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9장 제 1차 이오니스 공방전-1(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8. 31. PM 7:33:30·조회 2234·추천 55
에피소드 55 이오니스 공방전-1


-이오니스, 역사가 깊은 항구도시이다. 물론 리투니아나 아테네이오스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 서부대륙에서 몇 남지않은 고대 아틸란티스 제국 문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리투니아와 더불어 초기 리투안 왕국의 근거지였지만 리투안 8대 왕 필립 2세의 아들 이안공이 자치권을 획득한 뒤, 리투안에서 분리하여 그릭연맹에 가입하게 된다. 하지만 6대 이오니스공인 마르셀 공작에서 이오니스 가문의 대가 끊기게 되어 마르셀 공작의 유언에 따라 당시는 아직 공주였던 제국 초대 황제 세레니안느 1세가 통치권을 이양 받게 된다. 그리고 이 이오니스를 기반으로 삼아 세레니안느 1세가 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되지만 그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도 수없이 찾아볼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제국대백과사전> 아우렐리우스 폰 힐튼, 미하엘 슈타이튼 공저-



흐릿한 날씨, 며칠 전에 내렸던 비처럼 초봄 무렵에는 종종 비가 내리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구름은 아무리 보아도 자연적인 구름이란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6일간의 행군,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내가 예정했던 것보다 하루 늦어져 버렸지만 황제와 카이사르를 비롯한 다른 기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그렇게 행군이 늦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보통 개인이 여행하는 것보다 군대의 행군은 아무래도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들 하니. 쩝.

인위적인 검은빛 구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음침한 느낌의 기운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언데드 병사들인가? 아직 확실치는 않으니, 정찰을 보냈던 병사들이 돌아오면 결론이 날 것이었다.

행군 속도를 평소와는 달리 조금 늦추었다. 상대가 언데드 병인 까닭에 일단 병력적인 면이나 병사들의 질적인 면이나 모든면에서 우리군이 열세이므로 함부로 군대를 움직이다가 포위를 당하거나하면 대처를 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로써는 최대한 신중하게 그리고 내가 세웠던 그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아테네이오스 본군과의 대결은 일단 이오니스 성으로 진입한 다음에 결정을 내리는게 좋을 것 같다. 식량과 물자도 예정했던 것 이상으로 받아왔으니, 일단 치중대까지 성안으로 무사히 들어간다면, 사기진작이나 여러가지면에서 도움이 많이 될 까닭이었다. 그렇게되면 최소한 아테네이오스군에 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지금쯤이면 정찰병이 돌아올 시점이 되었는데, 쩝. 난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앞을 보았다. 상대가 뛰어난 마법사라면 정찰병이 조금이라도 주의를 놓칠경우 제거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다시 정찰병을 보내기에도 시간이 없었고, 비상시에는 내가 직접 정찰을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없어도 부대를 지휘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제국 최고의 지휘관이 있는데 더이상 내가 무슨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황제가 카이사르로부터 무슨 서류를 받더니 내 곁으로 다가와서 말을 했다. 며칠 전, 필립 요세의 그 사건 이후로는 황제를 대하기가 왠지 전보다 더 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황제가 날 쳐다보는 눈빛 역시, 그 전과는 조금 달랐으니까, 확실히 날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느껴지는 눈빛, 그런 눈빛이었다.

"사령관 각하, 어제까지 총 탈영병 숫자는 7명입니다."

탈영병, 필립요세에서의 마법사의 출현과 그리고 우리가 대적할 군대가 마법병단이란 소문이 어느세 병사들 사이에 퍼져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탈영병만 있을 뿐이었다. 그 것도 원래 하이렛 휘하에 있던 제 9대대 단 한 부대에서만이었다. 무슨 이유였을까? 나를 비롯한 장교들이 예상하기로는 그 열배인 약 70여명의 탈영병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다. 뭐, 부대를 지휘하는 입장에있는 나로써는 반길일이었지만 솔직히 전혀 의외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생각보다 숫자가 작군.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지? 부장."

