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5장 운명의 수레바퀴(6) 수많은 인연들(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17. AM 11:58:38·조회 2697·추천 55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수도는 새해를 즐기기 위해 나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연말 검술대회로 시작되는 제국의 축제는 이렇게 새해를 기뻐하는 축제를 마지막으로 끝을 낸다고 했다. 그런데 피투안은 축제라는 것이 있었던가? 우리마을에서야 수확제를 풍년이 들었던 해에는 열었었지만, 다른 피투안의 국민들에게는 그런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나라를 잘못태어났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차이를 겪어야 하다니..이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아미,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블랙 드래곤 아무르타트는 그 큰 키에 온통 검은 빛으로 둘러싸인 복장인체 그대로 한쪽 벽에서 멀뚱히 서있었다. 새해축제 구경을 나간 클라리 일당들, 사람들을 싫어하던 소피도 수도에 온 뒤부터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그렇게 꺼려하지 않는 것같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방안에는 드래곤과 나 둘밖에 없게 되었다. 잠깐, 뭔가 잊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훔 무엇인가 생각이 날듯 말듯 하며 잘 떠오르지 않았다. 쩝, 모르겠다.

"주인,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때문에 국가를 만드는거지?"

확실히 카렌의 딱딱한 어투만큼 이 드래곤이 사용하는 말투도 얼굴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 큰 투헨드 소드는 방 한쪽에 벗어두고 평범한 인간 여자처럼 서있는 까달에 더 그 차이가 심하게 느껴지는 듯 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을 기초로 하여 저런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한건지 모르겠다. 혹시 모험가들? 왠지 그럴 것 같다. 쓸때 없이 가만히 있는 드래곤에게 자기 목숨 아까운 줄모르고 도전을 해서 죽는 모험가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아미가 해츨링이었을 때도 몇 번 본적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라, 그래 무엇 때문에 인간들은 국가라는 것을 만드는 것일까? 사회계약설, 정복설, 이상주의설, 전에 책에서 읽었던 수많은 이론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아니면 동물들처럼 약육강식의 방법으로, 그 것도 아니면 인간들의 발전을 위해서, 그런 이유를 국가가 생겨난 이유라고 책에선 들곤 했었지. 하지만 난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았다. 난 잠시 생각을 한 후 드래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아미는 이해를 하지 못한듯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수에 찬 여인, 아마 본 성격과 말투를 듣지 않고 저 모습만 그림같은데 그려서 보여준다면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의지? 모두들 뭉쳐서 국가를 세우는 것과 의지를 나타내는 것 무슨 관련이 있지? 집단이라는 것에 섞여버리면 자신의 의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주인."

훔, 역시 드래곤. 정확하게 모순을 잡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내 머리는 아파오기 시작한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지? 벼락치기로 일년동안 책을 읽은 한계가 이런 곳에서 보이기 시작하는걸까?

"아니, 인간은 달라. 하나하나를 보면 너무나 약한존재지. 자신의 모든 것, 생명을 작은 바늘하나에도 잃을 수도 있는 존재. 그런 그들이 자신의 의지를 인간 혼자서 세상에 나타내기에는 너무 힘들어. 물론, 드래곤들이야 그렇지 않겠지. 하지만 인간은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설령 그 의지가 누군가에의해 조작된 것이라 할지라도, 어떨 때는 적에 대한 증오, 행복에 대한 갈망, 그러한 것을 조금이라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뭐, 자신의 모든 의지를 꼭 나타낼 수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끼리 뭉쳐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인간이 이렇게 번성하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고."

난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른체, 그냥 입에서 나오는 그대로 말을 했다. 훔, 나도 무책임한놈이군. 내말을 들은 아미는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어렵군. 주인,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훔, 어려울만도 하지. 내가 아무렇게나 떠들은 헛소리인데 이해할 턱이 있나? 휴, 어쨌든 그 덕택에 아미는 한동안 조용해 졌다. 내말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괜히 미안해 지는군. 하지만 난 아미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은체 다시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황제의 말에 의하면 내일이면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이제 수도에서의 마지막 날인가? 이제 한동안 수도에 올일은 없을 것 같다. 이놈의 수도는 정말 정신이 없어서.

"아미, 네가 있던 차원은 어떤 곳이었지?"

난 한참동안 고민을 하고 있는 드래곤을 구해주기 위해서 비교적 간단한 질문이라 하기에는 조금 이상했지만, 어쨌든 질문을 했다.  창가에서 가만히 서 있던 아미는 아미는 내말을 들은 뒤 곧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의자를 빼내 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차원이라고 해야하나? 주인. 살기위해서는 죽일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모두들 끊임없는 서로에 대한 살의를 느끼며 미쳐가는 곳이다. 그 곳에는 절망밖에 없다. 내가 차원이동을 하지마자 다짜고짜 공격을 한 것도 그런 이유였었다. 주인. 그 곳에는 친구란 없었으니까. 오로지 적만 있을뿐."

