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6장 남부대로(1) 드래곤 나이트(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23. PM 7:08:06·조회 2626·추천 62
마차는 이번에도 역시 검문을 받지 않고 포세트립톤의 남문을 벗어났다. 하긴 황제가 납시는데 무슨 걸리적 거리는게 있으면 출발할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겠어란...단순한 생각과 조금 머리를 굴리자면, 황제가 이렇게 적은 수은 인원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황제와 적대적인 세력이 알게 된다면 조금 귀찮아 질테니까. 솔직히 귀찮아지는 것 이상의 위협은 없다고 보아도 괜찮았다. 지금 이 마차안에 있는 인물들, 겉모습이야 연약하디 연약한 존재들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드래곤 한마리에, 제국 최고의 검술을 자랑하는 소드 마스터 급 검사 한명에, 8서클 마스터인 마법사, 중급 이상의 전투력을 가졌을 것라 추정되는 잡종엘프 두명, 그리고 정신체인 검, 아마 만명정도 되는 병력을 끌고 와야 목숨의 위협을 느낄까 말까할 수준인데. 쩝.
점점 멀어져 가는 수도의 성벽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간호하느라 피곤했는지, 마차에 타자마자 클라리가 골아떨어지는 바람에 생겨난 조용함에 다행이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말이 많은 또 하나의 인물 황제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란트! 바람둥이 기사님~~! 이 누나한테 저 앞에 나가 있는 다크 엘프하고 이 아가씨 소개 좀 해주지 않으련?"
황제는 수도를 벗어났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싱글벙글해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휴, 정말 전혀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신체적인 여건상 젊어보여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게 주책이다란 소리를 듣는다구. 그리고 내가 쓰러진지 일주일 동안 내 방에 그렇게 들락날락 거리면서 인사도 안했나? 황제도 정말, 바람둥이는 또 뭐야? 최근에 여자라면 정말 진절머리가 나려는 판국에 바람둥이란 이야기는 마법대회에서 그 슬라임을 얼려버린 마법사한테나 어울릴 것 같았다.
"서로 소개 안했어요? 제 방에 그렇게 많이 드나드면서, 그리고 저녁도 같이 먹었었잖아요."
난 왜 귀찮게 하냐는 불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황제에게 말을 했다. 훔, 한두번 한 일도 아니지만 이런식으로 말을 하고는 약간의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뭐 수도도 벗어났고 하니 황제가 날 무례하다고 잡으려고 해도 도망쳐 버리면 그만이니까. 흠, 그러나 황제는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그냥 웃으면서 답을 할 뿐이었다.
"이 황제란 자리가 워낙 바쁘잖니, 여러가지 업무를 마무리 한다고 정신이 없었어."
바쁘다는 건 이해를 하지만 내 일행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없었다니. 하긴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모를 짐덩어리들일 뿐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동료긴 동료였는데 말이다. 어쩔 수 있나? 다시 설명을 해야지. 난 등에 투핸드를 맨체 마차 한 곳에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있는 아미와 마부석의 티티 쪽을 한 번 쳐다본 뒤 말을 했다.
"저 여자의 모습을 가장한 양성 생명체의 이름은 아미고, 마법 대회 때 잡은 블랙드래곤이에요. 그리고 저 엘프는 엘프와 다크 엘프의 잡종으로 추정되며 이름은 티티, 역시 마법 대회 때 어쩌다가 달라붙은 짐덩어리."
상당히 무성의한 대답이었지만 내말을 듣자 황제의 웃고 있던 표정은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훌, 하긴 드래곤과 같이 여행을 하는게 어디 흔한 일이어야지. 쩝, 하지만 내가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황제도 예전에 드래곤과 같이 여행을 했던 적이 있었다고 했었는데.
"란트, 정말이야? 어쩐지, 내가 아는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모습하고 많이 닮았다고 했더니...."
황제는 무엇인가 생각하는듯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잠깐, 아는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모습하고 비슷하다고? 혹시 아미가 말하던 엄마 드래곤이 아닐까?
"세리 누나, 정말 아는 드래곤의 모습하고 비슷해요? 그 드래곤은 지금 어디있죠?"
난 짐덩어리 하나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 황제를 보며 다그치듯 말을 했다. 위치만 알면야 드래곤 보고 알아서 날아가렴, 하고 말면 그만인데. 무표정한체로 구석에 앉아 있던 아미의 눈빛이 조금 반짝 하는 것이 보였다. 훌...
"나도 잘 몰라, 예전에 같이 여행했던 블랙드래곤하고 모습이 비슷해서. 인간들 틈에서 사는걸 워낙 좋아해서 여행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 틈에서 살았는데 30년동안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알겠어?"
황제의 말을 들은 난 정말 도움이 안된다니까란 생각을 감추고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휴, 창밖의 들판에는 아직 어린 파란 보리 새싹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름철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보리를 심는다고 했다. 하지만 솔직히 제국 정도되는 자금력이면 남부의 따뜻한 곳에서 사와도 될텐데, 식량의 자급자족을 중시해서 그런 것일까?
수도를 벗어난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전에 내 마법의 후유증으로 그늘진 곳에서는 아직 곳곳에 눈이 쌓여있는 곳이 많이 보였다. 수도 전체에 하얗게 눈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결국 쓰러지는 바람에 볼 수 없었다. 정말 남 좋은 일만 시켰군.
그나저나 같이가기로 했던 아렐리아는 내가 아파서 쓰러져 있는동안 먼저 가버렸다.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하긴 시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도시를 비우고 있으면 안되니까. 게다가 요즘엔 해적들 때문에 남부지역이 소란스럽다고도 하니. 이해를 해줘야지.
"아미, 혹시 원래 이름이 아무르타트 아니에요?"
아미를 향해 황제가 말하는 것이 내 귀로 들려왔다. 헛, 황제도 아미를 알고 있었던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황제하고 같이 여행을 했다던 그 드래곤이 아미의 엄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맞습니다. 서부대륙의 통치자시며, 힘을 상징하는 신의 보석의 주인이시여."
헛, 잠깐 저 놈은 주인한테는 낮춤법을 완벽하게 사용하면서 황제한테는 왜 높임말을 사용하는 거야? 아무리 인간의 우두머리라고 해도 드래곤이 말을 높이지는 않을텐데, 난 조금 황당함을 느끼며 황제와 아미 쪽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서부 대륙의 통치자란 말은 이해를 하겠는데, 힘을 상징하는 신의 보석? 그건 또 뭐지?
