아닐테고, 설마 핀누나? 아니겠지. 핀 누나는 내가 볼 때는 항상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했었는데. 왠지 신비스러운 느낌의. 그런 핀 누나가 그럴리가 없었다.
"클라리, 난 괜찮아."
클라리의 음식은 맛있었지만, 지금은 역시 좀 그래서, 난 그냥 스승님이 먹는 것을 구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말이 끝나는 순간. 클라리가 이제 내 쪽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주인님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주인님 스승님이라고 그렇게 가만히 있지말고 좀 뭐라고 해. 음식을 다 뺏기지 말구!"
난 한숨을 쉬며 클라리가 스승님을 노려보며 내 입에 넣어주는 음식을 얌전히 씹어먹었다. 정말 내가 어쩌다가 검에 휘둘리며 사는 상태가 되었는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은 내 모습을 보면서 소리를 내지는 않은체 큭큭거리며 웃고 계셨다. 스승님 정말.
한동안 스승님과 클라리의 식량을 둔 혈투가 끝나고 어떻게 다 먹을까 걱정이 되던 그 많던 음식이 사리지고 없었다. 물론. 술병은 곱게 바구니에 담겨진체로.
"으..배부르다. 이제 좀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나네."
스승님은 불룩하게 부푼, 다른 말라있는 몸 상태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그런 배를 두드리며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못말리는 스승님, 왠지 그 동안 걱정을 했던 것이 허무해 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승님, 정말 어떻게 되셨던 거에요. 왜 그렇게 정신을 차리시지 못하셨어요. 얼마나 걱정을 했었는데..."
난 여전히 행복한 표정으로 있는 스승님을 보며 반은 원망, 반은 미안함의 감정으로 말을했다. 내 말을 들은 스승님은 잠시동안 고민을 한 후 장난스럽던 표정을 없애고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란트, 사실은 나 아주 긴 꿈을 꿨었어. 란트 너에게 날라오는 검은색 구체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날린 뒤부터, 예전의 추억에 대한 꿈이었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 세리하고 핀누나, 꼬맹이였던 티베와 모험을 하던 시절 말이야. 처음 세리를 만났던 그 때, 처음으로 오우거를 죽였을 때, 솔직히 난 다시 찾아온 행복이라고 여겼었어. 네 생각도 날 걱정할 핀누나 생각도 났지만 왠지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꿈을 깨는 것이 쉽지 않더라구, 너무 즐거웠었으니까.."
스승님은 자신의 그 맑은 눈으로 연못을 바라보며 잠깐 이야기를 멈췄다. 그렇게 잠시동안 있던 스승님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을 했다.
"그래. 그렇게 꿈 속의 이야기. 30년전의 그 일은 흘러가고, 란트, 너희 엄마, 미카를 처음 만나던 그 때까지 이야기가 진행 되었어. 그런데 미카가 갑자기 날보며, 여기에 있으면 안된다며 화를 내는거야? 살아있는 당신이 이 곳에 있으면 안된다고, 그리고 란트 너를 힘들게 만들면 안된다며, 그렇게."
엄마가 스승님의 꿈 속에서 그렇게 말을 하셨다니. 그러고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이 떠올랐다. 스승님처럼 엄마가 살아계신 모습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마음을 슬프게 만들었다.
"그 순간, 정신을 차렸지 하지만 깨어난 것은 아니야. 영혼인체로 이세상에 들어온 것 뿐이었어. 난 몰랐는데, 왠지 멀리서 들리는 미카의 목소리가 내게 가르쳐 주더군. 살아있는 당신의 몸이 있는 곳에 찾아가야 한다며, 그래야지 깨어날 수 있다고."
스승님은 오래전의 이야기를 하듯 차분히 말을 했다. 그래서 핀 누나가 조금 있으면 스승님이 깨어나실 때가 되었다고, 리아인을 보낸 것일까?
"그런데 란트, 내가 네게 꼭 해줘야 할 말이 있어. 확실치는 않지만 미카한테 부탁을 받은 것들. 나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세리가 무엇을 찾으려 할 때, 란트 네가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미카가 그러더구나. 세리가 갑자기 뭘 찾으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 얼핏 집히는게 있지만 확실치는 않아서 말할 것은 못되고.. 그리고 이 시도 꼭 기억해서 란트 너에게 전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했어. 이 스승님이 그래도 기억력하나는 좋으니까 꽤 긴 시지만 확실히 외워뒀지.
하늘에서 내린 다섯가지 신의 상징
나눠진 세가지는 나눠진 권위
잊혀진 두가지는 잊혀진 약속
거대한 제국이 생겨난 뒤 3000년 후
갈라진 제국이 멸망한 뒤 300년 후
영웅의 제국이 건설된 뒤 30년 후
북방의 도적이 땅과 바다를 뒤덮을 때
따사로운 여신의 허리에 하나 힘으로 존재하고
땅속 깊은 큰 어둠의 창고에 하나 권위로 존재하며
외로운 백합의 목에 하나 어머니로 존재하고
누구보다 강한 빛의 상징의 손에 하나 옛사랑으로 존재하며
신에구속되지 않은 생명의 품에 하나 선물로 존재한다.
목걸이의 주인이 모두를 모을 때
처음 시작되었던 곳 대지의 품안에서
사라지는 한명과 되살아난 한명
행복한, 슬픈 신의 축복이 내린다.
....
예언시 같은데...무슨 뜻인지는 여기 황성까지 찾아오는 동안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전혀 모르겠어. 뭔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미카가 이말을 꼭 전해달라더군. 란트, 너를 정말 사랑한다고. 너무 외로워하거나 힘들어하지 말라고."
스승님은 그렇게 말을 멈추고는 피곤한듯 연못가의 잔디에 들어누워버렸다. 스승님이 전해준 엄마의 유언 왠지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갑자기 아무말 없이 날 떠나버린 엄마. 엄마는 이렇게 밖에 말을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시는, 또, 황제가 무엇을 찾는다는 그 말은 도데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 엄마, 제게 뭘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것이지요? 여러가지 생각에 고민을하고 있는 내 옆에 클라리가 조용히 와서 자신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었다. 휴..그래도 내가 이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꽤 많이 생긴 것 같다. 힘들때, 지켜줄 존재도.
"아인트! 정신을 차렸구나! 그런데 너 밖에 나와 있으면 어떻게 해! 몇년동안 침대위에서 누워만 있어서 약해진 몸으로."
우리가 정원으로 나왔던 문으로 부터 걱정스러운 말투 였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핀누나 였다. 핀누나는 그 긴 자신의 햇빛에 비쳐 아름답게 빛나는 금발을 출렁이며 우리쪽으로 뛰어왔다. 핀누나도 스승님이 쓰러지시던 그 날 헤어진 이 후로 못 봤었지. 보고 싶어했던 사람. 아니 존재들 중 하나였다.
"누나. 오랫만이야. 그동안 나때문에 고생많이 했지? 그동안 많이 늙은 것 같네!"
잔디위에 누워있던 스승님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핀누나가 달려오는 쪽을 보며 힘찬 목소리로 말을 했다. 스승님은 핀 누나의 걱정을 조금 덜어주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이 울보 녀석, 할아버지가 다 되어가도록 이 누나 속을 썩히고 있어."
우리가 있는 곳까지 달려온 핀 누나는 스승님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하지만 핀 누나의 표정에서는 너무나도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많이 피곤한 듯한 누나의 모습, 그 동안 스승님께 계속 마법으로 생명에너지를 넣어주었섰겠지. 신성마법에 약한 누나가 몇 년동안 감당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왠지, 내가 져야할 책임을 누나에게 넘기고 떠난 것 같아서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승님은 그냥 웃으며 핀누나를 쳐다볼 뿐. 그 감정을 내가 뭐라고 말할 수 표현할 수 있을지.
"란트, 그동안 잘 지냈구나. 3년만이지?"
핀누나는 시선을 스승님에서 내쪽으로 돌렸다. 왠지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존재이면서도 많은 정을 느낄 수 있는 핀누나, 고마움과 미안한 때문에 난 웃으며 답을 할 수 없었다.
"네, 누나..."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날쳐다보는 핀 누나의 눈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의 외로움, 미안함. 모든 것을 덮어주는 누나의 바닷색눈, 클라우 녀석과 같은 색이었지만 느낌은 너무나도 달랐다. 어떻게 이런 핀누나의 뱃속에서 클라우 같은 녀석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우리 뒤에서 빈 바구늬를 안고 있던 클라리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핀누나, 때문일텐데.
"어...엄마!...으앙!"
역시, 어린 아이가 엄마를 오랫만에 만났을 때 처럼 울면서 클라리는 핀누나쪽으로 달려가서 안겼다. 키는 클라리가 조금 더 컸고, 외모에서 나오는 나이상으로 보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서 조금 이상한 형태가 되었지만, 난 조금 클라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 있어서 스승님의 존재 이상이, 클라리에게는 핀누나의 존재였을테니까. 자기를 만들어준 존재. 클라리는 30년동안 살아온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언제나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부는 바람에 핀누나의 진한 금발과 클라리의 백금발이 섞여 조금씩 하늘거렸다. 두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역시 둘에서 나오는 느낌이 상당히 비슷했다. 클라리가 핀누나의 또다른 모습일지도, 겉에 드러나지 않는 핀누나의 약한 모습. 하지만 그러기에도 또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핀누나는 아무말 없이 울고 있는 클라리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스승님은 그냥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깨어난 스승님보다 클라리가 더 중심이 되어버린 듯한. 하긴 어떻게 보면 스승님이 핀누나를 만났던 것 보다 더 오랫만에 클라리가 핀누나를 만난 것이지만 말이다. 계속 울고 있는 클라리를 달래며 핀 누나는 스승님을 보며 말을 했다.
