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9장 제 1차 이오니스 공방전-3(수정)

푸른바람 BlueWind·2002. 9. 29. PM 10:24:53·조회 3231·추천 35
소설 중간에 란트가 읽는 언어는 제가 직접 만든 신성어랍니다.
좀 이상하지만 그래도 저 딴에는 열심히 만든거라는 ㅡㅡ;;
문법은 한국어와 영어를 조합했고 어순은 한국어랍니다.
훌훌^^;;
맨마지막에 나오는 문장의 뜻은 다음편에 갈쳐 드릴게요.



에피소드 57 이오니스 공방전-3



최대한 빠른 속도로 마차를 몰아가며 황제와 카이사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준비해 뒀던 작전 중 하나를 지금 써야할 것 같다. 물론, 그 작전을 다시 사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네크로멘서가 바보가 아닌 이상 같은 방법에 다시 먹혀들리가 없었다. 게다가 네크로멘서가 이끄는 언데드 군단의 경우 병사 하나하나가 네크로멘서의 신체와 같으니, 더더욱 불가능 했다. 언데드 군단을 대비해 대략적으로 대 여섯가지 정도 작전을 장교들에게 지시를 내렸었는데, 황제와 카이사르를 비롯한 장교일동이 별다른 말이 없었던 것으로 볼 때, 내 생각에 그다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슬쩍 마차안을 보니 모두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추기경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머지 짐덩이들까지 내가 힘을써가며, 구해줄 필요성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나 역시 무의식 중에 행한 행동이니 지금 후회한들 소용이 없었다.

슬쩍 옆을 보니 아미는 빈안장 그대로 마차 옆에서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저 존재에 대해서는 확실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흠흠. 저 검은 갈귀털의 백마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것은 왜 일까? 나도 참, 이런 다급한 상황에 전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난 왼손에 고삐를 옴겨쥐고 빈 오른손으로 클라리를 뽑아 병사들을 서서히 진군시키고있는 황제쪽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내 신호를 보았는지 황제는 곧 병사들을 멈추고, 병사들의 대형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행군이 조금 늦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그 효과가 서서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일사분란한 움직임, 대대장급 기사들을 비롯한 장교들의 지휘에 따라 병사들은 빠르게 원형의 진을 취하고 있었다. 뒤 쪽을 보니 마차와 언데드 군단과의 사이도 이제 어느정도 벌어져 있었다. 언데드 군단의 최대 단점인 바로 그 느린 움직임 덕택에 우리 부대는 녀석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작전 준비를 완료할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사령관 각하! 어서 이 곳으로!"

마차가 있는 곳까지 말을 몰아온 카이사르의 도움을 받아 아직 병사들이 배치되지 않은 빈 곳을 통해 진형의 내부로 들어갔다.

"준비는?"

카이사르의 뒤를 따라 마차 옆에서 말을 몰고 있는 황제를 보며 짧게 질문을 던졌다.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다시 원진의 내부에 보이는 또다른 원. 바로 유하네리스의 거대한 상징을 부대 전체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물론, 유하네리스의 상징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원진형 그 자체 역시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좋은 진형이었으므로 전투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길 때도 별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원의 중심에는 부대에  몇 되지 않는 신관들을 모아 신성마법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었다.

마법진을 사용해 일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신성마법에 활용한 전술, 능력이 안되는 신관들이라고 해도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추기경만 정신을 차려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했지만, 지금 이상황에서 그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니 일단 하는데까지 해보는게 필요할 듯 했다.  

난 마차를 부대의 중심의 안전한 곳에 세워둔 다음 곧바로 아미로 옮겨타서 언데드쪽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대략 500여미터 지점까지 어느세 다가온 검은빛 기운에 둘러싸인 언데드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망자들의 모습을 묵묵히 보고 있는 병사들, 하지만 그들 역시 그리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데드 군단의 가장 큰 무기가 바로 인간의 그런 두려움과 막연한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었으므로.

"준비를 시키도록."

난 칼을 들고, 언데드 병사들이 접근해오기를 기다렸다.

"잠깐, 백합의 기사! 지금 이 방법은 녀석들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난 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추기경이 그 큰 디바인에 몸을 의지한체 마차에서 내려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비틀 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쪽 옆구리에는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익숙한 느낌의 작은 여신상과 책을 끼고 있었다. 흠, 내가 아는 바로는 유하네리스신의 디바인중에 여신상은 없는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렇다면 저 상은 또 뭐지?