"절 잊지 않고 계셨군요. 아무르타트, 그동안 실종되셨던 이유가 역시, 그런 것이었군요."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에게 있었던 일을 알아차린 걸까? 하긴 황제가 바보도 아니고 차원의 문이 열리며 드래곤이 등장했었으니까 대충 짐작하는거야 어렵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힘을 상징하는 신의 보석이란 존재에 대한 호기심에 황제쪽을 쳐다보았다.
"통치자시여, 혹시 신의 상징을 지금 보여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저의 주인께서 궁금해 하시는 것 같군요."
저 녀석 눈치를 챘나? 아니면 마법검 처럼 혹시 주인과 마음이 통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미의 말을 들은 황제는 싱긋 웃으며 아미와 날 번갈아 본 후, 마차 한쪽에 잔뜩 싸여있는 자신의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상당히 넓은 마차, 지금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 아니 생명들이 안에서 누워도 될정도의 크기인 마차임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잔뜩 들고온 짐 때문에 자리가 비좁아져 있었다. 그렇다고 황제의 물건을 강제로 핀누나한테 받은 배낭에 넣어버릴 수도 없고 골치꺼리 였다. 그렇게 한참을 뒤적거리던 황제는 헝겊에 둘러싸여있는 긴 물체들 꺼냈다. 황제가 헝겊을 풀자 그 곳에서는 금빛으로 빛나는 검이 나왔다. 하지만 보통 금빛이 나는 물체에게서 느껴질 법한 천박함이나 그런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기품과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는 어떤 절대적인 느낌의 위압감이었다. 헛, 황제의 검이라 이건가? 잠깐 검이 아니라 보석이라고 했었는데?
"란트, 궁금하면 궁금하다고 말을 해야지. 이 누나가 아직도 편하지 않은가 봐. 좀 섭섭한데. 키스까지 했으면서."
난 황제의 말을 듣는 순간 놀래서 클라리를 쳐다보았지만, 다행히도 여전히 꿈속을 해매고 있었다. 이놈의 황제가 누구 죽일 일이 있어서, 정말 내 신세도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검한테 꼼짝을 못하다니. 하지만 다행이 아니었다. 얌전하게 흔들림없이 잘 가고 있던 마차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이 혹시 소피가? 모르겠다. 모르겠어. 아무리 잡종이라도 엘프는 엘프일 텐데 말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좌우로 흔들리며 정신을 사납게 만들던 마차는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소피한테 마차를 몰게 하는 것도 조금 고려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떠올랐다.
마차의 움직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황제는 내게 그 검을 넘겨 주었다. 도대체 이 황제의 어검과 보석이라는 것과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그런대 검은 확실히 중심이 잡혀있고 날도 예리한게 상당히 성능이 좋아 보였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검을 보고 있자 황제가 날 보며 말을 했다.
"란트, 검을 조금 뽑아 볼래?"
난 황제의 말에 따라 검을 검집에서 조금 뽑았다. 그 순간 검신에 박혀있는 보석이 내 눈에 들어오며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색이라고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색,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보석과 닮았다 아니,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에 박혀있는 보석과 똑같았다. 세상에...이런 보석이 또 있었다니...
"누나. 이 보석 본 적 있어요."
난 황제에게 검을 돌려주며 옷 밑에 가려져 있는 목걸이를 꺼냈다. 왠만하면 다른사람들 앞에서는 잘 꺼내지 않았는데, 엄마와 시드가 죽던 날, 아침에 엄마한테 때를 써서 받아 걸고 있었던, 엄마의 하나뿐인 유품. 요즘에는 잘 떠오르지 않았던 그 기억이 생각이난다. 내 목걸이를 보던 황제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미까지, 그런데 드래곤이 놀란표정? 이게 뭐길래.
"란트, 이 목걸이 어디서 구했니?"
황제는 조금 놀란 듯한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을 했다. 훔, 황제와 아미가 저렇게 놀라는 모습은 처음본다. 훌...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이에요."
난 씁쓸한 목소리로 힘없이 말을 했다. 내 말을 들은 황제는 그때야 놀란 표정을 없애고 조금 표정이 진정되었다.
"...사라졌던 제국의 상징 세가지 중 하나가, 피투안국에 있었다니. 당연한 사실인데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황제는 보석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하듯 말을 했다. 훔, 이 보석이 뭐길레. 신의 상징 어쩌고 저쩌고 하는걸 보니, 뭔가 특별한 것일까? 하긴 이런 신기한 색의 보석이야.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을테니. 귀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주인, 그 보석은 진실과 평화의 상징인데. 주인이 그 보석을 가지고 있었다니."
아미의 목소리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떨림이 느껴졌다. 아미보고 괜히 어른 모습으로 변해라고 한 것 같다. 그냥 어린애의 모습일 때가 더 괜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이, 놀라서 자기들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지 말고, 나한테도 좀 설명을 해 달라고 설명을 해달란 말이야. 정말, 이 것참 답답해서. 제국의 상징이니 신의상징이니 뭐니 내가 알아들어야지. 난 신기한색의 엄마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신기한 색의 보석을 가진 목걸이라는 것 이외에는 모른다고, 하지만 내가 설명을 해달라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두 사람, 아니 두 생명체는 무엇을 생각하는듯 심각한 표정을 하며 나에게서 시선을 때었다. 할수없이 나도 목걸이를 다시 목에 걸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나중에 설명해주겠지. 정말, 나도 태평이라니까.
어느덧 마차는 밭들이 보이는 곳에서 벗어나 들판으로 다시 나와있었다. 특별히 빠른 속도로 가는 것도 아니고, 소피가 심술만 부리지 않으면 잘닦여진 길 덕분에 마차를 타고도 아주 편안히 갈 수 있었다. 들판, 수도 밖에 나와서 느껴보는 점이지만 리투안은 정말 축복받은 온화한 기후 때문에 정말 살기가 좋은 곳이었다. 심심하면 가뭄이 드는 척박한 피투안과 다르게. 훔, 물론 우리마을은 예외이고.
"말을 탄 상당한 수의 인간들이 오고 있다. 주인."
갑자기 들려오는 아미의 목소리, 솔직히 카렌이야. 기사 출신이기 때문에 딱딱한 말투로 말을 하더라도 그런데로 분위기나 그런면에서 어울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미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여린 여자 목소리인데도 저런식으로 딱딱하게 말을하면 얼굴을 보지 않는 이상 꼭 어린 꼬마애가 무게잡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 어색했다. 그런데 갑자기 왠 말을 탄 인간들?
