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6장 남부대로 (2) 시작되는 위험(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23. PM 7:09:07·조회 2646·추천 47
에피소드 35 시작되는 위험
벌써 밖은 어둑해졌다. 황제의 정령술 때문에 마차안은 여전히 밝았지만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황제도 아마 최소 중급 정령 이상은 부를 실력이 되는 것 같은데, 인간으로써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보통 대부분의 정령술사들은 거의 늙어서 죽기 직전에야 중급 정령을 부를 실력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없다. 쩝, 그러고보니 황제도 적당히 나이가 있긴 있었군. 하지만 어찌됬건 정령사 같은 경우에는 만약 재수가 없어서 평생동안 중급이상의 정령을 만나지 못하면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없는 관계로 언제나 하급 정령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급 정령이야 널려 있으니까 정령술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계약을 맺을 수 있으니 예외고, 하지만 지금 황제가 마차안에 띄어놓은 빛덩어리가 하나인 것으로 볼 때 중급 이상의 빛의 정령이었다. 하급 빛의 정령이야 빛나는 정원에 있던 풀하나 밝히는게 다일 정도로 작은 것들이니 확실히 중급 이상의 정령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루동안 전력으로 달리며 고생을 했던 말들을 쉬게 하느라 결국 마을에 도착하지도 못한체 길가에 마차를 세웠다. 이건 전적으로 클라우 그 녀석 때문이다. 그리고 소피와 티티는 무슨 생각으로 마을을 그냥 자나가 버린 거야? 길이 마을 한가운데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데다 인간이 아닌 엘프라 마을에서 잔다는 개념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럼 결국 모든 원흉은 황제란 말이었다. 마차안에서 예들이 마을 지나는 것도 말리지 않고, 뭘 했는지.
클라리는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고 있었다. 어디 아픈 것 같지도 않는데, 아무래도 정신체니까. 날 간호하느라 심적으로 많은 피로를 느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동안 잠 한번 자지 않고 계속 내 곁에만 있었다던데. 흠. 클라리 다시 봐야 될 듯.
마차를 댈 만한 곳을 찾는지 날이 저문 뒤에도 한참을 움직이던 마차는 길가 한적한 공터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공터에서 마차를 세운 소피와 티티는 곧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소피, 티티 오늘 고생많이 했어."
난 별 생각없이 소피와 티티를 향해 말을 했다. 훗, 내가 이런 소리를 다하다니,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그냥 한번 쳐다보고 말았을텐데. 쩝.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소피가 곧 얼굴이 빨갛게 되서 고개를 숙였다. 이런, 소피는 또 왜? 티티는 그런 소피를 향해 엘프어로 말을 했지만 도저히 내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말을 한 까닭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무리 자매일 가능성이 높다지만 그세 그렇게 친해져서 둘이서만 쑥덕거리다니. 거참, 신디도 그랬고 이제 소피까지 조금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꾸준히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존재는 클라리 뿐이라는 건가?
그런데 티티의 말을 들은 소피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흠, 도대체 티티가 무슨 이야기를 했기에 소피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런 소피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만져주는 티티. 그래도 소피는 마을에 있을 때도 엘프들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다행이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핏줄이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 티티를 만나서 저렇게 빨리 친구를 만들었으니.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란 말이 생긴 것일까?
"오늘은 마차에서 자야될 것 같아. 그런데 짐 때문에 자리가 조금 부족하니 누가 밖에 나가서 자야 하는데, 란트 네가 남자니까 밖에서 자."
황제는 대충 눈으로 마차안을 살펴본 후 날 쳐다보며 말을 했다. 잠깐..왜 내가 밖에서 자야 하냔 말이야? 여기에서는 내가 제일 어리다구. 아직 보호받아야할 미성년자인데, 잠깐 보호받아야할 미성년자라고? 내가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확실히 스스로 생각해봐도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어찌됬건 혼자 밖에서 자고 싶지는 않다고, 좀 끼여서 자더라도 안에서 자는게 더 좋지. 요즘은 왠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잠깐만요. 세리누나. 저기 가득 싸여있는 짐은 모두 누나의 짐인 것 같은데요. 핀누나한테 받은 가방에 넣으면 해결이 될텐데, 넣지 않겠다고 한건 누나였잖아요. 그런데 왜 저가 밖에서 자야하는거죠?"
역시 변해도 많이 변했다니까. 이중인격중 미카의 성격에 란트의 성격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설마 아니겠지.
"란트, 그럼 이 연약한 누나가 밖에서 자야 하겠니? 백합의 기사님께서 기사님을 사모하는 소녀에게 이러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황제는 괜히 몸이 안좋은척 바닥에 철퍼덕 쓰러지며 말을 했다. 하루종일 마차에서 뒹굴뒹굴 거렸으면서. 그리고 연약하다니? 제국 최고의 검술실력을 자랑하는 여전사 철혈여제께서 무슨 소리를 그리고 나이 오십, 애 셋딸린 아줌마가 무슨 소녀라는 건지. 완전히 정말 저런 모습을 전 제국에 공개를 해버리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황제가 밖에서 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암살자가 노릴지도 모르고 말이다. 뭐 암살자가 오더라도 황제가 다 처리해 버리겠지만.
"제가 밖에서 잘게요. 란트."
갑자기 구석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소피? 아무리 그래도 소피를 밖에서 재우는건, 소피는 여전히 얼굴이 빨갛게 된 체로 숙였던 고개를 들며 말을 했다. 그런데 소피가 밖에가면 티티도 같이 갈테고 고로, 황제와 클라리 아미등 무서운 여자들 하고만 같이 안에 있어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내가 밖에 나가는게 속편하지.
"아니야, 소피. 그냥 내가 밖에서 잘게."
결국, 황제의 농간에 못이긴 난 마차 천장 위로 올라가서 잠을 자기로 했다. 뭐 불침번을 선다는 의미도 있고, 아미나 나 둘중에 하나는 황제 옆에서 황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다가, 드래곤인 아미보고 밖에서 찬바람 맞으며 있어라 하기도 그렇고 해서, 아미보고도 안에 있어라고 했다.
마차안에 밝은 빛에 적응이 되서 그런지 천장위로 나오자 한동안 주위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난 그냥 손으로 대충 더듬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서서히 검은빛 커텐에 뒤덮인 들판의 모습이 보였다. 마을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들판에는 불빛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땅과 하늘에 조금씩 빛나는 별들. 달이 사라지는 새해 첫 한달 동안은 되도록이면 밤에는 여행을 하면 안된다는게 정설이었는데, 그놈의 클라우 녀석 때문에 이렇게 밤에 들 한가운데에 있게 되었다.
멀리서 어둠 속에서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들짐승이 안돌아다니면 이상하지. 물론 특별히 두렵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늑대 만마리가 몰려온들 그다지 걱정할 일이 있을까? 비상시에는 아미의 도움을 받아 도망치면 될테니.
아직 개척이 되지 않은 곳이라 길게 자란 풀들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 빛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 외로 눈에 잘 들어왔다. 무엇인가 낮에 햇빛아래에서 보는 것과 다른 또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고요함....적막...
풀소리와 가끔씩 들려오는 들짐승 소리, 최근 몇주간 도시라는 곳에 있으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긴 그런 것을 생각할 만큼 여유도 없었으니까. 마을에 있을 때는 아주 익숙했엇는데, 예전에도 혼자 이렇게 밤에 마을 언덕 위에 이렇게 앉아 있었던 적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다르게 혼자있다는 사실에 외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도 모르겠다.