난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추기경 쪽을 향해 말을 몰아갔다. 어쨌든 나보다는 추기경이 언데드를 상대한 경험이 더 많을 것이므로 일단 그의 의견을 들어보는게 중요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내 작전이 소용이 없다는 것일까?

"몸은 괜찮으십니까? 추기경 예하."

난 일단 궁금증은 접어두고 인사부터 했다. 쩝, 내가 생각해도 정말 신기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놈의 몸뚱아리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예를 표시하거나 하는데 그다지 어려움 없이 능숙하게, 어떻게 보면 거의 본능적으로 잘 해내고 있었다.

"움직일만은 하오. 크리센공, 그런데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 이 작전은 저들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소, 저 망자들을 이끄는 네크로멘서에게는 유하네리스 신께서 내리신 권능이 먹히지 않는 것 같소. 신의 뜻에 반하는 자들에게는 항성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것이 이유인 듯 하오."

추기경은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듯, 그 건강해 보이는 거구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게 가쁜 숨을 내쉬며 급하게 말을 했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야? 유하네리스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 신성 마법을 기반으로 세워뒀던 수많은 내 작전들이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는 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예하."

난 답답함에 지금 내 앞에 있는 존재가 대륙 전체에서 가장 많은 신도 수를 자랑하고 있는 종교의 추기경이란 사실을 잊은체 조금 거친 어투로 말을 했다.

"일단 바깥은 원진은 그대로 둔체 내부의 원은 별을 상징하는 무늬로 바꾸도록 하시오. 그리고 당신이 직접 진의 가운데에서서 이 것을 쓰도록 하시오."

갑지가 별이라니? 그리고 내가 신성마법에 뛰어나다고 해도, 사제도 아닌데 이렇게 신성마법을 대량으로 신에게 빌어오는 마법진에서 내가 주도를 한들 그다지 소용이 있을리가 없었다.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추기경은 말을 마친후 자신의 한쪽 팔로 감고 있던 너무나 맑은 느낌의 흰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여신상과, 노란색 표지의 두꺼운 책을 내미는 것이었다.

"가운데의 진형이 별로 바뀐다음 한손엔 그 여신상을 든 후, 그 책의 첫페이지에 있는 글을 그대로 읽으시오. 크리센공. 내 예상이 맞다면 당신은 그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오."

진지한 추기경의 얼굴, 얼굴 그자체로만 보면 진지함이란 것이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이 보였지만, 지금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 어쨌든 난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휴, 갑자기 이게 무슨?

"예하, 하지만 지금 진형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난 어느세 400여미터 정도까지 접근한 언데드 병들을 쳐다본 후 추기경에게 이야기를 했다.가운데의 원을 별의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선 그 전에 연습을 한 것도 아니므로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언데드 병들과 바깥은 원진에 있는 병사들과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완성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 보겠소. 그러니 어서! 한시가 급하오. 당신마저 실패한다면 이 대륙에서 한동안 저 네크로멘서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마 없을 것이오."

난 추기경의 말에 그다지 신용이 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써는 내가 고집을 피워본들 그다지 소용이 없을 듯하므로, 일단 추기경을 믿어보기로 했다. 추기경의 말처럼 유하네리스 신의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이상, 압도적인 숫자의 언데드와 정공법으로 회전을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마찮가지였기 때문이다. 난 급히 카이사르와 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 돌아갔다.

"카이사르경, 그리고 부장. 가운데의 진형을 급히 별 모양이 되도록 만들도록 하게. 추기경께서 결정하신 일이니 최대한 신속하게 시행하도록."

갑작스런 내 말에 아까 내가 추기경을 볼 때 했으리라 짐작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두 사람은 끝에 붙인 말을 들은 후에는 별 다른 말 없이 급히 장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말을 몰아 갔다. 쩝, 조금 기분이 그렇군. 그런데 이 추기경은 갑자기?

