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10장 수린 요새 탈환 작전-2
푸른바람 BlueWind·2002. 11. 23. AM 9:09:09·조회 1960·추천 82
에피소드 61 수린 요새 탈환작전-2
우리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임시로 기거하고 계시는 방을 향해 난 황제의 뒤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고 내 뒤에는 언제나처럼 클라리가 있었고, 그 외에 인물이라면 루이경과 카이사르, 그리고 다르넨 영주가 있었다. 아무래도 수린 요새 탈환 건에 대해 의논을 하기 위해서 따로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비밀을 요하는 작전이니만큼, 세부적인 내용은 되도록이면 사람이 적은 장소에서 의논을 해야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황제가 머무는 방은 회의실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한 눈에 척 보기에도 예전 이오니스 대공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분위기의 방, 하지만 지금 이 곳의 영주인 다르넨 영주는 이 방을 쓰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눈치상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황제가 머물고 있지만 방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한동안 비어있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다르넨 영주가 30년 전의 대전쟁 때 황제의 심복들 중 하나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황제의 직할 영지라 할 수 있는 이 곳의 통치를 맡겼고, 또 영주는 그렇게까지 이 곳을 지키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훔훔, 그렇기에 황제의 모습을 본 후에도 한치의 의심도 없이 황제의 존재를 인정했겠지.
대공의 방의 곳곳에는 여러가지 도자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자기에 대한 지식이라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 눈에는 다 그게 그건 것처럼보였지만 아무래도 이오니스 대공방의 장식으로 둔 물건 인데 싸구려들은 아닐 듯 싶었다. 예전의 이오니스 대공이라면 그 재산과 권력이 왠만한 국가의 국왕을 능가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도자기라는 물품의 특성상, 진품이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것으로 볼 때, 이 방의 도자기들만으로도 상당한 재산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에게 이런 취향이 있을리는 없을테고, 아무래도 황제에게 대공 직위를 물려줬던 전 이오니스 대공의 취미가 도자기 수집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도자기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느낌이 이색적인 것으로 볼 때, 대부분 동양에서 수입된 것들인 것 같았다.
"모두 앉으세요."
난 넓은 방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앉는 황제를 향해 여전히 원망의 눈초리를 주며, 황제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순서대로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는 존재들, 아무래도 황제의 앞자리다보니 그들 역시 조심스럽겠지. 루이는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엘프들 역시 제국의 영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었므로 그 역시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자리에 앉자 황제는 다르넨 영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다르넨 영주가 황제 쪽을 향해 고개를 꾸벅하고는 어디선가 지도를 들고와 우리 앞에 놓인 테이블에 펼쳤다. 이오니스 주변의 지도, 하지만 우리부대가 가지고 있는 지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한 지도였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 지역의 영주나 황제만이 소지할 수 있다는 제국 군사 지도 인가? 설마 전쟁이 끝나 우리 마을로 돌아가면 나보고도 저런 지도를 만들어 내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쓸데없는 일을 시키면 그냥 제국에서 독립을 해버려야지. 흐흠.
쩝, 그리고 저런건 영주가 직접 하는 것 보다는 다른 하인에게 시켜도 될텐데, 하지만 보안을 유지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지금 방안에는 우리외에 다른 사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회의 때의 분위기나 지금 이 상황으로 볼 때, 현재로써 다르넨 영주가 황제의 보좌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듯 했다. 나로써는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잘못하다간 내가 해야될 일 일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루이 경, 그 길에 대하 다시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다르넨 영주는 정중한 어투로 루이를 향해 말을 했다. 그 부탁에 루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지도를 유심히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지도의 한 곳을 손으로 짚으며 루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곳이 수린 요새로 향한 길의 출발점입니다. 물론, 엘프들만이 알 수 있는 표식으로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종족들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루이가 짚은 곳은 이오니스 서쪽에 위치한 숲의 가장자리지점이었다. 물론, 지도에는 그 곳이 숲이라는 사실외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그 숲에 대한 주석에 이 숲에 엘프들의 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 곳이었습니까? 세상에! 바로 그 지점에서 군사훈련까지 실시한적도 있는데 눈치를 채지 못하다니."