난 전과는 달리 그다지 악의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황제에게 이야기를 했다. 뭐, 그리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쨌든 난 황제에게 조언을 부탁한 것이고 황제역시 내 의도를 이해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황제는 턱에 손을 대며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나를 향해 말을 했다.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사령관에대한 병사들의 신용도가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난 전혀 예상 밖의 황제의 말에 의아함을 느끼며 황제를 쳐다보았다. 신용도가 높다니? 단 며칠사이에 그다지 신용도가 높아질 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원래 병사들과 지휘관의 신용도가 싸이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투를 거쳐가며 생사고락을 함께 해야 한다. 그렇게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흐른 후에서야 병사들과 지휘관 사이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리가 생기게 된다고 책에서 읽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투한번 치르지도 않았는데, 무슨?

"저 역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탈영병 수가 적은 이유는 그 사실 외에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황제는 내 시선에 어깨를 조금 으쓱한 다음 말을 했다. 아니, 아니겠지. 이번만은 황제가 착각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같은 놈이 무슨 신용이 간단 말인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병사들에 비해 나이도 어린대다 그다지 카리스마있는 외모도 아니기 때문이다.

'말탄 인간한명, 그 뒤 저주 받은 망령 넷, 그리고 죽음의 기사.'

갑자기 마음 속에 울리는 아미의 목소리에 난 놀라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도로의 저 끝에서 먼지가 이는 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정찰병이 돌아온다는 말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뒤에 언데드가 따라오고 있다는 말은 역시 정찰병들이 상대에게 들킨 것이 틀림이 없다는 소리였다. 정찰병으론 세명을 보냈었는데, 한명만 살아남다니. 쩝. 그런데 잠깐, 그냥 언데드가 아니라 암흑의 기사? 데스나이트란 소리인가? 헛, 보통 상황이 아니었잖아? 난 클라리를 뽑아 들어 전군단의 행군을 정지시켰다.

"이 곳에서 부대와 함께 대기하도록 하오. 카이사르 경, 그리고 세리 경, 비상시 군단 지휘권, 제 1 순위는 세리경, 그리고 제 2순위가 카이사르 경이 맡도록 하고."

난 내 곁에서 말을 몰고 있던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다.

"네"

두 사람은 별 말없이 가슴에 한쪽 팔을 올리고 허리를 조금 굽히는 것으로 명령을 따를 것을 표시를 했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 부대 지휘를 맡으며 느끼는 점이었지만 이렇게 명령을 내리고 부대를 지휘하는데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처음 해보는 것임에도 언제나 해오던 것을 하는 듯한 익숙함, 내 착각일까?

"기병 제 1소대 앞으로!"

그리고 내 외침과 함께 아미를 몰아 앞으로 가는 내 뒤를 따라 주위에 있던 기병 약 20여기가 따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병사들이 따라온다고 그다지 도움이 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지휘관이 너무 독자적인 행동을 하면 부대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내 직속 기병단이 따라오도록 했다. 직속이라고 해봤자 중기병대 중에서 그나마 실력이 좋은 병사들을 카이사르와 황제의 도움으로 편성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다가감에 따라 반대쪽에서 오고 있는 존재들의 정체도 서서히 들어나고 있었다. 제일 앞에는 갈빛 말에 리투안군 복장을 한 병사가 갑옷의 곳곳이 너덜너덜하게 된 체 도망치고 있었고, 그 뒤에는 얼핏 느끼기에도 강한 어둠의 기운을 풍기는 존재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저 정도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병사 한명쯤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닐텐데, 그런데 무슨 이유로? 설마, 우리 본군이 있는 위치를 알아내려고? 데스나이트 한명 정도면 충분하다는 이야기인가?

붉은눈을 가진 검은빛 말, 그리고 그 위에 탄 데스나이트가 입은 검은빛 풀플레이트의 모습이 점점 더 자세히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달리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해골 병사들. 아무래도 느낌이 헤이스트 마법이 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 데스나이트까지 소환할 수 있는 네크로멘서라 보통이 아니겠군. 그리고 그 놈 걱정을 하기 전에 데스나이트를 어떻게 처리할까를 우선적으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옛날 이야기에 들어보면 핀누나의 오빠인 엘프족 수장 프리앙도 사제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물리쳤다고 하던데, 내가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 말을 몰아가며 나를 따라온 기병단 전체에게 신성 보조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메스 홀리 블레스!"

이 마법을 사람들에게 직접 써보기는 처음이군. 지금까지 쭉 혼자 싸워왔으니 집단적인 보조마법을 걸일이 있었을리가 없었다.

"메스 인챈티브 소드 오브 홀리!"

