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7장 리투니아(1) 시장 아렐리아-1(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4. 21. PM 12:33:34·조회 2293·추천 49
-난세는 영웅을 부른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 영웅에는 남녀의 구분 따위는 무의미하다. 그리 유명한 인물은 아니지만, 아우렐리아 폰 힐튼, 후에는 슈타이튼 공작 부인이 되는 그녀는 영웅 티베리우스 폰 힐튼의 딸로, 지탄그국 과의 전쟁 초기에 그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초대황제 세레니안느 1세와 세인트 1세의 눈부신 전적으로 인해 그 전반기의 업적은 역사속에 덮여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국가 대 국가의 전쟁에서 도시 하나의 병력, 절대적인 열세의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한 그녀가 육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마법사라는 것과, 여자였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그녀의 장군으로써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는가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금부터 그녀의 묻혀진 업적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역사속의 여자들> -그레이스 반 리투안-
며칠간의 휴식, 솔직히 걱정을 많이했지만 솔직히 이질감이 느껴질정도로 며칠간은 너무나 조용했다. 꼭, 폭풍전의 고요처럼, 아무튼 그 덕택에 다시 침대에 드러눕는게 아닐까 할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내 체력과 마나도 거의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 모두가 마차라는 편리한 교통수단의 덕택이다. 마차안에 침대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한두명 여행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 그 것까지 바라는 것은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여전히 마차바닥을 구르고 있는 황제를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외모와 말투, 성격과는 다르게 행동은 전형적인 노인네 그자체였다. 하긴 그동안 워낙 바쁘게 살아왔으니 그렇다고 이해를 해줘야 하겠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일주일동안이나 그러면 지겹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황제에게는 전혀 그런 낌새 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리투니아에도 내일 저녁이면 도착하겠네요."
난 누가 보던지 말던지 신경을 쓰지 않고 하품을 하고 있는 황제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정말 소녀 어쩌고 저쩌고 할 때는 언제고, 완전히 할머니 같다니까..
휴..요세를 떠난 이후에 단 한번도 마을에 들린적이 없었다. 그 것도 마차와 핀누나가 준 가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급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필요한 물건이 가득 차 있었으니까. 아무리 일정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한다지만, 그래도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난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기한점은 클라리역시 별다른 불평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축제 때도 선물을 한다발 양손가득 들고 들어오던 클라리가 쇼핑 충동을 어떻게 참고 있는지 모를일이었다.
"아마 그럴꺼야, 방금 카하델 마을을 지났으니."
리투니아 지역은 오로지 광활한 들판만 펼쳐져 있던 중부지역과는 다르게 평야지대라도 곳곳에 완만한 언덕들이 있었다. 마차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으로 볼 때, 또 경사길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 마차를 끌고 있는 말들, 솔직히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보통 이정도의 강행군이라면 벌써 탈진을 해버리는게 정상적인 말일텐데, 이 말들은 여전히 지치지 않고 무거운 마차를 끌고 있었다. 물론 소피와 티티가 마차를 몰면서 말들의 상태를 고려했던 점도 있었겠지만.
"으앙, 지루해."
그럼, 그렇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창 밖을 쳐다보고 있던 클라리가 소리쳤다. 잘참고 있나 했더니, 결국 삼일을 넘기지 못했다. 왠지 클라리가 나를 닥달할 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어 난 잽싸게 마부석쪽을 향해 나갔다. 티티와 엘프어로 이야기를하고 있던 소피는 날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앉을 자리를 살피다가 왠지 사이좋은 두 엘프에 대한 질투가 나서 그냥 둘 사이에 앉아 버렸다. 질투라, 나도 유치해졌지 정말.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언덕길가로 피어있는 봄들꽃들은 매번 보아도 질리지 않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들꽃들 너머로 멀리에는 사슴과 비슷하게 생긴 처음보는 동물들의 무리가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남국, 북쪽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불리는 리투니아 지역에 처음와서 느끼는 점은 기후나 자연, 모든 면에서 너무나 평온하다는 점이었다. 파나단 지역사람들로부터 동경을 받을 가치가 있을정도로.
"세리 언니! 나하고 놀자!"
"귀찮아. 클라리 너도 이런 기회에 잠이나 좀 자렴."
"흥, 내가 언니처럼 노인네인 줄 알아? 매일 누워서 잠만자게? 언니, 그러지 말고 이야기라도 해줘."
"내가 왜 노인네니? 이렇게 젊은데. 그리고 원래 미인은 잠이많은 법이란다. 하하하함. 그냥 잠이나 자야지..."
역시, 피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차 안에서 지루해진 클라리가 황제를 들볶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황제역시 만만찮은 뻔뻔함으로 클라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역시 황제답다는, 하긴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온 경력의 황제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소피, 마법은 몇서클까지 익혔어?"
회색 옷의 마법사의 기습이 있었을 때와 와이번 사건 때 소피가 보여준 마법실력은 보통은 아니었다. 클라리하고 황제의 실력이야 평소에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소피의 경우는 정말 몰랐었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상황에 따라 마법의 적절한 응용과 빠른 캐스팅은 어떻게 보면 아렐리아와 싸워도 대등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 였다.
"4서클 익스퍼트에요."
소피는 내 질문을 듣자 날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체 작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소피한테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마을에 있었을 때는 그냥 수많은 엘프 중에 특이한 엘프 중에 하나였지만 지금 소피는 그 것과는 나에게 있어서 조금 다른 존재였다. 몇 안돼는 내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존재중에 하나니까.
4서클 익스퍼트, 소피를 그 제국 마법대회에 출전을 시켰으면 상당한 성적을 거뒀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 마법대회에 참가한 엘프가 한명도 없었으니. 검술대회에 비해서 비중이 떨어지는 까닭에 마법사들의 관심을 그리 끌지 못했던 것 같다. 마법대회가 활성화되면 많이 약화되었던 제국의 마법도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마법사 길드도 부활이 될테고.
"란트, 그런데 소피가 란트 당신을..."
티티는 얼굴에 미소를 띄운체 나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소피의 팔이 내 앞을지나 티티의 입을 막아버렸다. 도대체 티티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길레 소피가 막는 걸까? 팔을 뻗어 티티의 입을 막느라 팔을 뻗었던 까닭에 함께 기울어진 소피의 얼굴 볼살이 내 입술에 스쳤다. 그 순간 소피는 화뜰짝 놀라더니 얼굴이 더욱더 빨갛게 변했다. 그리고 소피의 입에서 손을 땐 뒤 고개를 다시 푹 숙였다. 며칠 전에는 직접 키스까지 하기도 했으면서, 우연히 볼에 입술이 스친 것 가지고, 그렇게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을텐데. 솔직히 소피는 여자라는 느낌 보다는 어떻게 보면 꼭 동생같다는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소피를 볼 때는 내 얼굴이 그다지 빨갛게 되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나보다 나이가 40살 정도 많았다. 어쨌든 엘프는 엘프니까.
마차는 어느덧 언덕의 정상부분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니까 말들의 부담도 조금 덜어질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덕을 넘눈 순간 그 너머 멀리에 심상찮은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처음보는 갑옷과 무기를 든 병사들 수천이 마차를 중심으로한 수백의 병사들을 포위한체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나, 빨리 저 앞을 보세요."
