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7장 리투니아(3) 시장 아렐리아-3(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5. 18. PM 6:50:53·조회 2434·추천 63
에피소드 44 시장 아렐리아-3
-리투니아시는 아틸란티스 제국 건국 무렵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지는 도시이다. 그 당시 대부분의 항구가 엘프들의 소유였던 것과는 다르게 서부대륙에서 유일하게 인간들이 바다로 향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후, 남부 해역의 상인 연합 길드 본부가 리투니아에 위치하게 되며, 리투니아는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한다. 그러던 중, 남부지역 상인들이 급격히 영향력이 약화되는 제국을 의존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아틸란티스 제국으로 부터 분리, 당시 상인길드 마스터였던 루이넬 반 리투안을 국왕으로한 리투안 왕국을 건국하고 리투니아를 수도로 삼는다. 후에 리투안의 수도가 포세트립톤으로 옮겨지지만 그 후에도 남부 지역 상권과 해군력의 중심지라는 것, 그리고 서부대륙 최고의 예술의 도시라는 점 때문에 그 중요성 면에서는 포세트립톤에 비해 그다지 밀리지 않고 있다. <제국 대 백과 사전>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리투니아의 시청, 하지만 시청치고는 상당히 규모가 크고 화려한 편이었다. 하긴 리투안왕국 초기에는 왕궁으로 사용을 했던 곳이니 이해는 되었지만. 시청이 궁전이라면 그럼 아렐리아가 여왕님이 되겠군. 황제만큼이나 잘 연결이 되지 않는 직책인 것 같다. 그냥 시장님이이라고하는게 훨씬 더 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국왕과 수많은 대신들이 사용했을 상당히 넓은 회의실, 수십명이 앉아도 될정도로 상당히 큰 테이블이 방 가운데에 있었지만, 지금 앉아 있는 사람은 몇명 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지금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외모에 비해서는 모두들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를 제외하고.
"일단 선발대장이라는 그 지탄그 포로를 만나는게 어떨까요?"
여러가지 일에 고민을 하느라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황제와 아렐리아를 향해 오랫동안 이어졌던 침묵을 깨고 내가 말을 꺼냈다. 여러가지를 고민하느라 바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다지 할일이 없는 내가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이렇게 분위기 전환정도나 해줘야지.
"그래, 란트 말이 맞아. 아무 것도 아는 것 없이 이렇게 앉아 있어봤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야. 일단 포로부터 만나보는게 좋을 것 같아. 아렐리아. 포로는 어디에 뒀었지?"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말에 수긍을 표시했다. 정말, 겉 습만 보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라던지, 화장은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듯한 두명의 여자는 과장일지는 몰라도, 지금 약 천만명의 백성들의 운명과 관련된 고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하 감옥에 수감을 해뒀어요. 마법까지 걸려진 특실으로. 만약을 대비해서 경비병도 일급 기사로 두 명, 배치해 뒀어요."
그다지 우리와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그다지 없었는데, 언제 저렇게 다 지시를 내렸던 것일까? 이전까지 내가 느끼고 있던 아렐리아의 이미지와 이 곳에 도착한 이후로 느껴지는 아렐리아의 이미지는 꽤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렐리아 역시 최고급 관리 시험을 통과했다고 하던데, 나 같이 비정상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법수련과 함께 관리시험에 관련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황태자 녀석도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그 정도의 검술 실력을 보이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훔.
"그럼 일단 그 포로를 보러 내려가도록 해. 루이안 부시장도 따라오도록 하세요."
"네,폐하."
황제는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말을 했다. 루이안 부시장은 황제 앞에서 얼굴이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이 조금 붉게 상기된체로, 큭. 황제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저렇게 좋을까? 아니, 왠지 뭔가 다른게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저 꼬마도 사춘기라는 것을 겪을 나이가 되겠군. 쩝, 그런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리 황제가 젊게 보인다고 해도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저 꼬마 녀석도 뻔히 알고 있는데 설마 그럴리가. 게다가 천재라 불리는 소년인데 절대 그럴리가 없었다. 하긴 녀석과 마찮가지로 천재라는 세인트의 취향을 생각해보면 왠지 불안해지기는 하지만.
"그럼 폐하, 이쪽으로...."
꼬마는 아렐리아가 나서기 전에 잽싸게 황제 앞에서 길을 인도했다. 점점 그 불길한 예상이 맞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겠지. 그냥 황제에게 잘보이기 위해서겠지. 맞아 그럴거야. 난 속으로 방금전에 깨달은 사실에 대해 부정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회의장으로 오면서도 느꼈지만, 정말 시청치고는 너무 넓었다. 부시장 꼬마를 따라 한참을 걸어갔는데도 도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긴, 황궁에 비하면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었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역시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둘모두 같이 궁전의 용도로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청과 황궁은 분위기가 왠지 달랐다. 황궁의 분위기는 웅장함과 장엄함과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반해, 리투니아 시청은 전체적으로 예술적인 자유로움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들었다. 처음 궁을 만들 때, 나라의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제국의 수도로 만들어졌던 포세트립톤, 그에 반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상인들의 연합국가 리투안의 수도 예술과 자유의 도시 리투니아. 역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꼭 전에 황궁에서 황제와 비밀통로를 돌아다니던 것처럼 한참이나 시청안을 오르락 내리락 한 끝에야 우리는 지하로 들어가는 통로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황제의 분위기를 보니, 이 곳에도 전에 몇번 온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훔, 그러고보니, 황제가 직접 전투를 지휘해서 첫승리를 거뒀던 곳이 바로 이 리투니아 공방전이라고 했었지?
지하로 내려가도 그다지 음침하다거나하는 전형적인 감옥의 분위기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른 복도와 마찮가지로 지하역시 흰색으로 정돈되어 있었고, 황궁처럼 마법으로 복도를 밝게 만들고 있었다.
"시장님! 포로를 만나러 오셨습니까?"
