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8장 전란에 휩싸인 제국(4) 출전-4(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8. 12. PM 8:44:57·조회 2289·추천 53
에피소드53 출전-4
"누나, 역시 수도로 돌아가야 되는 것 아니에요?"
난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마법으로 확인한 다음,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 이 곳은 필립 요세 내에 위치한 숙영지의 지휘관용 숙소, 방음 시설이나 그런 면에서는 완벽해 보였지만, 그래도 일단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휴, 아니, 아직 안돼. 지금 이 곳에서 물러서게 되면 이제는 정말 끝이야."
황제는 고개를 조금 흔들며 말을 했다. 투구를 벗고 있는 그의 맨 얼굴에서 수많은 생각의 흔적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무슨 뜻일까? 지금 황제의 말은?
전시 상황의 국가에는 무엇인가 구심점이 필요한 법이다. 그 구심점을 중심으로 국가는 하나로 뭉쳐서 어려운 상황을 해쳐나간다는 것은 왠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지금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물론, 피투안국이 초기, 아니 약 60년 전의 국력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 때 였다면 리투안으로써는 지금 당장 남부지역의 급한 불부터 끄는게 당연한 법이었다. 피투안이 어느정도는 바이킹의 세력을 막아줬을 것이므로, 예전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니, 심지어는 피투안이 북파나단 사막을 너머 직접 바이킹의 영역으로 쳐들어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피투안으로써는 일,이만도 아닌 수십만의 바이킹들을 막아낸다는 것은 거의 이루워 질 수 없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피투안 전역을 휩쓴 바이킹의 수십만이 온전한 상태로 리투안으로 몰려온다면? 어떻게 보면 꽤 심각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바이킹과 같은 야만족들은 점령지에서 군량을 충당하는 법이므로, 피투안을 휩쓰는 동안 꽤 많은 양의 군량을 축적할 것이다. 게다가 저들이 초봄 무렵인 지금 시점에 쳐들어 온 것으로 볼 때, 평소의 녀석들 처럼 식량을 목적으로한 침입은 분명히 아니었다. 식량을 목적으로 했다면, 가을철 수확기에 쳐들어 왔어야 했을테니까. 그렇다면 머릿수가 많은 야만족 군대의 가장 큰 문제점인 보급 역시 어느정도 해결은 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분명히 이번에 녀석들이 일으킨 전쟁은 약탈전쟁이 아니라 정복전쟁이었다. 물론, 제국 역시 절대로 만만찮은 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여의치 못했다.
정말, 어떻게 이 모든 것이 딱 맞춘듯 일어날 수 있었을까? 분명히, 단시일간 준비한 일은 아니었다. 이 모두를 준비한 인물 과연 누굴까? 아테네 국왕 페리클레스 13세? 이름 모를 지탄그 국왕? 아니면 새로 등장한 바이킹족의 수장? 과연 그들은 제국을 공격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저, 누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게 설명을 해주실 수 있어요?"
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결국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황제에게 말을 걸었다. 확실히 나도 시간이 흐를 수록 황제에게 시건방지게 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가지고 뭐라고 할 황제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황제가 황제로써의 위치에 있는 공적인 자리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그래, 란트. 설명해 줄께. 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난 제국의 황제란다. 그 말은 단지 밀크 캐슬의 주인만이 아닌, 제국 전체의 책임자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해. 물론, 정상적인 전시 상황이라면, 내가 수도에 있는게 옳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게 넘어갈 것이 아닌 것 같아.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도 모두 내 잘못이지만."
황제는 잠시 말을 멈추며 무언가 답답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 전체의 책임자, 황제는 스스로 자신을 제국 전체의 책임자라고 지칭했다. 지배자가 아닌 책임자, 황제의 모든 인생을 상징하는 듯한 말, 진정한 통치자란 저런 확실한 자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피투안 국왕은 이민족들에게 국토가 휩쓸리고 있는 지금도 어떻게 목숨이나 건질까하는 그 생각만 하고 있겠지?
"그리고 지금 남부지역의 상황을 생각해 보렴. 란트. 두나라를 상대로 전투를 총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휘관이 있는 것 같아? 아렐리아? 아니, 아니야. 물론, 아렐리아 혼자서도 지탄그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두나라를 상대로는 아렐리아에게는 조금 무리야."
솔직히 그 건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내가 가이우스를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남부지역은 아무래도 무관보다는 문관중심으로 지휘관이 짜여져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남부지역이 해적들이 출몰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국의 최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대전쟁시에도 제국의 다른 모든 영토가 점령을 당했어도 이 곳만은 점령을 당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남부지역의 모든 것을 맡고 있는 아렐리아 역시, 황제의 말처럼 두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하기에는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중부나 북부지역은 그렇지 않아. 바이킹의 군사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 곳엔 백전노장들이 꽤 있지. 수도에 아인트 슈타이튼, 티베리우스 폰 힐튼. 그리고 노스 트립톤의 메넬리오 비아니스."
황제가 입에 담고 있는 인물, 모두 내가 잘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너무나 인연이 깊은 인물들. 그 들 모두 대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사람들이니까 능력면에서는 추호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능력있는 젊은 장수들도 충분히 있어. 성기사 제 2군단장 클라우디우스 폰 힐튼, 리아인 슈타이튼, 가이우스 폰 힐튼, 모두 한시대에 하나 있을까말까한 인재들이지. 거기에다 옥타비아누스 폰 힐튼, 하미르 비아니스 역시 한 군단을 지휘할 역량이 있는 지휘관들이야. 하지만 그에 반해 이 남부지역을 생각해보렴. 란트. 백전 노장은 찾아볼 수도 없고 능력있는 젊은 장군으로써는 지금 우리 군대의 제 1 대대장을 맡고 있는 카이사르 폰 힐튼 정도 밖에 없어."
훔훔, 확실히 지금 황제의 말은 자기 나라라고 특별히 잘난척 하는 것이 아니라, 꽤 정확한 분석이었다. 나 역시 지금 시대의 수많은 지휘관이란 작자들과 칼을 맞겨눠 보았고 게중에는 피투안에서 제일간다는 칭호를 받고 있다는 그 둘째 왕자녀석도 있었으니까. 그들과 비교를 해볼 때, 위에 인물들의 능력은 확실했다. 클라우 그 녀석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쩄든 인물은 인물이었으니. 그런데 카이사르 그 녀석이 황제가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었나? 정말 의외 였다. 확실히 녀석이 보통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금 의외였다.