마나가 쭉쭉 빠져나가는 느낌, 확실히 대상자가 단 한명일 때와 여러명일 때의 차이는 컸다. 그런데 내가 아는 것에 따르면 동시 대상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더 많은 무리가 생긴다고 했었는데, 난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한명한테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대략 여섯배 정도? 쩝, 내가 특이한 면이 이 것 하나 뿐이 아니니. 뭐, 이 것도 그런 것들 중 하나겠지.

그런데 우리가 달려오는 것을 알아챈듯 갑자기 데스나이트의 원래는 눈이 있었을 빈 공간에서 붉은 빛이 반짝하며 거대한 검은 빛 검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검끝으로 부터 뻗어나온 엄청난 기운이 말을탄체 도망치고 있는 정찰병의 몸을 꽤뚫었다. 젠장! 녀석, 정찰병을 살려둔 것이 우리군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였던 것이 이로써 확실해 졌다. 검은빛 기운에 꽤뚫린 정찰병은 내가 손써볼 기회도 없이 순식간에 먼지로 변해버렸다.

"전원 전투 대형으로!"

내 뒤에 따라오던 병사들이 방금전의 그 모습에 조금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들이 혼란에 빠지기 전에 빨리 명령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공포에 휩쓸리면 전멸할 가능성이 높았다. 별 생각없이 읽어뒀던 전술서와 병법서들이 이렇게 도움이 될 것이라곤 그 당시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인생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난 앞장서서 데스나이트 쪽을 향해 아미를 몰아갔다. 데스나이트를 내가 붙잡고 있으면 나머지 해골 병사들 정도야 기병단이 어떻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데스나이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설마 죽기야 하겠냐? 쩝.

"큭크크, 네가 저 버러지들의 대장이냐?"

입도 없는 데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거참. 난 탁한 목소리의 데스나이트의 말을 무시하며 음침한 검은빛 기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클라리에 힘을 불어넣었다. 밝게 빛나는 클라리의 흰빛은 데스나이트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검은빛 기운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데스나이트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수록 그 충돌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격하게 일어났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쩝. 지금까지 언데드와 대결할 일이 없었기 이 정도까지 상극일 것이란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아미위에 탄 나와 검은빛 말위에 탄 데스나이트가 서로 교차하며, 난 정면으로 데스나이트의 검을 받았다. 그리고 '챙'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꼭 터져버릴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엄청난 힘, 티베리우스 단장,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마음을 가다듬으며 데스나이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말을 탄체 검을 휘두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아미가 내 생각대로 잘 움직여주었던 까닭에 그다지 힘든 것을 느끼지는 않았다.

"버러지 같은 인간치고는 제법이군."

이미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까닭인지, 별 변화없는 말투로 말을 했다. 이질적인 기운, 어쨌든 아미가 같이 있는 까닭인지 최강의 전사라 불리는 데스나이트 앞임에도 그다지 떨린다거나 하는 감정은 없었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를텐데 나도 태평이지.

"홀리볼트, 트리플."

난 녀석이 헛소리를 하는 동안 캐스팅을 완료해서 녀석을 향해 흰색의 구를 쏘아보냈다. 뭐, 이 걸로 해결을 볼 생각이라기 보다는 일단 빈틈을 만드는데는 유리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녀석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아홉개의 구를 보며 자신의 거대한 검은빛 검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검은빛 기운을 뿜어내는 데스나이트의 검과 흰색의 구들이 충돌하며 다시 엄청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고작 홀리볼트를 사용했을 뿐인데도 이렇게 큰 소리가 나다니, 정말 아무리 클라리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나 같은놈의 속성이 극선이란 것이 정말 나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흰색의 구의 뒤 쪽으로 빠르게 아미와 함께 움직였다. 기회, 하지만 내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데스나이트의 검은 내 검을 가로 막았다. 또다시 울리는 충격음, 그런데 클라리와 충돌한 부분의 데스나이트의 검이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더이상 살펴볼 시간을 가질 시간도 없이 빠르게 검을 회수한 데스나이트는 다시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검을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빛의 센이란 전설적인 엘프는 이 데스나이트 수십명과 싸워도 별 어려움 없이 이겨냈다고 하던데, 지금 내가 직접 검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느끼는 점으론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갑자기 강해지는 살기에 난 급하게 아미를 뒤쪽을 움직였다. 그리고 내 머리가 있던 곳을 지나가는 데스나이트의 검, 스피드에서는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 이 상대에서는 그 스피드도 그다지 제대로 쓸 수 없을 듯했다. 게다가 지금은 일단 내 다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를 탄상태이니까. 그냥 드래곤으로 아미를 폴리모프 시킬까? 하지만 그 틈을 노리고 데스나이트가 공격을 해온다면 도저히 방어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데스나이트에게 피해를 줄 마법을 사용할 시간도 없었고, 젠장, 어떻게 하란 말이야?