어쩐지 차원 이동을 해서 튀어나온 생물들이 지나치게 호전적이라고 했더니 그 영향이었나? 머리가 둔한 몬스터들도 일단 한번쯤 공격하기 전에 한번쯤 고민을 하는데 그런 흔적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암흑에 물들었지만 현명한 다크엘프들도 이동하자마자 무조건적인 공격을 하지 않았던가? 휴, 그런 차원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곳일까? 아마도 핀누나가 적대적인 몬스터들을 보내버렸다던 그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곳이 있었군. 그런데 아미, 넌 어떻게 하다 그곳으로 가게 되었지? 말을 들어보니까 원래 여기 이 차원에 있었던 것 같은데. "

아마 그 차원으로 간 것은 저 녀석이 헤츨링이었을텐데 드래곤이라고 해도 헤츨링이 무슨 위협이 된다고, 그리고 핀누나의 시합 때 했던 말을 들어보니 핀누나가 일부러 보내버린 것 같은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위협적인 드래곤이라서 핀누나가 스스로 보내버린 것이었다면 나에게 그런 메세지를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아미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20년 전, 헤츨링이었을 때 엄마와 함께 노란색 로브를 입은 엘프 마법사가 싸우는 것을 도와주러 갔었다. 그런데 그 마법사가 마무리로 차원의 문을 여는데, 헤츨링이었던 난 호기심에 근처에 갔다가 같이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마침, 그 엘프 마법사와 엄마가 차원의 문에서 시선을 두지 않았을 때."

드래곤도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해결되었다. 지금 아미의 표정에서 조금 그런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럼 20년동안 그 살벌한 차원에서 다른 존재와 싸우면서 지내왔단 말인데. 하긴 드래곤이니까 가능하겠지만 핀누나도 소환하고 나서 이 녀석에 예전에 사라진 그 헤츨링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일까? 훔, 쓸때 없는 짓을 해서 많은 존재를 귀찮게 만드는군 이놈의 드래곤.

우연 치고는 , 뭐, 드래곤이란 생명체의 숫자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지,  하지만 만약 오크 같은게 빨려들어갔었으면 이런 방식으로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핀누나가 이 드래곤을 그 차원에서 찾으려 마음만 먹었으면 찾기는 시웠을 텐데, 역시 그 차원의 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해서 그 차원으로 사라졌는지는 몰랐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아미, 원래 살던 곳으로 찾아가면 간단한 것 아닌가?"

아무르타트는 평소의 그 드래곤의 무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엄마는 레어를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인간들 틈 속에서 산다고 했었는데. 날 키울 때도 항상 인간의 모습으로 있었다. 그래서 어디서 사는지 알 수가 없다."

훔, 그럼 어떻게 찾아보란 말이야? 나중에 핀누나 보고 물어봐야지. 아니 핀누나도 알면 그 때 나보고 도와주니마니 하지도 않았을 텐데, 헛, 이것참 또 짐하나를 더 가지게 되었군. 뭐, 드래곤의 수명이야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무한하니까. 뭐 좀 시간이 걸려도 괜찮겠지.

'쾅!' '쾅!'

훔, 문두드리는 소리 치고는 상당히 박력이 있었다. 그런데 누구지? 내게 원수진 인물들이야 많지만 저렇게 문을 당당하게 두드리고 올 정도의 인물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것도 황궁에서. 아무르타트는 갑자기 드려오는 소리에 문 쪽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하프엘프군."

헛, 보지도 않고 어떻게? 잠깐 황궁에서 당당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하프엘프 중에서 내 방문을 저렇게 무식하게 두드릴 수 있는 존재라면, 가이우스나 클라우 그녀석은 아닐테고 그럼 아렐리아? 으, 그 골치아픈 여자가 갑자기 무슨일로 찾아온거야? 난 짧게 한숨을 쉬고 문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흰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니 급하게 온 모양인데, 어제 마칠 때 우승상품을 받고 방으로 들어간 뒤에는 의식을 잃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흠, 그러고보니 그 때, 아렐리아하고 인사를 할 겨를도 없었군.

"안녕하세요. 기사님. 혹시 미카양을 좀 뵐 수 없을까요?"

아무래도 어제 마법대회 건 때문인듯했다. 훔, 드래곤을 물리친다고 좀 화려한 마법을 난사하긴 했어도, 별문제가? 쩝 아니 그게 문제긴 문제였던 것 같다. 5서클 마스터라고 해 놓고 더블이나 트리플도 아닌, 무려 다섯개의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 했으니까. 거기에다 신성마법까지 난사했으니 뭐 상황이 불가피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레이디 아우렐리아. 미카는 저...여행 준비 때문에 숲의 자기 집에 다녀온다고 했어요."

