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6장 남부대로 (3) 디세느다리(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23. PM 7:10:39·조회 2207·추천 68
-디세느 다리, 인간이 만든 작품이라고는 믿어질 수 없을 정도 엄청난 규모와 견고함, 그리고 예술성을 자랑하고 있는 다리이다. 아마 별다른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드워프나, 아니면 엘프들이나 고대인들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디세느 다리는 분명 인간이 만들었으며 만들어진 시점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자들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제국 제 3 성기사단, 일명 기술자단이라 불리는 존재들이다. 예전에 그 큰 디세느강을 지나기 위해서는 나룻터를 통해 배를타고 지나가거나 아니면 상류의 강폭이 좁은 곳에 놓여진다리를 통해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전쟁이 끝난 후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남부지역에서 보내온 구호물자를 신속히 제국의 북부지역으로 우송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황제의 결정으로 이 다리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제국의 복구를 위해 전역으로 흩어져 있던 제 3 성기사단원들을 포세트립톤에서 리투니아로 가는 가장 짧은 길과 디세느 강이 교차하는 지점에 모아 건설을 시작하였다. 수천에 이르는 그리고 모두 뛰어난 토목 기술을 자랑하는 제 3 성기사 단원들은 단 1년만에 다리를 완성하였다. 물론 설계에서 드워프와 엘프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따름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후 20년이 흐르고 제 3 성기사의 마지막 단원이 은퇴를 한 뒤에 제국의 역사에서 기술자군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성기사단에 대한 귀족들과 영주들의 공공연한 견제등...앞장서서 전쟁을하느라 대부분의 기사들이 목숨을 잃어 세력이 약화된 성기사단으로써는 세력을 유지하기가 버티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 후로는 성기사단은 단 2군단으로 유지되게 되었다. 디세느 강의 업적을 이룩하였고 뛰어난 전투력도 가지고 있었던 제 3성기사단이 계속 유지되었더라면.....<리투안 제국 대 백과 사전> -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마차는 오늘도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막힘 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특징이라 할 만한 점은...내가 읽었던 많은 책들에 나오는 여행가들의 걱정거리인 식량과 이동 수단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핀누나가 만들어준 가방에 들어 있는 식량만 해도 두달정도는 배터지게 먹어도 전혀 걱정이 없을 정도였으니까...그리고 무슨이유인지 몰라도 물이 가득 담긴 물병도 잔뜩들어가 있었다. 사막으로 갈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나... 뭐 보존마법이 걸려있는 까닭에 음식이 상할 걱정같은 건 안해도되니....넣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쓰면 된다.
"주인님아, 조금만 있으면 대륙에서 제일 큰 강하고 큰 다리를 볼 수 있어."
클라리는 잠에서 깨자마자부터 날 귀찮게 하고 있었다. 황궁에서는 클라리가 돌아다닐 곳이 많아서 그런지 나한테서도 종종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이 괴로움에서 잠시 해방이 될 수 있었는데...마차란 협소한 공간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내 옆에 클라리가 찰싹 붙어있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 고통을 정말...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얼마나 피곤한데...
대륙에서 제일 큰 강하고 큰 다리? 그러고 보니 제대로된 강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촌놈이라서 그런지...개울이야 수없이 많이 봤어도 무릎 이상의 깊이를 가진 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클라리, 수도는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지? 근처에 그렇다할 강이나 개울도 없잖아. 우물 가지고는 무리 인 것 같고."
난 클라리가 고민을 하는 동안이라도 쉬기 위해 클라리를 향해 질문을 했다. 내 예상대로 클라리는 내게서 잠시 떨어져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훙...예전에 알았는데...왜 갑자기 주인님이 물으니까 생각이 안나지?"
클라리가 내 질문에 대해 대답을 못하는게 있었다니...핀누나의 지식을 물려 받아서 그런지 클라리는 성격과 다르게 상당히 박식했다. 하긴 아무리 정신체라도 수십년동안 별 생각안하고 살면 사라지는게 지식이라구.