"이상하네? 오늘은 남부지역으로 이동하는 군대가 없었는데."
황제도 아미의 말을 들었는지 아미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을했다. 잠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존재가 있었다. 클라우 그녀석, 설마 군대를 끌고 추격해 오는건 아니겠지. 황제가 타고 있는데 그럴리가?
"세리누나, 이 마차에 누가 타고 있다고 해 놓은 거에요?"
난 황제를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황제가 타고 있다는 이야기는 안했을것 같고, 그럼 혹시?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 일행."
그러면 그렇지, 이런, 황제가 타고 있다는 것을 노출시킬 수는 없고 그 녀석도 단단히 미쳤지 자기 일 때문에 저렇게 무책임하게 군대를 끌고 진군해도 되는걸까? 그것도 수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휴.
"소피, 말들에게 최대한으로 속도를 높여달라고 해줄래?"
난 마부석 쪽을 향해 말을 했다. 엘프들은 마차를 모는 것이 아니라 말에게 부탁하는 것이기에, 이런 식을 말을 해야 한다. 황제가 옆에 있으니까 반역죄로 몰아붙여서 죽여버리면 그만이지만, 중요한건 저 녀석이 미우나 고우나 핀누나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아이고 스트레스야. 솔직히 저 녀석이 핀누나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제거해 버렸지.
"제일 앞에서 달려오는 놈은 하프엘프군. 주인."
아미는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말을 해주었다. 역시 클라우 그녀석이 틀림이 없었다. 여행 시작부터 이렇게 추격자들에게 시달려야 하나? 하긴 이번일은 황제와 관련되었다기 보다는 내 일이니까 내가 뭐라고 할 필요는 없지만.
창밖으로 보니 들판 저 편으로 부터 말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군단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예전의 티베리우스 단장의 군단에서 느껴지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허허. 정말, 말들은 정말 적이라도 발견한 것 처럼 공격대형을 갖춘 뒤 전력으로 질주를 해오고 있었다. 클라우 저런 음침한 녀석이 뭐가 좋다고, 저 녀석의 명령을 따르는 건지. 결국 내가 해결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클라리는 여전히 잠이든체로 있었다. 클라리, 잘 때 모습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큰 키 때문에 평소에는 그다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데.
"세리누나, 할수없죠. 저가 해결을 하도록 할게요. 아미, 도와줘."
난 황제를 쳐다보며 한숨을 쉰후에 말을 했다. 그리고 아미에게 부탁을 했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체 도와달란 말만 했다. 마음이 통한다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의도를 알겠지. 그리고 그것이 드래곤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주인."
내 말을 들은 아미는 확실히 나와 마음이 통하는건지. 밖으로 뛰어내린 후 본래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확실히 드래곤과 주인 사이에도 교감이라는게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클라리보다는 도움이 많이 될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도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내려 드래곤으로 변한 아미 위에 올라탔다. 이제 드래곤 나이트까지 경험해 보는건가? 나도 정말, 별짓을 다하는군. 하지만 괜히 어정쩡하게 달려오는 말앞에 달려갔다가 피해를 보는 것 이나 별로 능숙하지도 않는 플라이 마법 써서 괜히 별로 상태도 좋지 않는 몸상태를 더욱더 엉망으로 만든다던지하는 것 보다는 좀 그래도 드래곤을 이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확실히 내가 올라타도 아미는 별 말을 하지 않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훔, 오우거 등에 타본적은 있어도 드래곤 등에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이 세상에서 드래곤의 등에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차가 남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며 난 말들이 몰려오느라 먼지가 일고 있는 곳을 향해 아미를 타고 날라갔다.
아미의 등장을 본 것일까? 멀리서 질서정연하게 햇빛에 빛나는 갑옷을 입은체로 달려오던 기사들의 행렬이 조금 소란스러워 지는 것이 보였다. 고작 드래곤에 소란스러워져서야. 예전에는 좀비드래곤을 상대로 일반병사들도 돌격을 해서 싸우고 했었다는데, 아무리 제국의 병사들의 훈련이 잘되있다고 하더라도 평화란 시대적 배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큰 전쟁이 일어난다면 제국도 조금 고전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선두에는 예상대로 검은색의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클라우 녀석이 있었다. 몸전체에서 살기가 팍팍 뿜어져 나오는 것이. 흠, 그런데 아미는 이상하게도 나한테 느끼는 살기만 자기 엄마의 드래곤 피어였지. 아마 아무튼 그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오는 살기는 그렇지 않다나.
"아미, 브레스로 살짝 위협만 줘 버려, 죽지 않을 정도로."
훔 드래곤의 등에 타서 밑을 내려다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후후, 다음에 조금 더 강한 드래곤을 만나면 또 잡아버릴까? 쩝, 그냥 참는게 좋을 것 같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사는 것에 대해 그렇게 애착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개죽음 당하는 것도 싫다.
기사단 위를 한 번 선회하던 아미는 기사단이 행군하고 있는 길 앞쪽에 브레스를 뿜었다. 잘 닦여져 있던 길이 녹아들어가며 일자로 긴 구덩이가 파여졌다. 흠, 나중에 황제가 보면 뭐라 하지 않을까? 뭐 저정도 녹아들어간거야 금방 복구를 할테니 괜찮겠지.
기사들은 급하게 구덩이 앞에서 말들을 멈추기 시작했다. 그래도 평소에 훈련은 열심히 했는지. 기사들은 약간의 소란을 곧 진정시키며 많은 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말들을 멈춰세웠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단 뒤쪽에 오던 기사들이 창을 던져버리고 활을 쥐기 시작했다. 저것들이 죽지않고 살려뒀더니 미쳤나? 이런 젠장, 아직 어린 드래곤인 아미는 화살들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한 몇 천년정도 산 드래곤이라면야 상관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아미는 걱정이 된다.
난 쉴드를 캐스트하기 시작했다. 뭐 위로 아미를 상승해서 피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이럴 때는 공격을 무효화 시키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그래야지 다시 시비를 걸 생각도 하지 않고.
"홀리 쉴드!"
아미를 충분히 덮고도 남을 정도로 큰 흰색의 막이 생기며 아미에게로 날라오던 화살들을 다 튕겨버렸다. 역시 기사단에서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이는건, 쩝,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지만, 상태들을 보니 이번에는 적당히 피해를 입혀야지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클라우 저 녀석에 대한 분노를 식히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블리자드!"