천장으로 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마차안의 빛이 밖으로 뻗어나왔다. 누구지? 클라리가 깼나?
"클라리?"
난 빛이 나오는 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어둠에 적응한지 얼마되었다고 밝은 빛에 눈이 부셔서 눈을 찌푸렸다. 누구의 모습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형체를 보니 클라리보다는 좀 작은 것 같은데.
"란트, 저에요. 소피."
소피 였군. 소피는 작게 하지만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훔, 클라리는 여전히 뻗어있는건가? 그런데 소피는 왜 나왔지?
"무슨일이야? 소피, 날씨도 추운데 안에 있지."
천장쪽으로 나있는 마차의 문이 닫히며 빛이 사라지고 소피의 모습도 처음보다는 더 잘 보였다. 어둠 속이라 흑백 구별 밖에 되지는 않지만 훔. 쩝 그러고 보니 엘프는 추위같은 것에 강했었지. 그 때 북부산맥에서도 그랬고.
소피는 아무말 없이 내 옆에 조용히 앉았다. 뭐 하지만 클라리 처럼 매달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란트가 혼자 있어서..."
소피는 말을 하다 다시 그냥 고개를 숙여버렸다. 어둠 속이라 확실치 보이지는 않았지만 왠지 또 얼굴이 빨갛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흐르는 침묵, 오로지 소피의 작은 숨소리만 들렸다. 그러고보니 소피와 단둘이 이렇게 있어보는것은 처음인 것 같다. 소피는 언제나 나한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있었는데.
휴, 확실히 클라리와는 또다른 면에서 소피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왠지 모를 어색함에 난 바닥에 누워버렸다. 들판에 어두운 광경과는 다르게 달이 없어도 여전히 가득한 별들로 인해 빛을 잃지 않은 하늘.
"란트, 란트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색한 분위기 속에 내가 보고 있었던 들판 쪽만 계속 쳐다보는 소피 에게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 잠깐 어떻게 생각하다니? 갑자기 무슨 소리지?
"그냥 소피는 착한 엘프고...내 동료, 아니 몇안되는 친구중에 하니지."
난 말도 이 것 저것 생각나는데로 소피를 향해 말을 했다. 아무래도 이런 걸 묻는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드는데, 중요한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엘프, 사람,정신체,드래곤, 어떤 종족이든 여자처럼 생긴 존재의 마음을 아는 것은 정말 자신없었다. 남자라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아니요. 란트 그런것을 묻는게 아니에요. 클라리하고 비교해서 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해주세요."
처음으로 들어보는 소피의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도데체 뭘 말하라는 거야? 클라리도 소중한 존재고 소피 역시 마찮가지이고. 뭐 누굴 더 좋아하냐고 묻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것을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말하라는 것이야? 난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잠깐! 이 기척은?
"홀리 쉴드!"
"디텍트!"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살기에 마차 주위로 방어막을 펼쳤다. 이렇게 가까이 오도록 내가 인기척을 듣지 못하다니. 소피의 당황스러운 질문 때문에 긴장을 고민을하고 있었던 까닭일까? 아니면 놈들의 실력이 뛰어난 까닭일까? 잘 못하면 놓칠뻔 했다.
"펑!"
쉴드 펼친 직 후 마차를 향해 날라오는 회빛 마법 기운은 쉴드에 부딪혀서 상쇄되어 버렸다. 바람, 풍계계열의 마법이었다. 그 것도 상당히 강한, 아렐리아 이외에도 이 정도 수준의 마법사가 제국에 있었던 것일까?
디텍트마법을 썼음에도 마법사와 검을 쓰는 듯한 존재라는 것 이상은 알아낼 수 없었다. 아무래도 방어마법을 사용해서 디택트 마법을 약화 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들판에 가만히 있는 마차를 기습적으로 공격해 오는 놈들이니 최소한 좋은 놈들은 아니란건 확실하다. 좋게보면 도둑, 하지만 도둑치고는 너무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중의 누군가를 노린 암살자, 내게 원한을 가진 녀석들일까? 아니면 황제를 노리고?
"아이스 블레스터! 트리플!"
난 되도록이면 빠르게 캐스팅을 해서 방금 형체가 보인 쪽을 향해 얼음 조각들을 쏘아 보냈다. 하늘빛, 보통 마법사들이 빙계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면 푸른 빛의 마법기운을 가진다고 했었는데, 난 하늘빛의 기운이 났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고, 하지만 아까 두사람의 형체만 디텍트 마법의 도움으로 잠시 보였던 어둠 속에서 다시 회빛 기운이 하늘로 치솟았다.
"윈드 쉴드!"
역시 풍계계열,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방어막이 무너짐과 동시에 얼음조각들 역시 사라졌다. 내 빙계마법을 완벽하게 화염계열도 아닌 풍계계열의 방어막으로 막아내다니. 확실히 아렐리아 이상의 마나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최소 육서클 마스터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마차를? 황제 암살을 노린 것 같다는게 가장 확실한 것 같지만 아직 정확하지는 않았다.
마법사에게 집중을 하고 있는 순간, 마차주위에 펼친 방어막에 엄청난 충격이 왔다. 아까 잠깐 보였던 검사였다. 어두워진 주위 환경때문에 마법사에게 신경을 쓰느라 검사의 움직임을 놓친 것이다. 홀리쉴드에 충격을 줘서 무효화 시키려 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검사는 검에서 엄청난 붉은빛의 검기를 뿜어내며 쉴드를 향해 휘두르면서 충격을 주고 있었다. 세상에 검으로 신성방어막에 타격을 입히다니.
난 다급한 마음에 클라리를 뽑아 들며 신성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이번 마법이 실폐하면 육탄전이다.
"홀리볼트! 일레븐!"
홀리볼트, 마법진당 7개씩 총 77개의 흰색 구체들이 녀석들을 향해 쏘아 나갔다. 단체로 공격을 해온 것이나 덩치가 큰 놈이었다면 홀리 스톰을 사용했겠지만 저 녀석들은 단 두명 그리고 두명 모두 생각외로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잔뜩 입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홀리볼트는 쉴드로 잘 막아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클라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 때문에 이제서야 확실히 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흰색 구체들이 녀석들에게 날라가자 검사인 듯한 놈은 쉴드에 타격을 입히던 것을 중단하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마법사 쪽으로 피하며 검에서 검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파워 윈드 쉴드! 더블!"
더블 캐스팅, 이런 저녀석 보통이 아니잖아? 하지만 홀리볼트를 고작 윈드 쉴드가지고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난 그 순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검사가 뿜어내는 검기와 섞인 파워 윈드 쉴드는 77개의 흰색 구체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신성마법을 평범한 사속성 계열의 마법으로 막아내다니,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확실히 훈련을 받은 듯한 녀석들. 물론 구체들이 사라졌을 무렵에는 쉴드 역시 무효화 되어 있었지만 어쨌든 대단한 녀석들이었다.
내 공격을 막아내며 녀석들은 지친듯 잠깐 움직임이 멈칫했다. 공격하면 지금이 기회인데, 나 역시 일레븐 캐스팅을 하느라 조금 지친 상태였기에 원거리 공격을 할 타격을 입힐 마법을 쓰기가 힘들었다. 젠장, 몸상태가 정상적일 때만 같았어도 쩝. 일주일동안 휴식을 취했지만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게다가 낮에도 상당히 피곤해지는 마법들을 사용했으니.