"란트, 그건 내가 답해 줄게. 사실은 수도 밑으로 강이흐르고 있어. 바로 조금있으면 보게될 디세느 강의 하류부분에서 나눠진 것이 지하로... 물론 예전에 아틸란티스 제국의 솜씨야. 그리고 신기하게도 정화마법이 곳곳에 걸려져 있어서 물이 상하거나 독이 섞이는 것을 막게 되있으니까. 신기하지? 그러고 보면 예전에 아틸란티스 제국의 기술력도 대단했었는데. 제국 말기의 혼란스러움때문에 그 수많은 기술력과 유적들이 사라진 것이 한나라의 통치자인 나로써는 안타까울 뿐이야."
수도 밑으로 강이? 하긴 수도 곳곳에 보이는 분수대라던지...물과 관련된 시설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었는데. 정말...누군지는 몰라도 포세트립톤 건설을 계획했던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궁만 해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건설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수도 전체의 구성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면서도 위생적인 면에서 그다지 문제가 없었던 것도 도시의 기본 구조 자체가 잘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뒤에서 오늘도 여전히 늘어져서 마차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황제가 날보며 상당히 자세하게 말을 해주었다. 흠...황제도 심심했었나?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다니...황제는 내가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서 어제 그 유아틱한 잠옷을 정상적인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하긴 정상적인 평상복이라 해도, 절대로 황제의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지만... 그나저나 황제는 어제 밤에 날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런지...
"아! 맞아 그랬었어."
클라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이 난듯 말을 했다. 정말 알고 있었던 건지...아니면 모르고 있었던건지...클라리의 마음이야 도대체 구별할 수가 없으니...난 클라리가 달라붙는 것을 되도록이면 신경을 쓰지 않기위해 노력하면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 모두 밭으로 만들어도 엄청난 양의 식량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 곳도 한 때는 황무지로 변해버렸던 적도 있었다지....그런데 길가로 보이는 풀들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물이 많은 곳에서만 사는 식물들의 모습, 강이란 곳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는...약간의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생기는 호기심에...
하지만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언제 어디서 암살자가 나타날지 모르므로...하지만 일행중에서 긴장하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모두들 표정을 보니, 암살자 오면 오라지 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드래곤 주제에 하품이나 하고 있는 아미나...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클라리나, 바닥에 구르고 있는 황제....뭐 티티와 소피 자매는 말을 모느라 고생을 하고 있으니...이해해 줘야 하겠지만.
"주인님아~!, 저 다리가 아까 말했던 대륙에서 제일 큰 다리, 디세느 다리야."
내가 추격자가 있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시 뒤를 돌아본 사이 클라리가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고개를 앞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내눈에 들어오는 엄청난 석조 건축물...정말 놀랍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폭은 마차 네대가 동시에 달려도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로 넓었고 높이는 강물이 불어도 침수가 되지 않을 정도의 높이에 맞추어 신경이 쓰여져 있었다. 육면체로 잘 짜여진 화강암 벽돌들이 다리 곳곳에서 아치를 이루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다리의 곳곳에 보이는 조각상들은 다리의 큰 위용에 예술적인 느낌까지 덧붙이고 있었다.
"란트, 어떠니? 지금은 사라졌지만 리투안 제 3성기사단 일명 기술자단의 위대한 걸작품이. 제국의 자랑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지."
황제는 다리를 넋을 잃고 쳐다바고 있는 나를 향해 왠지...자랑하는 듯한 느낌이 상당히 드는 듯한 말투로 말을 했다. 황제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만들...뭐? 인간이 만들었다고?
"드워프나 엘프들이 만든게 아니었어요?"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황제를 향해 확인차 말을 했다. 설마 저 작품이 인간의 솜씨일까..
"아니, 인간이 만들었어. 내가 직접 감독을 했으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지. 그리고 마법을 이용하지도 않고 순수한 기술력으로만, 물론 보존 마법이나 강화 마법 같은 보조 마법이야 걸어 뒀지만 건설 과정에는 마법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말이야. 그리고 드워프나 엘프들로부터는 기술적인 아니면 조형적인 조언외에는 일절 도움을 받지 않았지. 완성된 후에는 드워프들도 엄청놀랬었어. 이건 인간의 솜씨가 아니라고.."