난 다시 마차안으로 들어가며 황제를 향해 말을 했다. 황제는 무슨일이냐는듯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어 밖을 쳐다보더니, 탄식을 질렀다.
"이런, 지탄그 해적들이야, 포위되어 있는 병사들은 남부수비대 병사들이고, 잠깐, 저 마차는! 아무래도 아렐리아같아!"
아마 이상황에 리아인이 있었다면 아무 생각없이 달려갔을 것이란 상상을 해보며 난 어떻게 해야 되냐는 표정으로 황제를 쳐다보았다. 황제의 표정에서 아까의 그 여유로운 표정은 사라진지 옛날이었다. 다시 냉철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제국의 여황제.
"란트, 도와줘야해. 아렐리아와 수백의 병사들로는 저 많은 지탄그해적들에게 절대 이길 수 없어."
휴, 며칠간 아무런 사건도 없다고 했더니, 결국 일이 터지는구나. 아미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해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미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주인, 이번에는 본모습으로 폴리모프할 수 없다. 아직 마나가 충분치 못해서 인간의 시간으로 7일에 네번 이상 폴리모프 마법을 쓰지 못한다."
그런일이 있으면 진작에 이야기를 해야지. 난 상황이 심각해짐을 느끼며 소피에게 마차를 해적들이 있는 곳을 향해 몰고가게 했다. 최소한 저 전열을 흐트려놓을 필요는 있겠군. 난 다시 마부석 쪽으로 와서 엄청난 숫자의 지탄그해적들을 향해 캐스팅을하기 시작했다.
"블리자드"
얼음 덩어리들이 지탄그해적들의 후방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렐리아 일행이 피해를 입게 하지 않게하기 위해 범위를 그다지 넓게 하지 못한까닭에 그다지 많은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지만 해적들의 진형이 일순 혼란스러워지며, 아렐리아 일행을 향한 공격이 느슨해 졌다. 만약 아렐리아일행이 없었다면 운석소환으로 단번에 끝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워졌던 해적들은 곧 일사분란하게 진형을 정비했다. 보통해적들과는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뛰어난 지휘자 아래에서 상당한 실전경험과 훈련을 갖춘듯한 모습, 조금씩 머리가 아파왔다. 이럴 경우에는 그 지휘자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예전에 읽었던 책에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지휘자를 어떻게 제거를 하지? 기사들 처럼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탄그국 사람들은 처음보는데 지휘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고.
"소피, 클라리는 마차에서 원거리 공격 중심으로 엄호를 해줘.누나, 티티, 아미, 우리는 우선 적으로 적 대장을 찾아서 없애야 할 것 같아. 조심하고 무리다 싶으면 빨리 마차로 돌아와."
훗, 이렇게 많은 인간들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예전에는 목숨을 던져놓고 수많은 적들사이로 띄어들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는 없겠지. 클라리를 뽑자 클라리 특유의 흰빛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후방에 있던 해적들이 우리를 발견했는지 경보를 울리기 시작했다. 마차는 멈춰서고 난 마차주위에 쉴드마법을 펼쳐놓은 뒤 황제와 티티, 아미와 함께 마차에서 띄어내려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아이스 블레스터! 트리플!"
기선 제압도 할겸 최대한 체력을 아끼기 위해 일단 우리쪽을 향해 우르르 몰려오는 적병들을 향해 마법을 썼다. 수많은 얼음조각들이 나가며 해적들을 얼려버리며 길을 만들었다. 고작 네명이서 수천의 병사들 사이로 띄어들다니, 솔직히 미쳤다고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이 네명이 각각 수백의 병사들을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한번쯤 그 도박을 해보는 것도 괜찮았다.
"아이스 블레스터!"
뒤쪽에서 들리는 캐스팅, 티티였다. 티티는 나처럼 빙계계열이었지? 흠, 그런데로 꽤 많은 숫자의 조각들이 다시 열명정도의 적병을 얼려버리고 있었다. 상황파악도 할겸 일단 아렐리아가 있는 쪽을 향해 돌파해 들어가기로 했다. 지탄그 해적들을 가까이서 보니, 조금 기괴한 모습이었다. 오크들보다도 작은 키에 짙누런 피부색, 그리고 투구밑으로 보이는 얼굴은 꼭 원숭이들을 보는 것 같았다. 다행히 대부분의 병사들이 경무장차림인 까닭에 베는데 그다지 체력이 많이 들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시미터 계열의 검이나 좀 특이한 모양의 창들, 그리고 무척이나 검신이 긴 칼들이 수도 없이 공격을 해왔지만 그다지 위협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렇다면 생각외로 쉽게 끝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투력은 오크들보다 조금 약한 정도, 확실히 무기를 든 원숭이들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보니 네명은 삼각형 모양의 대형을 취하고 지탄그 해적들을 돌파하고 있었다. 활을 쏘아보네는 놈들이 몇놈 있었지만 우리를 맞추기보다는 애꿎은 같은 편을 맞추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고 전에도 보았지만 확실히 아미의 거대한 투헨드 소드는 위력적이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세네명의 병사들을 두동강을 만들어버리니. 그렇게 한참동안 휘둘렀음에도 체력은 거의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이 보였다.
적병들의 키가 작았던 까닭에 적병들 너머로, 곧 아렐리아측의 병사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보이는 전까지 상대했던 경무장의 병사들과는 다른 중무장의 지탄그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쉽게 뚫기는 힘들겠군.
"엄호해줘."
시끄러운 전투 상황 속에서도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미와 황제가 내 주위에 둘러서서 적병들을 베어버리고 있었다. 황제의 레이피어에 가늘지만 날카롭게 맺혀있는 녹빛의 검기는 전투상황이 아니었으면 상당히 아름답게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에는 그 대상이 나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들지 못했었는데...
"홀리스톰!"
황제와 아미가 엄호해 주는 동안 캐스팅을 완료한 나로부터 흰색의 구체들이 주위를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범위는 우리 일행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향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렐리아 일행과 우리 사이를 막고 있던 중무장의 지탄그 병사들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이며 우리는 아렐리아 쪽을 향해 뚫고 들어갔다. 우리가 지나온 뒤쪽은 길게 지탄그 병사들의 끝없는 시체들만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부로 내가 죽인 인간 수가 천명을 돌파했겠군
. 조금 씁쓸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늘 내가 죽인 것들은 사람이 아닌 무기를 든 원숭이일 뿐이라 자위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크리센공! 백합의 기사님!"
내 귓속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마차의 위쪽에서 녹초가 된 모습으로 서있는 아렐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백합의 기사님이 오셨다! 우리를 구하러 백합의 기사님께서 오셨다."
누군가의 외침에 아렐리아 주위에 있던 병사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내가 그렇게 유명한 인물이었나? 그리고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지는 순간 병사들을 포위하고 있던 지탄그 병사들이 한쪽으로 물러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 주위에서 질서있는 모습으로 재빠르게 철수를 하는 지탄그 병사들 역시, 평범한 해적들은 아님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지탄그 국과의 전면전?
포위하고 있던 적들이 물러서자, 체인메일에 할버드를 든 남부수비대 병사들의 기쁨에 찬 환호성이 더욱더 커졌다. 지탄그 병사들이 어느정도 물러서자 소피가 마차를 끌고 우리쪽을 향해 달려 왔다. 다행히 쉴드가 풀리거나 해서 마차에 일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군. 난 조금 마음이 놓였다. 사우스 트립톤 사건 이후로는 마차만 두고 오면 왠지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는 것이 영 불안했다.