"인첸트 애로우 오브 화이어!"
하지만 전혀 뜻밖의 곳에서 들리는 캐스팅 소리와 함께 녀석들의 쉴드가 깨어지는 순간 불에 휩싸인 화살 세발이 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풍계계열 마법사를 향해 날라갔다. 그 마법사도 미처 예상을 하지 못한 듯 아니 예상했더라도 피할 체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검사가 쳐내버린 화살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발이 마법사에게 정확히 맞았다.
불화살에 맞은 마법사의 회색빛 로브에 불이 붙어 타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로브에 붙은 불 빛에 의해 얼핏 비치는 마법사의 당황한 표정, 마법사는 중년의 남자였다. 난 잠깐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녀석들이 당황한 틈을 타 마무리를 하기 위해 마차에서 뛰어내려 녀석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워프."
그러나 마법사는 몸에 불이 붙자 당황했음에도 순간임에도 내가 달려가자 침착하게 순간 이동 주문을 읊었다. 녀석들, 감히 나한테 덤벼놓고 어디 도망 치려고! 내가 싫어하는 녀석들이 저런 암살자같이 기습을해서 공격을 하는 녀석들이다.
"안티 매직 셸!"
급한 마음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캐스팅이 늦어 버렸다. 그리고 사라지는 마법사. 하지만 마법사 녀석은 사라졌지만 검사가 사라지려는 순간 텔레포트가 중지되며 반만 이동이 된 검사의 몸이 양분이 되어버렸다.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피. 이런, 쩝,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황제에 대한 암살 시도에 대한 벌치고는 그리 심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모두가 그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므로.
특히 얼굴부분은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버렸다. 이래서는 정체를 알 수도 없는데.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면 마법사 앞에서 워프 마법을 쓰는 것은 죽고 싶다고 자청하는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마법사는 워프를 쓴 것일까? 정말 그랬다면 무서운 녀석들이었다. 상당한 수준의 검사였는데도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버릴 수도 있다니.
난 갑자기 날아온 불화살의 정체가 궁금해 마차 위로 고개를 돌리니, 그 곳에는 활을 든체 서 있는 소피의 모습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캐스팅은 소피가 한 것이었나? 난 전혀 뜻밖의 도움에 솔직히 놀랐다. 하긴 소피도 66년이나 살아온 엘프인데 그정도도 못하는게 이상하지만 솔직히 내 이미지 속의 소피는 무기에 손도 못 대는 듯한 그런 이미지로 항상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소피는 항상 활을 등에 매고 다녔고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신경써서 손질을 하곤 했었다.
밖의 소란 때문이었는지 마차문이 열리며 밝은 빛과 함께 잠자던 일행들이 밖으로 나왔다. 헛, 황제의 옷차림은 잠옷차림, 마차에서 자면서 언제 잠옷까지 갈아입었나라며 감탄의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왜 잠옷의 색이 노란색인데다가 머리는 어린애들 묶는 것처럼 양 옆으로 묶은 거야? 헉, 자기보다 조금 큰 잠옷을 입은 황제가 눈을 비비는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귀엽다!'라고 했겠지만 진실을 아는 난 왠 주책이냐 하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난 그 모순이 가득한 사람에게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런데 아미도 잠시 졸았는지, 드래곤이 조는일도 있었나? 아무튼 부시시한 얼굴로 등에는 투헨드를 맨체 있었고 티티의 뒤에 비틀 거리며 걸어나오는 클라리의 모습도 보였다. 이 것들이 꼭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영웅이 혼자서 악당들을 물리친 뒤에나 등장하는 경비병들처럼, 이제서야 꾸역꾸역 기어나오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난 영웅 역할 따윈 하고 싶지 않다구.
"주인님, 도대체 무슨일이야?"
모두들 깊이 잠들다가 정신을 차린 까닭인지, 멍하게 있는 가운데 그나마 낮동안 잠을 충분히 잔 클라리가 날 보며 말을 했다. 휴, 저 녀석들 중에 한명만 있었어도 녀석들을 잡을 수 있었는데.
"암살자, 최소 6서클 마스터급 이상 한명, A-급 검사한명."
정신을 차린듯 황제는 마차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때문에 주위가 환해져서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그 검사의 처참한 반쪽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으, 어린애가 입을 만한 스타일에 그 얼굴로 그렇게 태연하게 시체를 향해 걸어가다니. 그 외모와 그 옷차림의 여자에게는 절대로 안어울린다구요. 아무리 예전에 시체를 보는게 일상사였다지만 감정이 너무 무뎌진 것 아니야? 하긴 황제도 필요할 경우에는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스타일이겠지.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으니까.
"음, 이런 스타일을 옷차림은 처음보는 것 같아. 그리고 얼굴도 없으니 어느 지역의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황제는 여전히 별다른 표정없이 그 검사의 시체 이 곳 저곳을 살펴보면서 말을 했다. 그 모습은 꼭 괴기 소설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괴기 소설이라 하기에는 황제의 복장이 너무나 웃겼지만, 정말 내 주위에는 생각외로 무서운 여자들 밖에 없다니까.
"그리고 6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왔었다고? 란트."
참혹한 시체를 별표정없이 쳐다보던 황제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했다. 순간, 흠칫한 나. 세상에 수 백의 군사들 앞에 부상입은 몸으로 혼자 섰을 때도 공포를 느끼지 못했는데. 흠.
"네...네, 세리누나, 그런데 아미 넌 생명의 속성을 알아볼 수 있잖아. 혹시 누군지 모르겠어?"
난 노란색 어린애 잠옷에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모습으로도 충분히 공포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으며 황제에게서 다시 아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미라면 눈치를 채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저놈의 드래곤의 표정이 변하는 것일까?
"주인, 죽은 생명체에서는 그 기척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폴리모프하면 수면 주기가 폴리모프한 생명체와 비슷해진다. 미안하지만 이해해주기 바란다."
흣, 그리고 하품을 하는 아미. 그럼 졸다가 깬듯한 표정은 진짜로 자고 있었단 말이잖아. 어떻게 이런일이? 하긴 드래곤에 대해서 자세히 연구한 사람이 있을리가 없으니 드래곤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데 쓸 때 없이 시간 때우기로 읽었던 책의 내용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피냄세를 맡은 것일까 주위에 들짐승들의 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이러다간 우리는 괜찮더라도 마차를 끌어야할 말들이 피해를 입을 수가 있다. 이런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데.
"주인님아, 그냥 마차안에서 고민을 하는게 어때? 저 상태의 시체로 정체를 알아내는 것도 무리고."
클라리는 그렇게 많이자고도 또 잠이오는지 하품을 하며 나에게 말을 했다. 정말 나보고 주인이라 부르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왜 저 모양인지. 뭐, 소유물은 주인을 닮는 법이라고? 설마 그럴리가. 어찌됬건 이번은 클라리의 말이 옳으니 일단 안에 들어가도록 해야겠다. 하지만 우선 저 괴기 소설의 분위기를 팍팍 풍기며 짐승들을 끓어모으고 있는 저 시체부터 처리부터 해야지.
