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6장 남부대로 (4) 비밀 감사관-1(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23. PM 7:12:24·조회 2639·추천 45
-시크릿 인스팩터, 비밀 감사관, 제국의 건국 초기에 활동하였으며 수많은 이야기와 영웅담을 남긴 존재들이다. 황제의 특명을 받아 비밀리에 도시에 잠입, 백성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탐관오리들을 잡는 그 이야기에서 통쾌함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비밀 감사관을 거쳤던 유명한 인물들을 들어보자면 제국 개국 공신 성기사단장 티베리우스 폰 힐튼, 그리고 제국 2대 황제 세인트1세가 있다. 그런데 비밀 감사관들 중, 전혀 의외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피투안 국왕이었던 란트 1세 그도 몇 안되는 제국의 비밀 감사관중 하나였다...<리투안 제국 대백과 사전>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통행증을 주십시오."
난 소피를 통해 경비병에게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라 적힌 통행증을 내밀었다. 이제 이 일도 익숙해 져서, 도시마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통행증이라는 것이 일종의 신분증 제시로 범죄자나 도둑 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도시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마부석에 있지 않은 관계로 마부로 취급을 받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자치령주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은 나말고도 세사람이 더 있다고 들었다. 필리포니스 자치령주, 마케이아 자치령주, 이오니스 자치령주. 이오니스 자치령주를 제외한 나머지 두사람은 황태자파라고 가이우스가 말했었다.
통행증을 살펴보던 경비병은 놀라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하긴 명목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제국 서열 5위의 고위직 관료니까 놀라는게 당연할 것이었다.
"자치령주님께서 저희 도시에 오시다니, 시장님께 연락을 해야 하는데...."
쩔쩔매는 경비병을 보며 난 창으로 손을 내밀어 금화 하나를 주며 말을 했다.
"괜히 시장님을 귀찮게 해드리고 싶진 않아. 이걸로 저녁 때 술이나 사먹게."
경비병은 내 얼굴을 보지 않았는지. 금화에 넘어간건지 별말을 하지 않고 마차를 향해 마차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역시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제국에서도 돈의 효과는 꽤 괜찮았다.
"아! 그리고 자치령주님, 요즘 새로 뽑힌 경비병들 중에 용병출신 녀석들이 엘프들을 잡아가는 일이 있습니다. 일행 중에 엘프분들이 계신것 같은데 자치령주님을 귀찮게 할지 모르니. 알아두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녀석들을 경비병으로 뽑으신건지..."
금전의 효과인가? 경비병은 창쪽을 보며 부탁하지도 않은 사실까지 말을 해주었다. 꼭 이럴 필요가 있겠냐마는 남는게 돈이고 시장한테 간다느니 귀찮은 일에 휩싸이기 싫다. 그리고 황제가 도시에서 특별히 할일도 있다고 하니, 그런데 엘프들을 잡아간다고? 마차안에서 그말을 들은 황제의 표정이 조금 변하는 것이 보였다.
사우스 트립톤은 그다지 크지 않은 크기의 도시였다. 성벽도 높지 않고 사우스 피투안과 비슷한 규모였다. 제국의 다른 도시들처럼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시안으로 들어가니 그다지 높지않은 건물들이 어떻게 보면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었다. 뭐, 요즘에 워낙 잘 만들어진 도시들만 보아왔기 때문에 그 도시들에 비해서 무질서 하다는 거지..무질서란 분야에서는 사우스 피투안이나 사우스 트립톤 둘 모두 우리 마을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런데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두워 보였다. 리투안 국에서는 처음보는 모습. 계속 밝은 표정의 사람들만 보아 왔기 때문인지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도시 사람들은 왜 이렇지? 황제의 정책으로 볼 때 북부지역 사람들만 편애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텐데,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황제의 경우에 오히려 차별을 해도 남부지역 사람들을 더 우대하는게 정상이었다.
"세리누나, 이 도시 사람들 왜 이래요?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기운이 없는 것 같은데..."
난 황제가 이렇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에 이상하다는 말투로 황제에게 말을 헀다. 하지만 황제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의 도시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언제 그런 무신경의 극치를 달리는 팔자편한 표정을 하고 있었냐는 듯 지금의 황제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 때와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나도 모르겠어. 일년 전에 남부지역 순방을 위해 왔을 때는 정말 자유롭고 밝은 느낌을 주는 도시 였는데."
힘없는 황제의 목소리, 자신의 목숨의 위협 같은건 걱정도 하지 않으면서 백성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정말, 황제는 훌륭한 통치자가 가져야할 대부분의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피투안에도 저런 통치자가 있었다면 그런 괴물 사냥꾼 같은 녀석들이 기사란 칭호를 받아 설치고 다니지는 않았을 텐데.
도시는 여러가지 면에서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거리 전체도 위생적인 면이나 장식등, 전에 보아왔던 리투안의 도시들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사우스 피투안 보다도 더 엉망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정말 무슨 이유일까?
"소피양, 세블럭 더 가서 오른쪽 길로 마차를 몰아줘요."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황제는 마부석의 소피를 향해 말을 했다. 소피는 황제의 말을 들은 후 별말없이 고개를 조금 숙인 후, 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 곳곳에 거지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리투안에 와서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거지들의 모습이었다. 단, 이틀 거리, 아니 정상적인 속도로는 나흘거리일 뿐인데 수도와 왜이렇게 분위기가 다른지 모르겠다. 확실히 무슨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머릿속을 감돌았다.
황제의 부탁대로 소피는 별말을 하지 않고 마차를 몰아 갔다. 황제는 큰 길을 피한체 곁예 있는 작은 길로만 마차가 움직이게 했다. 무슨 수상한 냄세를 맡은 것 같은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니, 아까 엘프들을 무조건 잡아간다는 그 이야기 때문에 그런가? 무엇을 생각하는듯 심각한 표정으로 있는 황제에게 질문을 하기에도 분위기가 그래서 묻지도 못하고 궁금증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이골목 저골목을 꼭 길잃은 사람처럼 헤매는 것 처럼 황제의 지시에 따라 마차가 움직였다.
"소피양, 잠시만 여기서 마차를 멈춰요."
황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확하게 마차를 세우는 소피, 그런데 우리 마차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 주위로 무장한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3층정도 높이의 건물이었고 주위 건물들과는 다르게 장식의 예술적인 면에서 신경이 많이 쓰여진 듯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무장한 병사들이라니? 건물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 치고는 너무 많은 것 아니야?
"누나, 무슨 일이죠?"
