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10장 수린 요새 탈환 작전-4
푸른바람 BlueWind·2002. 11. 28. PM 2:51:45·조회 2083·추천 66
에피소드 63 수린 요새 탈환작전-4
우리는 이른 새벽녘 모두 서쪽의 수문앞에 모였다. 최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성문을 통해 나가는 것조차 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아마 이번 임무동안 정상적인 길을 밟는 건 거의 포기해야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 모두 조용히 수문을 통과하도록."
난 최대한 작지만 그래도 100여명의 사람들 모두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했다. 카밀 녀석들에다 루이 일행과 이오니스에 머물고 있는 루이 휘하의 동엘프족들까지 합치다보니 백여명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추기경과 같이 다니던 루이 일행, 폭력마도사 세레스, 느끼 마법사 카이트, 검사 헤리탄, 엘프 이자벨까지 올 것이라곤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언데드병과 전투를 할 때는 드워프도 있지 않았었나? 왠지모를 궁금증이 들었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넘어가기로했다.
백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수문을 통과해 밖으로 빠져나감에도 정말 큰 소리하나 나지 않고 모두들 조용히 빠져나갔다. 확실히 모두 보통 실력 이상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카밀 녀석들의 표정은, 바로 새로운 장난감을 찾는 듯한 어린아이의 표정 그대로였다.
난 수문이 닫히는 것을 보며 마지막으로 성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계속되는 조용한 행군. 새벽이라곤 하지만 해가뜨기 전까지 엘프들의 길 입구에 도착해야 됐기에 지금 하늘엔 별들이 가득했다. 더불어 내가 힘이 제일 강해지는 시간이기도했고. 무슨 늑대인간도 아니고, 나도 참. 하긴 별과 들꽃의 신 플라타니오의 최고사제이니, 그런 것이 당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렬의 제일 앞에는 루이경이 다른 엘프들과 함께,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행렬의 곳곳에서 엘프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엘프들의 길은, 정말 엘프가 아니라면 아무도 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엘프들의 인도가 필수적이었다. 물론, 아무런 길도 없는 곳에 길을 만들며, 가는 것보다는 엘프들의 길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인간임에도 엘프들의 길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쩝, 나 역시 엘프들의 길을 이용하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보통 마을 뒷 산맥을 돌아다니거나 할 때, 종종 엘프들의 길을 이용하곤 했었지만, 최근에는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걱정이 되는 건 클라리였다. 소피나 티티, 그리고 인간으로 변한 아미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클라리의 경우는 추위에 약한 것도 있고, 인간체일 때도 클라리는 물론 보기보다 힘이 무식하게 쌔지만 어쨌든 체력이 강한 전사라기 보다 클라리는 마법사에 더 가까웠기때문이다. 쩝, 하지만 지금 뒤에서 소풍가듯 점심이든 바구니를 한손에 들고 달랑달랑 쫓아오는 클라리를 볼 때는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일단 주위에 마나의 기운이나 살기 등등과 같은 강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우리 작전이 발각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 작전에서 지금이 가장 위험한 상황, 엘프들의 길 같은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보호막이 펼쳐져 적에게 들킬 위협이 거의 없지만, 지금은 이 넓은 들판에 백여명의 생명체들이 이동하고 있는 것은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은 최대한 비밀스럽게 기습적으로 시행해야 효과가 크고, 또 우리측의 피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 전투에 참가한 백여명들 모두 나와는 이런 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는 사이기 때문에 더욱이나 그러했다.
그렇게 부대 전체가 엄청난 긴장상태에 휩싸인체로 들판을 건너 어느세 어둠속에 묻힌 성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이동을 했다. 밤눈이 밝은 엘프의 인도 때문에 어둠속에서도 목적지까지 별 어려움이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평선 끝이 서서히 밝아오며 새벽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
"루이경, 이제 어떻게 해야 됩니까?"
대열의 앞에 서있던 루이경이 내가 있던 대열의 뒤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며, 난 루이경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문이 열릴 것이니,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으니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별의 뜻을 가진 존재여."
루이는 예전과는 달리 크리센공이란 호칭 대신 다른 호칭을 사용했다. 황제에게 힘의 주인이란 호칭을 붙였던 것처럼, 그러고보니 예전에 아미도 황제보고 힘의 주인이란 호칭을 붙였었지?