난 황제가 시체에서 물러서자마자 시체에 화염마법을 썼다. 뭐 태우는 정도야 그다지 어렵겠냐마는 사용하면서도 조금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마법 사용이 되서 그다지 크지도 않고 적당한 크기의 불이 정체모를 검사의 남겨진 유해에 붙었다. 황제처럼, 나 역시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 너무나도 무감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직 어린애에 불가할 뿐인데, 나도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내맘 때의 아이들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인생에 대해서는 불만은 없었다. 그다지 살아갈 의욕도 그렇다고 죽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엔가 내가 의지하고 또 나에게 의지하는 존재들도 있었기에 그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거추장스럽지만 내가 원하지 않음에도 어쩔수 없이 혼자가 되었던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었으므로.
"주인님아, 뭐해 빨리 들어와."
마차를 습격했던 검사를 태우던 불이 어느덧 많이 사그라져 있었다. 클라리는 마차안으로 들어가다 밖에 서있는 나를 향해 말을 했다. 휴...난 마음을 정리하며, 감성을 잠시 억누르고 암살자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는데 집중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차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차안을 보니 푹신한 담요가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누군 밖에 쫓아내서 찬바람만 맞게해 놓고는 누구는 이렇게 따뜻하고 푹신한 곳에서. 이런! 사악한 아줌마, 난 황제 쪽을 향해 살기를 가득 담아 쳐다보았다.
"란트 고생 많이 했어. 역시 핀 언니가 추천한데다가 내가 응원단에 회원으로 가입까지 했는데 실력에서는 확실하지. 다음에도 부탁해~!"
황제는 그세 담요 속으로 파고 든 뒤 누워서 날쳐다보며 말을 했다. 무신경의 극치, 잠깐 그런데 핀 누나가 추천해서 그러다는 것은 이해를 하는데, 황제 자기가 응원단에 가입한 것과는 무슨 상관이지? 게다가 누군 자기 때문에 피곤한 몸으로 마법을 또 써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감수했는데도 저렇게 무신경한 대답을 하다니.
"누나, 암살자들의 정체같은 것 밝혀야 되는 것 아니에요?"
난 황제를 보며 심각한 말투로 말을 했지만 황제는 여전히 누워서 하품만 하고 있었다.
"여행 첫날 부터 머리쓰기 귀찮아. 뭐, 친 황태자파 귀족들중 한명이나 평소에 나한테 불만이 많은 놈들이겠지."
그리고 담요를 머리위로 덮어버리는 황제, 거의 암살자 같은 거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보였다. 뭐야 에이, 다음 부터는 황제를 죽이든 말든 난 잠이나 자고 있어야지.
"으앙, 잘자고 있었는데, 시끄러워서 잠 다 깨버렸어."
이 목소리는 클라리, 여기에도 무신경한 녀석이 한명 더 있었군. 휴, 아무리 전쟁에 익숙하다지만, 소피와 티티는 마차안에 보이지 않았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걸까? 그런데 따뜻한 방안의 모습을 보니 내가 잠이 쏟아지는 것 같다.
"주인, 피곤하면 잠을 자는게 좋다. 최소한 주인의 목숨은 내가 지킬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라."
"....."
이번에도 내 마음을 알아체고 말을하는 아미, 그런데 최고한 주인의 목숨은 내가 지킬테니가 뭐야? 다르게 해석하면 뭐 약간 다치는 것 정도는 무시하겠다는 것인가? 그나마 잠 다 깨버렸어하는 녀석보다는 훨씬 낳은편이니 봐줘야지.
난 되도록이면 황제하고 클라리가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진 쪽으로가서 담요를 덮었다.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자는 의도 였지만 시체보고도 무신경한 녀석들이 고작 이런 것에 꿈쩍이나 할까? 그냥 자아도취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었다
그나저나 첫날부터 왜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리아인하고 다닐 때는 칼을 뽑을 일 조차 없었는데, 이번에는 하루동안 두번이나 마법을 난사해야 할 일이 생기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에대한 원한을 갚겠다는 의도보다는 황제를 노린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으, 눈감고 생각을 하니까 잠이 더 온다..........쿠울....덥썩?! 윽 답답해!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난 답답한 느낌에 눈을 떴다.
뭐야 이건? 옆을 보니, 나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황제가 매일 검수련하느라 상당히 단련됬을 힘이 장난이 아닌 팔로 인형 안듯이 내 몸을 누르고 있었다. 황제, 어린애도 아니고 잠버릇이 왜이래? 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희미해진 불빛속에 클라리는 언제 잠이 다 깼다고 말을 했냐는 듯 잠이들어 있었고 아미는 밖에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 자야된단 말이야.
"세인트...이....엄마가...싫은...거...쿨...."
황제의 잠꼬대 소리..황제 도대체 무슨 꿈을? 황태자 그 녀석 꿈을 꾸고 있는건가? 휴..부모속을 어지간이도 썩히는가 보군 녀석. 하긴 가이우스한테 들은바에 의하면 황제가 하는 일마다 방해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흠, 하지만 저 잠옷차림으로는 아무리 봐도 자식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곰인형 대용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말괄량이 아가씨 같단 말이야.
엄마한테 이야기로써만 들었을때는 황제가 암살자들하고 싸우고 하던 일들이 재밌기는 했었어도 놀랍게는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내가 그 당사자중 하나가 되다보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저런 놈들이 거의 매일밤마다 쳐들어 왔었다니 황제가 무신경해질 만도 하다. 뭐, 3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달라질 것이라곤 없을 테니까.
그리고 황제를 노렸다면 황제가 우리 마차를 타고 오늘 떠났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녀석이란 말인데 설마 황태자 그녀석이?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엄마인데, 그럴리가 있을리가 없지. 그리고 그 녀석 보기보다 순진하다구. 헉 내가 무슨 소리를?
휴, 난 황제의 잠을 깨우기도 그렇고 나도 자야만 한다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황제쪽을 쳐다보니, 자고 있던 황제의 얼굴과 마주쳤다. 이런 상황, 클라리 옆에서 잘 때 종종 있었는데 그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 그리고 말도 안됀다고 이성이 소리쳤지만 아까 참았던 '귀엽다'란 소리가 마음 속에서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아무리 환영마법으로 조금 있던 주름을 가렸다지만, 클라리는 예뻐도 솔직히 성격만 좋으면야, 완벽한 심부감이 아닐까하는. 어쨌든 클라리에게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황제같은 진짜 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휴, 다 큰 자기 아들 꿈꾸고 있는 아줌마보고 내가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건지. 내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심각하다. 나중에 핀누나나 스승님을 다시 만나면 깊이 상담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나 저나 내일 부터는 그냥 자는 곳 주위에 방어마법진을 겹으로 둘러놓고 자야되겠다. 잘 때마다 방해를 받으면 귀찮아서 어디 뭘 할 수 있어야지. 그리고 암살자 녀석들이야 별로 걱정이 되지 않지만 6서클 이상의 마법사라면 귀찮아진다. 솔직히 나도 강한 마법사들하고 싸워본 경험은 없다. 어떻게 보면 오늘 나를 공격한 그놈이 마법의 응용면에서는 나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성마법을 검사의 순수한 검기의 도움을 방어할 생각을 하다니. 조심, 또 조심이다. 뭐 황제가 하는 행동을 보면 그냥 무시하고 싶지만 황제가 죽으면 나도 곱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휴, 나도 세인트 녀석 처럼 걱정해줄 엄마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는데 부럽다.
난 언제나 목에 걸고 있는 엄마의 목걸이를 만졌다. 훔, 이게 무슨 특별한 것이라고 아미가 낮에 말했었지. 하지만 특별한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난 클라리와 이 목걸이. 그리고 핀누나가 준 마법책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깨어나신 직후에 스승님의 말씀이 진실이라면 내가 볼수는 없고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어도 엄마는 항상 날 보고 있을테니까.