난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황제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저 건물은 엘프 길드야, 내가 도시들의 동향을 알기 위해서 엘프 길드를 주로 이용하거든, 물론 도둑 길드같은 것을 이용하면 더 편하지만 황제가 체면이 있지 어떻게 도둑길드 같은 비합적인 단체를 이용하겠어? 어찌됬건 엘프들은 재물같은 사욕에 잘 넘어가지 않으니까. 나라를 위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역정보 같은 것을 흘릴 일도 없고, 정확히 말하자면 영주들의 부정부패나 폭정같은 것에 대한 정보 말이야. 어쩐지 사우스 트립톤의 엘프길드로 부터 한동안 정보가 오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런 상태였군."
황제에게서 조금 화가난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황제가 화를 낸다라? 언제나 냉정하던 황제의 저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항상 웃는 모습이나 무표정으로 감정을 숨기고 있었는데, 아까 엘프들을 잡아간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란트, 네가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렴. 공격해 오는 녀석들은 다 죽여도 좋아. 그리고 아무르타트께서는 란트를 엄호해 주세요. 클라리, 넌 엘프들과 함께 마차를 지키고 있고."
단호한 황제의 어투, 회의 때 보이던 위엄있는 모습 그대로 였다. 과연 이 황제가 어제 잠이 덜 깬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있던 황제와 같은 인물인지 의심이 들었지만 황제의 말을 들은 나와 아미는 별다른 의문을 달지 않고 황제의 뒤를 따라 일어 섰다. 황제의 위엄있는 말투는 알게모르게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다. 황제는 풀어놨던 레이피어를 허리에 찬체 마차에서 나와 건물 벽쪽에 붙어서 엘프 길드의 건물 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건물에 한블럭 정도 남은 거리까지 왔지만 아직 경비병들은 우리가 다가고 있다는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대부분 체인메일에 할버트를 들고 있는 제법 무장이 괜찮아 보이는 병사들이었다. 수는 현재 보이는 사람들 수로 추정해 보면 150명 정도? 괴물 사냥꾼들을 상대 해본 경험으로 얻은 지식이었다. 역시 건물 하나를 호위하는 것 치고는 너무많은 수였다. 건물을 포위하려는 의도임에 틀림이 없었다.
황제의 눈짓과 함께 세사람은 건물쪽을 향해 뛰어갔다. 건물주위에 서있던 녀석들은 갑자기 달려오는 우리를 눈치채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어린 꼬마애 하나와 비실비실해 보이는 여자 두명이 무기를 든체 돌격해 온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녀석들의 표정을 상관하지 않고 건물 입구쪽을 가로막는 녀석을 한치의 꺼리낌도 없이 가볍게 베어버렸다. 그러자 경비병들도 장난이 아닌줄 알았는지 경보를 울리며, 우리쪽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휴, 황제가 저렇게 앞장서서 검을 휘두르는데 어쩔 수 없이 피를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미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며, 우리쪽을 향해 다가오는 경비병들에게서 황당하다는 표정이 곧 사라지고 그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 중 좀 용감해 보이는 한 녀석이 날향해 뛰어들며 휘두르는 할버드를 클라리로 통체로 잘라버리며 별다른 멈춤없이 체인메일과 함께 녀석을 베어버렸다.
경비병들의 실력은 우리 마을에 쳐들어 오던 괴물 사냥꾼 녀석들 중에 좀 괜찮은 녀석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정도 쯤이야. 일도 아니지. 검술대회 식으로 표현하자면 D클래스 정도라고 해야 할까?
어느세 주위를 둘러싼 녀석들이 동시에 휘두르는 할버드를 피하며 뒤쪽에 아미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 곳에 보이는 광경은 정말 할말이 없게 만들고 있었다. 아미가 자신의 투헨드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세 네명의 병사들이 할버드와 갑옷체로 두동강이 나고 있었다. 괭장한 괴력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폴리모프하면 조금 약해질만도 하지 않나? 휴, 그리고 아무리 적이라도 저렇게 두동강이 나버리는 상황은 그다지 보기가 좋지 않았다.
아미의 괴력 덕택인지..아미보다는 나와 황제가 있는 쪽을 향해 병사들이 몰려왔다. 훗, 나도 녀석들이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찌됬건 나도 간만에 얻은 스트레스 해소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확실히 눈빛들을 보니 돈에 환장한 놈들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정규병이기 보다는 용병에 가까운 녀석들인 것 같았다. 아까 성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마음놓고 싸울 수 있겠군. 정규군이아니라 용병들이라면, 돈에 휘둘리는. 난 조금 생겨나는 약간의 주저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바보같이, 이 상황에서 왜 그런 느낌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나와 아미, 황제 세명의 칼에 녀석들의 절반 이상이 쓰러진 뒤에야 살아남은 녀석들은 인원수가 많음을 믿고 돌격해 오는 것을 멈추고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제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멍청하긴.
"왠 녀석들이냐? 시장님의 직속 병사들인 우리들을 공격하고도 무사할줄 아느냐?"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시건방진 말투로 날보며 말을 했다. 난 녀석들을 향해 피식 웃어줄 뿐이었다. 지금 우리중에 이 도시 시장 따위보다 직책이 낮은 인물이 있었던가? 그리고 아무리 먼저 공격을 했다고 아무말 없이 세사람을 상대로 백명이 넘는 놈들이 단체로 공격을 해온 녀석들이 무슨 할말이 있다고 큰소리야?
"건방진 꼬마 녀석, 감히 수비대 중대장인 날보고 비웃어?"
그 건방진 꼬마가 명목상이나마 제국 서열 5위의 고위 관료랍니다. 난 녀석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클라리의 성능이 좋아도 검으로 쇠갑옷을 자르려니 귀찮다. 몸상태도 좋지 않고. 오랫만에 적당히 스트레스 해소도 했고.. 나머지 떨거지들은 마법으로 처리해야지.
"저 꼬마 녀석, 마법사였어! 이놈들아! 저 꼬마가 마법을 쓰지 못하게 어서 공격해!"
하지만 그 중대장인가 하는 녀석의 말을 듣고 우리를 향해 뛰어오는 바보는 없었다. 하긴 이래나 저래나 죽는건 마찮가지라고, 그리고 중대장 녀석의 명령을 듣고 달려 왔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 순간 이미 캐스팅이 완료 되었기 때문.
"홀리 스톰"
신성마법의 가장 큰 장점은 나쁜놈만 골라서 죽여준다는 점이다. 괜한 민간인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는 없다니까. 하긴 민간인이라도 평소에 나쁜 짓을 많이했다면 죽거나 다치게 되도 어쩔 수 없다. 그건 모두 마음을 다듬지 못한 자기 책임이지 내 책임은 없었다. 평소에 사람을 뭐 죽이듯 죽이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우리 세명이 서 있는 주위로 흰색의 구체들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를 둘러 싸고 있던 녀석들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질서없이 피하려고만 하는 까닭에 혼란스러워진 경비병의 복장을한 용병녀석들은 자기들 끼리 얽혀 넘어지기 시작했다. 용병들이 전투력에서는 정규군에 결코 뒤지지 않으면서도 정규군에게 밀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까?