"아인트, 너 세리한테 가봐야 하는 것 아니니?"
"그래, 가봐야지. 누나. 왠지 세리한테 제일 미안하군. 가까이 있어 주지도 못하고, 혼자서 힘들었을텐데."
스승님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 황제와 스승님, 내가 예전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신분상의 차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황제는 왕족의 제1왕위 계승권자, 스승님은 거의 평민과 다름없었던 귀족 제9계급, 출신의 고아. 사랑에는 신분의 차이 따위는 없다고 했었던가? 황제는 황위에 오르자마자 복잡한 계급의 차이를 단순화 시켜버리고 스승님과 결혼을 했다고 했다. 황제나 스승님이나 대단한 사람들이라니까.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영웅이라 불리겠지.
"누나, 그럼 세리방까지 안내를 해줄레? 오랫만에 황궁에 오다보니 길을 영 모르겠네."
스승님은 핀누나쪽을보며 말을했다. 하지만 클라리가 핀누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무말 없이 계속 누나를 꼭 잡고 있었다.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감동적인 상봉장면은 그 당사자만 즐길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휴.할수없지. 란트, 클라리 너희들도 같이 가자."
스승님은 핀누나에게 매달려 있는 클라리를 보며 짧게 한숨을 쉬곤 말을했다. 흠, 클라리의 잘못인데. 왜 내가 스승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는건지. 하긴 나야 뭐 스승님이 뭐라고 하든 할말이 없다.
"란트, 너 검술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며? 누나도 꼭 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
황제의 방쪽으로 걸음을 옮기며...클라리가 매달려 있음에도 별로 걷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처럼 보이지 않는 핀누나는 날보며 안타까운듯 말을했다. 내가 우승을 했다는 이야기를 누나가 알고 있었다니. 소식은 다 듣고 있었던 걸까?
"정말이야? 누나? 그 말은 란트 이녀석이 티베하고 세리를 이겼단 말이지? 역시 내가 가르친 보람이 있다니까. 드디어 이십년만에 복수를 하는구나. 아, 조금만 더 일찍 깨어났었으면 그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을텐데."
혹시나, 했는데 스승님이 황제와 티베리우스 단장의 검술로 날 단련시킨 이유는 역시 당한 것을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는, 스승님은 내가 자랑할 세도 없이 스승님 혼자 좋아서 방방거리고 있었다. 정말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말 변한 것이 없다니까.
스승님의 뒷모습을 보니 스승님이 쓰러지시던 무렵에 비해서 스승님의 머리가 조금 길어있었다. 원래 숏커트 였던 스승님의 머리가 자라서 귀를 덮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3년동안 자란 것 치고는 수염이나 머리가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다. 혹시 핀누나가 지속적으로 슬로우 마법을 스승님께 걸어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래도 그만큼 생명에너지의 보존이 쉬워질테니.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올랐다.
황제의 방은 일층에 있는 까닭에 정원에서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보통 황제의 방은 높은 층의 구적진 곳에 위치해서 암살자들이 침입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하는데. 특별히 경비병의 수도 그렇게 많지도 않는 까닭에 암살자들의 침입은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은 것처럼 방 배정이 되어 있었다. 황태자 녀석도 마찮가지고. 뭐, 궁안에서 검을 차고다니는 것을 허용한 황제니까.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진 황제가 있는 곳의 방이 눈앞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전에 서있던 하녀들과는 다른 얼굴의 하녀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교대 근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별표정 없이 서 있던 하녀들이 잠옷 차림의 스승님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하녀들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여기에는 무슨 일 이시죠?"
두 명중 조금 더 성격이 더럽게 생긴 하녀가 우리쪽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을했다. 정말 저 황제의 하녀들은 간이 크다니까.
"당연하지, 여기에 폐하를 만나러 오지 그럼 죽이러 오냐."
스승님은 하녀의 말에 기분이 상한듯 조금 빈정거림이 담긴, 그 특유의 말투로 하녀를 보며 말을 했다. 훔, 그러고보니 아까 클라리에게 당하던 때는 스승님이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그런 것 같다는. 하지만 말싸움의 대가인 클라리는 여전히 핀누나에게 매달려 있었다. 내게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오랫만에 만났을텐데 한동안 저렇게 두는 것도 괜찮겠지.
아무래도 핀누나와 스승님이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하녀들이 지금 앞에 서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황제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됬건 난 이런 상황에 항상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스승님의 뒤쪽에 서 있던 난 통행증과 신분증명서를 꺼내서 앞으로 나와 하녀에게 주었다.
"제국 서열 5위, 검술 대회 우승자, 백합의 기사, 나 란트 크리센이 황제 폐하를 뵙는 것을 막을 권한이 고작 하녀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난 조금 화난 듯한 말투로, 조금 기운을 내뿜으며 거창하게, 스스로가 한심해 지지만 하녀를 보며 말을 했다. 물론, 살기는 아니고, 황제의 방 앞에서 살기를 내뿜을 바보가 어디 있을까? 난 바보가 되기는 싫다. 어찌됬건 내가 이런 소리를 하게 되다니. 아무튼 난 영웅과는 안어울린다니까 협박을 하는데 권력이나 쓰고. 내가 한 행동 때문인지 당당하게서 있었던 하녀들은 고개를 숙였다. 하녀들의 얼굴에서 땀이 흐르는 것이 보이는, 직무에 충실한 하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이 하녀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튼 하녀들은 나에게 신분증명서와 통행증을 돌려주며 갑자기 안 어울리게 고분고분해져서 문을 열어주었다.
"란트, 그동안 화술이 많이 늘었는데? 말도 많아지고. 흠, 예전의 성격도 어린애 같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애늙은이가 다됬군. 다됬어."
스승님은 황제의 방으로 뒤따라 들어오는 나를 쳐다보며 놀랍다는듯 말을 했다. 휴..스승님은 놀리기만 놀리고. 점점 내가 스승님이 깨어나길 그렇게 기다렸다는 사실에 대해 회의가 조금씩 느껴진다.
황제의 방 창문에는 여전히 흰색 커튼이 매달려 있었다. 나한테 지고 나서도 별 화를 내지 않는 황제, 그래도 어른이라 다른 것일까?
"세리...."
황제의 집무실로 들어가면서 스승님은 책상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일을 하느라 바쁜 황제를 향해 입을 열었다. 황제는 스승님의 목소리를 듣는순간 손에서 펜을 떨어트리며 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인트....아인트 당신 맞아요?"
황제는 놀라움과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이 섞인 듯한 표정으로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스승님을 쳐다보았다. 평소의 밝은 말투나 공식적인 석상에서의 근엄한 말투가 아닌. 뭔가 아주 여린 말투. 예전에 클라리에게서도 몇번 본적이 있는 그 말투였다.
"세리...미안해..여러가지로 걱정을 하게 해서."
스승님 역시 평소의 스승님의 말투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천천히 말을 했다. 두사람이 저렇게 된 것은 내 책임인데. 왠지 나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황제는 괜찮다고 했었지만.
".바보같은 사람. 언제나 힘들게만 만들고."
황제는 울지는 않았지만, 우는 것 보다도 더 많은 슬픔이 느껴지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드러내지 않고 참고 있었던 외로움과 같은, 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황제는 책상에서 나와 스승님쪽으로 천천히 걸어와 안겼다. 나하고 다르게 넓은 가슴으로 스승님은 황제를 안아주었다.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두사람. 참사랑이란 저런 느낌이겠지?
휴. 그런데 스승님이 나하고 황제하고 키스를 했다는 걸 알면 뭐라고 할까? 흠, 날 죽이러 세상 끝까지 쫓아올 것 같은데, 역시 이 사실도 무덤까지 끌고 가야할 사실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황제는 진정이 됬는지. 쇼파쪽으로 걸어가 앉았다. 하지만 황제의 표정에서는 여전히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쇼파도 흰색커버로 덮여 있었다..쩝.
"앉아, 모두들 그렇게 서있지 말고."
여전히 평소와는 다른 여린 말투로 말을하는 황제 지금 상태의 목소리로 말을하는 황제에게서는 역시 소녀와 같은 분위기가 밝은 모습일 때보다 더 확실히 느껴졌다. 실연당한 소녀의 모습이라 할까? 왠지 책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에서 읽었던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
나와 스승님 그리고 핀누나,클라리 모녀도 황제를 따라 쇼파 쪽으로 걸어갔다. 스승님은 황제의 옆에 나머지는 그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세리, 그런데 아틸란티스의 황관이 도난당하지 않았어?"
스승님은 갑자기 황제를 쳐다보며 말을했다. 황제의 이름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얼마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남편이라지만 스승님은 정말...
"어떻게 알았어요? 아인트, 그동안 쓰러져 있었으면서."
황제는 이상하다는 눈치로 스승님을 쳐다보았다.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 제일 처음 도착했을 때 회의 안건 중 하나였었는데, 스승님이 어떻게 알았을까?
"사실은 내가 조금 늦게 깨어난 것도 그것 때문이야. 황궁쪽으로 영혼인체로 걸어오고 있는데 언뜻 스쳐지나간 마차의 상자안에 그 비슷한게 있더라구. 아무리 영혼인체라지만 마차를 쫓아 달려가느라고 고생을 했어.."