그런데 아무래도, 이 엘프의 길은 내가 예전에 종종 이용하던 엘프의 길과는 달리, 엘프들에게도 꽤 비밀스러운 길인 것 같았다. 보통 엘프의 길은 그냥 자연적인 물체들고 감춰져 있을 뿐, 마법으로 길을 가린다거나 하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었다. 도데체 무슨 이유일까? 왠지모를 호기심히 감돌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므로 궁금증을 참기로 했다.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해가 떠오르며 그 빛이 우리들이 임시로 멈춘 장소 앞에 있는 숲을 서서히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과 동시에 숲에서 갑자기 연녹빛의 빛이 나며, 빽빽하게 서있던 나무들이 양쪽으로 갈라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광경에 엘프들을 제외한일행들 모두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별의 뜻이여. 너무 지체해서는 안됩니다. 문이 다시 닫힐 때까지 그리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루이의 말에 난 정신을 차리고 소대장들에게 이동 지시를 내렸다. 물론, 전투 때와는 달리 조용히 전령들을 이용했다. 그리고 잠시후, 부대원들을 꿈에서 깬 듯 그 문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꼭 원래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양쪽으로 갈라선 나무들을 보며 난 다시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니 다르넨 영주가 모를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만한 마법실력을 가진 마법사가 아니라면 이 곳에 흐르는 약한 마나의 기운조차 느끼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일행이 다 길안 쪽으로 들어갈 무렵, 해가 완전히 땅에서 솟아오름과 동시에 우리 뒤쪽은 어느세 나무들로 가득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소한 추격자에 대한 결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산 아래인 숲이라 그런지 길이 그렇게 험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길에 비해 나무와 수풀이 조금 많다는 정도였지 땅으로 걷는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엘프의 길이 산으로 들어선 이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따뜻한 남부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초봄인 까닭에 산 등성을 타고 산 위로 올라가면 기온이 꽤 추울 것이었다. 원래 북쪽, 추운기후지대에서 태어났고 어린시절을 보낸 나야 뭐, 별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카밀 녀석들은 어떨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어쨌든 이번 작전의 주력은 그들이었으므로, 약간의 문제라도 있어서는 안되었다.
"소피, 그동안 잘 지냈어?"
어느 정도 엘프들의 길 안쪽으로 들어선 후, 난 내 옆에서 활을 등에맨체 걸음을 옮기고 있는 소피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물론, 아침에 처음 모일 때부터 봤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사적인 대화를 하기에는 조금 그랬다. 거기에다 어쨌든 내가 지금 이 사람들의 총책임자이니만큼 더더욱 조심해야했으므로 소피에게 말을 붙이거나 할 기회는 없었다.
"네, 저, 몸은 좀 어떠세요? 란트."
소피는 여전히 얼굴이 조금 빨갛게 되서는 고개를 조금 숙이며 내 말에 답을 했다. 쩝, 그런데 확실히 소피도 제일 처음 보았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성장이 느린 엘프라지만 몇년의 세월이 흐르는동안, 처음의 초쵀한 모습과 여린 모습은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소피 역시,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으니. 엘프의 나이 67이면 인간들로치면 한참 사춘기를 지날 무렵의 나이였다. 나야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책에서 읽은 것에 따르면 인간들도 그 시기에 외모나 정신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와 성숙이 따른다고 했다.
"이제 괜찮아."
난 제일 처음 만났을 때, 온몸에 멍이들어있고 굵은 쇠사슬로 몸전체가 꽁꽁 묶여있던 소피의 모습이 잠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때는 그냥 나이어린 여자엘프일 뿐인데 왜 그렇게 잔혹하게 가둬놨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최근에 보여줬던 소피의 능력을 보며 그 때, 그 노예사냥꾼 녀석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다 나으신 것 같아서..."
소피는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소피의 눈에서 떨어지는 물한방울, 에이, 이놈의 엘프가 괜히 사람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어 정말. 난 품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소피에게 주었다. 휴. 정말. 내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왜 이리 눈물이 많은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계속 이동을하다보니, 어느세 멀리있던 산의 모습이 가까이 있었다. 지도에 따르면 곧 시아텔 폭포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리고 시아텔 폭포를 통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고 했었지? 간단히 말해서 이제 고생시작이란 말이군.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규모가 큰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난 그냥 사람 키정도의 폭을 가진 작은 폭포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지금 눈앞에는 황궁의 크기만한 호수가 펼쳐져있었고 그 호수 넘어에는 중부대로 폭의 약 스무배정도 되는 폭에 보통 건물 십층정도의 높이를 가진 웅장한 모습의 시아텔 폭포가 있었다. 그로부터 떨어지는 물소리는 아직은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음에도 꽤 크게 귓속으로 들어왔다. 엘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존재들이 그 폭포의 웅장한 모습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뭐, 세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느끼게 해줄 정도로 웅장한 폭포이니, 처음보는 사람들이 쉽게 눈을 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날 포함해서. 그런데 어떻게 저 폭포 뒤로 들어간다는 말이지?