흰색구체를 맞기 시작하는 녀석들 참고로 신성마법 즉 백마법을 공격적인용도로 사용하면 평소에 바르게 산사람이나 시전자보다도 착한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있었던 녀석들은 그런것 과는 거리가 멀었는지 흰색구를 맞자 마자 대부분 목숨을 잃은 것 같다.사람을 이렇게 많이 죽이는 것은 일년만인가? 신디를 구한 이후로는 이런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예전과는 다르게 왠지 씁쓸함이 든다.
내가 사용한 마법의 잔상인 흰빛이 사라지며 우리 주위에는 건물을 포위하고있던 녀석들의 시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이 주변에는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엘프길드를 포위하는 것을 철저하게 비밀로 지키려는 의도인지 몰라도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었다. 경비병들의 시체가 이렇게 널려 있는 사항에서 시청으로 연락하러 달려가지 않을 평범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란트, 어서 들어가자."
황제의 뒤를 따라 건물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건물 안쪽에는 지키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방금전의 소란에 밖으로 다 뛰쳐 나온 것 같다. 건물안에서는 우리의 발소리만 울렸고 다른 인기척이나 살기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건물안은 상당히 잘 꾸며져 있었다. 엘프길드의 건물이라는 것을 과시하는듯, 이런 다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천천히 구경을 하고 싶을 정도로 꽤 괜찮았다. 하지만 엘프들의 건축물에서 풍기는 그런 고풍스러운 느낌은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느껴지지 않았다.
"저 쪽에 엘프들이 모여있다."
내 뒤에서 따라오던 아미가 갑자기 말을 했다. 조금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나는 놀라 아미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미의 말을 들은 황제는 그다지 놀라지 않은듯 아미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되는 아미, 아미 덕택에 방마다 뒤지는 수고로움 없이 엘프들이 있는 곳을 향해 바로 갈 수 있었다. 아미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나 있는 복도를 따라 황제를 선두로 뛰어가자 복도 끝에 문이 보였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다르게 건물내부의 넓이가 상당히 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황제가 조심하며 방문을 열자 응접실로 보이는 큰 방 가운데 묶여있는 수십명의 엘프들이 보였다. 초쵀한 모습들, 예전에 노예사냥꾼 녀석들에게 잡혀 있던 엘프들의 모습이 떠 올랐다. 힘없이 있던 엘프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들 우리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잔느! 괜찮니?"
황제는 한 어린 엘프를 보더니 그 쪽으로 달려가 손과 발을 묶고 있떤 줄을 풀어주었다. 나와 아미도 엘프들에게 가서 묶고 있는 줄을 풀기 시작했다. 아미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드래곤으로써 하찮은 일 따위는 하지않는다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드래곤들에 대해 적혀 있는 이야기를 보면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지켜보기만 한다고 하던데, 어릴 때부터 자신의 엄마와 함께 인간들과 지내서 그런 것일까?
"폐...하....흑흑..."
황제가 제일 먼저 달려가 풀어주었던 그 어린 엘프는 손을 묶고 있던 줄이 풀어지자 마자 황제에게 매달려서 울기 시작했다. 엘프라도 어린애에다 여자가 우는 걸 보니, 기분이 좋지않았다. 그러고 보니 엘프가 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엘프도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다니, 울고 있는 엘프의 등을 두드려주는 황제. 보통사이가 아닌듯.
나 역시 어떻게 보면 익숙한 솜씨로 많은 수의 엘프들을 줄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경험이 풍부하긴 풍부하니까, 그런데 묶여있는 엘프들을 풀어주고 있던 아미가 갑자기 칼을 뽑더니 한 엘프를 향해 휘둘렀다.
'쿵'
바닥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갑옷입은 병사 네 명을 일격에 베는 무식한 아미의 일격에 엘프의 몸은 순간 두동강이 나버렸다. 갑자기 저 드래곤이 피맛에 미쳤나 왜 저런짓을?
"아미! 무슨일이야?"
난 놀란 목소리로 아미를 향해 말을 했다. 이 놈의 드래곤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갑자기 멀쩡한 엘프를., 하지만 아미의 칼에 두동강이 난 엘프는 그 순간 빛을 내며 사라져 버렸다.
"환영, 실체가 아니다."
아미는 평소의 무표정 그대로 자신의 투헨드를 등의 칼집에 넣으며 엘프들을 다시 풀어주기 시작했다. 역시 놀란 표정으로 아미를 쳐다보던 황제 역시 다시 잔느라 불렸던 울고 있는 어린 엘프를 달래주는 일을 계속 했다. 드래곤, 정말 그 능력을 알 수 없는 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인간의 사고로 드래곤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
잠깐, 환영이라면 마법을 시전한 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말인데< 환영마법을 저정도로 사용할 정도이면 보통 수준의 마법사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엘프들을 구해주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는게 아닌가? 어쩐지 건물안에 지키는 사람이 없더니,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얼마 지나자 묶여있던 엘프들이 모두 풀려날 수 있었다. 예전에 수백명의 노예들을 풀어주던 것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 들었지만 상황이 다급해서 그런지 왠지 길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잔느,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 줄래?"
잔느란 엘프가 울음을 멈추고 진정을 하자 황제가 그 엘프를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잔느는 생각을 정리하는 듯 조금 머뭇거린 후에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육개월 정도 전 쯤이었어요. 그 때부터 전까지는 언제나 시민들만 생각하던 미한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백성들에게 세금을 걷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어기고 과중한 세금을 백성들에게 물리고, 상인들이나 부호들로부터 돈을 걷어 용병들을 모집하는 거에요. 전에 워낙 괜찮은 인물이라 몇개월 동안 지켜보기만하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서 그 사실을 폐하께 말씀드리려고 저가 수도로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시장이 이끄는 수많은 병사들이 달려와서 저희를 모두 잡아서 묶어버리는 거에요. 저희가 폐하께 연락을 하려는 것을 꼭 알았던 것 처럼, 그리고 도시로 들어오는 상단들을 모두 잡아들여서 자금을 몰수 했어요. 미한 시장은 그 많은 돈을 모아서 어디에 쓰려는 건지. 우리에게 그렇게 잘 대해주던 시장이 그렇게 변할줄은 정말, 정말 몰랐었어요......"
