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6장 남부대로 (5) 비밀감사관-2(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3. 23. PM 8:49:12·조회 2390·추천 59
난 잔느가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마차를 몰았다. 오랫만에 마차를 몰았지만 말들의 질이 좋아서 그런지 말들이 다급한 내 행동을 이해해 주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소피와 티티가 말들의 길을 잘들여 논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엘프길드로 올 때와는 다르게 마차는 큰 길쪽으로 바로 나왔다. 하긴 이미 들켜버린 이상 둘러다닌다고 소용이 없었다. 그 시장 일당이 인질을 잡고 있는 이상 시간을 주면 줄수록 녀석들이 수작을 부릴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최대한 빠르게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큰길로 마차를 몰아가는 것이 편했다.
큰길로 접어들자마자 우리마차가 있는 쪽을 향해 일단의 병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우리쪽 병사들은 아니죠? 잔느."
엘프들이 떠난지 얼마 되었다고 병사들이 도우러 오겠냐마는 한번쯤 확인을 하지는 차원에서 물었다. 지금과 같이 어느쪽의 세력이 우세한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같은 편끼리 싸우게 되면 불리하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아니에요, 새 갑옷을 입은 것을 보니 용병들이 틀림이 없어요. 기존의 정규병들은 모두 낡은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요."
결국 그 말은 정규병사를 위해 나온 보급품을 모두 자신의 개인 사병들을 키우는데 투자했단 말이군. 정말 이놈의 시장 무슨 짓을 할 생각이었던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난 한손으로 고삐를 잡은체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왠지모를 다급함, 클라리가 인질로 잡혀 있다는 생각에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병사들을 향해 마법을 캐스팅했다.
"아이스 블레스터! 트리플!"
난 마차에서 일직선 방향으로 길을 만들기 위해 마법을 썼다. 지금 이상태로 무작정 뚫고 지나가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 말의 피부나 마차가 모두 미스릴로 뒤덮여있지 않는 이상은 아무리 튼튼한 말이라도 날카로운 무기에는 다치기 쉬우니까.
바로 앞에서 달려오던 병사들은 마법을 미처 피하지 못한체 얼음조각들을 정통으로 맞아 얼음으로 덩어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뒤에서 달려오던 병사다들은 내가 바라던 대로 마법을 피하기 위해 양쪽으로 급하게 나눠져서 피해버렸다. 그리고 마법때문에 우리를 향해오던 용병들의 대열까지 급격히 무너지며 넘어지는 놈들까지 보였다. 확실히 용병들의 한계. 하다못해 클라우 그 녀석의 기사단이었더라면 이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스 월! 더블"
난 병사들이 피하자마자 마차의 이동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얼음벽을 쳐서 길가운데를 나누어 버렸다. 시청까지 일직선으로 난 두개의 얼음벽 사이로 건너편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로 있는 병사들을 무시한체 마차를 몰아갔다. 물론 병사들이야 마법으로 물리쳐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럴 수록 시간이 더 늦어지고, 또 공격마법을 함부로 난사하다가는 나중에 마법사 녀석하고 싸울 때 마나가 부족할지도 모를테니, 되도록이면 마법 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저 건물이 시청이에요."
얼음벽의 끝 건너편에 잔느가 가르킨 곳에 한 건물이 보였다. 원래 건물의 크기는 한 3층정도의 중간규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건물을 엄청난 규모로 신축하고 있는 공사를 하기 위해 건물 주위 곳곳에 나무기둥이 세워져서 기본틀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국에도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관리가 있었다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클라리와 소피, 티티, 모두 그렇게 만만한 실력은 아니었을텐데, 어떻게 인질로 잡아갔을까? 혹시 그 마법사가 생각 외로 강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아미가 있으니까. 어떻게 되겠지. 최소한 나는 죽지 않을 것 같다. 목숨만은 반드시 지켜 준다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나혼자 살아남는들, 괴롭기만할 뿐. 일행 중 다른이들이 죽는다면 차라리 나도 죽어버리는게 나을 것이다. 또다시 괴로움에 휩싸여 살아가는 것은 정말 싫었다.
다시 한번 말들에게 왠지모를 고마움이 느껴졌다. 필요할 때 사람의 마음을 알고 이렇게 열심히 달려주다니. 혹시 이 녀석들도 소피와 티티가 잡혀 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마음이 통하는 동물도 있는데 하물며 엘프하고야,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확실한 것 같았다. 말들도 혼신을 다해 달려가는 듯이 보였으니까. 양쪽으로 솟아오른 얼음벽이 끝이나는 무렵에는 용병들과의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는 시청건물. 저 안에 클라리와 소피,티티가 붙잡혀 있겠지. 시청 앞에 다가갈수록 클라리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이 느낌! 제일 위층인 3층, 어디 있는지 확실히 알겠다. 엘프 길드에서 잠시 보았던 설계도 상으로 걸어서 가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위치의 방이였다. 역시 시간을 벌려는 생각인가? 그렇게 마음대로 나둘수는 없지.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급함이라는 감정을 절실히 느꼈다.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런 상황에서 겪었을 심정도 그당시에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써는 절실히 이해가 갔다.
"잔느양, 마차를 부탁해요."
난 옆에 있던 잔느에게 말을 마치자 마자 3층을 향해 플라이 마법을 써서 날아올랐다. 좀 피곤해져도 상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고삐를 놓아버린 마차가 아슬아슬하게 시청 건물 바로 앞에서 멈추는 것이 보였다. 좀 무책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난 검을 뽑아든체 클라리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의 창문을 깨버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깨어진 유리 조각들이 방안에 흩어지며 난 방안에 들어서자 마자 정신을 집중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존재는 문뒤에 숨어있는 검사 두명과 방 한구석에 묶여진체 쓰러져 있는 소피와 티티..그리고 방 가운데에서 문쪽을 향해 서있었던 것을 추정되는 정장차림의 중년남자와 어제 우리 마차차를 공격을한 녀석이라 추정되는 그 회색빛 로브 차림의 마법사가 있었다. 아마 곱게 문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였던 것이겠지. 난 플라이마법으로 날아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남자는 클라리를 한팔로 잡은체 나은 손에 있는 날카로운 단도가 정신을 잃은 클라리의 목을 향해져 있었다. 클라라를 인질로하기로 결정을 했나보군. 쩝. 그런데 그 인물들은 갑자기 내가 창문을 깨며 방안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의도로 내 동료들을 납치했나?"
난 급하게 움직이느라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지만 나도 모르게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참지않고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정장차림, 저 녀석이 시장인 것 같았다. 난 녀석이 한 행동을 보면 더 사악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눈빛이나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그다지 사악한 기운이 느낌이 아니었다. 난 잠시 내가 착각한 것이 아닌가 했지만 곧 마음을 추스렸다. 정말 지금 이렇게 인질을 잡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정말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그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
"제국 경비병을 살해한 용의자의 공범들이면, 시장의 권한으로 충분히 체포할 권한이 있지."
정장차림의 시장이 나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을 했다. 법으로 나오신다 이건가? 그렇다면 황제에게 받아둔 것이 있지. 난 품속에 있던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을 했다. 이야기 속의 비밀 감사관은 훌륭한 부하들과 함께 그 모습만으로도 적들을 압도할 정도로 멋있게 등장하던데. 확실히 영웅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나마 있는 동료들은 밑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시장이 아니라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당신을 반역, 공금횡령, 사병양성, 엘프 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박탈하겠다."
내말이 끝나는 순간 문뒤에서 기습을 하려고 했던 것을 보였던 검사두명이 날향해 달려와 검을 휘둘렀다. 괜찮은 실력, 하지만 검술대회에서 제국 최상의 실력자들에 비하면 어린애들 수준이다. 난 가볍게 두명의 검을 피하며 녀석들이 수작을 부릴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빠른 움직임으로 검사들을 공격했다. 예상하지 못한 나의 움직임에 녀석들이 당황한 틈을 타 정확하게 녀석들을 베어버렸다. 검사 녀석들을 베어버리는 순간 느껴지는 마나의 움직임. 나역시 빠르게 캐스팅을 했다.
"윈드 스네이크!"
"안티 매직 셸!"
시장의 옆에 서있던 회색빛 로브의 마법사가 펼친 마법진을 주위로 바람의 기운이 몰려드는 찰나 간신히 마법을 무효화 시킬 수 있었다. 난 습관대로 칼을 들고 마법사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시장녀석이 단도를 클라리의 목에 들이대며 날향해 말을 했다.
"그래, 당신 말대로 이제 난 시장은 아니군. 그리고 고작 시장직따위에 집착은 없다. 당신이 말한 죄목이면 어짜피 죽을목숨. 사람 한명정도는 더 죽일 수 있지. 아, 정신체라고 했었나?"
시장의 말에 난 순간 멈칫해서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클라리야 평범한 검에는 상처를 입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단도에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기운, 한번도 배운적은 없지만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 괴물사냥꾼 녀석에게서 느껴지던 기운이었기에. 녀석들도 아무준비없이 함부로 정신체를 인질로 잡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은 전체적인 외모와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열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짧게 정돈되어 있어 잘 쉽게 눈에 뛰지는 않았지만 붉은색의 머리카락, 스승님과 비슷한 붉은색이었다. 붉은색 머리카락이 그리 흔하지는 않는데 벌써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세사람, 그리고 이 곳에서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시장이 마법사에의해 조종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시장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고 있는게 확실한 것 같았다. 저 눈빛, 분명히 자신의 의지를 쉽게 굽히지 않는 스타일의 눈빛. 무슨 이유였을까? 그 전까지는 선정을 했다고 했었는데, 무슨이유로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난 검을 든체 녀석과 녀석 옆의 풍계계열의 마법사를 노려보았다. 녀석도, 그리고 나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책으로는 많이 읽었었지만 내가 겪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책에서 나오는 영웅들은 이런 상황에서 잘도 인질들을 구하고 악당들을 물리치던데 나도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이번만은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시장, 원하는게 무엇인가?"
