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5장 운명의 수레바퀴(3) 제국 마법 대회-1(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17. AM 11:53:47·조회 2621·추천 65
-제국 마법 대회를 여는 이유는 옐로우로즈 핀 프리안느를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초기의 대회는 간단한 봉인을 풀거나 결계를 해제하는 것으로 마법사들 사이의 승부를 가렸기 때문에 검술대회만큼 일반 민중들의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옐로우로즈가 직접 대회를 주관하게 된 이 후 부터는 몬스터들을 소환 물리치는 것으로 방식이 바뀌었다. 역대 참여자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인 이는 대회 역사상 드레곤을 물리친 유일한 마법사 미카 크리센이라 되어있다. 하지만 과거의 기록이 많이 소실된 지금 미카 크리센이란 마법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료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남아있는 사료에는 미카 크리센이란 이름은 피투안 국왕 란트 1세의 모친 미카 공주의 이름에서 유일하게 나타나지만 미카 크리센이 대회에서 드레곤을 물리친 시점은 미카 공주가 죽은지 약 십년 정도의 시간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카 공주는 아니라고 보는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미카 크리센은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데 이에 의문 대한 해결책은 민간에 떠도는 세인트 1세와 관련된 유명한 노래에서 추정을 해볼 수가 있다. 피투안 국왕 란트1세에게 동생이 존재했고 그녀의 이름이 미카 크리센이었다고, 하지만 이 이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아낼 길이 없다. <제국 마법 대회의 숨겨진 이야기들> 시안 드 데셍-



난 창가에 앉아 멀리 도시의 풍경을 내려보았다. 할짓이 없을 때 주로 하는 일이었지만 멈추는일 없이 항상 움직이는 사람들과 부두의 모습은 마을에서 느꼈던 활기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기에 그리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특히,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구경해보지 못했던 배들을 구경할 때마다 출처를 모를 모험심이 솟아오르는 것도 특이할 사항이었다. 최근 들어서 느끼는 점이었지만 나도 아직 어쩔 수없는 어린애라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뭐 이런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정상적인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원래부터 정상적이지 못했던 내 삶인지라 그 사실을 인식한 뒤에도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똑, 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귀찮았다. 아마도 마법 대회와 관련된 서류를 주기위해서 누군가 찾아왔을 것이란 추측쯤이야. 이 상황이라면 아무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남지않은 황궁에서의 생활을 마감하는게 아쉬운지 클라리 일당은 또 다시 어디론가 가버리고 방에는 혼자 있을 뿐이었다. 황제와 황태자의 합동 농간에 넘어간 내 이 신세야. 물론 상품에 눈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할 것 같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가장 큰 이유, 바로 여장 차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난 기분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로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또 황태자와 관련된 사람이 찾아온다면 찾아올 때마다 미카가 없으면 이상하게 생각할테니. 어짜피 돌아다닐 것도 아니고 그냥 입고 있기로 했다. 이런 것을 보고 자포자기라고 하는 것일까? 연두빛 파스텔톤의 원피스, 여자가 입고 있었다면 상당히 괜찮은 스타일의 옷이구나 하고 말았겠지만 지금 내가 거의 강제로 입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좋은 옷이구나 하고 말기에는 좀 그랬다. 아마 금과 보석으로 도배를 한 최고급 드레스를 줘도 찢어서 똥통에다 던져 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누구세요?"

난 여전히 귀에 거슬리는 여자목소리로 말을 하며 문을 열었다. 황궁만 벗어나면 이제 이 일도 끝이다. 그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를 기운이 샘솟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미카양. 연회때 만났었죠? 카렌 비아니스에요."