벌써 밖은 어둑해졌다. 황제의 정령술 때문에 마차안은 여전히 밝았지만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황제도 아마 최소 중급 정령 이상은 부를 실력이 되는 것 같은데, 인간으로써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보통 대부분의 정령술사들은 거의 늙어서 죽기 직전에야 중급 정령을 부를 실력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없다. 쩝, 그러고보니 황제도 적당히 나이가 있긴 있었군. 하지만 어찌됬건 정령사 같은 경우에는 만약 재수가 없어서 평생동안 중급이상의 정령을 만나지 못하면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없는 관계로 언제나 하급 정령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급 정령이야 널려 있으니까 정령술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계약을 맺을 수 있으니 예외고, 하지만 지금 황제가 마차안에 띄어놓은 빛덩어리가 하나인 것으로 볼 때 중급 이상의 빛의 정령이었다. 하급 빛의 정령이야 빛나는 정원에 있던 풀하나 밝히는게 다일 정도로 작은 것들이니 확실히 중급 이상의 정령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루동안 전력으로 달리며 고생을 했던 말들을 쉬게 하느라 결국 마을에 도착하지도 못한체 길가에 마차를 세웠다. 이건 전적으로 클라우 그 녀석 때문이다. 그리고 소피와 티티는 무슨 생각으로 마을을 그냥 자나가 버린 거야? 길이 마을 한가운데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데다 인간이 아닌 엘프라 마을에서 잔다는 개념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럼 결국 모든 원흉은 황제란 말이었다. 마차안에서 예들이 마을 지나는 것도 말리지 않고, 뭘 했는지.
클라리는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고 있었다. 어디 아픈 것 같지도 않는데, 아무래도 정신체니까. 날 간호하느라 심적으로 많은 피로를 느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동안 잠 한번 자지 않고 계속 내 곁에만 있었다던데. 흠. 클라리 다시 봐야 될 듯.
마차를 댈 만한 곳을 찾는지 날이 저문 뒤에도 한참을 움직이던 마차는 길가 한적한 공터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공터에서 마차를 세운 소피와 티티는 곧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소피, 티티 오늘 고생많이 했어."
난 별 생각없이 소피와 티티를 향해 말을 했다. 훗, 내가 이런 소리를 다하다니,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그냥 한번 쳐다보고 말았을텐데. 쩝.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소피가 곧 얼굴이 빨갛게 되서 고개를 숙였다. 이런, 소피는 또 왜? 티티는 그런 소피를 향해 엘프어로 말을 했지만 도저히 내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말을 한 까닭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무리 자매일 가능성이 높다지만 그세 그렇게 친해져서 둘이서만 쑥덕거리다니. 거참, 신디도 그랬고 이제 소피까지 조금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꾸준히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존재는 클라리 뿐이라는 건가?
그런데 티티의 말을 들은 소피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흠, 도대체 티티가 무슨 이야기를 했기에 소피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런 소피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만져주는 티티. 그래도 소피는 마을에 있을 때도 엘프들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다행이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핏줄이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 티티를 만나서 저렇게 빨리 친구를 만들었으니.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란 말이 생긴 것일까?
"오늘은 마차에서 자야될 것 같아. 그런데 짐 때문에 자리가 조금 부족하니 누가 밖에 나가서 자야 하는데, 란트 네가 남자니까 밖에서 자."
황제는 대충 눈으로 마차안을 살펴본 후 날 쳐다보며 말을 했다. 잠깐..왜 내가 밖에서 자야 하냔 말이야? 여기에서는 내가 제일 어리다구. 아직 보호받아야할 미성년자인데, 잠깐 보호받아야할 미성년자라고? 내가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확실히 스스로 생각해봐도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어찌됬건 혼자 밖에서 자고 싶지는 않다고, 좀 끼여서 자더라도 안에서 자는게 더 좋지. 요즘은 왠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잠깐만요. 세리누나. 저기 가득 싸여있는 짐은 모두 누나의 짐인 것 같은데요. 핀누나한테 받은 가방에 넣으면 해결이 될텐데, 넣지 않겠다고 한건 누나였잖아요. 그런데 왜 저가 밖에서 자야하는거죠?"
역시 변해도 많이 변했다니까. 이중인격중 미카의 성격에 란트의 성격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설마 아니겠지.
"란트, 그럼 이 연약한 누나가 밖에서 자야 하겠니? 백합의 기사님께서 기사님을 사모하는 소녀에게 이러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황제는 괜히 몸이 안좋은척 바닥에 철퍼덕 쓰러지며 말을 했다. 하루종일 마차에서 뒹굴뒹굴 거렸으면서. 그리고 연약하다니? 제국 최고의 검술실력을 자랑하는 여전사 철혈여제께서 무슨 소리를 그리고 나이 오십, 애 셋딸린 아줌마가 무슨 소녀라는 건지. 완전히 정말 저런 모습을 전 제국에 공개를 해버리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황제가 밖에서 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암살자가 노릴지도 모르고 말이다. 뭐 암살자가 오더라도 황제가 다 처리해 버리겠지만.
"제가 밖에서 잘게요. 란트."
갑자기 구석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소피? 아무리 그래도 소피를 밖에서 재우는건, 소피는 여전히 얼굴이 빨갛게 된 체로 숙였던 고개를 들며 말을 했다. 그런데 소피가 밖에가면 티티도 같이 갈테고 고로, 황제와 클라리 아미등 무서운 여자들 하고만 같이 안에 있어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내가 밖에 나가는게 속편하지.
"아니야, 소피. 그냥 내가 밖에서 잘게."
결국, 황제의 농간에 못이긴 난 마차 천장 위로 올라가서 잠을 자기로 했다. 뭐 불침번을 선다는 의미도 있고, 아미나 나 둘중에 하나는 황제 옆에서 황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다가, 드래곤인 아미보고 밖에서 찬바람 맞으며 있어라 하기도 그렇고 해서, 아미보고도 안에 있어라고 했다.
마차안에 밝은 빛에 적응이 되서 그런지 천장위로 나오자 한동안 주위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난 그냥 손으로 대충 더듬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서서히 검은빛 커텐에 뒤덮인 들판의 모습이 보였다. 마을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들판에는 불빛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땅과 하늘에 조금씩 빛나는 별들. 달이 사라지는 새해 첫 한달 동안은 되도록이면 밤에는 여행을 하면 안된다는게 정설이었는데, 그놈의 클라우 녀석 때문에 이렇게 밤에 들 한가운데에 있게 되었다.
멀리서 어둠 속에서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들짐승이 안돌아다니면 이상하지. 물론 특별히 두렵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늑대 만마리가 몰려온들 그다지 걱정할 일이 있을까? 비상시에는 아미의 도움을 받아 도망치면 될테니.
아직 개척이 되지 않은 곳이라 길게 자란 풀들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 빛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 외로 눈에 잘 들어왔다. 무엇인가 낮에 햇빛아래에서 보는 것과 다른 또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고요함....적막...
풀소리와 가끔씩 들려오는 들짐승 소리, 최근 몇주간 도시라는 곳에 있으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긴 그런 것을 생각할 만큼 여유도 없었으니까. 마을에 있을 때는 아주 익숙했엇는데, 예전에도 혼자 이렇게 밤에 마을 언덕 위에 이렇게 앉아 있었던 적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다르게 혼자있다는 사실에 외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도 모르겠다.