난 어쩔 수 없이 이런사황에 처했을 때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속의 전형적인 대사를 읊을 수 밖에 없었다. 성격대로라면 죽여버리고 싶은데 인질이란 존재 때문에 마음먹은 것처럼 행동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비밀 감사관, 여기서의 일은 못 본 것으로 하고 도시를 떠나라. 며칠 뒤, 인질들은 풀어주겠다."
별다른 어조의 변화 없이 녀석은 나를 향해 말을 했다. 황제의 존재에 대해서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어제의 기습은? 난 그 마법사를 쳐다보았지만 마법사는 모르는 사실인듯 묵묵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 약속을 무슨 근거로 믿지? 비겁하게 밤에 기습이나 하는 녀석들이 하는 말을."
난 어제의 일을 염두에 두고 마법사를 쳐다보며 내 이야기를 들은 시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녀석 모르고 있었던 건가? 내 기억이 맞다면 방금 사용한 마법적 기운과 어제밤의 기운은 동일했다. 마법사 저 녀석 어제의 그놈이 틀림이 없다.
"무슨 소리인가? 기습이라니!"
시장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부패에 반역까지 고려하고 있으면서 고작 기습혐의가 더 얹혀 졌다고 저렇게 정색을 하다니. 저 시장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비열하다는 평가는 받고 싶지 않다는 건가? 인질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네 녀석 옆의 마법사에게 물어봐. 어제 우리를 습격한 놈과 동일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까."
난 녀석들의 움직임에 온신경을 집중한체 녀석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한편으로는 기회를 노리며.
"하미테스, 무슨 소리인가? 나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지 않는가?"
시장은 마법사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목소리를 높여서 말을 했다. 저 마법사가 쇄뇌를 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보통 쇄뇌를 당한 사람은 그 시전자에게 절대 복종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분위기 상으로는 시장이 마법사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기운이라면. 아!"
마법사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더니. 끝에 뭔가 깨달은듯 표정이 변했다. 저 녀석이 어디서 발뺌을하려고 자기 동료까지 버려놓고 갔으면서, 그리고 좋은 정보하나를 얻었다. 마법사 녀석의 이름이 하미테스라는 것.
"쾅"
그 순간 요란한 폭파음과 함께 문이 박살이 나며 투헨드를 든 아미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황제, 그런데 황제는 검은빛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시장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훔, 저렇게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니 황제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또 다른 것 같았다. 확실히 황제는 변신의 천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황제의 뒤를 따라 잔느가 따라 들어왔다. 확실히 클라리 일당의 경우처럼 마차 안에 있는 것 보다는 따라오는게 안전할 것 같았다. 게다가 밖에는 수많은 녀석들의 병사들이 곧 있으면 다가올 것일테니 더 더욱 마차에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아미, 왜 이렇게 늦었어?"
난 황제에게 물음을 던지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대상을 아미로 틀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뭐라고 호칭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미는 무겁지도 않은지 투헨드를 손에 여전히 들고 입을 열었다.
"밑에 있던 인간들과 장치들을 해결하느라 늦었다. 주인."
목소리와 어투가 여전히 잘 연결이 안되는 아미, 역시 내가 예상 했던 대로 시간을 끌기 위해서 쓸 때 없는 장치를 많이 해뒀던 것 같다. 하지만 드래곤과 소드마스터급 여전사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듯 하다.
갑작스러운 일행의 등장에 클라리를 인질로 잡고 있던 두 사람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세명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 같고, 그렇다면 당황한 표정을 하는 이유는 아마 너무 간단하게 밑에 함정을 뚫고 아미와 황제가 올라왔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상으로 보면 거의 그냥 별 저항없이 뛰어 올라온 것과 다름 없는 속도 였으니까.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대치사항이 계속 되었다. 그런데 밑이 소란스러운 것이 시장측 용병들이 시청으로 진입을 하는 것 같은데, 이 상황을 빨리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 시장의 제의를 들어주던 아니면 녀석들을 물리치던지.
"흐아암~ 잘잤다."
시장에게 정신을 잃은 인질들의 전형적인 힘없는 모습으로 있던 클라리가 갑자기 기지개를 쭉펴는 것이, 그렇다면 슬립마법에 걸려 있었다는 말인데. 어쩐지 클라리가 곱게 잡힐일이 없지. 녀석,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어 놓고 팔자좋게 잠을 자고 있었단 말이야? 정신을 차린 클라리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자신의 목예 있는 칼을 보고는 과음을 지를줄?! 이 아니었다.
"와! 내가 인질이 되고 주인님이 날 구해주러 온거야? 나 이런 것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방금전 까지는 인질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클라리는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흑마법 기운이 나는 칼을 뻔히 보면서도 웃고 있었다. 저런 녀석을 걱정하고 있었던 내가 미쳤지 미쳤어.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그 순간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 하긴 이 상황에서 황당해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괜히 왔군."
난 클라리를 보며 한마디를 하고 클라리와 시장일당을 내버려둔체 구석에 있는 엘프들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움직이지마, 인, 인질을 죽이겠다." 시장녀석은 말을 더듬으며 말을 했지만 난 시장의 말을 무시했다. 별로 그 쪽이 잡고 있는 인질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싶었다. 분위기를 보니 클라리를 죽이려고 해도 쉽게 죽지도 않을 것같다.
"으앙! 주인님 너무해! 내가 죽어도 좋단 말이야?"
티티와 소피를 묶고 있던 줄을 풀고 있는 내 뒤로 클라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이어느껴지는 익숙한 기운, 예전에 가이우스를 한방에 날려버렸던 그 빛이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마나의 기운을 사용해서 공격을 하는 확실히 내가 구하러 올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면 알아서 해결하고 돌아왔을텐데. 쩝. 난 줄을 풀어도 여전히 꿈속을 해메고 있는 티티와 소피를 눞여놓은 후, 뒤를 돌아보니 내 생각데로 클라리의 기운에 그 마법사와 시장은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리고 날 노려보고 있는 클라리, 난 그런 클라리를 여전히 무시한체 구석에 튕겨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시장과 마법사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두사람을 향해 칼을 들어 겨누었다. 어휴, 이렇게 쉽게 끝이 날 일을 내가 왜 그렇게 마음을 졸였을까하는 후회가 들었다.
"미한시장, 사병모집, 비자금조성 무슨 목적이었나?"
벽에 등을 기댄체 주저 앉아 있는 시장은 충격이 조금씩 가라앉는듯 보였지만 말없이 날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제국 시장 정도의 월급이라면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풍족하게 잘 지낼 수 있을텐데, 뭐 때문에 반역까지?
"목적이라...하하하"
신음하듯 크지 않은 높이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는 시장, 그런데 갑자기 허탈한 웃음을 몇번 터트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클라리를 위협하기 위해 들고 있던 그 날카로운 단도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터져나오는 피, 난 전혀 뜻 밖의 일이라 당황해서 시장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살이라니! 아무리 반역은 사형이 내정되어 있다고 해도, 재판도 받기 전에!
"미한! "
가슴에 칼이 꽂혀 있는 미한을 향해 잔느가 달려갔다. 잔느는 또 무슨일이지? 난 갑작스러운 일들의 연속에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잔느, 미...안....해... 널...괴...롭...게..만드는..상황까지...가게 되어..서."
이미 미한의 가슴으로 부터 뿜어져나온 피로 바닥이 흥건히 젖고 있었다. 잔느는 자신의 옷에 피가 뭍는 것도 신경을 쓰지 않고 시장에게 매달려서 울고 있었다. 난 검을 놓아버린체...멍하니 서서 지켜볼 뿐이었다.
"미한...나보다도 당신의 일이 더 소중했던거야? 이렇게 목숨까지 버릴만큼."
시장은 사라져 가는 의식을 간신히 버티는 것 처럼 보였다. 마지막 남아있는 힘을 다쓰듯 천천히 팔을 들어 잔느의 볼을 만져주는 시장. 겉모습만 보면 아버지와 딸 같았지만 두사람의 사이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래 엘프와 인간이라는 차리를 생각하면 아마 나이도 비슷하겠지, 둘모두. 난 왠지모를 안타까움에 시장을 향해 회복마법을 썼다. 하지만 그 단도주면에 생기는 검은 막이 회복마법을 튕겨내고 있었다. 역시 흑마법계열의 검이었다. 성직자가 아닌 내 능력으로는 무리였다. 저 저주마법을 시장이 죽기 전에 푸는 것은.
"미안해...내 목숨 따위 ....보..다...더 ..소중한..일이...지만....지금 이 순간에..야 후회가 돼는군...과연 이....일이 너 보다...나에게 ..더.. 중요....했는지...잔느...행복....해야...."