난 되도록이면 미카와 동일인물이란 표시를 하지 않기 위해서 조금 무뚝뚝한 말투를 사용해서 아렐리아에게 말을 했다. 이 여자도 어쨌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인물이니 존대를 해줄 필요성이 있을 듯 했다. 그리고 미카의 집은 예전에 스승님과 지내던 그 오두막이라고 설정을 해놓고, 나중에 한번 가서 여자가 살았던 것 처럼 꾸며놔야지 되겠다. 그런데 아렐리아는 미카가 없다는 소식에 뭔가 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혹시, 기사님도 마법을 쓰실 수 있다고 하셨죠. 몇서클 마법사이세요?"

아렐리아, 궁금한 것도 많다. 이번에는 사실대로 말해도 되겠지? 잠깐 혹시 의심을, 아니, 핀누나가 나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 거짓말을 말한들 소용이 없을 것 같다.

"8서클 마스터, 일레븐 캐스트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급한 일이 있지 않으시면 안에 들어오셔서 말씀을 하세요."

이번에도 예의차 말을 했다. 뭐, 꼭 들어온다고 해도 마다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나저나 가이우스의 누님이라, 나도 친 누나가 있었으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아렐리아의 표정이 놀랍다는 듯 변했다. 8서클 마스터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나? 아니면 혹시 눈치를?

"정말이에요? 전 기사님이 7서클 익스퍼트 정도 인줄 알고 있었는데 마법사들의 꿈인 8서클 마스터라니요! 게다가 일레븐 캐스트라구요? 엄마도 동시에 15개 까지 밖에 캐스트를 못하는데. 정말 대단해요! 동생도 그렇고, 기사님도"

눈치를 채지는 않은 것 같다. 솔직히 8서클까지 자유롭게 다쓸 수 있었다면 어제처럼 아무타트 저 녀석 하고 싸우는데 그렇게 많은 마나와 체력을 소비할 필요는 없었겠지. 난 아렐리아가 말하는 것을 거의 무시하며 방안쪽으로 돌아서 걸어들어왔다. 계속 할 이야기가 있으면 들어와서 말해라는 의미였다. 정말 원래 성격도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성격이 더 이상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렐리아는 내 뒤를 따라 곧 들어왔다. 휴, 이 여자도 외모는 확실히 이십대인 것 같은데 성격은 어린애와 비슷했다. 쩝, 또 시장일을 맡았을 때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단언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렇든 저렇든간에 이여자는 나처럼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제국 서열 8위의직책을 실력자인 까닭이었다.

"기사님, 클라리 언니는 어디갔어요?"

방안으로 들어오던 아렐리아는 가장 익숙한 존재가 없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뚝뚝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미의 존재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건지 말이 없었다. 나 역시 그런 아미를 무시한체 아미 옆의 의자에 앉으며 아렐리아를 향해 말을했다.

"클라리는 신년축제를 구경하러 시내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동생한테는 무슨 볼일이 있으시죠?"

아렐리아는 클라리가 없다는 이야기에 조금 실망을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린 후에 말을 시작했다.

"아니요, 어제 미카양의 마법실력이 정말 괭장해서 5서클 마법을 가지고 그 무서운 드래곤을 잡을 수 있다니. 전 꿈도 꾸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혹시 더블캐스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해서요. 최근 몇년동안 어머니가 너무 바쁘셔서 마법에 대해 물어볼 기회가 없어서 어머니가 주신 책에 적혀 있는 것만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그 무서운 드래곤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렐리아는 어떤 표정을 할까? 하지만 아렐리아의 말에도 아미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 표정을 구경할 기회는 없어졌다.

쩝 더블 캐스팅이라, 그냥 내가 가르쳐 주는게 속편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한동안 이 여자의 등쌀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았다. 난 짧게 한숨을 쉬고는 아렐리아를 향해 말을 했다.

"그 부분은 제가 가르쳐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으시죠?"

솔직히, 나도 누구한테 가르쳐 준 기억이 없어서 자신은 그다지 없었다. 훔, 역시 난 아무래도 제자같은 건 키우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아렐리아야 마법대회에서도 보았듯이 마법 응용력이라던지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못알아들어서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휴..아렐리아도 생각외로 무신경하다니까. 옆에 아무 관련이 없는 제 3자가 있음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아렐리아는 내 말을 들은 뒤에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왠지 자신이 없는 듯한 말투, 언제나 당당하던 아렐리아의 저런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고 해야하나?