세상에, 그런 줄도 모르고 난 깨어난다고 하면서도 왜 스승님이 안깨어나는지 걱정을 많이했었는데 실제로는 스승님이 단 곳으로 센 것이었잖아..정말, 못말린다니까 스승님은. 하지만 황제와 핀 누나는 생각외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 황관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아인트, 그럼 그 관이 어디에 있는지는 보고 왔겠군요."
황제는 조금 못 미더운 듯한 눈치로 스승님을 보며 말을 했다. 나도 솔직히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데. 뭐 어디숨겨 뒀는지 보고 왔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지도 모르고.
"응, 물론. 그런데 그 장소가 대미궁이야. 그 훔친 녀석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무슨 대도가 되겠다는둥 그러던데, 아무래도 대미궁에 있는 보물을 노리고 들어갔을테니. 살아남아있을리 만무하잖아. 보니까 물건 훔치는 실력은 좀 있어도 검술실력이나 마법은 형편없던데 어디 대미궁이 훔치는 실력만 가지고 들어갈 때인가? 뭐, 그 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고로 그 관은 대미궁에 있다는 거지."
일순, 모두 조용해졌다. 아무리 관을 찾아야 한다지만 대미궁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에 스승님 말처럼 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예전에 읽은 책에 따르면 발록이라는 대악마가 산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찾으러가야지. 어쩌겠어요. 핀 언니 도와줄 수 있어? 오랫만에 이 지긋지긋한 황궁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네."
황제는 힘없이 있던 표정을 없어지고 어느 순간 다시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그러고 보니 핀누나와 황제 두사람의 실력이라면 대미궁 정도야. 거기에다 스승님도 동참을하고, 잠깐 그런데 황제가 황궁을 비우고 여행을 떠나면 나라는 어떻게 되는거야? 황제에게도 조금 무책임한면이.
"세리, 미안해. 솔직히 나 지금 마나가 거의 고갈되어서 한 3년정도 인적이 없는 곳에서 쉬어야 할 것 같아. 그동안 조금 무리를 했더니 몸상태가 말이아니거든? 대신에 란트를 대려가는게 어떠니?"
핀 누나는 여전히 피곤한 표정으로 황제를 보면서 말을 했다. 역시, 신성마법을 너무 많이 사용을 했기 때문일까? 핀누나의 그 넘쳐나는 마나가 고갈될 정도라니. 그런데 잠깐 나를 대려가라고? 과연 내가 발록이란 악마를 상대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지. 난 당황스런 표정으로 핀누나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는 핀 누나 그러고 보니, 스승님이 들었다는 엄마의 유언중에 하나가 황제가 뭘 찾으려 할 때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게 이거 였었나?
"언니 말대로 그것도 괜찮겠네. 란트 같이 가 주지 않으련?"
그냥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스승님이 깨어나시면 다 해결이 될줄 알았던 일들이 서서히 더 꼬이고 있었다. 혹시 스승님이 이런 사태가 일어날지 알고 거짓말을 말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지금 특별히 마을로 돌아가야 별로 할 일도 없고. 어찌됬건 내가 핀누나나 황제, 스승님 앞에서는 할 말이 없다. 생명의 은인들, 아니면 내가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네, 세리누나. 하지만 그러면 저 일행들도 따라 오려고 할 것 같은데요? 소피나 신디, 신디 같은 경우에는 좀그렇겠지만."
그냥 신디는 리아인한테 맡겨 버릴까? 리아인이 피투안국으로 군대를 이끌고 갈테니 동파나단 영지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봐라고 하면 되고, 아무래도 그게 최선의 방법일 것 같다. 소피의 실력이야. 엘프니까 최소한 자기몸은 지킬 정도는 될테지만 대미궁은 제국령 밖이기 때문에 신디를 대려가는 것은 도박에 가까웠다. 그냥 수도로 오는 여행에서 신디를 대려 오려 했을 때도 그렇게 다른 일행들이 그렇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뭐 마을에서 신디를 돌봐주거나 할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별로 위험한 여행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같이 데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아인에게 맡겨도 될테니. 신디가 리아인을 좋아하기도 하니까.
"소피는, 너 따라온 그 엘프를 말하는 거니? 신디는 동파나단령 계승자라던 그 꼬마맞지 않니?."
황제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날보며 말을했다. 하긴 황제한테는 그렇게 중요한 존제들이 아니니까 이름까지 기억한다는 것은 대단히 신경을 써줬다는 이야기이다.
"흠, 란트 네가 선택하렴. 같이 갈껀지 아닌지는 그래도 네 동료들이니."
휴, 그래 동료. 동료라기보다는 짐에 더 가까웠지만 그럼 신디는 리아인에게 딸려보내고 소피는 그냥 같이 대려가야겠다. 황제에 스승님에 나하고 클라리, 소피, 어떻게 보면 대륙최강의 파티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 그럼 오랫만에 세리와 모험을 해보겠군. 뭐 꿈 속에서 돌아다녔지만 그래도 실제와는 비교할 수 없지."
스승님은 정신을 차린지 얼마나 되었다고 쇠약해진 몸으로 모험을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험을 좋아하는...천부적으로 영웅의 기질을 타고 난 것 같다 스승님은.
"아인트,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군요. 당신은 이번 여행에 같이 가지 않아요."
갑자기 들리는 황제의 목소리...스승님이 같아 가지 않는다고? 무슨 이야기지? 스승님은 물론이고 그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황제에게 집중이 되었다. 힘없이 있던 클라리까지도.
"세리, 그게 무슨 말이야. 나하고 같이 가지 않는다니!"
스승님은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했다. 얼굴도 사색이 된게, 혹시 나하고 있을 때 나를 그렇게 부려먹고 괴롭혔던 것도 모험을 못하러가는 스트레스를 억제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인트, 지금까지 제가 당신을 기다리게 만들었으니, 이제 당신이 절 기다릴 차례인 것 같군요. 제가 없는 동안 이 나라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파트레아 아인트 슈타이튼 공. 상황이 이렇게 됬으니 아마 내일 쯤 공식 석상에서 발표가 있겠지요."
황제의 결정적인 한방. 황제는 승자가 지을 듯한 미소를하고 있었다. 황제가 조금 전에 힘없이 있었던 일은 꿈 속에서나 있었던 일인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것 같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스승님, 이런식으로 복수를 해야 하는 것일까? 나라를 부탁한다는 것은 섭정을 말하는 것일텐데. 훌, 과연 스승님이 이 거대한 나라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하는 걱정이 조금 드는 것도 사실이다. 뭐 전시라면야 이 이상 좋은 섭정감이 없겠지만, 지금은 엄연한 평화시대니까. 그나저나 내일 회의에서는 좀 시끄러워 지겠군. 황제가 사라진다는데, 조용하면 이상한 것이었다.
"그럼, 란트 며칠안에 곧 떠날 테니까 준비하고 있으려무나."
황제는 허탈한 표정을 옆에 앉아 있는 스승님을 무시한체 웃으며 나에게 말을했다. 아무래도 여행길이 보통 험난할 것 같지는 않는듯한.
"네, 그럼. 전 이만.."
난 황제에게 고개를 조금 숙이고 일어섰다. 휴.이제 이 사건 많았던 황궁을 떠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왠지모르게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황궁에 계속 머무르는 것 보다는 여행을 떠나는 게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그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니 말이다.
내가 일어서자 클라리도 내 뒤를 따라 오랫만에 조용히 걸어왔다.
"세리, 그럼 나도 너희 떠날때 떠나야겠어. 좀 멀지만 유하네리스성수 밑에서 쉬는게 좋을 것 같으니까..일찍 출발해야지."
핀 누나도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는 내 뒤를 따라 황제의 방 밖으로 걸어 나왔다. 뭐, 황제한테 한방 먹기는 했지만 스승님도 황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테니 자리를 비켜주는게 좋을것 같다.
황제의 방에서 나와 방쪽으로 걸어가려는 내 어깨를 핀누나가 잡았다. 무슨 일이지? 난 누나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핀누나와도 정말 오랫만에 만났는데 그다지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했다. 상황이 말을 많이할 상황도 아니었고.
"란트, 고마워. 클라리를 잘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핀 누나는 스쳐지나가듯 짧게 내게 말을했다. 클라리를 잘 지켜줘서라. 핀 누나를 만났을 때 클라리가 저렇게 울일이 많이 생기게 만든 것도 나였는데 그다지 잘 지켜준 것 같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클라리의 주인으로써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클라리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힐지도 모르는데."
클라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사이 난 혼잣말을 하듯 작은 목소리로 핀누나를 향해 말을했다. 솔직히 요즘에는 자신이 없다. 난 클라리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보장이 있을지. 핀누나는 대답없이 그런 나를 조용히 쳐다 볼 뿐이었다.