시장은 거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다시한번 울음을 터트리는 잔느. 과연, 시장이 말하지 않은 그 일이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을 버릴만큼.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아왔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 예전에 스승님이 쓰러지셨을 때 느꼈던 그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 왜일까? 왜 이런 느낌이 드는건지.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 꼭 이 장면을 본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절대 그럴리가 없는데도 무엇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난 마음도 조금 진정시킬겸 시장의 식어버린 몸뚱이로 부터 고개를 돌렸다.
잠깐, 그 마법사는? 시장의 옆을 보았지만 그 곳에 있는 것은 빈 로브일 뿐이었다. 그 사이에 텔레포트를 하다니. 또 당했다는 낭패감과 안타까운 감정이 섞여 뜻모를 분노가 솟아 올랐다. 갑자기 내가 깨버린 창을 통해 밖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 난 창쪽을 향해 걸어갔다. 창 밖에는 새 갑옷과 낡은 갑옷으로 나눠진 병사들이 시청을 가운데에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특히 인상깊은 모습은 풀플레이트 차림의 기사였다. 바스타드를 들고 혼자서 새갑옷을 입은 용병 너댓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이 잔느가 말했던 한센경인 것 같다. 헌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전체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지만 장비의 열악함 때문에 쉽게 끝이 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용병녀석들도 생각 외로 실력이 좋았다. 조직력에서는 한참 떨어지지만 개개인의 실력과 장비로 낡은 갑옷의 경비병들과 전투를 벌리기고 있었다.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아이스 블레스터! 더블!"
몸상태를 생각해서 무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전처럼 그렇게 쓰러져버리면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마나를 아끼는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쏘아 보낸 얼음조각들은 용병녀석들을 혼란시키는데 충분했다. 얼음덩어리로 변해버린 몇몇의 용병과 간신히 피해 마법으로 부터는 목숨을 건졌지만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용병 녀석들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돌격!"
한센경이라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풀플레이트의 기사를 선두로 경비병들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도망치기 시작하는 용병들을 추격해 들어갔다. 일사분란한 움직임, 확실히 마법 몇방 가지고 진형을 흐트러트리는 용병들과는 질적으로 틀렸다. 평화에 많이 익숙해 졌을 텐데도 정규군들의 훈련이 그런데로 잘되있는 것같다. 하긴 저런 질서없는 용병들이 아닌 전쟁에 익숙한 정규군들과의 싸움을 지켜봐야 진정한 실력을 알겠지만...어쨌든 지금은 합격점이다. 시청 주변에는 낡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로 뒤덮이고 새갑옷을 입은 녀석들은 도망치기거나 바닥예 쓰러진 시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휴, 이제 이 곳도 서서히 정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낡은 갑옷의 병사들의 환호성.
난 다시 방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장의 시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잔느를 황제가 복면을 그대로 한체 달래주고 있었다. 그리고 슬픈 눈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클라리, 구석에 내가 눞여놨던 티티와 소피도 일어났지만 아직도 잠이 덜 깬듯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방 곳곳이 피로 얼룩이져 있었다. 예전에는 피를 뒤집어써도 그다지 꺼리낌이 없었지만 지금은 왠지 보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었다. 살인마 주제에 피에 거부감을 느끼다니.
"소피, 티티, 괜찮니?"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장면을 보지 않기 위해 반대쪽에 있는 엘프들을 쳐다 보았다. 클라리와는 다르게 두 엘프는 한참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소피와 티티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항상 늦잠을 자다보니 언제나 다른 일행들이 먼저 일어나 있었기 때문에, 소피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듯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죠? 란트.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서 잠이 든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소피는 여전히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방안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에 인상을 찌푸렸다.
"시청이야. 어제 그 마법사 녀석한테 너희들이 납치 됬었어."
소피는 바닥에서 일어서며 잠이 아직도 덜 깬 티티가 일어서는 것을 도와준 뒤 다시 날향해 말을 했다.
"그럼, 란트가 저희들을 구해주신건가요?"
소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했다. 그런데 그말을 들은 소피의 얼굴이 왜 빨갛게 되는건지, 혹시 클라리와 비슷한 생각을? 그런데 옆에 있던 티티가 나와 소피를 번갈아 보더니, 싱긋 웃음을 지었다. 흠, 저 잡종엘프가 무슨 생각으로 웃는걸까? 한 쪽에서는 울고 있고 한쪽에서는 웃고 이 모순적인 상황에서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난 내가 깨어버린 창틀에 유리 조각들을 치운 뒤에 창틀 위에 앉았다. 창밖은 병사들의 승리의 함성과 집에서 한 두명씩 나와 병사들의 대열에 동참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도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순수하게 저 환호대열만 보면 포세 트립톤에서의 축제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이 느껴졌다.
아까 용감하게 싸우던 풀플레이트의 기사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시청쪽으로 오고 있었다. 확실히 저 기사가 한센경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귀찮은 뒤처리는 저 사람에게 맏겨도 될 것 같다는 사악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비밀 감사관이라는 위치가 큰 사건을 해결한 뒤에 조용히 사라지는 역할이니까. 그렇게 해도 잘못될 것은 없었다.
“주인님아! 아깐 정말 너무 했어! 내가 인질이 되서 계속 잡혀 있어도 괜찮다는 거야?”
창틀에 앉아 있는 날 향해 울고 있는 잔느에게서 시선을 땐 클라리가 다가와 투정하듯 말을 했다.
“인질로 잡혀 있는 주제에 해벌레 하고 웃고 있는 녀석을 귀찮게 구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클라리 덕택에 쉽게 해결이 누군 자기를 걱정하느라 온힘을 다해서 달려 왔는데,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와! 이런거 해보고 싶었는데!’ 라니, 걱정을 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힝, 주인님이 그럴 수 있어?”
난 눈물이 눈에 고이는 클라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래저래 마음이 약해져 있는 지금, 저 눈물 공세를 버티기는 힘들테니까.
“정신체, 네가 잠들어 있는동안 주인이 널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며칠동안 주인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중에서 가장 강한, 그런 느낌이었다.”
고마운 아미, 방한 쪽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미가 클라리를 향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었다. 클라리 보다 더 확실히 내 감정을 느끼고 잘 이해해 주는 것 같다. 드래곤이 다르긴 다르다는 것인지. 그런데 클라리와 아미의 사이도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미의 말을 들은 클라리의 울음이 멈추지 않고 더 커져만 갔다. 아미의 말 정도면 오해는 다 풀리지 않았나? 왜 울음소리가 더 커지는 것인지.
“흑흑,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주인님이 나 같은 건 걱정하지도 않는 줄 알았잖아.”
어휴. 울보, 나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더 많은데다 훨씬 어른처럼 생겼으면서 왜 꼭 지켜줘야 할 어린애 같은 느낌이 드는건지 모르겠다. 난 손수건을 꺼내서 클라리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물론, 내가 위쪽으로 고개를 들어 쳐다보아야 했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이 이 장면을 본다면 꼭 동생이 누나를 달래주는 것 같은 모습일 것 같다.
“울보 아가씨, 많이 울면 못난이가 되버리니까 울지 마세요.”
어쨌든 클라리의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왠지 편치않았던 마음이 많이 풀어지는 것 같다. 울고 있던 클라리는 울음을 멈추고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한체로 눈을 떠서 날 쳐다보았다.
“주인님아. 힝...어! 잠깐! 그 손수건은?”
클라리가 클라리의 눈물을 닦아 주느라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보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손수건이 무슨 문제가?...잠깐 이 손수건은 공주간 손수건인데...클라리는 내손에서 잽싸게 손수건을 뺏어갔다.
“To The Pure Knight of Lily 삶의 의미를 되찾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From Princess Ary. 이거 아리 공주한테 받은 거야?“
손수건에 그런 문구가 수놓아져 있었다니? 떠나는 날, 공주에게서 받자마자 대충보고 품속에 넣어서 몰랐었다. 삶의 의미를 되찾아 줬다라. 흠, 그런데 클라리가 언제 울었냐는 듯 호전적인 눈길로 노려보고 있는 손수건을 다시 빼앗아 품속에 넣었다. 이렇든 저렇든 그래도 공주님(!)이 준건데 소중히 간직해야지.
클라리의 손에 손수건이 찢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난 조금 긴장을 해서 문쪽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계단 위로 걸어오는 사람은 한센경으로 추정되는 그 바스타드의 기사와 낡은 갑옷의 병사두명, 그리고 그들에게 묶여서 끌려오는 새갑옷의 덩치 큰 병사 한명이었다.
방안으로 들어온 기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가슴에 칼이 꽂힌체 쓰러져 있는 시장의 시체를 본 뒤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멀리서 봐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기사 역시 흰머리가 드문드문 보이는 것이 시장과 비슷한 나이 인 것 같았다.
“어느 분이 비밀 감사관 이십니까?”
역시 알아보지 못하는, 쩝. 지금 방에 있던 사람들 중에 남자는 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랬다. 하긴 여자라고 비밀 감사관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그리고 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쩔 수 없는 어린애일 뿐이니. 난 품속에서 황제가 준 두루마리를 꺼내서 펼쳤다. 빛을 뿜어내는 금빛 인주, 펼치는 사람이 나라서 문제지, 실제로 스승님이나 티베리우스 단장 같은 사람이 두루마리를 펼쳤으면 괭장히 멋있었을 것 같다.
“비밀 감사관직을 맞고 있는 사람은 접니다만, 혹시 한센경이십니까?”
난 최대한 목소리에 무게를 잡으며 중년기사를 향해 말을 했다.