"지금 남부지역에는 장군이 필요해. 두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물론 내가 수도에 있는 상황이었다면 아인트나 티베 둘중의 한사람을 내려 보내야 했겠지만, 한 시가 급한 지금은 그럴 수 없어. 하다 못해서 세인트와 카렌이 이 곳에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할테니까. 상황이 그다지 좋지는 못하지만, 란트 네가 도와준다면 어떻게 해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
나 같은게 뭐가 도움이 된다고 할 줄 아는 거야 마법이나 검을 통한 대량 학살 정도? 흠, 전시 상황이니 그 정도면 충분히 도움이 되긴 되겠지만.
"폐하, 그래도 제국 전체로 본다면 폐하가 수도에 계시는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부지역을 포기하더라도 전시 상황의 제국을 총 지휘할 인물에는 스승님이나 티베리우스 단장님보다는 폐하께서 더 적임자이신 것 같습니다."
냉철한 모습의 황제를 본 까닭일까? 저절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황제는 그런 존재였다. 그 사실을 생각하고 있으면 나만 피곤해지는 까닭에 내가 의식적으로 잊고 있으려고 했었을 뿐.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크리센공. 그런데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렇게 딱딱하게 말하면 안된다하고 하지 않았었니? 란트?"
흠흠, 갑자기 말투가 변하는 황제. 내가 실수를 한 걸까? 나보고 어쩌라고? 나이가 33살이나 어린 내가 그 것도 보통 사람도 아닌 제국의 황제에게 저절로 존댓말이 나오는게 무슨 잘못인지. 아무래도 황제는 친한 사람이 딱딱한 말투로 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같은게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세인트 황태자 그 녀석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리고 란트, 내가 이 곳에 있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어. 북쪽에 쳐들어오는 바이킹은 제대로된 정부나 타국과의 관계같은 것을 신경쓰지 않는 부족 연합체일 뿐이지만, 남쪽에 쳐들어온 두 국가는 모두 정식 국가라는 점 때문이야. 자세히 설명하자면, 바이킹에게는 외교적으로 손을 써볼 방법이 없지만, 지탄그와 아테네이오스에게는 외교적인 방법도 꽤 효과가 있기 때문이야. 코리안트에 루이안 부시장을 파견한 것도 그 때문이지. 외교란 국가의 원수가 책임을 지는 것, 신속한 외교적 대응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도에 있는 것 보다 이 곳에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지 않니?"
난 황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확한 판단, 국가간의 전투는 군사력을 통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국가들 사이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법, 그 것을 이용하면, 수만의 군사를 동원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누나, 정말 고작 천여명의 군사력으로 수만을 상대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난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또다시 아찔함을 느끼며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황제가 예로 든 일들은 모두 황제가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천명으로 수만의 군대를 물리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했다. 운석소환을 계속적으로 캐스팅한다면 해결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들판에서 회전을하거나 나혼자 수만의 군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성전에 내가 수비를 하는 입장이므로 함부로 운석 따위를 날리다가는 우리측에도 피해가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내부의 민간인들까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함부로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상대편의 마법사들의 실력을 모르는 이상황에서 운석소환 마법이 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틀렸어. 우리가 수만을 상대할 필요는 없어. 란트, 우리는 오직 이오니스성 서쪽을 포위하고 있는 얼마안되는 언데드나 골렘군단만을 물리치면 충분해. 그리고 그 것이 일반 병사가 아니라면, 란트 네개는 더 쉬울테고."
황제의 말이 옳았다. 우리가 상대할 군사들은 수만의 아테네이오스 본군이 아니라, 이오니스성 서쪽에서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을 특수병들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제가 내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내가 짜놓은 방법이 실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잠깐, 그럼 황제의 모든 계획이 내가 있음으로 완벽해진다는 것인데, 이런, 제국이란 그 무거운 짐 중 일부를 내가 짊어져야만 한다는 말이었다. 휴, 갈수록 어깨가 무거워지는 군.
잠깐, 그런데 이 느낌은?
"이런! 누나. 잠깐 저 밖에 나갈께요."
"란트! 갑자기 무슨일이야?"
난 황제의 말을 무시하고 옆에 놓아뒀던 클라리를 들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왔다. 방금전의 그 느낌은 분명히 마나의 움직임이었다. 그 것도 미약한 마나의 움직임이 아닌, 무시못할 정도로 상당한 양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5클래스 이상의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한 느낌.
밖에 나와서 보니 그 느낌이 느껴진 곳은 성벽 위인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그 곳을 향해 날아갔다. 마법사라니! 지금이 30년 전이었다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겠지만 마법사길드가 봉인된 이후 5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였다. 이번에도 황제를 암살하려는 의도일까?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황제 곁에서 떠나도 되는 것일까? 아니,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소한 녀석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빠르게 황제 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으니까. 그보다도 그 마법사가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을 군사들에게 다른 위해를 끼치는게 더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으로써는 그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필립 요세의 높이 솟은 검은 빛 성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난 마나의 흔적을 찾아 성벽위로 움직였다. 어두웠지만 비정상적으로 좋은 내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성벽 위에 있던 보초병들이 피투성이가 된 체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유유히 성벽을 날아들어오는 회색빛 로브와 검은색 로브를 걸친 두사람의 모습이 달빛에 비쳤다. 저 녀석들이 사건의 원흉이었군. 녀석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니 확실히 일반 병사들이 묵고 있던 숙영지를 노린 것이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막대한 부담을 느끼며 난 조금 숨도 돌릴겸 성벽 위에 올라섰다. 마나를 많이 소모한 까닭일까? 숨이 조금 차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호흡을 조금 참고 급히 마법을 캐스팅 했다.
"홀리 볼트! 더블!"
숨이 찬 까닭에 복잡한 마법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으므로 난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일 수 있는 마법을 썼다. 홀리 볼트라면 그 빛을 통해서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는 녀석들의 얼굴까지 확실히 볼 수 있을 테니까.