다르넨 영주는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체 지도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뭐, 그로써는 이 곳 이오니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을텐데, 자신이 모르는게 있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곳에서 출발하여 시아텔 폭포를 지나 산의 남쪽 능선을 타게 됩니다. 물론, 능선이라고 하더라도 숲이 우거진 곳이라 적들이 눈치를 채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펜으로 지도위에 선을 끄으며 설명을 하는게 일반적일텐데 루이는 아무런 표시 없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불가피한 상황이라 일단 엘프의 길을 이용하게 해주더라도 일단 지킬 수 있는한 최대한으로 비밀을 지키려하는 의도인듯 했다.
"루이경, 시아텔 폭포 주위는 모두 100미터 이상의 절벽으로 되어있지 않습니까? 루이경께서 말하신 대로라면 절벽을 지나야 하는데, 그 곳을 어떻게 지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엘프라고 하더라도 그 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호, 역시 자신만만해할 자격은 영주에게 충분히 있는 듯 보였다. 세세한 지형까지 다 기억을 하고 있다니, 뭐, 그런 인물이니 황제의 신용을 받아 30여년간 영주직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닙니다.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영주님 한번이라도 폭포 뒤로 돌아 들어가보신 적 있으십니까? 그 곳에 바로 굴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겉에서 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 그 굴은 절벽 위를 향해 있습니다."
루이는 얼굴에 엷게 미소를 띄운체 영주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저 여유만만함, 그리고 저 표정, 엘프족 수장치고는 인간세계에 너무 많이 물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엘프족 수장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쩝, 저 엘프가 엽기적인 무장을 하게 된 원인을 어렴풋이나마 눈치를 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왠지 지금의 영주에게서는 처음과 같은 차분함이 왠지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늙으면 쓸데없는 고집과 자존심이 는다고 영주역시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황제도 이번 여행이 끝나고 수도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오니스에 새로운 영주를 선출하는 것에 대해 심히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를 것 같다.
루이의 말을 들으며 다른사람 모르게 살짝 하품을 하는 클라리, 그리고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말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위해 루이의말에 절대적으로 집중을하는 카이사르, 그리고 카이사르는 틈틈히 작은 종이에다 루이의 말 중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받아적고 있었다. 쩝.
"그리고 정상 근처에서 이 쪽 계곡을 통해 요새쪽을 향하면 성에 접근할 때까지 적들은 우리의 정채를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완전히 산을 등산하는 거잖아. 게다가 엄청난 무게의 보급품과 무기까지 등에 맨체로 컥, 정말 평범한 병사들이라면 싸우기도 전에 지쳐 쓰러져 버릴 것 같다. 체력이 약한 나 역시 해낼수 있을지 왠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카밀 녀석들이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녀석들일까? 일단 회의가 끝나고 녀석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녀석이 정 가기 싫다고 하면 나 역시 그 핑계를 대고 그만둬야지. 정말 저렇게 무모한 작전에 휩쓸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인간이 이 코스를 통과하고 전투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루이경."
조용히 있던 황제가 루이를 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이런 면에서는 황제와 카이사르가 많이 닮은 것 같다. 뭐, 지금에 와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실제로 카이사르의 분위기나 그런 것이 황제와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진정한 지휘관과 통치자의 모습, 그런 것을 나타내는게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가능합니다. 특히 그 카밀 용병단 분들이라면 틀림이 없습니다. 저도 엘프 길드일을 하며 들은 정보이지만 그 용병단의 용병 등급은 2급, 그 것도 마법사가 없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낮아진 것입니다. 실제로 마법사의 유무를 제외한다면 그들의 실력은 특1급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입니다."
루이는 잠시 말을 멈춘다음 내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놈이 왜 갑자기 날 쳐다보지?
"게다가 제국, 아니 서부대륙 전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사도 그들 옆에 있으므로 이제 그들에게 불가능한 일이라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습니다. "
헛, 칭찬인가 쩝. 그런데로 기분은 괜찮았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내가 사지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헐. 난 마왕이지, 마왕으로 부터 공주, 여기서는 요새 겠지만,를 구하는 용사는 아니란 말이야.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해야하는지. 쩝. 정말 황제의 부탁인데 안할 수도 없고, 훔. 부탁이라기보다는 거의 강요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루이경. 그럼 길안내는 부탁드립니다."
황제의 말에 루이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다시한번 수긍을 표시했다. 그리고 날 쳐다보는 황제. 설마 탈환작전이나 기타등등 세부사항을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건 아니겠지?