문을 열자 사무적인 딱딱한 회색빛 옷차림에, 주황빛 머리를 꽉 묶어서 그 반짝임이 사라져 버린 카렌 경이 앞에 서있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황태자쪽 사람이 오는 군. 그런데 카렌은 란트를 상대할 때 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 미카라고 행세를 하고 있는 날 보고 있었다. 남성 혐오증이 있는 건 아닐테고, 란트는 황태자가 싫어하는 인물이고 미카는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흠, 하지만 동일인물을 상대로 차별을 하는 것은 그 것을 당하는 당사자의 입장으로써는 그리 썩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카렌경. 또 뵙게 되서 반가워요. 그런데 무슨일로 오셨어요?"

난 마음에도 내키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카렌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나도 황태자하고 관견된 인물이라면야 그리 썩 내키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여자들 한테 당한게 많다보니 예쁜 여자니까 봐줘야지하는 그런 생각도 특별히 들지는 않았다. 확실히 나란 존재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그런 내가 졸지에 영웅 비슷한 존재가 되버렸으니, 세상이란 정말 16년간의 짧은 내 인생으로써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미카양께서 이번에 마법대회에 참가하시죠? 마법대회와 관련된 서류를 준비해서 가져왔어요. 그런데 올해는 무슨 일인지 대회 방식을 적은 서류가 발급되지 않아서, 그 서류는 가져오지 못했는데 괜찮겠죠?"

확실히 전과는 다르게 특별히 사무적인 딱딱한 태도를 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말투역시 상당히 부드러웠고 얼굴 표정도 사무적인 표정이 아니라 부드러운 표정을 하니 확실히 이 딱딱한 카렌이 그 미녀 카렌이 맞구나하고 수긍이 어느정도 갔다. 휴, 정말, 대회 방식을 적은 서류야. 꼭 필요가 있을까? 대회에 참가하면 어련히 알아서 준비와 대비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최자가 다른 단체도 아니고 제국의 정부이므로.

"네, 직접 전해주러 오셔서 고마워요. 마침 아무도 없는데, 차라도 한 잔 드시고 가실레요?"

뭐, 카렌이 내게 딱딱하게 말을 하지 않으니까 나 역시 곱게 말하자는 의미로 카렌에게 인사차 말을 했다. 어짜피 나하고 그렇게 사이가 좋지도 않으니, 아마 거절할 것이란 믿음 아래. 흠, 이럴 때 인사법은 확실히 책을 많이 읽은 보람이 난다니까. 그런데 난 마법을 배운 것이나 책을 읽은 노력에 대한 보람을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있었다. 보통 좀 더 철학적인 문제를 해결했을 때, 아니면 엄청난 위력의 마법을 완벽하게 시전했을 때 보람을 느끼는게 정상일텐데.

"그럼, 실례지만 부탁드릴께요."

헛, 잠깐, 내가 예상하고 있던 반응은 이게 아닌데. 카렌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서 내가 인사차 한 말을 승낙을 해버렸다. 난 조금 당황했지만, 그 사실을 얼굴에 나타내지는 않았다. 정말 요즘엔 사소한 일하나도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니까.

"어서 들어오세요."

난 꼭 여관의 종업원이 되버린 듯한 기분으로 문 앞에 서있던 카렌에게 말을했다. 그리고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서 카렌을 앉혀 놓은 후,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짐보따리를 뒤져 차가 들어있는 병과 주전자를 꺼냈다. 확실히 여관 종업원이 틀림이 없는 듯한 느낌. 점점 격하되어가는 내 신분에 회의를 느끼며 난 주전자에다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드 워터"

뭐, 물이야 기본적으로 우리 주위에 흔히 구할 수 있는 물질이니까 창조마법을 써도 안정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복잡한 물건을 창조마법으로 만들려고 하면 기본적인 재료가 구비되어 있었도 상당한 시간과 마나의 소비가 필요하니까. 그런 경우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창조마법을 쓰지 않았다. 물론, 내가 아니라 다른 마법사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는 것이지만.

