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8장 전란에 휩싸인 제국(3) 출전-3(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8. 4. PM 10:54:30·조회 2272·추천 68
에피소드 52 출전-3



천막 위로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비, 꼭 여름철의 소나기같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바람에 들쳐진 천막의 틈 사이로 보였다. 클라리는 아까 도망쳐버린 뒤에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 아무래도 소피와 티티가 머무는 막사로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그리고 황제 역시 뭔가 정리해 볼 것들이 있다며, 천막 밖으로 빠져 나가고 지금 이 곳에 있는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서서 천막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들 쪽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천막 문을 들치자 밖에서 방수포를 두르긴 둘렀지만 그래도 굵은 빗방울을 그대로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던 병사들은 내가 갑자기 나와서 그런지 깜짝놀라더니, 허둥지둥 내게 경례를 했다.

"윈드 플레이트 더블"

난 병사들이 비를 직접 맞지 않도록 병사들 머리 위에 바람으로 된 둥근 판을 각각 하나씩 만들어서 올려놓았다. 뭐, 그다지 마나가 많이드는 것도 아니고, 이 비오는 날에 고생을하는 녀석들이니 이 정도쯤이야. 그런데 병사들은 이 정도쯤이야라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생각외로 꽤 놀란 것 같이 보였다.

"대대장들의 숙소로 술과 고기를 조금 보내도록 하라는 지시를 보좌관에게 좀 전해주게."

난 그 두명의 병사 중 한명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했다. 여전히 머리 위의 둥근 원판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병사는 내 말에 다시 움찔하더니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대대장들의 숙소로 술과 고기를 보내라는 명령 보좌관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말한 명령을 한번 더 되풀이한 병사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뒤, 티티와 소피가 있는 천막 쪽으로 달려갔다. 역시, 내가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클라리는 그 곳에 있었나 보다. 병사들이야 클라리가 달려가는 방향을 보았으니 알고 있는 것이겠지.

"그럼, 수고하게."

"넷! 사령관 각하."

난 그다지 필요가 없어보였지만 어쟀든 남아서 고생을하고 있는 병사에게 격려성 발언을 해준 다음 다시 천막안쪽으로 들어왔다. 오늘 회의에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을테니,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에는 아직 약간의 시간도 있고해서 대대장들에게 술을 조금씩 주는게 좋을 것 같다. 원래 책같은 곳에서 보더라도 이런 시점에서 부하들의 기분을 조금 풀어주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오곤 했었기 때문에 한 번 따라 해보기로 했다. 뭐, 비축 물자야 꽤 여유있게 준비해왔으니, 그다지 무리가 가거나 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밑저야 본전이니까.

난 다시 빈 천막에 혼자 앉아 고민을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도 언데드나 골렘과 전투를 해본 경험은 없었기에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황제의 말처럼 언데드를 만나면 홀리스톰을 난사해버리면 그만이라지만 그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할 경우에는 인간들의 부대와 싸울 때 도움을 줄 수없게 된다. 게다가 단기적인 전투도 아니고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마나를 절약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무리 훈련이 잘된 병사들이라고 하더라도 고작 천여명의 병사들만을 가지고 언데드와 싸우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부대내에 있는 신관이라고 해도, 의무병 비슷한 역할을 맡고있는 신관 두세명 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골렘일 경우도 마찮가지이다. 물론, 골렘의 경우 골렘이 가진 속성의 반대되는 속성으로 두들기면 되겠지만, 골렘들이 속성별 세트로 나타날 경우는 대처 불능이었다. 이왕이면 화계열 골렘이면 좋겠지만, 골렘은 아무래도 토계열 골램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제일 만들기 쉽고 무난한 파워를 보이는 속성이므로. 그렇다면, 과연 이 난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까 회의에서 하이렛이란 놈이 말햇듯이 회군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그건 아니다. 그래, 분명히 방법은 있다. 그래! 바로 그 방법이 있었군.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 간단한 것을 잊고 있었다니 나도 참.



