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7장 리투니아(2) 시장 아렐리아-2(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5. 1. PM 11:45:58·조회 2240·추천 41
에피소드 43 시장 아렐리아-2
황제는 쓰러져서 정신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모를 이 안타까운듯한 느낌, 내가 쓰러졌을 때, 다른 사람들이 느꼈던 기분도 이런 것이었을까? 정말 제국의 황제란 사람이 그렇게 생각없이 나서다니,, 죽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거야? 말리지 않은 나 역시 문제가 있었지만 내가 말린다고 얌전히 있었을 황제가 아니니까. 정말 자는 모습만 보면, 정말 연약하디 연약한 공주님의 전형적인 모습인 까닭에 이 여자가 나이 50의 할머니에다 제국 최고의 검사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 버리곤 하는게 문제였다.
"폐하가 이렇게 되셔서 어떻게 하죠? 전 폐하가 쓰러지신 줄도 모르고 지탄그 병사들을 추격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아렐리아의 풀죽은 목소리, 아렐리아도 상당히 피곤해 보였지만 생각 외로 잘 버티고 있었다. 하프엘프라서 그런가? 나중에 리아인을 보게되면 이번 일에 대한 보수는 단단히 뜯어내야지. 흐흐.
"괜찮으시겠죠. 그나저나 시장님은 몸 상태가 괜찮으십니까?"
난 내 몸에 부담이 가지 않게 조금씩 황제에게 회복마법을 사용해주고 있었다. 보통 회복마법을 쓰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많다고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내가 사용하는 회복마법은 이상하게도 그 부작용이란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뭐, 좀 이상했지만, 최소한 내가 손해볼 것은 없으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하고 다른 점이 이 것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니까.
"네. 기사님. 전 괜찮아요. 그런데 미카양은 여행에 안오셨어요?"
이 놈의 아렐리아는 그 기사님이란 칭호를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앞에 '우리 언니의 귀여운'이란 말은 붙이지 않았기에 천만다행이지. 미카라, 그러고보니 아렐리아도 내가 미카와 동일 인물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아, 마법 수련한다고 자기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이번에는 7서클까지 마스터할 계획이라고 하던데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도 거짓말하는데, 이제는 너무 능숙해 진 것 같다. 아렐리아 한테는 사실을 말해도 좋지 않을까하지만, 아무래도 아렐리아 성격을 볼 때는 그냥 숨기는게 내 속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포로는....?"
어제 생포한 지탄그 국 무사를 아렐리아에게 인계했었는데, 포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화난다고 그세 죽여버리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내가 쳐다보자 아렐리아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마법으로 결계를 겹으로 둘러서 잡아뒀어요. 물론 검기가 나올 수 있는 뾰족한 물건은 다 제거해 놓았지요."
그런데 솔직히 그 지탄그 무사가 도망치거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의 능력으로 볼 때, 그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었느니까,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상하게도 자기 스스로 검을 던졌다. 물론, 그 검은 내가 얼려서 가방에 넣어서 잘 보관을 하고 있지만.
"그런데 정말, 기사님이랑 폐하가 아니었으면 죽을뻔 했어요. 고마워요~~!"
이 여자도 이중인격적 성향이 충분했다. 왜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 이런지 몰라. 쩝. 정확하게 분석하자면 아렐리아의 성격은 꼭, 황제와 클라리의 성격을 적당히 섞어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황제에 비해서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조금 솔직한 타입이었다. 흠, 그래도 내가 생각하던 하프엘프의 이미지와 이 힐튼 남매들의 성격과는 너무 달랐다. 음침한 클라우,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가이우스, 그리고 이 아렐리아 시장님.
"저희하고 같이 출발하셨으면 이런 일이 있으시지 않으셨을텐데..."
같이 가자고 해놓고, 아픈 사람을 그냥 버려두고 가버리다니. 난 조금 원망이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후후, 미안해요. 기사님, 휴, 이번일은 약속을 어긴 그 벌인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서두르면 모든 것을 놓치게 된다. 아버님이 항상 말씀하시던 것이었는데, 잊고 있었어요. 그 대가 치고는 너무 컸지만."
웃으며 말을하던 아렐리아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버렸다. 괜한 말을 꺼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가, 아마 그 전투 중에 죽어간 병사들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나같은 존재는 별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아렐리아한테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 병사들을 지키기 위해 확실히 보장된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할 정도였으니. 그리고 시장이라고 해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황제와 다른 아직, 20대 아가씨일 뿐이니까. 그 아렐리아보다 어린 내가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왠지 심각한 분위기에 마차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차 주위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마차를 둘러싼체 행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을 것일텐데 도 모두들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승리의 기쁨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한 기쁨인지.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그 모습을 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전쟁, 우리 마을에 쳐들어오던 녀석들을 내가 몰살시켜버리던 전투와는 다른 것이었다. 나 혼자 다치고 적들은 모두 죽여버리면 끝이나던 어떻게 보면 단순한 흐름의 전투와는 다르게 전쟁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렐리아에게 들은 것에 따르면 이번 전투에서 총 병력 500중 전사자 128명, 부상 300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상대편의 경우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약 6000여 병력중, 2600명 정도가 죽고 나머지는 도망쳐버렸다고 했다. 승기는 잡았지만 워낙 이쪽의 수가 부족하다보니 멀리까지 추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가서 확실히 마무리를 하고 오는 것이었나?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그 2600명의 전사자중 약 700여 명이 우리 일행의 네명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 이쪽의 피해도 만만찮았지만 어쨌든 승리였다.
"시장님, 그런데 리투니아에 있는 병사들의 수는 대략 어느 정도죠?"
왠지 걱정이 되었다. 아직도 아렐리아는 해적들인 줄 알고 있지만 내 예상대로 전면전이라면 6천의 병력이 선발대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약 5만여의 본군이 뒤따라 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리투니아시의 인구가 8만이라고 했으니, 시 주둔군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남부수비대를 모두 모아 대책을 세워야 했다. 물론 책에서 읽은 병법 지식이라 실전에 얼마나 적용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시 주둔군은 약 6천정도 되요. 그리고 리투니아 해군 2천명이 더 있고요. 흠, 그리고 남부수비대는 총 병력 3만5천에 해군 7천명이에요. 물론 리투니아 주둔병력은 제외한 숫자에요. 그 중에 수비 병력을 제외하고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병사수는 한 만오천명에서 2만명 정도. 원래 지휘권은 남부수비대장에게 있지만 지금 공석이라 임시로 저한테 있고요. 왜 그러세요 기사님? 혹시 남파나단 병사들을 데리고 쳐들어 오시려고 하시는건 아니죠?"
아렐리아는 심각했던 표정을 풀고, 다시 그 장난스러운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했다. 물론 말투는 장난처럼 이야기 했지만 상당히 정확한 정보를 주는 아렐리아, 그런데 2만명으로 5만명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해적들이 아닌 지탄그의 해군이 직접적으로 공격을 해온다면 고작 총 9천의 남부지역의 해군으로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시장님, 제 생각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에 수도에 지원군을 요청하십시오. 아무래도 지탄그와 전면전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포로로 잡은 상대편 대장의 직책이 선발대장이라고 스스로 말했는데, 정말 아까 그 군대가 선발대라고 할 경우, 조금있으면 본격적으로 지탄그의 본군이 쳐들어 올지도 모릅니다. 선발대의 병력이 6천이니, 본군은 최소 5만이상은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만."
