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7장 리투니아(6) 출전전야-1(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6. 16. PM 6:20:46·조회 2198·추천 58
에피소드 47 출전전야-1
-리투안국과 아틸란티스 국의 초기 수호신은 플라타니오였다는 설이 요즘에 신빙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틸란티스의 경우는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제국 중반기에는 수호신을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을 바꾸었으며 그 때, 수도의 이름 역시 포세트립톤으로 바꾸게 된 것 같다. 그에 반해 리투안의 경우는 유하네리스신앙이 백성들에게 대중적으로 퍼져나가자 정부에서 정치적인 의도로 수호신을 바꾸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성기사단과의 계약설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플라타니오 신을 수호신으로 삼은 적이 있는 나라는 언제나 대륙의 최강국으로 발전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급격한 국력의 발전을 이루고 있는 피투안 역시....<제국일보> 제국력 208년 2월 29일자 특집기사-
"주인님아~! 그런데 이 예술의 도시 리투니아에 와서 도시구경 한번 하지 않고 떠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창 밖을 쳐다보며 얼떨결에 맡게된 지원군 총사령관직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나를 향해 클라리의 불평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시에 도착한 첫날에도 내가 황제, 아렐리아와 하루종일 회의를 하며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동안 소피, 티티와 함께 분명히 구경을 갔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내가 요즘 정신이 없다고 해도 누굴 속이려고 말이지.
"도착한 첫 날에 너 도시 구경가지 않았었어?"
여러가지 잡다한 고민거리 때문에 클라리와 그다지 신경전을 펼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난 클라리를 향해 귀찮다는 의사를 가득담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훙, 그 때는 주인님은 없었었잖아. 난 주인님하고 꼭 같이 구경하고 싶어."
클라리는 빙긋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클라리의 표정을 보니, 그 외에도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왠지 그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아. 클라리. 그냥 소피하고 티티하고 같이 한번 더 다녀와."
클라리의 속셈도 알아볼 기회도 만들겸 되도록 클라리가 말을 하도록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밖에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도 그다지 없었고.
"힝. 주인님아~! 그러지 말구, 같이 가자."
클라리는 내 팔을 붙잡고 나서 자신의 볼을 내 어깨에 비비며 아양을 떨었다. 정말 클라리 이 검이 오늘 따라 왜 이러지? 그래! 클라리를 나와 꼭 같이 가려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클러리 너, 나하고 같이 가려는 이유가 나하고 같이가고 싶다기 보다는 이 것 때문이지?"
난 허릿춤에 차고 있던 돈주머니들 중 하나를 꺼내 들며 클라리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바로 내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은 리투니아가 예술의 도시뿐만 아니라, 수천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상인들의 도시라는 것이다. 클라리의 목적 역시, 도시 관광 보다는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쇼핑일 가능성이 높았다.
클라리는 내가 돈주머니를 꺼내 드는 순간 눈빛이 조금 변하는 것이 보였지만 곧 그 눈빛을 감추며 고개를 좌우로 설래설래 흔들었다.
"아니, 아니야 주인님아. 난 정말로, 정말로 주인님하고 같이가고 싶어서..."
한 두달 전 쯤의 나 였다면 속아넘어 갔겠지만 이제는 안통한다구. 클라리. 이 모두가 황제와 클라리를 비롯한 나이 많은 여자들에게 시달린 까닭이다.
"그럼, 오늘 도시 구경가서 돈은 한푼도 쓰지 않아도 상관이 없지? 클. 라. 리?"
내 말을 들은 클라리의 표정이 이번엔 표시가 날정도로 묘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훗, 역시 그랬었군.
"훙, 주인님아. 힝...."
휴, 결국 클라리는 풀 죽은 표정으로 힘없이 의자에 앉아 버렸다. 정말 클라리가 갈수록 외모와 다르게 어린애가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분명히 처음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렇게 됬는지. 그리고 30년이나 넘게 살아왔으면서, 그 것도 사람들과 같이 아기부터가 아니라. 처음부터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으니, 보통 사람과 비교하자면 한 40살 정도의 정신연령은 가지고 있어야 정상일텐데, 아무리봐도 클라리는 그렇지 않다. 뭐, 황제와 아렐리아도 가끔씩 이상한 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그 둘은 그 연령에 맞는 본모습을 보여야 할 때는 확실히 보이니, 괜찮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쩝, 어찌됬건 이렇게 방에 앉아 있는다고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을테니, 리투니아에서 떠나기 전 도시를 한번 쯤 구경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더 끌다가는 클라리의 주특기 '울기'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알겠어. 클라리, 한번 쯤 구경을 하는 것도 괜찮겠지."
난 배낭에서 흰색 망토대신에 보통 때 입고 다니는 자줏빛 망토를 꺼내서 걸치며 클라리에게 말을 했다. 실망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클라리는 내말을 듣는 순간 못믿겠다는 듯 눈을 크게 떠서 날 쳐다보았다.
"정....정말, 가줄거야? 주인님아~?"
내가 클라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클라리는 아주 기뻐하며 내 옆에 매달렸다. 휴, 클라리는 절대로 가난한 주인을 만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잘못하다간 주인을 팔아먹으려 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충 외출할 나갈 차비를 차린 뒤, 방 밖으로 나가려는 나와 클라리쪽을 향해 티티가 소피의 손을 끌고 다가 왔다.
"란트, 저희들도 같이가면 안될까요?"
소피와 티티 두 자매중 언제나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티티, 티티는 클라리의 백금발 만큼이나 반짝이는 자신의 청은빛 머리를 내게 가까이 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티티에 반해 소피는 티티 뒤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난 계속해서 클라리가 내 팔을 잡아끄는 것을 버티며 잠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뭐, 어짜피 클라리하고 같이 나갔다오면 피곤해 질 것은 뻔한데, 소피와 티티만 방에 두고가는 것도 그러니, 그냥 같이 가야겠다.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그래도 말을 꺼냈으니. 훗, 이런 배려라는 것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 지는 것 같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래, 같이가자. 티티, 소피. 그런데 아미 넌 어떻게 할꺼야?"
내 대답에 기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던 소피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숙여 버렸다. 흠흠...그리고 내가 아미 쪽을 쳐다보자 구석에서 그 큰 검을 닦고 있던 아미는 내 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그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답을 했다.
"주인, 난 오늘 쉬는게 좋을 것 같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위대한 드래곤님께서 싫다고 하는데 뭐라하기도 그렇고,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 아미는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내일 출발을 해야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안돼! 저 엘프들하고 같이 나가다니 그럴 수는 없어! 주인님아. 난 주인님하고만 같이가고 싶단 말이야."
소피와 티티가 외출할 차비를 차리고 있는 것을 보며 외치는 클라리의 목소리. 뭐, 어짜피 나보다는 돈주머니가 더 중요하면서 그런 것은 왜 따지는 것일까?