감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들어가는 복도의 문 앞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있던 경비병은 갑작스런 우리 일행의 등장에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는 경례를 붙였다. 경비병의 물음에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렐리아. 경비병은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열쇠를 풀어 문을 열었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 하지만 쉽게 열리는 것 처럼 보이는 것과 다르게 문의 제질은 강철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부드럽게 열리는 것으로 볼 때, 문관리를 열심히 하긴 하는 까닭인지 녹같은 것은 그다지 쓸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이것 역시 마법처리가 되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잠시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후자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감옥들의 모습이 들어났다. 복도 끝까지 이어진 철창, 하지만 철창을 제외하고는 내가 상상하고 있던 음침한 지하감옥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안은 매우 밝은 편이었다. 그리고 죄수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 복도의 끝에 제복차림의 기사 두명이 서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시장님, 오셨습니까? 필니스 시장님깨 인사 드립니다."
기사는 다시 아렐리아 쪽을 보며 경례를 했다. 시장님이라. 하긴 경비병이나 저 기사들들이 우리 신분을 모를테니, 아렐리아에 대해서만 예를 취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나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만약 자신들이 황제를 눈앞에 두고도 무시했다는 것을 후에 기사들이 알게 된다면, 명예를 중시하는 그들이므로, 자신들의 의도는 아니었더라도 상당히 큰 죄책감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소속이 어디었든 일단 제국내의 모든 기사들의 궁극적인 충성의 대상은 황제인 까닭이었다.
"고생이 많군요. 필니스 경. 포로의 상태는 어떤가요?"
아렐리아는 다시 시장님일 때 사용하는 아렐리아의 본래 성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기사에게 말을 했다. 기사는 뭔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렐리아를 향해 다시 말을 했다.
"네, 저, 그게. 그리 큰 일은 아니지만 이 곳에 도착한 이후로 식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식사거부? 쩝, 포로가 되었으니 죽으려는 것인가? 하지만 그러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죽을 것이라면 어제 전투에서 포로로 잡혀오기 보다는 끝까지 싸우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니라면 그렇게 맥없이 항복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일단 포로를 한번 만나보도록 하죠."
아렐리아의 말에 두기사는 뒤쪽으로 물러섰다. 황제가 기사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검술에서 워낙 뛰어나서 그렇다고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이 기사들이 아렐리아의 명령을 따르는 것에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것은 왜일까? 마법사이거나 머리가 좋기 때문이란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티베리우스 단장의 부모님이 이 곳을 지키다 전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아티에넬 요세에서 환영을 받은 것과 비슷한 이유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능력 없이 후손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니까, 아렐리아 나름대로도 많은 노력을 했으리라는 추측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장으로써의 아렐리아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해도 그다지 무리는 없을 듯 했다.
기사들이 물러선 뒤에 우리는 포로가 있는 철창 가까이 걸어갔다. 철창 안에 있는 포로는 아까 들었던 것처럼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체 한쪽 벽을향해 무릎을 꿇고 눈을감은체 앉아있을 뿐이었다. 갑옷이 벗겨진 뒤라 포로의 이색적인 지탄그의 옷차림이 눈에 뛰었다. 그리고 갑옷과 투구에 가려졌던 흰백발과 주름진 얼굴, 수많은 전장의 경험과 세월의 연륜 역시 눈에 들어왔다.
"지탄그 선발대장이라고 했나요?"
포로를 향한 아렐리아의 질문, 하지만 포로는 아렐리아의 물음에도 대답을 하지 않은체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훔, 대답을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아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다른게 있었다. 음, 그게 뭘까?
"다시한번 묻죠. 당신이 지탄그 선발대장이라고 했나요?"
조금 화가 난 듯한 아렐리아의 목소리, 하지만 이번에도 포로의 반응은 똑같았다. 잠시 뒤에 물러서 있던 기사들의 표정이 사나워지는 것이, 흠흠. 제국의 법으로는 고문이라는 것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닐 경우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그 것역시 제국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만약 이 상황이 계속 될 경우, 고문이라는 불가피한 상황까지 갈 수도 있었다. 솔직히 난 고문이라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를 향해 무차별로 폭력을 가하는 것, 차라리. 고통없이 죽이는 것이 훨씬 더 나은듯 했으니까.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나서는게 좋을 것 같다.
"시장님, 제가 물어보도록 하죠."
내 말을 들은 아렐리아는 힘이 빠진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주시겠어요? 크리센공."
크리센공? 훗. 공식적인 석상이라 그런지 몰라도 기사님이니하는 칭호는 아렐리아는 하지 않았다. 아니면, 어제의 그 협박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
난 아렐리아의 앞으로 나서며 감옥안의 그 지탄그 무사를 쳐다보았다.
"충분히 계속 싸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무슨 이유로 그 때 칼을 놓으셨습니까?"
감정을 억누르고 최대한 정중한 말투를 사용해서 그 지탄그 무사에게 말을 했다.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지탄그 무사는 내말을 들은 뒤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속 싸웠어도 상황은 마찮가지였을 것입니다."
끈 시간에 비해서 상당히 짧은 대답, 하지만 일단 대답을 했다는 사실에 난 조금 마음이 놓였다. 나섰는데 내가 실패한다면 솔직히 망신이니까, 아렐리아는 내 질문에 지탄그 무사가 대답을 하자, 자존심이 표정이 조금 사나워졌다. 흠흠.
"고니시 유키나가라고 하셨습니까? 지탄그 무사시여. 지탄그 국에 대해 제국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되는데, 무슨 이유로 해적도 아닌 정규군으로 타국의 영토를 침범하여, 제국의 주요관료인 리투니아 시장님을 공격하셨는지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자존심, 이 지탄그 무사에게서도 기사들에게서 느껴지는 그 자존심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 자존심을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도록 하려 했다. 그래야지, 조금이나마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이번에도 무엇인가 생각을 하듯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던 지탄그 무사는 잠시후에 전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아는 것은 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곧 있으면 지탄그의 본군이 상륙할 것입니다. 본군의 병력은 약 5만명 정도. 지휘관은 제가 떠날 때까지 결정되지 않아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목표는 제국 남부지역의 정복. 다른 것은 최상부의 극비사항인 까닭에 알 수 없습니다."