휴, 최근에 내게 있어서 정신없지 않는 여유로운 날이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끈임없이 터지는 사건들. 스승님이 깨어나고 짧은 여행도 끝이라 생각 했었는데. 생각외로 여러가지 일들로 사건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존재가 모든 것을 뒤틀어 놓는 것 같은. 엄마의 유언과 뭔가 알 듯하면서도 의미를 모를 그 시. 한번 밖에 듣지 않았는데도 머리속에 깊이 새겨져 버렸다.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하늘에서 내린 다섯가지 신의 상징
나눠진 세가지는 나눠진 권위
잊혀진 두가지는 잊혀진 약속
거대한 제국이 생겨난 뒤 3000년 후
갈라진 제국이 멸망한 뒤 300년 후
영웅의 제국이 건설된 뒤 30년 후
북방의 도적이 땅과 바다를 뒤덮을 때
따사로운 여신의 허리에 하나 힘으로 존재하고
땅속 깊은 큰 어둠의 창고에 하나 권위로 존재하며
외로운 백합의 목에 하나 어머니로 존재하고
누구보다 강한 빛의 상징의 손에 하나 옛사랑으로 존재하며
신에구속되지 않은 생명의 품에 하나 선물로 존재한다.
목걸이의 주인이 모두를 모을 때
처음 시작되었던 곳 대지의 품안에서
사라지는 한명과 되살아난 한명
행복한, 슬픈 신의 축복이 내린다.
"주인님아! 일어나 벌써 두시가 지났어. 밥먹어야지."
"으..."
오늘도 여전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거의 매일 고문을 받는 수준으로 체력을 소비했으니. 뭐, 예전에도 이정도로 피곤해졌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일주일동안 거의 매일 같이 이렇게 체력을 소모해야 했던 적은 내생에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생기는 일마다 사람 몇백명을 몰살할 때 소모되는 체력과 거의 비슷하게 체력을 써야 했으니,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힐" "릴리브 페티그레이트(피로 제거)!"
난 목이 건조한 까닭에 갈라진 목소리로 회복마법을 몸위에 거의 뒤집어 쓰듯이 사용을 했다. 자기 전에 해둬야 조금 더 효과가 있는데, 어떻게 잠들었는지. 너무 피곤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인님아! 우승파티 해야지. 어제밤에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일찍 잠들어버리면 어떻게 해."
벌써 오후 무렵이라 서쪽으로 나있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클라리의 백금발 머릿결이 더욱더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클라리 자체에게서 약하게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뭐 특별히 자세히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지만...
"이건 다 네가 여장을 시켜서 그렇게 된거야. 황태자 비위 맞추는게 얼마나 힘든데. 정말. 차라리 용병단 하나 전멸시키는게 편하지."
회복마법을 쓴 뒤에도 여전히 저리는 팔을 주무리며 난 말을 했다. 솔직히 처음에 클라리가 장난을 치지 않았으면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없다고하면 거짓말이겠고 이 정도까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든다.
"피~, 주인님은 뭐 그런것 가지고 소심하게 그래?"
클라리는 입을 불퉁하게 해서는 나에게 투정을 했다. 잠깐, 그런데 왜 클라리가 어린 모습이 내 기억에 있는거지? 흠, 모르겠다. 나보다 더 작은 모습의 클라리를 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끔씩 이렇게 멍하게 뭔가 기억이 날듯 말듯 할 때는 너무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여러가지 생각할 일이 많다보니 그런일이 더 자주 생긱는 것 같다.
"주인님아. 왜 그래? 갑자기 멍하니, 혹시 내 말 때문에 삐졌어?"
클라리는 멍하니 있는 내 앞에 서서 이상하다는 듯 말을 했다. 흠, 예전에는 내가 대답을 안해도 이런 반응은 안했었는데. 하긴 그 때는 대답을 안하는게 대부분 이었지만, 요즘에는 대답을 꼬박꼬박 잘 해주니까 이런 반응이 오는 것 같다.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클라리 너 어린 모습을 꿈 속에서 본 것 같아서."
클라리의 표정이 조금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역시, 뭔가 있는것 같은데, 솔직히 요즘에는 이것저것 클라리의 장난 때문에 피해를 많이 당해서 클라리에게서 뭔가 수상한 점만 느껴지면 경계가 되었다.
"주인님아. 빨리 먹어야해. 겨울이라 상하지는 않겠지만, 음식은 뭐든지 만들고나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맛이없어 진답니다."
잠시 흐트러졌던 표정을 풀고 다시 웃는 모습으로 클라리는 여전히 침대위에 앉아 잇는 날 테이블 쪽으로 끌고 갔다. 아무래도 말을 돌리려는 것 같은데. 뭐, 특별히 궁금한 것도 아니고 괜히 추궁해봤자 귀찮기만 하니까 그냥 넘어가야 되겠다.
테이블 위에는 겨울에..구하기 힘든 과일에 많은 음식들이 바구니에 잔뜩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악몽같은 술병까지, 난 술병을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주인님아, 날씨도 좋은데, 그냥 정원에 나가서 음식을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지 않아?"
거의 반 강제적으로 테이블에 앉아 식욕이 없으나마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데 클라리가 말을 했다. 정말, 주인을 가지고 놀아라. 놀아.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맛이 없어진다고 누가 말하지 않았었나? 정원까지 가는데데에도 한 십분은 흐를 것 같은데."
난 황태자에게 습득한 빈정거리는 말투로 클라리에게 말을했다. 흐, 황태자 녀석 생각 외로 쓸모 있을 때도 있었군. 말싸움의 신기술이라고 해야할지.
"주인님아, 그러지말고 그냥 가자. 응? 오늘은 사고 안칠께."
클라리의 말에 난 못 믿음을 강조하기 위해 의자 위에 그대로 앉아 있었지만, 클라리가 한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나머지 한손으로 나를 잡아끌었다. 아니, 들어서 끌고 나갔다. 클라리보다 한뼘만큼 작은 내키와 마른 몸을 원망하며, 난 어젯밤 입은체 잠이들었던 까닭에 구겨진 옷을 대충 마법을 조금 동원해서 정리하며 클라리를 따라 갔다.
보통 책같은데 나오는 마법사들은 뭐..마법사정신이니, 마법사의 자존심이니 해서 사소한 일에는 마법을 안쓰고 아껴뒀다가 악당이나 적이 나타나면 온갖 화려한 마법을 선보이지만 뭐 난 처음 마법을 배웠을 때부터 마법의 이용 수단을 이런 사소한 일에 써왔었고, 마법사로써의 자부심이라거나 하는 것도 별로 느껴본 기억이 없었다. 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게 마법지팡이를 준 그 아저씨한테는 미안하지만 내 마음이 그런것을 어쩔까?
꽤 무거워 보이는 음식바구니를 별로 힘들어하지도 않고 들고 오는 클라리를 뒤에 둔체 조금 앞에서서 걸어갔다. 역시 팔힘이 보통이 아니라니까. 아무튼 난 기사나 영웅과는 별로 잘 안어울리는 것 같다. 뭐 기사나 영웅들은 여자들한테는 목숨까지도 바칠 것 같이 행동을 하지만, 난 하도 여자들한테 당한게 많다보니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제발 여자들에게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내가 고결한 백합의 기사라니, 어감상 좀 그렇지만, 오히려 피의 광전사가 더 잘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훔, 그러고보니 피의 광전사가 여자에게 당하고 산다는 것도 이상하군, 잠깐, 그런데 왜 갑자기 시야가 가려지는 거지?
"쿵!"
으악, 모서리를 도는 순간, 또 누군가와 부딪쳤다.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무방비 상태로 부딪힌 까닭에 뒤로 주저앉은 모습이 되버렸다. 요즘엔 왜이렇게 사람들하고 정면 충돌하는 일이 이렇게 많을까? 그냥 클라리를 앞장 세울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런데 누구하고 부딪쳤지?
난 정신을 차리고 나와 충돌한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진 붉은 색 머리, 무척이나 맑은 푸른색 눈, 조금 마르고 머리가 길어졌지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스승님! 깨어나셨군요.."
난 순간, 당황함에, 그리고나서 여러가지 떠오르는 내 감정을 주체를 할 수 없어 그대로 주저앉은체 멀뚱히 스승님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스승님이었다. 아인트 스승님, 결국 깨어나신거구나! 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라 추정되는 감정을 느끼며 스승님을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끝없이 느껴지는 미안함 눈에 조금 눈물이 고였다.
왜, 왜! 그렇게 기다리던 스승님이 내 눈앞에 있는데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모르겠다. 스승님이 쓰러지신뒤 일어났던 많은 일들, 스승님을 보니 그 기억들이 하나하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음, 란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쁘게 크다니!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피끓는 젊은이들 속을 많이 썩히겠구나."
날 쳐다보던 스승님은 씩 웃으며 말을 했다. 잠깐, 아무리 스승님이라지만 방금 전의 말은? 게다가 남자들이라니! 그리고 여자들이 내 속을 썩힌다군요. 읏, 스승님까지 그런 소리를 하다니. 그 것도 깨어나자마자. 하긴 스승님의 저 말투 정말 다행이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래도 스승님은 예전에 내 기억 속에 있는 밝은 모습 그대로 였다. 잠옷차림이라는게 조금 그랬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깨어나자마자 몰래 밖으로 도망을 쳐 나온 것 같은 분위기가 확실히 나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런 스승님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모습, 흑마법사가 쏜 암흑마법을 내대신 맞으며 쓰러지시는 그 모습이 떠올랐다. 스승님을 보는 내 얼굴에는 작은 웃음이 떠올랐지만, 마음은 너무나도 아팠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입에는 웃음을 띄우고, 마음은 찢어질 듯 하면서도, 또 너무나도 기쁜. 이런 것이 모순이라는 것일까?