내말을 들은 아렐리아의 표정이 다시 심각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아렐리아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왠만하면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이 여행의 주체는 내가 아니었으니까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다. 나중에 황제가 정신을 차리면 앞으로에대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정말, 해적이 아니라, 선발대장이라고 했었어요? 어떻게 하지? 리투니아로 남부수비대 병사들을 모우는데만 2주일 정도 걸리는데. 휴, 큰일이네? 되도록이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겠네요."
아렐리아는 마차의 창으로 통해 말을타고 있는 병사들 몇을 불러 무엇인가를 지시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급히 국서로 추정되는 종이를 꺼내서 무엇인가를 적더니, 도장을 찍은 뒤에 병사들에게 한장씩 주었다. 그리고 종이를 받은 병사들은 말을 몰아 급히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지원요청과 병사들의 소집령인 것 같은데.
"리투니아 시장님은 감사를 당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처리를 확실하게 하시는 것 을 보니, 뭐 감사에 대해 그다지 큰 걱정은 없으시겠군요."
그러고 보니, 내가 비밀 감사관이란 직책을 맡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도에서 아렐리아가 날 놀렸던 것에 대한 복수 계획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마침 황제도 정신을 잃고 있는 상태이니, 공권력 남용을 한번 해볼까? 아렐리아 역시 걱정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할 테니. 조금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줄 필요도 있을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 조금은 마음을 가라 앉힐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감사요? 훗, 꼭 기사님이 비밀 감사관이 이라도 되신 것 처럼 말씀하시네요. 뭐 뒷조사나 하고다니는 두더지 같은 비밀감사관 따위 오라고 하죠. 별로 나쁜짓을 한일도 없으니까."
아렐리아는 감사란 말에 장난스러운 말투를 그대로 유지한체 답을 했다. 그런 아렐리아의 말을 들은 클라리가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렐리아, 드디어 작전에 걸렸다. 그 대단한 클라리도 말싸움에서 누르는 아렐리아,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이길 것 같다. 난 품속에서 황제가 준 비밀 감사관 증명서를 꺼내서 펼쳤다. 증명서에서 나오는 빛이 마차안을 가득 채웠다.
"이런, 죄송합니다. 시장님, 제가 비밀감사관이라는 사실을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군요. 비밀 감사관의 경우 비상사에는 총리대신에 준하는 권한을 받는 다는 사실을 모르시진 않겠죠? 시장님. 두더지 같은 비밀감사관이란 말은 비밀감사관의 권위에 도전하는 뜻으로 알아듯겠습니다마는."
아렐리아는 내가 비밀 감사관이란 사실에 놀란듯 입을 벌린체 다물지를 못하고 있었다. 후후, 수도에서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슬슬 시작해볼까?
"비밀감사관의 권위에 도전할 경우 최대 파면까지 할 수 있다고 제국 법에 적혀 있다고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시장님. 그리고 시장님의 죄목으로는 직무 유기에 뭐, 황제 폐하의 신변을 보호하지 못한 어떻게 보면 중죄에 가까운 죄목에다..."
그 언제나 웃고 있는 포커페이스를 자랑하던 아렐리아가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클라리를 놀리는 것보다 이 쪽이 훨씬 더 재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도 정말 스스로도 느끼는 점이지만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 기사님이 비밀감사관님이셨어요? 설마 제가 비밀감사관님에 권위에 도전할리가 있겠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네?"
애교작전, 나보다 나이도 많은 여자가 애교를 부려봤자 별로 효과도 없다고요. 아렐리아 시장님! 그리고 클라리한테 하도 당한 까닭에 이제는 왠만해서는 마음이 꿈쩍도 안할 것 같다.
"곤란합니다. 이번 건은 죄목이 확실하니 수도에 보고서를 보낼 필요도 없이 이 곳에서 즉결 재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시장님. 수석 보좌관, 이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난 클라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스스로 수석 보좌관이라 자처를 했으니, 이번 만은 장단을 맞춰주겠지. 또 클라리가 엉뚱한 행동을하면 이번엔 해임시켜버려야지.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클라리는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띄우곤 큰 소리로 말을 했다. 클라리 역시, 아렐리아 한테 싸인게 많았나보군.
"비밀 감사관님의 말씀이 백번지당하십니다. 물론 사적으로는 시장님은 제 동생이지만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을 해야 하는법. 처벌은 확실하게 해야죠."
클라리는 오랫만에 내가 원하는데로 말을 해주었다. 훔 이러다가 나중에 리아인이 칼을 들고 쫓아온다거나 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뭐, 리아인이 이 사실을 알려면 한참이 지나야 될테니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아렐리아의 생명도 구해줬는데, 이정도 장난친 것 가지고 뭐라할리가...흠흠, 있겠군.
"언니도 너무해! 언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인간에 비해 성장이 느린 엘프의 피가 섞인 하프엘프라 그런지...나이에 비해 아렐리아도 정신연령이 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극히 이성적인 엘프의 피가 섞여 있어서 그런지 냉정한 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차안에 시끄러웠던 까닭인지 정신을 잃고 있던 황제가 정신을 차렸다.
"으..음...무슨 일이야?"
잠에서 덜깬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황제, 다행히 생각했던 것 보다 일찍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잠깐, 그런데 황제가 지금 깨어나면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 걸까?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라는, 으, 황제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나지,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는데, 역시 아렐리아는 재빠르게 황제를 향해 뽀르르 기어가더니 황제에게 매달렸다.
"폐하, 기사님이 자기가 비밀 감사관이라고 언니하고 짝짜꿍이 되서 저만 괴롭혀요."
황제는 눈을 비비고는 아직 잠이 떨 깬듯한 표정을 한체 아렐리아와 우리를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후 나를 향해 말을 하는 황제.
"란트, 너 설마 아렐리아까지 감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
이 상황에서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다지 하지 않던 장난을 해보려 했는데, 결국 복수는 황제 때문에 실패를 하게 되는 것일까? 난 별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숨을 쉰 뒤에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떠오르는 생각. 잠깐, 황제한테 아렐리아가 한 행동이 있었지.
"누나, 제국의 관리가 적군에게 복수하러 달려가는 일하고 황제폐하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 중에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을 해야 되죠?"
황제는 갑자기 무슨 이야기냐는 듯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말에 황제한테 붙어 있던 아렐리아가 사색이 되는 것도, 훗.
"당연히, 일단 승리한 상황이라면, 내 신변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어? 그런데 왜? 무슨일있었어? 란트."
내가 아렐리아를 슬쩍 쳐다보자 아렐리아는 얼굴이 시무룩해져서 꼭 울 것 같은 표정을하고 있었다. 이상황에서 울려버리면 진짜 리아인한테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될지도 모르니. 그냥 여기서 적당히 막아야 될 것 같다. 난 황제에게 말을 하려고 하는 클라리의 입을 막아버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누나."