두개의 마법진으로부터 생긴 여섯개의 흰색 구는 세개씩 나눠서 녀석들 각자를 향해 날라갔다. 그 순간 녀석들의 희미한 형체가 움직이는 듯 하더니, 두 녀석 모두 아슬아슬하게 흰색의 구를 피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흰색의 구 하나가 회색빛 로브를 입은 녀석의 얼굴 근처를 스치고 지나며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쩝, 바로 그 녀석 이었다. 전에 마차를 습격하고 남파나단 자치령에서 보았던 놈. 쩝. 그런데 이름이 뭐였지?
그리고 녀석들은 마법을 피하지마자 움직임을 멈추고 구가 날아온 정확히는 내가 서 있는 곳 을 향해 급히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녀석들은 나를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예전부터 느끼는 점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난 다른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나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는데 반해, 다른 마법사들은 내가 사용하는 마나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도 암살자 같은 것으로 나서도 꽤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흠흠. 이번 기회에 직업을 바꿀까? 헐, 지금 이 다급한 상황에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하고 있는건지.
다시 한방 더 날려줄까? 마음 같아선 고위마법으로 확실하게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나로써는 최대한 마나를 아껴둬야하는 만큼,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아렐리아 정도의 마법사가 한명만 더 있었어도 내가 이러지는 않았을 것인데. 최소한 녀석들이 지금 같이 쉽게 피하지는 못하는 마법을 사용해야 되겠지?
"아이스 블레스터! 세븐!"
난 녀석들이 내 위치를 찾고 있는 모습을 보며, 처음과는 달리 약간의 시간을 들여 신경을 써서 마법을 완성했다. 녀석들이 내 캐스팅 소리와 함께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내 앞에 펼쳐진 일곱개의 마법진으로부터 엄청난 숫자의 얼음조각들이 녀석들을 향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파워 윈드 쉴드!"
"다크 쉴드!"
녀석들이 급하게 캐스팅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놈은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그 놈이 맞는지 풍계계열 마법사였고 나머지 한명은 흑마법사였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내가 캐스팅을 한 공격은 방금 전의 그 마법이 아니었다. 난 클라리를 검집에서 뽑았다. 어둠 속에서도 가득 흰 빛을 뿜어 내는 모습이 확실히 클라리는 등불로서의 역할로도 쓸만하다는 생각을하게 만들었다. 흠흠, 또 잡생각. 요즘따라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일단 보기에는 둘 중에서 회색 로브 녀석이 더 강해보였던 까닭에 얼음조각의 뒤를 따라 회색로브 녀석을 향해 급히 움직였다. 물론, 무리가 있었지만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뭐, 최근에는 마나를 많이 아껴뒀기 때문에 이정도에 그다지 무리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랫만이군 풍계계열 마법사. 겁도 없이 내가 있는 곳에 또 오다니. 죽어라!"
난 얼음조각들로 인해 약해진 녀석의 방어막을 무력화 시키며 녀석을 향해 악당들이 주로 말할 것 같은 쓸데없는 대사를 읊어주며 클라리를 휘둘렀다. 잠깐, 이 기운은?
난 내 옆에서 느껴지는 흑마법의 기운에 급히 클라리의 방향을 돌렸다. '쾅'하는 폭음과 함께 클라리의 신성한 기운과 흑색의 구가 충돌을 했다. 풍압. 그렇게 강한 마법은 아니었음에도 워낙 상극의 기운이 충돌한 까닭인지 손이 조금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클라리를 통해 전해졌다.
쩝, 난 흑마법을 막은 뒤, 회색 로브 녀석의 모습을 찾으니 이미 녀석은 사정거리 밖으로 텔레포트를 해 있었다. 장거리로 이동을 할 때와는 달리 단거리 텔레포트는 그다지 캐스팅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안티매직으로 무력화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젠장, 저 날파리 같은 녀석들을 어떻게 잡지?
"큭, 역시 예상했던 대로 당신이 지원군 총사령관이었군. 란트 크리센 영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회색빛 로브의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분명히 얼굴은 남파나단령에서 본 녀석과 같았는데 목소리가 왠지 다른 것 같았다. 쩝,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겠지. 사용하는 마법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나 다른 것은 내 기억과 틀리지 않았으니까.
"무슨 일을 하러왔는지는 물을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그레이트 라이트!"
내가 말한 답변인지 캐스팅인지 모를 소리에 클라리에게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나왔다.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빛, 그 덕택에 주위는 꼭 대낮처럼 밝아져 버렸다. 이제 녀석들이 어둠을 이용해서 딴짓을 할 수는 없을테지. 그리고 내가 노렸던 두번째 효과, 녀석들은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듯 잠시 멈칫했다.
"홀리 스톰."
난 녀석들이 빛 때문에 잠시 혼란해 하는 틈을 타 캐스팅을 완료했다. 그리고 주위에서 몰아치기 시작하는 흰색의 구, 그런데 신기하게도 낮 무렵에 사용하는 것보다 더 파워가 강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신성 마법은 낮에 사용할 때 더 강한 것이 아니었나?
"파워 윈드 쉴드 더블!"
"다크 쉴드 트리플!"
내 캐스팅 소리를 들었는지 녀석들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급히 마법을 캐스팅 했다.
'쾅' '쾅' '쾅'
흑마법사 녀석이 펼친 암흑의 장막과 흰색의 구들이 충돌을하며 엄청난 충격음을 내고 있었다. 쩝, 확실히 생각했던 것 보다 강한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이 조금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내 나름대로는 회심의 공격이라 생각했던 내 공격을 꽤 잘 막아내고 있었다. 리투니아의 그 괴물사냥꾼 녀석은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던데 쩝. 확실히 이 녀석들이 보통이 아니었다.
"휴, 전에도 느꼈던 점이지만 8서클 마스터는 역시 다르긴 다르군요."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는 흑마법사 녀석과는 달리 회색빛로브의 마법사는 가쁜 숨을 내쉬며 내게 말을 했다. 내가 회색빛 마법사 녀석을 향해 급히 움직이자 또다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졌다. 난 이번에도 클라리로 그 흑색의 구를 급히 쳐내며 회색빛 마법사 녀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윈드 스톰!"