잔느는 말을 하는 중간 중간 조금 울먹였다. 소피보다 어려보이는데, 아직 어려서 감정이 여린 것일까? 아니면 도시에서 자란 엘프인 만큼 인간 적인 감정표현에 익숙한 것일까? 잔느의 말을 듣고 보니, 그 환영 엘프가 스파이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폐하, 아무래도 방금의 그 환영 엘프를 볼 때 시장 쪽에도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벌써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을지도."
난 잔느란 엘프가 말을 멈추자 마자 황제를 쳐다보며 걱정거리를 말을 했다. 물론 다른 존재가 있으므로 존칭을 사용해서 말을 했다. 왠지 존칭을 사용하는 것이 더 어색하다는 듯한 기분이 드는게 정말 위험했다. 나중에 회의실에서 황제보고 누나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지?
그런데 솔직히 우리 파티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민간인들이 많은 이런 도시에서 인원수로 밀어붙이면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엘프의 말을 들어보니 용병들도 시장이 상당히 많이 모은 것 같은데.
"그래, 아무리 엘프들에게서 연락이 없었다고해도, 세상에! 육개월 동안 내가 눈치를 채지 못했다니, 너무 안이해져 있었어. 그동안 지속된 평화에 익숙해져서..."
황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말 여행을 시작하자 마자 이렇게 굴찍 굴찍한 일에 휩싸이게 되다니.
"좋아, 이런 상황에 쓰려고 준비해둔 제도가 있었지. 란트 이것 받아."
갑자기 황제가 품 속에서 어떤 두루마리를 꺼내서 나에게 던져주었다. 난 갑자기 무슨? 이란 의미의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황제를 쳐다보며 두루마리를 펼쳤다.
'Secrit Inspector'
이 증서를 가진 인물은 비상시에 총리대신에 준하는 권위를 가지며 자신이 원하는 만큼 군사력을 동원할 권리를 가진다. 제국의 국민이라면 명령에 절대 복종을 해야 하며 어길시에는 황제에 대한 반역과 동일하게 간주할 것이다.
세레니안느 1세
황제의 옥세가 금빛나는 마법의 인주로 찍혀있는 중요성 특급의 서류, 비밀 감사관 임명장. 그런데 갑자기 이걸 줘서 어떻게 해라는 건지?
"잔느, 사우스 트립톤에서 믿을 수 있는, 그리고 군사력을 동원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가 있지?"
나는 두루마리를 펼친체 황제를 멀뚱하게 쳐다보았지만 황제의 시선은 이미 나한테 있지 않았다. 잔느라 불린 그 엘프를 보며 급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황제.
"도시 외곽 경비대장, 한센경이면 믿을 수 있어요. 그리고 외곽 경비대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뺏어간 용병들에 대해 불만이 많고요. 연락을 취할까요?"
잔느란 엘프는 역시 엘프인 지라 겉으로는 어리게 보여도 황제를 보며 차분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을 할 수 있다니 확실히 인간과는 달랐다.
"그래. 그리고 수도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군단에도 연락을 취하도록 해줄 수 있겠지?"
황제는 잔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잔느를 향해 말을 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다시 두루마리 몇개를 꺼내서 잔느에게 넘겨주는 황제. 하지만 금빛의 인주가 찍혀 있는 문서는 아닌 것같았다. 냉철한 판단력과 풍기는 분위기, 순간 황태자와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모자 아니랄까봐. 닮았다니까.
"네, 폐하."
황제의 말을 들은 잔느는 조금 기운을 차린 것 처럼 보이는 엘프들을 향해 엘프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잔느란 저 어린 엘프가 이 길드 마스터인 것 같은데, 보통 엘프들은 나이 순으로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정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지만 잔느의 말을 들은 엘프들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황제가 잔느에게 주었던 두루마리를 한개씩 받아 몇명씩 나뉘어 건물 밖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잔느, 시청의 설계도면을 가져다 줄래?"
잔느란 엘프는 황제의 말을 듣자 마자 방밖으로 나갔다. 황제, 벌써 모든 계획을 머릿속에 정리해 둔 것 같다. 겉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치밀함. 잠시 시간이 흐르고 잔느가 두루마리 몇개를 안고 들어왔다. 그리고 바닥에 두루마리를 펼치는 잔느. 시청의 구조는 생각외로 복잡했다. 일단 시장과 마법사가 도망치기 전에 잡아야 했다. 왠지 어제 밤에 공격을 했던 마법사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왠지모를 배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6서클 마스터급의 마법사 혼자서 저지를 일은 확실히 아니었다. 아무리 황제에게 원한이 있다고 가정을 해도 마법사의 행동치고는 너무 무모헀다. 잠깐, 무엇인가 잊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 클라리하고 소피, 티티를 잊고 있었어!"
묶여 있던 수십명의 엘프들이 잔느를 남겨 놓고 모두 건물 밖으로 나갔을 때, 마차밖에 있던 일행들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환영을 통해서 우리가 나타난 것을 알고 있었다면 마차 밖에 있는 일행들이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난 왠지 모를 다급함에 건물밖으로 뛰어 나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차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마차는 제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왠지 클라리의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유없이 몰려오는 불안감, 난 마차에 도착하자 마자 마차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차안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이 오로지 소피와 클라리, 티티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난 황당함에 마차에 주저 앉아 버렸다.
"란트, 어떻게 됬어. 클라리와 엘프들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던 황제의 물음에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과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 왠지 모를 허탈함에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인질이라도 되었으면 상당히 곤란한데. 그러고보니, 희미하게나마 마나의 흔적이 느껴진다. 우리 일행의 기운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기운.
"잔느양, 혹시 근처에서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없어요?"
난 되도록 흥분을 가라앉히며 황제와 같이 들어온 잔느에게 말을 했다. 소피를 향해 서도 반말을 하면서, 왜 잔느란 엘프에겐 내가 높임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잘 모르는 엘프니까. 예의상. 그리고 별로 큰 도시는 아니지만 한 도시의 길드마스터이므로 존중해줄 필요성도 충분히 있었다..
"네, 시장이 육개월 전에 마법사 한명을 시청에 초빙했다고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시장이 이상해진 것도 그 마법사가 도시에 온 뒤 부터인것 같아요."
이 엘프도 언제 울었다는 듯 완벽하게 차분한 엘프 분위기의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사건의 원흉은 그 마법사란 말이군. 아마 환영도 그 마법사의 짓이었으리라.