"스승님, 왜 그렇게 깨어나시지 않으신 거에요. 제가 정말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난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스승님을 향해 말을했다. 스승님이 깨어나면,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 것 같았는데. 정작 상황이 되니,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왠지 뭔가 정신이 없는 것 같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그럴까? 그리고 혼란스런운 이감정!
"그게, 좀 길어. 그런데 란트, 먹을 것 좀 구해줄 수 없냐? 오랫만에 정신을 차렸더니. 배가 고파서."
스승님은 두손으로 배를 움켜잡은체 나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말을했다. 훌, 정말 변하지 않으셨다니까. 이번에도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듯 얼굴에는 다시 모순적인 두 표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런데 방금 전 그 말은 역시 잠옷차림으로 몰래 빠져 나온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먹을 것을 노리고, 핀 누나가 걱정할텐데.
"저기 조금 있는데.."
난 뒤쪽에 클라리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스승님을 향해 말을했다. 저 많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하고 고민을 했었는데 잘 됬다. 스승님의 솜씨라면, 저 정도 음식이야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그리고 그 순간 핀누나가 걱정할지도 모르겠다는 작은 걱정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갈수록 나도 이기적이 되는 것 같은 마음속의 혼란도 조금씩 진정되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저씨,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반가운 거지만 보자마자 남의 음식을 보며 그렇게 침을 흘려도 되는 거에요?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여기서 음식을 먹는건 파트레아 아인트 슈타이튼 공작께서 하실행동이 아니라고 사려되는 바인데요?"
흠, 뭔가 여러가지가 섞인 듯한 말이 클라리의 말이 정신 없이 쏟아졌다. 약간 심술이 난 말투, 아무래도 내게 화가난 것 까지 스승님께 한꺼번에 클라리가 화풀이를 하는 것 같다. 스승님은 갑자기 펼쳐진 클라리의 언어공격에 당황한 듯 잠깐 멈칫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승님은 다시 배를 두손으로 움켜 잡으며 우리쪽을 향해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불쌍한 스승님.
"란트 제발, 내가 예전에 아무리 널 많이 부려먹었어도 이 배고픈 스승을 아사시키는 건 좀 심하지 않니?"
흠, 스승님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요즘엔 제가 클라리에게 노예가 된 듯한 기분인데, 난 클라리의 후환이 두려워 속으로만 이런 소리를 혼자 중얼거리며 스승님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알았어요. 아인트 아저씨. 아저씨가 깨어나기만 손꼽아 기다린 우리 주인님 그만 괴롭히세요. 하지만 여기서는 음식을 못드려요. 정원에 가서 주인님하고만 특별히! 먹으려 했던 거니까. 아저씨도 드시고 싶으면 조용히 저흴 따라오세요."
정말 오랫만에 내 편을 들어주는 클라리. 그런데 이번에는 도움이 그다지 필요가 없었던 것같지만. 난 스승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잠옷차림의 스승님은 영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스승님은 영웅 아인트 슈타이튼인데 말이다.
"스승님, 그런데 그 옷차림으로 정원에 나가실꺼에요?"
스승님은 고개를 숙여서 자신이 입고 있는 연파랑색의 잠옷을 내려보더니 뭐가 이상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왜? 이 옷차림이 최고급천에 괜찮은 패션에 이정도면 괜찮지 않냐?"
스승님의 대답에 난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어버렸다. 물론, 패션도 좋고 최고급천이지만 잠옷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그 오두막집에서 살 때는 스승님이 잠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었다. 혹시 그 옷이 잠옷이라는 것을 스승님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설마.
난, 마음속 깊이 의혹을 품었지만, 쓸데없는 일을 가지고 입을 피곤하게 만드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성밖에 나갈 것도 아닌데 잠옷을 입고 있는들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건 그렇고 내가 들은 것에 의하면 핀누나가 몇년동안 거의 자리를 뜨지 않고 스승님 옆에서 마법으로 간호를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핀누나가 어디로 갔지?
"스승님, 그럼 핀 누나는?"
난 정원쪽으로 스승님, 클라리와 함께 걸어가며 짧지만 여러가지 의미를 담은 질문을 하였다. 과연 스승님이 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런지 조금 걱정이 됬지만 말이다.
"핀 누나?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길래, 내가 누워있던 침대에 눞여두고 왔지. 아무래도 내 몸에 느껴지는 마나를 보니 누나가 계속 날 간호한 것 같은데, 좀 편안하게라도 쉬게 해 줘야지."
스승님은 뭔가 미안함이 느껴지는 말투로 날 보며 말을했다. 휴, 핀누나에게도 정말 할 말이 없다. 원래 내가 부담해야할 일인데, 그리고 핀누나는 내가 플라이 마법에 약한 것 처럼 치료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했다. 물론, 잘 사용하지 못한다는 기준은 핀누나의 다른 마법 실력에 비해서였다. 핀누나의 치료마법이 약해도 왠만한 고위 성직자들 수준은 능가하니까.
"란트, 그런데 지금 몇년이냐? 내가..몇년동안 잠들어있었지?"
방에서 나오는 동안 스승님은 만난 사람도 없었었나? 년도쯤이야 아무나한테나 물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스승님이 계셨던 방이 이 근처일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조금 더 일찍 스승님의 방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승님이 이렇게 다시 깨어나셨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일까?
"제국력 26년, 스승님께서 쓰러지신지는 3년정도 됬어요."
휴. 그 때 그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머리속에 떠오른다. 생각외로 나역시 기억력이 좋아서 잊고 싶은 기억도 쉽게 잊혀지지를 않았다. 어느 정도 적당히 기억이 잊혀진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이라. 쩝 내가 아무리 자는걸 좋아하지만 생각외로 너무 오래잠들어 있었군. 어쩐지 꿈이 너무 길더라 했더니."
스승님은 웃으며 농담하듯 말을했다. 하지만 난 스승님처럼 쉽게 웃을수가 없었다. 정말,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한동안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만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스승님 역시 무슨 이유에서 인지 쉽게 말을 하지 않았다. 왠지 감회에 젖은 듯한 눈빛, 쓰러져 있던 시간을 빼고라도 스승님이 황궁에 오는 것 자체가 오랫만이었을 것이다. 내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때는 계속 나와 같이 지냈으니까.
정원까지 가는 길은 스승님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 같지만 잠옷 차림 때문에, 가끔씩 지나가는 하녀들이나 하인들이 흘끔 겻눈질로 스승님을 쳐다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사건이 없었다. 그런데 하녀들로 인해서 스승님의 잠옷차림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들었다. 하녀들의 입만큼 무서운 것 또한 없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뭐 실내에서 잠옷차림으로 돌아다닌들 어떠하랴? 그 실내가 황궁이라는 것이 좀 그렇지만.
정원으로 가는 문을 여니 오후의 밝은 햇빛이 열린 문쪽으로 들어왔다. 황궁 복도는 내부의 조명 때문에 햇빛이 꼭 들어오지 않아도 그렇게 어둡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공적인 마법의 빛보다는 햇빛이 더 느낌이 좋았다.
정원의 한쪽에, 물론 클라리가 강제로 정한 위치에 가서 앉았다. 그런데 이 위치는 전에 술마시고 여장을 한 내모습을 확인한, 그 연못가였다. 휴, 썩 마음에 드는 자리는 아니군.
클라리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천을 풀위에 깐 위에 그 술병이 포함된 음식바구늬를 놓았다.
"자..맛있게 먹어. 주인님아."
클라리는 웃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음식들을 내려 놓았지만, 내 손이 음식을 만지기 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그 많은 음식들을 거의 한 앞에 털어넣듯이 먹는 스승님, 역시 저 엄청난 식성은. 게다가 3년동안 먹지도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 뭐 난 특별히 식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스승님이 음식을 먹는 것을 구경만 했다. 그런데 한참동안 스승님이 음식을 다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갑자기 음식을 꺼내던 클라리의 손이 멈췄다.
"아인트 아저씨! 주인님 먹을껀데 아저씨가 다먹으면 어떻게 해요!"
스승님을 몰아세우는 클라리, 클라리의 저런 모습은 또 처음보는 것 같다. 뭐 황태자나 가이우스, 리아인을 상대할 때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며 약점을 찌르는 듯한 말투를 주로 사용했었지 저렇게 따지듯이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클라리, 음식 조금 먹었다고 너무 그러지마. 이제부터 조금만 먹으면 되잖아."
클라리의 언어공격에도 스승님은 이제 별 흔들림 없이 약간의 미소까지 뛰우며 여유롭게 대답을 했다. 아무래도, 스승님도 확실히 단련이 된듯한데. 클라리 같은 사람이 스승님한테 또 있었나? 황제는 아닐테고, 설마 핀누나? 아니겠지. 핀 누나는 내가 볼 때는 항상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했었는데. 왠지 신비스러운 느낌의. 그런 핀 누나가 그럴리가 없었다.
"클라리, 난 괜찮아."
클라리의 음식은 맛있었지만, 지금은 역시 좀 그래서, 난 그냥 스승님이 먹는 것을 구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말이 끝나는 순간. 클라리가 이제 내 쪽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주인님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주인님 스승님이라고 그렇게 가만히 있지말고 좀 뭐라고 해. 음식을 다 뺏기지 말구!"
난 한숨을 쉬며 클라리가 스승님을 노려보며 내 입에 넣어주는 음식을 얌전히 씹어먹었다. 정말 내가 어쩌다가 검에 휘둘리며 사는 상태가 되었는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은 내 모습을 보면서 소리를 내지는 않은체 큭큭거리며 웃고 계셨다. 스승님 정말.