뭐, 블리자드를 쓰고 쓰러져 버린 아픈 기억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거야 지역전체를 정도로 범위가 컸으니까 그렇지. 이정도는 별다른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흰색막이 쳐진 아미의 밑으로 클라우의 똘마니 기사들을 향해 얼음 덩어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범위가 넓어질 수록 파워는 약해지지만, 반대로 말하면 범위가 좁아질 수록 파워도 강해진다. 그렇다면 저 녀석들에게 떨어지는건? 몸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죽을 수도 있을 정도 하지만 평소에 채력단련을 열심히 하던 녀석들일 테니 죽진 않겠지. 봄이 서서히 다가오는 맑은 대낮에 몰아친 얼음폭풍에 모여있던 기사들과 말들 대부분은 쓰러져 버렸다. 참고로 말들도 죽지는 않을 정도로만 했다. 나중에 제국에 위해가 간다면, 황제한테 할 말이 없게 되니까. 그리고 저녀석들이 추격만 해오지 않으면 되니, 그렇게 심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클라우 그 녀석만이 쓰러진 말에서 뛰어내려 얼음폭풍을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흠, 녀석도 이정도 쯤 됬으면 포기할 만도 한데, 성기사 제 2군단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리다. 수도에서 한동안 시끄럽겠군. 제국의 관리중에 한사람으로써 찔리는 점이 없지 않지만 황제라는 든든한 빽이 있으니 괜찮겠지. 난 녀석들 주위에 두시간 정도 지난 후에나 녹을 얼음 벽을 세워놓은 뒤에 아미를 타고 마차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아미, 태워줘서 고마워."
드래곤으로 변한 아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핀 누나가 드래곤을 한마리 대려가라고 한 말이 이런 이유에서 였나? 확실히 플라이 마법을 쓸 필요없이 괜찮다.
"주인, 주인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행동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기대하지 말기 바란다. 주인의 목숨이 위험하지 않는 이상 난 나서지 않을테니까."
녀석, 그냥 좋게 말해주면 어디 혀가 꼬이기라도 하나? 하긴 드래곤한테 그런 것을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이렇게 태워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해야 한다. 드래곤이 보통 생물도 아니고, 흐흐, 오랫만에 스트레스를 해소한 뒤라 그런지 기분이 상쾌했다. 빠른 속도 때문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더욱더 기분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저렇게 해 놨는데 또 군대를 끌고 오면 인간이 아니지, 하지만 솔직히 아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해결을 하려고 헀으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내가 플라이 마법의 사용이 미숙하다 보니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드래곤의 등에 편안하게 타고 있는 것 만큼 집중이 잘 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칼질로 해결하기에도 클라우 녀석이 생각보다는 강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읽은 책에 따르면 드래곤과 인간이 주종관계를 맺을 때는 훨씬 더 화려한 의식이 있지 않았었나? 난 그냥 저 녀석이 주인으로 인정한다는 말만 하고 끝이 났었는데...
"아미, 원래 주종관계를 맺을 때 화려한 의식같은 것 하지 않아?"
뭐, 검술대회 때 처럼 사방에 엄청난 빛의 쑈가 벌어진다던지, 아니면 정령들에 의해 신성한 노래라도 불려진다던지.
"주인, 드래곤은 인간이 아니다. 우리가 주인으로 인정하는 존재는 강함 이외에도 마음으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나도 마찮가지지. 그런데 무슨 화려한 의식이 필요하겠는가? 신이 아닌이상 우리에게 주인이란 존재는 인간들에게는 친구란 존재와 다르지 않다. 나도 마음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은 처음 받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주인이 드래곤인줄 알았었다."
훔...그래서 처음에 나한테 당하고 눈물이 글썽해서 어린애인 모습으로 그렇게 있었던 건가? 역시 드래곤이란 존재는 무언가 딱 말하기가 힘들었다.
마차는 정말 열심히 달려 갔는지, 드래곤의 속도로 한참을 내려 간 뒤에야 저 끝에서 보이고 있었다. 확실히 예전에 내가 마차를 몰던 때보다 더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제가 직접 타는 마차인데 어련히 좋은 말과 마차를 쓰겠냐마는 그래도 말들을 몰고 있는 소피와 티티 잡종엘프 자매의 능력은 상당히 칭찬해 줄만 했다.
그런데 아미가 마차를 향해 추락하는듯 갑자기 내려갔다. 이놈의 드래곤이 갑자기 잠들어 버렸나 왜이래? 순간 조금 긴장했지만 긴장을 한 소용도 없이 아미는 날 등에 업은체로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해서 마차의 위에 내렸다. 녀석, 괜히.
뭐, 어른모습일 때는 아미가 나보다 훨씬 크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난 클라우 녀석과 싸울 때보다 더 놀란 마음은 쩝, 나도 참, 걱정할게 따로 있지, 뭘 걱정하고 있는 거야?
난 마차의 천장에 난 작은 문을 열고 밑으로 내려갔다. 뒤에 따라 내려오는 아미, 솔직히 이건 마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작은 집이란 생각이든다. 클라리는 무슨일이 있었는 모르고 여전히 꿈나라를 해매고 있었다.
"란트, 왜 이렇게 늦었어. 심심해 죽는줄 알았잖아."
황제는 잠을 자고 있는 클라리 옆에 누위서 뒹굴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정말 평상시에는 황제가 맞는지 의심이 된다니까. 추격자가 왔어도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제의 모습. 공주였을 때 암살자들을 거의 매일같이 상대했다니 특별히 긴장감이 없는 것이 이해가 가지만 저건 너무하잖아. 누군 고생을하고 들어왔는데.
"클라우, 그 녀석이었어요. 나중에 제국 군사재판에 회부하던가 해야지."
난 태평한 황제를 정말 못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클라우 그 녀석 정말 포기할 줄을 모른다니까.
"나중에 수도에 돌아가면 내가 달래볼께. 그나저나 란트, 이 누나 좀 재밌게 해줘. 저 앞에 엘프들은 자기들끼리만 쑥덕 거리고 난 상대도 안해준단말이야."
정말 이 황제는 그 근엄하던 모습은 어디갔는지, 정말 열 몇살 먹은 어린애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전에 가려달라했던 주름도 안보이는데? 여행 때문에 핀누나한테 부탁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활한 황제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사람들이 자기의 모습을 알아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댄 것 같다. 난 황제의 투정을 무시하고 다시 창가 쪽으로 가서 앉아 버렸다.
자기들끼리만 쑥덕 거렸단 말은 티티와 소피의 사이가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 자매라는 것일까? 클라리와는 다르게 소피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나하고 눈이 마주치면 얼굴이 빨갛게 되서 고개를 돌려버리니.