비는 어느세 그치고 숙영지 위에 말게 개인 하늘에 펼쳐진 별들로 부터 꼭 비가 아직도 계속 내리고 있는 듯 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별빛, 왠지 모르게 저 별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기운도 조금나는 것 같고, 무슨 까닭일까? 뭐, 내가 가호를 받았다던 미탄젤과 플라타니오란 신들이 별과 관련이된 신들인 까닭일까? 설마 그럴리가, 아무리 선천적인 재능을 얻는데는 그 신들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내가 실제 신의 아바타나 신의 대리인이 아닌 이상 그 힘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신의 아바타였다면 마법을 좀 과하게 썼다고 쓰러지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난 아까 생각해낸 해결방법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황제가 머무는 천막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무척 호감이 담긴 눈으로 날쳐다보며 곁에서 호위를 하겠다는 것을 말려둔체 난 혼자서 걸음을 옮겼다. 솔직히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병사들이 호위를 해주는게 아니라 그들이 더 짐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냥 따라오지 않는게 더 낳았다.

기사들의 천막이 몰려있는 곳,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위험부담이 컸다. 최소 8서클 이상되는 마법사가 이 곳에 운석같은 것을 떨어트리면 잘못하다가 수뇌부는 다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회의 때, 상황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하이렛이 말했듯이 제대로된 지휘관이 없을 경우, 그 부대는 있으나마나한 존재였으니까.

"카이사르, 자네는 이번 사령관을 어떻게 생각하나?"

잠깐 이 소리는? 기사들의 천막들 사이를 빠져나와 황제가 머무는 천막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던 나는 그 소리에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 놈의 귀도 엘프만큼은 아니었지만 인간치고는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까닭에 왠만한 소리는 다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밤이라 소리가 더 잘퍼졌으므로 말하는 사람딴에는 목소리를 낮춰서 말한다고는 했지만 이마 내 귀에는 다 들어오고 있었다.

"후후, 그러는 젤롯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이어지는 카이사르의 목소리, 천막안에는 카이사르와 젤롯트 두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원래 이런 것은 엿듯는게 아니었지만 나와 직접 관련된 일이었으므로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확실히,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이었네. 어리다고 얕보고 기를 누르려다가 오히려 이번에 호되게 당했지 뭔가."

내 예상이 정확했군. 젤로트는 뭔가 아쉬운 듯한 말투로 카이사르에게 말을 했다. 어쨌든 오늘은 내게 운이 따랐던 것 같다. 대략적인 작전 구상은 하고 있었지만, 명확하게 적을 물리칠 방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물론, 지금은 아니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나? 군대에서 하극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그 부대는 오히려 모자란 지휘관이 있는 것 보다 더 엉망이 되게 되네. 게다가 그는 모자란 지휘관이 절대로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지켜보기에는. 그리고 그가 제국 검술 대회 우승자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되네. 또한 지금 자네보다 상급자의 위치에있는 나 역시 자네보다 어리지 않는가?"

카이사르는 젤로트를 향해 조금 질책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했다. 훔, 모자란 지휘관은 아니라 어쨌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군. 그리고 확실히 외모상으로 볼 때도 젤로트에 비해 카이사르가 한 대여섯살 정도는 어려보였었다.

"그건 그렇네. 카이사르. 그런데 잠깐, 그렇다면 사령관은 마검사란 말인가? 어린 나이에 대단하군. 확실히 오늘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보통은 아니었어.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암살자가 비수를 던진다거나 해도 그렇게 절묘하게 던지기는 힘들 것이네. 게다가 제국 검술대회 우승이라니! 두 분야에서 그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말일세."

젤로트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조금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귀에 들어왔다. 흠, 아무래도 내용상 이번 말은 나에 대한 칭찬인 것 같았다.

"그래, 어쩌면 우리를 포함해서 천여명의 병사들이 오히려 사령관의 짐이 될 가능성도 있네, 그 말은 사령관 단 한명의 능력이 천여명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이번 지원군을 시장님이 단 천여명의 병사만으로 편성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나?"