하지만 내가 걱정할 필요없이 루이의 인도하에 우리 부대는 호수를 빙 둘러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는 낭떨어지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하란 말일까? 도저히 폭포 뒤를 향하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를 비롯한 엘프들이 어느 곳으로 가더니 잠시동안 엄청난 양의 수풀들을 치우자 폭포 뒷쪽으로 향하는 작은 길의 모습이 들어났다. 길의 입구만 감추어 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저런 예비장치를 뒀나보군. 확실히 이 길은 분명히 그냥 엘프의 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특이한 점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 호수에 떨어지지않게 조심하며 폭포 뒷 쪽을 향해 이동해갔다. 폭포에 다가가면 갈수록 커지는 물소리에 이제는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습을 한다면 쉽게 알아차리기도 힘들 것 같았다. 청각을 제외한체 시각과 살기만으로 적들을 파악해야 되니까 말이다. 폭포 뒤로 돌아 들어가니 넓은 장소가 밖으로 들어났다. 실제로 큰 폭포 뒤에는 이런 넓은 장소가 종종 있다고 했다. 물론, 그 위로 향한 굴까지 있는 곳은 거의 없겠지만. 그런데 루이가 갑자기 길을 멈추고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시 되돌아왔다. 물론, 제일 선두의 루이가 멈추니 일행들 모두 멈추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이! 곳! 에! 서! 점! @! $! &! *! #!"
루이가 내게 달려와 큰소리로 말을 했지만 엄청난 크기의 폭포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쩝, 할 수 없군. 일단 뒤에 추격자나 정찰병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동굴 입구에 차단 마법을 펼쳐야 할 것 같다. 마나야 최근에 오랫동안 쉬며 충분히 회복해 뒀으니까.
내가 마법을 시전하자마자 갑자기 동굴은 적막에 휩싸였다. 그리고 병사들이나 엘프들도 잠시 당황해했지만 곧 상황을 이해한 듯 진정이 되었다. 난 그리고 난 루이를 향해 말을 했다.
"루이경, 방금전에는 시끄러워서 잘 못들었습니다. 이제 조용해졌으니 다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내 말에 루이도 잠시 멈칫하던 표정을 곧 진정시키고 곧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방금 전에 했던 대사는 꼭 삼류 액션 소설에서 악당이 협박을 시작하기 전에 종종 말하곤 하다던 데사인 것 같은데, 흠. 뭐, 어떻게 보면 마왕이 악당은 악당이니 어쩔 수 없겠지.
"네, 이 곳에서 식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해가 지기 전까지는 마땅히 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기 힘들 것입니다."
루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출발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뒀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뭐, 이런 폐쇄된 동굴안에서 요리를하겠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냥 도시락을 먹는 정도라면 적당히 장소도 넓고, 이제는 조용해졌으니 분위기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뭐, 전시 상황에서 분위기를 탓하겠냐마는, 좋은게 좋은 거니까. 명령에 엘프들과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자신들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루이도 다른 추기경 일행들과 함께 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나도 클라리가 한 것 소풍분위기를 내며 바닥에 천을 펼치고, 자신이 들고온 바구니를 그 가운데 내려 놓는 것을 지켜보았다. 쩝, 이 상황에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주인님아! 어서 와! 내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었어!"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데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클라리가 큰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동굴의 구석구석까지 그 소리가 울렸다. 컥, 이게 무슨 망신인지. 엘프들이야 별 반응이 없었지만, 카밀 녀석들이 킥킥 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카밀 한테 한 대씩 두들겨 맡는 놈들의 모습도 보였고. 쩝, 카밀 고맙다. 휴. 내신세야.
"카밀, 소피, 티티, 아미, 모두 이 쪽으로 와."
"네! 대장."
킥킥 거리는 녀석들을 신나게 두들기고 있던 카밀은 내 말에 행동을 멈추고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카밀의 표정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왠지 많이 밝아져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의 그에게서는 그 때 느껴지던 피곤함이나,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한 왠지 모를 어두운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것보다는 아무래도 본 성격일 것으로 추정되는 영웅의 분위기가 많이 살아났다고 해야 하나?