"란트 네가 지금 이 제국의 황제를 무시하겠다는 거니~~~!"
못들은척, 황제가 이런 말투로 말할 때는 무시해도 된다. 경험에 따르면, 흐흐 확실히, 나도 많이도 사악해 진 것 같다는, 그나저나 너무 빨리 마차를 몰아서 오늘 자야할 마을을 지나쳐 버린 것 같은데? 내가 본 것이 정확하다면. 쩝, 이 넓은 마차가 있는데 노숙을 한들 걱정할게 뭐있을까?
점점 멀어져 가는 수도의 성벽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간호하느라 피곤했는지, 마차에 타자마자 클라리가 골아떨어지는 바람에 생겨난 조용함에 다행이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말이 많은 또 하나의 인물 황제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란트! 바람둥이 기사님~~! 이 누나한테 저 앞에 나가 있는 다크 엘프하고 이 아가씨 소개 좀 해주지 않으련?"
황제는 수도를 벗어났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싱글벙글해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휴, 정말 전혀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신체적인 여건상 젊어보여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게 주책이다란 소리를 듣는다구. 그리고 내가 쓰러진지 일주일 동안 내 방에 그렇게 들락날락 거리면서 인사도 안했나? 황제도 정말, 바람둥이는 또 뭐야? 최근에 여자라면 정말 진절머리가 나려는 판국에 바람둥이란 이야기는 마법대회에서 그 슬라임을 얼려버린 마법사한테나 어울릴 것 같았다.
"서로 소개 안했어요? 제 방에 그렇게 많이 드나드면서, 그리고 저녁도 같이 먹었었잖아요."
난 왜 귀찮게 하냐는 불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황제에게 말을 했다. 훔, 한두번 한 일도 아니지만 이런식으로 말을 하고는 약간의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뭐 수도도 벗어났고 하니 황제가 날 무례하다고 잡으려고 해도 도망쳐 버리면 그만이니까. 흠, 그러나 황제는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그냥 웃으면서 답을 할 뿐이었다.
"이 황제란 자리가 워낙 바쁘잖니, 여러가지 업무를 마무리 한다고 정신이 없었어."
바쁘다는 건 이해를 하지만 내 일행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없었다니. 하긴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모를 짐덩어리들일 뿐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동료긴 동료였는데 말이다. 어쩔 수 있나? 다시 설명을 해야지. 난 등에 투핸드를 맨체 마차 한 곳에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있는 아미와 마부석의 티티 쪽을 한 번 쳐다본 뒤 말을 했다.
"저 여자의 모습을 가장한 양성 생명체의 이름은 아미고, 마법 대회 때 잡은 블랙드래곤이에요. 그리고 저 엘프는 엘프와 다크 엘프의 잡종으로 추정되며 이름은 티티, 역시 마법 대회 때 어쩌다가 달라붙은 짐덩어리."
상당히 무성의한 대답이었지만 내말을 듣자 황제의 웃고 있던 표정은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훌, 하긴 드래곤과 같이 여행을 하는게 어디 흔한 일이어야지. 쩝, 하지만 내가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황제도 예전에 드래곤과 같이 여행을 했던 적이 있었다고 했었는데.
"란트, 정말이야? 어쩐지, 내가 아는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모습하고 많이 닮았다고 했더니...."
황제는 무엇인가 생각하는듯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잠깐, 아는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모습하고 비슷하다고? 혹시 아미가 말하던 엄마 드래곤이 아닐까?
"세리 누나, 정말 아는 드래곤의 모습하고 비슷해요? 그 드래곤은 지금 어디있죠?"
난 짐덩어리 하나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 황제를 보며 다그치듯 말을 했다. 위치만 알면야 드래곤 보고 알아서 날아가렴, 하고 말면 그만인데. 무표정한체로 구석에 앉아 있던 아미의 눈빛이 조금 반짝 하는 것이 보였다. 훌...
"나도 잘 몰라, 예전에 같이 여행했던 블랙드래곤하고 모습이 비슷해서. 인간들 틈에서 사는걸 워낙 좋아해서 여행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 틈에서 살았는데 30년동안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알겠어?"
황제의 말을 들은 난 정말 도움이 안된다니까란 생각을 감추고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휴, 창밖의 들판에는 아직 어린 파란 보리 새싹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름철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보리를 심는다고 했다. 하지만 솔직히 제국 정도되는 자금력이면 남부의 따뜻한 곳에서 사와도 될텐데, 식량의 자급자족을 중시해서 그런 것일까?
수도를 벗어난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전에 내 마법의 후유증으로 그늘진 곳에서는 아직 곳곳에 눈이 쌓여있는 곳이 많이 보였다. 수도 전체에 하얗게 눈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결국 쓰러지는 바람에 볼 수 없었다. 정말 남 좋은 일만 시켰군.
그나저나 같이가기로 했던 아렐리아는 내가 아파서 쓰러져 있는동안 먼저 가버렸다.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하긴 시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도시를 비우고 있으면 안되니까. 게다가 요즘엔 해적들 때문에 남부지역이 소란스럽다고도 하니. 이해를 해줘야지.
"아미, 혹시 원래 이름이 아무르타트 아니에요?"
아미를 향해 황제가 말하는 것이 내 귀로 들려왔다. 헛, 황제도 아미를 알고 있었던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황제하고 같이 여행을 했다던 그 드래곤이 아미의 엄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맞습니다. 서부대륙의 통치자시며, 힘을 상징하는 신의 보석의 주인이시여."
헛, 잠깐 저 놈은 주인한테는 낮춤법을 완벽하게 사용하면서 황제한테는 왜 높임말을 사용하는 거야? 아무리 인간의 우두머리라고 해도 드래곤이 말을 높이지는 않을텐데, 난 조금 황당함을 느끼며 황제와 아미 쪽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서부 대륙의 통치자란 말은 이해를 하겠는데, 힘을 상징하는 신의 보석? 그건 또 뭐지?
"절 잊지 않고 계셨군요. 아무르타트, 그동안 실종되셨던 이유가 역시, 그런 것이었군요."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에게 있었던 일을 알아차린 걸까? 하긴 황제가 바보도 아니고 차원의 문이 열리며 드래곤이 등장했었으니까 대충 짐작하는거야 어렵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힘을 상징하는 신의 보석이란 존재에 대한 호기심에 황제쪽을 쳐다보았다.
"통치자시여, 혹시 신의 상징을 지금 보여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저의 주인께서 궁금해 하시는 것 같군요."