“네, 전 사우스 트립톤 수비대장 한센 파브리안 입니다. 비밀 감사관께서 오셨다고 해서 누구신지 궁금했는데 생각외로 젊은 분이셨군요. 혹시 고결한 백합의 기사, 남파나단 자치령주님 아니십니까?”
내가 누군지 바로 알아버리다니, 예전에는 비밀로 다니지 않아도 소개를 받은 뒤에야 내가 누군지 아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비밀을 지켜야 하는 상황임에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그사실을?”
난 약간의 의아함을 품고 한센경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저도 검술대회 결승을 관전했었습니다. 멀리서 나마 크리센공을 뵈었는데 오늘 부하 녀석이 자치령주 님이 오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직후에 비밀 감사관께서 군사를 소집한다는 전문을 받아 혹시나 했습니다만, 한번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말을 하는 한센경으로부터 존경의 눈빛을 느꼈다. 훔,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건 조금 그렇다. 내가 착각을 한 것이겠지, 그나저나 검술대회의 효과가 이 곳까지 영향을 미치다니, 가이우스의 말이 세삼 이해가 갔다. 한센경은 그 말을 한 후 벼켜서더니 줄에 묶여 있는 그 큰 덩치의 병사를 끌어다 내 앞에 놓았다.
“이 녀석이, 용병대 대장입니다. 혹시 필요하신 정보가 있으시면 물어보십시오.”
용병대장 이란 놈은 날 쓸쩍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헛, 나같은 것 하고 상대하기 싫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데.
“어떻게 이 도시로 오게 되었나?”
용병대장 녀석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으로 날 노려보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을 바닥에 뱉었다. 조금 진정되었던 마음이 다시 폭팔하려는 것은...
“이 녀석이 감히 누구앞에서 지금...”
한센경이 들고 있던 검의 검집체로 녀석을 치려 하는 것을 제지하고 난 클라리를 뽑아 검에 살기를 가득 담에 녀석의 목에 겨누었다. 검으로부터 뿜여져 나오는 흰 기운에 방 구석 까지 밝아질 정도였다. 큰 덩치의 용병대장 녀석은 내가 클라리를 녀석의 몸에 대자마자 검의 가운을 느꼈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비밀 감사관의 권한 중에는 반역자에 대한 즉결처형 건도 있지. 이미 더럽혀진 손, 반역자 한명쯤 더 죽인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군.”
난 천천히 하지만 강한 어조로 용병대장이라는 녀석을 향해 말을 했다. 녀석은 얼굴에 공포심을 가득 뛰운체 날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신성계열의 기운은 사악할수록, 어떻게 보면 인간의 기준으로는 나 역시 사악한 존재가 저지를 행동을 수없이 저질렀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기준에서 사악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큰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알..알겠습니다. 제발..목숨만..”
용병대장은 사색이 되어서 더듬으며 말을 간신히 했다. 원래 이런 눈빛의 녀석일수록 강한 존재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자신 보다 약한 존재는 누르려고만 하는 습성이 있다.
“저..저희는 아테네이오스 주변에서 산적활동이나 용병일을 했습니다. 그런데..이 도시 시장이 용병들을 모집하고 대우도 잘해준다고 해서...근처의 무리들을 모아 산맥을 통해 이 곳까지 왔습니다.”
난 녀석의 목에 바짝 붙였던 칼을 조금 때내며 녀석의 말이 멈추자 질문을 했다.
“시장이 무슨 목적으로 군사를 모았는지는 알고있나?”
용병 녀석은 목에서 칼이 조금 떨어지자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 앚아 버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체 말을 이었다.
“모릅니다...정말 저는 모릅니다. 저희는 시장의 명령에 따리 시키는데로 행동을 할 뿐입니다. 다만 몇 달 안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대비해 두라고 하는 것을 들은 것 말고는 정말 아무 것도 모릅니다.”
용병은 아까 자신이 뱉었던 침이 몸에 뭍는 것도 모르는지 방바닥을 닦듯이 엎어져서 덜덜 떨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 절대적인 공포를 느끼는 모습, 어떻게 보면 날 걱정하거나 나를 향해 웃는 모습보다, 더 익숙한 모습임에도 왜 이렇게 마음이 편치 않을까? 내가 조금 이상해 져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안에 무슨 일이라. 시장이 죽기 전에 인질을 놓고 나에게 말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며칠 후면 인질을 풀어주겠다고 그 때까지 모르는 척 해달라고 했었지?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데 당사자가 없는 지금 정호가히는 모르겠다. 죽어버리고 사라져 버렸으니. 혹시 서류같은 것이 남아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어디선가 느껴지는 매캐한, 무언가 타는 냄세가 흘러들어왔다.
“불이야! 불이야!”
난 불길한 생각에 급히 방에서 나와 연기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내가 원래 있던 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위치에 있는 방이었다. 잠겨진 문 사이로 연기가 새어 나오며 문 밖의 낡은 옷의 병사들이 모여 당황해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난 클라리에 힘을 줘서 문을 부서버리며 문이 부서지는 순간 방안을 향해 마법을 쏘았다.
“아이스 볼트! 일레븐!”
부서진 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오려는 불기운과 수없이 많이 생겨난 얼음 조각들이 충돌했다. 하지만 불기운이 엄청난 수증기를 만들어내며 얼음 조각들에게 조금씩 밀려 방안쪽으로 들어갔다. 난 연속적으로 얼음 조각들을 몇 번 더 보내며 방전체를 거의 얼리다 싶이 하며 진화를 했다. 얼려진 방에 보이는 타버린 책장과 바닥의 서류조각으로 추정되는 재의 모습 서류창고 였던 것 같은데, 누군가 태워버렸다. 또 그 마법사의 짓인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녀석의 기운에 또 한번 치를 떨었다. 여행을 떠나자 마자부터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날 이렇게 귀찮게 만드는 것인지. 허탈하게 있는 내 뒤로 한센경이 달려 왔다.
“무슨 일입니까? 감사관님. 이 곳은 서류 보관 창고 였던 곳인데...”
“증거 인멸..”
난 한센경을 향해 짧게 말을 한 뒤 방에서 빠져 나왔다. 이렇다면 녀석들의 정체나 목적을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짆아? 어쩔수 없는 상황. 휴, 이제 비밀 감사관이 사라져야 할 차례인가? 다시 한센경과 방으로 돌아온 나는 황제에게 눈짓으로 국서로 쓸만한 종이를 달라고 했다. 황제는 정확하게 내 의도를 알아체며 빈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 주었다. 황제의 품속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두루마리가 들어있는지, 쩝. 끝도없이 마구 나오는 것 같다는 말도 안돼는 생각까지 얼핏 들 정도였다.
“저는 이만 통상의 비밀 감사관처럼 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큰 일은 대충 끝이 났고 정리는 한센경에 맞기겠습니다.”
뭔가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아 찝찝한 구석이 많이 있었지만 더 이상 알아낼 방법도 없고, 황제도 별 말 하지 앟는 것으로 볼 때, 이 정도에서 원래의 여행을 계속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감사관님. 그런데 저...부탁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만...”
나에게 무슨 부탁을...내가 들어줄만한 권력이나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난 갑자기 무슨 이란 의미의 표정으로 한센경을 쳐다 보았다.
“저...미한 시장을 거리에 효수하지 않고 묘지에 묻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적인 일이지만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 였습니다. 죄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친구를 제 손으로 효수하는 것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센경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얼핏 보이는 눈가의 물방울 하나, 한센과 시장의 사이나, 잔느와 시장의 사이나 정말 보통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서로 적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모두에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황제의 꼭두각시라고 해도 이런 결정하나쯤은 마음대로 해도 괜찮겠지?
“허락하겠습니다. 한센경. 경께서 하시고 싶으신 대로 하십시오.”
한센경은 무릎을 꿇으며 나에게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관님.” 다행히 한센경의 부하들은 그 용병대장 녀석을 끌고 나간 까닭에 보이지 않았다. 대장의 채면이 있지. 아무리 상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 난 한센경과 잔느, 시장의 시체를 뒤에 남겨 둔체 건물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정상적인 계단을 통해, 그 곳에는 아미와 황제가 올라오며 박살을 낸 여러가지 장치와 병사들의 시체가 가득 했다. 쩝, 이 많은 걸 그렇게 빨리 해결을 하고 올라왔단 말이지? 휴.
우리가 건물에서 나오자 시청앞에 모여있던 병사들과 시민들로부터 환호성이 들렸다. 나도 비밀 감사관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하나로 포함이 되는 걸까? 하지만 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힘도 없이 마차에 오르자 마자 바닥에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심적,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란트..오늘 고생 많이 했어. 너무 바빠서 말을 하지 못했었는데. 미한, 한센, 잔느 세명 모두 서로 어릴 때부터 단짝 친구였어. 나도 잘 알고 지내던 녀석들이지. 미한은 현명하고 열리한 성격 때문에 관리로 나갔고, 한센은 검술에 흥미가 많아 무관계통으로 갔지. 아마 잔느와 한센이 미한이 그렇게 변했어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지켜봤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꺼야. 아니 미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었겠지. 그런데 미한이 왜 그랬을까? 어릴 때부터 항상, 자기는 훌륭한 시장이 되어서 도시를 발전시키고 시민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었는데, 정말 왜그랬을까?”
마차에 오르자 마자 복면을 풀며 황제는 말을 했지만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짜피 나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누군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는 사실, 오늘 가장 안타까웠던 사실은 바로 그 사실이었다. 조금 더 힘이 있었더라면 하는 쓸때 없는 생각, 이미 정상적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으면서도 이럴 때마다 욕심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어떻게 보면 적이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주인, 신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법, 하물며 그 피조물인 생명체들이야.”