여전히 자부심이 가득담긴 목소리로 말을 하는 황제, 황제는 생각보다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민감해 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정말 인간이 만들었단 말이지...
제국 제 3기사단, 제국이 대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들었다. 황제가 여행에서 다시 돌아왔을 때, 유일하게 온전하게 남아있었던 정규군단이었으니까...티베리우스 단장의 지휘아래,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공을 세웠다. 단 5천의 기사단으로 7만 오크 군단에게 승리를 거둔 남부평원 전투라던지...뭐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그 기사단이 기술자단이라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그리고 보통 실력도 아니고, 이런 다리를 건설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가진...
"누나, 그런데 왜 지금은 기술자단이 없죠? 성기사단은 제 2군단 까지만 편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말을 들은 황제는 짧게 한숨을 쉰 후 말을 이었다.
"그게, 다 귀족 패거리들 때문이야, 전쟁때는 서로 기사단에 잘보이려고 꼬리를 치더니 전쟁이 끝난 후에 평화가 오자마자, 성기사단을 단체로 견제를 하더라구. 나한테 직접 화풀이를 할 수 없으니까, 나하고 친한 티베한테 심술을 부리자는 거야, 나하고 티베가 동북부 몬스터 토벌 전에 나갔다 돌아온 사이, 법을 가결 시켜버렸더라구, 기술자단을 해체하여 각 지역으로 분산시켜 도시들의 재건에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고, 임시로 섭정을 맡겨놨던 당시 총리대신이 많은 안건들을 처리하느라 무심코 결제를 해버리는 바람에...이미 결정된 사항을 없앨 수도 없고...그 뒤에 귀족들에 대한 이차 숙청을 감행했지."
황제의 목소리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차 숙청....세력있던 귀족들 중 약 삼분의 일이 처형을 당했던 일이다. 일차 숙청 때, 대전쟁시 표시가 날 정도로 큰 반역행위를 한 귀족들만 처형을 했다면 이차 숙청시에는 반역을 했던...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사람들은 제외 되었지만...증거가 포착된 대부분의 귀족이 사형이나 유배를 당했다. 이 뒤로 황제에게 철혈여제란 별명이 붙게 되었다고 책에서 읽었다.
난 마음이 편치 않아 다시 창 밖으로 다시 시선을 틀었다. 황제와 말을 하는 동안 마차는 다리 위에 올라 강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리 밑으로 강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동네 시냇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낮의 햇빛에 맑은 강물이 반짝였다. 보통 하류에 이르면 강이 탁해진다고 책에서 읽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것 과는 다르게 아주 맑았다. 안에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으니까...한마리 잡아서 먹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확실히 만든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그런지, 돌들이 전체적으로 흰빛이 많이 남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색도 퇴색되어가면서 또다른 고풍스럽고 웅장한 분위기를 풍길 것 같다.
"주인, 이것도 전에 주인이 말하던 의지의 표현인가?"
가만히 다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미가 날 보며 말을 했다. 갑자기 왠 의지의 표현? 아! 며칠전에 내가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떠들었던...그 이야기를 말하는 것인가?
"그래, 이것도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 만약 인간이 혼자였다면 이런 다리를 만든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 조금 불편하더라도 수영을 해서나, 아니면 배를타고 건너갔겠지. 하지만 국가라는 큰 무리를 만듦으로써 개개인의 의지를 모아, 큰 결과를 이룩해 내는게 아닐까? 전에도 말했듯이 국가란 것이 인간들에게 존재하는 이유일거야."
이번에도...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나조차도 이해를 하지 못할 헛소리를 떠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아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것 같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 헛소리를....알아듣다니, 역시 드래곤이란 위대한 존재인 것 같다.
"엄마가 인간들하고 사는 이유도 비슷한 것이었던 것 같은데..."
한숨을 쉬며 말하는 아미의 눈빛이 잠깐 동안이었지만 외롭게 변한는 것이 보였다. 드래곤은 혼자라는 것이 익숙하다고 했었는데, 하긴 아미는 아직 어리니까...
"우아~~! 주인님. 언제부터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난 그냥 돼는데로 살자가 주인님 신조인줄 알고 있었는데..."