다시 아렐리아쪽을 보니, 마차 위에 서 있던 아렐리아가 거의 그냥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플라이 마법을 써서 우리쪽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검은 복면의 황제가 아렐리아가 쓰러지기 전에 받아내었다. 얼마나 많은 마법을 사용했으면 몸이 저정도까지 됬을까? 나도 여러번 저지경이 되어 봤기 때문에 저 상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평원 저 쪽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지탄그 병사들을 보며, 난 아렐리아게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리투니아로 가던 아렐리아가 기습을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병사들과 함께 리투니아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탄그 해적들이 몰려왔어요. 꼭 기다리고 있었던 것 처럼, 저도 저렇게 많은 숫자의 해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라."
아렐리아도 혼자였다면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도망쳐 버렸으면 그만이었겠지만, 그녀의 수백의 병사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제국 두번째 크기의 도시의 시장님은 시장님이란 것인가?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아가씨 처럼 느껴지던 그녀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티베리우스 단장과 핀누나의 딸, 그래 부모가 그렇는데 아무리 여자라고 어련할까? 그리고 평범한 인간이 아닌 하프엘프니까.
"아무래도 다시 공격을 해올 것 같군요."
퇴각하거나 하지 않고 이쪽을 향한체 진형을 정비하고 있는 지탄그 병사들의 모습, 우리가 수백의 병사들을 죽였어도 아직 저쪽의 병사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저렇게 떨어져서 있는데 마법이나 써볼까? 난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동안의 휴식으로 마나도 어느정도 넉넉해 졌고, 무리하지말고 적당한 위력의 작은 메테오를 날려버리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지 않으면 저들을 쉽게 물리치지 못할 것 같았다. 난 전과는 다르게 집중을 해서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사용은 연습용, 두번째는 위협용이었지만 지금은 실제로 사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절을 잘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우리까지 날려가버릴 수가 있다.
"메테오"
직접 사용을 해보는 것은 세번째, 잘 날아가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걱정한 것과는 다르게 다행히도 하늘에서 생긴 적당한 크기의 돌덩이가 적병들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큭, 정식으로 사용을 해서 그런지 마나가 빠져나가는 양이 장난이 아니군. 약간의 현기증이 들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휴, 이번에는 대량 살육인가? 정말 이러다가는 진짜 살인마가 되겠군.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병사들 주위로 쉴드를 추가로 배치했다. 갑작스러운 운석의 출현에 멀리 질서정연하게 있던 지탄그 병사들이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지탄그 병사들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니 정말 사람이 아니라 꼭 원숭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생겼다. 떨어지는 운석을 향해 아주 긴 검을 든 중무장의 지탄그 병사한명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마법을 쓰지 않은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높이까지 올라간 그 병사는 말도 안되게 운석을 자신의 긴 검으로 베어버리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일이? 나를 비롯한 우리쪽의 수많은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양쪽으로 나눠진 운석은 방향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추락을 하였다.
"세상에! 메테오를 갈라버리다니..."
힘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아렐리아의 눈이 커지며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나마 아렐리아도 마법사니까, 저런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알고 있긴 있었겠구나. 그리고 메테오 소동이 끝이난 후 갑자기 지탄그 병사들의 진형 쪽에서 두명의 긴칼을 든, 아까 운석을 베어버린 병사와 비슷한 복장의 병사가 우리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진정한 무사라면 비겁한 술수를 쓰지말고 정당하게 검술을 통해 승부를 겨루자!"
그 중 한 병사가 말을 했다. 확실히 원숭이같이 생긴 다른 사병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생긴 것도 그런데로 잘생겼다고 할 정도였고 기품이 있다고 말을 해야 하나? 대충 그런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무사라. 전사나 기사라 칭하는 것은 많이 들어봤어도 무사란 단어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훗, 검술로 승부하는 것이야 내가 바라던 점이지. 슬쩍 황제를 쳐다보니 내가 말을 해라는 눈치였다.
"좋다. 조건은?"
나도 혹시나 함정이 있을까 조심하며, 우리쪽 병사들이 있는 곳에서 나와그 병사들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가며 말을 했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 검은 복면을 한체 걸어오는 황제.
"우리가 승리할 경우, 리투니아 시장의 신변을 우리에게 인도해라.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보장하겠다."
아까 입을 열었던 스스로 무사라고 칭하던 지탄그 병사가 입을 열었다. 아렐리아를 넘겨라..뭐 아렐리아 정도면 잡혀가더라도 적당히 알아서 도망쳐 나오겠지. 리아인한테 미안하지만..이 상황에서 계속 싸우면 우리가 불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저 무사라는 작자들이 지휘관 급인 것 같은데 이 기회에 제거를 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좋다. 그럼 우리의 조건은 우리가 이길 경우 두명 모두 인질겸 포로로 생포해 가겠다. 조건을 받아들이겠나?"
황제와 나 두사람과 지탄그 무사 두명은 가까운 거리에 마주섰다. 고민을 하던 지탄그 무사는 입을 열었다.
"좋다. 당신들이 우리와 상대할 자들인가?"
난 고개를 끄덕했다. 무사는 심각한 표정을 짖더니 나와 황제를 보며 말을 했다.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소년과 여인네라. 대결전에 통성명이나 하도록 합시다."
소년과 여인네가 어때서? 실력이야 아까 병사들을 돌파하며 충분히 검증을 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리고 무사는 갑자기 존칭을 사용하였다. 지탄그의 법도인가? 대결상대에 대한 존중차원인 것 같은데, 난 별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탄그 서부 원정대 선발대장 고니시 유키나가입니다."
"부장 가토 기요마사 입니다."
확실히 우두머리급이었다. 서부 원정대라. 이 것으로 확실해 졌다. 지탄그 군단은 해적이 아니라 정규군이란 사실, 절도 있는 그리고 예의가 있는 말투, 확실히 보통 인물들은 아니었다. 더더욱이 해적 두목으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인물들이었으니까.
"남파나단 자치령주 제국 서열 5위 란트 크리센입니다."
"부관 세리 슈타이튼 입니다."
황제와 내 소개를 들은 선발대장이란 무사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옆에 있는 사람이 황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욱더 놀라겠지. 그런데 세상에 황제가 내 부관이라니? 전 리투안이 뒤집어질 일이군. 쩝, 난 황제를 쳐다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상대로서 부족함은 없겠군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는 지탄그 무사, 지탄그 무사들이 검을 서서히 뽑아들고 나역시 클라리를 뽑았다. 빛나는 검, 난 조금 긴장을하며 내가 상대할 지탄그 무사의 실력도 알아볼겸 먼저 공격을 들어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절단할 정도라면, 확실히 보통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가 중무장이니, 기사들을 상대할 때처럼 빠른 공격 중심으로 공격을 해 나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몸을 낮게해서 검술대회 때처럼 상대의 하체부분을 노리고 공격을 했다. 하지만 상대는 내가 휘두르는 검을 생각 외로 빠른 속도로 피하며 빈틈이 생긴 내 오른쪽 어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햇빛에 반짝이는 진남색 검신, 무척이나 차갑다는 느낌이 드는 검이었다. 난 멈추지 않고 다만 이동하던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상대의 검을 피했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상대의 검기, 아슬아슬했다. 검신이 길다는 것은 그다지 크게 고려하지 않았는데, 무시할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호흡을 고르며 뒤쪽으로 물러섰다. 큰 빈틈이 느껴지지 않는 절도있는 검술, 저런 검술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기사들처럼 힘을 중심으로한 공격도 아니었고, 꼭 어떻게 보면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물론, 천박한 춤이 아닌, 뭐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하는 그런 춤들.