내 추측이 거의 들어맞았다는 사실보다도, 순순히 말을하는 이 지탄그 무사에 대해 난 놀랐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쉽게 답을 할 것이면서 아까 아렐리아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뒤에 있는 일행 모두 갑작스러운 지탄그 무사의 말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부시장이란 꼬마의 눈치를 보니 혹시 지탄그 무사의 말에 다른 의도는 없는가 하는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뭐 묻는다고 사실을 대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꼬마의 수고도 덜어줄겸 난 다시 지탄그 무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사실을 적인 우리에게 순순히 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역사의 실수를 두번 반복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 이유는 단지 그 것 뿐입니다."
역사의 실수라.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잠시 말을 멈춘 지탄그 무사는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30년전, 그 때 역시 전 코리안트 왕국을 공격하기 위해 편성된 군대의 선발대장이었습니다.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무사들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주인에 대한 충성 이기 때문에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고, 코리안트 국의 수많은 백성들에게 참담한,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의 잔악한 행동을 우리 지탄그의 군대는 행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전쟁에서는 지탄그 국은 코리안트 국에 패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30년 동안, 단 하루도 그 때의 그 코리안트국 백성들의 처참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주인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출전을 했지만. 당신과 당신의 그 부장이라는 두 사람을 보는 순간, 30년전 코리안트 국의 한 장군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휴. 죄송합니다. 괜히 말이 길어지게 된 것 같군요. 하지만 이 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발 지탄그 국이 똑같은 악업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모든 것은 인과응보, 언젠가는 우리가 저질렀던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이니."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지탄그 무사는 눈을 감은체 처음의 그 꿈쩍도 하지않는 동상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버렸다. 30년전, 코리안트국에 침략해온 지탄그 국의 군대를 코리안트 국이 물리쳤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것 밖에 없었다. 그 전쟁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코리안트 국의 장군의 모습이라니? 의문 투성이었지만, 지탄그 무사의 분위기를 보니, 묻는다고 대답할 모습이 아니었다.
"돌아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어도 별 다른 소득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을 멈추고 복잡한 표정으로 있는 뒤의 일행들을 향해 말을 했다. 아렐리아가 뭔가 더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듯 날 쳐다봤지만 난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일행들 모두가 돌아서자 아무도 모르게 마법을 쓴 뒤, 난 감옥안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죄를 지었다는 것을 죽음으로 피하려는 것은 비겁하게 보일 뿐입니다. 일단 살아남으십시오. 그리고 죄를 지은 당사자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받으십시오."
그 지탄그 무사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감고 있는 눈 끝이 조금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휴. 골치야.
"그리고 병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마 이제 다시 기침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질병, 그 역시 그가 말한 죄값이었을까? 상태를 보니 그대로 두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육개월 이상 버틸 수 없는 병이었다. 폐에 무슨 이상이 생겨서 일어나는 병이라고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마법을 써서 치료를 하긴 했지만 적에게 까지 이런 자비를 베풀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나도 많이 변하긴 변한 것 같다.
난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앞서 간 일행 뒤를 향해 걸어갔다. 죄라는 것, 나 역시 많은 죄를 짊어지고 사는 수많은 존재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이가 들면, 내가 저질렀던 수많은 죄 때문에 저렇게 갈등하고 고민하게 될까? 모르겠다. 미래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니까.
"폐하, 수도에서 전서구가 도착했요."
회의실로 돌아오는 도중에 잠시 사라졌던 아렐리아가 기쁜 표정으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종이 두루마리를 황제에게 내밀었다. 그 두루마리를 받아 읽은 황제의 표정 역시 밝게 변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의 편지 이길레? 하지만 내가 궁금해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황제는 읽고 나서 내게 그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남부지역으로 지원군 출발
총리대신 세인트 반 리투안 휘하 2만여 병력.
리투니아 도착 예정 일자. 2월 1일.
훗, 그 때 황제한테 결제를 받던 그 군대를 말하는 것 같군. 2만이라, 2만의 군사력이 재 때 도착한다면 남부 수비대의 병력과 합쳐 지탄그의 5만군사와도 한번 해볼만 했다. 훔, 황태자 녀석 2만이란 군대를 단 이주일 정도만에 소집을 하다니, 확실히 능력은 있었다. 녀석, 클라리만 노리지 않았어도 그렇게 안좋게 보지는 않았을텐데. 어쨌든 이 소식은 황제가 충분히 기뻐할 만한 정보였다. 난 종이를 부시장 꼬마에게 넘겼다.
"세인트 녀석, 일처리는 확실하다니까. 조금 딱딱한면만 없으면 좋을텐데."
말을 하는 황제의 얼굴에는 그동안 가득 싸여있던 근심이 사라진 듯 했다. 미우나 고우나 아들이라고 황태자 녀석을 황제는 꽤 신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훔, 세인트 녀석 미카 앞에서는 별로 딱딱하게 하지 않던데? 본 성격은 부드러운 성격아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아니겠지. 내가 무슨 헛 생각을, 황태자 녀석은 아무래도 첫인상이 나빠서 그런지 좋게 생각하기가 힘들다.
"이제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폐하. 황태자 전하의 군대가 온다면 남부수비대군을 활용해서 어떻게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렐리아 역시 테이블에 앉으며 기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제 이 지루한 회의를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군. 창밖을 보니 어느세 해가 붉게 물들며 저녁무렵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 무렵에 리투니아에 도착했었으니, 그렇다면 도대체 몇시간 동안이나 이 곳에 있었던 말이야? 이제 그냥 좀 쉬고 싶다. 그동안 마을도 하루 들리지 않고 달려온데다가 어제 칼을 좀 휘둘렀더니 몸상태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죠? 시장님. 저희 일행이 있는 방은 어디죠?"