아렐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황제는 왠지 미심적은 듯한 분위기에 우리들을 쳐다보았지만, 뭐 이미 상황은 종료된 것이고, 나중에 아렐리아가 놀리려고하면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다. 정말 나도 참, 정말 별짓을 다한다니까. 그래도 잠시 이상한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왠지 찝찝했던 기분이 그런데로 상쾌해 지는 것 같다. 살육, 전과 다르게 왜 이렇게 편치 않은 것인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들판 끝에 솟아오른, 리투니아의 성벽이 보이고 있었다. 포세트립톤의 웅장함과는 또다른 왠지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 분위기, 성벽만 보고 이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지만, 아무튼 도시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런 느낌이었다. 자세한 것은 안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이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렐리아를 호위하는 남부 수비대 병사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진군을 하고 있었다. 왠지 훈련이 잘되어 있는듯한 느낌, 하긴, 남부지역은 지탄그 해적들 때문에 제국 전체가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에 비해 간간히 목숨을 건 전투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온화한 기후와 풍요로운 땅 대신에 그런 희생을 치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적들 대부분은 해군들의 선에서 해결을 보기 때문에, 육지에는 그다지 많은 병력이 상륙하는 일은 없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며칠전에 상륙한 숫자는 일이백도 아닌 무려 6000에 이르는 정규 군대였다. 제국의 정찰망을 뚫고 몰래 그 정도의 병력을 상륙시키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란 추측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고 그렇다면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제국의 지휘부에 첩자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더욱더 강해지고 있었다. 도데체 누굴까?
멀리 성문앞에 몇명의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시장님이 돌아온다고 마중을 나온 것 같다. 성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중 연파랑 머리결의 한 어린꼬마가 기사들 몇명의 앞에서 말을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이는 한 열 세, 네살 정도, 하지만 입고 있는 옷차림이라던지, 기사들을 뒤에 호위로 붙인체 달려오는 것으로 볼 때, 평범한 어린애는 아닌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작위를 물려받은 귀족집 자제라도 되는 걸까? 그들이오자 우리 마차 앞에서 행군을 하고 있떤 수비대 병사들이 양쪽으로 갈라섰다. 확실히 보통인물은 아닌듯, 그리고 마차앞에서 말을 세우는 소년과 기사들. 그 소년을 가까이서 보니, 하얀 피부에 확실히 귀족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장님~!"
앞에서 오던 소년이 마차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쩝, 역시 어린애. 하긴 나하고도 그리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어린애는 어린애다.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렐리아는 마차의 창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훔, 아렐리아하고 잘 아는 사이인가?
"루이안 부시장! 그동안 고생많았죠? 미안해요.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늦어졌네요."
부시장....?! 컥, 저 꼬마가 부시장이라니? 뭐 나도 나이를 따질 처지는 아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냥 명예직이지만, 부시장이라면 실무를 맡아야 하는 위치기 때문에 능력이 없으면 뽑히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번처럼 아렐리아가 잠시 떠나 있어야 할 일이 생기면 최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리투니아의 부시장은 리투니아 시민 4만 뿐만아니라, 남부수비대, 그리고 남부지역 전역에 대해 시장 다음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린애가 부시장이라니? 시장은 이십대 초반, 부시장은 십대 초반이라. 이 도시도 괭장하군.
나하고 클라리가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렐리아는 어느세 말에서 내려 마차쪽을 향해 걸어오는 그 꼬마 부시장과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시장님, 며칠전에 지탄그 군에게 급습을 당하셨다고 들었는데, 모든 것이 다 제 불찰입니다. 어떻게 놈들이 정찰망을 뚫고 남부지역에 상륙을 할 수 있었는지."
처음의 그 외침과는 다르게 꼬마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무게잡힌 말투로 아렐리아에게 말을 했다. 왠지 혼란스러운 느낌, 예전에 내가 자치령주라는 사실을 말했을 때, 사람들이 못믿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누나, 저 꼬마가 부시장이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저 나이에 부시장을...?"
난 황제를 쳐다보며 밖에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까닭인지 여전히 힘없는 표정으로 앉아있던 황제는 나를 한번 쳐다보곤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란트, 네가 그런소리를 하다니, 정말 의외야. 저 녀석이 저렇게 보여도 열세살에 고급 관리 시험을 통과한 천재야. 흠, 자식 자랑 같아서 그렇지만, 중부지역엔 세인트, 남부지역엔 루이안이 있다고 사람들이 흔히들 말한다면 설명이 되겠어? 이제 한명을 더 추가해야 되겠네. 북부지역엔 란트."
황제의 제일 끝말은 못들은 것으로 하고, 어찌됬건, 세인트 녀석과 맏먹을 정도라 나중에 적당히 나이가 들면 가이우스나 세인트처럼 제국에서 한가닥 할지도 모를 인물이라 이거지? 훌, 어쨌든 그런 것을 떠나, 아렐리아가 마음놓고 도시를 비울 수 있을 정도라면 나이를 무시하더라도 최소한 평균 이상의 능력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니, 아니에요. 루이안, 남부지역 해안에 인적이 없는 곳이 도처에 있는데, 완벽하게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니,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루이안, 시청까지 가는동안 마차에서 그동안 리투니아 사정을 설명해 줄레요?"
"네, 시장님."
아렐리아의 또다른 말투, 아무래도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시장직을 맡았을 때, 사용하는 말투인가? 훔, 평소에 보이던 장난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 말투, 이제서야 아렐리아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존재 였다는 인식이 들었다. 만난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그 것을 느낄 수 있다니, 내가 둔한건지 아니면 아렐리아가 이상한 건지. 쩝.
루이안이란 꼬마는 아렐리아의 말에 마차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기 시작하는 마차와 군대행렬, 그런데 아렐리아는 누구 마음대로 마차에 타라 마라고 하는지 모르겠군. 지금 이 곳에는 아렐리아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이 두명이나 있는데, 그리고 한명은 무시해도 별상관이 없다고 쳐도 한사람은, 그래도 제국 최고의 권력자라는 사실. 하지만 황제는 그런일에 그다지 상관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두건도 쓰지 않은체 그냥 마차에 오르는 루이안을 쳐다보기만 하는 황제. 루이안 저 소년과는 안면이 없는건가? 두건을 쓰지 않다니, 예상했던데로 마차에 오르는 루이안은 황제를 보았지만,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아니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황제를 쳐다보는 녀석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는 정도? 어찌됬건 확실히 황제의 얼굴을 모르긴 모르는가 보군. 훔, 그래도 제국 제2도시의 부시장인데 황제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님, 안에 계신 분들은...?"
그 꼬마는 마차에 오른 뒤, 아렐리아를 향해 상당히 정중한 자세와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휴, 나도 적당히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저렇게 몸에 배인듯한 자연스러운 자세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해.
"고결한 백합의 기사,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님 일행분들이세요. 이번에 자치령주님이 아니셨다면 지탄그군에게 저희 모두가 전멸을 당했을 거에요."
저 꼬마가 과연 날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마차안에 남자는 나뿐이니. 생각했던데로 꼬마는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바로 알아봐주니, 기분은 그런데로 나쁘지 않다.
"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치령주님 전 리투니아의 부시장 루이안 이하에린 입니다."
정중한 말투, 저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는데, 반말로 대답을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저런 꼬마한테 높임을 해야 한다니. 휴.