잠시 추기경의 모습을 놓쳤던 난 얼마 후 병사들 위를 날아 언데드군단 쪽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헛, 저 추기경이 저 몸으로 네크로멘서와 다시한번 싸울 생각인가? 시간을 끌겠다는 말은 그렇다면. 휴. 이렇게 된이상 어쩔 수 없이 추기경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잖아. 난 짧게 한 숨을 내쉰 다음 진형의 가운데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곳에 있던 사제들은 바깥진형에서 추기경에게 힘을 전하도록 이동시켰다.

어느세 200여미터까지 접근한 언데드 병사들, 그리고 그 앞에서 추기경은 디바인을 든체 묵묵히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안의 상황은 여의치 못했다. 병사들은 처음이라 그런지 몰라도 제대로 별의 모습을 만들지 못한체 한참을 해매고 있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지. 그리고 다시 추기경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언데드 병사들이 갈라지며 네크로멘서가 다시 나오는 것이 보였다. 크 이놈들아 빨리좀 완성해라구!

이 노란빛의 두꺼운 책과 여신상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늘하늘한 얇은 천을 로브를 쓰듯 머리부터 두른 여신상을 쳐다보니 왠지모를 그리움이 갑자기 느껴졌다. 도대체 이 감정은? 왠지 엄마를 생각할 때 느껴지는 감정과 무척 비슷한 느낌이었다. 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제발 무슨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주소서. 여신상을 보며 그렇게 비는 순간. 머릿속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미지네이션 라이트!"

내 캐스팅이 완료됨과 함께 병사들의 발밑에 거대한 별의 문양의 빛이 새겨졌다. 잠시 혼란스러워졌던 병사들은 곧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그 별의 문양에 맞추어 정렬하기 시작했다. 쩝, 고민 거리 하나는 일단 해결했군.

병사들의 정렬하는 동안 다시 추기경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니, 추기경은 예상했던 것 처럼 일방적으로 네크로멘서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래도 거리가 있는 까닭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몸에 두르고 있는 로브의 곳곳이 찟겨진 것으로 볼 때, 내상 뿐만 아니라 외상역시 심할 것 같았다. 그리고 병사들의 사이 문제 뿐만 아니라 오늘 처음 만났지만 왠지 저렇게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하, 완성되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렸던 말, 저쪽에서 들려오는 카이사르의 목소리에 난 추기경이 시켰던 것처럼, 한손엔 여신상을 들고 나머지 손엔 노란색 책의 첫페이지를 펼쳐들었다. 노란색 책을 펼치는 순간 책에서 뻗어나오는 빛, 무척 밝은 빛이었지만 왠지 눈이 부시지 않았다. 그리고 또다시 느껴지는 이 익숙함과 편안함. 빛이 조금 사그라들자 책에는 처음 보는 이상한 글자들이 세겨져 있었다. 도대체 이걸 나보고 어떻게 읽어란....?

"Ell Lami Maironiss Ir(역: 모든 것을 만드신 분)"

헛 읽혀지잖아? 난 일단 의문을 접어두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대로 계속 읽어 나갔다.

"Eurr Pi Hamill Ranice, Plratanio.(별과 들꽃의 신, 플라타니오)"

플라타니오? 내게 축복을 내렸다는 그 신 이름이잖아? 그렇다면 이 여신상은 플라타니오의 여신상?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더니.

"Mi Duriham Lami Gariniss Irr(이 책을 소유한 자)

Pumillniss Dio Lami Duridil Iss Karnell Lami Gariniss Irr(순결한 뜻을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진자)

Hanur Yelsince(당신이 화하고)

Hanur Cunaria Mailuss Da Yelsince(당신이 이루신 창조물 역시 화할)

Deo Miruss Emill(그 날 까지)

Hanur Lami Cenallun Umiss Plly Lami(당신을 따르는 어린새를)

Hanur Secill Firu(당신의 권능으로)

Jur Demilla(수호해주소서)"

첫 페이지에 있는 이 글을 읽는 것을 마치는 순간, 여신상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익숙한 기운, 너무나 강했지만 내게는 더 없이 편안함을 안겨주는 그런 기운이었다. 그 흰빛 기운은 우리쪽 병사들 전체를 부드럽게 감싼 다음, 그리고 멀리 쓰러진 추기경의 심장을 향해 자신의 뼈로된 완드를 휘두르려는 그 네크로멘서에게까지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빛을 본 그 네크로멘서가 급히 엄청난 양의 암흑기운을 뿜어냈지만, 별 소용이 없는 것 역시 눈에 들어왔다. 다급한 전투 중, 하지만 아까와 같은 그 다급한 감정은 어느세 사라지고 없었다.