모두 모이자, 클라리가 바구니에서 도시락을 하나씩 꺼내서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도시락만 왜 이렇게 크기가 크지? 소피의 도시락에는 고기가 없었고, 아미의 도시락에는 고기만 있었다.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잘 만들어진 도시락,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카밀의 도시락도 만들어져 있었다. 안그랬으면 내 도시락을 주려고 했었는데. 그런데 내 도시락을 펼치는 순간, 보이는 이 광경은, 거의 색색깔에 총천연색을 가동한 화려한 도시락이었다. 그리고 재료도 아무리보아도 최고급만을 골라서 만든듯한 도시락. 쩝. 좀 심했군. 주위에 있던 일행들의 시선이 순간 모두 내 도시락을 향해 쏠렸다.
"클라리, 너무해요! 왜 란트님하고 우리 도시락하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에요?"
역시, 지금 이 곳에서 제일 자기주장이 강한 티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란트님이라, 하긴 저 녀석도 일단 명목상으로는 내게 종속된 존재였지.
"티티양, 불만 있으면 먹지 않아도 돼요. 제가 이 도시락 어제 만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하지만 클라리는 평소와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조용히 티티를 협박했다. 그제서야 티티는 별말을 하지 못한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내 도시락을 힐끔 쳐다보며 자신의 도시락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자신의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클라리라고 했던가? 검. 고맙다."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아미가 클라리를 보며 감사를 표시했다. 홋, 드래곤으로써는 다른 존재에게 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사 표시, 클라리는 아미의 말에 매우 기쁜 표정을 지으며 아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나도 그 때서야 조금씩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꿀꺽, 확실히 맛있긴 맛있었다. 이 환상적인 클라리 요리솜씨의 원조가 티베리우스 단장님이란 말이지. 후후후 언젠간 꼭 단장님의 솜씨로된 요리를 얻어먹고 말리라는 의지가 도시락을 한숟가락씩 입속에 넣을 때마다 불끈불끈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잘먹었습니다. 보좌관 님. 정말 맛있더군요. 지금까지 먹어본 도시락, 아니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었습니다."
재빠르게 자신이 받은 도시락을 다 비운 카밀이 씩 웃으며 클라리에게 말을 했다. 약간의 아부가 섞인 말에 클라리는 입을 함박만큼이나 벌리고 기뻐했다. 요리솜씨에 대한 칭찬만큼이나 '보좌관님'이란 호칭으로 불러준 것에 대해 기뻐했겠지. 뭐, 이 정도 상황인데 꼭 내가 맛있었다는 것을 말로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난 조용히 도시락을 비우며, 클라리에게 빈 도시락을 주었다.
"주인님아, 도시락 맛있었어?"
도시락을 내주는 내 손을 붙잡으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내게 질문을 요구하는 클라리를 보며 난 한숨을 내 쉬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까의 망신은 도시락을 잘 먹은 것으로 용서해주도록 하지라고 속으로 내 자신을 설득하며, 그리고 클라리하고 싸워봤자 나만 피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식사 정리가 끝이 나고 일행들은 루이의 인도를 받아 긴 굴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굴은 그렇게 경시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느낌상 위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굴의 곳곳에서 빛의 정령이 머물고 있어 긴 굴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어둡거나 하지도 않았다. 만약 지금 엘프의 길인 이 동굴을 몰랐다면 시아텔 폭포 주위의 절벽을 통과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을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세삼 루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한참동안 굴을 걷다보니 저 멀리서 밝은 빛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 절벽을 다 올라 온 것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겠군.
밖으로 나와서 주위를 살피니 우리가 꽤 높은 지점까지 올라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경치, 정말 전쟁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냥 이 곳에서 눌러앉아서 한동안 놀아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그런데 막 산으로 향하는 길로 진입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화살 하나가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언제 그렇게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냐는듯 모두들 일제히 허리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확실히 카이사르의 말처럼, 훈련이 확실히 잘되있긴 잘되있는 것 같다. 그리고 기습에 대해 대처하는 것 역시, 아주 능숙해 보였다.
헛, 갑자기 어디서 화살이? 그리고 어디선가 살기가 느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엘프의 길이라는 것과 편안한 경치 때문에 잠시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이 실수 였다.
"엘프들이다. 주인."