난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아렐리아를 향해 말을 했다. 정말, 제국 서열 5위란 명칭을 빼면, 실권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내가 이렇게 회의에 참여하고 있어야 했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클라리나 소피하고 같이 있을 걸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아렐리아도 어제 많이 무리를 했는데 피곤하지도 않는건가?
"아, 죄송해요. 피곤하실텐데. 잊고 있었어요. 사과하는 의미로 제가 직접 가르쳐 드릴게요."
제발 그냥 하녀한테 시키고 말지. 하지만 그래도 시장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시겠다는데 거절하다가는 나중에 리아인한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순순히 따라가기로 했다.
"그럼 누....폐하. 신이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누나라 나올뻔 한 것을 루이안 부시장 꼬마를 본 뒤 호칭을 바로했다. 정말. 이제 입에 누나란 말이 붙어서 정말 이러다가 나중에 큰일을 당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네. 크리센공, 저녁 식사 때까지 쉬도록 하세요."
황제 역시 우리 란트 따위의 말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말을했다. 확실히 우리란트 보다는 지금 황제의 이 말투가 훨씬 더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걸어가는 아렐리아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나도 크리센 공하고 미카양같은 귀여운 동생이 있었으면 좋을텐데..."
회의실을 벗어나자 아렐리아는 내 옆에서 걸어가며 말을 했다. 하, 난 절대 사절. 아렐리아 같은 누나가 있으면 스트레스가 싸여서 살아남기도 힘들 것 같다. 차라리 나이가 많아도 황제가 훨씬 났지. 그리고 좀 성격이 이상해서 그렇지 가이우스 같은 능력있는 동생을 뒀으면서 나 같이 별 필요도 없는 놈을 탐내는 이유가 뭘까?
"가이우스경 같은 좋은 동생분이 있으신데, 감히 제가 어떻게."
난 최대한 감정을 숨기며 말을 했다. 휴, 정말 내가 이렇게 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그런데 갑자기 아렐리아가 내 쪽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자기 무슨....? 난 갑작스러운 아렐리아의 행동에 멀뚱히 쳐다보았다.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크리센공."
"......"
할말이 없군. 아렐리아는 날 쳐다보며 씩 웃으며 말을 했다. 그나마 나같은 놈을 정상적인 어린애로 봐준다는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머리를 쓰다듬어줄 정도로 내가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내가 이 상황에서 뭐라 할 수 있을까?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에이! 화났어요? 크리센공? 미안해요. 이런 것 가지고 화내면 정말 어린애 같잖아요."
"......"
이 놈의 리투니아 시장님은 다시 주위에 자기 아랫사람이 없어지자 본래의 그 골치아픈 말투로 돌아와 있었다. 그 귀엽다는 말은 그래도 꺼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행히라고 해야할지.
"와~! 정말 귀여워 죽겠어! 미카양이나 크리센공이나 정말 인형같아!"
"......."
헛...내가 속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던 것일까? 한참이나 내 앞쪽에서 뒤로돌아서서 걸으며
나를 쳐다보던, 그래도 신기하게 벽이나 장애물 같은 것은 다 피하고 있었다. 뒤에 눈이 달린 건지 아니면 그 만큼 이 곳이 익숙하다는 것인지, 아렐리아가 탄성을 질렀다. 난 그 뒤에 짧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시장님, 언제 쯤 방에 도착을 하죠?"
난 이 악몽을 언제쯤이나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여전히 날 뭐 신기한 생물쳐다보듯 쳐다보고 있는 아렐리아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정말 이 시장은 나이가 스물 몇살이 되는게 맞는 건지 때로는 너무나도 어린애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하프엘프라서 인간이라 다른 까닭일까?
"바로 저 방이에요. 복도 끝 바다가 보이는 방, 클라리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방이죠."
아렐리아는 내 말에 뒤로 걷던 것을 멈추도 다시 앞쪽으로 돌아선 뒤에 복도 한 쪽을 가르켰다. 그 곳에는 주황빛 저녁 석양이 새어 들어오는 창 옆에 방문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바닷풍경이 보이는 방인건가? 남쪽의 바다. 책에 따르면 낭만주의파라 구분되는 시인들이 흔히들 노래를 부르곤 하는 곳, 같은 바다일 뿐인데, 포세트립톤의 바다와는 또 다른 것이 있는 것일까? 쩝, 아직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나도 참...항구도시에 와서 바다를 보는 것을 잊고 있었다니. 이 건 전적으로, 그다지 필요도 없는 나를 회의에 참여시킨 황제와 이 아렐리아 시장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바다하면 황태자 녀석이 연상되는 것은 정말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그녀석이 생각이 나는 거야? 흠흠. 되도록이면 빨리 머릿속에서 지우도록 노력해야지.
"그럼, 크리센공. 전 이만 가볼께요. 저녁 식사 때, 꼭 오셔야 해요. 리투니아 특산 음식을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을 정도로 대접해드릴테니까요."
방문쪽으로 걸어가는 내 뒤를 향해 아렐리아가 이야기를 했다. 휴 다행히도 방까지 따라오지는 않을 것 같다. 하긴, 그동안 잔뜩 미뤄뒀던 시업무를 해야 할테니 어정거릴 시간이 없을 것 같긴 하다.
"네, 시장님. 그럼 저녁 때 뵙지요."
난 그 말을 한 후, 예의상 아렐리아가 복도 끝으로 사라진 뒤에 방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훨빈한 방안 풍경, 그리고 방의 가운에 있는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납치 당한 것은? 난 빨리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 종이쪽지를 주어 읽었다.
-주인님아, 소피하고 티티랑 도시 구경하고 올테니까 걱정하지마.-
"......"