마지막으로 네크로멘서 뒤를 따라 진군해오던 언데드병사들에게까지 흰빛이 미치며 언데드 병사들이 빛에 다이는 순간 망자들이 터져나가듯 무로 변해버리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빛이 사라지며 대지를 가득 덮고 있던 수천의 언데드 병사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언데드 병사들을 둘러싼 검은빛 기운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이오니스 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차 목표 달성, 내 첫전투는 일단 승리를 한 것인가? 휴. 왠지 조금 허무했지만 그래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의 적막 후 병사들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이 환호는 승리에 대한 환호라기보다는 생존에 대한 환호라는 느낌이 강한 것 같은데, 솔직히 언데드 군단과 접근했던 부대이므로 지금 이러한 반응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데드 군단 그 자체가 죽음을 상징하므로, 전쟁에 참가하는 병사들에게서는 그 이상 두려운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잠깐, 이럴 때가 아니지, 저 멀리에 쓰러져 있는 추기경의 존재를 난 잠시 잊고 있었다. 쩝, 어쨌든 이 승리의 주역인데다가 지금 몸상태가 어떨런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딴 곳에 신경을 쓰다니, 난 여신상과 노란빛 책을 품속에 넣은 다음 아미 위에 올라탄 뒤 환호하는 병사들 사이를 벗어나 급히 추기경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들판에 쓰러져 있는 추기경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로브는 내가 예전에 마을에 있을 때 입고 다니던 옷 수준으로 찢겨져 있었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체 성한 곳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독이나 저주같은게 걸려져 있지 않다는 것 정도? 어쨌든 엄청난 신성력을 소유한 사제이므로 그런면에서는 기본적으로 보호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네크로멘서의 시체는 어디로 갔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볼 때, 그 역시 소멸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미에서 내려 추기경을 들어 아미 위에 올려놓았다. 일단 마차에 싫어놓고 치료를 하던지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잠깐, 이 기운은?

'휙'

바람 소리와 함께 짙은 회색빛의 물체가 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암흑의 기운, 젠장, 그 네크로멘서의 기운이었다. 아직 소멸된 것이 아니었나?

'아미 어서 병사들 쪽으로 가!'

왠지 모를 긴장감, 일단 추기경을 보호해야되겠다는 생각에 아미에게 부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도록 마음속으로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클라리를 다시 뽑아들며 급히 암흑의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역시, 그 곳에는 처음보다는 많이 약해졌지만 아직도 검붉은 빛의 암흑의 기운에 둘러싸인 존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네 놈의 피냄세, 그 녀석의 아들인가? 크크, 운명 따윈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더러운 상황이군!"

듣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목소리, 그런데 왠 피냄새? 그리고 그 녀석의 아들이라니, 저 네크로멘서가 아버지를 알고 있는 것이었나? 하지만 난 곧 잡생각을 지우도록 노력하며, 검 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왠지 지금 저 네크로멘서를 제거하지 않으면 여러가지 면에서 심각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 항성력이라는 것, 예전에 아버지가 물리쳤던 네크로멘서와 저 녀석이 동일인물이라면 예전에 녀석을 물리칠 때는 유하네리스 신의 신성력으로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다지 먹혀들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후에 다시 만났을 때는 내 작전이 통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유하네리스 신의 항성력을 극복해 냈는데, 플라타니오신의 신성력을 극복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게다가 나처럼 사이비 신도가 사용하는 신성력은 더더욱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 피를 가진 애송이에게 내 일을 방해 받는 일이 생겨선 안되겠지. 아니 오히려 잘됬어. 크크, 30년 전의 복수를 지금 되갚아 주도록 하지."

네크로멘서는 여전히 그 음침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온몸에서 자신의 그 음침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휴, 아버지의 동료뿐만 아니라 적도 이어받는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다지 원망이 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적이 아니었더라고 하더라도 이 네크로멘서가 내 동료가 되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잊고 지냈던 아버지의 발자취가 지금 내게는 수많은 도움을 안겨주고 있으므로.