"그 유명한 제국의 두 천재분 중 한 분이시라는 루이한 부시장을 만나게 되다니. 전 아까 시장님께서 말씀하셨던 데로 란트 크리센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녀석에 비해, 내 말투는 정중함이 상당히 떨어지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휴, 꼬마한테도 안된다는 것인가? 곁눈으로 클라리를 쳐다보니, 클라리가 이번에도 웃는 것을 참느라 고생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비웃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데. 쩝, 그리고 방금 들은 정보를 이렇게 활용하다니 나도 정말.
"아닙니다. 자치령주님, 모자란 재주하나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제국 최고의 검술실력과 옐로우로즈 다음의 마법실력을 가지고 계시는 자치령주님께 제가 경의를 표합니다."
헛, 사람이 할말이 없게 만드는군. 누가 가르쳐 줬는지는 몰라도 예절교육은 확실하게 받은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첫대면부터 이렇게 정중한 대우를 받는 것은 솔직히 난생처음인 것 같았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예절같은 것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고, 깊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정중함보다는, 두려움과 놀라움. 경외감 같은 것이 느껴졌었으니까. 그런데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이 내가 마법이 뛰어나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 걸까? 하긴 세인트에 버금가는 천재라면 정보력 또한 무시할수 없을 정도겠지. 쩝. 가이우스 녀석 이중 인격만 아니었으면 녀석도 포함 됬을텐데.
"루이안, 지탄그의 움직임에 대해서 들어온 보고는 없었나요?"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되는 아렐리아의 말투, 아렐리아는 나에대한 루이안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루이안에게 질문을 했다.
"네, 지금 생각해보니 평소와 달리 너무 조용합니다. 해적들뿐만 아니라. 지탄그의 상선들까지, 정말 이상할정도로, 그동안 해적집단의 정벌 직후 잠깐 동안의 평화기간은 있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이 정도로 해적들의 활동이 잠잠해진적은 없었습니다."
폭풍전의 적막, 그 표현이 적합한 것같다.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듯한, 지탄그와의 전면전이 점점 더 확실해 지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특별한 일은?"
"네, 다른 일은 아테네이오스에서 통상을 전면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관계가 악화된 적은 몇번 있었지만 상업국가인 아테네이오스에서 통상을 전면 거부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근 한달동안 아테네이오스가 항구를 봉쇄하고 상선을 출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헛, 또, 특이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왠지 지금의 국가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지 국가들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상업도시의 통상 거부라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라는 것은 확실하니까.
"아테네이오스...."
조용히 있던 황제가 뭔가 되씹는 듯 혼잣말을 했다. 뭔가 생각하는 듯 보이는 황제, 별일 없던 나라에 갑자기 큰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측 대책은?"
황제의 혼잣말에 황제를 흘끔 쳐다본 아렐리아는 다시 부시장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을 했다.
"일단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아테네이오스 정부는 전면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루이안은 모든 것을 머리속에 정리하고 있는 듯, 별 막힘 없이 아렐리아의 물음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꼬마라니까. 세인트 녀석도 어릴때 저랬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훔, 어쨌든 천재라 불릴만도 했다. 완벽한 준비, 저정도면 아렐리아가 안심을 하고 맡길만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렐리아. 코리안트국에 지원군을 요청하도록 해. 외교 국서와 옥세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고. 사신으로는 루이안 부시장을 보내도록 하고."
황제는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듯, 갑자기 아렐리아를 향해 냉정한 어른의 말투로 말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코리안트 국에 지원군이라니? 지탄그 외에도 무엇인가 더 큰 위험을 깨달았던 것일까? 아테네이오스의 움직임에서? 황제의 말에 루이안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원군 요청정도의 중요한 외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이 나라에서 공식적으로는 외무대신, 총리대신, 그리고 황제밖에 없으니까. 물론, 총리대신에 준하는 권한을 인정받은 비밀 감사관이나 스승님과 같이 섭정을 맡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둘 모두 공식적인 직책은 아니니까.
"폐하, 코리안트 국에 지원군을 요청하라고 하셨어요?"
아렐리아는 전혀 의외라는 듯 황제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위협을 황제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깨달았던 것일까? 경험, 하긴 황제는 전란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폐하...? 그럼 저분이?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폐하, 신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흠흠, 아렐리아나 저 꼬마나 확실히 말투가 얼굴과 연결이 잘 안된다. 황제가 노인네 말투를 사용하는 것 처럼, 어쨌든 꼬마는 사색이 되서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후후 꼬마녀석 황제하고 같은 마차에 타서 대면할 기회를 잡는건 아마 지금 이순간의 이전, 이후로 없을 것이다. 어쨌든 남부지역에서는 아렐리아가 없는 동안은 자기가 제일 높은 위치라면 위치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자기보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무려 두사람이나 등장했으니까.
"루이안 부시장, 괜찮아요. 원래 비밀 사항이었으니. 어쨌든 아렐리아 시장에게 말했듯이, 이번에 코리안트 국에 지원군을 요청하기 위한 사신으로 가줘야겠어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정식 사신단을 구성하기도 힘들고, 코리안트 국과의 예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의 고위관료중에 능력이 있는 분은 지금 상황에서는 루이안 부시장 당신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잘 해주실 수 있으시죠? 대충 상황은 알겠지만 자세한 사항은 시청에 도착한 뒤에 지시를 하도록 하죠."
황제의 차분한 하지만 위엄어린 어투에 황제를 향해 다시 한번 루이안은 고개를 숙였다. 루이안은 황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듯 했다. 하긴 나같은 놈도 알 것 같은데, 천재라 불리는 꼬마가 눈치를 채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꼬마녀석, 부시장이라면 황제의 얼굴정도는 알아둬야지. 하긴 황제를 실제로 보지 못했다면, 저사람이 황제라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 모습에서 어떻게 나이 50의 제국의 황제를 떠올릴 수 있을까? 아무리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도, 그렇다면 전에 아티에넬 요세에서는 황제를 알아볼 만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겠군.
"폐하, 아무래도 여행을 계속하는 것은 힘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하죠? 수도로 돌아가실레요?"
난 그동안 계속 품고 있던 생각을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왠지 황제가 계속 걱정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미에게 부탁을하면 하루만에 수도까지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아무래도 상황을 보니, 남부지역에 있어야 할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다급한 것은 이 곳일 테니. 만약에 지탄그와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수도에 있는 것 보다는 이 곳에 있는게 대처를 하기에 더 좋을 것 같아."
그냥 스승님을 만나기 위해 편안하게 별생각 없이 시작했던 여행이 점점 더 복잡해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것이 운명이라는 것일까? 가이우스를 만나지 않았고, 리아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마을에서 언제나처럼 침략자들을 죽이며, 그렇게 변화없는 삶을 지냈을텐데, 하지만, 그런 삶보다는 힘들더라도 지금이 훨씬 더 내게는 행복했다. 최소한 지금은 혼자는 아니니까.
그나저나 난 아무래도 평범하게 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모든 조건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내 의사와는 그다지 상관 없이 난, 그냥 내 나이의 평범한 청년처럼 가족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그렇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요즘들어 왠지 그 이루워질 수 없는 소망이 간절히 드는 것은 왜일까? 평생동안 이루워질 수 없는.