아렐리아에 대한 절대적인 신용. 도대체 무엇인 이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을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아렐리아의 시정활동에 대해서도 한번 살펴보아야 되겠다. 비밀감사관의 직권으로, 직권 남용이라고? 뭐 옆에 황제란 든든한 백이 있는데 괜찮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카이사르. 그럴 가능성도 높지. 어쨌든 우리의 그 믿음직한 아렐리아 시장님이 결정하신 일이아닌가? 게다가 사령관을 보좌하고있는 두 여자도 보통은 아닌 것 같아. 특히 그 사령관의 부장, 그 여자는 투구 밑으로 보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네. 투구를 가리고 있어서 정확히 얼굴은 모르겠지만, 의외로 거물일지도 몰라. 사령관이 제국 서열 5위인 것을 감안하면 말이야."

그 뒤 두사람은 잠시동안 말을 멈추었다. 확실히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황제의 정체를 대략이나마 파악해 내다니, 하긴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기운이란 쉽게 감춰질 수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내눈에 보이는 황제는 주책바가지 아줌마로 밖에 안보인다는, 흠흠. 그리고 클라리에 대한 평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우리가 자원을 해서 출전을 했고, 그런 우리의 목숨은 모두 사령관에게 달려있네. 우리로써는 그를 믿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젤로트."

"그러게 말일세, 카이사르. 이만 술이나 마시도록 하세. 우리 사려 깊은 사령관님께서 특별히 하사하신 술을 말이야. 허허허."

젤로트는 마지막으로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적막 속, 이제는 두 사람의 술마시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난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않게 황급히 황제의 천막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들에게 내가 주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들켜본들 좋을 일은 없을테니까.



언제 그렇게 비가내렸냐는 듯 하늘은 푸른빛으로 맑게 빛나고 있었다. 대지에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던 푸른빛의 풀들은 한가득 물방울들을 머금고 밝은 햇빛에 꼭 별같이 빛을 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햇빛을 반사시켜 빛나는 철제 갑옷들을 입은체 진군을 하고 있는 병사들.

보통 비가 온 다음날은 행군하기가 힘들다고 들었지만, 워낙 정비가 잘 되어있는 제국의 길 때문에 행군 속도나 그런 면에서 평상시과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 숙영지를 건설할 때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숙영지를 철거한 병사들은 아침을 간단히 먹은 직 후 바로 출발을해도 별다른 불평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전쟁터의 그 피비린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오니스와는 그런데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피냄세, 항상 그 냄세 속에서 파묻혀 살았던 나였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는 냄세였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근 일년동안 맡지 않아도 되었었는데, 마을을 떠난 이후로는 그래도 자주 그와 관련된 일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휩쓸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게다가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을에 있을 때 내가 죽였던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1000여명 정도였지만,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정도와는 비교도 안될 숫자의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다. 왠지 그 생각을 하니 씁쓸해 지는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미를타고 병사들 틈에서 이오니스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 멀리서 정찰을 보냈던 병사가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뭐, 지금부터 조심을 할 필요가 있겠냐마는 전쟁이란 것은 언제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했다.

"무슨일인가?"

빠르게 말을 몰아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온 병사는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 다음 조금 당혹스러움이 담긴듯 느껴지는 목소리로 답을 했다.

"사령관 각하, 앞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무슨? 병사의 표정을 보니 적군이 나타나거나 한 것은 아닌데 이 상황에서 다른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슨 말인가? 정확히 말해보게."

내 말을 들은 병사는 잠시 숨을 돌린 후, 답을 했다.

"저 어제 내린 비로 하천의 수량이 급격히 불어 다리를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임시로 만들어진 나무다리라 지금 이 상황에서 많은 군사들이 동시에 지나가기에는 조금 위험합니다."