"내 자식에게까지 네 녀석을 대면시키고 싶진 않아. 결국 네놈으로 인해 생긴 악연, 그 원인만 제거하면 해결은 간단하겠지."

난 녀석을 향해 답을 해준다음 아무말 없이 녀석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솔직히 아까 추기경과 싸울 때의 녀석 정도라면 내가 그리 쉽게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아까와는 달리 많이 약해진 녀석이라면 이기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쾅'

데스나이트와 싸울 때에 들렸던 그 소리와 흡사한 소리가 클라리와 녀석의 완드가 부딪히는 순간 들려왔다. 상극의 기운끼리의 충돌, 보통 상극의 기운이 대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지만 빛과 어둠, 그 두 속성과 싸우기 위해서는 빛과 어둠 외의 다른 속성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빛과 어둠이란 속성 자체가 사속성에서 벗어난 힘이므로, 어떻게 보면 인간과는 이질적인 기운이라고 해야 할까?

난 완드를 들고 있는 녀석의 팔쪽을 향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일단 마법과 관련된 존재는 그 마법을 활성화시켜주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부터 제거하는게 우선이었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빠르게 검은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꼭 유령처럼 땅 위에 떠서 움직이는 그 모습은 확실히 플라이 마법은 아니었다. 중력의 영향따위는 받지 않는다는 말인데. 쩝.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녀석의 완드는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내 쪽을 노리고 공격을 해왔다. 도저히 마법사라고는 생각이들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 힘이 약해졌다고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어쨌든 내가 간신히 이겼던 그 데스나이트를 부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일테므로.

"홀리 쉴드!"

'펑'

엄청난 폭팔음과 함께 흰색의 막을 뚫고 내 가슴쪽을 노리고 들어오는 녀석의 지팡이가 보였다. 그래도 쉴드를 뚫느라 지팡이의 움직임이 느려진 까닭에 간신히 클라리로 녀석의 완드를 막아낼 수 있었다.  

"크크 제법이군. 꼬마. 확실히 네놈의 아비 보다는 강하군. 그래 크크, 흔히들 인간이란 발전하는 존재라고들 하니 당연한 것인가? 크크크. 하지만 미안하게도 쓰레기 같은 종자의 그 정도 진화는 내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해. 시간 따위에 얽매인 생명체들이 발악해 본들 역시 쓰레기일 뿐이니까."

검은빛 로브에 가려진체 보이지 않는 녀석의 얼굴아래 입이 있을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다시한번 녀석의 재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쓰레기 같은 종자한테 자기 말대로 두번씩이나 당한놈이 말이 많군.

"홀리 쉴드"

난 손에 쉴드를 집중시키며 예상밖의 내 행동에 당황한 듯 잠시 멈칫한 네크로멘서 녀석의 완드를 한 손으로 잡았다.

'펑'

또다시 폭팔음과 함께 뼛속까지 느껴지는 한기, 난 여행이 떠나기 전 핀누나가 준 건틀렛에 걸린 방어마법의 효력을 믿으며, 그대로 손에 힘을 주어 녀석의 완드를 꺾어버렸다.

"윽."

녀석의 뼈로된 완드를 꺾어버리는 순간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을 정통으로 맞아 뒤쪽으로 튕겨버렸다. 번개를 맞은듯 온몸이 짜릿해지는 이 충격, 잠시동안 몸이 마비되었는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크, 아무래도 저 완드는 그냥 보조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평범한 마법사의 지팡이가 아니라 네크로멘서 녀석이 자신의 힘을 저장하거나 하는데 이용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 감히!"

보통 네크로멘서는 흥분을 잘 하지않는 다고 하던데 저 녀석은 아니었나? 녀석은 무척이나 화가난 목소리로 내게 말을 했다. 확실히 중요한 물건이었나 보군. 젠장,그나저나 몸이 이렇게 마비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네크로멘서가 있던 곳을 보니, 녀석 역시 타격을 입은 듯 조금 주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 상태를 알고 있는 듯,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다지 소용은 없겠지만 일단 정신을 집중해서 방어주문을 몇가지를 캐스팅했다. 하지만 몰려오는 고통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뼈가 몇개 부러진 것 같았다.