젠장, 난 녀석이 마법을 완성하는 것을 보며 급히 뒤쪽으로 물러서서 캐스팅을 했다. 윈드스톰,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 마법을 직격을 맞으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풍계개열 마법을 막는데 수계개열의 하위개념인 빙계개열의 방어막을 만드는 것은 나 죽여주쇼하는 것과 마찬가질 것이므로 홀리스톰처럼 평소보다 강해지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홀리쉴드를 캐스팅 했다.
"홀리 쉴드!"
흰색으로된 빛의 벽과 날카로운 바람의 줄기들이 충돌하며 듣기에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난 홀리 쉴드를 유지하며 한쪽으로는 반격할만한 마법을 외우고 있었다. 흑마법사 녀석이 홀리쉴드에 충격을 가하려는듯 검은빛 구체를 쏘아보냈지만 내 소망대로 확실히 낮보다 마법의 효력이 강화된듯 막는 것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다만 문제점은 그 충돌로 인해 생겨난 소리가 내가 두가지 마법을 동시에 운용하는데 지장을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람의 기운이 사라지는 순간 난 흰색의 방어막을 풀고, 준비해뒀던 마법을 시전했다.
"리턴 프리즌 노바!"
시전자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을 거꾸로 이용해서 차가운 기운이 목표물을 향해 집중되도록 하였다. 게다가 지금 두 녀석 모두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마법적 효과가 클 것 같았다. 게다가 반경 1킬로미터 이내라면 녀석들이 텔레포트를 써도 따라가도록 했으니 텔레포트같은 것을 쓴다고해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죽음을 자초하게될 뿐.
푸른색 차가운 기운이 녀석들이 서있는 곳을 향해 포위하듯 몰려갔다. 그런데 녀석들은 급히 등을 맞대고 서더니 동시에 캐스팅을하기 시작했다.
"다크 윈드 쉴드!"
그리고 녀석들의 주위를 둘러싸는 검은빛 바람의 기운, 아뿔싸! 전에도 느꼈던 점이었지만 확실히 이 녀석들은 이런 면에서 훈련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발이 척척 맡는듯한 느낌, 게다가 전에는 마법사와 검사가 한 팀이었는데 반해, 지금은 마법사와 흑마법사로 파트너가 바꼈음에도 너무나 호흡이 잘 맞았다.
푸른색 냉기와 검은빛의 바람의 기운이 충돌을 하며 다시한번 큰 폭발음을 낸 뒤, 두 기운 모두 사라졌다. 정말,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군. 하지만 녀석들을 보니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그에 반해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충분한 휴식기를 가졌던 나로써는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란트!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런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황제가 정령들의 힘을 빌어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정말, 이놈의 황제는 곱게 있지 뭐하러 와서. 방어마법하나 쓸줄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다시 느껴지는 마나의 움직임에 황제에게서 녀석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순간, 녀석들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그런데 방향이 내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런!
난 급히 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 플라이 마법을 써서 날아갔다. 검은빛 흑마법이 섞인 날카로운 기운의 바람이 황제에게 빠른 속도로 집중되는 것이 플라이 마법을 써서 날아가는 내게 보였다.
"홀리 쉴드!"
난 클라리를 앞에 든체 최대한으로 시간을 단축해서 쉴드를 펼쳤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황제의 앞에서 방어막을 펼칠 수 있었다. 엄청난 충격,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적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전 된 쉴드의 막이 그다지 두껍지 않아서 그런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흑마법의 기운이 꽤 강하게 느껴졌다.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꼈졌다.
정말 잘못했다가는 또 한번 더, 내 소중한 존재가 쓰러지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볼 뻔했다. 만약, 그랬다면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난 황제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뒤에 둔체 마법이 끝이나자 마자 녀석들 쪽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내가 녀석들의 마법을 막고 있는 동안 장거리 텔레포트마법을 쓴 그들의 모습은 거의 희미해져 있었다. 안티매직을 외우기도 늦은 상황.
"그럼 다음에 뵙죠. 란트 크리센."
그 말을 끝으로 회색빛 마법사와 흑마법사는 사라졌다. 이 허탈감. 저 녀석들을 또 놓치다니. 난 여전히 허공에서 멀뚱히 떠있는 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뭐 표정을 보니 그다지 공포를 느꼈다거나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럴 성격의 황제도 아니었고, 다만 조금 놀란 듯 보였을 뿐, 하지만 왠지 황제에게 화가 났다. 이렇게 아무 대책도 없이 온 것에 대해서. 그녀가 말했듯이 그녀 자신은 제국 전체를 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게다가 내가 반드시 지켜야할 몇 안되는 존재 중 하나였고.
"누나! 무슨 생각으로 오신거에요! 위험할뻔 했잖아요!"
난 황제에게 화를 냈다. 이성은 말렸지만 감성이 그랬지 못했으니까, 확실히 내가 미쳤지 미쳤어, 정말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황제에게 화를 내다니. 이제 내 목으로 날라올 칼만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미안. 란트.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단다. 다만..."
황제는 평상시 사용하는 정상적인 어른의 말투로 천천히 말을 했다. 무척 슬픈 목소리로. 내가 너무 심한걸까? 휴, 왠지 엄마한테 대든 사춘기 소년이 되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황제. 그 모습은 강인한 제국의 통치자도, 장난기 섞인 어린 소녀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 셋을 키운 평범한 여인의 모습. 그 것이었다. 분명히 화를 낼 것이 아니었는데, 다만 황제는 나란 그다지 쓸모 없는 존재에 대해 걱정을 했줬다는 죄, 아니 실수 밖에 없었을 뿐이었는데라는 후회가 끝없이 몰려왔다.
"죄송해요. 누나. 화를 내서."
난 한숨을 짧게 한숨을 내 쉰 뒤, 고개를 숙인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녀가 황제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면 한번쯤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품에 안겨서 끝없이 울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갑작스런 소란에 성벽근처로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며 난 힘없이 서있는 황제를 끌고 사령관실 쪽으로 다시 되돌아 갔다. 사정이야 나중에 사령관실로 몰려올 녀석들에게 적당히 이야기 해주면 될테니 굳이 이 자리에 없어도 되겠지란 생각을 하며.