저 녀석 눈치를 챘나? 아니면 마법검 처럼 혹시 주인과 마음이 통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미의 말을 들은 황제는 싱긋 웃으며 아미와 날 번갈아 본 후, 마차 한쪽에 잔뜩 싸여있는 자신의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상당히 넓은 마차, 지금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 아니 생명들이 안에서 누워도 될정도의 크기인 마차임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잔뜩 들고온 짐 때문에 자리가 비좁아져 있었다. 그렇다고 황제의 물건을 강제로 핀누나한테 받은 배낭에 넣어버릴 수도 없고 골치꺼리 였다. 그렇게 한참을 뒤적거리던 황제는 헝겊에 둘러싸여있는 긴 물체들 꺼냈다. 황제가 헝겊을 풀자 그 곳에서는 금빛으로 빛나는 검이 나왔다. 하지만 보통 금빛이 나는 물체에게서 느껴질 법한 천박함이나 그런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기품과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는 어떤 절대적인 느낌의 위압감이었다. 헛, 황제의 검이라 이건가? 잠깐 검이 아니라 보석이라고 했었는데?
"란트, 궁금하면 궁금하다고 말을 해야지. 이 누나가 아직도 편하지 않은가 봐. 좀 섭섭한데. 키스까지 했으면서."
난 황제의 말을 듣는 순간 놀래서 클라리를 쳐다보았지만, 다행히도 여전히 꿈속을 해매고 있었다. 이놈의 황제가 누구 죽일 일이 있어서, 정말 내 신세도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검한테 꼼짝을 못하다니. 하지만 다행이 아니었다. 얌전하게 흔들림없이 잘 가고 있던 마차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이 혹시 소피가? 모르겠다. 모르겠어. 아무리 잡종이라도 엘프는 엘프일 텐데 말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좌우로 흔들리며 정신을 사납게 만들던 마차는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소피한테 마차를 몰게 하는 것도 조금 고려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떠올랐다.
마차의 움직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황제는 내게 그 검을 넘겨 주었다. 도대체 이 황제의 어검과 보석이라는 것과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그런대 검은 확실히 중심이 잡혀있고 날도 예리한게 상당히 성능이 좋아 보였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검을 보고 있자 황제가 날 보며 말을 했다.
"란트, 검을 조금 뽑아 볼래?"
난 황제의 말에 따라 검을 검집에서 조금 뽑았다. 그 순간 검신에 박혀있는 보석이 내 눈에 들어오며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색이라고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색,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보석과 닮았다 아니,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에 박혀있는 보석과 똑같았다. 세상에...이런 보석이 또 있었다니...
"누나. 이 보석 본 적 있어요."
난 황제에게 검을 돌려주며 옷 밑에 가려져 있는 목걸이를 꺼냈다. 왠만하면 다른사람들 앞에서는 잘 꺼내지 않았는데, 엄마와 시드가 죽던 날, 아침에 엄마한테 때를 써서 받아 걸고 있었던, 엄마의 하나뿐인 유품. 요즘에는 잘 떠오르지 않았던 그 기억이 생각이난다. 내 목걸이를 보던 황제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미까지, 그런데 드래곤이 놀란표정? 이게 뭐길래.
"란트, 이 목걸이 어디서 구했니?"
황제는 조금 놀란 듯한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을 했다. 훔, 황제와 아미가 저렇게 놀라는 모습은 처음본다. 훌...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이에요."
난 씁쓸한 목소리로 힘없이 말을 했다. 내 말을 들은 황제는 그때야 놀란 표정을 없애고 조금 표정이 진정되었다.
"...사라졌던 제국의 상징 세가지 중 하나가, 피투안국에 있었다니. 당연한 사실인데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황제는 보석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하듯 말을 했다. 훔, 이 보석이 뭐길레. 신의 상징 어쩌고 저쩌고 하는걸 보니, 뭔가 특별한 것일까? 하긴 이런 신기한 색의 보석이야.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을테니. 귀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주인, 그 보석은 진실과 평화의 상징인데. 주인이 그 보석을 가지고 있었다니."
아미의 목소리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떨림이 느껴졌다. 아미보고 괜히 어른 모습으로 변해라고 한 것 같다. 그냥 어린애의 모습일 때가 더 괜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이, 놀라서 자기들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지 말고, 나한테도 좀 설명을 해 달라고 설명을 해달란 말이야. 정말, 이 것참 답답해서. 제국의 상징이니 신의상징이니 뭐니 내가 알아들어야지. 난 신기한색의 엄마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신기한 색의 보석을 가진 목걸이라는 것 이외에는 모른다고, 하지만 내가 설명을 해달라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두 사람, 아니 두 생명체는 무엇을 생각하는듯 심각한 표정을 하며 나에게서 시선을 때었다. 할수없이 나도 목걸이를 다시 목에 걸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나중에 설명해주겠지. 정말, 나도 태평이라니까.
어느덧 마차는 밭들이 보이는 곳에서 벗어나 들판으로 다시 나와있었다. 특별히 빠른 속도로 가는 것도 아니고, 소피가 심술만 부리지 않으면 잘닦여진 길 덕분에 마차를 타고도 아주 편안히 갈 수 있었다. 들판, 수도 밖에 나와서 느껴보는 점이지만 리투안은 정말 축복받은 온화한 기후 때문에 정말 살기가 좋은 곳이었다. 심심하면 가뭄이 드는 척박한 피투안과 다르게. 훔, 물론 우리마을은 예외이고.
"말을 탄 상당한 수의 인간들이 오고 있다. 주인."
갑자기 들려오는 아미의 목소리, 솔직히 카렌이야. 기사 출신이기 때문에 딱딱한 말투로 말을 하더라도 그런데로 분위기나 그런면에서 어울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미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여린 여자 목소리인데도 저런식으로 딱딱하게 말을하면 얼굴을 보지 않는 이상 꼭 어린 꼬마애가 무게잡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 어색했다. 그런데 갑자기 왠 말을 탄 인간들?
"이상하네? 오늘은 남부지역으로 이동하는 군대가 없었는데."
황제도 아미의 말을 들었는지 아미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을했다. 잠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존재가 있었다. 클라우 그녀석, 설마 군대를 끌고 추격해 오는건 아니겠지. 황제가 타고 있는데 그럴리가?
"세리누나, 이 마차에 누가 타고 있다고 해 놓은 거에요?"
난 황제를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황제가 타고 있다는 이야기는 안했을것 같고, 그럼 혹시?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 일행."