천장으로 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마차안의 빛이 밖으로 뻗어나왔다. 누구지? 클라리가 깼나?
"클라리?"
난 빛이 나오는 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어둠에 적응한지 얼마되었다고 밝은 빛에 눈이 부셔서 눈을 찌푸렸다. 누구의 모습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형체를 보니 클라리보다는 좀 작은 것 같은데.
"란트, 저에요. 소피."
소피 였군. 소피는 작게 하지만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훔, 클라리는 여전히 뻗어있는건가? 그런데 소피는 왜 나왔지?
"무슨일이야? 소피, 날씨도 추운데 안에 있지."
천장쪽으로 나있는 마차의 문이 닫히며 빛이 사라지고 소피의 모습도 처음보다는 더 잘 보였다. 어둠 속이라 흑백 구별 밖에 되지는 않지만 훔. 쩝 그러고 보니 엘프는 추위같은 것에 강했었지. 그 때 북부산맥에서도 그랬고.
소피는 아무말 없이 내 옆에 조용히 앉았다. 뭐 하지만 클라리 처럼 매달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란트가 혼자 있어서..."
소피는 말을 하다 다시 그냥 고개를 숙여버렸다. 어둠 속이라 확실치 보이지는 않았지만 왠지 또 얼굴이 빨갛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흐르는 침묵, 오로지 소피의 작은 숨소리만 들렸다. 그러고보니 소피와 단둘이 이렇게 있어보는것은 처음인 것 같다. 소피는 언제나 나한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있었는데.
휴, 확실히 클라리와는 또다른 면에서 소피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왠지 모를 어색함에 난 바닥에 누워버렸다. 들판에 어두운 광경과는 다르게 달이 없어도 여전히 가득한 별들로 인해 빛을 잃지 않은 하늘.
"란트, 란트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색한 분위기 속에 내가 보고 있었던 들판 쪽만 계속 쳐다보는 소피 에게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 잠깐 어떻게 생각하다니? 갑자기 무슨 소리지?
"그냥 소피는 착한 엘프고...내 동료, 아니 몇안되는 친구중에 하니지."
난 말도 이 것 저것 생각나는데로 소피를 향해 말을 했다. 아무래도 이런 걸 묻는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드는데, 중요한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엘프, 사람,정신체,드래곤, 어떤 종족이든 여자처럼 생긴 존재의 마음을 아는 것은 정말 자신없었다. 남자라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아니요. 란트 그런것을 묻는게 아니에요. 클라리하고 비교해서 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해주세요."
처음으로 들어보는 소피의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도데체 뭘 말하라는 거야? 클라리도 소중한 존재고 소피 역시 마찮가지이고. 뭐 누굴 더 좋아하냐고 묻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것을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말하라는 것이야? 난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잠깐! 이 기척은?
"홀리 쉴드!"
"디텍트!"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살기에 마차 주위로 방어막을 펼쳤다. 이렇게 가까이 오도록 내가 인기척을 듣지 못하다니. 소피의 당황스러운 질문 때문에 긴장을 고민을하고 있었던 까닭일까? 아니면 놈들의 실력이 뛰어난 까닭일까? 잘 못하면 놓칠뻔 했다.
"펑!"
쉴드 펼친 직 후 마차를 향해 날라오는 회빛 마법 기운은 쉴드에 부딪혀서 상쇄되어 버렸다. 바람, 풍계계열의 마법이었다. 그 것도 상당히 강한, 아렐리아 이외에도 이 정도 수준의 마법사가 제국에 있었던 것일까?
디텍트마법을 썼음에도 마법사와 검을 쓰는 듯한 존재라는 것 이상은 알아낼 수 없었다. 아무래도 방어마법을 사용해서 디택트 마법을 약화 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들판에 가만히 있는 마차를 기습적으로 공격해 오는 놈들이니 최소한 좋은 놈들은 아니란건 확실하다. 좋게보면 도둑, 하지만 도둑치고는 너무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중의 누군가를 노린 암살자, 내게 원한을 가진 녀석들일까? 아니면 황제를 노리고?
"아이스 블레스터! 트리플!"
난 되도록이면 빠르게 캐스팅을 해서 방금 형체가 보인 쪽을 향해 얼음 조각들을 쏘아 보냈다. 하늘빛, 보통 마법사들이 빙계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면 푸른 빛의 마법기운을 가진다고 했었는데, 난 하늘빛의 기운이 났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고, 하지만 아까 두사람의 형체만 디텍트 마법의 도움으로 잠시 보였던 어둠 속에서 다시 회빛 기운이 하늘로 치솟았다.
"윈드 쉴드!"
역시 풍계계열,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방어막이 무너짐과 동시에 얼음조각들 역시 사라졌다. 내 빙계마법을 완벽하게 화염계열도 아닌 풍계계열의 방어막으로 막아내다니. 확실히 아렐리아 이상의 마나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최소 육서클 마스터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마차를? 황제 암살을 노린 것 같다는게 가장 확실한 것 같지만 아직 정확하지는 않았다.
마법사에게 집중을 하고 있는 순간, 마차주위에 펼친 방어막에 엄청난 충격이 왔다. 아까 잠깐 보였던 검사였다. 어두워진 주위 환경때문에 마법사에게 신경을 쓰느라 검사의 움직임을 놓친 것이다. 홀리쉴드에 충격을 줘서 무효화 시키려 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검사는 검에서 엄청난 붉은빛의 검기를 뿜어내며 쉴드를 향해 휘두르면서 충격을 주고 있었다. 세상에 검으로 신성방어막에 타격을 입히다니.
난 다급한 마음에 클라리를 뽑아 들며 신성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이번 마법이 실폐하면 육탄전이다.
"홀리볼트! 일레븐!"
홀리볼트, 마법진당 7개씩 총 77개의 흰색 구체들이 녀석들을 향해 쏘아 나갔다. 단체로 공격을 해온 것이나 덩치가 큰 놈이었다면 홀리 스톰을 사용했겠지만 저 녀석들은 단 두명 그리고 두명 모두 생각외로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잔뜩 입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홀리볼트는 쉴드로 잘 막아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클라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 때문에 이제서야 확실히 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흰색 구체들이 녀석들에게 날라가자 검사인 듯한 놈은 쉴드에 타격을 입히던 것을 중단하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마법사 쪽으로 피하며 검에서 검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파워 윈드 쉴드! 더블!"
더블 캐스팅, 이런 저녀석 보통이 아니잖아? 하지만 홀리볼트를 고작 윈드 쉴드가지고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난 그 순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검사가 뿜어내는 검기와 섞인 파워 윈드 쉴드는 77개의 흰색 구체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신성마법을 평범한 사속성 계열의 마법으로 막아내다니,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확실히 훈련을 받은 듯한 녀석들. 물론 구체들이 사라졌을 무렵에는 쉴드 역시 무효화 되어 있었지만 어쨌든 대단한 녀석들이었다.
내 공격을 막아내며 녀석들은 지친듯 잠깐 움직임이 멈칫했다. 공격하면 지금이 기회인데, 나 역시 일레븐 캐스팅을 하느라 조금 지친 상태였기에 원거리 공격을 할 타격을 입힐 마법을 쓰기가 힘들었다. 젠장, 몸상태가 정상적일 때만 같았어도 쩝. 일주일동안 휴식을 취했지만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게다가 낮에도 상당히 피곤해지는 마법들을 사용했으니.
"인첸트 애로우 오브 화이어!"