난 허탈한 심정에 종이 쪽지를 구겨서 방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오랫만에 보는 침대에 반가움을 느끼며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리투니아시는 아틸란티스 제국 건국 무렵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지는 도시이다. 그 당시 대부분의 항구가 엘프들의 소유였던 것과는 다르게 서부대륙에서 유일하게 인간들이 바다로 향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후, 남부 해역의 상인 연합 길드 본부가 리투니아에 위치하게 되며, 리투니아는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한다. 그러던 중, 남부지역 상인들이 급격히 영향력이 약화되는 제국을 의존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아틸란티스 제국으로 부터 분리, 당시 상인길드 마스터였던 루이넬 반 리투안을 국왕으로한 리투안 왕국을 건국하고 리투니아를 수도로 삼는다. 후에 리투안의 수도가 포세트립톤으로 옮겨지지만 그 후에도 남부 지역 상권과 해군력의 중심지라는 것, 그리고 서부대륙 최고의 예술의 도시라는 점 때문에 그 중요성 면에서는 포세트립톤에 비해 그다지 밀리지 않고 있다. <제국 대 백과 사전>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리투니아의 시청, 하지만 시청치고는 상당히 규모가 크고 화려한 편이었다. 하긴 리투안왕국 초기에는 왕궁으로 사용을 했던 곳이니 이해는 되었지만. 시청이 궁전이라면 그럼 아렐리아가 여왕님이 되겠군. 황제만큼이나 잘 연결이 되지 않는 직책인 것 같다. 그냥 시장님이이라고하는게 훨씬 더 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국왕과 수많은 대신들이 사용했을 상당히 넓은 회의실, 수십명이 앉아도 될정도로 상당히 큰 테이블이 방 가운데에 있었지만, 지금 앉아 있는 사람은 몇명 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지금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외모에 비해서는 모두들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를 제외하고.
"일단 선발대장이라는 그 지탄그 포로를 만나는게 어떨까요?"
여러가지 일에 고민을 하느라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황제와 아렐리아를 향해 오랫동안 이어졌던 침묵을 깨고 내가 말을 꺼냈다. 여러가지를 고민하느라 바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다지 할일이 없는 내가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이렇게 분위기 전환정도나 해줘야지.
"그래, 란트 말이 맞아. 아무 것도 아는 것 없이 이렇게 앉아 있어봤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야. 일단 포로부터 만나보는게 좋을 것 같아. 아렐리아. 포로는 어디에 뒀었지?"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말에 수긍을 표시했다. 정말, 겉 습만 보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라던지, 화장은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듯한 두명의 여자는 과장일지는 몰라도, 지금 약 천만명의 백성들의 운명과 관련된 고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하 감옥에 수감을 해뒀어요. 마법까지 걸려진 특실으로. 만약을 대비해서 경비병도 일급 기사로 두 명, 배치해 뒀어요."
그다지 우리와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그다지 없었는데, 언제 저렇게 다 지시를 내렸던 것일까? 이전까지 내가 느끼고 있던 아렐리아의 이미지와 이 곳에 도착한 이후로 느껴지는 아렐리아의 이미지는 꽤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렐리아 역시 최고급 관리 시험을 통과했다고 하던데, 나 같이 비정상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법수련과 함께 관리시험에 관련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황태자 녀석도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그 정도의 검술 실력을 보이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훔.
"그럼 일단 그 포로를 보러 내려가도록 해. 루이안 부시장도 따라오도록 하세요."
"네,폐하."
황제는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말을 했다. 루이안 부시장은 황제 앞에서 얼굴이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이 조금 붉게 상기된체로, 큭. 황제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저렇게 좋을까? 아니, 왠지 뭔가 다른게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저 꼬마도 사춘기라는 것을 겪을 나이가 되겠군. 쩝, 그런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리 황제가 젊게 보인다고 해도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저 꼬마 녀석도 뻔히 알고 있는데 설마 그럴리가. 게다가 천재라 불리는 소년인데 절대 그럴리가 없었다. 하긴 녀석과 마찮가지로 천재라는 세인트의 취향을 생각해보면 왠지 불안해지기는 하지만.
"그럼 폐하, 이쪽으로...."
꼬마는 아렐리아가 나서기 전에 잽싸게 황제 앞에서 길을 인도했다. 점점 그 불길한 예상이 맞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겠지. 그냥 황제에게 잘보이기 위해서겠지. 맞아 그럴거야. 난 속으로 방금전에 깨달은 사실에 대해 부정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회의장으로 오면서도 느꼈지만, 정말 시청치고는 너무 넓었다. 부시장 꼬마를 따라 한참을 걸어갔는데도 도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긴, 황궁에 비하면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었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역시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둘모두 같이 궁전의 용도로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청과 황궁은 분위기가 왠지 달랐다. 황궁의 분위기는 웅장함과 장엄함과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반해, 리투니아 시청은 전체적으로 예술적인 자유로움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들었다. 처음 궁을 만들 때, 나라의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제국의 수도로 만들어졌던 포세트립톤, 그에 반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상인들의 연합국가 리투안의 수도 예술과 자유의 도시 리투니아. 역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꼭 전에 황궁에서 황제와 비밀통로를 돌아다니던 것처럼 한참이나 시청안을 오르락 내리락 한 끝에야 우리는 지하로 들어가는 통로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황제의 분위기를 보니, 이 곳에도 전에 몇번 온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훔, 그러고보니, 황제가 직접 전투를 지휘해서 첫승리를 거뒀던 곳이 바로 이 리투니아 공방전이라고 했었지?
지하로 내려가도 그다지 음침하다거나하는 전형적인 감옥의 분위기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른 복도와 마찮가지로 지하역시 흰색으로 정돈되어 있었고, 황궁처럼 마법으로 복도를 밝게 만들고 있었다.
"시장님! 포로를 만나러 오셨습니까?"