"책에서 읽은 것 밖에 모르겠어요. 동시에 마법진을 그리며 주문을 외워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동시에 여러곳에 집중을 할 수 있는지. 아무리 연습을 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흠, 난 어떻게 사용을 했더라? 난 머리의 부분부분에서 자기가 맡은 주문을 별 어려움 없이 잘 외우던데? 쩝, 하긴 나란 존재가 이중 인격적 성향이 다분히 있으니까, 뭐, 분리도 잘 이루워진다는, 컥, 그러고 보니 이건 이중인격이 아니라 정신분열증세잖아? 역시 심리학자를 만나서 상담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게 말이 쉽지..보통 사람의 경우에는 힘들다고 들었다. 대체로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방식이 주요한 관심사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 외의 것들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법을 그렇게 사용하다가는 주문 완성을 하는 시간도 다르고 그 위력도 달라지기 때문에 차라리 하나씩 완전히 집중해서 외우는 것만 못하다. 역시 마법사들이 나중에 정신병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사고과정이 필요한 까닭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되었다.

"중요한건 생각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 같아요. 어느 한 곳에만 관심을 치중하지 않고 아니면 레이디 아우렐리아께서는 화염계열에 강하시니까, 약한 마법에 중점적으로 집중하면서 화염계열의 마법 사용에 대한 집중을 보조적으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아렐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흠, 그런 방법도 있었네요. 기사님, 한번 연습을 해봐야 하겠네요."

그러더니 아렐리아는 갑자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주문의 내용을 보니 간단한 마법을 쓰는 것 같으니까. 잠시후 아렐리아가 펼친 양쪽의 손바닥 위로 약간의 시간차이가 생기며 오른손 위에는 작은 얼음 조각이 왼손 위에는 불꽃이 놓였다. 아렐리아는 순간 아주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보았다.

"정말이네요. 기사님 말대로 하니까 정말 시간차이도 거의 안나고 잘되는 것 같아요. 항상 실패했었는데. 정말! 감사드려요! 기사님."

헛. 나도 교육자로써의 소질에 대해서는 절망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걸까? 훌, 그런데 옆의 드래곤을 쳐다보니, 무관심한 표정에서 조금 흥미가 생긴듯한 눈치로 바뀌어있었다. 쩝 드래곤들도 마법을 쓸 수 있었지? 그리고 관심도 많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은 적, 아니 읽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간단한 더블 캐스팅이야 저렇게 쉽게 할 수 있지만 최소 5서클 정도 되면 장난이 아닐텐데, 그걸 장난 같이 하는 나도 상당히 문제가 있지만. 확실히 심리적 정신적으로 이것 참 생각해놓고 보니 왠지 불안했다. 정말 이러다가 정신병자들 수용소로 끌려가는게 아닐까?

"그 밖에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완전히 꼭 식당의 웨이터가 또 주문하실 것은 없으십니까? 하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제 괜찮아요. 내일 리투니아로 돌아가야 하니까. 제일 궁금하던 것도 해결했고 할일이 많아요."

아렐리아는 그 말을 끝으로 의자에서 일어섰다. 처음에 느꼈던 분하다라던지 그런 감정이 많이 사라진 것 같이 보였다. 이제야 확실히 어른으로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요즘에 만나는 사람들 때문에 나이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 확실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던 까닭이었다.

아렐리아를 따라 나도 어쩔 수 없이 인사차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요즘에는 무슨 일인지 내방에 오는 사람들의 수가 꽤 있어서 이렇게 인사차 나오는 일이 상당히 있었다. 아무래도 수도에서 떠날 무렵이 다되어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훗, 어쨌든 오늘 고마웠어요. 기사님, 나도 기사님처럼 귀여운 동생 한명 더 있었으면 좋을텐데..."

아렐리아, 굳이 헤어지는 마당에 또, 그런. 쩝, 남자들이 귀엽다라던지 그런 소리를 듣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모를까? 그리고 한두살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오늘 부로 열일곱살인데 말이다.  게다가 내가 아렐리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괜히 동생 욕심내지 말고, 있는 동생이나 관리를 잘해하세요 였다. 이번에도 그다지 내키지 않지만 표정관리를 하며 아렐리아에게 답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레이디 아우렐리아."

원래 레이디 힐튼 이라 해야 하지만 힐튼 이라고 하면 뭔가 남자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뭐, 결혼하기 전에는 별 흠이 되지는않으니까 상관없겠지. 그런데 내 인사를 듣고 있는 아렐리아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니, 왠지 뭐 내 머리를 쓰다듬다던가 볼을 꼬집고 싶은 충동을 상당히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오늘부로 나도 나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아렐리아의 스승대열에 포함이 되었다. 어쨌든 이러쿵 저러쿵 해도 스승은 스승이단 말이지. 하지만 아렐리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 충동을 억제한 듯 돌아서서 복도쪽으로 걸어갔다.

"기사님, 미카양 보고 다음 대회에서는 저가 우승할 거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기사님도 동생한테만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지 말고 제게도 가끔씩 가르쳐 주셔야 해요."

