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10장 수린 요새 탈환 작전-6

푸른바람 BlueWind·2002. 12. 8. PM 3:23:12·조회 2123·추천 89
에피소드 65 수린 요새 탈환 작전-6


다행이랄까? 그 사건 이후로 엘프들의 기척이 가끔씩 느껴지기는 했지만 특별히 공격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뭐, 루이의 훌륭한 인도 덕택에 길 밖으로 벗어나 남엘프족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카밀 녀석들이 그냥 보기에는 용병이라 제멋대로 인 것같이 보여도 꼭 지켜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한치의 어김없이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 물론, 그 들은 영역을 침범해도 남엘프족들이 별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쪽 엘프들은 규칙을 잘 준수하고 있었다.

수린 요새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에서 이틀째 저녁 숙영지를 우리는 건설했다. 물론, 숙영지를 세우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틀 동안 강행군을 한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자는 의도도 있었고, 내일 새벽에 작전을 시행하려면 일찍 잠을 자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숙영지를 설치하고 있는 병사들 사이를 지나 루이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내일 시행될 전투에 대해 그 역시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이 많을 듯했다.

"내일이군요."

루이의 말에 난 별대답 없이 그냥 묵묵히 수린요새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수린 요새는 난공불락이라 부를 만한 요새였다. 지도상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니 그 느낌이 더 확실했다. 하지만 요새의 지형뿐만 아니라 요새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 중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규율이 매우 잘 잡혀 있다는 점이었다. 성벽을 경계하는 경비병이라던지, 수송이나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병사들 모두, 안이한 자세 없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일류 병사들이란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내일 전투는 그리 쉽게 해결하기 힘들 것 같다는 내 예감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루이경, 가능하겠습니까?"

내 질문에도 루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산에서는 해가 빨리 진다고 했던가? 산너머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며, 매섭게 불어오던 바람도 조금씩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쓸쓸한 분위기. 이 역시 전쟁 중인 지금 상황에서는 사치스러운 감정일까? 나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감정인 듯 했다. 멀리 요새에는 저녁을 하는 듯 집집마다 연기가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었지만, 우리는 일단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제와 같이 저녁을 차려먹는다거나 하는 일을 하지는 못하고, 단지 비상용 마른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물론, 가능은 하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쉽다고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조용히 있던 루이는 갑자기 입을 열어 내 질문에 답을 했다. 역시 루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휴, 내일도 또 쓰러지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난 혼잣말을 하듯 여전히 요새 쪽에 시선을 둔 채 말을 했다. 아무래도 내일 전투도 체력적인 면이나 마법적인면 모두 소모가 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스나이트나, 그 네크로멘서와의 전투에 비해 그렇게 쉽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별의 뜻이여. 한번쯤, 당신의 부하들에 대해 믿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엘프의 길을 통해 산을 넘었음에도 저렇게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처음입니다. 분명, 내일 그들의 몫 이상을 충분히 해낼 것입니다."

루이는 나를 보며 말을 했다. 그래,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었다. 확실히 카밀 녀석들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걱정이라면, 그들이 전투를 하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점뿐이었다.

"별의 뜻이여, 언제나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당신의 짐을 조금씩이나마 같이 짊어질 수 있는 존재들이 당신 곁에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훗, 그런가? 그래, 루이의 말처럼, 나도 한번쯤 그들에게 의지를 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십 여년의 세월동안 홀로 지내며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 왔던 나였으므로,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루이의 말처럼, 그런 존재들이 항상 내 곁에 존재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또 난 그들에게 의지를 해서는 안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들이 덜 힘들어하고, 그들이 덜 아파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 어려움까지 그들에게 넘겨서는 안될 테니.