여전히 나에게 붙어서 동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클라리....그런데 클라리 이게 정말 주인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야, 클라리. 란트가 보기보다 생각이 깊다고."
클라리를 향해 말을 하는 황제...괴롭히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그리고 보기보다 생각이 깊다니...할말이 없게 만든다니까..난 두명의 얄미운 여인네들을 한번씩 노려본 뒤 창밖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끝이 없을 것 같던 그 긴 다리도 어느덧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세리 누나? 그런데 평소에도 이렇게 길로 통행하는 사람들 수가 작아요?"
어제부터 계속 마차를 타고 왔는데도,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마차나 짐수레의 모습을 드문드문 볼 수 있을 뿐, 큰 상단의 행렬을 볼 수 없었다. 예전에 수도로 올 때 북부대로에서는 상당히 많은 수의 수레나 마차들을 볼 수 있었는데.
"어,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큰 상단 두개가 육로로 아마 내일쯤 수도에 도착할 예정으로 되어 있었어. 아무리 늦어도 지금 쯤은 만났어야 하는데."
바닥에서 뒹굴던 황제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의 상단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제국 상단의 늦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도적단에게 습격을 당한 것 아니에요?"
뭐 상단이 도적단에게 습격을 당하는 일이야 다반사이니까..그리고 남쪽에는 그 지탄그 해적들이 돌아디니고 있지않는가.
"아니, 아니야. 만약 상단의 수레가 파괴되거나 정해진 행로를 이탈하면 마법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상단의 총 본부에서 알 수 있게 되어있어. 그런데 우리가 출발할 때 까지 그런 연락은 없었었어."
여행을 나온 뒤부터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던 황제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니, 조금 놀라웠다. 암살자의 공격을 받을 때도 무신경함의 극치를 보이던 황제가 상단의 행방이 묘연해 진 사실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잠시 쉬겠다고 해도 황제는 어쩔 수 없는 황제였다.
"일단 사우스 트립톤에 도착을 한 뒤에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일에서 좀 벗어나는가 했더니..."
잠시 고민을 하던 황제는 결론을 내린 듯 혼잣말을 했다. 정말 황제의 일도 할 짓이 아니라니까...난 누가 황제 해라고 해도 안하고 싶다. 저렇게 귀찮은 일을....
이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자들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제국 제 3 성기사단, 일명 기술자단이라 불리는 존재들이다. 예전에 그 큰 디세느강을 지나기 위해서는 나룻터를 통해 배를타고 지나가거나 아니면 상류의 강폭이 좁은 곳에 놓여진다리를 통해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전쟁이 끝난 후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남부지역에서 보내온 구호물자를 신속히 제국의 북부지역으로 우송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황제의 결정으로 이 다리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제국의 복구를 위해 전역으로 흩어져 있던 제 3 성기사단원들을 포세트립톤에서 리투니아로 가는 가장 짧은 길과 디세느 강이 교차하는 지점에 모아 건설을 시작하였다. 수천에 이르는 그리고 모두 뛰어난 토목 기술을 자랑하는 제 3 성기사 단원들은 단 1년만에 다리를 완성하였다. 물론 설계에서 드워프와 엘프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따름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후 20년이 흐르고 제 3 성기사의 마지막 단원이 은퇴를 한 뒤에 제국의 역사에서 기술자군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성기사단에 대한 귀족들과 영주들의 공공연한 견제등...앞장서서 전쟁을하느라 대부분의 기사들이 목숨을 잃어 세력이 약화된 성기사단으로써는 세력을 유지하기가 버티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 후로는 성기사단은 단 2군단으로 유지되게 되었다. 디세느 강의 업적을 이룩하였고 뛰어난 전투력도 가지고 있었던 제 3성기사단이 계속 유지되었더라면.....<리투안 제국 대 백과 사전> -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마차는 오늘도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막힘 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특징이라 할 만한 점은...내가 읽었던 많은 책들에 나오는 여행가들의 걱정거리인 식량과 이동 수단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핀누나가 만들어준 가방에 들어 있는 식량만 해도 두달정도는 배터지게 먹어도 전혀 걱정이 없을 정도였으니까...그리고 무슨이유인지 몰라도 물이 가득 담긴 물병도 잔뜩들어가 있었다. 사막으로 갈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나... 뭐 보존마법이 걸려있는 까닭에 음식이 상할 걱정같은 건 안해도되니....넣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쓰면 된다.