걸어가면서 말을 하는 아렐리아. 훗, 하지만 다음 대회 부터는 미카는 참여하지 않는단 말이지. 그러니까 당연히 아렐리아가 우승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일까?

문을 닫고 방쪽으로 돌아서니 아미가 혼자서 내가 아렐리아에게 가르쳐 줬던 더블캐스팅을 시도하고 있었다. 헛, 저 드래곤이 갑자기 무슨? 그런짓 안해도 충분히 강하면서.

"주인, 이거 생각보다 어렵군. 주인은 날 때릴 때 쉽게 사용하지 않았나?"

드래곤의 장점은 내가 남자 모습이든 여자모습이든 별 상관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긴 드래곤이야 원래 성별이 없으니까, 그런게 중요하겠냐마는. 그런데 날 때릴때라니? 표현을 꼭 그렇게 해야하나? 누가 들으면 오해하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예를 착취하는 비 도덕적인 주인으로.

그나저나 저걸 보니 블랙드래곤은 마법보다는 육체적인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말이 사실인것 같다. 100년 동안 살아온데다 마나의 양도 인간보다 훨씬 더 많으면서도, 어떨 때보면 인간보다 마법 사용 능력이 모자라는 것을보면 재밌다는 생각이든다. 아렐리아는 기본적인 것이긴 하지만 설명을 듣고도 단번에 성공했었는데 말이다.

더블 캐스팅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드래곤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헛, 내가 무슨 생각을? 100살이나 먹은 드래곤에다가 인간 모습을 했을 때도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녀석에게다가 저 녀석은 날 죽이려고도 했었는데 나도 참 속편한 놈이지. 내 목숨을 노린 녀석을 이렇게 키우고 있으니.

흠, 아미를 보니 확실히 뭔가 잊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아! 그래! 그 다크 엘프, 잊어먹고 있었다. 차원의 틈세에 버려둔체로 뭐, 다크엘프니까 수십년정도는 죽지는 않겠지만 너무 오랜시간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 진다고 했었다.

귀찮은 클라리 일당도 없고 한번 불러볼까? 난 천천히 캐스팅을 했다. 뭐 종속 마법을 걸어뒀으니까. 갑자기 공격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종속 마법에 걸리면 당한 존재는 마법을 시전한 존재에 대해서 한 공격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뭐, 시간적인 제한이 있지만 그 제한이 풀릴 정도면 이미 한 100여년 흘러 난 죽거나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테니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주문을 완성하자 내 앞에 짜잔! 하고 다크엘프가 나타났다. 다크엘프는 봉인이 풀리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멀뚱히 내 앞에 바닥에 주저앉은체 그대로 있었다. 확실히 살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아미가 있었다는 그 차원이 문제가 있는게 틀림이 없었다. 혼자서 더블 캐스팅에 열중하고 있던 아미는 갑자기 등장한 다크엘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인간에게는 관심이 없어도 다크엘프에게는 관심이 있다라? 훌, 이건 분명히 종족 차별이라고.

다크엘프는 잠시 시간이 흐르자 자신의 봉인이 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몸을 조금씩 움직여 보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쩝, 저렇게 보니 불쌍하단 생각이 드는건 무엇때문인지.

"다크엘프, 이름이 뭐지?"

청은발, 그리고 아주 연한 갈빛 피부. 내게 봉인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나에 대한 적의나 살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아미가 있었다는 그 차원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순한 생명체들의 성향을 호전적으로 바꾸는 영향이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 거의 확실한 것 같다. 그 영향인지 마법대회 떄 등장한 오우거나 오크들이 지나치게 사나운 것 같았다. 우리 마을에 있는 녀석들이야 원래 부터 순하니까 예외라고 치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강함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기본적인 본능에 기초한 지능이야 가지고 있었는데, 녀석들은 그런 것 조차 없었다. 오로지 공격하려고만 하는 의도만 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어찌됬건 살의가 거의 없자 아무리 봐도 다크엘프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옷스타일이 확실히 엘프들이 입는 그 것과는 달라서 그렇지만 엘프들의 옷차림이야 최근에 인간들과 교류가 확대되면서 많이 변화한 것이기에 어떻게 보면 예전의 엘프들의 옷차림과 비슷헀을 지도 모를 것 같다.

난 다크엘프를 보며, 이럴 경우에는 위협 하는 것을 떠나서 기선 제압이라는 것이 또 중요했기 때문에 살기가 아닌 마나의 기운을 가득 담은체 말을 했다. 공포를아직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는지 다크엘프는 내 기운에 조금 움찔 한 뒤에 감고 있던 눈을 떠서 날 쳐다보았다. 헛, 저 엘프 눈이 나하고 같은 맑은 녹색이었다. 흠..눈빛은 지극히 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다크엘프가 선하다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쩝, 그러고 보니 소피의 눈색도 연한 녹색이었었지? 그리고 다크엘프의 눈에 조금 눈물이 고이는, 에이 마음이 약해진다..확실히 아직도 클라리 이외에는 눈물에 대한 면역이 되지 않은것 같다.