흘끔 옆을 보니, 기병대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헤이스트 마법이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해골 전사를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으악!

잠시 딴 곳에 신경을 쓰는 사이 또다시 간발의 차이로 데스나이트의 칼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 지금 내가 다른 사람들 신경을 쓸 여유 따위가 있을리가 없었다. 쩝. 난 다시 녀석을 향해 최대한 접근을 했다. 데스나이트가 휘두르는 칼을 막아내며 녀석에게 최대한 접근했다.

"홀리쉴드!"

그리고 녀석의 검과 내검이 충돌하는 순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캐스팅을 완료했다. 캐스팅 시간이 길지 않아서 그런지 그렇게 두꺼운 막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당한 두깨의 흰색의 막이 생기며 데스나이트를 뒤쪽으로 밀어내는  것이 느껴졌다. 데스나이트는 내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듯 별다른 방어를 하지 못한체 그대로 흰색의 막과 충돌했다. 데스나이트는 심한 충격을 느낀 듯 비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 틈을 노리고 난 제빨리 녀석의 목부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과 녀석 사이에 갑자기 근처에서 병사들과 싸우던 해골병사 하나가 뛰어들어 클라리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난 힘을 방향을 바꾸지 않고 해골을 통채도 부스러뜨리며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약간의 시간 차이 때문에 데스나이트의 목을 향했던 검은 목표를 어긋나 데스나이트의 어깨부분 방어구와 충돌했다. 클라리와 충돌한 데스나이트의 검은빛 갑주가 녹아들며 데스나이트의 왼쪽 어깨부분과 왼팔이 퍽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바닥에 떨어지지 마자 먼지로 변해 버리는 데스나이트의 뼈밖에 남지 않은 왼쪽 팔, 그 직후, 난 재빨리 뒤쪽으로 물러섰다. 그사이 중심을 잡은 데스나이트가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인간이었다면야 어깨 부분이 통째로 잘렸다면 그 고통에 심한 타격을 입었겠지만 상대는 고통이라곤 느끼지 못하는 죽어있는 존재, 목을 비롯한 주요부분을 단번에 제거하지 못하면 끝까지 싸울 수 있는 것이 언데드였다. 특히 데스나이트와 같은 상위 언데드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고 했다.

아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야 잔상공격을 할 수도 없고, 그리고 장기전으로 갈 수록 불리한 점이 체력적인 면에서는 인간이 언데드에게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주인, 걱정하지 마라. 주인이 의도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내 감정을 느낀 것일까? 전투가 시작된 뒤로 아무말 없던 아미가 내게 말을 했다. 그래, 아미를 믿고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미가 보통 말인 것도 아니므로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가자.'

난 마음속으로 아미에게 외치며 하나남은 오른쪽 팔로 거대한 검을 든체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데스나이트를 향해 공격을 들어갔다. 잔상공격! 아미는 마법의 힘까지 조금 사용해서 내가 의도했던 데로 움직이며 다섯개의 잔상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다섯개의 잔상은 데스나이트 쪽을 향해 빠르게 들어갔다. 하지만 역시 데스나이트, 잔상중 네개를 그 거대한 검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막아내었다. 그러나 단 하나, 데스나이트가 타고 있던 검은 빛 말을 향한 잔상 하나는 데스나이트가 막아내지 못한체 클라리는 그대로 검은빛 말의 목을 꽤뚫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소리없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검은빛 말, 말 역시 언데드 였나 보군. 갑자기 말이 사라졌던 까닭에 바닥으로 그대로 추락하는 데스나이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크크큭,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이번에도 소환자 그 녀석이 실패하겠군. 오랫만에 즐거웠다. 인간이며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여."