"크리센공, 이번에도 언데드군단과의 전투 때처럼 멋진 작전으로 꼭 성을 탈환하도록 하세요."
헛. 멋진작전? 이건 칭찬이라기 보다는 칭찬을 빙자한 명령에 가까웠다. 헛,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있는 이상황에서 대놓고 거부할 수도 없고, 쩝. 난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황제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물론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의 나로써는 최대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므로.
"그럼, 이 번 작전에 대한 전권을 크리센공에게 위임하도록 하지요. 루이경 괜찮겠습니까?"
요란 낮춤과 뒤에는 경어가 섞인 절묘한 화볍, 쩝. 황제로써도 루이란 인물이 그렇게 쉬운 대상만은 아닌 듯 했다. 휴. 그나저나 내 의사는 이제 묻지도 않네? 헐.
"물론입니다. 크리센공의 일이라면 이 루이 목숨을 받쳐도 아깝지 않으니."
루이는 웃으며 말을 했지만, 그 말 속에 왠지 모를 결의가 느껴졌다. 헛 불길해 이번에도 왠지모를 짐덩어리 한개, 아니 이번에는 여러개들이 늘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느낌이 감돌았다.
"그럼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준비를 완료하도록 해주세요. 작전은 준비가 마쳐지는대로 시행하도록 하죠. 이만 물러가도록 하세요."
황제의 말에 나와 클라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과 엘프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황제쪽을 향해 에를 표한 다음 방에서 나갔다. 하지만 난 황제에게 따질 것이 있었기에 일단 남아 있어 보기로 했다.
"란트, 왜 안가고 남았니? 준비할께 산더미지 않아?"
사람들이 나가자 마자 말투가 바뀌는 우리의 황제폐하. 쩝.
" '폐''하', '신' 란트 크리센. 근로 기준법 제 6조 8항에 의거 폐하의 명령이 불가함을 '항''명'하는 바입니다."
근로 기준법 제 6조 8항, 제국에서도 최근에 만들어진 법으로 알고 있다. 피 고용인을 고용인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나? 비밀 감사관 일 때문에 제국의 법전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찾아낸 것이었다. 특히 내가 황제에게 말한 제 6조 8항의 경우, 고용자는 피고용자를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또는 한달에 300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황제가 날 부려먹은 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면 약 320여시간 정도, 고로 황제는 그 법률조항에 의해 이번 달이 끝날 때까지 내게 일을 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법률공부를 한 보람이 나는 군. 흐흐흐.
"호호호, 크리센공 법률 공부를 꽤 열심히 했나 보군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군요. 헌법은 모든 법률에 상위한다는 것. 크리센공, 헌법 제 5항이 뭐였죠?"
황제는 내 말에 상대를 하듯 존칭을 사용하며 내게 말을 했다. 헛, 헌법 제 5항이라면? 젠장.
"황제는 헌법을 제외한 모든 기본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혹시 황제가 법을 만들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줄 알고 미리 이런 조항을 넣어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조항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헌법에 이런 조항이 있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폐하, 그러고 보니 제국 헌법 제 3항에 이런 조항이 있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모든 제국민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으로써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권리를 가지며, 생존권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고로, 난 내 목숨이 아까워 출전할 수 없다는 말씀. 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황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황제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헛. 설마 다른 방법이? 헌법 제 1과 2항은 지금 이상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황제가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럼 도대체 황제가 왜 저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는거야?
"란트 네가 가지 않겠다면 포기해야지 별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목숨으로 이 성을 지키는 수 밖에 없겠지. 란트 넌 이 누나가 죽어도 좋다는 거니?"
잠깐, 그게 그렇게 연관이 되는 건가? 하긴 전략적으로 그만큼 중요한 곳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면 신용이가지 않는다구요. 쩝, 그래도 생각을 해보니 황제의 말이 일리는 있었다. 역시 난 이번에도 저항을 포기하고 한숨을 내 쉴 수 밖에 없었다. 필립 요새 사건 이후로는 황제에게 저항할 의지가 많이 사라진 것 같으니. 게다가 아미라는 든든한 서포터즈가 있는데 내가 죽기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미의 위력은 몇 번의 전투를 겪으며 절실히 느꼈으니까 말이다.
"알겠어요. 누나. 하지만 이번에도 제 목숨을 걸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어요. 무슨일이 생기면, 카밀 녀석들과 함께 잽싸게 도망칠테니."