"클라리, 저희하고 같이 가기 싫으면 클라리가 가지 마세요."
티티의 날카로운 목소리, 티티는 출신이 다크엘프라 그런지 가끔씩, 마음에 안들다거나 불만이 있을 때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날카롭고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법 속성, 어떻게 보면, 스승을 떠나서 그 자신의 성격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빙계계열인 핀누나는 차갑다거나 하는 것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긴 했었지만. 어쨌든 티티의 등장으로 소피가 클라리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티티는 클라리에게 말싸움에서 그다지 밀리지 않는 듯한 느낌. 그나저나 내가 없을 때는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있으면 왜 저렇게들 서로 못잡아먹어서 난리들인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휴, 그만 쫌 싸워, 정신없으니. 불만이 있는 검이나 엘프는 방에 남고."
난 조금 화가난 목소리로 말을 한 뒤,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연체 방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런 내 뒤를 따라, 모두들 조금씩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을 한체 그래도 따라오기는 따라왔다. 그런데 황제는 어느 방에서 자는 것일까? 그래도 고귀한 황제인데 우리와 같이자는 것을 그럴테고, 보안이나 잘되는 곳인지. 쩝 쓸데없는 걱정을. 엄마가 해주던 이야기에 따르면 오히려 황제를 암살하러온 암살자를 걱정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훗, 그래도 제국에서 봉급을 받는 신하라고 황제를 걱정하다니. 나도 참.
"주인님아, 아직도 화 안풀렸어?"
복잡한 시청의 내부 구조 때문에 한참을 해매다가 간신히 밖으로 걸어나온 나를 향해 클라리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그다지 화가 난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화가 난 척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클라리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은체 걸음만 빨리할 뿐이었다.
"힝, 주인님아, 남자가 삐지면 어떻게 해."
이 놈의 검은 정말 누구는 진짜 화를 내지 못하는 줄 아는지. 진심으로 내가 화를 냈을 때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런 내 마음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클라리 자신이었으면서, 조금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이유로 이번에도 역시 클라리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인님아, 우리 싸운적 없어. 그렇지? 티티, 소피. 우리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데."
"아...네. 란트."
클라리는 한손에 각각 티티와 소피를 잡은체 갑자기 내 앞에 서서 길을 막으며 말을 했다. 갑작스러운 클라리의 행동에 조금 당황해서 답을 하는 소피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드는 티티, 싸운적 없다니, 속일 것을 속여야지. 꼭 어린에 달래듯 내게 행동을 하는 클라리를 보며 계속 화난척하고 있다가는 더 귀찮아 질 것 같다는 생각에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런 것도 적당히 조절을 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었다.
"화 안났으니까, 빨리 가고 싶은 곳으로 길이나 안내해."
"응, 주인님아~!"
내 대답에 활짝 웃으며 기쁘게 대답을 하는 클라리, 클라리는 예전에 보모생활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던 까닭인지, 정말. 하지만 어린애 취급할 사람이 따로 있지 자기 주인을 어린애 취급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클라리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한쪽 팔을 잡은체 가벼운 걸음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클라리의 등쌀에 이 곳 저 곳의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잔뜩 사서 배낭에 넣는 바람에 엄청난 양의 돈이 지출이 되버렸다. 그런 클라리와는 다르게 소피와 티티는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물건을 단 하나도 사지 않고 있었다. 소피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성격이 적극적인 티티 역시 구매욕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역시 둘다 엘프는 엘프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다지 돈에 대해 욕심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클라리가 산 거의 쓸모 없는 물건에 금화가 102개나 소비됬다는 사실, 정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게다가 전에 클라리가 쇼핑할 때 썼던 돈은 리아인의 돈이었지만 지금 클라리가 쓰는 돈은 내 돈이라는 사실이 그러한 생각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찌됬건 리투니아는 정말 도시전체가 예쁘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였다. 보통 도시가 아름답다고 할 때 생각되는 웅장함이나 그런 것이 일반적인데 그 것과는 다른 아기자기함이라고 표현을 해야할까? 평범한 집의 작은 장식하나하나에서도 정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청을 제외한 다른 어느 곳에서도 큰 건축물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도 그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공헌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도시의 중심을 벗어나 지나, 아름답기로 유명한 남항(The South Port of Rituan), 리투니아의 부두가 있는 곳을 향해 어느세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주인님아, 저 곳좀 봐."
물건을 많이 샀기 때문일까, 콧노래까지 부르며 걸음을 옮기던 클라기 갑자기 멈춰서서 한 곳을 가르켰다. 클라리가 말한 곳을 쳐다보니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무엇인가를 보며 열광하고 있었다. 그런데 클라리는 왜 저 곳을?
"우리 한번 가보자 주인님아, 뭔가 재밌는게 있는 것 같아."
클라리는 내팔을 잡아 끌며 이야기를 했다. 또 클라리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일까? 하지만 시간이 벌서 저녁무렵이 다 되었으니, 이제 슬슬 시청에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곳에 말려들어 시간을 끌 이유는 전혀 없었다.
"클라리, 이제 적당히 구경도 했고, 시청에 돌아가서 저녁도 먹어야지."
하지만 이런 내 대답을 무시하고 클라리는 이번에는 자신의 힘으로 나를 끌고 사람들이 많은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이 엄청난 힘, 정신체가 아니고서는 정말 설명할 길이 없는 힘이었다. 거의 오우거 수준의. 난 저항해 봤자 소용없음을 느끼고 검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내 신세를 한탄한 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클라리처럼 잡지는 않았지만 내 옆 가까이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던 티티와 소피역시 따라 왔다.
소피나 티티도 이제는 사람들에대해서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소피는 인간에 대해서 조금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이 조금 있었고, 티티 역시 다크엘프들의 틈에서 자랐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거부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반해, 지금은 그런감정이 거의 사라진 듯 보였으니. 아마, 나와 같이 여행을 하며 인간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아 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다가가니 실제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있는 것이 꼭 검술대회를 구경하던 사람들의 구성비와 비슷한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까닭에 사람들이 무엇에 그렇게 열광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냥 돌아가는게 좋을듯?! 하지만 클라리쪽을 보니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클라리가 손에 흰빛의 기운을 모우고 있었다. 설마, 앞에 길을 막고 있는 사람들을 날려버리려는 것은 아니겠지. 난 불길한 예감에 급히 캐스팅을 했다.
"일루젼 오브 화이어!(Illusion of fire:불의 환영)"
다행히 클라리가 힘을 모우는 시간보다 앞서서 내 주문이 완성되어 우리 앞쪽에 있던 사람들에게만 발밑에 불이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불이야! 불이야!"