딴에는 기사였다고 저상태가 되어서까지 폼을 잡다니. 쩝. 망자가 하는 헛소리를 이번에도 무시하고 난 한치의 꺼리낌 없이 데스나이트의 목을 베어버리며 이차로 녀석의 몸을 두동강 내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며 먼저 사라졌던 말처럼 가루로 변해버리는 데스나이트. 클라리의 속성이 극선이 아니었따면 꽤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이겼다. 난 다시 다시 검을 돌려 근처에 있던 해골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데스나이트가 사라지는 순간 해골 병사 역시 사라져 버렸다. 네크로멘서와는 독자적으로 데스나이트가 소환한 해골 병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해골의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으므로 아무래도 이 데스나이트는 중급 데스나이트일 듯 했다. 쩝. 그럼 그렇지 상급 데스나이트였다면 내가 이렇게 별 어려움 없이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사령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황제를 선두로한 본군이 따라오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것일까? 쩝, 그래도 대기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오다니. 뭐, 황제의 행동에 내가 뭐라 할 입장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난 지친 1소대 기병들을 이끌고 본군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데스나이트의 공격이 실패한 것을 안다면 네크로멘서가 본격적으로 군대를 끌고 올 가능성이 높았다. 원래 공성전시에는 수비측이 고립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공격측의 중요한 요건중에 하나였다. 그렇다면 우리군을 물리치기 위해 본군을 이끌고 올 가능성이 꽤 있었다.  

"데스나이트 였어. 아무래도 곧 언데드 군단의 본군이 올 것 같군."

"데스나이트라고 하셨습니까? 그럼 그 데스나이트는?"

내 말을 듣자 별 감정의 변화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황제와 달리, 카이사르는 평소와 달리 꽤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쩝.

"데스나이트는 일단 제거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소."

내 말에 카이사르는 여전히 놀란표정 그대로 날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다지 믿어지지 않는 듯한 눈치. 쩝, 이런데 신경을 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곧 언데드 본군이 올텐데. 빨리 병사들을 정돈 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아니면, 우리가 선수를 칠까?

"병사들을 공격 대형으로 정돈시키게, 그리고 행군 속도를 조금 빠르게 하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군."

황제와 카이사르를 향해 말을 하자, 그제서야 평소의 그 무표정으로 돌아온 카이사르는 고개를 조금 숙인 다음 기사들과 병사들이 있는 쪽을 향해 말을 몰았다. 그리고 천여명의 병사들은 나를 중심으로 진영을 정열했다. 병사들이 정열하는 것을 본 뒤에 내가 칼을 뽑아 들자 병사들은 다시 서서히 움직여갔다.

죽어간 언데드 병사들의 시체가 없는 까닭일까? 병사들의 사기 향상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기병을 비롯한 앞부분에 있던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았던 까닭인지 움직임에서 조금 자신감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원래 전투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열의 앞부분에 위치한 병사들이 두려움을 먹지 않는 것이었다. 앞부분의 병사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면 곧 부대 전체의 대열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치는게 좋을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부장."

주위의 시선 때문에 이 번에도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난 황제에게 조언을 구했다. 내 말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을 해주었다.

"네, 각하. 언데드와의 전투시에는 병사들의 사기가 가장 최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병사들의 사기가 저하되기 시작하는 순간 지는 것이라 보아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작전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투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필수 요건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정확한 분석, 내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았음에 만족하며 앞장서서 부대를 지휘했다. 아미 덕택에 일단 매복이나 기습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일단 조금은 편하게 부대를 지휘해 나갈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만약 언데드병에게 기습이라도 당하면 부대가 너무나 쉽게 무너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기 때문이었다. 조금 걱정이라면 치중대가 성에 진입할 때까지 무사히 따라와 줄 수 있느냐 정도였다. 뭐 보급에 대해서야 이오니스 역시 바다를 통해서 하면 되지만 일단 지탄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므로 최대한 물자를 비축해 두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행군을 했음에도 언데드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미가 별말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기습이나 매복을 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지금 쯤이면 언데드 부대와 마주쳐야 할 시점인데."

난 조금 의문을 담아 앞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성근처에서 싸우는 것은 성을 포위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내킬 만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산맥으로 고립된 위치에 있어서 공격하는 측에서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성근처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자신들이 포위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높이 솟은 산맥의 끝자락이 보이며, 이오니스 성에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별다른 움직임 없이 검은빛 기운에 휩싸인 언데드 부대의 모습도 서서히 보였다. 그런데 그 언데드 군단의 앞에 전혀 뜻밖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