한동안 스승님과 클라리의 식량을 둔 혈투가 끝나고 어떻게 다 먹을까 걱정이 되던 그 많던 음식이 사리지고 없었다. 물론. 술병은 곱게 바구니에 담겨진체로.
"으..배부르다. 이제 좀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나네."
스승님은 불룩하게 부푼, 다른 말라있는 몸 상태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그런 배를 두드리며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못말리는 스승님, 왠지 그 동안 걱정을 했던 것이 허무해 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승님, 정말 어떻게 되셨던 거에요. 왜 그렇게 정신을 차리시지 못하셨어요. 얼마나 걱정을 했었는데..."
난 여전히 행복한 표정으로 있는 스승님을 보며 반은 원망, 반은 미안함의 감정으로 말을했다. 내 말을 들은 스승님은 잠시동안 고민을 한 후 장난스럽던 표정을 없애고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란트, 사실은 나 아주 긴 꿈을 꿨었어. 란트 너에게 날라오는 검은색 구체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날린 뒤부터, 예전의 추억에 대한 꿈이었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 세리하고 핀누나, 꼬맹이였던 티베와 모험을 하던 시절 말이야. 처음 세리를 만났던 그 때, 처음으로 오우거를 죽였을 때, 솔직히 난 다시 찾아온 행복이라고 여겼었어. 네 생각도 날 걱정할 핀누나 생각도 났지만 왠지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꿈을 깨는 것이 쉽지 않더라구, 너무 즐거웠었으니까.."
스승님은 자신의 그 맑은 눈으로 연못을 바라보며 잠깐 이야기를 멈췄다. 그렇게 잠시동안 있던 스승님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을 했다.
"그래. 그렇게 꿈 속의 이야기. 30년전의 그 일은 흘러가고, 란트, 너희 엄마, 미카를 처음 만나던 그 때까지 이야기가 진행 되었어. 그런데 미카가 갑자기 날보며, 여기에 있으면 안된다며 화를 내는거야? 살아있는 당신이 이 곳에 있으면 안된다고, 그리고 란트 너를 힘들게 만들면 안된다며, 그렇게."
엄마가 스승님의 꿈 속에서 그렇게 말을 하셨다니. 그러고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이 떠올랐다. 스승님처럼 엄마가 살아계신 모습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마음을 슬프게 만들었다.
"그 순간, 정신을 차렸지 하지만 깨어난 것은 아니야. 영혼인체로 이세상에 들어온 것 뿐이었어. 난 몰랐는데, 왠지 멀리서 들리는 미카의 목소리가 내게 가르쳐 주더군. 살아있는 당신의 몸이 있는 곳에 찾아가야 한다며, 그래야지 깨어날 수 있다고."
스승님은 오래전의 이야기를 하듯 차분히 말을 했다. 그래서 핀 누나가 조금 있으면 스승님이 깨어나실 때가 되었다고, 리아인을 보낸 것일까?
"그런데 란트, 내가 네게 꼭 해줘야 할 말이 있어. 확실치는 않지만 미카한테 부탁을 받은 것들. 나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세리가 무엇을 찾으려 할 때, 란트 네가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미카가 그러더구나. 세리가 갑자기 뭘 찾으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 얼핏 집히는게 있지만 확실치는 않아서 말할 것은 못되고.. 그리고 이 시도 꼭 기억해서 란트 너에게 전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했어. 이 스승님이 그래도 기억력하나는 좋으니까 꽤 긴 시지만 확실히 외워뒀지.
하늘에서 내린 다섯가지 신의 상징
나눠진 세가지는 나눠진 권위
잊혀진 두가지는 잊혀진 약속
거대한 제국이 생겨난 뒤 3000년 후
갈라진 제국이 멸망한 뒤 300년 후
영웅의 제국이 건설된 뒤 30년 후
북방의 도적이 땅과 바다를 뒤덮을 때
따사로운 여신의 허리에 하나 힘으로 존재하고
땅속 깊은 큰 어둠의 창고에 하나 권위로 존재하며
외로운 백합의 목에 하나 어머니로 존재하고
누구보다 강한 빛의 상징의 손에 하나 옛사랑으로 존재하며
신에구속되지 않은 생명의 품에 하나 선물로 존재한다.
목걸이의 주인이 모두를 모을 때
처음 시작되었던 곳 대지의 품안에서
사라지는 한명과 되살아난 한명
행복한, 슬픈 신의 축복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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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시 같은데...무슨 뜻인지는 여기 황성까지 찾아오는 동안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전혀 모르겠어. 뭔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미카가 이말을 꼭 전해달라더군. 란트, 너를 정말 사랑한다고. 너무 외로워하거나 힘들어하지 말라고."
스승님은 그렇게 말을 멈추고는 피곤한듯 연못가의 잔디에 들어누워버렸다. 스승님이 전해준 엄마의 유언 왠지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갑자기 아무말 없이 날 떠나버린 엄마. 엄마는 이렇게 밖에 말을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시는, 또, 황제가 무엇을 찾는다는 그 말은 도데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 엄마, 제게 뭘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것이지요? 여러가지 생각에 고민을하고 있는 내 옆에 클라리가 조용히 와서 자신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었다. 휴..그래도 내가 이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꽤 많이 생긴 것 같다. 힘들때, 지켜줄 존재도.
"아인트! 정신을 차렸구나! 그런데 너 밖에 나와 있으면 어떻게 해! 몇년동안 침대위에서 누워만 있어서 약해진 몸으로."
우리가 정원으로 나왔던 문으로 부터 걱정스러운 말투 였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핀누나 였다. 핀누나는 그 긴 자신의 햇빛에 비쳐 아름답게 빛나는 금발을 출렁이며 우리쪽으로 뛰어왔다. 핀누나도 스승님이 쓰러지시던 그 날 헤어진 이 후로 못 봤었지. 보고 싶어했던 사람. 아니 존재들 중 하나였다.
"누나. 오랫만이야. 그동안 나때문에 고생많이 했지? 그동안 많이 늙은 것 같네!"
잔디위에 누워있던 스승님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핀누나가 달려오는 쪽을 보며 힘찬 목소리로 말을 했다. 스승님은 핀 누나의 걱정을 조금 덜어주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이 울보 녀석, 할아버지가 다 되어가도록 이 누나 속을 썩히고 있어."
우리가 있는 곳까지 달려온 핀 누나는 스승님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하지만 핀 누나의 표정에서는 너무나도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많이 피곤한 듯한 누나의 모습, 그 동안 스승님께 계속 마법으로 생명에너지를 넣어주었섰겠지. 신성마법에 약한 누나가 몇 년동안 감당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왠지, 내가 져야할 책임을 누나에게 넘기고 떠난 것 같아서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승님은 그냥 웃으며 핀누나를 쳐다볼 뿐. 그 감정을 내가 뭐라고 말할 수 표현할 수 있을지.
"란트, 그동안 잘 지냈구나. 3년만이지?"
핀누나는 시선을 스승님에서 내쪽으로 돌렸다. 왠지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존재이면서도 많은 정을 느낄 수 있는 핀누나, 고마움과 미안한 때문에 난 웃으며 답을 할 수 없었다.
"네, 누나..."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날쳐다보는 핀 누나의 눈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의 외로움, 미안함. 모든 것을 덮어주는 누나의 바닷색눈, 클라우 녀석과 같은 색이었지만 느낌은 너무나도 달랐다. 어떻게 이런 핀누나의 뱃속에서 클라우 같은 녀석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우리 뒤에서 빈 바구늬를 안고 있던 클라리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핀누나, 때문일텐데.
"어...엄마!...으앙!"
역시, 어린 아이가 엄마를 오랫만에 만났을 때 처럼 울면서 클라리는 핀누나쪽으로 달려가서 안겼다. 키는 클라리가 조금 더 컸고, 외모에서 나오는 나이상으로 보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서 조금 이상한 형태가 되었지만, 난 조금 클라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 있어서 스승님의 존재 이상이, 클라리에게는 핀누나의 존재였을테니까. 자기를 만들어준 존재. 클라리는 30년동안 살아온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언제나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부는 바람에 핀누나의 진한 금발과 클라리의 백금발이 섞여 조금씩 하늘거렸다. 두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역시 둘에서 나오는 느낌이 상당히 비슷했다. 클라리가 핀누나의 또다른 모습일지도, 겉에 드러나지 않는 핀누나의 약한 모습. 하지만 그러기에도 또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핀누나는 아무말 없이 울고 있는 클라리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스승님은 그냥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깨어난 스승님보다 클라리가 더 중심이 되어버린 듯한. 하긴 어떻게 보면 스승님이 핀누나를 만났던 것 보다 더 오랫만에 클라리가 핀누나를 만난 것이지만 말이다. 계속 울고 있는 클라리를 달래며 핀 누나는 스승님을 보며 말을 했다.
"아인트, 너 세리한테 가봐야 하는 것 아니니?"
"그래, 가봐야지. 누나. 왠지 세리한테 제일 미안하군. 가까이 있어 주지도 못하고, 혼자서 힘들었을텐데."
스승님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 황제와 스승님, 내가 예전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신분상의 차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황제는 왕족의 제1왕위 계승권자, 스승님은 거의 평민과 다름없었던 귀족 제9계급, 출신의 고아. 사랑에는 신분의 차이 따위는 없다고 했었던가? 황제는 황위에 오르자마자 복잡한 계급의 차이를 단순화 시켜버리고 스승님과 결혼을 했다고 했다. 황제나 스승님이나 대단한 사람들이라니까.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영웅이라 불리겠지.