그 순간 우리 앞쪽에 있던 사람들의 외침과 함께 모여있던 사람들 전체가 소란스러워지며 사람들이 조금 흩어졌다. 하지만 곧 별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 진정되고 다시 중심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에 반해 내가 마법을 걸었던 사람들은 여전히 당황해서 멀리 도망치는 모습이, 쩝, 좀 심했나? 하지만 클라리의 마법에 날라가는 일이 생기는 것 보다는 저렇게 놀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났지. 다행히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는 내가 마법을 썼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클라리를 노려보자, 클라리는 그런 내 표정을 못본책하고는 나를 데리고 사람들이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중심부,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편법으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의 중심부에 도착한 순간 보이는 것은 바로 길거리 격투기 대회였다. 무식하게 덩치만 큰 녀석들이 치고 밖고하는 시합.저런면에서는 인간과 오크, 오우거가 그다지 차이점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혼자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은 생각외로 누군가가 싸우는 것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런 말도 있으니까, '자기나라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전쟁.'
"와! 격투기 시합이네. 몇년만에 구경을 하는 거지?"
나여 뭐, 오크와 오우거들 끼리 하는 것을 자주 구경한데다 종종 참가도 했지만 클라리는 그럴 때마다 검속에 있어서 보지는 못했겠지. 그런데 솔직시 구경하는 재미는 사람들이 싸우는 것 보다는 오크나 오우거가 싸우는게 훨씬 더 박진감 넘친다고 표현해야 하나? 아무튼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격투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이번에도 반응이 달라지는 티티와 소피 자매, 소피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는데 반해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구경을 하는 것에서 엘프와 다크엘프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나중에 티티하고 소피에 대해서 연구를 해서 '엘프와 다크엘프 분석'이란 제목으로 책을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투기 시합을 지켜보니, 한명의 승리가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덩치크고 골빈 녀석들에 비해서 기술도 괜찮았다. 그리고 근력도 적당히 조절해서 스피드가 너무 떨어지지도 않게 몸을 관리한 것 같이 보였다. 스피드에 기초한 기술과 힘이 섞인 공격을 하니, 왠만한 녀석들은 일방적으로 맞기만하고 끝이 났다.
또 한명을 기절시키며 승리한 그 남자는 우리와 가까운 한쪽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행자가 다시 사람들로 인해 저절로 만들어진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오더니 소리쳤다.
"더 이상 도전하실 분 없으십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번 격투기대회 상금은 1000트립, 그리고 상품은 이번 대회를 위해 미티아노 선장님께서 돌아가시며 기증하신 인어의 눈물이란 이름의 보석이 달린 목걸이 입니다."
인어의 눈물? 무척이나 귀한 보석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을 사랑한 인어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슬퍼하며 흘리는 눈물을 모아 만든 보석이라고 했으니. 그리고 이건 확실치는 않지만 저 보석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고 들은 것 같다. 추가적으로 약간의 소질만 있으면 물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지만 그 것 모두 이야기일 뿐이지. 솔직히 이런 길거리에서 격투기 대회의 상품으로 걸릴만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실제로 본 사람도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없었다.
결국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확인을 시키려는듯 목걸이는 통에 담겨 있는 채로 뚜껑만 열어 높이 들었다. 햇빛을 반사시켜 밝게 빛이 나는 목걸이에 달려있는 보석은 확실히 특이한 색의 빛을 내는 보석이었다. 뭐, 내 목에 걸고 있는 엄마의 유품 역시 신기한 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인어의 눈물이라 사칭힌 보석은 평범한 보석과는 달라보이기는 달라보였다. 흠. 하긴 다른 보석과는 다른 특이 점이 보이니, 인어의 눈물이란 보석이름을 사칭해서 경기대회 상품으로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주인님아 한 번 출전해 봐. 주인님 실력이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잖아. 상금 타면 맛있는 저녁 사줘~!"
귀찮게 무슨? 그리고 내가 클라리 자신의 노예인 것도 아니고, 계속 부려먹을 생각만 하다니, 정말. 이번에는 클라리의 농간에 넘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쓸데없는데 힘을 뺄 생각도 없었고, 그런데 고개를 돌려 소피를 보니 그 목걸이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가지고 싶어하는 듯한 눈치였다. 소피를 생각해서 한 번 출전해 볼까?
"어이, 거기 귀엽게 생긴 귀족 도련님, 아름다운 아가씨들 가운데에서 숨어있지 말고,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덤벼보시지."
이 목소리는 우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 승리한 남자의 목소리 였다. 헛, 클라리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하긴, 클라리의 목소리가 워낙 커야지. 잠깐,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귀엽게 생긴 귀족 도련님이라니?! 저 녀석이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발언을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하다니. 쩝, 내일 출전하기 전에 몸도풀겸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클라리의 농간에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는. 휴. 갈수록 내가 단순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내 옆에서 칭얼대고 있는 클라리의 모습을 보니,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더 피곤해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망토와 검을 벗어 클라리에게 맡기고 경기장 쪽을 향해 앞으로 걸어나왔다.
"어머, 저 어린 귀족 도련님이...다치면 어떻게 해."
"허허 저 꼬마 녀석 겁도 없지. 곱게 자라다 보니, 세상 무서운줄 모르는 군."
"저 몸으로 어디 주먹이나 한번 휘두를 수 있을까? 반쯤 죽지 않으면 다행이겠군."
주위 사람들이 수근 거리는 소리, 그렇지 않아도 보통 이상의 청각을 가지고 있는 내게 모두 생생히 들어왔다. 물론, 제국은 계급에 대해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었지만, 저 말들은 도대체 뭐란 말이야? 그리고 곱게 자라다 보니라. 그래 너무나도 곱게 자라서 지금까지 죽인 사람 수가 1000명을 넘었지.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다보니 남아있던 약간의 망설임 마저 사라졌다. 어짜피 손해 볼 것은 없으니 한 번 해보지 뭐.
사람들의 가운데 만들어진 널찌한 공간 가운데에 서 있는 날 향해 여전히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유지한체 그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나저나 이녀석 귀족한체 무슨 원한이라도 있었나? 왜 아까는 그랬을까? 단순히 싸워서 명성을 올리는게 목적이었다면 나처럼 허약한 녀석 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오, 그래도 용기는 있는 것 같군. 귀족 도련님, 그 것 역시 고작 만용에 불과하게 되겠지만."
쩝,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저런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예전에, 스승님이 쓰러지시던 그 날도 그 녀석이 저 비슷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었으니. 저 녀석 곱게 걸어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 만용일지 용기일지, 아니면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심심풀이로 나왔는지는 나중에 두고 보면 알겠지."
난 녀석을 향해 별 감정 없는 밋밋한 목소리로 말을 한 뒤, 주먹을 쥐었다. 이런 곳에 나와서 이렇게 상대하고 마주보고 서니 예전에 리아둠하고 훈련겸 격투를 했던 기억이 난다. 녀석도 오크전사답게 격투는 꽤 했었는데, 정말 내가 없는 동안 마을에는 별 문제가 없을런지 모르겠다.