결국 시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그럼 황제가 나에게 준 비밀 감사관 증서는 황제가 직접 나설 수 없으니 나보고 해결하라는 뜻인 것 같은데, 그다지 그런 일에 나서고 싶지 않았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란트, 어쩔 수 없어. 시장이 있는 곳으로 가는 수 밖에..."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황제의 목소리를 들은 후 난 짧게 한숨을 내쉰 후 마부석 쪽을 향해 나갔다. 그리고 내 옆에 앉는 잔느, 아마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엘프들은 자신이 해야한다고 하는 일에 한에서는 주저함이 없으니까. 난 말 고삐를 쥔 후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마부는 왠만하면 안하려고 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쩔 수 없었다.
"통행증을 주십시오."
난 소피를 통해 경비병에게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라 적힌 통행증을 내밀었다. 이제 이 일도 익숙해 져서, 도시마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통행증이라는 것이 일종의 신분증 제시로 범죄자나 도둑 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도시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마부석에 있지 않은 관계로 마부로 취급을 받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자치령주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은 나말고도 세사람이 더 있다고 들었다. 필리포니스 자치령주, 마케이아 자치령주, 이오니스 자치령주. 이오니스 자치령주를 제외한 나머지 두사람은 황태자파라고 가이우스가 말했었다.
통행증을 살펴보던 경비병은 놀라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하긴 명목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제국 서열 5위의 고위직 관료니까 놀라는게 당연할 것이었다.
"자치령주님께서 저희 도시에 오시다니, 시장님께 연락을 해야 하는데...."
쩔쩔매는 경비병을 보며 난 창으로 손을 내밀어 금화 하나를 주며 말을 했다.
"괜히 시장님을 귀찮게 해드리고 싶진 않아. 이걸로 저녁 때 술이나 사먹게."
경비병은 내 얼굴을 보지 않았는지. 금화에 넘어간건지 별말을 하지 않고 마차를 향해 마차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역시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제국에서도 돈의 효과는 꽤 괜찮았다.
"아! 그리고 자치령주님, 요즘 새로 뽑힌 경비병들 중에 용병출신 녀석들이 엘프들을 잡아가는 일이 있습니다. 일행 중에 엘프분들이 계신것 같은데 자치령주님을 귀찮게 할지 모르니. 알아두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녀석들을 경비병으로 뽑으신건지..."
금전의 효과인가? 경비병은 창쪽을 보며 부탁하지도 않은 사실까지 말을 해주었다. 꼭 이럴 필요가 있겠냐마는 남는게 돈이고 시장한테 간다느니 귀찮은 일에 휩싸이기 싫다. 그리고 황제가 도시에서 특별히 할일도 있다고 하니, 그런데 엘프들을 잡아간다고? 마차안에서 그말을 들은 황제의 표정이 조금 변하는 것이 보였다.
사우스 트립톤은 그다지 크지 않은 크기의 도시였다. 성벽도 높지 않고 사우스 피투안과 비슷한 규모였다. 제국의 다른 도시들처럼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시안으로 들어가니 그다지 높지않은 건물들이 어떻게 보면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었다. 뭐, 요즘에 워낙 잘 만들어진 도시들만 보아왔기 때문에 그 도시들에 비해서 무질서 하다는 거지..무질서란 분야에서는 사우스 피투안이나 사우스 트립톤 둘 모두 우리 마을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런데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두워 보였다. 리투안 국에서는 처음보는 모습. 계속 밝은 표정의 사람들만 보아 왔기 때문인지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도시 사람들은 왜 이렇지? 황제의 정책으로 볼 때 북부지역 사람들만 편애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텐데,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황제의 경우에 오히려 차별을 해도 남부지역 사람들을 더 우대하는게 정상이었다.
"세리누나, 이 도시 사람들 왜 이래요?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기운이 없는 것 같은데..."
난 황제가 이렇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에 이상하다는 말투로 황제에게 말을 헀다. 하지만 황제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의 도시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언제 그런 무신경의 극치를 달리는 팔자편한 표정을 하고 있었냐는 듯 지금의 황제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 때와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나도 모르겠어. 일년 전에 남부지역 순방을 위해 왔을 때는 정말 자유롭고 밝은 느낌을 주는 도시 였는데."
힘없는 황제의 목소리, 자신의 목숨의 위협 같은건 걱정도 하지 않으면서 백성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정말, 황제는 훌륭한 통치자가 가져야할 대부분의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피투안에도 저런 통치자가 있었다면 그런 괴물 사냥꾼 같은 녀석들이 기사란 칭호를 받아 설치고 다니지는 않았을 텐데.
도시는 여러가지 면에서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거리 전체도 위생적인 면이나 장식등, 전에 보아왔던 리투안의 도시들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사우스 피투안 보다도 더 엉망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정말 무슨 이유일까?
"소피양, 세블럭 더 가서 오른쪽 길로 마차를 몰아줘요."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황제는 마부석의 소피를 향해 말을 했다. 소피는 황제의 말을 들은 후 별말없이 고개를 조금 숙인 후, 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 곳곳에 거지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리투안에 와서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거지들의 모습이었다. 단, 이틀 거리, 아니 정상적인 속도로는 나흘거리일 뿐인데 수도와 왜이렇게 분위기가 다른지 모르겠다. 확실히 무슨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머릿속을 감돌았다.
황제의 부탁대로 소피는 별말을 하지 않고 마차를 몰아 갔다. 황제는 큰 길을 피한체 곁예 있는 작은 길로만 마차가 움직이게 했다. 무슨 수상한 냄세를 맡은 것 같은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니, 아까 엘프들을 무조건 잡아간다는 그 이야기 때문에 그런가? 무엇을 생각하는듯 심각한 표정으로 있는 황제에게 질문을 하기에도 분위기가 그래서 묻지도 못하고 궁금증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이골목 저골목을 꼭 길잃은 사람처럼 헤매는 것 처럼 황제의 지시에 따라 마차가 움직였다.
"소피양, 잠시만 여기서 마차를 멈춰요."
황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확하게 마차를 세우는 소피, 그런데 우리 마차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 주위로 무장한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3층정도 높이의 건물이었고 주위 건물들과는 다르게 장식의 예술적인 면에서 신경이 많이 쓰여진 듯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무장한 병사들이라니? 건물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 치고는 너무 많은 것 아니야?
"누나, 무슨 일이죠?"
난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황제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저 건물은 엘프 길드야, 내가 도시들의 동향을 알기 위해서 엘프 길드를 주로 이용하거든, 물론 도둑 길드같은 것을 이용하면 더 편하지만 황제가 체면이 있지 어떻게 도둑길드 같은 비합적인 단체를 이용하겠어? 어찌됬건 엘프들은 재물같은 사욕에 잘 넘어가지 않으니까. 나라를 위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역정보 같은 것을 흘릴 일도 없고, 정확히 말하자면 영주들의 부정부패나 폭정같은 것에 대한 정보 말이야. 어쩐지 사우스 트립톤의 엘프길드로 부터 한동안 정보가 오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런 상태였군."