황제는 쓰러져서 정신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모를 이 안타까운듯한 느낌, 내가 쓰러졌을 때, 다른 사람들이 느꼈던 기분도 이런 것이었을까? 정말 제국의 황제란 사람이 그렇게 생각없이 나서다니,, 죽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거야? 말리지 않은 나 역시 문제가 있었지만 내가 말린다고 얌전히 있었을 황제가 아니니까. 정말 자는 모습만 보면, 정말 연약하디 연약한 공주님의 전형적인 모습인 까닭에 이 여자가 나이 50의 할머니에다 제국 최고의 검사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 버리곤 하는게 문제였다.
"폐하가 이렇게 되셔서 어떻게 하죠? 전 폐하가 쓰러지신 줄도 모르고 지탄그 병사들을 추격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아렐리아의 풀죽은 목소리, 아렐리아도 상당히 피곤해 보였지만 생각 외로 잘 버티고 있었다. 하프엘프라서 그런가? 나중에 리아인을 보게되면 이번 일에 대한 보수는 단단히 뜯어내야지. 흐흐.
"괜찮으시겠죠. 그나저나 시장님은 몸 상태가 괜찮으십니까?"
난 내 몸에 부담이 가지 않게 조금씩 황제에게 회복마법을 사용해주고 있었다. 보통 회복마법을 쓰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많다고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내가 사용하는 회복마법은 이상하게도 그 부작용이란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뭐, 좀 이상했지만, 최소한 내가 손해볼 것은 없으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하고 다른 점이 이 것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니까.
"네. 기사님. 전 괜찮아요. 그런데 미카양은 여행에 안오셨어요?"
이 놈의 아렐리아는 그 기사님이란 칭호를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앞에 '우리 언니의 귀여운'이란 말은 붙이지 않았기에 천만다행이지. 미카라, 그러고보니 아렐리아도 내가 미카와 동일 인물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아, 마법 수련한다고 자기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이번에는 7서클까지 마스터할 계획이라고 하던데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도 거짓말하는데, 이제는 너무 능숙해 진 것 같다. 아렐리아 한테는 사실을 말해도 좋지 않을까하지만, 아무래도 아렐리아 성격을 볼 때는 그냥 숨기는게 내 속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포로는....?"
어제 생포한 지탄그 국 무사를 아렐리아에게 인계했었는데, 포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화난다고 그세 죽여버리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내가 쳐다보자 아렐리아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마법으로 결계를 겹으로 둘러서 잡아뒀어요. 물론 검기가 나올 수 있는 뾰족한 물건은 다 제거해 놓았지요."
그런데 솔직히 그 지탄그 무사가 도망치거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의 능력으로 볼 때, 그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었느니까,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상하게도 자기 스스로 검을 던졌다. 물론, 그 검은 내가 얼려서 가방에 넣어서 잘 보관을 하고 있지만.
"그런데 정말, 기사님이랑 폐하가 아니었으면 죽을뻔 했어요. 고마워요~~!"
이 여자도 이중인격적 성향이 충분했다. 왜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 이런지 몰라. 쩝. 정확하게 분석하자면 아렐리아의 성격은 꼭, 황제와 클라리의 성격을 적당히 섞어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황제에 비해서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조금 솔직한 타입이었다. 흠, 그래도 내가 생각하던 하프엘프의 이미지와 이 힐튼 남매들의 성격과는 너무 달랐다. 음침한 클라우,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가이우스, 그리고 이 아렐리아 시장님.
"저희하고 같이 출발하셨으면 이런 일이 있으시지 않으셨을텐데..."
같이 가자고 해놓고, 아픈 사람을 그냥 버려두고 가버리다니. 난 조금 원망이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후후, 미안해요. 기사님, 휴, 이번일은 약속을 어긴 그 벌인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서두르면 모든 것을 놓치게 된다. 아버님이 항상 말씀하시던 것이었는데, 잊고 있었어요. 그 대가 치고는 너무 컸지만."
웃으며 말을하던 아렐리아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버렸다. 괜한 말을 꺼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가, 아마 그 전투 중에 죽어간 병사들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나같은 존재는 별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아렐리아한테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 병사들을 지키기 위해 확실히 보장된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할 정도였으니. 그리고 시장이라고 해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황제와 다른 아직, 20대 아가씨일 뿐이니까. 그 아렐리아보다 어린 내가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왠지 심각한 분위기에 마차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차 주위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마차를 둘러싼체 행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을 것일텐데 도 모두들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승리의 기쁨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한 기쁨인지.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그 모습을 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전쟁, 우리 마을에 쳐들어오던 녀석들을 내가 몰살시켜버리던 전투와는 다른 것이었다. 나 혼자 다치고 적들은 모두 죽여버리면 끝이나던 어떻게 보면 단순한 흐름의 전투와는 다르게 전쟁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렐리아에게 들은 것에 따르면 이번 전투에서 총 병력 500중 전사자 128명, 부상 300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상대편의 경우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약 6000여 병력중, 2600명 정도가 죽고 나머지는 도망쳐버렸다고 했다. 승기는 잡았지만 워낙 이쪽의 수가 부족하다보니 멀리까지 추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가서 확실히 마무리를 하고 오는 것이었나?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그 2600명의 전사자중 약 700여 명이 우리 일행의 네명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 이쪽의 피해도 만만찮았지만 어쨌든 승리였다.
"시장님, 그런데 리투니아에 있는 병사들의 수는 대략 어느 정도죠?"
왠지 걱정이 되었다. 아직도 아렐리아는 해적들인 줄 알고 있지만 내 예상대로 전면전이라면 6천의 병력이 선발대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약 5만여의 본군이 뒤따라 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리투니아시의 인구가 8만이라고 했으니, 시 주둔군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남부수비대를 모두 모아 대책을 세워야 했다. 물론 책에서 읽은 병법 지식이라 실전에 얼마나 적용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시 주둔군은 약 6천정도 되요. 그리고 리투니아 해군 2천명이 더 있고요. 흠, 그리고 남부수비대는 총 병력 3만5천에 해군 7천명이에요. 물론 리투니아 주둔병력은 제외한 숫자에요. 그 중에 수비 병력을 제외하고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병사수는 한 만오천명에서 2만명 정도. 원래 지휘권은 남부수비대장에게 있지만 지금 공석이라 임시로 저한테 있고요. 왜 그러세요 기사님? 혹시 남파나단 병사들을 데리고 쳐들어 오시려고 하시는건 아니죠?"
아렐리아는 심각했던 표정을 풀고, 다시 그 장난스러운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했다. 물론 말투는 장난처럼 이야기 했지만 상당히 정확한 정보를 주는 아렐리아, 그런데 2만명으로 5만명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해적들이 아닌 지탄그의 해군이 직접적으로 공격을 해온다면 고작 총 9천의 남부지역의 해군으로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시장님, 제 생각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에 수도에 지원군을 요청하십시오. 아무래도 지탄그와 전면전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포로로 잡은 상대편 대장의 직책이 선발대장이라고 스스로 말했는데, 정말 아까 그 군대가 선발대라고 할 경우, 조금있으면 본격적으로 지탄그의 본군이 쳐들어 올지도 모릅니다. 선발대의 병력이 6천이니, 본군은 최소 5만이상은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만."