"누나, 역시 수도로 돌아가야 되는 것 아니에요?"
난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마법으로 확인한 다음,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 이 곳은 필립 요세 내에 위치한 숙영지의 지휘관용 숙소, 방음 시설이나 그런 면에서는 완벽해 보였지만, 그래도 일단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휴, 아니, 아직 안돼. 지금 이 곳에서 물러서게 되면 이제는 정말 끝이야."
황제는 고개를 조금 흔들며 말을 했다. 투구를 벗고 있는 그의 맨 얼굴에서 수많은 생각의 흔적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무슨 뜻일까? 지금 황제의 말은?
전시 상황의 국가에는 무엇인가 구심점이 필요한 법이다. 그 구심점을 중심으로 국가는 하나로 뭉쳐서 어려운 상황을 해쳐나간다는 것은 왠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지금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물론, 피투안국이 초기, 아니 약 60년 전의 국력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 때 였다면 리투안으로써는 지금 당장 남부지역의 급한 불부터 끄는게 당연한 법이었다. 피투안이 어느정도는 바이킹의 세력을 막아줬을 것이므로, 예전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니, 심지어는 피투안이 북파나단 사막을 너머 직접 바이킹의 영역으로 쳐들어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피투안으로써는 일,이만도 아닌 수십만의 바이킹들을 막아낸다는 것은 거의 이루워 질 수 없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피투안 전역을 휩쓴 바이킹의 수십만이 온전한 상태로 리투안으로 몰려온다면? 어떻게 보면 꽤 심각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바이킹과 같은 야만족들은 점령지에서 군량을 충당하는 법이므로, 피투안을 휩쓰는 동안 꽤 많은 양의 군량을 축적할 것이다. 게다가 저들이 초봄 무렵인 지금 시점에 쳐들어 온 것으로 볼 때, 평소의 녀석들 처럼 식량을 목적으로한 침입은 분명히 아니었다. 식량을 목적으로 했다면, 가을철 수확기에 쳐들어 왔어야 했을테니까. 그렇다면 머릿수가 많은 야만족 군대의 가장 큰 문제점인 보급 역시 어느정도 해결은 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분명히 이번에 녀석들이 일으킨 전쟁은 약탈전쟁이 아니라 정복전쟁이었다. 물론, 제국 역시 절대로 만만찮은 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여의치 못했다.
정말, 어떻게 이 모든 것이 딱 맞춘듯 일어날 수 있었을까? 분명히, 단시일간 준비한 일은 아니었다. 이 모두를 준비한 인물 과연 누굴까? 아테네 국왕 페리클레스 13세? 이름 모를 지탄그 국왕? 아니면 새로 등장한 바이킹족의 수장? 과연 그들은 제국을 공격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저, 누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게 설명을 해주실 수 있어요?"
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결국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황제에게 말을 걸었다. 확실히 나도 시간이 흐를 수록 황제에게 시건방지게 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가지고 뭐라고 할 황제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황제가 황제로써의 위치에 있는 공적인 자리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그래, 란트. 설명해 줄께. 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난 제국의 황제란다. 그 말은 단지 밀크 캐슬의 주인만이 아닌, 제국 전체의 책임자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해. 물론, 정상적인 전시 상황이라면, 내가 수도에 있는게 옳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게 넘어갈 것이 아닌 것 같아.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도 모두 내 잘못이지만."
황제는 잠시 말을 멈추며 무언가 답답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 전체의 책임자, 황제는 스스로 자신을 제국 전체의 책임자라고 지칭했다. 지배자가 아닌 책임자, 황제의 모든 인생을 상징하는 듯한 말, 진정한 통치자란 저런 확실한 자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피투안 국왕은 이민족들에게 국토가 휩쓸리고 있는 지금도 어떻게 목숨이나 건질까하는 그 생각만 하고 있겠지?
"그리고 지금 남부지역의 상황을 생각해 보렴. 란트. 두나라를 상대로 전투를 총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휘관이 있는 것 같아? 아렐리아? 아니, 아니야. 물론, 아렐리아 혼자서도 지탄그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두나라를 상대로는 아렐리아에게는 조금 무리야."
솔직히 그 건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내가 가이우스를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남부지역은 아무래도 무관보다는 문관중심으로 지휘관이 짜여져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남부지역이 해적들이 출몰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국의 최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대전쟁시에도 제국의 다른 모든 영토가 점령을 당했어도 이 곳만은 점령을 당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남부지역의 모든 것을 맡고 있는 아렐리아 역시, 황제의 말처럼 두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하기에는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중부나 북부지역은 그렇지 않아. 바이킹의 군사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 곳엔 백전노장들이 꽤 있지. 수도에 아인트 슈타이튼, 티베리우스 폰 힐튼. 그리고 노스 트립톤의 메넬리오 비아니스."
황제가 입에 담고 있는 인물, 모두 내가 잘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너무나 인연이 깊은 인물들. 그 들 모두 대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사람들이니까 능력면에서는 추호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능력있는 젊은 장수들도 충분히 있어. 성기사 제 2군단장 클라우디우스 폰 힐튼, 리아인 슈타이튼, 가이우스 폰 힐튼, 모두 한시대에 하나 있을까말까한 인재들이지. 거기에다 옥타비아누스 폰 힐튼, 하미르 비아니스 역시 한 군단을 지휘할 역량이 있는 지휘관들이야. 하지만 그에 반해 이 남부지역을 생각해보렴. 란트. 백전 노장은 찾아볼 수도 없고 능력있는 젊은 장군으로써는 지금 우리 군대의 제 1 대대장을 맡고 있는 카이사르 폰 힐튼 정도 밖에 없어."
훔훔, 확실히 지금 황제의 말은 자기 나라라고 특별히 잘난척 하는 것이 아니라, 꽤 정확한 분석이었다. 나 역시 지금 시대의 수많은 지휘관이란 작자들과 칼을 맞겨눠 보았고 게중에는 피투안에서 제일간다는 칭호를 받고 있다는 그 둘째 왕자녀석도 있었으니까. 그들과 비교를 해볼 때, 위에 인물들의 능력은 확실했다. 클라우 그 녀석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쩄든 인물은 인물이었으니. 그런데 카이사르 그 녀석이 황제가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었나? 정말 의외 였다. 확실히 녀석이 보통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금 의외였다.