"티오네리오트레티스 티에리온트 스하넬리안트피아네인."

"......"

저 녀석 이름도 쓸데없이 무지 길군.

"그냥 티티라고 부르도록 하지. 티티, 너도 그 차원에서 왔나?"

내가 티티라 명명한 엘프는 자세히 날 살펴 보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훗, 확실히 색깔만 뺴고 소피랑 너무 많이 닮았다. 아무리 비슷한 종족이라지만 핀누나나 다른 엘프들의 경우 확실히 그 만의 특징이 있었다. 그리고 엘프들이라면 수도 없이 봐왔으니까. 엘프들의 생김세를 구분하는 것은 자신있다. 그런데 이놈의 엘프는 꼭 자매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소피와 너무나 많이 닮았다.

"절망 뿐인 곳. 그 곳을 말하는 것이라면 맞아요."

아미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하네? 훔, 그런데 목소리는 소피보다 조금 느낌이 어두운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엘프하고 다크엘프가 닮을 수가 있을까? 하긴 닮지 않았으면 벌써 내 손에 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티티, 그 곳으로 돌아가겠나? 아니면 이 차원에서 머무르며 자유를 원한다면 자유를 줄 수도 있다."

다크엘프 티티는 여전히 맑은 녹색눈에 눈물이 고인체로 슬픈표정을 지었다. 훗, 다크엘프가 슬프다는 감정을 가진다라 이것도 전혀 생각밖의 행동이었다. 정말 시간이 나면 종족별 특성에 대해 다시 정리를 해서 책을 써도 괭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로! 절대로. 그 곳으로 돌려 보내지 마세요. 제발. 그리고 전 갈 곳이 없어요. 살던 마을도 불타버렸고. "

마을이 불타버렸다? 거짓말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성과는 다르게 마음은 왠지 모를 연민으로 가득찼다. 불행이라는 것, 혼자라는 것에 대한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다시 티티에게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방문이 갑자기 열리며 방안에 즐거운 표정으로 뛰어들어오는 클라리 일당의 모습이 보였다.

"주인님아~! 선물사왔다!"

밝은 목소리의 클라리의 양손가득에는 무엇을 담았는지 모를 보따리가 엄청나게 큰 보따리가 가득 들려있었다. 소피와 신디도 클라리에 비해서는 정말 없는 거나 마찮가지었지만 작은 꾸러미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앞에 무릎을 꿇은체 주저 앉아 있는 티티를 본 뒤, 곧 표정이 묘하게 바뀌는 클라리 일당.

"소피하고 너무 닮았어!"

"소피언니하고 마음색깔까지 똑같아!"

동시에 들려오는 두 여자의 목소리. 잠깐? 마음색깔까지 똑같다고? 난 조금 놀라서 클라리 일당과 소피 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소피하고 마음색이 똑같다면 나쁜 엘프는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다크 엘프라는게, 그것도 편견일지 모르지만.

소피와 티티 서로 눈을 마주치자 둘다 놀라는 듯 했다. 혹시 아는 사이인가? 하지만 말을 하지는 않는 것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는데.

"피로 연결되어 있군, 두 엘프. 둘 모두 잡종이야."

잡종? 괭장한 발언이군. 아미, 역시 드래곤이란 생각을 해도 꼭 저런식으로 한다니까. 그런데 잡종이라고? 소피는 순종 엘프가 아니었나?

"무슨 소리지? 아미?"

난 궁금함에 아미를 향해 질문을 했다. 저 녀석, 언제 울었냐는듯, 어른모습을 한 뒤부터는 괜히 분위기를 많이 잡고 있었다. 눈물이 글썽해서 쩔쩔매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는데.

"다크엘프와 엘프의 잡종, 주인, 설마 모든 다크엘프가 엘프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사악하기만 한다고 믿는건 아니겠지?"

훔. 이런 찔리는군.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쩝 이성을 가진 존재가 모두 사악하다는 건 말도 안돼겠지. 다크 엘프같은 경우에는 흑마법사나 데스나이트와 다르게 선천적으로 결정이 되는거니까. 그나저나 티티는 드래곤식 평가로 잡종 같은 느낌이 드는데 소피는 그런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니 어쩐지 평범한 엘프와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기는 했다. 피냄세를 그렇게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엘프들처럼 노골적으로 피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아니, 그 것말고도, 무엇인가 또...

아미가 무엇인가 고심하며 하는 말에 난 의문을 담아 아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아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주인."