"히트"

조금 불안한 심정으로 주전자를 향해 화염계열의 마법을 썼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조절이 잘되서 주전자에 불이 붙거나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아렐리아는 핀 누나의 딸인데도 화염계열에 능숙한 것 같았는데. 난 제자일 뿐인데도 왜 이렇게 화염계열에 약한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난 물을 끓이며 카렌 쪽을 흘끔 쳐다 보니 카렌은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가 마법을 쓰는 것을 보고 있었다. 신기할 만도 하지, 마법사가 거의 사라진 요즘세상에. 아니, 마법사가 흔하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느때나 이렇게 사소한 일에 마법을 막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에도 말했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그 알량한 자존심과 그리고 하루에 자신의 마나량의 한계 때문에 평소에는 마법을 거의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야 뭐 마법에 목숨을 걸 일도 없고 핀누나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마법보다는 검을 드는게 편하기 때문에 그다지 마법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난 적당히 물이 끓자 찻잔에 차를 조심스럽게 타서 카렌을 향해 들고 갔다. 차를 들고 가니 황제와 같이갔던 찻집이 생각이 난다. 그 찻집의 차맛도 그런데로 괜찮았는데. 하지만 나도 차를 타는 것은 능숙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미숙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을 축제 때는 난 술을 못마시니까. 내가 차를 끓여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주곤 했었다. 뭐 내가 대접 받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 난 카렌의 앞에 찻잔을 내려 놓고는 테이블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이번 것도 예의상 한 행동인 것은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고마워요. 미카양."

카렌은 차를 내려 놓는 날 보고는 웃으며 말을 했다. 확실히 기본적인 미모는 어디가지 않는다고, 일부러 딱딱하게 꾸몄는데도 불구하고 카렌이란 여기사는 확실히 예뻤다. 인기가 있는게 당연하다는 그런데 황태자 그 녀석은 이런 여자를 옆에 두고 왜 쓸때없이 딴 곳에 신경을 쓰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니까.

카렌은 찻잔을 들더니 향을 맡고는 천천히 마시길 시작했다. 휴. 그런데 내 스스로는 미숙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나저나 입맛에 맞을런지. 우리 마을 사람들이야 원래부터 가난하게 살던 사람들이 되니, 차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카렌이야 유력한 가문출신에 어릴 때부터 최고급차를 많이 마셔봤을 것이란 것에 생각이 미치자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카렌은 찻잔을 다시 내려놓으며 여전히 웃는 표정 그대로 입을 열었다.

"미카양, 차를 잘타시는 것 같네요. 향도 좋고, 맛도 좋아요."

휴, 다행이다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카렌의 말이 인사치례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카렌은 예절을 중시하는 기사이므로 더욱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고마워요. 카렌경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차는 구하기가 힘들고해서 자주 접하지 못했었어요. 그래서인지 차를 잘 타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맛이 이상하죠?"

난 사실 그대로 말을 했다. 혼자 미숙하지 않다고 해봤자.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이 없으니. 그냥 솔직히 인정을 해야지.

"아니에요. 인사치례가 아니라 정말로 차를 잘타세요. 전 어릴 때 부터 기사수련만 받아서 여자가 해야할 일을 잘 못해요. 요리나 바느질같은 솔직히 그런 일들을 잘하는 여자들을 보면 부러워요."

카렌은 정색을 하며 말을 했다. 정말, 카렌이 그렇게 말하니까 더 아닌 것 같잖아. 그런데 요리하고 바느질이라, 흠흠, 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자신은 있는데. 내가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여자임에도 못하는 카렌이 문제가 있는 건지. 뭐, 꼭 집안일을 여자가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내가 뭐라 말을하랴? 그냥 난 웃으며 카렌을 쳐다보았다. 휴, 정말 이놈의 연기도 못해먹겠군. 그렇게 말을 멈추고는 카렌은 한동안 가만히 날 쳐다보았다. 혹시 눈치를? 아니겠지.