내 답을 들은 녀석의 표정은 비웃음에서 이제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래도 눈빛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녀석. 쩝 할말이 없군, 정말 나는 피를 뒤집어쓰고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은 아무도 별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피의 전사, 피의 마왕의 존제가 이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인지 요즘에는 거의 포기했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나를 대하는 존재들로부터 느껴지는 눈빛의 이질감이 여전히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격투는 시작되었다. 별다른 규칙이 없는 거리 격투, 법에 저촉되는 사망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기에 검술대회 만큼이나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도 제법 빠르게 내 얼굴쪽을 향해 뻗어오는 녀석의 주먹,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가득담긴 탄성이 귀에 들려왔다. 그냥 맨손으로 잡아서 팔을 부렀트려 버릴까? 그 건 좀 심하겠군, 아까 들려온 말처럼 주먹한번 안 휘두르고 경기를 끝내면 안될테니까. 그리고 그 빠른 황제의 검도 피했는데 녀석의 주먹을 피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연속적으로 뻗어오는 녀석의 주먹을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녀석의 장단에 맞춰 움직여 주고 있었다.
"제법 빠른데 귀족 도령, 집에서 잠만자고 뒹굴 거리며 지내지는 않았나 보군."
난 녀석이 큰 숨을 한번 내쉰 뒤, 말을 하며 휘두르는 왼쪽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나서 그다지 크지 않은 내 신체조건을 활용 녀석의 복부에다 한방을 먹였다. 하지만 충돌 직전에 되도록 힘을 줄여 녀석이 죽거나 기절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만들었다. 그 튼튼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는 오우거 녀석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 공격인데. 녀석이 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고 해도 제대로 맞으면 목숨을 보장하기가 힘드니까. 내 주먹을 맞은 녀석은 배를 움켜쥔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뒤쪽으로 조금 물러섰다. 요즘에 주먹질을 할일이 없다보니 조금 강도조절이 실패한 것 같다. 쩝. 조금 미안하군.
"어이, 귀족 도령의 솜주먹을 맏고 그렇게 해매면 어떻게 해."
내 말에 녀석은 찌푸리고 있던 인상을 더욱더 찌푸렸다. 녀석은 실제로 내 주먹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한 손으로 여전히 배를 욺켜쥔체 계속 중심을 잡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래도 쓰러지지는 않아서 다행이군. 확실히 실력이 있기는 있는 편이었다. 오크 녀석들도 왠만한 녀석들은 내 주먹에 한방에 쓰러지곤 했으니까 파워를 줄였다고 해도, 인간이 버텼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해 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실력이 녹쓸었다던지.
얼굴에서 비웃음이 사라진 녀석은 다시 중심을 잡고 공격을 들어왔다. 나를 깔보고 있는 마음이 없어졌기 때문일까? 전 경기에서 느껴지던 녀석의 승부사 기질이 다시 느껴졌다. 그리고 확실히 아까에 비해서 공격이 더 날카로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잠깐 방심하고 있던 사이, 녀석이 빠르게 휘두른 주먹이 간발의 차이로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순간적으로 등에 식은 땀이 조금 흐르는 것 같았다. 분위기를 보니, 정말 빨리 끝내지 않다가는 실제로 힘을 빼야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난 다시 공격을 해오는 녀석의 주먹을 그대로 잡아서 내 뒤쪽으로 흘리며 녀석의 중심을 흐트려트렸다. 녀석의 주먹을 잡는 순간 들어오는 충격, 녀석의 주먹의 충격을 조금 뒤로 흘리면서 잡았음에도 이정도의 충격이 느껴지는 것은, 확실히 지금까지 계속 승리를 가질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중심을 잃은 녀석에게 적당히 기절할 정도의 충격을 받을 수 있도록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지는 남자.
주위에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적막에 휩싸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인가? 휴,내 신세야. 괴물사냥꾼 녀석들은 내 모습만 보고도 공포에 휩싸여서 덜덜 떨곤 했었는데. 피라는 것. 그만큼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한참동안의 주위의 적막을 깨고 진행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쓰러진 남자가 죽지는 않았는지 한번 살펴보더니 진행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을 했다.
"다...다른 도전자 없으십니까?"
하지만 진행자의 말이 끝난 뒤에도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어찌됬건 내가 이기긴 이겼나 보군. 아무리 봐도 난 악당이나 마왕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영웅들은 고생고생하며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키워서 결국 악의 무리를 해치우는 데 반해, 난 핀누나와 스승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천부적으로 잡다한 재능을 타고 났으니. 그래도 이 능력 덕택에 지금까지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어쨌든 난 이런 능력을 준 신에게 감사를 해야 할 듯 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이런 내능력을 알았다면 엄마와 시드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점 하나. 그 뿐. 열살도 안된 어린 꼬마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지도 몰라도.
결국 사람들의 적막을 다시 깨뜨린 존재는 클라리였다. 사람들틈에서 환호를 하며 내쪽을 향해 뛰어왔으니까.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오는 소피와 티티.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전자가 더이상 없어서 힘을 소모할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내 시합전에 지금 쓰러져 있는 녀석이 적당히 정리해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은데.
난 전의 충격에 계속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녀석을 향해 힐을 써준 다음, 약간의 전기 스파크를 가해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이번 공격 역시 힘 조절에 실패를 해서 내가 예상하던 것 보다는 타격이 컸었던 듯, 전기 충격에 움찔한 녀석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주춤주침 일어선 뒤, 잠시 멍한 눈으로 나를 향해 환호하는 주위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에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난 더 이상 귀찮은 일에 휩싸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급히 진행자쪽으로 걸어가 상품을 받아든 뒤, 모여서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를 클라리를 비롯한 엘프자매를 데리고 급히 빠져 걸어 나왔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간신히 길을 만들며 빠져나오고 있는 순간, 무척이나 키가 큰 한 남자 엘프의 곁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엘프의 나를 향한 눈빛이 반짝 한 것 같이 느껴졌다는 것, 왠지 익숙한 얼굴 그 엘프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다시 그 모습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 곳에는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일뿐, 엘프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꼭 아주 짧은 꿈을 꾼 듯한 느낌.
"주인님아, 왜? 무슨일 있어?"
"아니 아무 것도."
잠시 걸음을 멈췄던 난 클라리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 틈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겨 나갔다. 아무래도 티티와 소피와 같은 엘프들과 매일 같이 지냈던 까닭일까? 방금 전에 보았던 존재가 아주 짧은 시간에 다시 찾아 보았을 때 볼 수 없었다면 내가 잘 못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나도 선명한 기억. 그리고 소피와 티티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키가 컸다. 그리고 마을에서 보았던 남자 엘프들과는 또다른 느낌.