"주인님아, 조금만 있으면 대륙에서 제일 큰 강하고 큰 다리를 볼 수 있어."
클라리는 잠에서 깨자마자부터 날 귀찮게 하고 있었다. 황궁에서는 클라리가 돌아다닐 곳이 많아서 그런지 나한테서도 종종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이 괴로움에서 잠시 해방이 될 수 있었는데...마차란 협소한 공간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내 옆에 클라리가 찰싹 붙어있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 고통을 정말...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얼마나 피곤한데...
대륙에서 제일 큰 강하고 큰 다리? 그러고 보니 제대로된 강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촌놈이라서 그런지...개울이야 수없이 많이 봤어도 무릎 이상의 깊이를 가진 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클라리, 수도는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지? 근처에 그렇다할 강이나 개울도 없잖아. 우물 가지고는 무리 인 것 같고."
난 클라리가 고민을 하는 동안이라도 쉬기 위해 클라리를 향해 질문을 했다. 내 예상대로 클라리는 내게서 잠시 떨어져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훙...예전에 알았는데...왜 갑자기 주인님이 물으니까 생각이 안나지?"
클라리가 내 질문에 대해 대답을 못하는게 있었다니...핀누나의 지식을 물려 받아서 그런지 클라리는 성격과 다르게 상당히 박식했다. 하긴 아무리 정신체라도 수십년동안 별 생각안하고 살면 사라지는게 지식이라구.
"란트, 그건 내가 답해 줄게. 사실은 수도 밑으로 강이흐르고 있어. 바로 조금있으면 보게될 디세느 강의 하류부분에서 나눠진 것이 지하로... 물론 예전에 아틸란티스 제국의 솜씨야. 그리고 신기하게도 정화마법이 곳곳에 걸려져 있어서 물이 상하거나 독이 섞이는 것을 막게 되있으니까. 신기하지? 그러고 보면 예전에 아틸란티스 제국의 기술력도 대단했었는데. 제국 말기의 혼란스러움때문에 그 수많은 기술력과 유적들이 사라진 것이 한나라의 통치자인 나로써는 안타까울 뿐이야."
수도 밑으로 강이? 하긴 수도 곳곳에 보이는 분수대라던지...물과 관련된 시설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었는데. 정말...누군지는 몰라도 포세트립톤 건설을 계획했던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궁만 해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건설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수도 전체의 구성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면서도 위생적인 면에서 그다지 문제가 없었던 것도 도시의 기본 구조 자체가 잘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뒤에서 오늘도 여전히 늘어져서 마차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황제가 날보며 상당히 자세하게 말을 해주었다. 흠...황제도 심심했었나?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다니...황제는 내가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서 어제 그 유아틱한 잠옷을 정상적인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하긴 정상적인 평상복이라 해도, 절대로 황제의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지만... 그나저나 황제는 어제 밤에 날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런지...
"아! 맞아 그랬었어."
클라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이 난듯 말을 했다. 정말 알고 있었던 건지...아니면 모르고 있었던건지...클라리의 마음이야 도대체 구별할 수가 없으니...난 클라리가 달라붙는 것을 되도록이면 신경을 쓰지 않기위해 노력하면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 모두 밭으로 만들어도 엄청난 양의 식량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 곳도 한 때는 황무지로 변해버렸던 적도 있었다지....그런데 길가로 보이는 풀들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물이 많은 곳에서만 사는 식물들의 모습, 강이란 곳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는...약간의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생기는 호기심에...
하지만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언제 어디서 암살자가 나타날지 모르므로...하지만 일행중에서 긴장하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모두들 표정을 보니, 암살자 오면 오라지 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드래곤 주제에 하품이나 하고 있는 아미나...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클라리나, 바닥에 구르고 있는 황제....뭐 티티와 소피 자매는 말을 모느라 고생을 하고 있으니...이해해 줘야 하겠지만.