황제에게서 조금 화가난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황제가 화를 낸다라? 언제나 냉정하던 황제의 저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항상 웃는 모습이나 무표정으로 감정을 숨기고 있었는데, 아까 엘프들을 잡아간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란트, 네가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렴. 공격해 오는 녀석들은 다 죽여도 좋아. 그리고 아무르타트께서는 란트를 엄호해 주세요. 클라리, 넌 엘프들과 함께 마차를 지키고 있고."
단호한 황제의 어투, 회의 때 보이던 위엄있는 모습 그대로 였다. 과연 이 황제가 어제 잠이 덜 깬 어린애 같은 표정으로 있던 황제와 같은 인물인지 의심이 들었지만 황제의 말을 들은 나와 아미는 별다른 의문을 달지 않고 황제의 뒤를 따라 일어 섰다. 황제의 위엄있는 말투는 알게모르게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다. 황제는 풀어놨던 레이피어를 허리에 찬체 마차에서 나와 건물 벽쪽에 붙어서 엘프 길드의 건물 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건물에 한블럭 정도 남은 거리까지 왔지만 아직 경비병들은 우리가 다가고 있다는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대부분 체인메일에 할버트를 들고 있는 제법 무장이 괜찮아 보이는 병사들이었다. 수는 현재 보이는 사람들 수로 추정해 보면 150명 정도? 괴물 사냥꾼들을 상대 해본 경험으로 얻은 지식이었다. 역시 건물 하나를 호위하는 것 치고는 너무많은 수였다. 건물을 포위하려는 의도임에 틀림이 없었다.
황제의 눈짓과 함께 세사람은 건물쪽을 향해 뛰어갔다. 건물주위에 서있던 녀석들은 갑자기 달려오는 우리를 눈치채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어린 꼬마애 하나와 비실비실해 보이는 여자 두명이 무기를 든체 돌격해 온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녀석들의 표정을 상관하지 않고 건물 입구쪽을 가로막는 녀석을 한치의 꺼리낌도 없이 가볍게 베어버렸다. 그러자 경비병들도 장난이 아닌줄 알았는지 경보를 울리며, 우리쪽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휴, 황제가 저렇게 앞장서서 검을 휘두르는데 어쩔 수 없이 피를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미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며, 우리쪽을 향해 다가오는 경비병들에게서 황당하다는 표정이 곧 사라지고 그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 중 좀 용감해 보이는 한 녀석이 날향해 뛰어들며 휘두르는 할버드를 클라리로 통체로 잘라버리며 별다른 멈춤없이 체인메일과 함께 녀석을 베어버렸다.
경비병들의 실력은 우리 마을에 쳐들어 오던 괴물 사냥꾼 녀석들 중에 좀 괜찮은 녀석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정도 쯤이야. 일도 아니지. 검술대회 식으로 표현하자면 D클래스 정도라고 해야 할까?
어느세 주위를 둘러싼 녀석들이 동시에 휘두르는 할버드를 피하며 뒤쪽에 아미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 곳에 보이는 광경은 정말 할말이 없게 만들고 있었다. 아미가 자신의 투헨드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세 네명의 병사들이 할버드와 갑옷체로 두동강이 나고 있었다. 괭장한 괴력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폴리모프하면 조금 약해질만도 하지 않나? 휴, 그리고 아무리 적이라도 저렇게 두동강이 나버리는 상황은 그다지 보기가 좋지 않았다.
아미의 괴력 덕택인지..아미보다는 나와 황제가 있는 쪽을 향해 병사들이 몰려왔다. 훗, 나도 녀석들이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찌됬건 나도 간만에 얻은 스트레스 해소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확실히 눈빛들을 보니 돈에 환장한 놈들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정규병이기 보다는 용병에 가까운 녀석들인 것 같았다. 아까 성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마음놓고 싸울 수 있겠군. 정규군이아니라 용병들이라면, 돈에 휘둘리는. 난 조금 생겨나는 약간의 주저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바보같이, 이 상황에서 왜 그런 느낌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나와 아미, 황제 세명의 칼에 녀석들의 절반 이상이 쓰러진 뒤에야 살아남은 녀석들은 인원수가 많음을 믿고 돌격해 오는 것을 멈추고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제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멍청하긴.
"왠 녀석들이냐? 시장님의 직속 병사들인 우리들을 공격하고도 무사할줄 아느냐?"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시건방진 말투로 날보며 말을 했다. 난 녀석들을 향해 피식 웃어줄 뿐이었다. 지금 우리중에 이 도시 시장 따위보다 직책이 낮은 인물이 있었던가? 그리고 아무리 먼저 공격을 했다고 아무말 없이 세사람을 상대로 백명이 넘는 놈들이 단체로 공격을 해온 녀석들이 무슨 할말이 있다고 큰소리야?
"건방진 꼬마 녀석, 감히 수비대 중대장인 날보고 비웃어?"
그 건방진 꼬마가 명목상이나마 제국 서열 5위의 고위 관료랍니다. 난 녀석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클라리의 성능이 좋아도 검으로 쇠갑옷을 자르려니 귀찮다. 몸상태도 좋지 않고. 오랫만에 적당히 스트레스 해소도 했고.. 나머지 떨거지들은 마법으로 처리해야지.
"저 꼬마 녀석, 마법사였어! 이놈들아! 저 꼬마가 마법을 쓰지 못하게 어서 공격해!"
하지만 그 중대장인가 하는 녀석의 말을 듣고 우리를 향해 뛰어오는 바보는 없었다. 하긴 이래나 저래나 죽는건 마찮가지라고, 그리고 중대장 녀석의 명령을 듣고 달려 왔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 순간 이미 캐스팅이 완료 되었기 때문.
"홀리 스톰"
신성마법의 가장 큰 장점은 나쁜놈만 골라서 죽여준다는 점이다. 괜한 민간인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는 없다니까. 하긴 민간인이라도 평소에 나쁜 짓을 많이했다면 죽거나 다치게 되도 어쩔 수 없다. 그건 모두 마음을 다듬지 못한 자기 책임이지 내 책임은 없었다. 평소에 사람을 뭐 죽이듯 죽이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우리 세명이 서 있는 주위로 흰색의 구체들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를 둘러 싸고 있던 녀석들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질서없이 피하려고만 하는 까닭에 혼란스러워진 경비병의 복장을한 용병녀석들은 자기들 끼리 얽혀 넘어지기 시작했다. 용병들이 전투력에서는 정규군에 결코 뒤지지 않으면서도 정규군에게 밀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까?