요즘에는 무엇인가 중요한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아니 무엇인가 중요한 기억을 잊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그 잊혀진 기억이 빨리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억이 슬픈 것이든 기쁜 것이든 무엇인가를 잊고 있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리투안국과 아틸란티스 국의 초기 수호신은 플라타니오였다는 설이 요즘에 신빙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틸란티스의 경우는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제국 중반기에는 수호신을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을 바꾸었으며 그 때, 수도의 이름 역시 포세트립톤으로 바꾸게 된 것 같다. 그에 반해 리투안의 경우는 유하네리스신앙이 백성들에게 대중적으로 퍼져나가자 정부에서 정치적인 의도로 수호신을 바꾸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가장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성기사단과의 계약설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플라타니오 신을 수호신으로 삼은 적이 있는 나라는 언제나 대륙의 최강국으로 발전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급격한 국력의 발전을 이루고 있는 피투안 역시....<제국일보> 제국력 208년 2월 29일자 특집기사-
"주인님아~! 그런데 이 예술의 도시 리투니아에 와서 도시구경 한번 하지 않고 떠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창 밖을 쳐다보며 얼떨결에 맡게된 지원군 총사령관직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나를 향해 클라리의 불평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시에 도착한 첫날에도 내가 황제, 아렐리아와 하루종일 회의를 하며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동안 소피, 티티와 함께 분명히 구경을 갔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내가 요즘 정신이 없다고 해도 누굴 속이려고 말이지.
"도착한 첫 날에 너 도시 구경가지 않았었어?"
여러가지 잡다한 고민거리 때문에 클라리와 그다지 신경전을 펼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난 클라리를 향해 귀찮다는 의사를 가득담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훙, 그 때는 주인님은 없었었잖아. 난 주인님하고 꼭 같이 구경하고 싶어."
클라리는 빙긋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클라리의 표정을 보니, 그 외에도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왠지 그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아. 클라리. 그냥 소피하고 티티하고 같이 한번 더 다녀와."
클라리의 속셈도 알아볼 기회도 만들겸 되도록 클라리가 말을 하도록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밖에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도 그다지 없었고.
"힝. 주인님아~! 그러지 말구, 같이 가자."
클라리는 내 팔을 붙잡고 나서 자신의 볼을 내 어깨에 비비며 아양을 떨었다. 정말 클라리 이 검이 오늘 따라 왜 이러지? 그래! 클라리를 나와 꼭 같이 가려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클러리 너, 나하고 같이 가려는 이유가 나하고 같이가고 싶다기 보다는 이 것 때문이지?"
난 허릿춤에 차고 있던 돈주머니들 중 하나를 꺼내 들며 클라리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바로 내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은 리투니아가 예술의 도시뿐만 아니라, 수천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상인들의 도시라는 것이다. 클라리의 목적 역시, 도시 관광 보다는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쇼핑일 가능성이 높았다.
클라리는 내가 돈주머니를 꺼내 드는 순간 눈빛이 조금 변하는 것이 보였지만 곧 그 눈빛을 감추며 고개를 좌우로 설래설래 흔들었다.
"아니, 아니야 주인님아. 난 정말로, 정말로 주인님하고 같이가고 싶어서..."
한 두달 전 쯤의 나 였다면 속아넘어 갔겠지만 이제는 안통한다구. 클라리. 이 모두가 황제와 클라리를 비롯한 나이 많은 여자들에게 시달린 까닭이다.
"그럼, 오늘 도시 구경가서 돈은 한푼도 쓰지 않아도 상관이 없지? 클. 라. 리?"
내 말을 들은 클라리의 표정이 이번엔 표시가 날정도로 묘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훗, 역시 그랬었군.
"훙, 주인님아. 힝...."
휴, 결국 클라리는 풀 죽은 표정으로 힘없이 의자에 앉아 버렸다. 정말 클라리가 갈수록 외모와 다르게 어린애가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분명히 처음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렇게 됬는지. 그리고 30년이나 넘게 살아왔으면서, 그 것도 사람들과 같이 아기부터가 아니라. 처음부터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으니, 보통 사람과 비교하자면 한 40살 정도의 정신연령은 가지고 있어야 정상일텐데, 아무리봐도 클라리는 그렇지 않다. 뭐, 황제와 아렐리아도 가끔씩 이상한 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그 둘은 그 연령에 맞는 본모습을 보여야 할 때는 확실히 보이니, 괜찮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쩝, 어찌됬건 이렇게 방에 앉아 있는다고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을테니, 리투니아에서 떠나기 전 도시를 한번 쯤 구경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더 끌다가는 클라리의 주특기 '울기'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알겠어. 클라리, 한번 쯤 구경을 하는 것도 괜찮겠지."
난 배낭에서 흰색 망토대신에 보통 때 입고 다니는 자줏빛 망토를 꺼내서 걸치며 클라리에게 말을 했다. 실망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클라리는 내말을 듣는 순간 못믿겠다는 듯 눈을 크게 떠서 날 쳐다보았다.
"정....정말, 가줄거야? 주인님아~?"
내가 클라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클라리는 아주 기뻐하며 내 옆에 매달렸다. 휴, 클라리는 절대로 가난한 주인을 만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잘못하다간 주인을 팔아먹으려 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충 외출할 나갈 차비를 차린 뒤, 방 밖으로 나가려는 나와 클라리쪽을 향해 티티가 소피의 손을 끌고 다가 왔다.
"란트, 저희들도 같이가면 안될까요?"
소피와 티티 두 자매중 언제나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티티, 티티는 클라리의 백금발 만큼이나 반짝이는 자신의 청은빛 머리를 내게 가까이 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티티에 반해 소피는 티티 뒤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난 계속해서 클라리가 내 팔을 잡아끄는 것을 버티며 잠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뭐, 어짜피 클라리하고 같이 나갔다오면 피곤해 질 것은 뻔한데, 소피와 티티만 방에 두고가는 것도 그러니, 그냥 같이 가야겠다.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그래도 말을 꺼냈으니. 훗, 이런 배려라는 것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 지는 것 같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래, 같이가자. 티티, 소피. 그런데 아미 넌 어떻게 할꺼야?"
내 대답에 기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던 소피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숙여 버렸다. 흠흠...그리고 내가 아미 쪽을 쳐다보자 구석에서 그 큰 검을 닦고 있던 아미는 내 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그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답을 했다.
"주인, 난 오늘 쉬는게 좋을 것 같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위대한 드래곤님께서 싫다고 하는데 뭐라하기도 그렇고,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 아미는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내일 출발을 해야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안돼! 저 엘프들하고 같이 나가다니 그럴 수는 없어! 주인님아. 난 주인님하고만 같이가고 싶단 말이야."
소피와 티티가 외출할 차비를 차리고 있는 것을 보며 외치는 클라리의 목소리. 뭐, 어짜피 나보다는 돈주머니가 더 중요하면서 그런 것은 왜 따지는 것일까?
"클라리, 저희하고 같이 가기 싫으면 클라리가 가지 마세요."