어휴,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황제의 농간에 놀아날 수 밖에 없는 내 신세를 한탄하며 방에서 나와 카밀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우리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임시로 기거하고 계시는 방을 향해 난 황제의 뒤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고 내 뒤에는 언제나처럼 클라리가 있었고, 그 외에 인물이라면 루이경과 카이사르, 그리고 다르넨 영주가 있었다. 아무래도 수린 요새 탈환 건에 대해 의논을 하기 위해서 따로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비밀을 요하는 작전이니만큼, 세부적인 내용은 되도록이면 사람이 적은 장소에서 의논을 해야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황제가 머무는 방은 회의실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한 눈에 척 보기에도 예전 이오니스 대공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분위기의 방, 하지만 지금 이 곳의 영주인 다르넨 영주는 이 방을 쓰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눈치상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황제가 머물고 있지만 방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한동안 비어있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다르넨 영주가 30년 전의 대전쟁 때 황제의 심복들 중 하나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황제의 직할 영지라 할 수 있는 이 곳의 통치를 맡겼고, 또 영주는 그렇게까지 이 곳을 지키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훔훔, 그렇기에 황제의 모습을 본 후에도 한치의 의심도 없이 황제의 존재를 인정했겠지.
대공의 방의 곳곳에는 여러가지 도자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자기에 대한 지식이라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 눈에는 다 그게 그건 것처럼보였지만 아무래도 이오니스 대공방의 장식으로 둔 물건 인데 싸구려들은 아닐 듯 싶었다. 예전의 이오니스 대공이라면 그 재산과 권력이 왠만한 국가의 국왕을 능가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도자기라는 물품의 특성상, 진품이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것으로 볼 때, 이 방의 도자기들만으로도 상당한 재산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에게 이런 취향이 있을리는 없을테고, 아무래도 황제에게 대공 직위를 물려줬던 전 이오니스 대공의 취미가 도자기 수집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도자기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느낌이 이색적인 것으로 볼 때, 대부분 동양에서 수입된 것들인 것 같았다.
"모두 앉으세요."
난 넓은 방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앉는 황제를 향해 여전히 원망의 눈초리를 주며, 황제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순서대로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는 존재들, 아무래도 황제의 앞자리다보니 그들 역시 조심스럽겠지. 루이는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엘프들 역시 제국의 영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었므로 그 역시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자리에 앉자 황제는 다르넨 영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다르넨 영주가 황제 쪽을 향해 고개를 꾸벅하고는 어디선가 지도를 들고와 우리 앞에 놓인 테이블에 펼쳤다. 이오니스 주변의 지도, 하지만 우리부대가 가지고 있는 지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한 지도였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 지역의 영주나 황제만이 소지할 수 있다는 제국 군사 지도 인가? 설마 전쟁이 끝나 우리 마을로 돌아가면 나보고도 저런 지도를 만들어 내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쓸데없는 일을 시키면 그냥 제국에서 독립을 해버려야지. 흐흠.
쩝, 그리고 저런건 영주가 직접 하는 것 보다는 다른 하인에게 시켜도 될텐데, 하지만 보안을 유지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지금 방안에는 우리외에 다른 사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회의 때의 분위기나 지금 이 상황으로 볼 때, 현재로써 다르넨 영주가 황제의 보좌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듯 했다. 나로써는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잘못하다간 내가 해야될 일 일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루이 경, 그 길에 대하 다시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다르넨 영주는 정중한 어투로 루이를 향해 말을 했다. 그 부탁에 루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지도를 유심히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지도의 한 곳을 손으로 짚으며 루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곳이 수린 요새로 향한 길의 출발점입니다. 물론, 엘프들만이 알 수 있는 표식으로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종족들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루이가 짚은 곳은 이오니스 서쪽에 위치한 숲의 가장자리지점이었다. 물론, 지도에는 그 곳이 숲이라는 사실외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그 숲에 대한 주석에 이 숲에 엘프들의 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 곳이었습니까? 세상에! 바로 그 지점에서 군사훈련까지 실시한적도 있는데 눈치를 채지 못하다니."