조용히 내게 말하는 아미, 뭐 엘프들이라고? 앞에 루이가 있는게 녀석들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모두 돌아가라! 인간들은 이 곳을 지나갈 수 없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돌아가라니? 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급히 루이가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우리는 이른 새벽녘 모두 서쪽의 수문앞에 모였다. 최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성문을 통해 나가는 것조차 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아마 이번 임무동안 정상적인 길을 밟는 건 거의 포기해야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 모두 조용히 수문을 통과하도록."
난 최대한 작지만 그래도 100여명의 사람들 모두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했다. 카밀 녀석들에다 루이 일행과 이오니스에 머물고 있는 루이 휘하의 동엘프족들까지 합치다보니 백여명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추기경과 같이 다니던 루이 일행, 폭력마도사 세레스, 느끼 마법사 카이트, 검사 헤리탄, 엘프 이자벨까지 올 것이라곤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언데드병과 전투를 할 때는 드워프도 있지 않았었나? 왠지모를 궁금증이 들었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넘어가기로했다.
백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수문을 통과해 밖으로 빠져나감에도 정말 큰 소리하나 나지 않고 모두들 조용히 빠져나갔다. 확실히 모두 보통 실력 이상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카밀 녀석들의 표정은, 바로 새로운 장난감을 찾는 듯한 어린아이의 표정 그대로였다.
난 수문이 닫히는 것을 보며 마지막으로 성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계속되는 조용한 행군. 새벽이라곤 하지만 해가뜨기 전까지 엘프들의 길 입구에 도착해야 됐기에 지금 하늘엔 별들이 가득했다. 더불어 내가 힘이 제일 강해지는 시간이기도했고. 무슨 늑대인간도 아니고, 나도 참. 하긴 별과 들꽃의 신 플라타니오의 최고사제이니, 그런 것이 당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렬의 제일 앞에는 루이경이 다른 엘프들과 함께,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행렬의 곳곳에서 엘프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엘프들의 길은, 정말 엘프가 아니라면 아무도 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엘프들의 인도가 필수적이었다. 물론, 아무런 길도 없는 곳에 길을 만들며, 가는 것보다는 엘프들의 길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인간임에도 엘프들의 길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쩝, 나 역시 엘프들의 길을 이용하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보통 마을 뒷 산맥을 돌아다니거나 할 때, 종종 엘프들의 길을 이용하곤 했었지만, 최근에는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걱정이 되는 건 클라리였다. 소피나 티티, 그리고 인간으로 변한 아미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클라리의 경우는 추위에 약한 것도 있고, 인간체일 때도 클라리는 물론 보기보다 힘이 무식하게 쌔지만 어쨌든 체력이 강한 전사라기 보다 클라리는 마법사에 더 가까웠기때문이다. 쩝, 하지만 지금 뒤에서 소풍가듯 점심이든 바구니를 한손에 들고 달랑달랑 쫓아오는 클라리를 볼 때는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일단 주위에 마나의 기운이나 살기 등등과 같은 강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우리 작전이 발각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 작전에서 지금이 가장 위험한 상황, 엘프들의 길 같은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보호막이 펼쳐져 적에게 들킬 위협이 거의 없지만, 지금은 이 넓은 들판에 백여명의 생명체들이 이동하고 있는 것은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은 최대한 비밀스럽게 기습적으로 시행해야 효과가 크고, 또 우리측의 피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 전투에 참가한 백여명들 모두 나와는 이런 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는 사이기 때문에 더욱이나 그러했다.
그렇게 부대 전체가 엄청난 긴장상태에 휩싸인체로 들판을 건너 어느세 어둠속에 묻힌 성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이동을 했다. 밤눈이 밝은 엘프의 인도 때문에 어둠속에서도 목적지까지 별 어려움이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평선 끝이 서서히 밝아오며 새벽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
"루이경, 이제 어떻게 해야 됩니까?"
대열의 앞에 서있던 루이경이 내가 있던 대열의 뒤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며, 난 루이경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문이 열릴 것이니,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으니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별의 뜻을 가진 존재여."
루이는 예전과는 달리 크리센공이란 호칭 대신 다른 호칭을 사용했다. 황제에게 힘의 주인이란 호칭을 붙였던 것처럼, 그러고보니 예전에 아미도 황제보고 힘의 주인이란 호칭을 붙였었지?