티티의 날카로운 목소리, 티티는 출신이 다크엘프라 그런지 가끔씩, 마음에 안들다거나 불만이 있을 때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날카롭고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법 속성, 어떻게 보면, 스승을 떠나서 그 자신의 성격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빙계계열인 핀누나는 차갑다거나 하는 것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긴 했었지만. 어쨌든 티티의 등장으로 소피가 클라리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티티는 클라리에게 말싸움에서 그다지 밀리지 않는 듯한 느낌. 그나저나 내가 없을 때는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있으면 왜 저렇게들 서로 못잡아먹어서 난리들인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휴, 그만 쫌 싸워, 정신없으니. 불만이 있는 검이나 엘프는 방에 남고."
난 조금 화가난 목소리로 말을 한 뒤,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연체 방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런 내 뒤를 따라, 모두들 조금씩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을 한체 그래도 따라오기는 따라왔다. 그런데 황제는 어느 방에서 자는 것일까? 그래도 고귀한 황제인데 우리와 같이자는 것을 그럴테고, 보안이나 잘되는 곳인지. 쩝 쓸데없는 걱정을. 엄마가 해주던 이야기에 따르면 오히려 황제를 암살하러온 암살자를 걱정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훗, 그래도 제국에서 봉급을 받는 신하라고 황제를 걱정하다니. 나도 참.
"주인님아, 아직도 화 안풀렸어?"
복잡한 시청의 내부 구조 때문에 한참을 해매다가 간신히 밖으로 걸어나온 나를 향해 클라리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그다지 화가 난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화가 난 척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클라리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은체 걸음만 빨리할 뿐이었다.
"힝, 주인님아, 남자가 삐지면 어떻게 해."
이 놈의 검은 정말 누구는 진짜 화를 내지 못하는 줄 아는지. 진심으로 내가 화를 냈을 때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런 내 마음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클라리 자신이었으면서, 조금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이유로 이번에도 역시 클라리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인님아, 우리 싸운적 없어. 그렇지? 티티, 소피. 우리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데."
"아...네. 란트."
클라리는 한손에 각각 티티와 소피를 잡은체 갑자기 내 앞에 서서 길을 막으며 말을 했다. 갑작스러운 클라리의 행동에 조금 당황해서 답을 하는 소피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드는 티티, 싸운적 없다니, 속일 것을 속여야지. 꼭 어린에 달래듯 내게 행동을 하는 클라리를 보며 계속 화난척하고 있다가는 더 귀찮아 질 것 같다는 생각에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런 것도 적당히 조절을 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었다.
"화 안났으니까, 빨리 가고 싶은 곳으로 길이나 안내해."
"응, 주인님아~!"
내 대답에 활짝 웃으며 기쁘게 대답을 하는 클라리, 클라리는 예전에 보모생활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던 까닭인지, 정말. 하지만 어린애 취급할 사람이 따로 있지 자기 주인을 어린애 취급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클라리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한쪽 팔을 잡은체 가벼운 걸음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클라리의 등쌀에 이 곳 저 곳의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잔뜩 사서 배낭에 넣는 바람에 엄청난 양의 돈이 지출이 되버렸다. 그런 클라리와는 다르게 소피와 티티는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물건을 단 하나도 사지 않고 있었다. 소피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성격이 적극적인 티티 역시 구매욕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역시 둘다 엘프는 엘프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다지 돈에 대해 욕심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클라리가 산 거의 쓸모 없는 물건에 금화가 102개나 소비됬다는 사실, 정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게다가 전에 클라리가 쇼핑할 때 썼던 돈은 리아인의 돈이었지만 지금 클라리가 쓰는 돈은 내 돈이라는 사실이 그러한 생각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찌됬건 리투니아는 정말 도시전체가 예쁘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였다. 보통 도시가 아름답다고 할 때 생각되는 웅장함이나 그런 것이 일반적인데 그 것과는 다른 아기자기함이라고 표현을 해야할까? 평범한 집의 작은 장식하나하나에서도 정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청을 제외한 다른 어느 곳에서도 큰 건축물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도 그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공헌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도시의 중심을 벗어나 지나, 아름답기로 유명한 남항(The South Port of Rituan), 리투니아의 부두가 있는 곳을 향해 어느세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주인님아, 저 곳좀 봐."
물건을 많이 샀기 때문일까, 콧노래까지 부르며 걸음을 옮기던 클라기 갑자기 멈춰서서 한 곳을 가르켰다. 클라리가 말한 곳을 쳐다보니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무엇인가를 보며 열광하고 있었다. 그런데 클라리는 왜 저 곳을?
"우리 한번 가보자 주인님아, 뭔가 재밌는게 있는 것 같아."
클라리는 내팔을 잡아 끌며 이야기를 했다. 또 클라리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일까? 하지만 시간이 벌서 저녁무렵이 다 되었으니, 이제 슬슬 시청에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곳에 말려들어 시간을 끌 이유는 전혀 없었다.
"클라리, 이제 적당히 구경도 했고, 시청에 돌아가서 저녁도 먹어야지."
하지만 이런 내 대답을 무시하고 클라리는 이번에는 자신의 힘으로 나를 끌고 사람들이 많은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이 엄청난 힘, 정신체가 아니고서는 정말 설명할 길이 없는 힘이었다. 거의 오우거 수준의. 난 저항해 봤자 소용없음을 느끼고 검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내 신세를 한탄한 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클라리처럼 잡지는 않았지만 내 옆 가까이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던 티티와 소피역시 따라 왔다.
소피나 티티도 이제는 사람들에대해서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소피는 인간에 대해서 조금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이 조금 있었고, 티티 역시 다크엘프들의 틈에서 자랐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거부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반해, 지금은 그런감정이 거의 사라진 듯 보였으니. 아마, 나와 같이 여행을 하며 인간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아 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다가가니 실제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있는 것이 꼭 검술대회를 구경하던 사람들의 구성비와 비슷한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까닭에 사람들이 무엇에 그렇게 열광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냥 돌아가는게 좋을듯?! 하지만 클라리쪽을 보니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클라리가 손에 흰빛의 기운을 모우고 있었다. 설마, 앞에 길을 막고 있는 사람들을 날려버리려는 것은 아니겠지. 난 불길한 예감에 급히 캐스팅을 했다.
"일루젼 오브 화이어!(Illusion of fire:불의 환영)"
다행히 클라리가 힘을 모우는 시간보다 앞서서 내 주문이 완성되어 우리 앞쪽에 있던 사람들에게만 발밑에 불이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불이야! 불이야!"