정찰병은 보통 병사들 중에서도 머리가 좋은 녀석들을 뽑아 보내곤 했어는데 확실히 이 녀석도 그런데로 머리가 좋긴 좋은 것 같았다. 보통의 어벙한 병사들이었다면 그런 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을 법도 한데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다? 지도상으로는 다리에는 점심무렵에 도착할 것 같은데, 다리를 건너지 못한다면 꼬박 반나절을 손해보게 되어있엇다. 게다가 내일이라고 물이 준다는 보장도 없지 않으니까. 지금같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조금 곤란했다.

"아무튼 수고했네."

정찰병은 내말을 들은 뒤, 다시 말 위에서 주먹진 손을 가슴에 올리고 허리를 조금 굽혀 예를 표한 다음 말을 물렸다. 오늘도 내 옆에서 말을 몰고 있던 황제는 정찰병이 물러가지마자 내게 말을 걸었다.

"사령관 각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지체를 하기에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황제는 내용과는 달리 꽤 부드러운 어조로 내게 말을 했다. 황제는 그냥 편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황제의 말처럼 어떻게 한다?

"일단 상황을 직접 살펴 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세리 부장."

난 황제에게 오늘도 여전히 딱딱하게 답을 해주었다. 내 말을 듣자 황제는 조금 답답한듯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황제역시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일까? 솔직히 앞에 우리가 지나갈 강에도 그 디세느 다리처럼 튼튼한 다리를 세워놓았으면 지금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하는 원망이 들었지만, 부질 없는 짓이었다.



"상황히 심각한 것 같습니다, 사령관 각하.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이 곳에서 숙영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황제와 내 옆에서서 앞에 있는 목제 다리와 강을 쳐다보던 카이사르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다리 강에 잠기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미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목제 기둥들의 많은 부분이 강물 속에 잠겨 있었다. 다리가 기우뚱 하는 것이, 강물의 수압을 받은 기둥이 그 위를 지나는 병사들의 무게를 그냥 지탱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그 역시,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아직 방법은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어제 해결책을 찾아낸 골렘과 언데드 군단을 물리치는 방법보다 더 간단했다.

"아니오. 카이사르 경. 방법은 찾으면 나오는 법. 이런 곳에서 지체할 수는 없소."

내 말에 카이사르는 갑자기 이 사령관이 왜 그러냐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후후, 방법이 있다니까 그러네. 난 그런 카이사르를 그대로 둔체,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마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규모가 꽤 되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다.

"프리즈."

빙계계열에서 가장 기본적인 마법, 난 마법진을 그릴 필요없이 시동어만으로 마법을 가동시켰다. 내 손에서 뻗어져나간 푸른빛 기운이 다리에 닿자 어제의 비로 조금 젖어 있던 다리 전체가 모두 꽁꽁 얼어버렸다. 내가 찾아낸 방법, 최소한 오늘 하루 만큼은 이 목제다리가 석제 다리 못지 않게 튼튼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주위에서 감탄이 섞인 시선이 이렇게 많이 느껴지는 것일까? 아렐리아도 마법사이니까 다른 곳의 병사들도 아니고 리투니아 출신의 병사들이라면 그런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럼 계속 진군하도록 하지."