날향해 말을 하는 아미의 목소리...그래 그렇지. 하지만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사실이었다. 아빠도, 엄마도, 시드도...다행히 정신을 차리셨지만 스승님도...
큰길로 접어들자마자 우리마차가 있는 쪽을 향해 일단의 병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우리쪽 병사들은 아니죠? 잔느."
엘프들이 떠난지 얼마 되었다고 병사들이 도우러 오겠냐마는 한번쯤 확인을 하지는 차원에서 물었다. 지금과 같이 어느쪽의 세력이 우세한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같은 편끼리 싸우게 되면 불리하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아니에요, 새 갑옷을 입은 것을 보니 용병들이 틀림이 없어요. 기존의 정규병들은 모두 낡은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요."
결국 그 말은 정규병사를 위해 나온 보급품을 모두 자신의 개인 사병들을 키우는데 투자했단 말이군. 정말 이놈의 시장 무슨 짓을 할 생각이었던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난 한손으로 고삐를 잡은체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왠지모를 다급함, 클라리가 인질로 잡혀 있다는 생각에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병사들을 향해 마법을 캐스팅했다.
"아이스 블레스터! 트리플!"
난 마차에서 일직선 방향으로 길을 만들기 위해 마법을 썼다. 지금 이상태로 무작정 뚫고 지나가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 말의 피부나 마차가 모두 미스릴로 뒤덮여있지 않는 이상은 아무리 튼튼한 말이라도 날카로운 무기에는 다치기 쉬우니까.
바로 앞에서 달려오던 병사들은 마법을 미처 피하지 못한체 얼음조각들을 정통으로 맞아 얼음으로 덩어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뒤에서 달려오던 병사다들은 내가 바라던 대로 마법을 피하기 위해 양쪽으로 급하게 나눠져서 피해버렸다. 그리고 마법때문에 우리를 향해오던 용병들의 대열까지 급격히 무너지며 넘어지는 놈들까지 보였다. 확실히 용병들의 한계. 하다못해 클라우 그 녀석의 기사단이었더라면 이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스 월! 더블"
난 병사들이 피하자마자 마차의 이동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얼음벽을 쳐서 길가운데를 나누어 버렸다. 시청까지 일직선으로 난 두개의 얼음벽 사이로 건너편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로 있는 병사들을 무시한체 마차를 몰아갔다. 물론 병사들이야 마법으로 물리쳐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럴 수록 시간이 더 늦어지고, 또 공격마법을 함부로 난사하다가는 나중에 마법사 녀석하고 싸울 때 마나가 부족할지도 모를테니, 되도록이면 마법 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저 건물이 시청이에요."
얼음벽의 끝 건너편에 잔느가 가르킨 곳에 한 건물이 보였다. 원래 건물의 크기는 한 3층정도의 중간규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건물을 엄청난 규모로 신축하고 있는 공사를 하기 위해 건물 주위 곳곳에 나무기둥이 세워져서 기본틀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국에도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관리가 있었다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클라리와 소피, 티티, 모두 그렇게 만만한 실력은 아니었을텐데, 어떻게 인질로 잡아갔을까? 혹시 그 마법사가 생각 외로 강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아미가 있으니까. 어떻게 되겠지. 최소한 나는 죽지 않을 것 같다. 목숨만은 반드시 지켜 준다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나혼자 살아남는들, 괴롭기만할 뿐. 일행 중 다른이들이 죽는다면 차라리 나도 죽어버리는게 나을 것이다. 또다시 괴로움에 휩싸여 살아가는 것은 정말 싫었다.
다시 한번 말들에게 왠지모를 고마움이 느껴졌다. 필요할 때 사람의 마음을 알고 이렇게 열심히 달려주다니. 혹시 이 녀석들도 소피와 티티가 잡혀 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마음이 통하는 동물도 있는데 하물며 엘프하고야,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확실한 것 같았다. 말들도 혼신을 다해 달려가는 듯이 보였으니까. 양쪽으로 솟아오른 얼음벽이 끝이나는 무렵에는 용병들과의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는 시청건물. 저 안에 클라리와 소피,티티가 붙잡혀 있겠지. 시청 앞에 다가갈수록 클라리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이 느낌! 제일 위층인 3층, 어디 있는지 확실히 알겠다. 엘프 길드에서 잠시 보았던 설계도 상으로 걸어서 가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위치의 방이였다. 역시 시간을 벌려는 생각인가? 그렇게 마음대로 나둘수는 없지.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급함이라는 감정을 절실히 느꼈다.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런 상황에서 겪었을 심정도 그당시에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써는 절실히 이해가 갔다.
"잔느양, 마차를 부탁해요."
난 옆에 있던 잔느에게 말을 마치자 마자 3층을 향해 플라이 마법을 써서 날아올랐다. 좀 피곤해져도 상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고삐를 놓아버린 마차가 아슬아슬하게 시청 건물 바로 앞에서 멈추는 것이 보였다. 좀 무책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난 검을 뽑아든체 클라리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의 창문을 깨버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깨어진 유리 조각들이 방안에 흩어지며 난 방안에 들어서자 마자 정신을 집중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존재는 문뒤에 숨어있는 검사 두명과 방 한구석에 묶여진체 쓰러져 있는 소피와 티티..그리고 방 가운데에서 문쪽을 향해 서있었던 것을 추정되는 정장차림의 중년남자와 어제 우리 마차차를 공격을한 녀석이라 추정되는 그 회색빛 로브 차림의 마법사가 있었다. 아마 곱게 문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였던 것이겠지. 난 플라이마법으로 날아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남자는 클라리를 한팔로 잡은체 나은 손에 있는 날카로운 단도가 정신을 잃은 클라리의 목을 향해져 있었다. 클라라를 인질로하기로 결정을 했나보군. 쩝. 그런데 그 인물들은 갑자기 내가 창문을 깨며 방안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의도로 내 동료들을 납치했나?"
난 급하게 움직이느라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지만 나도 모르게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참지않고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정장차림, 저 녀석이 시장인 것 같았다. 난 녀석이 한 행동을 보면 더 사악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눈빛이나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그다지 사악한 기운이 느낌이 아니었다. 난 잠시 내가 착각한 것이 아닌가 했지만 곧 마음을 추스렸다. 정말 지금 이렇게 인질을 잡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정말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그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
"제국 경비병을 살해한 용의자의 공범들이면, 시장의 권한으로 충분히 체포할 권한이 있지."
정장차림의 시장이 나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을 했다. 법으로 나오신다 이건가? 그렇다면 황제에게 받아둔 것이 있지. 난 품속에 있던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을 했다. 이야기 속의 비밀 감사관은 훌륭한 부하들과 함께 그 모습만으로도 적들을 압도할 정도로 멋있게 등장하던데. 확실히 영웅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나마 있는 동료들은 밑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시장이 아니라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당신을 반역, 공금횡령, 사병양성, 엘프 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박탈하겠다."
내말이 끝나는 순간 문뒤에서 기습을 하려고 했던 것을 보였던 검사두명이 날향해 달려와 검을 휘둘렀다. 괜찮은 실력, 하지만 검술대회에서 제국 최상의 실력자들에 비하면 어린애들 수준이다. 난 가볍게 두명의 검을 피하며 녀석들이 수작을 부릴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빠른 움직임으로 검사들을 공격했다. 예상하지 못한 나의 움직임에 녀석들이 당황한 틈을 타 정확하게 녀석들을 베어버렸다. 검사 녀석들을 베어버리는 순간 느껴지는 마나의 움직임. 나역시 빠르게 캐스팅을 했다.
"윈드 스네이크!"
"안티 매직 셸!"
시장의 옆에 서있던 회색빛 로브의 마법사가 펼친 마법진을 주위로 바람의 기운이 몰려드는 찰나 간신히 마법을 무효화 시킬 수 있었다. 난 습관대로 칼을 들고 마법사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시장녀석이 단도를 클라리의 목에 들이대며 날향해 말을 했다.
"그래, 당신 말대로 이제 난 시장은 아니군. 그리고 고작 시장직따위에 집착은 없다. 당신이 말한 죄목이면 어짜피 죽을목숨. 사람 한명정도는 더 죽일 수 있지. 아, 정신체라고 했었나?"
시장의 말에 난 순간 멈칫해서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클라리야 평범한 검에는 상처를 입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단도에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기운, 한번도 배운적은 없지만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 괴물사냥꾼 녀석에게서 느껴지던 기운이었기에. 녀석들도 아무준비없이 함부로 정신체를 인질로 잡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은 전체적인 외모와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열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짧게 정돈되어 있어 잘 쉽게 눈에 뛰지는 않았지만 붉은색의 머리카락, 스승님과 비슷한 붉은색이었다. 붉은색 머리카락이 그리 흔하지는 않는데 벌써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세사람, 그리고 이 곳에서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시장이 마법사에의해 조종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시장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고 있는게 확실한 것 같았다. 저 눈빛, 분명히 자신의 의지를 쉽게 굽히지 않는 스타일의 눈빛. 무슨 이유였을까? 그 전까지는 선정을 했다고 했었는데, 무슨이유로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난 검을 든체 녀석과 녀석 옆의 풍계계열의 마법사를 노려보았다. 녀석도, 그리고 나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책으로는 많이 읽었었지만 내가 겪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책에서 나오는 영웅들은 이런 상황에서 잘도 인질들을 구하고 악당들을 물리치던데 나도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이번만은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시장, 원하는게 무엇인가?"