하지만 전혀 뜻밖의 곳에서 들리는 캐스팅 소리와 함께 녀석들의 쉴드가 깨어지는 순간 불에 휩싸인 화살 세발이 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풍계계열 마법사를 향해 날라갔다. 그 마법사도 미처 예상을 하지 못한 듯 아니 예상했더라도 피할 체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검사가 쳐내버린 화살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발이 마법사에게 정확히 맞았다.
불화살에 맞은 마법사의 회색빛 로브에 불이 붙어 타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로브에 붙은 불 빛에 의해 얼핏 비치는 마법사의 당황한 표정, 마법사는 중년의 남자였다. 난 잠깐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녀석들이 당황한 틈을 타 마무리를 하기 위해 마차에서 뛰어내려 녀석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워프."
그러나 마법사는 몸에 불이 붙자 당황했음에도 순간임에도 내가 달려가자 침착하게 순간 이동 주문을 읊었다. 녀석들, 감히 나한테 덤벼놓고 어디 도망 치려고! 내가 싫어하는 녀석들이 저런 암살자같이 기습을해서 공격을 하는 녀석들이다.
"안티 매직 셸!"
급한 마음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캐스팅이 늦어 버렸다. 그리고 사라지는 마법사. 하지만 마법사 녀석은 사라졌지만 검사가 사라지려는 순간 텔레포트가 중지되며 반만 이동이 된 검사의 몸이 양분이 되어버렸다.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피. 이런, 쩝,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황제에 대한 암살 시도에 대한 벌치고는 그리 심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모두가 그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므로.
특히 얼굴부분은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버렸다. 이래서는 정체를 알 수도 없는데.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면 마법사 앞에서 워프 마법을 쓰는 것은 죽고 싶다고 자청하는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마법사는 워프를 쓴 것일까? 정말 그랬다면 무서운 녀석들이었다. 상당한 수준의 검사였는데도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버릴 수도 있다니.
난 갑자기 날아온 불화살의 정체가 궁금해 마차 위로 고개를 돌리니, 그 곳에는 활을 든체 서 있는 소피의 모습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캐스팅은 소피가 한 것이었나? 난 전혀 뜻밖의 도움에 솔직히 놀랐다. 하긴 소피도 66년이나 살아온 엘프인데 그정도도 못하는게 이상하지만 솔직히 내 이미지 속의 소피는 무기에 손도 못 대는 듯한 그런 이미지로 항상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소피는 항상 활을 등에 매고 다녔고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신경써서 손질을 하곤 했었다.
밖의 소란 때문이었는지 마차문이 열리며 밝은 빛과 함께 잠자던 일행들이 밖으로 나왔다. 헛, 황제의 옷차림은 잠옷차림, 마차에서 자면서 언제 잠옷까지 갈아입었나라며 감탄의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왜 잠옷의 색이 노란색인데다가 머리는 어린애들 묶는 것처럼 양 옆으로 묶은 거야? 헉, 자기보다 조금 큰 잠옷을 입은 황제가 눈을 비비는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귀엽다!'라고 했겠지만 진실을 아는 난 왠 주책이냐 하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난 그 모순이 가득한 사람에게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런데 아미도 잠시 졸았는지, 드래곤이 조는일도 있었나? 아무튼 부시시한 얼굴로 등에는 투헨드를 맨체 있었고 티티의 뒤에 비틀 거리며 걸어나오는 클라리의 모습도 보였다. 이 것들이 꼭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영웅이 혼자서 악당들을 물리친 뒤에나 등장하는 경비병들처럼, 이제서야 꾸역꾸역 기어나오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난 영웅 역할 따윈 하고 싶지 않다구.
"주인님, 도대체 무슨일이야?"
모두들 깊이 잠들다가 정신을 차린 까닭인지, 멍하게 있는 가운데 그나마 낮동안 잠을 충분히 잔 클라리가 날 보며 말을 했다. 휴, 저 녀석들 중에 한명만 있었어도 녀석들을 잡을 수 있었는데.
"암살자, 최소 6서클 마스터급 이상 한명, A-급 검사한명."
정신을 차린듯 황제는 마차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때문에 주위가 환해져서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그 검사의 처참한 반쪽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으, 어린애가 입을 만한 스타일에 그 얼굴로 그렇게 태연하게 시체를 향해 걸어가다니. 그 외모와 그 옷차림의 여자에게는 절대로 안어울린다구요. 아무리 예전에 시체를 보는게 일상사였다지만 감정이 너무 무뎌진 것 아니야? 하긴 황제도 필요할 경우에는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스타일이겠지.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으니까.
"음, 이런 스타일을 옷차림은 처음보는 것 같아. 그리고 얼굴도 없으니 어느 지역의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황제는 여전히 별다른 표정없이 그 검사의 시체 이 곳 저곳을 살펴보면서 말을 했다. 그 모습은 꼭 괴기 소설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괴기 소설이라 하기에는 황제의 복장이 너무나 웃겼지만, 정말 내 주위에는 생각외로 무서운 여자들 밖에 없다니까.
"그리고 6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왔었다고? 란트."
참혹한 시체를 별표정없이 쳐다보던 황제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했다. 순간, 흠칫한 나. 세상에 수 백의 군사들 앞에 부상입은 몸으로 혼자 섰을 때도 공포를 느끼지 못했는데. 흠.
"네...네, 세리누나, 그런데 아미 넌 생명의 속성을 알아볼 수 있잖아. 혹시 누군지 모르겠어?"
난 노란색 어린애 잠옷에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모습으로도 충분히 공포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으며 황제에게서 다시 아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미라면 눈치를 채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저놈의 드래곤의 표정이 변하는 것일까?
"주인, 죽은 생명체에서는 그 기척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폴리모프하면 수면 주기가 폴리모프한 생명체와 비슷해진다. 미안하지만 이해해주기 바란다."
흣, 그리고 하품을 하는 아미. 그럼 졸다가 깬듯한 표정은 진짜로 자고 있었단 말이잖아. 어떻게 이런일이? 하긴 드래곤에 대해서 자세히 연구한 사람이 있을리가 없으니 드래곤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데 쓸 때 없이 시간 때우기로 읽었던 책의 내용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피냄세를 맡은 것일까 주위에 들짐승들의 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이러다간 우리는 괜찮더라도 마차를 끌어야할 말들이 피해를 입을 수가 있다. 이런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데.
"주인님아, 그냥 마차안에서 고민을 하는게 어때? 저 상태의 시체로 정체를 알아내는 것도 무리고."
클라리는 그렇게 많이자고도 또 잠이오는지 하품을 하며 나에게 말을 했다. 정말 나보고 주인이라 부르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왜 저 모양인지. 뭐, 소유물은 주인을 닮는 법이라고? 설마 그럴리가. 어찌됬건 이번은 클라리의 말이 옳으니 일단 안에 들어가도록 해야겠다. 하지만 우선 저 괴기 소설의 분위기를 팍팍 풍기며 짐승들을 끓어모으고 있는 저 시체부터 처리부터 해야지.
난 황제가 시체에서 물러서자마자 시체에 화염마법을 썼다. 뭐 태우는 정도야 그다지 어렵겠냐마는 사용하면서도 조금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마법 사용이 되서 그다지 크지도 않고 적당한 크기의 불이 정체모를 검사의 남겨진 유해에 붙었다. 황제처럼, 나 역시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 너무나도 무감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직 어린애에 불가할 뿐인데, 나도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내맘 때의 아이들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인생에 대해서는 불만은 없었다. 그다지 살아갈 의욕도 그렇다고 죽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엔가 내가 의지하고 또 나에게 의지하는 존재들도 있었기에 그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거추장스럽지만 내가 원하지 않음에도 어쩔수 없이 혼자가 되었던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었으므로.