"지금 남부지역에는 장군이 필요해. 두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물론 내가 수도에 있는 상황이었다면 아인트나 티베 둘중의 한사람을 내려 보내야 했겠지만, 한 시가 급한 지금은 그럴 수 없어. 하다 못해서 세인트와 카렌이 이 곳에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할테니까. 상황이 그다지 좋지는 못하지만, 란트 네가 도와준다면 어떻게 해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
나 같은게 뭐가 도움이 된다고 할 줄 아는 거야 마법이나 검을 통한 대량 학살 정도? 흠, 전시 상황이니 그 정도면 충분히 도움이 되긴 되겠지만.
"폐하, 그래도 제국 전체로 본다면 폐하가 수도에 계시는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부지역을 포기하더라도 전시 상황의 제국을 총 지휘할 인물에는 스승님이나 티베리우스 단장님보다는 폐하께서 더 적임자이신 것 같습니다."
냉철한 모습의 황제를 본 까닭일까? 저절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황제는 그런 존재였다. 그 사실을 생각하고 있으면 나만 피곤해지는 까닭에 내가 의식적으로 잊고 있으려고 했었을 뿐.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크리센공. 그런데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렇게 딱딱하게 말하면 안된다하고 하지 않았었니? 란트?"
흠흠, 갑자기 말투가 변하는 황제. 내가 실수를 한 걸까? 나보고 어쩌라고? 나이가 33살이나 어린 내가 그 것도 보통 사람도 아닌 제국의 황제에게 저절로 존댓말이 나오는게 무슨 잘못인지. 아무래도 황제는 친한 사람이 딱딱한 말투로 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같은게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세인트 황태자 그 녀석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리고 란트, 내가 이 곳에 있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어. 북쪽에 쳐들어오는 바이킹은 제대로된 정부나 타국과의 관계같은 것을 신경쓰지 않는 부족 연합체일 뿐이지만, 남쪽에 쳐들어온 두 국가는 모두 정식 국가라는 점 때문이야. 자세히 설명하자면, 바이킹에게는 외교적으로 손을 써볼 방법이 없지만, 지탄그와 아테네이오스에게는 외교적인 방법도 꽤 효과가 있기 때문이야. 코리안트에 루이안 부시장을 파견한 것도 그 때문이지. 외교란 국가의 원수가 책임을 지는 것, 신속한 외교적 대응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도에 있는 것 보다 이 곳에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지 않니?"
난 황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확한 판단, 국가간의 전투는 군사력을 통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국가들 사이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법, 그 것을 이용하면, 수만의 군사를 동원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누나, 정말 고작 천여명의 군사력으로 수만을 상대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난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또다시 아찔함을 느끼며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황제가 예로 든 일들은 모두 황제가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천명으로 수만의 군대를 물리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했다. 운석소환을 계속적으로 캐스팅한다면 해결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들판에서 회전을하거나 나혼자 수만의 군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성전에 내가 수비를 하는 입장이므로 함부로 운석 따위를 날리다가는 우리측에도 피해가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내부의 민간인들까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함부로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상대편의 마법사들의 실력을 모르는 이상황에서 운석소환 마법이 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틀렸어. 우리가 수만을 상대할 필요는 없어. 란트, 우리는 오직 이오니스성 서쪽을 포위하고 있는 얼마안되는 언데드나 골렘군단만을 물리치면 충분해. 그리고 그 것이 일반 병사가 아니라면, 란트 네개는 더 쉬울테고."
황제의 말이 옳았다. 우리가 상대할 군사들은 수만의 아테네이오스 본군이 아니라, 이오니스성 서쪽에서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을 특수병들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제가 내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내가 짜놓은 방법이 실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잠깐, 그럼 황제의 모든 계획이 내가 있음으로 완벽해진다는 것인데, 이런, 제국이란 그 무거운 짐 중 일부를 내가 짊어져야만 한다는 말이었다. 휴, 갈수록 어깨가 무거워지는 군.
잠깐, 그런데 이 느낌은?
"이런! 누나. 잠깐 저 밖에 나갈께요."
"란트! 갑자기 무슨일이야?"
난 황제의 말을 무시하고 옆에 놓아뒀던 클라리를 들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왔다. 방금전의 그 느낌은 분명히 마나의 움직임이었다. 그 것도 미약한 마나의 움직임이 아닌, 무시못할 정도로 상당한 양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5클래스 이상의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한 느낌.
밖에 나와서 보니 그 느낌이 느껴진 곳은 성벽 위인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그 곳을 향해 날아갔다. 마법사라니! 지금이 30년 전이었다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겠지만 마법사길드가 봉인된 이후 5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였다. 이번에도 황제를 암살하려는 의도일까?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황제 곁에서 떠나도 되는 것일까? 아니,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소한 녀석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빠르게 황제 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으니까. 그보다도 그 마법사가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을 군사들에게 다른 위해를 끼치는게 더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으로써는 그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필립 요세의 높이 솟은 검은 빛 성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난 마나의 흔적을 찾아 성벽위로 움직였다. 어두웠지만 비정상적으로 좋은 내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성벽 위에 있던 보초병들이 피투성이가 된 체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유유히 성벽을 날아들어오는 회색빛 로브와 검은색 로브를 걸친 두사람의 모습이 달빛에 비쳤다. 저 녀석들이 사건의 원흉이었군. 녀석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니 확실히 일반 병사들이 묵고 있던 숙영지를 노린 것이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막대한 부담을 느끼며 난 조금 숨도 돌릴겸 성벽 위에 올라섰다. 마나를 많이 소모한 까닭일까? 숨이 조금 차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호흡을 조금 참고 급히 마법을 캐스팅 했다.
"홀리 볼트! 더블!"
숨이 찬 까닭에 복잡한 마법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으므로 난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일 수 있는 마법을 썼다. 홀리 볼트라면 그 빛을 통해서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는 녀석들의 얼굴까지 확실히 볼 수 있을 테니까.