이번에는 상대편에서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긴 검신, 빠른 속도. 운석도 잘라내는 것으로 볼 때, 미스릴 갑옷이라고 안심을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정수리를 향해 빠르게 내려치는 공격 난 클라리를 들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그 순간 손을 통해 전해지는 엄청난 압력, 장난이 아니었다. 리아인이 사용하던 그 메테오를 흉내낸 검술을 그 자리에서 가만히 막으면 이정도의 충격이 전해질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 황제한테 건틀렛을 받아 손에 차기를 잘했지. 안그랬으면 이번에도 손 피부가 벗겨졌을 것 같다. 하긴 내가 차고 있는 건틀렛도 보통 건틀렛은 아니니까. 여러가지 보조마법이 잔뜩 걸려있는, 훔. 좀 비겁한가? 뭐, 목숨이 걸린 전쟁터에서 죽고나서 후회한들 무엇하리? 미리 조심을 하는게 났지.
몇번의 공격의 주고받음이 있었지만 쉽게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강하다, 확실히 강하다. 티베리우스 단장과 거의 대등할 것 같은 실력, 그리고 전체적인 기술이나 실력보다 더 두려운 것이 그에게서 느껴지는 실전 경험이었다. 어떻게 보면, 리아인이나 세인트와는 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잠시 딴생각을 한 까닭일까, 상대의 검의 움직임을 놓쳐버렸다. 젠장. 난 되도록이면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곧이어 들어오는 공격 긴 검신의 끝이 내 옷을 스치며 옷이 찢어저 버렸다. 난 놀란 마음을 조금 진정하며 상대를 쳐다보았다. 검을 든 후부터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 그의 표정, 조금 표정의 변화가 느껴질만도 했지만 그에게는 약간의 감정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유리할 때나 불리한 상황에서나.
옆에서도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여전히 들리는 것으로 볼 때, 아직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빨리 승부를 내고 혹시나 황제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 하는데, 이사람에게도 통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시도를 해봐야 하겠다. 잔상 공격. 난 여섯개로 나눠서 공격을 했다. 주로 몸 중앙부분을 노린 공격, 검신이 길기 때문에 손의 이동범위인 몸 중앙 근처에는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추정아래.
여섯개로 나눠진 공격, 양쪽 허벅지와 가슴, 그리고 복부와 양 옆구리,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지탄그 무사는 공격을 정확하게 다 막아내고 있었다. 공격이 실패했다. 난 검술이 막히자마자 역습을 대비해 뒤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검사는 날 추격해 오지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입에서 피를 토해내는 지탄그 무사. 무슨 일이지? 난 혹시나 기습에 조심하며 검사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검사는 검을 바닥에 꽂은 뒤, 가슴을 움켜쥔체 일어섰다.
"쿨럭, 쿨럭, 졌습니다."
분명히 질 상황이 아니었는데...하지만 가까이 접근해서 보니, 생각외로 상대의 나이가 많아 보였다. 워낙 잘생긴 얼굴에다 황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품때문에 그다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흰머리나 주름이나 티베리우스 단장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쓰러진 이유는 아마도 지병때문인 것같다. 확실히 몸상태나 분위기가 그랬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무표정 그대로였다. 억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사정을 바줄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난 마법으로 그를 묶으며 그의 검을 바닥에서 뽑아서 얼음으로 얼려버렸다. 나중에 마차에가서 배낭에다 넣어서 보관해둬야지.
옆을 보니 황제와 그 상대의 대결 역시 치열했다. 저렇게 계속 시간을 끌다가는 체력이 모자란 황제가 불리할 텐데, 난 그생각을 하며 두명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황제가 빠르게 공격을 들어가면 황제의 상대는 뒤로 피하며 그 위력을 약화 시키고 다시 빈틈을 노려 공격을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황제의 비장의 기술이 하나 남아있을테니까. 하지만 그 생각을 하는 순간 황제는 상대의 공격을 맞으며 뒤쪽을 튕겨나가 버렸다. 이런, 저녀석 다른 사람들이 알면 죽은 목숨이다. 제국의 황제한테 저렇게, 쩝. 하긴 나도 예전에 그런 기억이 있지만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와 싸웠을 때와는 다르게 오랜시간동안 황제가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황제를 향해 그 무사가 검을들고 공격을 들어갔다. 난 만약을 대비해 쉴드 마법을 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무사가 황제와 어느정도 가까워 졌을 때, 황제가 검을 들더니 엄청난 양의 녹색의 검기를 뿜어내었다.
"포인트 스트라이크!"
황제의 짧은 외침과함께, 황제의 검은 상대의 검을 부러뜨리며 그 후에는 갑옷을 뚫고 들어가버렸다. 그럼 그렇지 황제가 쉽게 질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황제는 상대를 찌른 후 검을 놓치며 쓰러져 버렸다. 우리쪽 병사들에게 터져나오는 환호성, 승리를 하긴 한 것이다.
휴, 황제가 쓰러진 것은 체력의 한계였을까? 아니면 나이 때문이었을까? 상대는 심장을 관통당한 듯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아무래도 죽었겠군. 난 황제에게 다가가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창백해진 황제의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난 두건을 풀어서 황제의 호흡이 편하도록 만들었다. 정신을 잃은 모습, 이 모습을 보고 누가 나이가 50먹은 할머니라고 생각을 할까? 꼭 어느나라 공주님 같은데, 나도 나이에 비해 외형적인 성장이 느린편인데 나중에 황제처럼 되버리는게 아닐까? 흠. 난 그래도 황제와 같은 행동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도록 해야지. 뭐? 나도 똑 같이 될 거라고? 흠흠. 아니, 절대 그럴리가 없지.
검술, 확실히 황제는 기술은 괜찮은데 체력적인 면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황제가 정신을 차릴 생각을 안하는데, 황제를 어떻게 들고 움직이지? 위대하신 이 분을 감히 자치령주가 안고 갈 수도 없고, 그런데 사람이 쓰러졌는데 구하러 올 생각을 안한다. 그대신에 병사들이 도망치고 있는 지탄그 병사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정말. 나중에 황제한테 이 모습을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야지. 하지만 확실히 지휘관이 없는 지탄그 병사들은 쉽게 무너져 버리고 있었다. 4분의 일정도 밖에 안되는 병사들에게 도망치다니.