내말을 들은 아렐리아의 표정이 다시 심각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아렐리아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왠만하면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이 여행의 주체는 내가 아니었으니까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다. 나중에 황제가 정신을 차리면 앞으로에대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정말, 해적이 아니라, 선발대장이라고 했었어요? 어떻게 하지? 리투니아로 남부수비대 병사들을 모우는데만 2주일 정도 걸리는데. 휴, 큰일이네? 되도록이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겠네요."
아렐리아는 마차의 창으로 통해 말을타고 있는 병사들 몇을 불러 무엇인가를 지시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급히 국서로 추정되는 종이를 꺼내서 무엇인가를 적더니, 도장을 찍은 뒤에 병사들에게 한장씩 주었다. 그리고 종이를 받은 병사들은 말을 몰아 급히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지원요청과 병사들의 소집령인 것 같은데.
"리투니아 시장님은 감사를 당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처리를 확실하게 하시는 것 을 보니, 뭐 감사에 대해 그다지 큰 걱정은 없으시겠군요."
그러고 보니, 내가 비밀 감사관이란 직책을 맡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도에서 아렐리아가 날 놀렸던 것에 대한 복수 계획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마침 황제도 정신을 잃고 있는 상태이니, 공권력 남용을 한번 해볼까? 아렐리아 역시 걱정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할 테니. 조금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줄 필요도 있을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 조금은 마음을 가라 앉힐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감사요? 훗, 꼭 기사님이 비밀 감사관이 이라도 되신 것 처럼 말씀하시네요. 뭐 뒷조사나 하고다니는 두더지 같은 비밀감사관 따위 오라고 하죠. 별로 나쁜짓을 한일도 없으니까."
아렐리아는 감사란 말에 장난스러운 말투를 그대로 유지한체 답을 했다. 그런 아렐리아의 말을 들은 클라리가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렐리아, 드디어 작전에 걸렸다. 그 대단한 클라리도 말싸움에서 누르는 아렐리아,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이길 것 같다. 난 품속에서 황제가 준 비밀 감사관 증명서를 꺼내서 펼쳤다. 증명서에서 나오는 빛이 마차안을 가득 채웠다.
"이런, 죄송합니다. 시장님, 제가 비밀감사관이라는 사실을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군요. 비밀 감사관의 경우 비상사에는 총리대신에 준하는 권한을 받는 다는 사실을 모르시진 않겠죠? 시장님. 두더지 같은 비밀감사관이란 말은 비밀감사관의 권위에 도전하는 뜻으로 알아듯겠습니다마는."
아렐리아는 내가 비밀 감사관이란 사실에 놀란듯 입을 벌린체 다물지를 못하고 있었다. 후후, 수도에서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슬슬 시작해볼까?
"비밀감사관의 권위에 도전할 경우 최대 파면까지 할 수 있다고 제국 법에 적혀 있다고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시장님. 그리고 시장님의 죄목으로는 직무 유기에 뭐, 황제 폐하의 신변을 보호하지 못한 어떻게 보면 중죄에 가까운 죄목에다..."
그 언제나 웃고 있는 포커페이스를 자랑하던 아렐리아가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클라리를 놀리는 것보다 이 쪽이 훨씬 더 재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도 정말 스스로도 느끼는 점이지만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 기사님이 비밀감사관님이셨어요? 설마 제가 비밀감사관님에 권위에 도전할리가 있겠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네?"
애교작전, 나보다 나이도 많은 여자가 애교를 부려봤자 별로 효과도 없다고요. 아렐리아 시장님! 그리고 클라리한테 하도 당한 까닭에 이제는 왠만해서는 마음이 꿈쩍도 안할 것 같다.
"곤란합니다. 이번 건은 죄목이 확실하니 수도에 보고서를 보낼 필요도 없이 이 곳에서 즉결 재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시장님. 수석 보좌관, 이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난 클라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스스로 수석 보좌관이라 자처를 했으니, 이번 만은 장단을 맞춰주겠지. 또 클라리가 엉뚱한 행동을하면 이번엔 해임시켜버려야지.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클라리는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띄우곤 큰 소리로 말을 했다. 클라리 역시, 아렐리아 한테 싸인게 많았나보군.
"비밀 감사관님의 말씀이 백번지당하십니다. 물론 사적으로는 시장님은 제 동생이지만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을 해야 하는법. 처벌은 확실하게 해야죠."
클라리는 오랫만에 내가 원하는데로 말을 해주었다. 훔 이러다가 나중에 리아인이 칼을 들고 쫓아온다거나 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뭐, 리아인이 이 사실을 알려면 한참이 지나야 될테니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아렐리아의 생명도 구해줬는데, 이정도 장난친 것 가지고 뭐라할리가...흠흠, 있겠군.
"언니도 너무해! 언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인간에 비해 성장이 느린 엘프의 피가 섞인 하프엘프라 그런지...나이에 비해 아렐리아도 정신연령이 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극히 이성적인 엘프의 피가 섞여 있어서 그런지 냉정한 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차안에 시끄러웠던 까닭인지 정신을 잃고 있던 황제가 정신을 차렸다.
"으..음...무슨 일이야?"
잠에서 덜깬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황제, 다행히 생각했던 것 보다 일찍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잠깐, 그런데 황제가 지금 깨어나면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 걸까?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라는, 으, 황제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나지,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는데, 역시 아렐리아는 재빠르게 황제를 향해 뽀르르 기어가더니 황제에게 매달렸다.
"폐하, 기사님이 자기가 비밀 감사관이라고 언니하고 짝짜꿍이 되서 저만 괴롭혀요."
황제는 눈을 비비고는 아직 잠이 떨 깬듯한 표정을 한체 아렐리아와 우리를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후 나를 향해 말을 하는 황제.
"란트, 너 설마 아렐리아까지 감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
이 상황에서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다지 하지 않던 장난을 해보려 했는데, 결국 복수는 황제 때문에 실패를 하게 되는 것일까? 난 별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숨을 쉰 뒤에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떠오르는 생각. 잠깐, 황제한테 아렐리아가 한 행동이 있었지.
"누나, 제국의 관리가 적군에게 복수하러 달려가는 일하고 황제폐하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 중에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을 해야 되죠?"
황제는 갑자기 무슨 이야기냐는 듯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말에 황제한테 붙어 있던 아렐리아가 사색이 되는 것도, 훗.
"당연히, 일단 승리한 상황이라면, 내 신변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어? 그런데 왜? 무슨일있었어? 란트."
내가 아렐리아를 슬쩍 쳐다보자 아렐리아는 얼굴이 시무룩해져서 꼭 울 것 같은 표정을하고 있었다. 이상황에서 울려버리면 진짜 리아인한테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될지도 모르니. 그냥 여기서 적당히 막아야 될 것 같다. 난 황제에게 말을 하려고 하는 클라리의 입을 막아버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누나."