"주인님아~!, 저 다리가 아까 말했던 대륙에서 제일 큰 다리, 디세느 다리야."
내가 추격자가 있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시 뒤를 돌아본 사이 클라리가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고개를 앞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내눈에 들어오는 엄청난 석조 건축물...정말 놀랍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폭은 마차 네대가 동시에 달려도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로 넓었고 높이는 강물이 불어도 침수가 되지 않을 정도의 높이에 맞추어 신경이 쓰여져 있었다. 육면체로 잘 짜여진 화강암 벽돌들이 다리 곳곳에서 아치를 이루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다리의 곳곳에 보이는 조각상들은 다리의 큰 위용에 예술적인 느낌까지 덧붙이고 있었다.
"란트, 어떠니? 지금은 사라졌지만 리투안 제 3성기사단 일명 기술자단의 위대한 걸작품이. 제국의 자랑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지."
황제는 다리를 넋을 잃고 쳐다바고 있는 나를 향해 왠지...자랑하는 듯한 느낌이 상당히 드는 듯한 말투로 말을 했다. 황제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만들...뭐? 인간이 만들었다고?
"드워프나 엘프들이 만든게 아니었어요?"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황제를 향해 확인차 말을 했다. 설마 저 작품이 인간의 솜씨일까..
"아니, 인간이 만들었어. 내가 직접 감독을 했으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지. 그리고 마법을 이용하지도 않고 순수한 기술력으로만, 물론 보존 마법이나 강화 마법 같은 보조 마법이야 걸어 뒀지만 건설 과정에는 마법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말이야. 그리고 드워프나 엘프들로부터는 기술적인 아니면 조형적인 조언외에는 일절 도움을 받지 않았지. 완성된 후에는 드워프들도 엄청놀랬었어. 이건 인간의 솜씨가 아니라고.."
여전히 자부심이 가득담긴 목소리로 말을 하는 황제, 황제는 생각보다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민감해 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정말 인간이 만들었단 말이지...
제국 제 3기사단, 제국이 대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들었다. 황제가 여행에서 다시 돌아왔을 때, 유일하게 온전하게 남아있었던 정규군단이었으니까...티베리우스 단장의 지휘아래,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공을 세웠다. 단 5천의 기사단으로 7만 오크 군단에게 승리를 거둔 남부평원 전투라던지...뭐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그 기사단이 기술자단이라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그리고 보통 실력도 아니고, 이런 다리를 건설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가진...
"누나, 그런데 왜 지금은 기술자단이 없죠? 성기사단은 제 2군단 까지만 편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말을 들은 황제는 짧게 한숨을 쉰 후 말을 이었다.
"그게, 다 귀족 패거리들 때문이야, 전쟁때는 서로 기사단에 잘보이려고 꼬리를 치더니 전쟁이 끝난 후에 평화가 오자마자, 성기사단을 단체로 견제를 하더라구. 나한테 직접 화풀이를 할 수 없으니까, 나하고 친한 티베한테 심술을 부리자는 거야, 나하고 티베가 동북부 몬스터 토벌 전에 나갔다 돌아온 사이, 법을 가결 시켜버렸더라구, 기술자단을 해체하여 각 지역으로 분산시켜 도시들의 재건에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고, 임시로 섭정을 맡겨놨던 당시 총리대신이 많은 안건들을 처리하느라 무심코 결제를 해버리는 바람에...이미 결정된 사항을 없앨 수도 없고...그 뒤에 귀족들에 대한 이차 숙청을 감행했지."
황제의 목소리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차 숙청....세력있던 귀족들 중 약 삼분의 일이 처형을 당했던 일이다. 일차 숙청 때, 대전쟁시 표시가 날 정도로 큰 반역행위를 한 귀족들만 처형을 했다면 이차 숙청시에는 반역을 했던...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사람들은 제외 되었지만...증거가 포착된 대부분의 귀족이 사형이나 유배를 당했다. 이 뒤로 황제에게 철혈여제란 별명이 붙게 되었다고 책에서 읽었다.