"주인님아, 뭐해 빨리 들어와."
마차를 습격했던 검사를 태우던 불이 어느덧 많이 사그라져 있었다. 클라리는 마차안으로 들어가다 밖에 서있는 나를 향해 말을 했다. 휴...난 마음을 정리하며, 감성을 잠시 억누르고 암살자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는데 집중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차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차안을 보니 푹신한 담요가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누군 밖에 쫓아내서 찬바람만 맞게해 놓고는 누구는 이렇게 따뜻하고 푹신한 곳에서. 이런! 사악한 아줌마, 난 황제 쪽을 향해 살기를 가득 담아 쳐다보았다.
"란트 고생 많이 했어. 역시 핀 언니가 추천한데다가 내가 응원단에 회원으로 가입까지 했는데 실력에서는 확실하지. 다음에도 부탁해~!"
황제는 그세 담요 속으로 파고 든 뒤 누워서 날쳐다보며 말을 했다. 무신경의 극치, 잠깐 그런데 핀 누나가 추천해서 그러다는 것은 이해를 하는데, 황제 자기가 응원단에 가입한 것과는 무슨 상관이지? 게다가 누군 자기 때문에 피곤한 몸으로 마법을 또 써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감수했는데도 저렇게 무신경한 대답을 하다니.
"누나, 암살자들의 정체같은 것 밝혀야 되는 것 아니에요?"
난 황제를 보며 심각한 말투로 말을 했지만 황제는 여전히 누워서 하품만 하고 있었다.
"여행 첫날 부터 머리쓰기 귀찮아. 뭐, 친 황태자파 귀족들중 한명이나 평소에 나한테 불만이 많은 놈들이겠지."
그리고 담요를 머리위로 덮어버리는 황제, 거의 암살자 같은 거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보였다. 뭐야 에이, 다음 부터는 황제를 죽이든 말든 난 잠이나 자고 있어야지.
"으앙, 잘자고 있었는데, 시끄러워서 잠 다 깨버렸어."
이 목소리는 클라리, 여기에도 무신경한 녀석이 한명 더 있었군. 휴, 아무리 전쟁에 익숙하다지만, 소피와 티티는 마차안에 보이지 않았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걸까? 그런데 따뜻한 방안의 모습을 보니 내가 잠이 쏟아지는 것 같다.
"주인, 피곤하면 잠을 자는게 좋다. 최소한 주인의 목숨은 내가 지킬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라."
"....."
이번에도 내 마음을 알아체고 말을하는 아미, 그런데 최고한 주인의 목숨은 내가 지킬테니가 뭐야? 다르게 해석하면 뭐 약간 다치는 것 정도는 무시하겠다는 것인가? 그나마 잠 다 깨버렸어하는 녀석보다는 훨씬 낳은편이니 봐줘야지.
난 되도록이면 황제하고 클라리가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진 쪽으로가서 담요를 덮었다.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자는 의도 였지만 시체보고도 무신경한 녀석들이 고작 이런 것에 꿈쩍이나 할까? 그냥 자아도취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었다
그나저나 첫날부터 왜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리아인하고 다닐 때는 칼을 뽑을 일 조차 없었는데, 이번에는 하루동안 두번이나 마법을 난사해야 할 일이 생기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에대한 원한을 갚겠다는 의도보다는 황제를 노린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으, 눈감고 생각을 하니까 잠이 더 온다..........쿠울....덥썩?! 윽 답답해!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난 답답한 느낌에 눈을 떴다.
뭐야 이건? 옆을 보니, 나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황제가 매일 검수련하느라 상당히 단련됬을 힘이 장난이 아닌 팔로 인형 안듯이 내 몸을 누르고 있었다. 황제, 어린애도 아니고 잠버릇이 왜이래? 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희미해진 불빛속에 클라리는 언제 잠이 다 깼다고 말을 했냐는 듯 잠이들어 있었고 아미는 밖에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 자야된단 말이야.
"세인트...이....엄마가...싫은...거...쿨...."
황제의 잠꼬대 소리..황제 도대체 무슨 꿈을? 황태자 그 녀석 꿈을 꾸고 있는건가? 휴..부모속을 어지간이도 썩히는가 보군 녀석. 하긴 가이우스한테 들은바에 의하면 황제가 하는 일마다 방해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흠, 하지만 저 잠옷차림으로는 아무리 봐도 자식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곰인형 대용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말괄량이 아가씨 같단 말이야.
엄마한테 이야기로써만 들었을때는 황제가 암살자들하고 싸우고 하던 일들이 재밌기는 했었어도 놀랍게는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내가 그 당사자중 하나가 되다보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저런 놈들이 거의 매일밤마다 쳐들어 왔었다니 황제가 무신경해질 만도 하다. 뭐, 3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달라질 것이라곤 없을 테니까.
그리고 황제를 노렸다면 황제가 우리 마차를 타고 오늘 떠났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녀석이란 말인데 설마 황태자 그녀석이?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엄마인데, 그럴리가 있을리가 없지. 그리고 그 녀석 보기보다 순진하다구. 헉 내가 무슨 소리를?
휴, 난 황제의 잠을 깨우기도 그렇고 나도 자야만 한다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황제쪽을 쳐다보니, 자고 있던 황제의 얼굴과 마주쳤다. 이런 상황, 클라리 옆에서 잘 때 종종 있었는데 그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 그리고 말도 안됀다고 이성이 소리쳤지만 아까 참았던 '귀엽다'란 소리가 마음 속에서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아무리 환영마법으로 조금 있던 주름을 가렸다지만, 클라리는 예뻐도 솔직히 성격만 좋으면야, 완벽한 심부감이 아닐까하는. 어쨌든 클라리에게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황제같은 진짜 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휴, 다 큰 자기 아들 꿈꾸고 있는 아줌마보고 내가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건지. 내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심각하다. 나중에 핀누나나 스승님을 다시 만나면 깊이 상담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나 저나 내일 부터는 그냥 자는 곳 주위에 방어마법진을 겹으로 둘러놓고 자야되겠다. 잘 때마다 방해를 받으면 귀찮아서 어디 뭘 할 수 있어야지. 그리고 암살자 녀석들이야 별로 걱정이 되지 않지만 6서클 이상의 마법사라면 귀찮아진다. 솔직히 나도 강한 마법사들하고 싸워본 경험은 없다. 어떻게 보면 오늘 나를 공격한 그놈이 마법의 응용면에서는 나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성마법을 검사의 순수한 검기의 도움을 방어할 생각을 하다니. 조심, 또 조심이다. 뭐 황제가 하는 행동을 보면 그냥 무시하고 싶지만 황제가 죽으면 나도 곱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휴, 나도 세인트 녀석 처럼 걱정해줄 엄마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는데 부럽다.
난 언제나 목에 걸고 있는 엄마의 목걸이를 만졌다. 훔, 이게 무슨 특별한 것이라고 아미가 낮에 말했었지. 하지만 특별한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난 클라리와 이 목걸이. 그리고 핀누나가 준 마법책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깨어나신 직후에 스승님의 말씀이 진실이라면 내가 볼수는 없고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어도 엄마는 항상 날 보고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