다르넨 영주는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체 지도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뭐, 그로써는 이 곳 이오니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을텐데, 자신이 모르는게 있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곳에서 출발하여 시아텔 폭포를 지나 산의 남쪽 능선을 타게 됩니다. 물론, 능선이라고 하더라도 숲이 우거진 곳이라 적들이 눈치를 채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펜으로 지도위에 선을 끄으며 설명을 하는게 일반적일텐데 루이는 아무런 표시 없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불가피한 상황이라 일단 엘프의 길을 이용하게 해주더라도 일단 지킬 수 있는한 최대한으로 비밀을 지키려하는 의도인듯 했다.
"루이경, 시아텔 폭포 주위는 모두 100미터 이상의 절벽으로 되어있지 않습니까? 루이경께서 말하신 대로라면 절벽을 지나야 하는데, 그 곳을 어떻게 지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엘프라고 하더라도 그 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호, 역시 자신만만해할 자격은 영주에게 충분히 있는 듯 보였다. 세세한 지형까지 다 기억을 하고 있다니, 뭐, 그런 인물이니 황제의 신용을 받아 30여년간 영주직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닙니다.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영주님 한번이라도 폭포 뒤로 돌아 들어가보신 적 있으십니까? 그 곳에 바로 굴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겉에서 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 그 굴은 절벽 위를 향해 있습니다."
루이는 얼굴에 엷게 미소를 띄운체 영주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저 여유만만함, 그리고 저 표정, 엘프족 수장치고는 인간세계에 너무 많이 물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엘프족 수장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쩝, 저 엘프가 엽기적인 무장을 하게 된 원인을 어렴풋이나마 눈치를 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왠지 지금의 영주에게서는 처음과 같은 차분함이 왠지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늙으면 쓸데없는 고집과 자존심이 는다고 영주역시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황제도 이번 여행이 끝나고 수도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오니스에 새로운 영주를 선출하는 것에 대해 심히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를 것 같다.
루이의 말을 들으며 다른사람 모르게 살짝 하품을 하는 클라리, 그리고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말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위해 루이의말에 절대적으로 집중을하는 카이사르, 그리고 카이사르는 틈틈히 작은 종이에다 루이의 말 중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받아적고 있었다. 쩝.
"그리고 정상 근처에서 이 쪽 계곡을 통해 요새쪽을 향하면 성에 접근할 때까지 적들은 우리의 정채를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완전히 산을 등산하는 거잖아. 게다가 엄청난 무게의 보급품과 무기까지 등에 맨체로 컥, 정말 평범한 병사들이라면 싸우기도 전에 지쳐 쓰러져 버릴 것 같다. 체력이 약한 나 역시 해낼수 있을지 왠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카밀 녀석들이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녀석들일까? 일단 회의가 끝나고 녀석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녀석이 정 가기 싫다고 하면 나 역시 그 핑계를 대고 그만둬야지. 정말 저렇게 무모한 작전에 휩쓸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인간이 이 코스를 통과하고 전투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루이경."
조용히 있던 황제가 루이를 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이런 면에서는 황제와 카이사르가 많이 닮은 것 같다. 뭐, 지금에 와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실제로 카이사르의 분위기나 그런 것이 황제와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진정한 지휘관과 통치자의 모습, 그런 것을 나타내는게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가능합니다. 특히 그 카밀 용병단 분들이라면 틀림이 없습니다. 저도 엘프 길드일을 하며 들은 정보이지만 그 용병단의 용병 등급은 2급, 그 것도 마법사가 없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낮아진 것입니다. 실제로 마법사의 유무를 제외한다면 그들의 실력은 특1급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입니다."
루이는 잠시 말을 멈춘다음 내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놈이 왜 갑자기 날 쳐다보지?
"게다가 제국, 아니 서부대륙 전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사도 그들 옆에 있으므로 이제 그들에게 불가능한 일이라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습니다. "
헛, 칭찬인가 쩝. 그런데로 기분은 괜찮았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내가 사지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헐. 난 마왕이지, 마왕으로 부터 공주, 여기서는 요새 겠지만,를 구하는 용사는 아니란 말이야.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해야하는지. 쩝. 정말 황제의 부탁인데 안할 수도 없고, 훔. 부탁이라기보다는 거의 강요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루이경. 그럼 길안내는 부탁드립니다."
황제의 말에 루이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다시한번 수긍을 표시했다. 그리고 날 쳐다보는 황제. 설마 탈환작전이나 기타등등 세부사항을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건 아니겠지?
"크리센공, 이번에도 언데드군단과의 전투 때처럼 멋진 작전으로 꼭 성을 탈환하도록 하세요."