그런데 최근에 많이 단련이 됬는데도 클라리가 아닌 다른 여자가 계속 날 쳐다보고 있으니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정말, 이 현상만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어요?"

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손을 대며, 이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책에서 읽었던 전형적인 대사를 읊었다. 그런데 정말 카렌은 갑자기 왜 그렇게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까?

"아니요. 미카양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미카양처럼 생겼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을 했어요."

헛, 세상에 천하의 카렌경이 무슨 소리를? 이 소리를 다른 여자들이 들었다면 황당함과 억울함등이 섞인 복합한 심정에 통곡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렌경이 자신의 외모에 만족을 못하다니. 제국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카렌경이, 그것도 여자가 아닌 여장 남자의 외모를 부러워 한다는 사실은 통탄할 따름이었다.

"절 놀리시는거죠? 카렌경 처럼 아름다운 분이 그런 말을."

으, 못살겠다. 내가 꼭 이런 말투로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난 책에서 읽은 그대로 이 상황에 알맞는 연기를 했지만, 내가 말해 놓고도 정말 온몸에 닭살이 돋는것은 왜일까?

"아니에요. 정말, 전 미카양이 부러워요. 집안일도 잘하는 것 같고, 외모도 귀엽고, 여성적이고, 마법도 쓸줄 알고."

카렌은 그렇게 말을 해 놓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정말 이 상황에서는 할 말이 없다. 이 이야기를 다른사람에게 해도 아무도 안 믿어줄 것이다. 그런데 피의 전사 란트 크리센 보고 여성적이라니! 할말이 없게 만든다니까.

난 카렌의 말에 당황한 까닭에 입을 열지 못했고, 카렌은 무슨이유인지 몰라도 그 후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방안에서는 카렌이 차를 마시는 작은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미카양 고마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침묵을 깨고 차를 다마신 카렌이 일어서며 날보며 인사를 했다. 다음에 다시라. 휴, 제발 그런 인사좀 하지 말았으면, 황태자 녀석이 그런 인사를 하고 난 뒤부터, 계속 볼일이 생기더니 이제 카렌까지,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감정을 숨긴체 카렌을 따라 일어서며 카렌에게 인사를 했다.

"네. 카렌경. 그런 기회가 다시 생겼으면 좋을텐데요."

난 마음에도 없는 헛소리를 하며 카렌을 향해 웃었다. 정말, 평소 란트일 때도 잘 웃지 않는데 이놈의 여장 차림으로는 왜이렇게 억지로 웃어야 할 일이 많은지. 휴, 난 카렌의 뒤를 따라 문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서 보니 카렌도 나보다 조금 키가 컸다. 흠, 정말 내 주위에는 나보다 큰 여자 밖에 없는 것 같다. 황제하고 소피 빼고 보통 여자들은 나보다 작은게 정상일 텐데.

"그럼, 내일 대회에서 행운을 빌께요."

카렌은 그 말을 끝으로 부드러웠던 표정을 다시 딱딱하게 바꾸고는 복도 저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휴, 드디어 끝이 났다.

난 급히 문을 잠구고는 다시 정상적인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풀었던 머리도 다시 뒤쪽으로 묶고 정말, 내가 제정신인지. 스스로도 의심스러웠지만, 어찌됬건 지금으로써는 엄청난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테이블로 걸어가 앉으며 카렌이 주고간 서류를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대회 초청장

대상: 미카 크리센

출전 번호: 5번



전에 검술대회 관련 서류도 그렇고, 이번 경우도 그렇고 제국의 서류는 밋밋하게 필요한 것 이상은 적지 않고 있었다. 휴, 출전번호가 5번이라. 이번에는 또 무슨 황제의 농간이 있을지 솔직히 말해서 걱정이 된다.



준비사항

1. 가문 특유의 문장 준비.