어쩔 수 없겠다. 난 황제를 안아들고 원정대장이라고 했던 지탄그병사를 묶은 마법의 끈은 허리에 맨체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이기긴 이겼네, 하지만 지탄그와의 전면전이라니, 난 내 뒤에 있는 무사가 메테오를 나눠버리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반란과 전면전, 난 무엇인가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 그리고 중요한건 제국의 핵심 관료중 첩자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움직임이나 아렐리아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적에게 흘릴 수 있는, 그렇지 않다면 그런대로 내륙지역인 이 곳까지 지탄그국의 정규군이 올일은 없을 것이다. 잘못하다간 고립될 수도 있으니까.확실한 정보가 있었기에 아렐리아를 노리고 군대가 움직였떤 것이다. 뭐, 안되면 포로로 잡은 이 원정대장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휴, 그냥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왠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며칠간의 휴식, 솔직히 걱정을 많이했지만 솔직히 이질감이 느껴질정도로 며칠간은 너무나 조용했다. 꼭, 폭풍전의 고요처럼, 아무튼 그 덕택에 다시 침대에 드러눕는게 아닐까 할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내 체력과 마나도 거의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 모두가 마차라는 편리한 교통수단의 덕택이다. 마차안에 침대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한두명 여행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 그 것까지 바라는 것은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여전히 마차바닥을 구르고 있는 황제를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외모와 말투, 성격과는 다르게 행동은 전형적인 노인네 그자체였다. 하긴 그동안 워낙 바쁘게 살아왔으니 그렇다고 이해를 해줘야 하겠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일주일동안이나 그러면 지겹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황제에게는 전혀 그런 낌새 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리투니아에도 내일 저녁이면 도착하겠네요."
난 누가 보던지 말던지 신경을 쓰지 않고 하품을 하고 있는 황제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정말 소녀 어쩌고 저쩌고 할 때는 언제고, 완전히 할머니 같다니까..
휴..요세를 떠난 이후에 단 한번도 마을에 들린적이 없었다. 그 것도 마차와 핀누나가 준 가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급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필요한 물건이 가득 차 있었으니까. 아무리 일정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한다지만, 그래도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난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기한점은 클라리역시 별다른 불평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축제 때도 선물을 한다발 양손가득 들고 들어오던 클라리가 쇼핑 충동을 어떻게 참고 있는지 모를일이었다.
"아마 그럴꺼야, 방금 카하델 마을을 지났으니."
리투니아 지역은 오로지 광활한 들판만 펼쳐져 있던 중부지역과는 다르게 평야지대라도 곳곳에 완만한 언덕들이 있었다. 마차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으로 볼 때, 또 경사길로 들어서는 것 같았다. 마차를 끌고 있는 말들, 솔직히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보통 이정도의 강행군이라면 벌써 탈진을 해버리는게 정상적인 말일텐데, 이 말들은 여전히 지치지 않고 무거운 마차를 끌고 있었다. 물론 소피와 티티가 마차를 몰면서 말들의 상태를 고려했던 점도 있었겠지만.
"으앙, 지루해."
그럼, 그렇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창 밖을 쳐다보고 있던 클라리가 소리쳤다. 잘참고 있나 했더니, 결국 삼일을 넘기지 못했다. 왠지 클라리가 나를 닥달할 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어 난 잽싸게 마부석쪽을 향해 나갔다. 티티와 엘프어로 이야기를하고 있던 소피는 날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앉을 자리를 살피다가 왠지 사이좋은 두 엘프에 대한 질투가 나서 그냥 둘 사이에 앉아 버렸다. 질투라, 나도 유치해졌지 정말.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언덕길가로 피어있는 봄들꽃들은 매번 보아도 질리지 않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들꽃들 너머로 멀리에는 사슴과 비슷하게 생긴 처음보는 동물들의 무리가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남국, 북쪽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불리는 리투니아 지역에 처음와서 느끼는 점은 기후나 자연, 모든 면에서 너무나 평온하다는 점이었다. 파나단 지역사람들로부터 동경을 받을 가치가 있을정도로.
"세리 언니! 나하고 놀자!"
"귀찮아. 클라리 너도 이런 기회에 잠이나 좀 자렴."
"흥, 내가 언니처럼 노인네인 줄 알아? 매일 누워서 잠만자게? 언니, 그러지 말고 이야기라도 해줘."
"내가 왜 노인네니? 이렇게 젊은데. 그리고 원래 미인은 잠이많은 법이란다. 하하하함. 그냥 잠이나 자야지..."
역시, 피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차 안에서 지루해진 클라리가 황제를 들볶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황제역시 만만찮은 뻔뻔함으로 클라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역시 황제답다는, 하긴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온 경력의 황제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소피, 마법은 몇서클까지 익혔어?"
회색 옷의 마법사의 기습이 있었을 때와 와이번 사건 때 소피가 보여준 마법실력은 보통은 아니었다. 클라리하고 황제의 실력이야 평소에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소피의 경우는 정말 몰랐었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상황에 따라 마법의 적절한 응용과 빠른 캐스팅은 어떻게 보면 아렐리아와 싸워도 대등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 였다.
"4서클 익스퍼트에요."
소피는 내 질문을 듣자 날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체 작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소피한테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마을에 있었을 때는 그냥 수많은 엘프 중에 특이한 엘프 중에 하나였지만 지금 소피는 그 것과는 나에게 있어서 조금 다른 존재였다. 몇 안돼는 내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존재중에 하나니까.
4서클 익스퍼트, 소피를 그 제국 마법대회에 출전을 시켰으면 상당한 성적을 거뒀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 마법대회에 참가한 엘프가 한명도 없었으니. 검술대회에 비해서 비중이 떨어지는 까닭에 마법사들의 관심을 그리 끌지 못했던 것 같다. 마법대회가 활성화되면 많이 약화되었던 제국의 마법도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마법사 길드도 부활이 될테고.
"란트, 그런데 소피가 란트 당신을..."
티티는 얼굴에 미소를 띄운체 나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소피의 팔이 내 앞을지나 티티의 입을 막아버렸다. 도대체 티티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길레 소피가 막는 걸까? 팔을 뻗어 티티의 입을 막느라 팔을 뻗었던 까닭에 함께 기울어진 소피의 얼굴 볼살이 내 입술에 스쳤다. 그 순간 소피는 화뜰짝 놀라더니 얼굴이 더욱더 빨갛게 변했다. 그리고 소피의 입에서 손을 땐 뒤 고개를 다시 푹 숙였다. 며칠 전에는 직접 키스까지 하기도 했으면서, 우연히 볼에 입술이 스친 것 가지고, 그렇게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을텐데. 솔직히 소피는 여자라는 느낌 보다는 어떻게 보면 꼭 동생같다는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소피를 볼 때는 내 얼굴이 그다지 빨갛게 되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나보다 나이가 40살 정도 많았다. 어쨌든 엘프는 엘프니까.
마차는 어느덧 언덕의 정상부분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니까 말들의 부담도 조금 덜어질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덕을 넘눈 순간 그 너머 멀리에 심상찮은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처음보는 갑옷과 무기를 든 병사들 수천이 마차를 중심으로한 수백의 병사들을 포위한체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나, 빨리 저 앞을 보세요."
난 다시 마차안으로 들어가며 황제를 향해 말을 했다. 황제는 무슨일이냐는듯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어 밖을 쳐다보더니, 탄식을 질렀다.
"이런, 지탄그 해적들이야, 포위되어 있는 병사들은 남부수비대 병사들이고, 잠깐, 저 마차는! 아무래도 아렐리아같아!"