그런데 아무래도, 이 엘프의 길은 내가 예전에 종종 이용하던 엘프의 길과는 달리, 엘프들에게도 꽤 비밀스러운 길인 것 같았다. 보통 엘프의 길은 그냥 자연적인 물체들고 감춰져 있을 뿐, 마법으로 길을 가린다거나 하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었다. 도데체 무슨 이유일까? 왠지모를 호기심히 감돌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므로 궁금증을 참기로 했다.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해가 떠오르며 그 빛이 우리들이 임시로 멈춘 장소 앞에 있는 숲을 서서히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과 동시에 숲에서 갑자기 연녹빛의 빛이 나며, 빽빽하게 서있던 나무들이 양쪽으로 갈라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광경에 엘프들을 제외한일행들 모두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별의 뜻이여. 너무 지체해서는 안됩니다. 문이 다시 닫힐 때까지 그리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루이의 말에 난 정신을 차리고 소대장들에게 이동 지시를 내렸다. 물론, 전투 때와는 달리 조용히 전령들을 이용했다. 그리고 잠시후, 부대원들을 꿈에서 깬 듯 그 문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꼭 원래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양쪽으로 갈라선 나무들을 보며 난 다시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니 다르넨 영주가 모를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만한 마법실력을 가진 마법사가 아니라면 이 곳에 흐르는 약한 마나의 기운조차 느끼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일행이 다 길안 쪽으로 들어갈 무렵, 해가 완전히 땅에서 솟아오름과 동시에 우리 뒤쪽은 어느세 나무들로 가득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소한 추격자에 대한 결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산 아래인 숲이라 그런지 길이 그렇게 험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길에 비해 나무와 수풀이 조금 많다는 정도였지 땅으로 걷는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엘프의 길이 산으로 들어선 이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따뜻한 남부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초봄인 까닭에 산 등성을 타고 산 위로 올라가면 기온이 꽤 추울 것이었다. 원래 북쪽, 추운기후지대에서 태어났고 어린시절을 보낸 나야 뭐, 별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카밀 녀석들은 어떨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어쨌든 이번 작전의 주력은 그들이었으므로, 약간의 문제라도 있어서는 안되었다.
"소피, 그동안 잘 지냈어?"
어느 정도 엘프들의 길 안쪽으로 들어선 후, 난 내 옆에서 활을 등에맨체 걸음을 옮기고 있는 소피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물론, 아침에 처음 모일 때부터 봤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사적인 대화를 하기에는 조금 그랬다. 거기에다 어쨌든 내가 지금 이 사람들의 총책임자이니만큼 더더욱 조심해야했으므로 소피에게 말을 붙이거나 할 기회는 없었다.
"네, 저, 몸은 좀 어떠세요? 란트."
소피는 여전히 얼굴이 조금 빨갛게 되서는 고개를 조금 숙이며 내 말에 답을 했다. 쩝, 그런데 확실히 소피도 제일 처음 보았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성장이 느린 엘프라지만 몇년의 세월이 흐르는동안, 처음의 초쵀한 모습과 여린 모습은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소피 역시,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으니. 엘프의 나이 67이면 인간들로치면 한참 사춘기를 지날 무렵의 나이였다. 나야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책에서 읽은 것에 따르면 인간들도 그 시기에 외모나 정신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와 성숙이 따른다고 했다.
"이제 괜찮아."
난 제일 처음 만났을 때, 온몸에 멍이들어있고 굵은 쇠사슬로 몸전체가 꽁꽁 묶여있던 소피의 모습이 잠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때는 그냥 나이어린 여자엘프일 뿐인데 왜 그렇게 잔혹하게 가둬놨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최근에 보여줬던 소피의 능력을 보며 그 때, 그 노예사냥꾼 녀석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다 나으신 것 같아서..."
소피는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소피의 눈에서 떨어지는 물한방울, 에이, 이놈의 엘프가 괜히 사람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어 정말. 난 품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소피에게 주었다. 휴. 정말. 내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왜 이리 눈물이 많은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계속 이동을하다보니, 어느세 멀리있던 산의 모습이 가까이 있었다. 지도에 따르면 곧 시아텔 폭포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리고 시아텔 폭포를 통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고 했었지? 간단히 말해서 이제 고생시작이란 말이군.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규모가 큰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난 그냥 사람 키정도의 폭을 가진 작은 폭포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지금 눈앞에는 황궁의 크기만한 호수가 펼쳐져있었고 그 호수 넘어에는 중부대로 폭의 약 스무배정도 되는 폭에 보통 건물 십층정도의 높이를 가진 웅장한 모습의 시아텔 폭포가 있었다. 그로부터 떨어지는 물소리는 아직은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음에도 꽤 크게 귓속으로 들어왔다. 엘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존재들이 그 폭포의 웅장한 모습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뭐, 세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느끼게 해줄 정도로 웅장한 폭포이니, 처음보는 사람들이 쉽게 눈을 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날 포함해서. 그런데 어떻게 저 폭포 뒤로 들어간다는 말이지?