난 어쩔 수 없이 이런사황에 처했을 때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속의 전형적인 대사를 읊을 수 밖에 없었다. 성격대로라면 죽여버리고 싶은데 인질이란 존재 때문에 마음먹은 것처럼 행동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비밀 감사관, 여기서의 일은 못 본 것으로 하고 도시를 떠나라. 며칠 뒤, 인질들은 풀어주겠다."
별다른 어조의 변화 없이 녀석은 나를 향해 말을 했다. 황제의 존재에 대해서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어제의 기습은? 난 그 마법사를 쳐다보았지만 마법사는 모르는 사실인듯 묵묵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 약속을 무슨 근거로 믿지? 비겁하게 밤에 기습이나 하는 녀석들이 하는 말을."
난 어제의 일을 염두에 두고 마법사를 쳐다보며 내 이야기를 들은 시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녀석 모르고 있었던 건가? 내 기억이 맞다면 방금 사용한 마법적 기운과 어제밤의 기운은 동일했다. 마법사 저 녀석 어제의 그놈이 틀림이 없다.
"무슨 소리인가? 기습이라니!"
시장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부패에 반역까지 고려하고 있으면서 고작 기습혐의가 더 얹혀 졌다고 저렇게 정색을 하다니. 저 시장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비열하다는 평가는 받고 싶지 않다는 건가? 인질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네 녀석 옆의 마법사에게 물어봐. 어제 우리를 습격한 놈과 동일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까."
난 녀석들의 움직임에 온신경을 집중한체 녀석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한편으로는 기회를 노리며.
"하미테스, 무슨 소리인가? 나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지 않는가?"
시장은 마법사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목소리를 높여서 말을 했다. 저 마법사가 쇄뇌를 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보통 쇄뇌를 당한 사람은 그 시전자에게 절대 복종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분위기 상으로는 시장이 마법사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기운이라면. 아!"
마법사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더니. 끝에 뭔가 깨달은듯 표정이 변했다. 저 녀석이 어디서 발뺌을하려고 자기 동료까지 버려놓고 갔으면서, 그리고 좋은 정보하나를 얻었다. 마법사 녀석의 이름이 하미테스라는 것.
"쾅"
그 순간 요란한 폭파음과 함께 문이 박살이 나며 투헨드를 든 아미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황제, 그런데 황제는 검은빛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시장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훔, 저렇게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니 황제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또 다른 것 같았다. 확실히 황제는 변신의 천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황제의 뒤를 따라 잔느가 따라 들어왔다. 확실히 클라리 일당의 경우처럼 마차 안에 있는 것 보다는 따라오는게 안전할 것 같았다. 게다가 밖에는 수많은 녀석들의 병사들이 곧 있으면 다가올 것일테니 더 더욱 마차에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아미, 왜 이렇게 늦었어?"
난 황제에게 물음을 던지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대상을 아미로 틀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뭐라고 호칭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미는 무겁지도 않은지 투헨드를 손에 여전히 들고 입을 열었다.
"밑에 있던 인간들과 장치들을 해결하느라 늦었다. 주인."
목소리와 어투가 여전히 잘 연결이 안되는 아미, 역시 내가 예상 했던 대로 시간을 끌기 위해서 쓸 때 없는 장치를 많이 해뒀던 것 같다. 하지만 드래곤과 소드마스터급 여전사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듯 하다.
갑작스러운 일행의 등장에 클라리를 인질로 잡고 있던 두 사람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세명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 같고, 그렇다면 당황한 표정을 하는 이유는 아마 너무 간단하게 밑에 함정을 뚫고 아미와 황제가 올라왔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상으로 보면 거의 그냥 별 저항없이 뛰어 올라온 것과 다름 없는 속도 였으니까.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대치사항이 계속 되었다. 그런데 밑이 소란스러운 것이 시장측 용병들이 시청으로 진입을 하는 것 같은데, 이 상황을 빨리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 시장의 제의를 들어주던 아니면 녀석들을 물리치던지.
"흐아암~ 잘잤다."
시장에게 정신을 잃은 인질들의 전형적인 힘없는 모습으로 있던 클라리가 갑자기 기지개를 쭉펴는 것이, 그렇다면 슬립마법에 걸려 있었다는 말인데. 어쩐지 클라리가 곱게 잡힐일이 없지. 녀석,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어 놓고 팔자좋게 잠을 자고 있었단 말이야? 정신을 차린 클라리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자신의 목예 있는 칼을 보고는 과음을 지를줄?! 이 아니었다.
"와! 내가 인질이 되고 주인님이 날 구해주러 온거야? 나 이런 것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방금전 까지는 인질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클라리는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흑마법 기운이 나는 칼을 뻔히 보면서도 웃고 있었다. 저런 녀석을 걱정하고 있었던 내가 미쳤지 미쳤어.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그 순간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 하긴 이 상황에서 황당해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괜히 왔군."
난 클라리를 보며 한마디를 하고 클라리와 시장일당을 내버려둔체 구석에 있는 엘프들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움직이지마, 인, 인질을 죽이겠다." 시장녀석은 말을 더듬으며 말을 했지만 난 시장의 말을 무시했다. 별로 그 쪽이 잡고 있는 인질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싶었다. 분위기를 보니 클라리를 죽이려고 해도 쉽게 죽지도 않을 것같다.
"으앙! 주인님 너무해! 내가 죽어도 좋단 말이야?"
티티와 소피를 묶고 있던 줄을 풀고 있는 내 뒤로 클라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이어느껴지는 익숙한 기운, 예전에 가이우스를 한방에 날려버렸던 그 빛이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마나의 기운을 사용해서 공격을 하는 확실히 내가 구하러 올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면 알아서 해결하고 돌아왔을텐데. 쩝. 난 줄을 풀어도 여전히 꿈속을 해메고 있는 티티와 소피를 눞여놓은 후, 뒤를 돌아보니 내 생각데로 클라리의 기운에 그 마법사와 시장은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리고 날 노려보고 있는 클라리, 난 그런 클라리를 여전히 무시한체 구석에 튕겨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시장과 마법사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두사람을 향해 칼을 들어 겨누었다. 어휴, 이렇게 쉽게 끝이 날 일을 내가 왜 그렇게 마음을 졸였을까하는 후회가 들었다.
"미한시장, 사병모집, 비자금조성 무슨 목적이었나?"
벽에 등을 기댄체 주저 앉아 있는 시장은 충격이 조금씩 가라앉는듯 보였지만 말없이 날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제국 시장 정도의 월급이라면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풍족하게 잘 지낼 수 있을텐데, 뭐 때문에 반역까지?
"목적이라...하하하"
신음하듯 크지 않은 높이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는 시장, 그런데 갑자기 허탈한 웃음을 몇번 터트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클라리를 위협하기 위해 들고 있던 그 날카로운 단도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터져나오는 피, 난 전혀 뜻 밖의 일이라 당황해서 시장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살이라니! 아무리 반역은 사형이 내정되어 있다고 해도, 재판도 받기 전에!
"미한! "
가슴에 칼이 꽂혀 있는 미한을 향해 잔느가 달려갔다. 잔느는 또 무슨일이지? 난 갑작스러운 일들의 연속에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잔느, 미...안....해... 널...괴...롭...게..만드는..상황까지...가게 되어..서."
이미 미한의 가슴으로 부터 뿜어져나온 피로 바닥이 흥건히 젖고 있었다. 잔느는 자신의 옷에 피가 뭍는 것도 신경을 쓰지 않고 시장에게 매달려서 울고 있었다. 난 검을 놓아버린체...멍하니 서서 지켜볼 뿐이었다.
"미한...나보다도 당신의 일이 더 소중했던거야? 이렇게 목숨까지 버릴만큼."
시장은 사라져 가는 의식을 간신히 버티는 것 처럼 보였다. 마지막 남아있는 힘을 다쓰듯 천천히 팔을 들어 잔느의 볼을 만져주는 시장. 겉모습만 보면 아버지와 딸 같았지만 두사람의 사이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래 엘프와 인간이라는 차리를 생각하면 아마 나이도 비슷하겠지, 둘모두. 난 왠지모를 안타까움에 시장을 향해 회복마법을 썼다. 하지만 그 단도주면에 생기는 검은 막이 회복마법을 튕겨내고 있었다. 역시 흑마법계열의 검이었다. 성직자가 아닌 내 능력으로는 무리였다. 저 저주마법을 시장이 죽기 전에 푸는 것은.
"미안해...내 목숨 따위 ....보..다...더 ..소중한..일이...지만....지금 이 순간에..야 후회가 돼는군...과연 이....일이 너 보다...나에게 ..더.. 중요....했는지...잔느...행복....해야...."
시장은 거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다시한번 울음을 터트리는 잔느. 과연, 시장이 말하지 않은 그 일이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을 버릴만큼.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아왔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 예전에 스승님이 쓰러지셨을 때 느꼈던 그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 왜일까? 왜 이런 느낌이 드는건지.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 꼭 이 장면을 본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절대 그럴리가 없는데도 무엇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난 마음도 조금 진정시킬겸 시장의 식어버린 몸뚱이로 부터 고개를 돌렸다.