"누나, 그럼 세리방까지 안내를 해줄레? 오랫만에 황궁에 오다보니 길을 영 모르겠네."
스승님은 핀누나쪽을보며 말을했다. 하지만 클라리가 핀누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무말 없이 계속 누나를 꼭 잡고 있었다.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감동적인 상봉장면은 그 당사자만 즐길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휴.할수없지. 란트, 클라리 너희들도 같이 가자."
스승님은 핀누나에게 매달려 있는 클라리를 보며 짧게 한숨을 쉬곤 말을했다. 흠, 클라리의 잘못인데. 왜 내가 스승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는건지. 하긴 나야 뭐 스승님이 뭐라고 하든 할말이 없다.
"란트, 너 검술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며? 누나도 꼭 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
황제의 방쪽으로 걸음을 옮기며...클라리가 매달려 있음에도 별로 걷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처럼 보이지 않는 핀누나는 날보며 안타까운듯 말을했다. 내가 우승을 했다는 이야기를 누나가 알고 있었다니. 소식은 다 듣고 있었던 걸까?
"정말이야? 누나? 그 말은 란트 이녀석이 티베하고 세리를 이겼단 말이지? 역시 내가 가르친 보람이 있다니까. 드디어 이십년만에 복수를 하는구나. 아, 조금만 더 일찍 깨어났었으면 그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을텐데."
혹시나, 했는데 스승님이 황제와 티베리우스 단장의 검술로 날 단련시킨 이유는 역시 당한 것을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는, 스승님은 내가 자랑할 세도 없이 스승님 혼자 좋아서 방방거리고 있었다. 정말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말 변한 것이 없다니까.
스승님의 뒷모습을 보니 스승님이 쓰러지시던 무렵에 비해서 스승님의 머리가 조금 길어있었다. 원래 숏커트 였던 스승님의 머리가 자라서 귀를 덮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3년동안 자란 것 치고는 수염이나 머리가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다. 혹시 핀누나가 지속적으로 슬로우 마법을 스승님께 걸어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래도 그만큼 생명에너지의 보존이 쉬워질테니.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올랐다.
황제의 방은 일층에 있는 까닭에 정원에서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보통 황제의 방은 높은 층의 구적진 곳에 위치해서 암살자들이 침입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하는데. 특별히 경비병의 수도 그렇게 많지도 않는 까닭에 암살자들의 침입은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은 것처럼 방 배정이 되어 있었다. 황태자 녀석도 마찮가지고. 뭐, 궁안에서 검을 차고다니는 것을 허용한 황제니까.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진 황제가 있는 곳의 방이 눈앞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전에 서있던 하녀들과는 다른 얼굴의 하녀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교대 근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별표정 없이 서 있던 하녀들이 잠옷 차림의 스승님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하녀들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여기에는 무슨 일 이시죠?"
두 명중 조금 더 성격이 더럽게 생긴 하녀가 우리쪽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을했다. 정말 저 황제의 하녀들은 간이 크다니까.
"당연하지, 여기에 폐하를 만나러 오지 그럼 죽이러 오냐."
스승님은 하녀의 말에 기분이 상한듯 조금 빈정거림이 담긴, 그 특유의 말투로 하녀를 보며 말을 했다. 훔, 그러고보니 아까 클라리에게 당하던 때는 스승님이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그런 것 같다는. 하지만 말싸움의 대가인 클라리는 여전히 핀누나에게 매달려 있었다. 내게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오랫만에 만났을텐데 한동안 저렇게 두는 것도 괜찮겠지.
아무래도 핀누나와 스승님이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하녀들이 지금 앞에 서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황제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됬건 난 이런 상황에 항상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스승님의 뒤쪽에 서 있던 난 통행증과 신분증명서를 꺼내서 앞으로 나와 하녀에게 주었다.
"제국 서열 5위, 검술 대회 우승자, 백합의 기사, 나 란트 크리센이 황제 폐하를 뵙는 것을 막을 권한이 고작 하녀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난 조금 화난 듯한 말투로, 조금 기운을 내뿜으며 거창하게, 스스로가 한심해 지지만 하녀를 보며 말을 했다. 물론, 살기는 아니고, 황제의 방 앞에서 살기를 내뿜을 바보가 어디 있을까? 난 바보가 되기는 싫다. 어찌됬건 내가 이런 소리를 하게 되다니. 아무튼 난 영웅과는 안어울린다니까 협박을 하는데 권력이나 쓰고. 내가 한 행동 때문인지 당당하게서 있었던 하녀들은 고개를 숙였다. 하녀들의 얼굴에서 땀이 흐르는 것이 보이는, 직무에 충실한 하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이 하녀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튼 하녀들은 나에게 신분증명서와 통행증을 돌려주며 갑자기 안 어울리게 고분고분해져서 문을 열어주었다.
"란트, 그동안 화술이 많이 늘었는데? 말도 많아지고. 흠, 예전의 성격도 어린애 같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애늙은이가 다됬군. 다됬어."
스승님은 황제의 방으로 뒤따라 들어오는 나를 쳐다보며 놀랍다는듯 말을 했다. 휴..스승님은 놀리기만 놀리고. 점점 내가 스승님이 깨어나길 그렇게 기다렸다는 사실에 대해 회의가 조금씩 느껴진다.
황제의 방 창문에는 여전히 흰색 커튼이 매달려 있었다. 나한테 지고 나서도 별 화를 내지 않는 황제, 그래도 어른이라 다른 것일까?
"세리...."
황제의 집무실로 들어가면서 스승님은 책상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일을 하느라 바쁜 황제를 향해 입을 열었다. 황제는 스승님의 목소리를 듣는순간 손에서 펜을 떨어트리며 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인트....아인트 당신 맞아요?"
황제는 놀라움과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이 섞인 듯한 표정으로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스승님을 쳐다보았다. 평소의 밝은 말투나 공식적인 석상에서의 근엄한 말투가 아닌. 뭔가 아주 여린 말투. 예전에 클라리에게서도 몇번 본적이 있는 그 말투였다.
"세리...미안해..여러가지로 걱정을 하게 해서."
스승님 역시 평소의 스승님의 말투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천천히 말을 했다. 두사람이 저렇게 된 것은 내 책임인데. 왠지 나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황제는 괜찮다고 했었지만.
".바보같은 사람. 언제나 힘들게만 만들고."
황제는 울지는 않았지만, 우는 것 보다도 더 많은 슬픔이 느껴지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드러내지 않고 참고 있었던 외로움과 같은, 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황제는 책상에서 나와 스승님쪽으로 천천히 걸어와 안겼다. 나하고 다르게 넓은 가슴으로 스승님은 황제를 안아주었다.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두사람. 참사랑이란 저런 느낌이겠지?
휴. 그런데 스승님이 나하고 황제하고 키스를 했다는 걸 알면 뭐라고 할까? 흠, 날 죽이러 세상 끝까지 쫓아올 것 같은데, 역시 이 사실도 무덤까지 끌고 가야할 사실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황제는 진정이 됬는지. 쇼파쪽으로 걸어가 앉았다. 하지만 황제의 표정에서는 여전히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쇼파도 흰색커버로 덮여 있었다..쩝.
"앉아, 모두들 그렇게 서있지 말고."
여전히 평소와는 다른 여린 말투로 말을하는 황제 지금 상태의 목소리로 말을하는 황제에게서는 역시 소녀와 같은 분위기가 밝은 모습일 때보다 더 확실히 느껴졌다. 실연당한 소녀의 모습이라 할까? 왠지 책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에서 읽었던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
나와 스승님 그리고 핀누나,클라리 모녀도 황제를 따라 쇼파 쪽으로 걸어갔다. 스승님은 황제의 옆에 나머지는 그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세리, 그런데 아틸란티스의 황관이 도난당하지 않았어?"
스승님은 갑자기 황제를 쳐다보며 말을했다. 황제의 이름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얼마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남편이라지만 스승님은 정말...
"어떻게 알았어요? 아인트, 그동안 쓰러져 있었으면서."
황제는 이상하다는 눈치로 스승님을 쳐다보았다.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 제일 처음 도착했을 때 회의 안건 중 하나였었는데, 스승님이 어떻게 알았을까?
"사실은 내가 조금 늦게 깨어난 것도 그것 때문이야. 황궁쪽으로 영혼인체로 걸어오고 있는데 언뜻 스쳐지나간 마차의 상자안에 그 비슷한게 있더라구. 아무리 영혼인체라지만 마차를 쫓아 달려가느라고 고생을 했어.."
세상에, 그런 줄도 모르고 난 깨어난다고 하면서도 왜 스승님이 안깨어나는지 걱정을 많이했었는데 실제로는 스승님이 단 곳으로 센 것이었잖아..정말, 못말린다니까 스승님은. 하지만 황제와 핀 누나는 생각외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 황관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아인트, 그럼 그 관이 어디에 있는지는 보고 왔겠군요."
황제는 조금 못 미더운 듯한 눈치로 스승님을 보며 말을 했다. 나도 솔직히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데. 뭐 어디숨겨 뒀는지 보고 왔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지도 모르고.