감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들어가는 복도의 문 앞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있던 경비병은 갑작스런 우리 일행의 등장에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는 경례를 붙였다. 경비병의 물음에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렐리아. 경비병은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열쇠를 풀어 문을 열었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 하지만 쉽게 열리는 것 처럼 보이는 것과 다르게 문의 제질은 강철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부드럽게 열리는 것으로 볼 때, 문관리를 열심히 하긴 하는 까닭인지 녹같은 것은 그다지 쓸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이것 역시 마법처리가 되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잠시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후자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감옥들의 모습이 들어났다. 복도 끝까지 이어진 철창, 하지만 철창을 제외하고는 내가 상상하고 있던 음침한 지하감옥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안은 매우 밝은 편이었다. 그리고 죄수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 복도의 끝에 제복차림의 기사 두명이 서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시장님, 오셨습니까? 필니스 시장님깨 인사 드립니다."
기사는 다시 아렐리아 쪽을 보며 경례를 했다. 시장님이라. 하긴 경비병이나 저 기사들들이 우리 신분을 모를테니, 아렐리아에 대해서만 예를 취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나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만약 자신들이 황제를 눈앞에 두고도 무시했다는 것을 후에 기사들이 알게 된다면, 명예를 중시하는 그들이므로, 자신들의 의도는 아니었더라도 상당히 큰 죄책감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소속이 어디었든 일단 제국내의 모든 기사들의 궁극적인 충성의 대상은 황제인 까닭이었다.
"고생이 많군요. 필니스 경. 포로의 상태는 어떤가요?"
아렐리아는 다시 시장님일 때 사용하는 아렐리아의 본래 성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기사에게 말을 했다. 기사는 뭔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렐리아를 향해 다시 말을 했다.
"네, 저, 그게. 그리 큰 일은 아니지만 이 곳에 도착한 이후로 식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식사거부? 쩝, 포로가 되었으니 죽으려는 것인가? 하지만 그러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죽을 것이라면 어제 전투에서 포로로 잡혀오기 보다는 끝까지 싸우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니라면 그렇게 맥없이 항복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일단 포로를 한번 만나보도록 하죠."
아렐리아의 말에 두기사는 뒤쪽으로 물러섰다. 황제가 기사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검술에서 워낙 뛰어나서 그렇다고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이 기사들이 아렐리아의 명령을 따르는 것에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것은 왜일까? 마법사이거나 머리가 좋기 때문이란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티베리우스 단장의 부모님이 이 곳을 지키다 전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아티에넬 요세에서 환영을 받은 것과 비슷한 이유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능력 없이 후손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니까, 아렐리아 나름대로도 많은 노력을 했으리라는 추측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장으로써의 아렐리아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해도 그다지 무리는 없을 듯 했다.
기사들이 물러선 뒤에 우리는 포로가 있는 철창 가까이 걸어갔다. 철창 안에 있는 포로는 아까 들었던 것처럼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체 한쪽 벽을향해 무릎을 꿇고 눈을감은체 앉아있을 뿐이었다. 갑옷이 벗겨진 뒤라 포로의 이색적인 지탄그의 옷차림이 눈에 뛰었다. 그리고 갑옷과 투구에 가려졌던 흰백발과 주름진 얼굴, 수많은 전장의 경험과 세월의 연륜 역시 눈에 들어왔다.
"지탄그 선발대장이라고 했나요?"
포로를 향한 아렐리아의 질문, 하지만 포로는 아렐리아의 물음에도 대답을 하지 않은체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훔, 대답을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아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다른게 있었다. 음, 그게 뭘까?
"다시한번 묻죠. 당신이 지탄그 선발대장이라고 했나요?"
조금 화가 난 듯한 아렐리아의 목소리, 하지만 이번에도 포로의 반응은 똑같았다. 잠시 뒤에 물러서 있던 기사들의 표정이 사나워지는 것이, 흠흠. 제국의 법으로는 고문이라는 것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닐 경우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그 것역시 제국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만약 이 상황이 계속 될 경우, 고문이라는 불가피한 상황까지 갈 수도 있었다. 솔직히 난 고문이라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를 향해 무차별로 폭력을 가하는 것, 차라리. 고통없이 죽이는 것이 훨씬 더 나은듯 했으니까.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나서는게 좋을 것 같다.
"시장님, 제가 물어보도록 하죠."
내 말을 들은 아렐리아는 힘이 빠진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주시겠어요? 크리센공."
크리센공? 훗. 공식적인 석상이라 그런지 몰라도 기사님이니하는 칭호는 아렐리아는 하지 않았다. 아니면, 어제의 그 협박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
난 아렐리아의 앞으로 나서며 감옥안의 그 지탄그 무사를 쳐다보았다.
"충분히 계속 싸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무슨 이유로 그 때 칼을 놓으셨습니까?"
감정을 억누르고 최대한 정중한 말투를 사용해서 그 지탄그 무사에게 말을 했다.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지탄그 무사는 내말을 들은 뒤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속 싸웠어도 상황은 마찮가지였을 것입니다."
끈 시간에 비해서 상당히 짧은 대답, 하지만 일단 대답을 했다는 사실에 난 조금 마음이 놓였다. 나섰는데 내가 실패한다면 솔직히 망신이니까, 아렐리아는 내 질문에 지탄그 무사가 대답을 하자, 자존심이 표정이 조금 사나워졌다. 흠흠.
"고니시 유키나가라고 하셨습니까? 지탄그 무사시여. 지탄그 국에 대해 제국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되는데, 무슨 이유로 해적도 아닌 정규군으로 타국의 영토를 침범하여, 제국의 주요관료인 리투니아 시장님을 공격하셨는지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자존심, 이 지탄그 무사에게서도 기사들에게서 느껴지는 그 자존심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 자존심을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도록 하려 했다. 그래야지, 조금이나마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이번에도 무엇인가 생각을 하듯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던 지탄그 무사는 잠시후에 전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아는 것은 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곧 있으면 지탄그의 본군이 상륙할 것입니다. 본군의 병력은 약 5만명 정도. 지휘관은 제가 떠날 때까지 결정되지 않아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목표는 제국 남부지역의 정복. 다른 것은 최상부의 극비사항인 까닭에 알 수 없습니다."