난 헛기침을 몇번 한 다음 아미를 몰아 앞장서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얼음이라 조금 미끄러웠지만 지나는데 별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래서 예전에 마법사가 흔하던 시절에는 꼭 부대에 마법사들을 참가시키기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투시 이외에도 이런 사소한 일에도 마법사는 쓰임이 많았으니까. 아미 포세트립톤의 마법사길들가 봉인되지 않았다면 리투안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마법사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제국이 다시 재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대 전쟁때 마법사길드가 봉인된 이후에는 제국 마법대회의 수준에서도 알 수 있듯이 3,4서클 이상되는 마법사를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그에 반해 지금 제국에 쳐들어온 아테네이오스 같은 경우에는 마법적인 면에서는 예전의 제국에 비할바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제국 이상의 많은 마법사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내가 골렘과 언데드 군단의 가능성을 설명하자 쉽게 수긍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만큼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고, 아마, 전에 황제 암살을 하려고 한 풍계계열의 마법사 녀석도 지금 생각해보니 아테네이오스 출신 마법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깐, 그렇다면 황제가 지금 전쟁에 참가하려는 것도 그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럼 황제가 사지로 가고있단 말인가? 그 곳에 생각이 미친 난 황제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허릿춤에 차여져 있는 레이피어를 본 뒤에는 내가 괜한 생각을 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저 여자는 핀누나에 필적할 정도로 강했던, 그 여자 마녀를 상대로 전쟁을 지휘했던 여인이 아닌가, 철혈 여제 세레니안느 1세. 내가 걱정할 수준은 이미 초월한 존재였다. 괜한 생각을, 아무래도 그녀의 평범한 모습을 많이 보아온 영향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오늘은 계획대로 필립요세에서 숙영을 할수 있게 되었네요. 사령관 각하."

황제는 역시 내눈은 틀리지 않았어란 의미가 담긴듯 느껴지는 말투로 내게 말을 했다. 흠, 그런데 요즘에는 황제가 말을 할 때마다 왠지모르게 부아가 치미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제국의 황제폐하께서 국가의 안위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계시는데 그 것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나마 애를 써야되지 않겠소? 세리 부장."

난 일부러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황제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투구 때문에 얼굴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그 말을 듣는 황제의 눈꼬리가 조금 밑으로 쳐지는게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난 매번 왜 이렇게 그다지 소용도 없는 헛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싸여 도저히 참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예전처럼 동네 불량배 녀석들을 두들기며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폐하께서 들으시면 무척 기뻐하시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게다가 황제는 지금과 같이 무척이나 천연덕스럽게 내말에 답까지하고 있었다. 이 여자를 상대하다가는 언제나 내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클라리는 가끔씩 복수를 할 수 있을 때도 있었는데 황제는 아무래도 그런 기회를 잡기가 힘들었다. 나이든 여자의 노련함이라고 해야할까? 난 황제를 한번 노려본다음 다시 앞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클라리가 본격적으로 출전을 한 며칠동안 무척이나 조용했다. 어제 회의마치고 나서 헛소리를 한 이후에는 전혀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보좌관이란 여자가 사령관에게 이렇게 무신경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클라리가 신경을 쓴다고 한들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사령관님~~~!"

그런데 뒤에서 들려오는 이 목소리는? 정말, 꼭 내가 자기생각을 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아 나타나는 클라리였다. 클라리는 자신의 조심스럽게 말을 몰아서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 왔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지? 보좌관?"

설마 수많은 장병들과 기사들의 눈이 있는 곳에서 클라리가 이상한 짓을 하겠냐마는 어쨌든 난 약간의 불안함을 느끼며 클라리에게 말을 했다.

"리투니아 성에서 급한 전갈이 왔어요. 사령관님, 아렐리아가, 아니 아우렐리아 시장님께서 사령관님 앞으로 보낸 편지에요."

하지만 클라리역시 내 딱딱한 말투는 무시한체 클라리는 지금 입고 복장과 어울리지 않는 말투를 사용해서 내게 말을 했다. 보좌관용 정장차림, 지적인 외형적 분위기와는 다르게 말투는 어린애 말투를 사용하고 있으니. 난 고개를 조금 흔든다음 클라리가 내민 봉투를 받은 뒤, 봉인을 뜯고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바이킹족 피투안 국 침입 북파나단 점령.

현재 피투안의 수도 피투니아성에서 피투안 군과 대치중.

제국 상관 피투안 전지역에서 철수.  

리아인 슈타이튼, 피투안국 파병 취소, 현재 노스트립톤에서 대기중.

북부해군 아카티아항으로 집결. 수도 방위 해군 포세트립톤에서 대기중.

성기사 제 2군단 아카티아시로 이동.

포세트립톤에서 예비병 징집

리투니아 지역 지원군 비상사태로 예정보다 도착 예정일 일주일 늦어짐.