아미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쩝, 위대한 드래곤의 생각에 미천한 인간이 어찌 의문을 품으리요? 난 아미의 상태를 일단 무시하고 티티와 소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티티, 소피. 둘 모두 나이가 몇살이야?"

"66살이에요."

이번에도 두사람은 한마디도 틀리지 않고 동시에 답을 했다. 그런 뒤에 서로를 이상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훔 저 장면을 보니 검술대회 때 메넬리오대장하고 리아인이 시합을 하던 모습이 생각이 나는군. 정말 자매인 것 아니야? 이란성 쌍둥이가 아닐까? 훌, 정말 머리 아프군. 엘프에게도 쌍둥이라는 것이 있었던건가?

"너희 둘 무슨 사이지?"

난 확인차 질문을 던졌지만, 확실히 두 엘프 모두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사실인 것같다.

"잘 모르겠어요."

서로를 보더니 또 동시에 말을 하는, 정말 쌍둥이 같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아이고 머리야. 도대체 나보다 50살이나 많은 엘프들을 내가 걱정해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이야? 어휴, 이래선 티티란 저 엘프도 버리고 갈 수가 없잖아. 정말 이놈의 여자들과는 무슨 원수가 져서 이렇게 고생을 해야 되는 건지, 에라 모르겠다. 피곤한데 잠이나자야지. 아, 신디를 리아인한테 부탁도 해야 하는데, 그냥 내일 아침에 이야기를 해야지.



새해의 첫날밤, 낮잠을 자서 그런지 잠이오지 않았다. 그나저나 황제의 말이 내일 아렐리아가 떠날 때 같이 떠날 거라고 하던데. 대미궁으로 가기위해서는 리투니아를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하니까 동행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리투니아,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수도처럼 뭔가 도시가 웅장하고 거대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예쁘다는 느낌이 든다고, 이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한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인 지금에 돌아다니고 있다니..내 취향도 참 특이하다. 그러고 보니 수도에 온 뒤에는 별을 볼 기회가 없었지. 왠지 난 별을 보면 편안한 기분이 든다. 황제나 스승님, 핀누나가 내가 태어난 날이 플라타니오니 미탄젤이니 하는 별과 관련된 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맑은 하늘 새해 첫날 하루만 하늘 가운데에서 강하게 빛을 내는 별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학자들도 무슨 이유로 그 별이 새해 첫날 그것도 지표면이 아닌 하늘 가운데에 나타나는 지는 모른다고 했었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그렇게 중요한 별인데도 이름이 없었다. 옛날부터 저 별에는 이름을 주지 않는 것이 전통이라고 했는데...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난 황태자 녀석이 대려갔던 빛나는 정원으로 가서 풀위에 누웠다. 연회가 열리지 않는 날이라 그런지 풀의 정령들이 빛을 내뿜지는 않았다. 정령술이라, 인간들은 사용하기가 힘들다고 했었는데 황제는 어떻게 그렇게 능숙하게 사용을 할 수 있을까? 황태자 녀석의 말처럼 마음이 깨끗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누워서 하늘의 별을 보았다. 태양처럼 자신을 보지도 못할 정도로 강렬하지도 않고 달처럼 언제나 모습을 변하지도 않는 별들은 언제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람들...아니 모든 생명들에게 빛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겄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풀들로부터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갑자기 정령들이 왜이러지? 잠깐, 사람이 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난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근처의 나무위에 뛰어올라 몸을 숨겼다. 훔, 정말 내가 무슨 죄를 진 것도 아니고, 요즘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무래도 이건 여장의 후유증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남자옷을 입고 있을 때에도 왠지 사람들을 피하게 되는 것 같다.

어두웠던 빛의 정원은 정령들이 내는 빛으로 인해 환해졌다. 그리고그 소리의 정체도 곧 들어났다. 아렐리아와 리아인의 닭살 커플. 저들도 한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겠지. 연인이라 어감이 무척 좋은 단어였다. 쩝. 그나저나 약혼자라는 말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겠지?

그런데 아렐리아와 리아인은 하필이면 내가 있는 나무 근처에 와서 걸음을 멈추고 앉는 거야? 녀석들 평소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렇게 나를 괴롭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리아인은 장군들의 복장을 하고 있었고, 아렐리아는 낮에 보았던 그 옷과는 다른 전에 연회때 보았던 녹색 드래스를 입고 있었다.

빛나는 정원 두번째로 보는 것이었지만, 그 때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뭐 지금도 그리 편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렇게 나무위에 앉아 마음놓고 정원을 보니. 황태자 녀석이 자랑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회가 없는 날은 빛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리아인의 장난인가? 녀석 정령술을 데이트할 때나 사용을 하다니. 정말 무책임한 놈이라니까.