그런데 '탁'하는 화살이 땅에 꽂히는 소리와 함께 우리 부대가 있던 곳에서 꽤 많은 수의 화살들이 녀석을 향해 날아왔다. 아무래도 언데드 군단과 싸우게 될 것을 대비해서 만든 은도금 화살촉을 가진 화살들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녀석의 주위에 둘러싼 검은빛 기운과 충돌하는 순간 빛을 내며 타는일이 생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사령관이라고 이 상황에서 날 도와주는 건가? 녀석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이 어둠의 기운과 접하는 순간 빛을 내며 사라지는 모습은 이런 상황이 아니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장면이었다. 내 목숨이 걸린 이 상황에서 할 생각은 아니지만.

"크윽."

화살이 벌어준 약간의 시간마저 무용지물이 될 정도로 온몸을 파고드는 고통에 정신을 집중하기 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바보들, 언데드 병사들도 아니고 평범한 병사들이 상대할 존재는 아닐텐데, 이 쪽으로 와서 뭘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잽싸게 도망치는게 더 나을텐데 말이다.

"애송이 죽어라!"

그리고 천천히 녀석이 나를 향해 펼쳐든 손에 지금 녀석이 가진 대부분의 힘이 몰리는 것이 보였다. 쩝, 이제 죽는 방법 밖에 없겠군. 결국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것인가? 항상 죽음이란 단어를 곁에두고 살고 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그다지 좋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한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이렇게 된다면 말이다.

녀석의 손이 펼쳐지며, 검붉은 빛 기운이 내게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쩝.

"펑!"

하지만 폭팔음이 울리는 것과 함께 갑자기 내 몸의 가슴 부분에서 뻗어나온 흰색의 기운이 날 감싸는 것이었다. 이 편안함, 품속에 넣어둔 그 책과 디바인의 효과인가? 그리고 그 흰색의 기운이 내 몸을 감싸는 것과 함께 몸의 감각이 조금씩 되돌아 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흰색의 기운은 내 몸을 간신히 지켜줄 정도일 뿐. 분위기를 보니 그 것 역시 검붉은 색의 기운에 밀려 그다지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았다.

"홀리볼!"

그 순간, 말 발굽소리가 멈추며 네크로멘서의 몸을 향해 흰색의 구 몇 개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익숙한 빛, 혹시 클라리?

네크로멘서는 전혀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듯 방어도 하지 못한체 흰색의 구를 직격으로 자신의 몸에 맞았다. 그리고 자신의 기운을 내게 모두 집중한 까닭인지 정작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기운은 남아있지 않는 듯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처럼 보였다. 기회다!

난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는 팔로 간신히 옆에 떨어져 있던 클라리를 집어 네크로멘서 녀석에게 집어던졌다.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네크로멘서의 몸을 클라리가 관통하는 것이 보였다.

"크아아아악!"

그래도 한 때는 인간이었다는 존재가 내는 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소리가 온 대지를 뒤덮었다. 하지만 난 마음을 가다듬은 후, 평소보다 너무나도 캐스팅 시간이 길게 걸린 마법을 완성했다.

"파워 홀리 스톰, 인탠션!"

그리고 녀석의 주위에 생긴 엄청난 숫자의 흰색의 구체가 무방비 상태의 네크로멘서에게 집중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는 순간, 그 곳에는 누더기가 된 로브와 너무나 늦었지만 인간의 순리대로 먼지로 변해버린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엔 진짜 끝이겠지. 리치 네크로멘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렇게 힘을 얻어야 했을까? 정말 모를일이었다.

"주인님아~! 괜찮아?"

역시 아까 그 빛은 클라리였군. 말발굽소리가 멈추며, 그리고 이어지는 내게 달려오는 익숙한 발자국 소리. 후후, 긴장이 풀려서 그런걸까? 왠지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다.

"웅, 주인님 조심해야지 이렇게 많이 다치면 어떻게 해!"

훌, 힘이 없는 까닭에 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체 클라리의 품에 안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편안한 느낌이 드는 걸까? 맑게 개인 하늘에서 내리 쬐는 빛에 반짝이는 클라리의 백금빛의 머리결이 내 볼을 간지럽히는게 느껴졌다. 왠지 너무나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느낌. 그럴리는 없겠지만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 부터.

"Frisin, Arniss Hanur"

난 무의식 적으로 떠오른 말을 나도모르게 클라리에게 힘없이 주절거린 뒤, 그리고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