2. 자신고유의 색을 선택 후 자신의 색에 알맞은 로브 착용

3. 색깔의 중복은 허용



문장이라, 검술대회 덕택에 우리집안 문장은 백합으로 결정이 나 버렸으니까 별 상관은 없고, 그런데 잠깐 로브라고? 내가 무슨 로브가 있다고. 이런, 황제한테 달려가서 준비해달라고 해야 되겠다. 아니, 마법사 관련이니까 핀 누나에게 이야기를 하는게 낳을까? 염치도 없지 매번 아쉬울 때마다 황제한테 의지하다니.



금지사항

1. 저주 마법 사용 금지.

2. 9서클 마법 사용 금지

*경기가 시작되면 경기장 주위에 8서클 까지 막을 수 있는 특급 배리어가 설치되므로 안에서는 8서클 이하의 어떤 마법을 사용해도 괜찮음.



9서클 마법이야. 핀 누나 말고는 쓰는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6클레스 익스퍼트가 우승을 할 수준인데. 거의 뭐 형식적인 수준의 금지사항이군. 그런데 누가 봉인해제 하는데 무식하게 9클래스 마법을 쓴단 말이야?

그리고 저주마법 이 단어는 언제나 들어도 치가 떨렸다. 보통 마법을 익힐 때와는 다르게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건 뒤에야 터득할 수 있는 마법, 스승님이 쓰러져 계셨던 것도 그 때문이었는데, 누군가 저주마법을 사용한다면야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나 저나 핀누나를 찾아가 봐야 하는데, 어느 방이었더라? 그러고 보니 방을 알아 놓지 못했다. 그 말은 어쩔 수 없이 황제에게 가봐야 한다는 것인데, 잘 됬다 이 기회에 황태자의 장단에 넘어가서 란트도 아닌 미카를 마법대회에 참가시킨 것에 대해서 따져야 할 것 같다.



황제의 방 문앞에는 언제나 처럼 시녀들인지, 하녀들인지 한성질 하는 여자들이 서 있었다. 홋 이번에도 다른 여자들이 있네. 흠, 매번 내가 올 때마다 하녀들이 바뀌는 것같다. 2교대 근무가 아니었었나? 난 또 전처럼 위협을 가할 준비를 하고, 황제의 방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황제의 방문 앞에 서는 순간, 하녀들이 갑자기 아무 말 없이 방문을 열었다. 헛, 이애들이 갑자기 뭘 잘 못 먹었나? 내가 들어가기 전에 하녀 쪽을 슬쩍 쳐다보자 하녀는 고개를 숙여서 내 시선을 피했다. 오호, 나에 대한 소문이 퍼졌나 보다. 어제 적당히 위협을 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 이 기고 만장한 황제의 하녀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다니. 그런데 기분이 좋은 가운데에서도 조금 씁슬한 기분이 들었다. 마을에 있을 때, 마을 처녀들이 피를 뒤집어 쓰고오는 날 두려워하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 당시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야 왜 그렇게 씁슬한 기분이 드는걸까?

잠시 멈춰있는 날 향해 하녀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을 느끼고 생각에서 빠져나와 방안쪽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내가 방안으로 들어간 직 후, 황제의 방문은 저절로 닫혔다. 물론, 밖에서 하녀들이 끌어 당긴 것이겠지만 안에서 보면 저절로 닫힌것 처럼 보이게 되어 있었다.

"란트! 무슨일이야? 왜 이 누나한테 뭐 부탁할거 있어?"

스승님은 어디갔는지 스승님께 섭정을 맏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황제는 흰색 계통의, 왜 하필 흰색이야, 평상복 차림으로 책상에 앉아서 수많은 서류들과 전쟁을 벌리고 있었다. 정말 황제, 존경스럽다니까. 황제는 막 보고 있던 서류를 대충 정리하고 일어서서 책상에서 나와 나를 향해 걸어왔다.

"저, 핀누나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서요."