아마 이상황에 리아인이 있었다면 아무 생각없이 달려갔을 것이란 상상을 해보며 난 어떻게 해야 되냐는 표정으로 황제를 쳐다보았다. 황제의 표정에서 아까의 그 여유로운 표정은 사라진지 옛날이었다. 다시 냉철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제국의 여황제.
"란트, 도와줘야해. 아렐리아와 수백의 병사들로는 저 많은 지탄그해적들에게 절대 이길 수 없어."
휴, 며칠간 아무런 사건도 없다고 했더니, 결국 일이 터지는구나. 아미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해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미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주인, 이번에는 본모습으로 폴리모프할 수 없다. 아직 마나가 충분치 못해서 인간의 시간으로 7일에 네번 이상 폴리모프 마법을 쓰지 못한다."
그런일이 있으면 진작에 이야기를 해야지. 난 상황이 심각해짐을 느끼며 소피에게 마차를 해적들이 있는 곳을 향해 몰고가게 했다. 최소한 저 전열을 흐트려놓을 필요는 있겠군. 난 다시 마부석 쪽으로 와서 엄청난 숫자의 지탄그해적들을 향해 캐스팅을하기 시작했다.
"블리자드"
얼음 덩어리들이 지탄그해적들의 후방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렐리아 일행이 피해를 입게 하지 않게하기 위해 범위를 그다지 넓게 하지 못한까닭에 그다지 많은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지만 해적들의 진형이 일순 혼란스러워지며, 아렐리아 일행을 향한 공격이 느슨해 졌다. 만약 아렐리아일행이 없었다면 운석소환으로 단번에 끝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워졌던 해적들은 곧 일사분란하게 진형을 정비했다. 보통해적들과는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뛰어난 지휘자 아래에서 상당한 실전경험과 훈련을 갖춘듯한 모습, 조금씩 머리가 아파왔다. 이럴 경우에는 그 지휘자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예전에 읽었던 책에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지휘자를 어떻게 제거를 하지? 기사들 처럼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탄그국 사람들은 처음보는데 지휘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고.
"소피, 클라리는 마차에서 원거리 공격 중심으로 엄호를 해줘.누나, 티티, 아미, 우리는 우선 적으로 적 대장을 찾아서 없애야 할 것 같아. 조심하고 무리다 싶으면 빨리 마차로 돌아와."
훗, 이렇게 많은 인간들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예전에는 목숨을 던져놓고 수많은 적들사이로 띄어들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는 없겠지. 클라리를 뽑자 클라리 특유의 흰빛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후방에 있던 해적들이 우리를 발견했는지 경보를 울리기 시작했다. 마차는 멈춰서고 난 마차주위에 쉴드마법을 펼쳐놓은 뒤 황제와 티티, 아미와 함께 마차에서 띄어내려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아이스 블레스터! 트리플!"
기선 제압도 할겸 최대한 체력을 아끼기 위해 일단 우리쪽을 향해 우르르 몰려오는 적병들을 향해 마법을 썼다. 수많은 얼음조각들이 나가며 해적들을 얼려버리며 길을 만들었다. 고작 네명이서 수천의 병사들 사이로 띄어들다니, 솔직히 미쳤다고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이 네명이 각각 수백의 병사들을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한번쯤 그 도박을 해보는 것도 괜찮았다.
"아이스 블레스터!"
뒤쪽에서 들리는 캐스팅, 티티였다. 티티는 나처럼 빙계계열이었지? 흠, 그런데로 꽤 많은 숫자의 조각들이 다시 열명정도의 적병을 얼려버리고 있었다. 상황파악도 할겸 일단 아렐리아가 있는 쪽을 향해 돌파해 들어가기로 했다. 지탄그 해적들을 가까이서 보니, 조금 기괴한 모습이었다. 오크들보다도 작은 키에 짙누런 피부색, 그리고 투구밑으로 보이는 얼굴은 꼭 원숭이들을 보는 것 같았다. 다행히 대부분의 병사들이 경무장차림인 까닭에 베는데 그다지 체력이 많이 들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시미터 계열의 검이나 좀 특이한 모양의 창들, 그리고 무척이나 검신이 긴 칼들이 수도 없이 공격을 해왔지만 그다지 위협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렇다면 생각외로 쉽게 끝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투력은 오크들보다 조금 약한 정도, 확실히 무기를 든 원숭이들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보니 네명은 삼각형 모양의 대형을 취하고 지탄그 해적들을 돌파하고 있었다. 활을 쏘아보네는 놈들이 몇놈 있었지만 우리를 맞추기보다는 애꿎은 같은 편을 맞추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고 전에도 보았지만 확실히 아미의 거대한 투헨드 소드는 위력적이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세네명의 병사들을 두동강을 만들어버리니. 그렇게 한참동안 휘둘렀음에도 체력은 거의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이 보였다.
적병들의 키가 작았던 까닭에 적병들 너머로, 곧 아렐리아측의 병사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보이는 전까지 상대했던 경무장의 병사들과는 다른 중무장의 지탄그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쉽게 뚫기는 힘들겠군.
"엄호해줘."
시끄러운 전투 상황 속에서도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미와 황제가 내 주위에 둘러서서 적병들을 베어버리고 있었다. 황제의 레이피어에 가늘지만 날카롭게 맺혀있는 녹빛의 검기는 전투상황이 아니었으면 상당히 아름답게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에는 그 대상이 나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들지 못했었는데...
"홀리스톰!"
황제와 아미가 엄호해 주는 동안 캐스팅을 완료한 나로부터 흰색의 구체들이 주위를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범위는 우리 일행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향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렐리아 일행과 우리 사이를 막고 있던 중무장의 지탄그 병사들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이며 우리는 아렐리아 쪽을 향해 뚫고 들어갔다. 우리가 지나온 뒤쪽은 길게 지탄그 병사들의 끝없는 시체들만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부로 내가 죽인 인간 수가 천명을 돌파했겠군
. 조금 씁쓸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늘 내가 죽인 것들은 사람이 아닌 무기를 든 원숭이일 뿐이라 자위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크리센공! 백합의 기사님!"
내 귓속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마차의 위쪽에서 녹초가 된 모습으로 서있는 아렐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백합의 기사님이 오셨다! 우리를 구하러 백합의 기사님께서 오셨다."
누군가의 외침에 아렐리아 주위에 있던 병사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내가 그렇게 유명한 인물이었나? 그리고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지는 순간 병사들을 포위하고 있던 지탄그 병사들이 한쪽으로 물러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 주위에서 질서있는 모습으로 재빠르게 철수를 하는 지탄그 병사들 역시, 평범한 해적들은 아님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지탄그 국과의 전면전?
포위하고 있던 적들이 물러서자, 체인메일에 할버드를 든 남부수비대 병사들의 기쁨에 찬 환호성이 더욱더 커졌다. 지탄그 병사들이 어느정도 물러서자 소피가 마차를 끌고 우리쪽을 향해 달려 왔다. 다행히 쉴드가 풀리거나 해서 마차에 일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군. 난 조금 마음이 놓였다. 사우스 트립톤 사건 이후로는 마차만 두고 오면 왠지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는 것이 영 불안했다.