잠깐, 그 마법사는? 시장의 옆을 보았지만 그 곳에 있는 것은 빈 로브일 뿐이었다. 그 사이에 텔레포트를 하다니. 또 당했다는 낭패감과 안타까운 감정이 섞여 뜻모를 분노가 솟아 올랐다. 갑자기 내가 깨버린 창을 통해 밖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 난 창쪽을 향해 걸어갔다. 창 밖에는 새 갑옷과 낡은 갑옷으로 나눠진 병사들이 시청을 가운데에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특히 인상깊은 모습은 풀플레이트 차림의 기사였다. 바스타드를 들고 혼자서 새갑옷을 입은 용병 너댓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이 잔느가 말했던 한센경인 것 같다. 헌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전체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지만 장비의 열악함 때문에 쉽게 끝이 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용병녀석들도 생각 외로 실력이 좋았다. 조직력에서는 한참 떨어지지만 개개인의 실력과 장비로 낡은 갑옷의 경비병들과 전투를 벌리기고 있었다.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아이스 블레스터! 더블!"
몸상태를 생각해서 무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전처럼 그렇게 쓰러져버리면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마나를 아끼는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쏘아 보낸 얼음조각들은 용병녀석들을 혼란시키는데 충분했다. 얼음덩어리로 변해버린 몇몇의 용병과 간신히 피해 마법으로 부터는 목숨을 건졌지만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용병 녀석들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돌격!"
한센경이라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풀플레이트의 기사를 선두로 경비병들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도망치기 시작하는 용병들을 추격해 들어갔다. 일사분란한 움직임, 확실히 마법 몇방 가지고 진형을 흐트러트리는 용병들과는 질적으로 틀렸다. 평화에 많이 익숙해 졌을 텐데도 정규군들의 훈련이 그런데로 잘되있는 것같다. 하긴 저런 질서없는 용병들이 아닌 전쟁에 익숙한 정규군들과의 싸움을 지켜봐야 진정한 실력을 알겠지만...어쨌든 지금은 합격점이다. 시청 주변에는 낡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로 뒤덮이고 새갑옷을 입은 녀석들은 도망치기거나 바닥예 쓰러진 시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휴, 이제 이 곳도 서서히 정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낡은 갑옷의 병사들의 환호성.
난 다시 방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장의 시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잔느를 황제가 복면을 그대로 한체 달래주고 있었다. 그리고 슬픈 눈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클라리, 구석에 내가 눞여놨던 티티와 소피도 일어났지만 아직도 잠이 덜 깬듯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방 곳곳이 피로 얼룩이져 있었다. 예전에는 피를 뒤집어써도 그다지 꺼리낌이 없었지만 지금은 왠지 보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었다. 살인마 주제에 피에 거부감을 느끼다니.
"소피, 티티, 괜찮니?"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장면을 보지 않기 위해 반대쪽에 있는 엘프들을 쳐다 보았다. 클라리와는 다르게 두 엘프는 한참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소피와 티티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항상 늦잠을 자다보니 언제나 다른 일행들이 먼저 일어나 있었기 때문에, 소피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듯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죠? 란트.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서 잠이 든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소피는 여전히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방안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에 인상을 찌푸렸다.
"시청이야. 어제 그 마법사 녀석한테 너희들이 납치 됬었어."
소피는 바닥에서 일어서며 잠이 아직도 덜 깬 티티가 일어서는 것을 도와준 뒤 다시 날향해 말을 했다.
"그럼, 란트가 저희들을 구해주신건가요?"
소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했다. 그런데 그말을 들은 소피의 얼굴이 왜 빨갛게 되는건지, 혹시 클라리와 비슷한 생각을? 그런데 옆에 있던 티티가 나와 소피를 번갈아 보더니, 싱긋 웃음을 지었다. 흠, 저 잡종엘프가 무슨 생각으로 웃는걸까? 한 쪽에서는 울고 있고 한쪽에서는 웃고 이 모순적인 상황에서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난 내가 깨어버린 창틀에 유리 조각들을 치운 뒤에 창틀 위에 앉았다. 창밖은 병사들의 승리의 함성과 집에서 한 두명씩 나와 병사들의 대열에 동참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도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순수하게 저 환호대열만 보면 포세 트립톤에서의 축제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이 느껴졌다.
아까 용감하게 싸우던 풀플레이트의 기사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시청쪽으로 오고 있었다. 확실히 저 기사가 한센경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귀찮은 뒤처리는 저 사람에게 맏겨도 될 것 같다는 사악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비밀 감사관이라는 위치가 큰 사건을 해결한 뒤에 조용히 사라지는 역할이니까. 그렇게 해도 잘못될 것은 없었다.
“주인님아! 아깐 정말 너무 했어! 내가 인질이 되서 계속 잡혀 있어도 괜찮다는 거야?”
창틀에 앉아 있는 날 향해 울고 있는 잔느에게서 시선을 땐 클라리가 다가와 투정하듯 말을 했다.
“인질로 잡혀 있는 주제에 해벌레 하고 웃고 있는 녀석을 귀찮게 구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클라리 덕택에 쉽게 해결이 누군 자기를 걱정하느라 온힘을 다해서 달려 왔는데,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와! 이런거 해보고 싶었는데!’ 라니, 걱정을 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힝, 주인님이 그럴 수 있어?”
난 눈물이 눈에 고이는 클라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래저래 마음이 약해져 있는 지금, 저 눈물 공세를 버티기는 힘들테니까.
“정신체, 네가 잠들어 있는동안 주인이 널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며칠동안 주인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중에서 가장 강한, 그런 느낌이었다.”
고마운 아미, 방한 쪽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미가 클라리를 향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었다. 클라리 보다 더 확실히 내 감정을 느끼고 잘 이해해 주는 것 같다. 드래곤이 다르긴 다르다는 것인지. 그런데 클라리와 아미의 사이도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미의 말을 들은 클라리의 울음이 멈추지 않고 더 커져만 갔다. 아미의 말 정도면 오해는 다 풀리지 않았나? 왜 울음소리가 더 커지는 것인지.
“흑흑,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주인님이 나 같은 건 걱정하지도 않는 줄 알았잖아.”
어휴. 울보, 나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더 많은데다 훨씬 어른처럼 생겼으면서 왜 꼭 지켜줘야 할 어린애 같은 느낌이 드는건지 모르겠다. 난 손수건을 꺼내서 클라리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물론, 내가 위쪽으로 고개를 들어 쳐다보아야 했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이 이 장면을 본다면 꼭 동생이 누나를 달래주는 것 같은 모습일 것 같다.
“울보 아가씨, 많이 울면 못난이가 되버리니까 울지 마세요.”
어쨌든 클라리의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왠지 편치않았던 마음이 많이 풀어지는 것 같다. 울고 있던 클라리는 울음을 멈추고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한체로 눈을 떠서 날 쳐다보았다.
“주인님아. 힝...어! 잠깐! 그 손수건은?”
클라리가 클라리의 눈물을 닦아 주느라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보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손수건이 무슨 문제가?...잠깐 이 손수건은 공주간 손수건인데...클라리는 내손에서 잽싸게 손수건을 뺏어갔다.
“To The Pure Knight of Lily 삶의 의미를 되찾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From Princess Ary. 이거 아리 공주한테 받은 거야?“
손수건에 그런 문구가 수놓아져 있었다니? 떠나는 날, 공주에게서 받자마자 대충보고 품속에 넣어서 몰랐었다. 삶의 의미를 되찾아 줬다라. 흠, 그런데 클라리가 언제 울었냐는 듯 호전적인 눈길로 노려보고 있는 손수건을 다시 빼앗아 품속에 넣었다. 이렇든 저렇든 그래도 공주님(!)이 준건데 소중히 간직해야지.
클라리의 손에 손수건이 찢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난 조금 긴장을 해서 문쪽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계단 위로 걸어오는 사람은 한센경으로 추정되는 그 바스타드의 기사와 낡은 갑옷의 병사두명, 그리고 그들에게 묶여서 끌려오는 새갑옷의 덩치 큰 병사 한명이었다.
방안으로 들어온 기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가슴에 칼이 꽂힌체 쓰러져 있는 시장의 시체를 본 뒤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멀리서 봐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기사 역시 흰머리가 드문드문 보이는 것이 시장과 비슷한 나이 인 것 같았다.
“어느 분이 비밀 감사관 이십니까?”
역시 알아보지 못하는, 쩝. 지금 방에 있던 사람들 중에 남자는 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랬다. 하긴 여자라고 비밀 감사관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그리고 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쩔 수 없는 어린애일 뿐이니. 난 품속에서 황제가 준 두루마리를 꺼내서 펼쳤다. 빛을 뿜어내는 금빛 인주, 펼치는 사람이 나라서 문제지, 실제로 스승님이나 티베리우스 단장 같은 사람이 두루마리를 펼쳤으면 괭장히 멋있었을 것 같다.
“비밀 감사관직을 맞고 있는 사람은 접니다만, 혹시 한센경이십니까?”
난 최대한 목소리에 무게를 잡으며 중년기사를 향해 말을 했다.
“네, 전 사우스 트립톤 수비대장 한센 파브리안 입니다. 비밀 감사관께서 오셨다고 해서 누구신지 궁금했는데 생각외로 젊은 분이셨군요. 혹시 고결한 백합의 기사, 남파나단 자치령주님 아니십니까?”
내가 누군지 바로 알아버리다니, 예전에는 비밀로 다니지 않아도 소개를 받은 뒤에야 내가 누군지 아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비밀을 지켜야 하는 상황임에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그사실을?”