"응, 물론. 그런데 그 장소가 대미궁이야. 그 훔친 녀석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무슨 대도가 되겠다는둥 그러던데, 아무래도 대미궁에 있는 보물을 노리고 들어갔을테니. 살아남아있을리 만무하잖아. 보니까 물건 훔치는 실력은 좀 있어도 검술실력이나 마법은 형편없던데 어디 대미궁이 훔치는 실력만 가지고 들어갈 때인가? 뭐, 그 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고로 그 관은 대미궁에 있다는 거지."
일순, 모두 조용해졌다. 아무리 관을 찾아야 한다지만 대미궁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에 스승님 말처럼 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예전에 읽은 책에 따르면 발록이라는 대악마가 산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찾으러가야지. 어쩌겠어요. 핀 언니 도와줄 수 있어? 오랫만에 이 지긋지긋한 황궁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네."
황제는 힘없이 있던 표정을 없어지고 어느 순간 다시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그러고 보니 핀누나와 황제 두사람의 실력이라면 대미궁 정도야. 거기에다 스승님도 동참을하고, 잠깐 그런데 황제가 황궁을 비우고 여행을 떠나면 나라는 어떻게 되는거야? 황제에게도 조금 무책임한면이.
"세리, 미안해. 솔직히 나 지금 마나가 거의 고갈되어서 한 3년정도 인적이 없는 곳에서 쉬어야 할 것 같아. 그동안 조금 무리를 했더니 몸상태가 말이아니거든? 대신에 란트를 대려가는게 어떠니?"
핀 누나는 여전히 피곤한 표정으로 황제를 보면서 말을 했다. 역시, 신성마법을 너무 많이 사용을 했기 때문일까? 핀누나의 그 넘쳐나는 마나가 고갈될 정도라니. 그런데 잠깐 나를 대려가라고? 과연 내가 발록이란 악마를 상대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지. 난 당황스런 표정으로 핀누나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는 핀 누나 그러고 보니, 스승님이 들었다는 엄마의 유언중에 하나가 황제가 뭘 찾으려 할 때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게 이거 였었나?
"언니 말대로 그것도 괜찮겠네. 란트 같이 가 주지 않으련?"
그냥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스승님이 깨어나시면 다 해결이 될줄 알았던 일들이 서서히 더 꼬이고 있었다. 혹시 스승님이 이런 사태가 일어날지 알고 거짓말을 말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지금 특별히 마을로 돌아가야 별로 할 일도 없고. 어찌됬건 내가 핀누나나 황제, 스승님 앞에서는 할 말이 없다. 생명의 은인들, 아니면 내가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네, 세리누나. 하지만 그러면 저 일행들도 따라 오려고 할 것 같은데요? 소피나 신디, 신디 같은 경우에는 좀그렇겠지만."
그냥 신디는 리아인한테 맡겨 버릴까? 리아인이 피투안국으로 군대를 이끌고 갈테니 동파나단 영지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봐라고 하면 되고, 아무래도 그게 최선의 방법일 것 같다. 소피의 실력이야. 엘프니까 최소한 자기몸은 지킬 정도는 될테지만 대미궁은 제국령 밖이기 때문에 신디를 대려가는 것은 도박에 가까웠다. 그냥 수도로 오는 여행에서 신디를 대려 오려 했을 때도 그렇게 다른 일행들이 그렇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뭐 마을에서 신디를 돌봐주거나 할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별로 위험한 여행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같이 데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아인에게 맡겨도 될테니. 신디가 리아인을 좋아하기도 하니까.
"소피는, 너 따라온 그 엘프를 말하는 거니? 신디는 동파나단령 계승자라던 그 꼬마맞지 않니?."
황제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날보며 말을했다. 하긴 황제한테는 그렇게 중요한 존제들이 아니니까 이름까지 기억한다는 것은 대단히 신경을 써줬다는 이야기이다.
"흠, 란트 네가 선택하렴. 같이 갈껀지 아닌지는 그래도 네 동료들이니."
휴, 그래 동료. 동료라기보다는 짐에 더 가까웠지만 그럼 신디는 리아인에게 딸려보내고 소피는 그냥 같이 대려가야겠다. 황제에 스승님에 나하고 클라리, 소피, 어떻게 보면 대륙최강의 파티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 그럼 오랫만에 세리와 모험을 해보겠군. 뭐 꿈 속에서 돌아다녔지만 그래도 실제와는 비교할 수 없지."
스승님은 정신을 차린지 얼마나 되었다고 쇠약해진 몸으로 모험을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험을 좋아하는...천부적으로 영웅의 기질을 타고 난 것 같다 스승님은.
"아인트,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군요. 당신은 이번 여행에 같이 가지 않아요."
갑자기 들리는 황제의 목소리...스승님이 같아 가지 않는다고? 무슨 이야기지? 스승님은 물론이고 그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황제에게 집중이 되었다. 힘없이 있던 클라리까지도.
"세리, 그게 무슨 말이야. 나하고 같이 가지 않는다니!"
스승님은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했다. 얼굴도 사색이 된게, 혹시 나하고 있을 때 나를 그렇게 부려먹고 괴롭혔던 것도 모험을 못하러가는 스트레스를 억제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인트, 지금까지 제가 당신을 기다리게 만들었으니, 이제 당신이 절 기다릴 차례인 것 같군요. 제가 없는 동안 이 나라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파트레아 아인트 슈타이튼 공. 상황이 이렇게 됬으니 아마 내일 쯤 공식 석상에서 발표가 있겠지요."
황제의 결정적인 한방. 황제는 승자가 지을 듯한 미소를하고 있었다. 황제가 조금 전에 힘없이 있었던 일은 꿈 속에서나 있었던 일인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 것 같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스승님, 이런식으로 복수를 해야 하는 것일까? 나라를 부탁한다는 것은 섭정을 말하는 것일텐데. 훌, 과연 스승님이 이 거대한 나라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하는 걱정이 조금 드는 것도 사실이다. 뭐 전시라면야 이 이상 좋은 섭정감이 없겠지만, 지금은 엄연한 평화시대니까. 그나저나 내일 회의에서는 좀 시끄러워 지겠군. 황제가 사라진다는데, 조용하면 이상한 것이었다.
"그럼, 란트 며칠안에 곧 떠날 테니까 준비하고 있으려무나."
황제는 허탈한 표정을 옆에 앉아 있는 스승님을 무시한체 웃으며 나에게 말을했다. 아무래도 여행길이 보통 험난할 것 같지는 않는듯한.
"네, 그럼. 전 이만.."
난 황제에게 고개를 조금 숙이고 일어섰다. 휴.이제 이 사건 많았던 황궁을 떠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왠지모르게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황궁에 계속 머무르는 것 보다는 여행을 떠나는 게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그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니 말이다.
내가 일어서자 클라리도 내 뒤를 따라 오랫만에 조용히 걸어왔다.
"세리, 그럼 나도 너희 떠날때 떠나야겠어. 좀 멀지만 유하네리스성수 밑에서 쉬는게 좋을 것 같으니까..일찍 출발해야지."
핀 누나도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는 내 뒤를 따라 황제의 방 밖으로 걸어 나왔다. 뭐, 황제한테 한방 먹기는 했지만 스승님도 황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테니 자리를 비켜주는게 좋을것 같다.
황제의 방에서 나와 방쪽으로 걸어가려는 내 어깨를 핀누나가 잡았다. 무슨 일이지? 난 누나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핀누나와도 정말 오랫만에 만났는데 그다지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했다. 상황이 말을 많이할 상황도 아니었고.
"란트, 고마워. 클라리를 잘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핀 누나는 스쳐지나가듯 짧게 내게 말을했다. 클라리를 잘 지켜줘서라. 핀 누나를 만났을 때 클라리가 저렇게 울일이 많이 생기게 만든 것도 나였는데 그다지 잘 지켜준 것 같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클라리의 주인으로써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클라리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힐지도 모르는데."
클라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사이 난 혼잣말을 하듯 작은 목소리로 핀누나를 향해 말을했다. 솔직히 요즘에는 자신이 없다. 난 클라리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보장이 있을지. 핀누나는 대답없이 그런 나를 조용히 쳐다 볼 뿐이었다.
휴, 최근에 내게 있어서 정신없지 않는 여유로운 날이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끈임없이 터지는 사건들. 스승님이 깨어나고 짧은 여행도 끝이라 생각 했었는데. 생각외로 여러가지 일들로 사건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존재가 모든 것을 뒤틀어 놓는 것 같은. 엄마의 유언과 뭔가 알 듯하면서도 의미를 모를 그 시. 한번 밖에 듣지 않았는데도 머리속에 깊이 새겨져 버렸다.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하늘에서 내린 다섯가지 신의 상징
나눠진 세가지는 나눠진 권위
잊혀진 두가지는 잊혀진 약속
거대한 제국이 생겨난 뒤 3000년 후
갈라진 제국이 멸망한 뒤 300년 후
영웅의 제국이 건설된 뒤 30년 후
북방의 도적이 땅과 바다를 뒤덮을 때
따사로운 여신의 허리에 하나 힘으로 존재하고
땅속 깊은 큰 어둠의 창고에 하나 권위로 존재하며
외로운 백합의 목에 하나 어머니로 존재하고
누구보다 강한 빛의 상징의 손에 하나 옛사랑으로 존재하며
신에구속되지 않은 생명의 품에 하나 선물로 존재한다.
목걸이의 주인이 모두를 모을 때
처음 시작되었던 곳 대지의 품안에서
사라지는 한명과 되살아난 한명
행복한, 슬픈 신의 축복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