난 마음이 편치 않아 다시 창 밖으로 다시 시선을 틀었다. 황제와 말을 하는 동안 마차는 다리 위에 올라 강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리 밑으로 강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동네 시냇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낮의 햇빛에 맑은 강물이 반짝였다. 보통 하류에 이르면 강이 탁해진다고 책에서 읽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것 과는 다르게 아주 맑았다. 안에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으니까...한마리 잡아서 먹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확실히 만든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그런지, 돌들이 전체적으로 흰빛이 많이 남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색도 퇴색되어가면서 또다른 고풍스럽고 웅장한 분위기를 풍길 것 같다.
"주인, 이것도 전에 주인이 말하던 의지의 표현인가?"
가만히 다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미가 날 보며 말을 했다. 갑자기 왠 의지의 표현? 아! 며칠전에 내가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떠들었던...그 이야기를 말하는 것인가?
"그래, 이것도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 만약 인간이 혼자였다면 이런 다리를 만든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 조금 불편하더라도 수영을 해서나, 아니면 배를타고 건너갔겠지. 하지만 국가라는 큰 무리를 만듦으로써 개개인의 의지를 모아, 큰 결과를 이룩해 내는게 아닐까? 전에도 말했듯이 국가란 것이 인간들에게 존재하는 이유일거야."
이번에도...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나조차도 이해를 하지 못할 헛소리를 떠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아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것 같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 헛소리를....알아듣다니, 역시 드래곤이란 위대한 존재인 것 같다.
"엄마가 인간들하고 사는 이유도 비슷한 것이었던 것 같은데..."
한숨을 쉬며 말하는 아미의 눈빛이 잠깐 동안이었지만 외롭게 변한는 것이 보였다. 드래곤은 혼자라는 것이 익숙하다고 했었는데, 하긴 아미는 아직 어리니까...
"우아~~! 주인님. 언제부터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난 그냥 돼는데로 살자가 주인님 신조인줄 알고 있었는데..."
여전히 나에게 붙어서 동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클라리....그런데 클라리 이게 정말 주인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야, 클라리. 란트가 보기보다 생각이 깊다고."
클라리를 향해 말을 하는 황제...괴롭히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그리고 보기보다 생각이 깊다니...할말이 없게 만든다니까..난 두명의 얄미운 여인네들을 한번씩 노려본 뒤 창밖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끝이 없을 것 같던 그 긴 다리도 어느덧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세리 누나? 그런데 평소에도 이렇게 길로 통행하는 사람들 수가 작아요?"
어제부터 계속 마차를 타고 왔는데도,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마차나 짐수레의 모습을 드문드문 볼 수 있을 뿐, 큰 상단의 행렬을 볼 수 없었다. 예전에 수도로 올 때 북부대로에서는 상당히 많은 수의 수레나 마차들을 볼 수 있었는데.
"어,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큰 상단 두개가 육로로 아마 내일쯤 수도에 도착할 예정으로 되어 있었어. 아무리 늦어도 지금 쯤은 만났어야 하는데."
바닥에서 뒹굴던 황제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의 상단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제국 상단의 늦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도적단에게 습격을 당한 것 아니에요?"
뭐 상단이 도적단에게 습격을 당하는 일이야 다반사이니까..그리고 남쪽에는 그 지탄그 해적들이 돌아디니고 있지않는가.
"아니, 아니야. 만약 상단의 수레가 파괴되거나 정해진 행로를 이탈하면 마법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상단의 총 본부에서 알 수 있게 되어있어. 그런데 우리가 출발할 때 까지 그런 연락은 없었었어."
여행을 나온 뒤부터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던 황제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니, 조금 놀라웠다. 암살자의 공격을 받을 때도 무신경함의 극치를 보이던 황제가 상단의 행방이 묘연해 진 사실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잠시 쉬겠다고 해도 황제는 어쩔 수 없는 황제였다.
"일단 사우스 트립톤에 도착을 한 뒤에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일에서 좀 벗어나는가 했더니..."
잠시 고민을 하던 황제는 결론을 내린 듯 혼잣말을 했다. 정말 황제의 일도 할 짓이 아니라니까...난 누가 황제 해라고 해도 안하고 싶다. 저렇게 귀찮은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