아렐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황제는 왠지 미심적은 듯한 분위기에 우리들을 쳐다보았지만, 뭐 이미 상황은 종료된 것이고, 나중에 아렐리아가 놀리려고하면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다. 정말 나도 참, 정말 별짓을 다한다니까. 그래도 잠시 이상한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왠지 찝찝했던 기분이 그런데로 상쾌해 지는 것 같다. 살육, 전과 다르게 왜 이렇게 편치 않은 것인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들판 끝에 솟아오른, 리투니아의 성벽이 보이고 있었다. 포세트립톤의 웅장함과는 또다른 왠지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 분위기, 성벽만 보고 이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지만, 아무튼 도시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런 느낌이었다. 자세한 것은 안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이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렐리아를 호위하는 남부 수비대 병사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진군을 하고 있었다. 왠지 훈련이 잘되어 있는듯한 느낌, 하긴, 남부지역은 지탄그 해적들 때문에 제국 전체가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에 비해 간간히 목숨을 건 전투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온화한 기후와 풍요로운 땅 대신에 그런 희생을 치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적들 대부분은 해군들의 선에서 해결을 보기 때문에, 육지에는 그다지 많은 병력이 상륙하는 일은 없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며칠전에 상륙한 숫자는 일이백도 아닌 무려 6000에 이르는 정규 군대였다. 제국의 정찰망을 뚫고 몰래 그 정도의 병력을 상륙시키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란 추측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고 그렇다면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제국의 지휘부에 첩자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더욱더 강해지고 있었다. 도데체 누굴까?
멀리 성문앞에 몇명의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시장님이 돌아온다고 마중을 나온 것 같다. 성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중 연파랑 머리결의 한 어린꼬마가 기사들 몇명의 앞에서 말을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이는 한 열 세, 네살 정도, 하지만 입고 있는 옷차림이라던지, 기사들을 뒤에 호위로 붙인체 달려오는 것으로 볼 때, 평범한 어린애는 아닌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작위를 물려받은 귀족집 자제라도 되는 걸까? 그들이오자 우리 마차 앞에서 행군을 하고 있떤 수비대 병사들이 양쪽으로 갈라섰다. 확실히 보통인물은 아닌듯, 그리고 마차앞에서 말을 세우는 소년과 기사들. 그 소년을 가까이서 보니, 하얀 피부에 확실히 귀족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장님~!"
앞에서 오던 소년이 마차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쩝, 역시 어린애. 하긴 나하고도 그리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어린애는 어린애다.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렐리아는 마차의 창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훔, 아렐리아하고 잘 아는 사이인가?
"루이안 부시장! 그동안 고생많았죠? 미안해요.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늦어졌네요."
부시장....?! 컥, 저 꼬마가 부시장이라니? 뭐 나도 나이를 따질 처지는 아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냥 명예직이지만, 부시장이라면 실무를 맡아야 하는 위치기 때문에 능력이 없으면 뽑히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번처럼 아렐리아가 잠시 떠나 있어야 할 일이 생기면 최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리투니아의 부시장은 리투니아 시민 4만 뿐만아니라, 남부수비대, 그리고 남부지역 전역에 대해 시장 다음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린애가 부시장이라니? 시장은 이십대 초반, 부시장은 십대 초반이라. 이 도시도 괭장하군.
나하고 클라리가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렐리아는 어느세 말에서 내려 마차쪽을 향해 걸어오는 그 꼬마 부시장과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시장님, 며칠전에 지탄그 군에게 급습을 당하셨다고 들었는데, 모든 것이 다 제 불찰입니다. 어떻게 놈들이 정찰망을 뚫고 남부지역에 상륙을 할 수 있었는지."
처음의 그 외침과는 다르게 꼬마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무게잡힌 말투로 아렐리아에게 말을 했다. 왠지 혼란스러운 느낌, 예전에 내가 자치령주라는 사실을 말했을 때, 사람들이 못믿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누나, 저 꼬마가 부시장이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저 나이에 부시장을...?"
난 황제를 쳐다보며 밖에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까닭인지 여전히 힘없는 표정으로 앉아있던 황제는 나를 한번 쳐다보곤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란트, 네가 그런소리를 하다니, 정말 의외야. 저 녀석이 저렇게 보여도 열세살에 고급 관리 시험을 통과한 천재야. 흠, 자식 자랑 같아서 그렇지만, 중부지역엔 세인트, 남부지역엔 루이안이 있다고 사람들이 흔히들 말한다면 설명이 되겠어? 이제 한명을 더 추가해야 되겠네. 북부지역엔 란트."
황제의 제일 끝말은 못들은 것으로 하고, 어찌됬건, 세인트 녀석과 맏먹을 정도라 나중에 적당히 나이가 들면 가이우스나 세인트처럼 제국에서 한가닥 할지도 모를 인물이라 이거지? 훌, 어쨌든 그런 것을 떠나, 아렐리아가 마음놓고 도시를 비울 수 있을 정도라면 나이를 무시하더라도 최소한 평균 이상의 능력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니, 아니에요. 루이안, 남부지역 해안에 인적이 없는 곳이 도처에 있는데, 완벽하게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니,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루이안, 시청까지 가는동안 마차에서 그동안 리투니아 사정을 설명해 줄레요?"
"네, 시장님."
아렐리아의 또다른 말투, 아무래도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시장직을 맡았을 때, 사용하는 말투인가? 훔, 평소에 보이던 장난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 말투, 이제서야 아렐리아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존재 였다는 인식이 들었다. 만난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그 것을 느낄 수 있다니, 내가 둔한건지 아니면 아렐리아가 이상한 건지. 쩝.
루이안이란 꼬마는 아렐리아의 말에 마차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기 시작하는 마차와 군대행렬, 그런데 아렐리아는 누구 마음대로 마차에 타라 마라고 하는지 모르겠군. 지금 이 곳에는 아렐리아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이 두명이나 있는데, 그리고 한명은 무시해도 별상관이 없다고 쳐도 한사람은, 그래도 제국 최고의 권력자라는 사실. 하지만 황제는 그런일에 그다지 상관을 하지 않는 듯 했다. 두건도 쓰지 않은체 그냥 마차에 오르는 루이안을 쳐다보기만 하는 황제. 루이안 저 소년과는 안면이 없는건가? 두건을 쓰지 않다니, 예상했던데로 마차에 오르는 루이안은 황제를 보았지만,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아니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황제를 쳐다보는 녀석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는 정도? 어찌됬건 확실히 황제의 얼굴을 모르긴 모르는가 보군. 훔, 그래도 제국 제2도시의 부시장인데 황제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님, 안에 계신 분들은...?"
그 꼬마는 마차에 오른 뒤, 아렐리아를 향해 상당히 정중한 자세와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휴, 나도 적당히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저렇게 몸에 배인듯한 자연스러운 자세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해.
"고결한 백합의 기사, 란트 크리센 자치령주님 일행분들이세요. 이번에 자치령주님이 아니셨다면 지탄그군에게 저희 모두가 전멸을 당했을 거에요."
저 꼬마가 과연 날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마차안에 남자는 나뿐이니. 생각했던데로 꼬마는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바로 알아봐주니, 기분은 그런데로 나쁘지 않다.
"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치령주님 전 리투니아의 부시장 루이안 이하에린 입니다."
정중한 말투, 저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는데, 반말로 대답을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저런 꼬마한테 높임을 해야 한다니. 휴.