자세히 보니 방안이 온통 흰색에 백합무늬 투성이였다. 이러다가 황제 자기가문 문장까지 흰색에 백합으로 바꿔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내 나이또래의 소녀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뭐, 황제는 특별하니까라고 하면 할말을 없지만.

"너 마법사 로브 때문에 그러지?"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군요. 황제 폐하, 으 이로써 황제의 농간이 이 사건에 엄청나게 작용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들어나게 되었다.

"네, 누나! 그런데 어떻게 누나가 그러실 수가 있어요! 같이 여행을 가자고 준비해라고 하셨으면서."

난 진짜 동생이 누나에게 때를 쓰는 듯이, 정말 한심하군. 아무튼 그런 말투로 황제에게 말을 했다. 솔직히 좀 때를 써도 괜찮다. 나이차이를 생각해보면, 뭐, 앞에서 재롱을 떨어도 될 판인데.

"아. 난 그냥 란트가 심심할까봐 그랬단다. 그리고 여행준비는 이 누나가 다 할테니까 걱정하지마렴."

황제 역시 꼭 나이가 많은 큰 누나가 막내동생을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말을 했다. 휴, 졸지에 철없는 막내동생이 되버린 듯한....난 한숨을 쉬며 흰색천에 백합무늬가 그려진, 황제의 쇼파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황제는 그런 날 보며 웃으며 하녀들을 부르는 줄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언제나 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하녀가 쏜살같이 황제의 방으로 들어왔다. 흠, 저 하녀는 처음에 봤던 그 간이 배밖에 나온 하녀네? 하녀는 고의 인지 아니면 진짜로 못본건지 내 존재를 무시했다.

"어제 준비해 둬라고 했던 것 가져와요."

황제 역시 저 하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상당히 딱딱한 말투로 말을 했다. 하지만 그 하녀는 황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에도 쏜살같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무래도 신속함으로써는 황제의 하녀들이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란트 기대해도 좋아. 내가 핀 언니한테 특별 제작을 부탁해뒀으니까."

난 황제의 말에 고마워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심각한 갈등에 휩싸였다. 황제도 클라리 만큼이나 피곤하다니까. 클라리는 직접적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더니, 황제는 간접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생각을 하는 순간 그 하녀는 백합무늬가 그려진 흰색로브를 조심스럽게 들고와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사라졌다.

"란트, 한번 입어볼래? 잘 어울리는지 한번 봐야지."

황제의 명령인데 거역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난 어제 잠시 잊고 있었던 황제의 살벌한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책에서 읽었떤 귀족 대 학살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던 사건, 난 로브를 입으며 황제에 의해 거의 천명에 가까운 귀족들이 사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조금 표정이 굳어졌다.

"왜? 란트, 마음에 안들어?"

황제는 내 표정이 변하는 것을 봤는지. 이상하다는 듯한 말투로 나에게 말을했다. 하긴 나도 수백명을 학살했던 것은 마찮가지니까, 황제 역시 귀족들을 죽일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로 이렇게 풍요롭고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활기찬 나라가 생겨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에요. 잠시 다른 일이 떠올라서.."

난 로브를 대충 다 걸치고 황제의 앞에 섰다. 머리부분은 덮지 않고 보통 돌아다닐 때는 덮고 다녀야 되겠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그런데 흰색에 백합무늬가 그려진 로브를 입으면 뻔히 난 줄 알텐데? 그러면 여장 이외에는 내 정체를 숨길 방법이 없다는 말이잖아. 쩝 정말 돌겠다.

"와! 란트 잘 어울리는데? 흠,어제 핀누나가 한 말에 따르면 란트 속성인 빙계계열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로브라고 했어. 5서클 이하의 마법은 거의 다 막아낸다고 했고, 더위나 추위같은 것도 어느정도 막아준다고 했는데,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데 그냥 내가 가져 버릴까?"