다시 아렐리아쪽을 보니, 마차 위에 서 있던 아렐리아가 거의 그냥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플라이 마법을 써서 우리쪽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검은 복면의 황제가 아렐리아가 쓰러지기 전에 받아내었다. 얼마나 많은 마법을 사용했으면 몸이 저정도까지 됬을까? 나도 여러번 저지경이 되어 봤기 때문에 저 상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평원 저 쪽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지탄그 병사들을 보며, 난 아렐리아게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리투니아로 가던 아렐리아가 기습을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병사들과 함께 리투니아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탄그 해적들이 몰려왔어요. 꼭 기다리고 있었던 것 처럼, 저도 저렇게 많은 숫자의 해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라."
아렐리아도 혼자였다면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도망쳐 버렸으면 그만이었겠지만, 그녀의 수백의 병사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제국 두번째 크기의 도시의 시장님은 시장님이란 것인가?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아가씨 처럼 느껴지던 그녀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티베리우스 단장과 핀누나의 딸, 그래 부모가 그렇는데 아무리 여자라고 어련할까? 그리고 평범한 인간이 아닌 하프엘프니까.
"아무래도 다시 공격을 해올 것 같군요."
퇴각하거나 하지 않고 이쪽을 향한체 진형을 정비하고 있는 지탄그 병사들의 모습, 우리가 수백의 병사들을 죽였어도 아직 저쪽의 병사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저렇게 떨어져서 있는데 마법이나 써볼까? 난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동안의 휴식으로 마나도 어느정도 넉넉해 졌고, 무리하지말고 적당한 위력의 작은 메테오를 날려버리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지 않으면 저들을 쉽게 물리치지 못할 것 같았다. 난 전과는 다르게 집중을 해서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사용은 연습용, 두번째는 위협용이었지만 지금은 실제로 사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절을 잘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우리까지 날려가버릴 수가 있다.
"메테오"
직접 사용을 해보는 것은 세번째, 잘 날아가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걱정한 것과는 다르게 다행히도 하늘에서 생긴 적당한 크기의 돌덩이가 적병들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큭, 정식으로 사용을 해서 그런지 마나가 빠져나가는 양이 장난이 아니군. 약간의 현기증이 들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휴, 이번에는 대량 살육인가? 정말 이러다가는 진짜 살인마가 되겠군.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병사들 주위로 쉴드를 추가로 배치했다. 갑작스러운 운석의 출현에 멀리 질서정연하게 있던 지탄그 병사들이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지탄그 병사들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니 정말 사람이 아니라 꼭 원숭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생겼다. 떨어지는 운석을 향해 아주 긴 검을 든 중무장의 지탄그 병사한명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마법을 쓰지 않은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높이까지 올라간 그 병사는 말도 안되게 운석을 자신의 긴 검으로 베어버리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일이? 나를 비롯한 우리쪽의 수많은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양쪽으로 나눠진 운석은 방향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추락을 하였다.
"세상에! 메테오를 갈라버리다니..."
힘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아렐리아의 눈이 커지며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나마 아렐리아도 마법사니까, 저런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알고 있긴 있었겠구나. 그리고 메테오 소동이 끝이난 후 갑자기 지탄그 병사들의 진형 쪽에서 두명의 긴칼을 든, 아까 운석을 베어버린 병사와 비슷한 복장의 병사가 우리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진정한 무사라면 비겁한 술수를 쓰지말고 정당하게 검술을 통해 승부를 겨루자!"
그 중 한 병사가 말을 했다. 확실히 원숭이같이 생긴 다른 사병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생긴 것도 그런데로 잘생겼다고 할 정도였고 기품이 있다고 말을 해야 하나? 대충 그런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무사라. 전사나 기사라 칭하는 것은 많이 들어봤어도 무사란 단어는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훗, 검술로 승부하는 것이야 내가 바라던 점이지. 슬쩍 황제를 쳐다보니 내가 말을 해라는 눈치였다.
"좋다. 조건은?"
나도 혹시나 함정이 있을까 조심하며, 우리쪽 병사들이 있는 곳에서 나와그 병사들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가며 말을 했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 검은 복면을 한체 걸어오는 황제.
"우리가 승리할 경우, 리투니아 시장의 신변을 우리에게 인도해라.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보장하겠다."
아까 입을 열었던 스스로 무사라고 칭하던 지탄그 병사가 입을 열었다. 아렐리아를 넘겨라..뭐 아렐리아 정도면 잡혀가더라도 적당히 알아서 도망쳐 나오겠지. 리아인한테 미안하지만..이 상황에서 계속 싸우면 우리가 불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저 무사라는 작자들이 지휘관 급인 것 같은데 이 기회에 제거를 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좋다. 그럼 우리의 조건은 우리가 이길 경우 두명 모두 인질겸 포로로 생포해 가겠다. 조건을 받아들이겠나?"
황제와 나 두사람과 지탄그 무사 두명은 가까운 거리에 마주섰다. 고민을 하던 지탄그 무사는 입을 열었다.
"좋다. 당신들이 우리와 상대할 자들인가?"
난 고개를 끄덕했다. 무사는 심각한 표정을 짖더니 나와 황제를 보며 말을 했다.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소년과 여인네라. 대결전에 통성명이나 하도록 합시다."
소년과 여인네가 어때서? 실력이야 아까 병사들을 돌파하며 충분히 검증을 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리고 무사는 갑자기 존칭을 사용하였다. 지탄그의 법도인가? 대결상대에 대한 존중차원인 것 같은데, 난 별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탄그 서부 원정대 선발대장 고니시 유키나가입니다."
"부장 가토 기요마사 입니다."
확실히 우두머리급이었다. 서부 원정대라. 이 것으로 확실해 졌다. 지탄그 군단은 해적이 아니라 정규군이란 사실, 절도 있는 그리고 예의가 있는 말투, 확실히 보통 인물들은 아니었다. 더더욱이 해적 두목으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인물들이었으니까.
"남파나단 자치령주 제국 서열 5위 란트 크리센입니다."
"부관 세리 슈타이튼 입니다."
황제와 내 소개를 들은 선발대장이란 무사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옆에 있는 사람이 황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욱더 놀라겠지. 그런데 세상에 황제가 내 부관이라니? 전 리투안이 뒤집어질 일이군. 쩝, 난 황제를 쳐다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상대로서 부족함은 없겠군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는 지탄그 무사, 지탄그 무사들이 검을 서서히 뽑아들고 나역시 클라리를 뽑았다. 빛나는 검, 난 조금 긴장을하며 내가 상대할 지탄그 무사의 실력도 알아볼겸 먼저 공격을 들어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절단할 정도라면, 확실히 보통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가 중무장이니, 기사들을 상대할 때처럼 빠른 공격 중심으로 공격을 해 나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몸을 낮게해서 검술대회 때처럼 상대의 하체부분을 노리고 공격을 했다. 하지만 상대는 내가 휘두르는 검을 생각 외로 빠른 속도로 피하며 빈틈이 생긴 내 오른쪽 어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햇빛에 반짝이는 진남색 검신, 무척이나 차갑다는 느낌이 드는 검이었다. 난 멈추지 않고 다만 이동하던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상대의 검을 피했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상대의 검기, 아슬아슬했다. 검신이 길다는 것은 그다지 크게 고려하지 않았는데, 무시할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호흡을 고르며 뒤쪽으로 물러섰다. 큰 빈틈이 느껴지지 않는 절도있는 검술, 저런 검술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기사들처럼 힘을 중심으로한 공격도 아니었고, 꼭 어떻게 보면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물론, 천박한 춤이 아닌, 뭐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하는 그런 춤들.