내 추측이 거의 들어맞았다는 사실보다도, 순순히 말을하는 이 지탄그 무사에 대해 난 놀랐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쉽게 답을 할 것이면서 아까 아렐리아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뒤에 있는 일행 모두 갑작스러운 지탄그 무사의 말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부시장이란 꼬마의 눈치를 보니 혹시 지탄그 무사의 말에 다른 의도는 없는가 하는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뭐 묻는다고 사실을 대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꼬마의 수고도 덜어줄겸 난 다시 지탄그 무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사실을 적인 우리에게 순순히 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역사의 실수를 두번 반복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 이유는 단지 그 것 뿐입니다."
역사의 실수라.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잠시 말을 멈춘 지탄그 무사는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30년전, 그 때 역시 전 코리안트 왕국을 공격하기 위해 편성된 군대의 선발대장이었습니다.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무사들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주인에 대한 충성 이기 때문에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고, 코리안트 국의 수많은 백성들에게 참담한,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의 잔악한 행동을 우리 지탄그의 군대는 행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전쟁에서는 지탄그 국은 코리안트 국에 패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30년 동안, 단 하루도 그 때의 그 코리안트국 백성들의 처참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주인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출전을 했지만. 당신과 당신의 그 부장이라는 두 사람을 보는 순간, 30년전 코리안트 국의 한 장군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휴. 죄송합니다. 괜히 말이 길어지게 된 것 같군요. 하지만 이 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발 지탄그 국이 똑같은 악업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모든 것은 인과응보, 언젠가는 우리가 저질렀던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이니."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지탄그 무사는 눈을 감은체 처음의 그 꿈쩍도 하지않는 동상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버렸다. 30년전, 코리안트국에 침략해온 지탄그 국의 군대를 코리안트 국이 물리쳤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것 밖에 없었다. 그 전쟁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코리안트 국의 장군의 모습이라니? 의문 투성이었지만, 지탄그 무사의 분위기를 보니, 묻는다고 대답할 모습이 아니었다.
"돌아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어도 별 다른 소득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을 멈추고 복잡한 표정으로 있는 뒤의 일행들을 향해 말을 했다. 아렐리아가 뭔가 더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듯 날 쳐다봤지만 난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일행들 모두가 돌아서자 아무도 모르게 마법을 쓴 뒤, 난 감옥안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죄를 지었다는 것을 죽음으로 피하려는 것은 비겁하게 보일 뿐입니다. 일단 살아남으십시오. 그리고 죄를 지은 당사자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받으십시오."
그 지탄그 무사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감고 있는 눈 끝이 조금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휴. 골치야.
"그리고 병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마 이제 다시 기침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질병, 그 역시 그가 말한 죄값이었을까? 상태를 보니 그대로 두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육개월 이상 버틸 수 없는 병이었다. 폐에 무슨 이상이 생겨서 일어나는 병이라고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마법을 써서 치료를 하긴 했지만 적에게 까지 이런 자비를 베풀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나도 많이 변하긴 변한 것 같다.
난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앞서 간 일행 뒤를 향해 걸어갔다. 죄라는 것, 나 역시 많은 죄를 짊어지고 사는 수많은 존재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이가 들면, 내가 저질렀던 수많은 죄 때문에 저렇게 갈등하고 고민하게 될까? 모르겠다. 미래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니까.
"폐하, 수도에서 전서구가 도착했요."
회의실로 돌아오는 도중에 잠시 사라졌던 아렐리아가 기쁜 표정으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종이 두루마리를 황제에게 내밀었다. 그 두루마리를 받아 읽은 황제의 표정 역시 밝게 변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의 편지 이길레? 하지만 내가 궁금해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황제는 읽고 나서 내게 그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남부지역으로 지원군 출발
총리대신 세인트 반 리투안 휘하 2만여 병력.
리투니아 도착 예정 일자. 2월 1일.
훗, 그 때 황제한테 결제를 받던 그 군대를 말하는 것 같군. 2만이라, 2만의 군사력이 재 때 도착한다면 남부 수비대의 병력과 합쳐 지탄그의 5만군사와도 한번 해볼만 했다. 훔, 황태자 녀석 2만이란 군대를 단 이주일 정도만에 소집을 하다니, 확실히 능력은 있었다. 녀석, 클라리만 노리지 않았어도 그렇게 안좋게 보지는 않았을텐데. 어쨌든 이 소식은 황제가 충분히 기뻐할 만한 정보였다. 난 종이를 부시장 꼬마에게 넘겼다.
"세인트 녀석, 일처리는 확실하다니까. 조금 딱딱한면만 없으면 좋을텐데."
말을 하는 황제의 얼굴에는 그동안 가득 싸여있던 근심이 사라진 듯 했다. 미우나 고우나 아들이라고 황태자 녀석을 황제는 꽤 신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훔, 세인트 녀석 미카 앞에서는 별로 딱딱하게 하지 않던데? 본 성격은 부드러운 성격아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아니겠지. 내가 무슨 헛 생각을, 황태자 녀석은 아무래도 첫인상이 나빠서 그런지 좋게 생각하기가 힘들다.
"이제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폐하. 황태자 전하의 군대가 온다면 남부수비대군을 활용해서 어떻게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렐리아 역시 테이블에 앉으며 기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제 이 지루한 회의를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군. 창밖을 보니 어느세 해가 붉게 물들며 저녁무렵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 무렵에 리투니아에 도착했었으니, 그렇다면 도대체 몇시간 동안이나 이 곳에 있었던 말이야? 이제 그냥 좀 쉬고 싶다. 그동안 마을도 하루 들리지 않고 달려온데다가 어제 칼을 좀 휘둘렀더니 몸상태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죠? 시장님. 저희 일행이 있는 방은 어디죠?"