아직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고, 해가 뜨기에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일어나 간단히 아침 요기를 때운 다음 요새 쪽을 향해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행군과는 달리, 이번에는 내가 부대 대열의 제일 앞에 있었다. 기습작전 때, 제일 위험한 위치가 바로 대열의 제일 앞이었기 때문이다. 발각되었을 경우에는 말할 필요도 없고, 기습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더라도 대열의 앞에 있던 존재들은 아무리 혼란에 빠진 적군이라 할지라도 절대 다수의 적들과 싸워야 하므로 가장 피해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 주위에 아미와 티티, 그리고 루이의 일행들을 배치시켜 놓았고, 카밀은 만약을 대비해서 부대 대열의 중앙에 위치시켰다. 부대가 혼란에 빠져 내 지휘가 뒤까지 전달돼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야 되기 때문이다. 나야 아미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녀석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또, 우리 뒤에는 소피를 중심으로 화염계열의 화살을 쏠 수 있는 엘프들을 대기 시켰다. 기습 작전의 가장 기본은 불지르기 작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용감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생명체들은 원초적으로 불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공은 기습작전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 줄 수 있었다. 게다가 이 곳은 전문적인 군사 요새인대다 몇 안돼는 민간인들이 머무는 것도 어제 살펴본 바로는 군사기밀을 지키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군사시설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민간인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동굴 안으로 접어들자 우리는 밖으로 빛이 세어나가지 않도록 길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만 미약한 빛을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 빛의 정령에게 빛을 내도록 했다. 어두운 까닭에 동굴에서 걸어가는데 힘이 꽤 들었지만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루이경, 어느 정도 남았습니까?"

난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루이를 향해 말을 했다. 동굴에서 이동을 한 시간이 꽤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밖에서 생각했던 것이라면 지금쯤이면 도착을 해야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의 뜻이여, 이제 거의 끝에 도착했습니다. 낮이었다면 굴 밖에서 들어오는 길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폭포아래의 동굴도 그렇고,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지금 이 동굴도 그렇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치고는 너무나 매끈하게 잘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드워프들의 솜씨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전에 루이의 말도 있었고, 이 곳은 엘프들만의 성역이 아니라 모든 종족의 성역이었으므로 드워프들이 이 곳에 자신들의 길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 길은 엘프의 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드워프들의 길이라고 해야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은 이 길을 쓰지 않으니, 그들 역시 이 곳에 엘프의 길이란 이름을 붙여도 뭐라 못하겠지요."

내 생각을 읽은 것인가? 동굴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는 내게 루이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역시, 드워프들의 솜씨였군. 휴, 그런데 정말, 나도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것이나 생각을 하고 있다니, 참.

루이의 말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의 끝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인가? 난 대열의 뒤쪽에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곧 이어 동굴의 안쪽에서 무기를 뽑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왔다.

난 조용히 다시 대열을 움직여 동굴 끝을 향해 이동해 갔다. 동굴 끝에 도착하자 동굴의 입구는 덩굴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었다. 여기서도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제 시작이다!

난 급히 덩굴을 지나 굴 밖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나오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열을 정돈 시켰다. 굴 바로 앞에는 병사들을 정돈시키기에 좋은 넓은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훈련장의 모습과 적 병사들이 머무는 숙소의 모습이 보였다. 일단 성벽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인데다 워낙 요새가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까닭에 적들이 다른 루트로 쳐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안한 까닭인지는 몰라도 경비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경계가 미약했다. 이 요새를 지키고 있는 적들로써는 옥의 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구멍하나에 둑이 무너지듯 그 작은 흠 하나에 이 요새 전체가 무너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늘의 최대 격전지가 될 곳, 대략적으로 예상한 것으로는 숙소에 이 요새 내의 총 병사 수의 사분의 일 정도인 이백여명의 병사가 머물고 있었다. 어쨌든 우리측 병사 수 의 두배, 만약 이 곳에서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면 요새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우리는 조금 더 승리에 가까워질 것이었다.

"전군! 공격하라!"