두개의 마법진으로부터 생긴 여섯개의 흰색 구는 세개씩 나눠서 녀석들 각자를 향해 날라갔다. 그 순간 녀석들의 희미한 형체가 움직이는 듯 하더니, 두 녀석 모두 아슬아슬하게 흰색의 구를 피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흰색의 구 하나가 회색빛 로브를 입은 녀석의 얼굴 근처를 스치고 지나며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쩝, 바로 그 녀석 이었다. 전에 마차를 습격하고 남파나단 자치령에서 보았던 놈. 쩝. 그런데 이름이 뭐였지?
그리고 녀석들은 마법을 피하지마자 움직임을 멈추고 구가 날아온 정확히는 내가 서 있는 곳 을 향해 급히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녀석들은 나를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예전부터 느끼는 점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난 다른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나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는데 반해, 다른 마법사들은 내가 사용하는 마나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도 암살자 같은 것으로 나서도 꽤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흠흠. 이번 기회에 직업을 바꿀까? 헐, 지금 이 다급한 상황에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하고 있는건지.
다시 한방 더 날려줄까? 마음 같아선 고위마법으로 확실하게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나로써는 최대한 마나를 아껴둬야하는 만큼,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아렐리아 정도의 마법사가 한명만 더 있었어도 내가 이러지는 않았을 것인데. 최소한 녀석들이 지금 같이 쉽게 피하지는 못하는 마법을 사용해야 되겠지?
"아이스 블레스터! 세븐!"
난 녀석들이 내 위치를 찾고 있는 모습을 보며, 처음과는 달리 약간의 시간을 들여 신경을 써서 마법을 완성했다. 녀석들이 내 캐스팅 소리와 함께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내 앞에 펼쳐진 일곱개의 마법진으로부터 엄청난 숫자의 얼음조각들이 녀석들을 향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파워 윈드 쉴드!"
"다크 쉴드!"
녀석들이 급하게 캐스팅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놈은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그 놈이 맞는지 풍계계열 마법사였고 나머지 한명은 흑마법사였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내가 캐스팅을 한 공격은 방금 전의 그 마법이 아니었다. 난 클라리를 검집에서 뽑았다. 어둠 속에서도 가득 흰 빛을 뿜어 내는 모습이 확실히 클라리는 등불로서의 역할로도 쓸만하다는 생각을하게 만들었다. 흠흠, 또 잡생각. 요즘따라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일단 보기에는 둘 중에서 회색 로브 녀석이 더 강해보였던 까닭에 얼음조각의 뒤를 따라 회색로브 녀석을 향해 급히 움직였다. 물론, 무리가 있었지만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뭐, 최근에는 마나를 많이 아껴뒀기 때문에 이정도에 그다지 무리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랫만이군 풍계계열 마법사. 겁도 없이 내가 있는 곳에 또 오다니. 죽어라!"
난 얼음조각들로 인해 약해진 녀석의 방어막을 무력화 시키며 녀석을 향해 악당들이 주로 말할 것 같은 쓸데없는 대사를 읊어주며 클라리를 휘둘렀다. 잠깐, 이 기운은?
난 내 옆에서 느껴지는 흑마법의 기운에 급히 클라리의 방향을 돌렸다. '쾅'하는 폭음과 함께 클라리의 신성한 기운과 흑색의 구가 충돌을 했다. 풍압. 그렇게 강한 마법은 아니었음에도 워낙 상극의 기운이 충돌한 까닭인지 손이 조금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클라리를 통해 전해졌다.
쩝, 난 흑마법을 막은 뒤, 회색 로브 녀석의 모습을 찾으니 이미 녀석은 사정거리 밖으로 텔레포트를 해 있었다. 장거리로 이동을 할 때와는 달리 단거리 텔레포트는 그다지 캐스팅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안티매직으로 무력화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젠장, 저 날파리 같은 녀석들을 어떻게 잡지?
"큭, 역시 예상했던 대로 당신이 지원군 총사령관이었군. 란트 크리센 영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회색빛 로브의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분명히 얼굴은 남파나단령에서 본 녀석과 같았는데 목소리가 왠지 다른 것 같았다. 쩝,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겠지. 사용하는 마법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나 다른 것은 내 기억과 틀리지 않았으니까.
"무슨 일을 하러왔는지는 물을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그레이트 라이트!"
내가 말한 답변인지 캐스팅인지 모를 소리에 클라리에게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나왔다.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빛, 그 덕택에 주위는 꼭 대낮처럼 밝아져 버렸다. 이제 녀석들이 어둠을 이용해서 딴짓을 할 수는 없을테지. 그리고 내가 노렸던 두번째 효과, 녀석들은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듯 잠시 멈칫했다.
"홀리 스톰."
난 녀석들이 빛 때문에 잠시 혼란해 하는 틈을 타 캐스팅을 완료했다. 그리고 주위에서 몰아치기 시작하는 흰색의 구, 그런데 신기하게도 낮 무렵에 사용하는 것보다 더 파워가 강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신성 마법은 낮에 사용할 때 더 강한 것이 아니었나?
"파워 윈드 쉴드 더블!"
"다크 쉴드 트리플!"
내 캐스팅 소리를 들었는지 녀석들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급히 마법을 캐스팅 했다.
'쾅' '쾅' '쾅'
흑마법사 녀석이 펼친 암흑의 장막과 흰색의 구들이 충돌을하며 엄청난 충격음을 내고 있었다. 쩝, 확실히 생각했던 것 보다 강한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이 조금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내 나름대로는 회심의 공격이라 생각했던 내 공격을 꽤 잘 막아내고 있었다. 리투니아의 그 괴물사냥꾼 녀석은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던데 쩝. 확실히 이 녀석들이 보통이 아니었다.
"휴, 전에도 느꼈던 점이지만 8서클 마스터는 역시 다르긴 다르군요."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는 흑마법사 녀석과는 달리 회색빛로브의 마법사는 가쁜 숨을 내쉬며 내게 말을 했다. 내가 회색빛 마법사 녀석을 향해 급히 움직이자 또다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졌다. 난 이번에도 클라리로 그 흑색의 구를 급히 쳐내며 회색빛 마법사 녀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윈드 스톰!"