난 약간의 의아함을 품고 한센경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저도 검술대회 결승을 관전했었습니다. 멀리서 나마 크리센공을 뵈었는데 오늘 부하 녀석이 자치령주 님이 오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직후에 비밀 감사관께서 군사를 소집한다는 전문을 받아 혹시나 했습니다만, 한번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말을 하는 한센경으로부터 존경의 눈빛을 느꼈다. 훔,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건 조금 그렇다. 내가 착각을 한 것이겠지, 그나저나 검술대회의 효과가 이 곳까지 영향을 미치다니, 가이우스의 말이 세삼 이해가 갔다. 한센경은 그 말을 한 후 벼켜서더니 줄에 묶여 있는 그 큰 덩치의 병사를 끌어다 내 앞에 놓았다.
“이 녀석이, 용병대 대장입니다. 혹시 필요하신 정보가 있으시면 물어보십시오.”
용병대장 이란 놈은 날 쓸쩍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헛, 나같은 것 하고 상대하기 싫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데.
“어떻게 이 도시로 오게 되었나?”
용병대장 녀석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으로 날 노려보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을 바닥에 뱉었다. 조금 진정되었던 마음이 다시 폭팔하려는 것은...
“이 녀석이 감히 누구앞에서 지금...”
한센경이 들고 있던 검의 검집체로 녀석을 치려 하는 것을 제지하고 난 클라리를 뽑아 검에 살기를 가득 담에 녀석의 목에 겨누었다. 검으로부터 뿜여져 나오는 흰 기운에 방 구석 까지 밝아질 정도였다. 큰 덩치의 용병대장 녀석은 내가 클라리를 녀석의 몸에 대자마자 검의 가운을 느꼈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비밀 감사관의 권한 중에는 반역자에 대한 즉결처형 건도 있지. 이미 더럽혀진 손, 반역자 한명쯤 더 죽인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군.”
난 천천히 하지만 강한 어조로 용병대장이라는 녀석을 향해 말을 했다. 녀석은 얼굴에 공포심을 가득 뛰운체 날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신성계열의 기운은 사악할수록, 어떻게 보면 인간의 기준으로는 나 역시 사악한 존재가 저지를 행동을 수없이 저질렀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기준에서 사악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큰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알..알겠습니다. 제발..목숨만..”
용병대장은 사색이 되어서 더듬으며 말을 간신히 했다. 원래 이런 눈빛의 녀석일수록 강한 존재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자신 보다 약한 존재는 누르려고만 하는 습성이 있다.
“저..저희는 아테네이오스 주변에서 산적활동이나 용병일을 했습니다. 그런데..이 도시 시장이 용병들을 모집하고 대우도 잘해준다고 해서...근처의 무리들을 모아 산맥을 통해 이 곳까지 왔습니다.”
난 녀석의 목에 바짝 붙였던 칼을 조금 때내며 녀석의 말이 멈추자 질문을 했다.
“시장이 무슨 목적으로 군사를 모았는지는 알고있나?”
용병 녀석은 목에서 칼이 조금 떨어지자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 앚아 버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체 말을 이었다.
“모릅니다...정말 저는 모릅니다. 저희는 시장의 명령에 따리 시키는데로 행동을 할 뿐입니다. 다만 몇 달 안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대비해 두라고 하는 것을 들은 것 말고는 정말 아무 것도 모릅니다.”
용병은 아까 자신이 뱉었던 침이 몸에 뭍는 것도 모르는지 방바닥을 닦듯이 엎어져서 덜덜 떨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 절대적인 공포를 느끼는 모습, 어떻게 보면 날 걱정하거나 나를 향해 웃는 모습보다, 더 익숙한 모습임에도 왜 이렇게 마음이 편치 않을까? 내가 조금 이상해 져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안에 무슨 일이라. 시장이 죽기 전에 인질을 놓고 나에게 말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며칠 후면 인질을 풀어주겠다고 그 때까지 모르는 척 해달라고 했었지?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데 당사자가 없는 지금 정호가히는 모르겠다. 죽어버리고 사라져 버렸으니. 혹시 서류같은 것이 남아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어디선가 느껴지는 매캐한, 무언가 타는 냄세가 흘러들어왔다.
“불이야! 불이야!”
난 불길한 생각에 급히 방에서 나와 연기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내가 원래 있던 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위치에 있는 방이었다. 잠겨진 문 사이로 연기가 새어 나오며 문 밖의 낡은 옷의 병사들이 모여 당황해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난 클라리에 힘을 줘서 문을 부서버리며 문이 부서지는 순간 방안을 향해 마법을 쏘았다.
“아이스 볼트! 일레븐!”
부서진 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오려는 불기운과 수없이 많이 생겨난 얼음 조각들이 충돌했다. 하지만 불기운이 엄청난 수증기를 만들어내며 얼음 조각들에게 조금씩 밀려 방안쪽으로 들어갔다. 난 연속적으로 얼음 조각들을 몇 번 더 보내며 방전체를 거의 얼리다 싶이 하며 진화를 했다. 얼려진 방에 보이는 타버린 책장과 바닥의 서류조각으로 추정되는 재의 모습 서류창고 였던 것 같은데, 누군가 태워버렸다. 또 그 마법사의 짓인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녀석의 기운에 또 한번 치를 떨었다. 여행을 떠나자 마자부터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날 이렇게 귀찮게 만드는 것인지. 허탈하게 있는 내 뒤로 한센경이 달려 왔다.
“무슨 일입니까? 감사관님. 이 곳은 서류 보관 창고 였던 곳인데...”
“증거 인멸..”
난 한센경을 향해 짧게 말을 한 뒤 방에서 빠져 나왔다. 이렇다면 녀석들의 정체나 목적을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짆아? 어쩔수 없는 상황. 휴, 이제 비밀 감사관이 사라져야 할 차례인가? 다시 한센경과 방으로 돌아온 나는 황제에게 눈짓으로 국서로 쓸만한 종이를 달라고 했다. 황제는 정확하게 내 의도를 알아체며 빈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 주었다. 황제의 품속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두루마리가 들어있는지, 쩝. 끝도없이 마구 나오는 것 같다는 말도 안돼는 생각까지 얼핏 들 정도였다.
“저는 이만 통상의 비밀 감사관처럼 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큰 일은 대충 끝이 났고 정리는 한센경에 맞기겠습니다.”
뭔가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아 찝찝한 구석이 많이 있었지만 더 이상 알아낼 방법도 없고, 황제도 별 말 하지 앟는 것으로 볼 때, 이 정도에서 원래의 여행을 계속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감사관님. 그런데 저...부탁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만...”
나에게 무슨 부탁을...내가 들어줄만한 권력이나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난 갑자기 무슨 이란 의미의 표정으로 한센경을 쳐다 보았다.
“저...미한 시장을 거리에 효수하지 않고 묘지에 묻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적인 일이지만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 였습니다. 죄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친구를 제 손으로 효수하는 것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센경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얼핏 보이는 눈가의 물방울 하나, 한센과 시장의 사이나, 잔느와 시장의 사이나 정말 보통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서로 적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모두에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황제의 꼭두각시라고 해도 이런 결정하나쯤은 마음대로 해도 괜찮겠지?
“허락하겠습니다. 한센경. 경께서 하시고 싶으신 대로 하십시오.”
한센경은 무릎을 꿇으며 나에게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관님.” 다행히 한센경의 부하들은 그 용병대장 녀석을 끌고 나간 까닭에 보이지 않았다. 대장의 채면이 있지. 아무리 상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 난 한센경과 잔느, 시장의 시체를 뒤에 남겨 둔체 건물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정상적인 계단을 통해, 그 곳에는 아미와 황제가 올라오며 박살을 낸 여러가지 장치와 병사들의 시체가 가득 했다. 쩝, 이 많은 걸 그렇게 빨리 해결을 하고 올라왔단 말이지? 휴.
우리가 건물에서 나오자 시청앞에 모여있던 병사들과 시민들로부터 환호성이 들렸다. 나도 비밀 감사관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하나로 포함이 되는 걸까? 하지만 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힘도 없이 마차에 오르자 마자 바닥에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심적,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란트..오늘 고생 많이 했어. 너무 바빠서 말을 하지 못했었는데. 미한, 한센, 잔느 세명 모두 서로 어릴 때부터 단짝 친구였어. 나도 잘 알고 지내던 녀석들이지. 미한은 현명하고 열리한 성격 때문에 관리로 나갔고, 한센은 검술에 흥미가 많아 무관계통으로 갔지. 아마 잔느와 한센이 미한이 그렇게 변했어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지켜봤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꺼야. 아니 미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었겠지. 그런데 미한이 왜 그랬을까? 어릴 때부터 항상, 자기는 훌륭한 시장이 되어서 도시를 발전시키고 시민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었는데, 정말 왜그랬을까?”
마차에 오르자 마자 복면을 풀며 황제는 말을 했지만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짜피 나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누군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는 사실, 오늘 가장 안타까웠던 사실은 바로 그 사실이었다. 조금 더 힘이 있었더라면 하는 쓸때 없는 생각, 이미 정상적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으면서도 이럴 때마다 욕심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어떻게 보면 적이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주인, 신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법, 하물며 그 피조물인 생명체들이야.”
날향해 말을 하는 아미의 목소리...그래 그렇지. 하지만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사실이었다. 아빠도, 엄마도, 시드도...다행히 정신을 차리셨지만 스승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