흰색구체를 맞기 시작하는 녀석들 참고로 신성마법 즉 백마법을 공격적인용도로 사용하면 평소에 바르게 산사람이나 시전자보다도 착한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있었던 녀석들은 그런것 과는 거리가 멀었는지 흰색구를 맞자 마자 대부분 목숨을 잃은 것 같다.사람을 이렇게 많이 죽이는 것은 일년만인가? 신디를 구한 이후로는 이런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예전과는 다르게 왠지 씁쓸함이 든다.
내가 사용한 마법의 잔상인 흰빛이 사라지며 우리 주위에는 건물을 포위하고있던 녀석들의 시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이 주변에는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엘프길드를 포위하는 것을 철저하게 비밀로 지키려는 의도인지 몰라도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었다. 경비병들의 시체가 이렇게 널려 있는 사항에서 시청으로 연락하러 달려가지 않을 평범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란트, 어서 들어가자."
황제의 뒤를 따라 건물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건물 안쪽에는 지키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방금전의 소란에 밖으로 다 뛰쳐 나온 것 같다. 건물안에서는 우리의 발소리만 울렸고 다른 인기척이나 살기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건물안은 상당히 잘 꾸며져 있었다. 엘프길드의 건물이라는 것을 과시하는듯, 이런 다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천천히 구경을 하고 싶을 정도로 꽤 괜찮았다. 하지만 엘프들의 건축물에서 풍기는 그런 고풍스러운 느낌은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느껴지지 않았다.
"저 쪽에 엘프들이 모여있다."
내 뒤에서 따라오던 아미가 갑자기 말을 했다. 조금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나는 놀라 아미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미의 말을 들은 황제는 그다지 놀라지 않은듯 아미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되는 아미, 아미 덕택에 방마다 뒤지는 수고로움 없이 엘프들이 있는 곳을 향해 바로 갈 수 있었다. 아미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나 있는 복도를 따라 황제를 선두로 뛰어가자 복도 끝에 문이 보였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다르게 건물내부의 넓이가 상당히 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황제가 조심하며 방문을 열자 응접실로 보이는 큰 방 가운데 묶여있는 수십명의 엘프들이 보였다. 초쵀한 모습들, 예전에 노예사냥꾼 녀석들에게 잡혀 있던 엘프들의 모습이 떠 올랐다. 힘없이 있던 엘프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들 우리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잔느! 괜찮니?"
황제는 한 어린 엘프를 보더니 그 쪽으로 달려가 손과 발을 묶고 있떤 줄을 풀어주었다. 나와 아미도 엘프들에게 가서 묶고 있는 줄을 풀기 시작했다. 아미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드래곤으로써 하찮은 일 따위는 하지않는다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드래곤들에 대해 적혀 있는 이야기를 보면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지켜보기만 한다고 하던데, 어릴 때부터 자신의 엄마와 함께 인간들과 지내서 그런 것일까?
"폐...하....흑흑..."
황제가 제일 먼저 달려가 풀어주었던 그 어린 엘프는 손을 묶고 있던 줄이 풀어지자 마자 황제에게 매달려서 울기 시작했다. 엘프라도 어린애에다 여자가 우는 걸 보니, 기분이 좋지않았다. 그러고 보니 엘프가 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엘프도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다니, 울고 있는 엘프의 등을 두드려주는 황제. 보통사이가 아닌듯.
나 역시 어떻게 보면 익숙한 솜씨로 많은 수의 엘프들을 줄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경험이 풍부하긴 풍부하니까, 그런데 묶여있는 엘프들을 풀어주고 있던 아미가 갑자기 칼을 뽑더니 한 엘프를 향해 휘둘렀다.
'쿵'
바닥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갑옷입은 병사 네 명을 일격에 베는 무식한 아미의 일격에 엘프의 몸은 순간 두동강이 나버렸다. 갑자기 저 드래곤이 피맛에 미쳤나 왜 저런짓을?
"아미! 무슨일이야?"
난 놀란 목소리로 아미를 향해 말을 했다. 이 놈의 드래곤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갑자기 멀쩡한 엘프를., 하지만 아미의 칼에 두동강이 난 엘프는 그 순간 빛을 내며 사라져 버렸다.
"환영, 실체가 아니다."
아미는 평소의 무표정 그대로 자신의 투헨드를 등의 칼집에 넣으며 엘프들을 다시 풀어주기 시작했다. 역시 놀란 표정으로 아미를 쳐다보던 황제 역시 다시 잔느라 불렸던 울고 있는 어린 엘프를 달래주는 일을 계속 했다. 드래곤, 정말 그 능력을 알 수 없는 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인간의 사고로 드래곤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
잠깐, 환영이라면 마법을 시전한 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말인데< 환영마법을 저정도로 사용할 정도이면 보통 수준의 마법사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엘프들을 구해주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는게 아닌가? 어쩐지 건물안에 지키는 사람이 없더니,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얼마 지나자 묶여있던 엘프들이 모두 풀려날 수 있었다. 예전에 수백명의 노예들을 풀어주던 것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 들었지만 상황이 다급해서 그런지 왠지 길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잔느,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 줄래?"
잔느란 엘프가 울음을 멈추고 진정을 하자 황제가 그 엘프를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잔느는 생각을 정리하는 듯 조금 머뭇거린 후에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육개월 정도 전 쯤이었어요. 그 때부터 전까지는 언제나 시민들만 생각하던 미한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백성들에게 세금을 걷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어기고 과중한 세금을 백성들에게 물리고, 상인들이나 부호들로부터 돈을 걷어 용병들을 모집하는 거에요. 전에 워낙 괜찮은 인물이라 몇개월 동안 지켜보기만하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서 그 사실을 폐하께 말씀드리려고 저가 수도로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시장이 이끄는 수많은 병사들이 달려와서 저희를 모두 잡아서 묶어버리는 거에요. 저희가 폐하께 연락을 하려는 것을 꼭 알았던 것 처럼, 그리고 도시로 들어오는 상단들을 모두 잡아들여서 자금을 몰수 했어요. 미한 시장은 그 많은 돈을 모아서 어디에 쓰려는 건지. 우리에게 그렇게 잘 대해주던 시장이 그렇게 변할줄은 정말, 정말 몰랐었어요......"
잔느는 말을 하는 중간 중간 조금 울먹였다. 소피보다 어려보이는데, 아직 어려서 감정이 여린 것일까? 아니면 도시에서 자란 엘프인 만큼 인간 적인 감정표현에 익숙한 것일까? 잔느의 말을 듣고 보니, 그 환영 엘프가 스파이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폐하, 아무래도 방금의 그 환영 엘프를 볼 때 시장 쪽에도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벌써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을지도."