이번에는 상대편에서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긴 검신, 빠른 속도. 운석도 잘라내는 것으로 볼 때, 미스릴 갑옷이라고 안심을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정수리를 향해 빠르게 내려치는 공격 난 클라리를 들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그 순간 손을 통해 전해지는 엄청난 압력, 장난이 아니었다. 리아인이 사용하던 그 메테오를 흉내낸 검술을 그 자리에서 가만히 막으면 이정도의 충격이 전해질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 황제한테 건틀렛을 받아 손에 차기를 잘했지. 안그랬으면 이번에도 손 피부가 벗겨졌을 것 같다. 하긴 내가 차고 있는 건틀렛도 보통 건틀렛은 아니니까. 여러가지 보조마법이 잔뜩 걸려있는, 훔. 좀 비겁한가? 뭐, 목숨이 걸린 전쟁터에서 죽고나서 후회한들 무엇하리? 미리 조심을 하는게 났지.
몇번의 공격의 주고받음이 있었지만 쉽게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강하다, 확실히 강하다. 티베리우스 단장과 거의 대등할 것 같은 실력, 그리고 전체적인 기술이나 실력보다 더 두려운 것이 그에게서 느껴지는 실전 경험이었다. 어떻게 보면, 리아인이나 세인트와는 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잠시 딴생각을 한 까닭일까, 상대의 검의 움직임을 놓쳐버렸다. 젠장. 난 되도록이면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곧이어 들어오는 공격 긴 검신의 끝이 내 옷을 스치며 옷이 찢어저 버렸다. 난 놀란 마음을 조금 진정하며 상대를 쳐다보았다. 검을 든 후부터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 그의 표정, 조금 표정의 변화가 느껴질만도 했지만 그에게는 약간의 감정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유리할 때나 불리한 상황에서나.
옆에서도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여전히 들리는 것으로 볼 때, 아직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빨리 승부를 내고 혹시나 황제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 하는데, 이사람에게도 통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시도를 해봐야 하겠다. 잔상 공격. 난 여섯개로 나눠서 공격을 했다. 주로 몸 중앙부분을 노린 공격, 검신이 길기 때문에 손의 이동범위인 몸 중앙 근처에는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추정아래.
여섯개로 나눠진 공격, 양쪽 허벅지와 가슴, 그리고 복부와 양 옆구리,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지탄그 무사는 공격을 정확하게 다 막아내고 있었다. 공격이 실패했다. 난 검술이 막히자마자 역습을 대비해 뒤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검사는 날 추격해 오지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입에서 피를 토해내는 지탄그 무사. 무슨 일이지? 난 혹시나 기습에 조심하며 검사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검사는 검을 바닥에 꽂은 뒤, 가슴을 움켜쥔체 일어섰다.
"쿨럭, 쿨럭, 졌습니다."
분명히 질 상황이 아니었는데...하지만 가까이 접근해서 보니, 생각외로 상대의 나이가 많아 보였다. 워낙 잘생긴 얼굴에다 황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품때문에 그다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흰머리나 주름이나 티베리우스 단장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쓰러진 이유는 아마도 지병때문인 것같다. 확실히 몸상태나 분위기가 그랬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무표정 그대로였다. 억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사정을 바줄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난 마법으로 그를 묶으며 그의 검을 바닥에서 뽑아서 얼음으로 얼려버렸다. 나중에 마차에가서 배낭에다 넣어서 보관해둬야지.
옆을 보니 황제와 그 상대의 대결 역시 치열했다. 저렇게 계속 시간을 끌다가는 체력이 모자란 황제가 불리할 텐데, 난 그생각을 하며 두명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황제가 빠르게 공격을 들어가면 황제의 상대는 뒤로 피하며 그 위력을 약화 시키고 다시 빈틈을 노려 공격을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황제의 비장의 기술이 하나 남아있을테니까. 하지만 그 생각을 하는 순간 황제는 상대의 공격을 맞으며 뒤쪽을 튕겨나가 버렸다. 이런, 저녀석 다른 사람들이 알면 죽은 목숨이다. 제국의 황제한테 저렇게, 쩝. 하긴 나도 예전에 그런 기억이 있지만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와 싸웠을 때와는 다르게 오랜시간동안 황제가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황제를 향해 그 무사가 검을들고 공격을 들어갔다. 난 만약을 대비해 쉴드 마법을 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무사가 황제와 어느정도 가까워 졌을 때, 황제가 검을 들더니 엄청난 양의 녹색의 검기를 뿜어내었다.
"포인트 스트라이크!"
황제의 짧은 외침과함께, 황제의 검은 상대의 검을 부러뜨리며 그 후에는 갑옷을 뚫고 들어가버렸다. 그럼 그렇지 황제가 쉽게 질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황제는 상대를 찌른 후 검을 놓치며 쓰러져 버렸다. 우리쪽 병사들에게 터져나오는 환호성, 승리를 하긴 한 것이다.
휴, 황제가 쓰러진 것은 체력의 한계였을까? 아니면 나이 때문이었을까? 상대는 심장을 관통당한 듯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아무래도 죽었겠군. 난 황제에게 다가가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창백해진 황제의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난 두건을 풀어서 황제의 호흡이 편하도록 만들었다. 정신을 잃은 모습, 이 모습을 보고 누가 나이가 50먹은 할머니라고 생각을 할까? 꼭 어느나라 공주님 같은데, 나도 나이에 비해 외형적인 성장이 느린편인데 나중에 황제처럼 되버리는게 아닐까? 흠. 난 그래도 황제와 같은 행동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도록 해야지. 뭐? 나도 똑 같이 될 거라고? 흠흠. 아니, 절대 그럴리가 없지.
검술, 확실히 황제는 기술은 괜찮은데 체력적인 면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황제가 정신을 차릴 생각을 안하는데, 황제를 어떻게 들고 움직이지? 위대하신 이 분을 감히 자치령주가 안고 갈 수도 없고, 그런데 사람이 쓰러졌는데 구하러 올 생각을 안한다. 그대신에 병사들이 도망치고 있는 지탄그 병사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정말. 나중에 황제한테 이 모습을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야지. 하지만 확실히 지휘관이 없는 지탄그 병사들은 쉽게 무너져 버리고 있었다. 4분의 일정도 밖에 안되는 병사들에게 도망치다니.
어쩔 수 없겠다. 난 황제를 안아들고 원정대장이라고 했던 지탄그병사를 묶은 마법의 끈은 허리에 맨체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이기긴 이겼네, 하지만 지탄그와의 전면전이라니, 난 내 뒤에 있는 무사가 메테오를 나눠버리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반란과 전면전, 난 무엇인가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 그리고 중요한건 제국의 핵심 관료중 첩자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움직임이나 아렐리아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적에게 흘릴 수 있는, 그렇지 않다면 그런대로 내륙지역인 이 곳까지 지탄그국의 정규군이 올일은 없을 것이다. 잘못하다간 고립될 수도 있으니까.확실한 정보가 있었기에 아렐리아를 노리고 군대가 움직였떤 것이다. 뭐, 안되면 포로로 잡은 이 원정대장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휴, 그냥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왠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