그러면 그렇지, 이런, 황제가 타고 있다는 것을 노출시킬 수는 없고 그 녀석도 단단히 미쳤지 자기 일 때문에 저렇게 무책임하게 군대를 끌고 진군해도 되는걸까? 그것도 수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휴.
"소피, 말들에게 최대한으로 속도를 높여달라고 해줄래?"
난 마부석 쪽을 향해 말을 했다. 엘프들은 마차를 모는 것이 아니라 말에게 부탁하는 것이기에, 이런 식을 말을 해야 한다. 황제가 옆에 있으니까 반역죄로 몰아붙여서 죽여버리면 그만이지만, 중요한건 저 녀석이 미우나 고우나 핀누나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아이고 스트레스야. 솔직히 저 녀석이 핀누나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제거해 버렸지.
"제일 앞에서 달려오는 놈은 하프엘프군. 주인."
아미는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말을 해주었다. 역시 클라우 그녀석이 틀림이 없었다. 여행 시작부터 이렇게 추격자들에게 시달려야 하나? 하긴 이번일은 황제와 관련되었다기 보다는 내 일이니까 내가 뭐라고 할 필요는 없지만.
창밖으로 보니 들판 저 편으로 부터 말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군단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예전의 티베리우스 단장의 군단에서 느껴지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허허. 정말, 말들은 정말 적이라도 발견한 것 처럼 공격대형을 갖춘 뒤 전력으로 질주를 해오고 있었다. 클라우 저런 음침한 녀석이 뭐가 좋다고, 저 녀석의 명령을 따르는 건지. 결국 내가 해결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클라리는 여전히 잠이든체로 있었다. 클라리, 잘 때 모습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큰 키 때문에 평소에는 그다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데.
"세리누나, 할수없죠. 저가 해결을 하도록 할게요. 아미, 도와줘."
난 황제를 쳐다보며 한숨을 쉰후에 말을 했다. 그리고 아미에게 부탁을 했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체 도와달란 말만 했다. 마음이 통한다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의도를 알겠지. 그리고 그것이 드래곤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주인."
내 말을 들은 아미는 확실히 나와 마음이 통하는건지. 밖으로 뛰어내린 후 본래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확실히 드래곤과 주인 사이에도 교감이라는게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클라리보다는 도움이 많이 될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도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내려 드래곤으로 변한 아미 위에 올라탔다. 이제 드래곤 나이트까지 경험해 보는건가? 나도 정말, 별짓을 다하는군. 하지만 괜히 어정쩡하게 달려오는 말앞에 달려갔다가 피해를 보는 것 이나 별로 능숙하지도 않는 플라이 마법 써서 괜히 별로 상태도 좋지 않는 몸상태를 더욱더 엉망으로 만든다던지하는 것 보다는 좀 그래도 드래곤을 이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확실히 내가 올라타도 아미는 별 말을 하지 않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훔, 오우거 등에 타본적은 있어도 드래곤 등에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이 세상에서 드래곤의 등에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차가 남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며 난 말들이 몰려오느라 먼지가 일고 있는 곳을 향해 아미를 타고 날라갔다.
아미의 등장을 본 것일까? 멀리서 질서정연하게 햇빛에 빛나는 갑옷을 입은체로 달려오던 기사들의 행렬이 조금 소란스러워 지는 것이 보였다. 고작 드래곤에 소란스러워져서야. 예전에는 좀비드래곤을 상대로 일반병사들도 돌격을 해서 싸우고 했었다는데, 아무리 제국의 병사들의 훈련이 잘되있다고 하더라도 평화란 시대적 배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큰 전쟁이 일어난다면 제국도 조금 고전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선두에는 예상대로 검은색의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클라우 녀석이 있었다. 몸전체에서 살기가 팍팍 뿜어져 나오는 것이. 흠, 그런데 아미는 이상하게도 나한테 느끼는 살기만 자기 엄마의 드래곤 피어였지. 아마 아무튼 그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오는 살기는 그렇지 않다나.
"아미, 브레스로 살짝 위협만 줘 버려, 죽지 않을 정도로."
훔 드래곤의 등에 타서 밑을 내려다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후후, 다음에 조금 더 강한 드래곤을 만나면 또 잡아버릴까? 쩝, 그냥 참는게 좋을 것 같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사는 것에 대해 그렇게 애착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개죽음 당하는 것도 싫다.
기사단 위를 한 번 선회하던 아미는 기사단이 행군하고 있는 길 앞쪽에 브레스를 뿜었다. 잘 닦여져 있던 길이 녹아들어가며 일자로 긴 구덩이가 파여졌다. 흠, 나중에 황제가 보면 뭐라 하지 않을까? 뭐 저정도 녹아들어간거야 금방 복구를 할테니 괜찮겠지.
기사들은 급하게 구덩이 앞에서 말들을 멈추기 시작했다. 그래도 평소에 훈련은 열심히 했는지. 기사들은 약간의 소란을 곧 진정시키며 많은 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말들을 멈춰세웠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단 뒤쪽에 오던 기사들이 창을 던져버리고 활을 쥐기 시작했다. 저것들이 죽지않고 살려뒀더니 미쳤나? 이런 젠장, 아직 어린 드래곤인 아미는 화살들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한 몇 천년정도 산 드래곤이라면야 상관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아미는 걱정이 된다.
난 쉴드를 캐스트하기 시작했다. 뭐 위로 아미를 상승해서 피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이럴 때는 공격을 무효화 시키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그래야지 다시 시비를 걸 생각도 하지 않고.
"홀리 쉴드!"
아미를 충분히 덮고도 남을 정도로 큰 흰색의 막이 생기며 아미에게로 날라오던 화살들을 다 튕겨버렸다. 역시 기사단에서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이는건, 쩝,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지만, 상태들을 보니 이번에는 적당히 피해를 입혀야지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클라우 저 녀석에 대한 분노를 식히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블리자드!"