헛. 멋진작전? 이건 칭찬이라기 보다는 칭찬을 빙자한 명령에 가까웠다. 헛,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있는 이상황에서 대놓고 거부할 수도 없고, 쩝. 난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황제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물론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의 나로써는 최대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므로.
"그럼, 이 번 작전에 대한 전권을 크리센공에게 위임하도록 하지요. 루이경 괜찮겠습니까?"
요란 낮춤과 뒤에는 경어가 섞인 절묘한 화볍, 쩝. 황제로써도 루이란 인물이 그렇게 쉬운 대상만은 아닌 듯 했다. 휴. 그나저나 내 의사는 이제 묻지도 않네? 헐.
"물론입니다. 크리센공의 일이라면 이 루이 목숨을 받쳐도 아깝지 않으니."
루이는 웃으며 말을 했지만, 그 말 속에 왠지 모를 결의가 느껴졌다. 헛 불길해 이번에도 왠지모를 짐덩어리 한개, 아니 이번에는 여러개들이 늘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느낌이 감돌았다.
"그럼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준비를 완료하도록 해주세요. 작전은 준비가 마쳐지는대로 시행하도록 하죠. 이만 물러가도록 하세요."
황제의 말에 나와 클라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과 엘프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황제쪽을 향해 에를 표한 다음 방에서 나갔다. 하지만 난 황제에게 따질 것이 있었기에 일단 남아 있어 보기로 했다.
"란트, 왜 안가고 남았니? 준비할께 산더미지 않아?"
사람들이 나가자 마자 말투가 바뀌는 우리의 황제폐하. 쩝.
" '폐''하', '신' 란트 크리센. 근로 기준법 제 6조 8항에 의거 폐하의 명령이 불가함을 '항''명'하는 바입니다."
근로 기준법 제 6조 8항, 제국에서도 최근에 만들어진 법으로 알고 있다. 피 고용인을 고용인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나? 비밀 감사관 일 때문에 제국의 법전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찾아낸 것이었다. 특히 내가 황제에게 말한 제 6조 8항의 경우, 고용자는 피고용자를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또는 한달에 300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황제가 날 부려먹은 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면 약 320여시간 정도, 고로 황제는 그 법률조항에 의해 이번 달이 끝날 때까지 내게 일을 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법률공부를 한 보람이 나는 군. 흐흐흐.
"호호호, 크리센공 법률 공부를 꽤 열심히 했나 보군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군요. 헌법은 모든 법률에 상위한다는 것. 크리센공, 헌법 제 5항이 뭐였죠?"
황제는 내 말에 상대를 하듯 존칭을 사용하며 내게 말을 했다. 헛, 헌법 제 5항이라면? 젠장.
"황제는 헌법을 제외한 모든 기본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혹시 황제가 법을 만들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줄 알고 미리 이런 조항을 넣어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조항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헌법에 이런 조항이 있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폐하, 그러고 보니 제국 헌법 제 3항에 이런 조항이 있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모든 제국민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으로써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권리를 가지며, 생존권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고로, 난 내 목숨이 아까워 출전할 수 없다는 말씀. 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황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황제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헛. 설마 다른 방법이? 헌법 제 1과 2항은 지금 이상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황제가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럼 도대체 황제가 왜 저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는거야?
"란트 네가 가지 않겠다면 포기해야지 별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목숨으로 이 성을 지키는 수 밖에 없겠지. 란트 넌 이 누나가 죽어도 좋다는 거니?"
잠깐, 그게 그렇게 연관이 되는 건가? 하긴 전략적으로 그만큼 중요한 곳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면 신용이가지 않는다구요. 쩝, 그래도 생각을 해보니 황제의 말이 일리는 있었다. 역시 난 이번에도 저항을 포기하고 한숨을 내 쉴 수 밖에 없었다. 필립 요새 사건 이후로는 황제에게 저항할 의지가 많이 사라진 것 같으니. 게다가 아미라는 든든한 서포터즈가 있는데 내가 죽기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미의 위력은 몇 번의 전투를 겪으며 절실히 느꼈으니까 말이다.
"알겠어요. 누나. 하지만 이번에도 제 목숨을 걸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어요. 무슨일이 생기면, 카밀 녀석들과 함께 잽싸게 도망칠테니."
어휴,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황제의 농간에 놀아날 수 밖에 없는 내 신세를 한탄하며 방에서 나와 카밀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