그 순간 우리 앞쪽에 있던 사람들의 외침과 함께 모여있던 사람들 전체가 소란스러워지며 사람들이 조금 흩어졌다. 하지만 곧 별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 진정되고 다시 중심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에 반해 내가 마법을 걸었던 사람들은 여전히 당황해서 멀리 도망치는 모습이, 쩝, 좀 심했나? 하지만 클라리의 마법에 날라가는 일이 생기는 것 보다는 저렇게 놀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났지. 다행히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는 내가 마법을 썼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클라리를 노려보자, 클라리는 그런 내 표정을 못본책하고는 나를 데리고 사람들이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중심부,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편법으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의 중심부에 도착한 순간 보이는 것은 바로 길거리 격투기 대회였다. 무식하게 덩치만 큰 녀석들이 치고 밖고하는 시합.저런면에서는 인간과 오크, 오우거가 그다지 차이점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혼자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은 생각외로 누군가가 싸우는 것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런 말도 있으니까, '자기나라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전쟁.'
"와! 격투기 시합이네. 몇년만에 구경을 하는 거지?"
나여 뭐, 오크와 오우거들 끼리 하는 것을 자주 구경한데다 종종 참가도 했지만 클라리는 그럴 때마다 검속에 있어서 보지는 못했겠지. 그런데 솔직시 구경하는 재미는 사람들이 싸우는 것 보다는 오크나 오우거가 싸우는게 훨씬 더 박진감 넘친다고 표현해야 하나? 아무튼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격투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이번에도 반응이 달라지는 티티와 소피 자매, 소피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는데 반해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구경을 하는 것에서 엘프와 다크엘프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나중에 티티하고 소피에 대해서 연구를 해서 '엘프와 다크엘프 분석'이란 제목으로 책을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투기 시합을 지켜보니, 한명의 승리가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덩치크고 골빈 녀석들에 비해서 기술도 괜찮았다. 그리고 근력도 적당히 조절해서 스피드가 너무 떨어지지도 않게 몸을 관리한 것 같이 보였다. 스피드에 기초한 기술과 힘이 섞인 공격을 하니, 왠만한 녀석들은 일방적으로 맞기만하고 끝이 났다.
또 한명을 기절시키며 승리한 그 남자는 우리와 가까운 한쪽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행자가 다시 사람들로 인해 저절로 만들어진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오더니 소리쳤다.
"더 이상 도전하실 분 없으십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번 격투기대회 상금은 1000트립, 그리고 상품은 이번 대회를 위해 미티아노 선장님께서 돌아가시며 기증하신 인어의 눈물이란 이름의 보석이 달린 목걸이 입니다."
인어의 눈물? 무척이나 귀한 보석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을 사랑한 인어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슬퍼하며 흘리는 눈물을 모아 만든 보석이라고 했으니. 그리고 이건 확실치는 않지만 저 보석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고 들은 것 같다. 추가적으로 약간의 소질만 있으면 물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지만 그 것 모두 이야기일 뿐이지. 솔직히 이런 길거리에서 격투기 대회의 상품으로 걸릴만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실제로 본 사람도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없었다.
결국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확인을 시키려는듯 목걸이는 통에 담겨 있는 채로 뚜껑만 열어 높이 들었다. 햇빛을 반사시켜 밝게 빛이 나는 목걸이에 달려있는 보석은 확실히 특이한 색의 빛을 내는 보석이었다. 뭐, 내 목에 걸고 있는 엄마의 유품 역시 신기한 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인어의 눈물이라 사칭힌 보석은 평범한 보석과는 달라보이기는 달라보였다. 흠. 하긴 다른 보석과는 다른 특이 점이 보이니, 인어의 눈물이란 보석이름을 사칭해서 경기대회 상품으로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주인님아 한 번 출전해 봐. 주인님 실력이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잖아. 상금 타면 맛있는 저녁 사줘~!"
귀찮게 무슨? 그리고 내가 클라리 자신의 노예인 것도 아니고, 계속 부려먹을 생각만 하다니, 정말. 이번에는 클라리의 농간에 넘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쓸데없는데 힘을 뺄 생각도 없었고, 그런데 고개를 돌려 소피를 보니 그 목걸이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가지고 싶어하는 듯한 눈치였다. 소피를 생각해서 한 번 출전해 볼까?
"어이, 거기 귀엽게 생긴 귀족 도련님, 아름다운 아가씨들 가운데에서 숨어있지 말고,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덤벼보시지."
이 목소리는 우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 승리한 남자의 목소리 였다. 헛, 클라리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하긴, 클라리의 목소리가 워낙 커야지. 잠깐,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귀엽게 생긴 귀족 도련님이라니?! 저 녀석이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발언을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하다니. 쩝, 내일 출전하기 전에 몸도풀겸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클라리의 농간에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는. 휴. 갈수록 내가 단순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내 옆에서 칭얼대고 있는 클라리의 모습을 보니,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더 피곤해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망토와 검을 벗어 클라리에게 맡기고 경기장 쪽을 향해 앞으로 걸어나왔다.
"어머, 저 어린 귀족 도련님이...다치면 어떻게 해."
"허허 저 꼬마 녀석 겁도 없지. 곱게 자라다 보니, 세상 무서운줄 모르는 군."
"저 몸으로 어디 주먹이나 한번 휘두를 수 있을까? 반쯤 죽지 않으면 다행이겠군."
주위 사람들이 수근 거리는 소리, 그렇지 않아도 보통 이상의 청각을 가지고 있는 내게 모두 생생히 들어왔다. 물론, 제국은 계급에 대해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었지만, 저 말들은 도대체 뭐란 말이야? 그리고 곱게 자라다 보니라. 그래 너무나도 곱게 자라서 지금까지 죽인 사람 수가 1000명을 넘었지.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다보니 남아있던 약간의 망설임 마저 사라졌다. 어짜피 손해 볼 것은 없으니 한 번 해보지 뭐.
사람들의 가운데 만들어진 널찌한 공간 가운데에 서 있는 날 향해 여전히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을 유지한체 그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나저나 이녀석 귀족한체 무슨 원한이라도 있었나? 왜 아까는 그랬을까? 단순히 싸워서 명성을 올리는게 목적이었다면 나처럼 허약한 녀석 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오, 그래도 용기는 있는 것 같군. 귀족 도련님, 그 것 역시 고작 만용에 불과하게 되겠지만."
쩝,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저런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예전에, 스승님이 쓰러지시던 그 날도 그 녀석이 저 비슷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었으니. 저 녀석 곱게 걸어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 만용일지 용기일지, 아니면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심심풀이로 나왔는지는 나중에 두고 보면 알겠지."
난 녀석을 향해 별 감정 없는 밋밋한 목소리로 말을 한 뒤, 주먹을 쥐었다. 이런 곳에 나와서 이렇게 상대하고 마주보고 서니 예전에 리아둠하고 훈련겸 격투를 했던 기억이 난다. 녀석도 오크전사답게 격투는 꽤 했었는데, 정말 내가 없는 동안 마을에는 별 문제가 없을런지 모르겠다.