"그 유명한 제국의 두 천재분 중 한 분이시라는 루이한 부시장을 만나게 되다니. 전 아까 시장님께서 말씀하셨던 데로 란트 크리센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녀석에 비해, 내 말투는 정중함이 상당히 떨어지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휴, 꼬마한테도 안된다는 것인가? 곁눈으로 클라리를 쳐다보니, 클라리가 이번에도 웃는 것을 참느라 고생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비웃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데. 쩝, 그리고 방금 들은 정보를 이렇게 활용하다니 나도 정말.
"아닙니다. 자치령주님, 모자란 재주하나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제국 최고의 검술실력과 옐로우로즈 다음의 마법실력을 가지고 계시는 자치령주님께 제가 경의를 표합니다."
헛, 사람이 할말이 없게 만드는군. 누가 가르쳐 줬는지는 몰라도 예절교육은 확실하게 받은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첫대면부터 이렇게 정중한 대우를 받는 것은 솔직히 난생처음인 것 같았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예절같은 것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고, 깊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정중함보다는, 두려움과 놀라움. 경외감 같은 것이 느껴졌었으니까. 그런데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이 내가 마법이 뛰어나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 걸까? 하긴 세인트에 버금가는 천재라면 정보력 또한 무시할수 없을 정도겠지. 쩝. 가이우스 녀석 이중 인격만 아니었으면 녀석도 포함 됬을텐데.
"루이안, 지탄그의 움직임에 대해서 들어온 보고는 없었나요?"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되는 아렐리아의 말투, 아렐리아는 나에대한 루이안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루이안에게 질문을 했다.
"네, 지금 생각해보니 평소와 달리 너무 조용합니다. 해적들뿐만 아니라. 지탄그의 상선들까지, 정말 이상할정도로, 그동안 해적집단의 정벌 직후 잠깐 동안의 평화기간은 있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이 정도로 해적들의 활동이 잠잠해진적은 없었습니다."
폭풍전의 적막, 그 표현이 적합한 것같다.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듯한, 지탄그와의 전면전이 점점 더 확실해 지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특별한 일은?"
"네, 다른 일은 아테네이오스에서 통상을 전면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관계가 악화된 적은 몇번 있었지만 상업국가인 아테네이오스에서 통상을 전면 거부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근 한달동안 아테네이오스가 항구를 봉쇄하고 상선을 출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헛, 또, 특이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왠지 지금의 국가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지 국가들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상업도시의 통상 거부라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라는 것은 확실하니까.
"아테네이오스...."
조용히 있던 황제가 뭔가 되씹는 듯 혼잣말을 했다. 뭔가 생각하는 듯 보이는 황제, 별일 없던 나라에 갑자기 큰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측 대책은?"
황제의 혼잣말에 황제를 흘끔 쳐다본 아렐리아는 다시 부시장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을 했다.
"일단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아테네이오스 정부는 전면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루이안은 모든 것을 머리속에 정리하고 있는 듯, 별 막힘 없이 아렐리아의 물음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꼬마라니까. 세인트 녀석도 어릴때 저랬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훔, 어쨌든 천재라 불릴만도 했다. 완벽한 준비, 저정도면 아렐리아가 안심을 하고 맡길만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렐리아. 코리안트국에 지원군을 요청하도록 해. 외교 국서와 옥세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고. 사신으로는 루이안 부시장을 보내도록 하고."
황제는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듯, 갑자기 아렐리아를 향해 냉정한 어른의 말투로 말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코리안트 국에 지원군이라니? 지탄그 외에도 무엇인가 더 큰 위험을 깨달았던 것일까? 아테네이오스의 움직임에서? 황제의 말에 루이안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원군 요청정도의 중요한 외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이 나라에서 공식적으로는 외무대신, 총리대신, 그리고 황제밖에 없으니까. 물론, 총리대신에 준하는 권한을 인정받은 비밀 감사관이나 스승님과 같이 섭정을 맡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둘 모두 공식적인 직책은 아니니까.
"폐하, 코리안트 국에 지원군을 요청하라고 하셨어요?"
아렐리아는 전혀 의외라는 듯 황제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위협을 황제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깨달았던 것일까? 경험, 하긴 황제는 전란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폐하...? 그럼 저분이?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폐하, 신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흠흠, 아렐리아나 저 꼬마나 확실히 말투가 얼굴과 연결이 잘 안된다. 황제가 노인네 말투를 사용하는 것 처럼, 어쨌든 꼬마는 사색이 되서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후후 꼬마녀석 황제하고 같은 마차에 타서 대면할 기회를 잡는건 아마 지금 이순간의 이전, 이후로 없을 것이다. 어쨌든 남부지역에서는 아렐리아가 없는 동안은 자기가 제일 높은 위치라면 위치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자기보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무려 두사람이나 등장했으니까.
"루이안 부시장, 괜찮아요. 원래 비밀 사항이었으니. 어쨌든 아렐리아 시장에게 말했듯이, 이번에 코리안트 국에 지원군을 요청하기 위한 사신으로 가줘야겠어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정식 사신단을 구성하기도 힘들고, 코리안트 국과의 예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의 고위관료중에 능력이 있는 분은 지금 상황에서는 루이안 부시장 당신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잘 해주실 수 있으시죠? 대충 상황은 알겠지만 자세한 사항은 시청에 도착한 뒤에 지시를 하도록 하죠."
황제의 차분한 하지만 위엄어린 어투에 황제를 향해 다시 한번 루이안은 고개를 숙였다. 루이안은 황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듯 했다. 하긴 나같은 놈도 알 것 같은데, 천재라 불리는 꼬마가 눈치를 채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꼬마녀석, 부시장이라면 황제의 얼굴정도는 알아둬야지. 하긴 황제를 실제로 보지 못했다면, 저사람이 황제라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 모습에서 어떻게 나이 50의 제국의 황제를 떠올릴 수 있을까? 아무리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도, 그렇다면 전에 아티에넬 요세에서는 황제를 알아볼 만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겠군.
"폐하, 아무래도 여행을 계속하는 것은 힘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하죠? 수도로 돌아가실레요?"
난 그동안 계속 품고 있던 생각을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왠지 황제가 계속 걱정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미에게 부탁을하면 하루만에 수도까지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아무래도 상황을 보니, 남부지역에 있어야 할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다급한 것은 이 곳일 테니. 만약에 지탄그와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수도에 있는 것 보다는 이 곳에 있는게 대처를 하기에 더 좋을 것 같아."
그냥 스승님을 만나기 위해 편안하게 별생각 없이 시작했던 여행이 점점 더 복잡해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것이 운명이라는 것일까? 가이우스를 만나지 않았고, 리아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마을에서 언제나처럼 침략자들을 죽이며, 그렇게 변화없는 삶을 지냈을텐데, 하지만, 그런 삶보다는 힘들더라도 지금이 훨씬 더 내게는 행복했다. 최소한 지금은 혼자는 아니니까.
그나저나 난 아무래도 평범하게 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모든 조건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내 의사와는 그다지 상관 없이 난, 그냥 내 나이의 평범한 청년처럼 가족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그렇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요즘들어 왠지 그 이루워질 수 없는 소망이 간절히 드는 것은 왜일까? 평생동안 이루워질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