하지만 내가 걱정할 필요없이 루이의 인도하에 우리 부대는 호수를 빙 둘러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는 낭떨어지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하란 말일까? 도저히 폭포 뒤를 향하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를 비롯한 엘프들이 어느 곳으로 가더니 잠시동안 엄청난 양의 수풀들을 치우자 폭포 뒷쪽으로 향하는 작은 길의 모습이 들어났다. 길의 입구만 감추어 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저런 예비장치를 뒀나보군. 확실히 이 길은 분명히 그냥 엘프의 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특이한 점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 호수에 떨어지지않게 조심하며 폭포 뒷 쪽을 향해 이동해갔다. 폭포에 다가가면 갈수록 커지는 물소리에 이제는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습을 한다면 쉽게 알아차리기도 힘들 것 같았다. 청각을 제외한체 시각과 살기만으로 적들을 파악해야 되니까 말이다. 폭포 뒤로 돌아 들어가니 넓은 장소가 밖으로 들어났다. 실제로 큰 폭포 뒤에는 이런 넓은 장소가 종종 있다고 했다. 물론, 그 위로 향한 굴까지 있는 곳은 거의 없겠지만. 그런데 루이가 갑자기 길을 멈추고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시 되돌아왔다. 물론, 제일 선두의 루이가 멈추니 일행들 모두 멈추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이! 곳! 에! 서! 점! @! $! &! *! #!"
루이가 내게 달려와 큰소리로 말을 했지만 엄청난 크기의 폭포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쩝, 할 수 없군. 일단 뒤에 추격자나 정찰병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동굴 입구에 차단 마법을 펼쳐야 할 것 같다. 마나야 최근에 오랫동안 쉬며 충분히 회복해 뒀으니까.
내가 마법을 시전하자마자 갑자기 동굴은 적막에 휩싸였다. 그리고 병사들이나 엘프들도 잠시 당황해했지만 곧 상황을 이해한 듯 진정이 되었다. 난 그리고 난 루이를 향해 말을 했다.
"루이경, 방금전에는 시끄러워서 잘 못들었습니다. 이제 조용해졌으니 다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내 말에 루이도 잠시 멈칫하던 표정을 곧 진정시키고 곧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방금 전에 했던 대사는 꼭 삼류 액션 소설에서 악당이 협박을 시작하기 전에 종종 말하곤 하다던 데사인 것 같은데, 흠. 뭐, 어떻게 보면 마왕이 악당은 악당이니 어쩔 수 없겠지.
"네, 이 곳에서 식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해가 지기 전까지는 마땅히 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기 힘들 것입니다."
루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출발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뒀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뭐, 이런 폐쇄된 동굴안에서 요리를하겠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냥 도시락을 먹는 정도라면 적당히 장소도 넓고, 이제는 조용해졌으니 분위기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뭐, 전시 상황에서 분위기를 탓하겠냐마는, 좋은게 좋은 거니까. 명령에 엘프들과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자신들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루이도 다른 추기경 일행들과 함께 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나도 클라리가 한 것 소풍분위기를 내며 바닥에 천을 펼치고, 자신이 들고온 바구니를 그 가운데 내려 놓는 것을 지켜보았다. 쩝, 이 상황에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주인님아! 어서 와! 내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었어!"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데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클라리가 큰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동굴의 구석구석까지 그 소리가 울렸다. 컥, 이게 무슨 망신인지. 엘프들이야 별 반응이 없었지만, 카밀 녀석들이 킥킥 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카밀 한테 한 대씩 두들겨 맡는 놈들의 모습도 보였고. 쩝, 카밀 고맙다. 휴. 내신세야.
"카밀, 소피, 티티, 아미, 모두 이 쪽으로 와."
"네! 대장."
킥킥 거리는 녀석들을 신나게 두들기고 있던 카밀은 내 말에 행동을 멈추고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카밀의 표정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왠지 많이 밝아져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의 그에게서는 그 때 느껴지던 피곤함이나,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한 왠지 모를 어두운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것보다는 아무래도 본 성격일 것으로 추정되는 영웅의 분위기가 많이 살아났다고 해야 하나?