"리, 다음에는 꼭 남부 지역으로 근무를 신청해야해, 언제나 세인트 오빠한테 끌려다니지만 말고, 내게 너만큼 소중한 존재가 없다는 건 알고 있잖아."

한동안 말이 없던 두 사람중 아렐리아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말 듣고 싶어서 듣는게 아니라 플라이 마법을 쓰지 않고는 이상황에서 빠져 나갈 방법이 없기에 열려 있는 귀를 일부러 막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었다.

"아렐, 노력해볼게. 이번일이 끝나서 남부 지역에서 근무를 할 수 없으면 관직 같은건 포기하고 네 곁으로 갈께. 그 때는 꼭 결혼하자."

훌 리아인 나하고 있을 때는 말을 길게 하는 일이 없더니. 자기 애인 곁에서는 잘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에이, 프로포즈를 그렇게 멋없이 하면 어떻게 해. 리!"

아렐리아는 리아인의 그 큰 등을 자기의 작은 주먹으로 두들겼다. 닭살커플 못주겠군. 그리고아렐리아는 조금 있다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리 그런 말 하지마 얼마만에 너에게 찾아온 기회인데. 세인트 오빠의 그늘 밑에서 리 너가 항상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 그만둬야 한다면 내가 시장직을 그만둬야지."

훔. 저들에게도 그런 고민이? 쩝, 리아인도 남자인데 야망이라는게 없을리가 있나? 그런데 리투니아 시장직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자리도 아닐텐데, 사랑의 힘이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말을 끝내고 아렐리아는 리아인에게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훔.

"나 눈 내리는 거 보고 싶어. 남쪽에서는 눈을 볼 수 없으니, 하긴 포세트립톤도 따뜻해서 눈을 잘 볼 수 없지? 북쪽에는 지금쯤 눈이 내리고 있지 않을까? 하얗게. 꼭 그 남매들 처럼."

아렐은 천천히 평소의 내가 붕붕뜨는 목소리라 표현하는 밝은 목소리가 아닌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눈을 그렇게 원한단 말이지? 나야 뭐, 눈이야 질릴정도로 많이 봤으니까. 눈을 보고도 그다지 감흥같은 것은 없었다. 정말 그런데 이러는 것도 못할 짓이군. 저 녀석들 언제쯤 사라질런지.

난 나무 위에 앉은체로 한숨을 쉬었다. 눈구경하고 싶다는 소원이나 들어줄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제자인데. 나이가 많고 마음에 안드는 호칭을 종종 나에게 붙이고 나에게 마법은 한번 밖에 배우지 않았지만 왠지 저 둘에게 무엇인가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난 오랜시간동안 마법을 캐스트하기 시작했다. 이 근처 지역 전부에 눈을 내리게 하려면 눈보라가 치지 않고 조용히 눈만 내리게 하기 위해. 오늘 쓸 수 있는 마나를 거의 다 써볼까?

한동안의 침묵 속에서 하늘에 별들 사이로 마법진을 크게 그렸다. 마법사라고 해도 쉽게 알아볼 수 없는 그리고 천천히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눈송이들. 역시 빙계마법에 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컨트롤을 할 수 있다니까란 쓸데없는 자부심을 느끼며 남아있던 마나의 양이 몸에서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참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단 두명 때문에 날씨를 바꿔도 되는걸까?

"리! 눈이야 눈! 새해 첫날에 내리는 눈을 맞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었는데. 정말 눈이 내려!"

아렐리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인공적인 눈을 맞으며 어린 아이처럼 정원을 뛰어다녔다. 리아인도 일어서서 그런 아렐리아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훌, 저렇게 좋아하다니 조금 무리를 한보람이 있는 것 같다. 뭐 내 애인은 아니지만 저 커플, 두사람 모두 나한테는 소중한 사람들이니. 뭐 그다지 손해본건 없었다. 그리고 내일 수도를 벗어난다면 특별히 마법을 써야할 일이 생길 것같지도 않으니 마나를 조금 과용한들 괜찮겠지. 그럼, 난 이 기회에 사라져 볼까? 할일도 적당히  했고...저렇게 폴짝 거리며 뛰어다니고 있는데 신경쓰지도 않겠지.

난 나무에서 내려와 내가 만든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맞으며 조용히 두 커플을 뒤에 둔체 방 쪽을 향해 들어 왔다. 난 정원쪽으로 나 있는 문을 닫으며 결국 못볼걸 보았다. 밑에는풀들이 빛나고 하늘에서는 하얀눈이 떨어지는 속에서 키스를 하는 남녀. 훌. 스치듯 보았지만 너무나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난 조용히 문을 닫고 복도를 향해 한걸음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왜 힘이 이렇게 없지? 머리가 어지럽다. 마나를 너무 많이 소비했나? 또 쓰러지면 안되....느...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