뭐, 블리자드를 쓰고 쓰러져 버린 아픈 기억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거야 지역전체를 정도로 범위가 컸으니까 그렇지. 이정도는 별다른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흰색막이 쳐진 아미의 밑으로 클라우의 똘마니 기사들을 향해 얼음 덩어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범위가 넓어질 수록 파워는 약해지지만, 반대로 말하면 범위가 좁아질 수록 파워도 강해진다. 그렇다면 저 녀석들에게 떨어지는건? 몸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죽을 수도 있을 정도 하지만 평소에 채력단련을 열심히 하던 녀석들일 테니 죽진 않겠지. 봄이 서서히 다가오는 맑은 대낮에 몰아친 얼음폭풍에 모여있던 기사들과 말들 대부분은 쓰러져 버렸다. 참고로 말들도 죽지는 않을 정도로만 했다. 나중에 제국에 위해가 간다면, 황제한테 할 말이 없게 되니까. 그리고 저녀석들이 추격만 해오지 않으면 되니, 그렇게 심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클라우 그 녀석만이 쓰러진 말에서 뛰어내려 얼음폭풍을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흠, 녀석도 이정도 쯤 됬으면 포기할 만도 한데, 성기사 제 2군단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리다. 수도에서 한동안 시끄럽겠군. 제국의 관리중에 한사람으로써 찔리는 점이 없지 않지만 황제라는 든든한 빽이 있으니 괜찮겠지. 난 녀석들 주위에 두시간 정도 지난 후에나 녹을 얼음 벽을 세워놓은 뒤에 아미를 타고 마차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아미, 태워줘서 고마워."
드래곤으로 변한 아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핀 누나가 드래곤을 한마리 대려가라고 한 말이 이런 이유에서 였나? 확실히 플라이 마법을 쓸 필요없이 괜찮다.
"주인, 주인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행동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기대하지 말기 바란다. 주인의 목숨이 위험하지 않는 이상 난 나서지 않을테니까."
녀석, 그냥 좋게 말해주면 어디 혀가 꼬이기라도 하나? 하긴 드래곤한테 그런 것을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이렇게 태워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해야 한다. 드래곤이 보통 생물도 아니고, 흐흐, 오랫만에 스트레스를 해소한 뒤라 그런지 기분이 상쾌했다. 빠른 속도 때문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더욱더 기분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저렇게 해 놨는데 또 군대를 끌고 오면 인간이 아니지, 하지만 솔직히 아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해결을 하려고 헀으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내가 플라이 마법의 사용이 미숙하다 보니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드래곤의 등에 편안하게 타고 있는 것 만큼 집중이 잘 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칼질로 해결하기에도 클라우 녀석이 생각보다는 강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읽은 책에 따르면 드래곤과 인간이 주종관계를 맺을 때는 훨씬 더 화려한 의식이 있지 않았었나? 난 그냥 저 녀석이 주인으로 인정한다는 말만 하고 끝이 났었는데...
"아미, 원래 주종관계를 맺을 때 화려한 의식같은 것 하지 않아?"
뭐, 검술대회 때 처럼 사방에 엄청난 빛의 쑈가 벌어진다던지, 아니면 정령들에 의해 신성한 노래라도 불려진다던지.
"주인, 드래곤은 인간이 아니다. 우리가 주인으로 인정하는 존재는 강함 이외에도 마음으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나도 마찮가지지. 그런데 무슨 화려한 의식이 필요하겠는가? 신이 아닌이상 우리에게 주인이란 존재는 인간들에게는 친구란 존재와 다르지 않다. 나도 마음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은 처음 받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주인이 드래곤인줄 알았었다."
훔...그래서 처음에 나한테 당하고 눈물이 글썽해서 어린애인 모습으로 그렇게 있었던 건가? 역시 드래곤이란 존재는 무언가 딱 말하기가 힘들었다.
마차는 정말 열심히 달려 갔는지, 드래곤의 속도로 한참을 내려 간 뒤에야 저 끝에서 보이고 있었다. 확실히 예전에 내가 마차를 몰던 때보다 더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제가 직접 타는 마차인데 어련히 좋은 말과 마차를 쓰겠냐마는 그래도 말들을 몰고 있는 소피와 티티 잡종엘프 자매의 능력은 상당히 칭찬해 줄만 했다.
그런데 아미가 마차를 향해 추락하는듯 갑자기 내려갔다. 이놈의 드래곤이 갑자기 잠들어 버렸나 왜이래? 순간 조금 긴장했지만 긴장을 한 소용도 없이 아미는 날 등에 업은체로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해서 마차의 위에 내렸다. 녀석, 괜히.
뭐, 어른모습일 때는 아미가 나보다 훨씬 크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난 클라우 녀석과 싸울 때보다 더 놀란 마음은 쩝, 나도 참, 걱정할게 따로 있지, 뭘 걱정하고 있는 거야?
난 마차의 천장에 난 작은 문을 열고 밑으로 내려갔다. 뒤에 따라 내려오는 아미, 솔직히 이건 마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작은 집이란 생각이든다. 클라리는 무슨일이 있었는 모르고 여전히 꿈나라를 해매고 있었다.
"란트, 왜 이렇게 늦었어. 심심해 죽는줄 알았잖아."
황제는 잠을 자고 있는 클라리 옆에 누위서 뒹굴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정말 평상시에는 황제가 맞는지 의심이 된다니까. 추격자가 왔어도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제의 모습. 공주였을 때 암살자들을 거의 매일같이 상대했다니 특별히 긴장감이 없는 것이 이해가 가지만 저건 너무하잖아. 누군 고생을하고 들어왔는데.
"클라우, 그 녀석이었어요. 나중에 제국 군사재판에 회부하던가 해야지."
난 태평한 황제를 정말 못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클라우 그 녀석 정말 포기할 줄을 모른다니까.
"나중에 수도에 돌아가면 내가 달래볼께. 그나저나 란트, 이 누나 좀 재밌게 해줘. 저 앞에 엘프들은 자기들끼리만 쑥덕 거리고 난 상대도 안해준단말이야."
정말 이 황제는 그 근엄하던 모습은 어디갔는지, 정말 열 몇살 먹은 어린애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전에 가려달라했던 주름도 안보이는데? 여행 때문에 핀누나한테 부탁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활한 황제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사람들이 자기의 모습을 알아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댄 것 같다. 난 황제의 투정을 무시하고 다시 창가 쪽으로 가서 앉아 버렸다.
자기들끼리만 쑥덕 거렸단 말은 티티와 소피의 사이가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 자매라는 것일까? 클라리와는 다르게 소피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나하고 눈이 마주치면 얼굴이 빨갛게 되서 고개를 돌려버리니.
"란트 네가 지금 이 제국의 황제를 무시하겠다는 거니~~~!"
못들은척, 황제가 이런 말투로 말할 때는 무시해도 된다. 경험에 따르면, 흐흐 확실히, 나도 많이도 사악해 진 것 같다는, 그나저나 너무 빨리 마차를 몰아서 오늘 자야할 마을을 지나쳐 버린 것 같은데? 내가 본 것이 정확하다면. 쩝, 이 넓은 마차가 있는데 노숙을 한들 걱정할게 뭐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