모두 모이자, 클라리가 바구니에서 도시락을 하나씩 꺼내서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도시락만 왜 이렇게 크기가 크지? 소피의 도시락에는 고기가 없었고, 아미의 도시락에는 고기만 있었다.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잘 만들어진 도시락,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카밀의 도시락도 만들어져 있었다. 안그랬으면 내 도시락을 주려고 했었는데. 그런데 내 도시락을 펼치는 순간, 보이는 이 광경은, 거의 색색깔에 총천연색을 가동한 화려한 도시락이었다. 그리고 재료도 아무리보아도 최고급만을 골라서 만든듯한 도시락. 쩝. 좀 심했군. 주위에 있던 일행들의 시선이 순간 모두 내 도시락을 향해 쏠렸다.
"클라리, 너무해요! 왜 란트님하고 우리 도시락하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에요?"
역시, 지금 이 곳에서 제일 자기주장이 강한 티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란트님이라, 하긴 저 녀석도 일단 명목상으로는 내게 종속된 존재였지.
"티티양, 불만 있으면 먹지 않아도 돼요. 제가 이 도시락 어제 만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하지만 클라리는 평소와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조용히 티티를 협박했다. 그제서야 티티는 별말을 하지 못한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내 도시락을 힐끔 쳐다보며 자신의 도시락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자신의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클라리라고 했던가? 검. 고맙다."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아미가 클라리를 보며 감사를 표시했다. 홋, 드래곤으로써는 다른 존재에게 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사 표시, 클라리는 아미의 말에 매우 기쁜 표정을 지으며 아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나도 그 때서야 조금씩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꿀꺽, 확실히 맛있긴 맛있었다. 이 환상적인 클라리 요리솜씨의 원조가 티베리우스 단장님이란 말이지. 후후후 언젠간 꼭 단장님의 솜씨로된 요리를 얻어먹고 말리라는 의지가 도시락을 한숟가락씩 입속에 넣을 때마다 불끈불끈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잘먹었습니다. 보좌관 님. 정말 맛있더군요. 지금까지 먹어본 도시락, 아니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었습니다."
재빠르게 자신이 받은 도시락을 다 비운 카밀이 씩 웃으며 클라리에게 말을 했다. 약간의 아부가 섞인 말에 클라리는 입을 함박만큼이나 벌리고 기뻐했다. 요리솜씨에 대한 칭찬만큼이나 '보좌관님'이란 호칭으로 불러준 것에 대해 기뻐했겠지. 뭐, 이 정도 상황인데 꼭 내가 맛있었다는 것을 말로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난 조용히 도시락을 비우며, 클라리에게 빈 도시락을 주었다.
"주인님아, 도시락 맛있었어?"
도시락을 내주는 내 손을 붙잡으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내게 질문을 요구하는 클라리를 보며 난 한숨을 내 쉬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까의 망신은 도시락을 잘 먹은 것으로 용서해주도록 하지라고 속으로 내 자신을 설득하며, 그리고 클라리하고 싸워봤자 나만 피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식사 정리가 끝이 나고 일행들은 루이의 인도를 받아 긴 굴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굴은 그렇게 경시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느낌상 위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굴의 곳곳에서 빛의 정령이 머물고 있어 긴 굴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어둡거나 하지도 않았다. 만약 지금 엘프의 길인 이 동굴을 몰랐다면 시아텔 폭포 주위의 절벽을 통과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을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세삼 루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한참동안 굴을 걷다보니 저 멀리서 밝은 빛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 절벽을 다 올라 온 것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겠군.
밖으로 나와서 주위를 살피니 우리가 꽤 높은 지점까지 올라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경치, 정말 전쟁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냥 이 곳에서 눌러앉아서 한동안 놀아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그런데 막 산으로 향하는 길로 진입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화살 하나가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언제 그렇게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냐는듯 모두들 일제히 허리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확실히 카이사르의 말처럼, 훈련이 확실히 잘되있긴 잘되있는 것 같다. 그리고 기습에 대해 대처하는 것 역시, 아주 능숙해 보였다.
헛, 갑자기 어디서 화살이? 그리고 어디선가 살기가 느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엘프의 길이라는 것과 편안한 경치 때문에 잠시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이 실수 였다.
"엘프들이다. 주인."
조용히 내게 말하는 아미, 뭐 엘프들이라고? 앞에 루이가 있는게 녀석들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모두 돌아가라! 인간들은 이 곳을 지나갈 수 없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돌아가라니? 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급히 루이가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