난 잔느란 엘프가 말을 멈추자 마자 황제를 쳐다보며 걱정거리를 말을 했다. 물론 다른 존재가 있으므로 존칭을 사용해서 말을 했다. 왠지 존칭을 사용하는 것이 더 어색하다는 듯한 기분이 드는게 정말 위험했다. 나중에 회의실에서 황제보고 누나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지?
그런데 솔직히 우리 파티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민간인들이 많은 이런 도시에서 인원수로 밀어붙이면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엘프의 말을 들어보니 용병들도 시장이 상당히 많이 모은 것 같은데.
"그래, 아무리 엘프들에게서 연락이 없었다고해도, 세상에! 육개월 동안 내가 눈치를 채지 못했다니, 너무 안이해져 있었어. 그동안 지속된 평화에 익숙해져서..."
황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말 여행을 시작하자 마자 이렇게 굴찍 굴찍한 일에 휩싸이게 되다니.
"좋아, 이런 상황에 쓰려고 준비해둔 제도가 있었지. 란트 이것 받아."
갑자기 황제가 품 속에서 어떤 두루마리를 꺼내서 나에게 던져주었다. 난 갑자기 무슨? 이란 의미의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황제를 쳐다보며 두루마리를 펼쳤다.
'Secrit Inspector'
이 증서를 가진 인물은 비상시에 총리대신에 준하는 권위를 가지며 자신이 원하는 만큼 군사력을 동원할 권리를 가진다. 제국의 국민이라면 명령에 절대 복종을 해야 하며 어길시에는 황제에 대한 반역과 동일하게 간주할 것이다.
세레니안느 1세
황제의 옥세가 금빛나는 마법의 인주로 찍혀있는 중요성 특급의 서류, 비밀 감사관 임명장. 그런데 갑자기 이걸 줘서 어떻게 해라는 건지?
"잔느, 사우스 트립톤에서 믿을 수 있는, 그리고 군사력을 동원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가 있지?"
나는 두루마리를 펼친체 황제를 멀뚱하게 쳐다보았지만 황제의 시선은 이미 나한테 있지 않았다. 잔느라 불린 그 엘프를 보며 급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황제.
"도시 외곽 경비대장, 한센경이면 믿을 수 있어요. 그리고 외곽 경비대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뺏어간 용병들에 대해 불만이 많고요. 연락을 취할까요?"
잔느란 엘프는 역시 엘프인 지라 겉으로는 어리게 보여도 황제를 보며 차분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을 할 수 있다니 확실히 인간과는 달랐다.
"그래. 그리고 수도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군단에도 연락을 취하도록 해줄 수 있겠지?"
황제는 잔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잔느를 향해 말을 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다시 두루마리 몇개를 꺼내서 잔느에게 넘겨주는 황제. 하지만 금빛의 인주가 찍혀 있는 문서는 아닌 것같았다. 냉철한 판단력과 풍기는 분위기, 순간 황태자와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모자 아니랄까봐. 닮았다니까.
"네, 폐하."
황제의 말을 들은 잔느는 조금 기운을 차린 것 처럼 보이는 엘프들을 향해 엘프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잔느란 저 어린 엘프가 이 길드 마스터인 것 같은데, 보통 엘프들은 나이 순으로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정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지만 잔느의 말을 들은 엘프들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황제가 잔느에게 주었던 두루마리를 한개씩 받아 몇명씩 나뉘어 건물 밖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잔느, 시청의 설계도면을 가져다 줄래?"
잔느란 엘프는 황제의 말을 듣자 마자 방밖으로 나갔다. 황제, 벌써 모든 계획을 머릿속에 정리해 둔 것 같다. 겉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치밀함. 잠시 시간이 흐르고 잔느가 두루마리 몇개를 안고 들어왔다. 그리고 바닥에 두루마리를 펼치는 잔느. 시청의 구조는 생각외로 복잡했다. 일단 시장과 마법사가 도망치기 전에 잡아야 했다. 왠지 어제 밤에 공격을 했던 마법사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왠지모를 배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6서클 마스터급의 마법사 혼자서 저지를 일은 확실히 아니었다. 아무리 황제에게 원한이 있다고 가정을 해도 마법사의 행동치고는 너무 무모헀다. 잠깐, 무엇인가 잊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 클라리하고 소피, 티티를 잊고 있었어!"
묶여 있던 수십명의 엘프들이 잔느를 남겨 놓고 모두 건물 밖으로 나갔을 때, 마차밖에 있던 일행들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환영을 통해서 우리가 나타난 것을 알고 있었다면 마차 밖에 있는 일행들이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난 왠지 모를 다급함에 건물밖으로 뛰어 나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차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마차는 제 위치에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왠지 클라리의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유없이 몰려오는 불안감, 난 마차에 도착하자 마자 마차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차안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이 오로지 소피와 클라리, 티티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난 황당함에 마차에 주저 앉아 버렸다.
"란트, 어떻게 됬어. 클라리와 엘프들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던 황제의 물음에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과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 왠지 모를 허탈함에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인질이라도 되었으면 상당히 곤란한데. 그러고보니, 희미하게나마 마나의 흔적이 느껴진다. 우리 일행의 기운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기운.
"잔느양, 혹시 근처에서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없어요?"
난 되도록 흥분을 가라앉히며 황제와 같이 들어온 잔느에게 말을 했다. 소피를 향해 서도 반말을 하면서, 왜 잔느란 엘프에겐 내가 높임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잘 모르는 엘프니까. 예의상. 그리고 별로 큰 도시는 아니지만 한 도시의 길드마스터이므로 존중해줄 필요성도 충분히 있었다..
"네, 시장이 육개월 전에 마법사 한명을 시청에 초빙했다고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시장이 이상해진 것도 그 마법사가 도시에 온 뒤 부터인것 같아요."
이 엘프도 언제 울었다는 듯 완벽하게 차분한 엘프 분위기의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사건의 원흉은 그 마법사란 말이군. 아마 환영도 그 마법사의 짓이었으리라.
결국 시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그럼 황제가 나에게 준 비밀 감사관 증서는 황제가 직접 나설 수 없으니 나보고 해결하라는 뜻인 것 같은데, 그다지 그런 일에 나서고 싶지 않았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란트, 어쩔 수 없어. 시장이 있는 곳으로 가는 수 밖에..."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황제의 목소리를 들은 후 난 짧게 한숨을 내쉰 후 마부석 쪽을 향해 나갔다. 그리고 내 옆에 앉는 잔느, 아마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엘프들은 자신이 해야한다고 하는 일에 한에서는 주저함이 없으니까. 난 말 고삐를 쥔 후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마부는 왠만하면 안하려고 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