내 답을 들은 녀석의 표정은 비웃음에서 이제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래도 눈빛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녀석. 쩝 할말이 없군, 정말 나는 피를 뒤집어쓰고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은 아무도 별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피의 전사, 피의 마왕의 존제가 이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인지 요즘에는 거의 포기했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나를 대하는 존재들로부터 느껴지는 눈빛의 이질감이 여전히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격투는 시작되었다. 별다른 규칙이 없는 거리 격투, 법에 저촉되는 사망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기에 검술대회 만큼이나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도 제법 빠르게 내 얼굴쪽을 향해 뻗어오는 녀석의 주먹,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가득담긴 탄성이 귀에 들려왔다. 그냥 맨손으로 잡아서 팔을 부렀트려 버릴까? 그 건 좀 심하겠군, 아까 들려온 말처럼 주먹한번 안 휘두르고 경기를 끝내면 안될테니까. 그리고 그 빠른 황제의 검도 피했는데 녀석의 주먹을 피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연속적으로 뻗어오는 녀석의 주먹을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녀석의 장단에 맞춰 움직여 주고 있었다.
"제법 빠른데 귀족 도령, 집에서 잠만자고 뒹굴 거리며 지내지는 않았나 보군."
난 녀석이 큰 숨을 한번 내쉰 뒤, 말을 하며 휘두르는 왼쪽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나서 그다지 크지 않은 내 신체조건을 활용 녀석의 복부에다 한방을 먹였다. 하지만 충돌 직전에 되도록 힘을 줄여 녀석이 죽거나 기절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만들었다. 그 튼튼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는 오우거 녀석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 공격인데. 녀석이 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고 해도 제대로 맞으면 목숨을 보장하기가 힘드니까. 내 주먹을 맞은 녀석은 배를 움켜쥔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뒤쪽으로 조금 물러섰다. 요즘에 주먹질을 할일이 없다보니 조금 강도조절이 실패한 것 같다. 쩝. 조금 미안하군.
"어이, 귀족 도령의 솜주먹을 맏고 그렇게 해매면 어떻게 해."
내 말에 녀석은 찌푸리고 있던 인상을 더욱더 찌푸렸다. 녀석은 실제로 내 주먹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한 손으로 여전히 배를 욺켜쥔체 계속 중심을 잡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래도 쓰러지지는 않아서 다행이군. 확실히 실력이 있기는 있는 편이었다. 오크 녀석들도 왠만한 녀석들은 내 주먹에 한방에 쓰러지곤 했으니까 파워를 줄였다고 해도, 인간이 버텼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해 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실력이 녹쓸었다던지.
얼굴에서 비웃음이 사라진 녀석은 다시 중심을 잡고 공격을 들어왔다. 나를 깔보고 있는 마음이 없어졌기 때문일까? 전 경기에서 느껴지던 녀석의 승부사 기질이 다시 느껴졌다. 그리고 확실히 아까에 비해서 공격이 더 날카로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잠깐 방심하고 있던 사이, 녀석이 빠르게 휘두른 주먹이 간발의 차이로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순간적으로 등에 식은 땀이 조금 흐르는 것 같았다. 분위기를 보니, 정말 빨리 끝내지 않다가는 실제로 힘을 빼야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난 다시 공격을 해오는 녀석의 주먹을 그대로 잡아서 내 뒤쪽으로 흘리며 녀석의 중심을 흐트려트렸다. 녀석의 주먹을 잡는 순간 들어오는 충격, 녀석의 주먹의 충격을 조금 뒤로 흘리면서 잡았음에도 이정도의 충격이 느껴지는 것은, 확실히 지금까지 계속 승리를 가질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중심을 잃은 녀석에게 적당히 기절할 정도의 충격을 받을 수 있도록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지는 남자.
주위에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적막에 휩싸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인가? 휴,내 신세야. 괴물사냥꾼 녀석들은 내 모습만 보고도 공포에 휩싸여서 덜덜 떨곤 했었는데. 피라는 것. 그만큼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한참동안의 주위의 적막을 깨고 진행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쓰러진 남자가 죽지는 않았는지 한번 살펴보더니 진행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을 했다.
"다...다른 도전자 없으십니까?"
하지만 진행자의 말이 끝난 뒤에도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어찌됬건 내가 이기긴 이겼나 보군. 아무리 봐도 난 악당이나 마왕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영웅들은 고생고생하며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키워서 결국 악의 무리를 해치우는 데 반해, 난 핀누나와 스승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천부적으로 잡다한 재능을 타고 났으니. 그래도 이 능력 덕택에 지금까지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어쨌든 난 이런 능력을 준 신에게 감사를 해야 할 듯 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이런 내능력을 알았다면 엄마와 시드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점 하나. 그 뿐. 열살도 안된 어린 꼬마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지도 몰라도.
결국 사람들의 적막을 다시 깨뜨린 존재는 클라리였다. 사람들틈에서 환호를 하며 내쪽을 향해 뛰어왔으니까.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오는 소피와 티티.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전자가 더이상 없어서 힘을 소모할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내 시합전에 지금 쓰러져 있는 녀석이 적당히 정리해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은데.
난 전의 충격에 계속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녀석을 향해 힐을 써준 다음, 약간의 전기 스파크를 가해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이번 공격 역시 힘 조절에 실패를 해서 내가 예상하던 것 보다는 타격이 컸었던 듯, 전기 충격에 움찔한 녀석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주춤주침 일어선 뒤, 잠시 멍한 눈으로 나를 향해 환호하는 주위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에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난 더 이상 귀찮은 일에 휩싸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급히 진행자쪽으로 걸어가 상품을 받아든 뒤, 모여서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를 클라리를 비롯한 엘프자매를 데리고 급히 빠져 걸어 나왔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간신히 길을 만들며 빠져나오고 있는 순간, 무척이나 키가 큰 한 남자 엘프의 곁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엘프의 나를 향한 눈빛이 반짝 한 것 같이 느껴졌다는 것, 왠지 익숙한 얼굴 그 엘프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다시 그 모습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 곳에는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일뿐, 엘프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꼭 아주 짧은 꿈을 꾼 듯한 느낌.
"주인님아, 왜? 무슨일 있어?"
"아니 아무 것도."
잠시 걸음을 멈췄던 난 클라리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 틈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겨 나갔다. 아무래도 티티와 소피와 같은 엘프들과 매일 같이 지냈던 까닭일까? 방금 전에 보았던 존재가 아주 짧은 시간에 다시 찾아 보았을 때 볼 수 없었다면 내가 잘 못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나도 선명한 기억. 그리고 소피와 티티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키가 컸다. 그리고 마을에서 보았던 남자 엘프들과는 또다른 느낌.
요즘에는 무엇인가 중요한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아니 무엇인가 중요한 기억을 잊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그 잊혀진 기억이 빨리 되살아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억이 슬픈 것이든 기쁜 것이든 무엇인가를 잊고 있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