젠장, 난 녀석이 마법을 완성하는 것을 보며 급히 뒤쪽으로 물러서서 캐스팅을 했다. 윈드스톰,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 마법을 직격을 맞으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풍계개열 마법을 막는데 수계개열의 하위개념인 빙계개열의 방어막을 만드는 것은 나 죽여주쇼하는 것과 마찬가질 것이므로 홀리스톰처럼 평소보다 강해지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홀리쉴드를 캐스팅 했다.
"홀리 쉴드!"
흰색으로된 빛의 벽과 날카로운 바람의 줄기들이 충돌하며 듣기에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난 홀리 쉴드를 유지하며 한쪽으로는 반격할만한 마법을 외우고 있었다. 흑마법사 녀석이 홀리쉴드에 충격을 가하려는듯 검은빛 구체를 쏘아보냈지만 내 소망대로 확실히 낮보다 마법의 효력이 강화된듯 막는 것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다만 문제점은 그 충돌로 인해 생겨난 소리가 내가 두가지 마법을 동시에 운용하는데 지장을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람의 기운이 사라지는 순간 난 흰색의 방어막을 풀고, 준비해뒀던 마법을 시전했다.
"리턴 프리즌 노바!"
시전자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을 거꾸로 이용해서 차가운 기운이 목표물을 향해 집중되도록 하였다. 게다가 지금 두 녀석 모두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마법적 효과가 클 것 같았다. 게다가 반경 1킬로미터 이내라면 녀석들이 텔레포트를 써도 따라가도록 했으니 텔레포트같은 것을 쓴다고해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죽음을 자초하게될 뿐.
푸른색 차가운 기운이 녀석들이 서있는 곳을 향해 포위하듯 몰려갔다. 그런데 녀석들은 급히 등을 맞대고 서더니 동시에 캐스팅을하기 시작했다.
"다크 윈드 쉴드!"
그리고 녀석들의 주위를 둘러싸는 검은빛 바람의 기운, 아뿔싸! 전에도 느꼈던 점이었지만 확실히 이 녀석들은 이런 면에서 훈련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발이 척척 맡는듯한 느낌, 게다가 전에는 마법사와 검사가 한 팀이었는데 반해, 지금은 마법사와 흑마법사로 파트너가 바꼈음에도 너무나 호흡이 잘 맞았다.
푸른색 냉기와 검은빛의 바람의 기운이 충돌을 하며 다시한번 큰 폭발음을 낸 뒤, 두 기운 모두 사라졌다. 정말,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군. 하지만 녀석들을 보니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그에 반해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충분한 휴식기를 가졌던 나로써는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란트!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런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황제가 정령들의 힘을 빌어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정말, 이놈의 황제는 곱게 있지 뭐하러 와서. 방어마법하나 쓸줄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다시 느껴지는 마나의 움직임에 황제에게서 녀석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순간, 녀석들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그런데 방향이 내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런!
난 급히 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 플라이 마법을 써서 날아갔다. 검은빛 흑마법이 섞인 날카로운 기운의 바람이 황제에게 빠른 속도로 집중되는 것이 플라이 마법을 써서 날아가는 내게 보였다.
"홀리 쉴드!"
난 클라리를 앞에 든체 최대한으로 시간을 단축해서 쉴드를 펼쳤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황제의 앞에서 방어막을 펼칠 수 있었다. 엄청난 충격,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적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전 된 쉴드의 막이 그다지 두껍지 않아서 그런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흑마법의 기운이 꽤 강하게 느껴졌다.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꼈졌다.
정말 잘못했다가는 또 한번 더, 내 소중한 존재가 쓰러지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볼 뻔했다. 만약, 그랬다면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난 황제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뒤에 둔체 마법이 끝이나자 마자 녀석들 쪽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내가 녀석들의 마법을 막고 있는 동안 장거리 텔레포트마법을 쓴 그들의 모습은 거의 희미해져 있었다. 안티매직을 외우기도 늦은 상황.
"그럼 다음에 뵙죠. 란트 크리센."
그 말을 끝으로 회색빛 마법사와 흑마법사는 사라졌다. 이 허탈감. 저 녀석들을 또 놓치다니. 난 여전히 허공에서 멀뚱히 떠있는 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뭐 표정을 보니 그다지 공포를 느꼈다거나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럴 성격의 황제도 아니었고, 다만 조금 놀란 듯 보였을 뿐, 하지만 왠지 황제에게 화가 났다. 이렇게 아무 대책도 없이 온 것에 대해서. 그녀가 말했듯이 그녀 자신은 제국 전체를 책임을 지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게다가 내가 반드시 지켜야할 몇 안되는 존재 중 하나였고.
"누나! 무슨 생각으로 오신거에요! 위험할뻔 했잖아요!"
난 황제에게 화를 냈다. 이성은 말렸지만 감성이 그랬지 못했으니까, 확실히 내가 미쳤지 미쳤어, 정말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황제에게 화를 내다니. 이제 내 목으로 날라올 칼만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미안. 란트.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단다. 다만..."
황제는 평상시 사용하는 정상적인 어른의 말투로 천천히 말을 했다. 무척 슬픈 목소리로. 내가 너무 심한걸까? 휴, 왠지 엄마한테 대든 사춘기 소년이 되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황제. 그 모습은 강인한 제국의 통치자도, 장난기 섞인 어린 소녀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 셋을 키운 평범한 여인의 모습. 그 것이었다. 분명히 화를 낼 것이 아니었는데, 다만 황제는 나란 그다지 쓸모 없는 존재에 대해 걱정을 했줬다는 죄, 아니 실수 밖에 없었을 뿐이었는데라는 후회가 끝없이 몰려왔다.
"죄송해요. 누나. 화를 내서."
난 한숨을 짧게 한숨을 내 쉰 뒤, 고개를 숙인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녀가 황제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면 한번쯤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품에 안겨서 끝없이 울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갑작스런 소란에 성벽근처로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며 난 힘없이 서있는 황제를 끌고 사령관실 쪽으로 다시 되돌아 갔다. 사정이야 나중에 사령관실로 몰려올 녀석들에게 적당히 이야기 해주면 될테니 굳이 이 자리에 없어도 되겠지란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