1월 14일자 소인. 제국 부총리 가이우스 폰 힐튼 발송. 아우렐리아 폰 힐튼 확인.



뭐야? 이건. 갑자기 무슨! 바이킹 족의 침입이라니? 난 클라리가 내민 서류를보며 황당함에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건 가이우스가 아렐리아 앞으로 보낸 것으로 되어있었지만 최종 전달자는 황제일 것이다. 난 급히 서류를 황제에게 넘겼다.

바이킹, 약 천여년전에 전부족이 통일되었던 상태였을 때는 종종 아틸란티스 제국을 침입하고 했던 부족들이었다. 가장 유명한 전투가 아틸란티스 제국의 흑태자가 20여만의 바이킹들을 단 5천의 기사단만을 이끌고 물리쳤던 실버강 전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부족으로 조각조각 분열된 뒤, 세력이 급격히 약화 별다른 힘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부족이었다. 게다가 그 부족이 피투안지역으로 오기 위해서는 북쪽의 거친 바닷길을 이용하거나 북파나단 사막을 건너야했다. 전 부족이 통일되어 확실한 보급체재가 정비되지 않는 이상에는 그 두가지 방법 모두 불가능했다. 게다가 피투안이 아무리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고작 바이킹의 한두 소부족의 침입에 북파나단성이 점령당하는 일까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로 바이킹들이 어떤 존재에 의해 통일이 되었고, 오랜 시간이 계획을 거쳐 이번 침입이 이루어졌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피투안의 허술한 군사력을 생각해 볼 때, 그렇다면 리투안 역시 그들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그 들의 침입은 지탄그와 아테네이오스의 침입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문제였다.

잠깐, 그럼 세가지 세력의 리투안 동시 침입? 세나라 모두 지리적 여건이나 정치적 여건상 연락을 취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는 사실은 더욱더 불가능했다. 무슨 일일까? 대전쟁이 끝난 후 최근 30여년 동안 평화로웠던 제국에 갑자기 이 모든 일이 일어나려는 것은?

서류를 보던 황제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옆에서 보였다. 황제 역시 나와 비슷한 결론을 내린 것일까? 세세력 모두 제국과 일대일로 대결할 경우, 제국의 승리가 거의 확실했지만 동시에 침입한다면, 결과를 보장할 수 없었다. 최근들어 제국의 국력이 많이 상승했지만, 아직까지 30년전 대전쟁의 상처가 완벽히 치유되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단, 이 사실은 기밀로 하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령관 각하. 수도에 있는 그의 능력을 믿는 방법 밖에 없겠군요."

다시 서류를 내게 돌려주며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힘없이 말을하는 황제, 난 그런 황제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녀에게도 이제서야 약간의 여유가 생겼는데, 그녀에게는 그 여유조차 즐길 자격이 없다는 것일까? 통치자란, 그래서 힘든 것일지 모르겠다.


바이킹녀석들로부터 우리 마을은 안전할런지 모르겠다. 쩝, 워낙 접근하는 길이 복잡하니 녀석들이 쉽게 우리 마을의 존제를 눈치를채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왠지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황제가 제국을 대표하듯, 나 역시 그 들을 대표하는 존제이므로 황제와 같이 통치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모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휴,왠지 모르게 어깨가 쳐져보이는 황제, 지금 그녀의 곁에 내가 아니라 스승님이 계셨다면 조금 더 나았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역시, 의지할 존재라고는 스승님 뿐일니, 빨리 남쪽의 일을 해결하고 다시 수도로 돌아가야할 것 같다. 그래도 수도에서도 남부지역으로 지원군을 파견할 정도의 여유는 있으니, 조금은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질 수 밖에. 게다가 수도에는 든든한 스승님이 계시니까. 난 내가 맡은 일이나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빨리 황제를 스승님의 곁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해야지 그게 나를 도와준 몇 안되는 사람들에 대한 보답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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