난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아렐리아를 향해 말을 했다. 정말, 제국 서열 5위란 명칭을 빼면, 실권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내가 이렇게 회의에 참여하고 있어야 했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클라리나 소피하고 같이 있을 걸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아렐리아도 어제 많이 무리를 했는데 피곤하지도 않는건가?
"아, 죄송해요. 피곤하실텐데. 잊고 있었어요. 사과하는 의미로 제가 직접 가르쳐 드릴게요."
제발 그냥 하녀한테 시키고 말지. 하지만 그래도 시장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시겠다는데 거절하다가는 나중에 리아인한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순순히 따라가기로 했다.
"그럼 누....폐하. 신이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누나라 나올뻔 한 것을 루이안 부시장 꼬마를 본 뒤 호칭을 바로했다. 정말. 이제 입에 누나란 말이 붙어서 정말 이러다가 나중에 큰일을 당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네. 크리센공, 저녁 식사 때까지 쉬도록 하세요."
황제 역시 우리 란트 따위의 말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말을했다. 확실히 우리란트 보다는 지금 황제의 이 말투가 훨씬 더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걸어가는 아렐리아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나도 크리센 공하고 미카양같은 귀여운 동생이 있었으면 좋을텐데..."
회의실을 벗어나자 아렐리아는 내 옆에서 걸어가며 말을 했다. 하, 난 절대 사절. 아렐리아 같은 누나가 있으면 스트레스가 싸여서 살아남기도 힘들 것 같다. 차라리 나이가 많아도 황제가 훨씬 났지. 그리고 좀 성격이 이상해서 그렇지 가이우스 같은 능력있는 동생을 뒀으면서 나 같이 별 필요도 없는 놈을 탐내는 이유가 뭘까?
"가이우스경 같은 좋은 동생분이 있으신데, 감히 제가 어떻게."
난 최대한 감정을 숨기며 말을 했다. 휴, 정말 내가 이렇게 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그런데 갑자기 아렐리아가 내 쪽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자기 무슨....? 난 갑작스러운 아렐리아의 행동에 멀뚱히 쳐다보았다.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크리센공."
"......"
할말이 없군. 아렐리아는 날 쳐다보며 씩 웃으며 말을 했다. 그나마 나같은 놈을 정상적인 어린애로 봐준다는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머리를 쓰다듬어줄 정도로 내가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내가 이 상황에서 뭐라 할 수 있을까?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에이! 화났어요? 크리센공? 미안해요. 이런 것 가지고 화내면 정말 어린애 같잖아요."
"......"
이 놈의 리투니아 시장님은 다시 주위에 자기 아랫사람이 없어지자 본래의 그 골치아픈 말투로 돌아와 있었다. 그 귀엽다는 말은 그래도 꺼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행히라고 해야할지.
"와~! 정말 귀여워 죽겠어! 미카양이나 크리센공이나 정말 인형같아!"
"......."
헛...내가 속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던 것일까? 한참이나 내 앞쪽에서 뒤로돌아서서 걸으며
나를 쳐다보던, 그래도 신기하게 벽이나 장애물 같은 것은 다 피하고 있었다. 뒤에 눈이 달린 건지 아니면 그 만큼 이 곳이 익숙하다는 것인지, 아렐리아가 탄성을 질렀다. 난 그 뒤에 짧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시장님, 언제 쯤 방에 도착을 하죠?"
난 이 악몽을 언제쯤이나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여전히 날 뭐 신기한 생물쳐다보듯 쳐다보고 있는 아렐리아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정말 이 시장은 나이가 스물 몇살이 되는게 맞는 건지 때로는 너무나도 어린애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하프엘프라서 인간이라 다른 까닭일까?
"바로 저 방이에요. 복도 끝 바다가 보이는 방, 클라리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방이죠."
아렐리아는 내 말에 뒤로 걷던 것을 멈추도 다시 앞쪽으로 돌아선 뒤에 복도 한 쪽을 가르켰다. 그 곳에는 주황빛 저녁 석양이 새어 들어오는 창 옆에 방문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바닷풍경이 보이는 방인건가? 남쪽의 바다. 책에 따르면 낭만주의파라 구분되는 시인들이 흔히들 노래를 부르곤 하는 곳, 같은 바다일 뿐인데, 포세트립톤의 바다와는 또 다른 것이 있는 것일까? 쩝, 아직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나도 참...항구도시에 와서 바다를 보는 것을 잊고 있었다니. 이 건 전적으로, 그다지 필요도 없는 나를 회의에 참여시킨 황제와 이 아렐리아 시장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바다하면 황태자 녀석이 연상되는 것은 정말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그녀석이 생각이 나는 거야? 흠흠. 되도록이면 빨리 머릿속에서 지우도록 노력해야지.
"그럼, 크리센공. 전 이만 가볼께요. 저녁 식사 때, 꼭 오셔야 해요. 리투니아 특산 음식을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을 정도로 대접해드릴테니까요."
방문쪽으로 걸어가는 내 뒤를 향해 아렐리아가 이야기를 했다. 휴 다행히도 방까지 따라오지는 않을 것 같다. 하긴, 그동안 잔뜩 미뤄뒀던 시업무를 해야 할테니 어정거릴 시간이 없을 것 같긴 하다.
"네, 시장님. 그럼 저녁 때 뵙지요."
난 그 말을 한 후, 예의상 아렐리아가 복도 끝으로 사라진 뒤에 방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훨빈한 방안 풍경, 그리고 방의 가운에 있는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납치 당한 것은? 난 빨리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 종이쪽지를 주어 읽었다.
-주인님아, 소피하고 티티랑 도시 구경하고 올테니까 걱정하지마.-
"......"
난 허탈한 심정에 종이 쪽지를 구겨서 방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오랫만에 보는 침대에 반가움을 느끼며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