흠, 생각 외로 기능이 상당히 많군. 그러고 보니 입으니까 왠지모를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 황제가 가진다고? 이러다간 백합의 기사 수집품 세트에 날 통체로 박제로 만들어서 방안에 세워놓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설마, 그러기까지 하겠냐마는 지금 황제의 상태로 보건데 그다지 안심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네?"

일부러 난 반색을 하며 황제를 쳐다보았다. 조금 연기가 가미 된, 이래선 정말 갈수록 클라리를 닮아 가는 것 같잖아.

"아, 아니야, 란트,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반색을 하면 어떻게해. 이 누나를 그렇게 못 믿겠니?"

솔직히 핀 누나가 이런 질문을 했다면 확실히 아니요! 하고 말을 했겠지만, 황제는 조금, 흠. 정확히 지금 내 심정을 정확히 말하자면 못믿겠다. 하지만 이런 소릴 했다가 무슨 말을 들으려구. 그냥 난 묵비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었다.

"에이, 란트, 삐지지마. 그런 일 가지고 그러면 백합의 기사가 아니지."

정말 자기 자식뻘 되는 아이하나 놓고 다 큰 어른이 별 소리를 다하고 있었다. 난 그런 황제를 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난 황제를 무시한체 황제의 방에 걸려 있는 거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흰색 로브를 머리까지 두른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니, 처음 받는 느낌은...

"꼭, 성직자 같잖아."

난 불만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거을을 쳐다보니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전형적인 성직자의 모습이 거울 속에 비치고 있었다. 속의 내용물이 성직자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불량스럽다는 것 빼고는 정말 그런 느낌이 들었다. 희대의 살인마라 불리는 내가 성직자처럼 보인다니, 정말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난 성직자가 싫다.

"정말이네, 란트. 너 성직자를 해도 어울리겠는데?"

황제는 뭐가 그리 좋은지 리아인과 비슷한 그 의미모를 미소를 얼굴에 띄운체 말하고 있었다. 저럴 때는 정말 알게 모르게 리아인과 닮았어. 정말 자식 아니랄까봐. 황제의 말에 난 한숨을 내 쉬며 로브를 벗은 뒤 팔에 걸쳐 들었다.

"아무튼 고마워요. 신경써줘서. 황제 폐하!"

말로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만, 여전히 악감정을 상당히 싫은체 난 말을 했다. 정말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나도 간이 상당히 크다. 그 유명한 철혈여제 앞에서 이런 행동을 하다니. 귀족들이 보면 박수를 쳐주지 않을까?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심하군. 란트 크리센.

"뭐 이정도 가지고 그러니? 어쨌든 내일도 꼭 우승해야만 해. 알겠지?"

황제는 내 항의성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냥 문자그대로 고맙다는 인사로만 받아들였다. 정말 대단한 여자라니까. 난 불만을 표시하는것을 포기하고 이래저래 말싸움에서 밀리는 내신세를 속으로 한탄하였다. 황제 일도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나와야지.

"네, 누나. 그럼 전 이만."

난 황제에게 고개를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고는 돌아 나왔다. 황제의 방에서 나오는 길에 하녀들을 한번씩 쳐다보니 이번에도 움찔 하는 것이 재미있다. 권력이라는게, 그리고 힘이라는게 정말 웃기는 것이란 걸 요즘들어서는 항상 느끼고 있었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란트란 소년이었다면, 저 여자들이 나에게 어떻게 대했을까하는 그런 생각.

내일 마법대회, 이왕 출전한 김에 우승해서 마법기구를 타야지 되겠다. 그런데 검술대회에는 우승상품같은게 없었는데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매년 황제가 우승을 했었으니까 특별히 상품같은게 필요했겠냐마는 솔직히 섭섭한 것은 섭섭한 것이었다.

이제 빨리 수도를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제구의 수도는 너무 피곤한 일이 많이생긴다. 많은 사람들의 수많큼, 어떻게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한 곳이 바로 지금 일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