빛 한 점 없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있던 아군 측 병사들은 내 지휘 명령과 함께, 큰 함성을 지르며 훈련장 쪽을 향해 뛰어갔다. 최대한 우리측 병사 수가 많게 보이게 하는 방법 중 하나 였다. 적은 병사들로 기습을 하는 우리들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사정권에 도달하는 순간 엘프들의 불화살이 적들의 숙소를 향해 날아가 꽂히며 불이 건물들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이 붙은 숙소에서 허둥지둥 밖으로 빠져나오는 적병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장은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혼란스러워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로써는 우리의 상황이 유리했다. 상대편 녀석들이 대열을 정비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해야지. 다시 엘프들의 화살들이 병사들을 향해 날아가며 정돈되기 시작한 녀석들의 대열을 다시 흩트려 놓고 있었다.

"그럼 루이경 부탁드립니다."

난 작전의 초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루이를 향해 말을 했다. 이제 엘프와 카밀 녀석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차례, 회의에서 결정된 것처럼 엘프들에게는 동쪽 성벽, 그리고 나머지는 요새의 주요지점과 서쪽 성문을 장악하여, 지원군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별의 뜻이여."

루이는 내 말에 간단히 대답을 한 뒤, 엘프들 쪽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난 아미와 티티, 소피를 데리고 카밀이 지휘하는 보병 쪽을 향해 다가갔다.

"카밀, 시작하자. 물론 자신은 있겠지?"

"물론입니다. 대장."

내 질문에 카밀은 자신감이 담긴 힘찬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군. 난 카밀 녀석들을 이끌고 엘프들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적군들을 숙소별로 각개격파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십여명씩 대열을 만들어 저항을 했지만, 그 정도로 우리를 막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양손에 검을 쥔 체 휘두르는 카밀의 모습은 저 녀석이 검술도 저렇게 잘했었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격투기 실력 못지 않게 뛰어났다. 대략적으로 보기에도 리아인에 맞먹을 정도는 된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게다가 녀석에게는 리아인이나 가이우스에게 없는 풍부한 실전경험이 있으므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나 역시 갑옷조차 제대로 입지 않은 채 검을 들고 다가오는 적병을 베어버리며 빠르게 훈련장에 위치한 적들을 제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홋, 그 와중에서도 약 이십여명의 병사들과 함께, 꽤 오랜시간 동안 저항을 하고 있는 키가 큰 기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상대하고 있는 약 삼십여명의 카밀 녀석들이 밀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항상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그들은 이런 급한 상황에서도 모두 제대로 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역시, 요새에 머무는 병사들이 보통 병사들은 아닌 것 같았다. 난 대충 다른 곳의 정리가 끝이 나자 나머지 카밀 녀석들을 이끌고 그 가시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이놈들 기습이라니! 너희들이 지휘관이 네 녀석이냐!"

내가 다가가자 혼자서 네 명의 병사들을 상대하고 있던 그 키가 큰 기사는 날 보며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신기한 일일세. 어떻게 내가 지휘관이란 것을 한눈에 알아봤을까?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카밀을 지휘관이라고 생각할텐데, 전혀 뜻밖이었다. 아무래도 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밤이었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해두지."

난 대답을 하며 카밀 녀석들을 모두 합세 시켰다. 나머지 카밀 녀석들이 모두 합세하자, 녀석과 녀석의 병사들은 조금씩 뒤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난 비상시를 대비해서 최대한 체력을 아끼기 위해, 가담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 녀석이 진정한 기사라면 나와 대결을 하자!"

녀석은 자신을 공격하던 병사들의 칼과 창을 튕겨내버리며, 나를 향해 말을 했다. 쩝, 난 진정한 기사는 아니니까 상대를 할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카밀이 잽싸게 녀석을 양손에 칼을 쥔 채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벌써 카밀의 칼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다.

"우리 대장이 네 녀석 따위를 상대하시게 할 수는 없다. 네가 상대해 주지. 난 질풍 용병단 전 단장, 카밀 메르틴이다."

카밀은 강한 어조로 녀석을 향해 말을 했다. 확실히 등장 역시 멋지게 하는군. 역시 영웅의 자질을 가진 사람에 알맞은 모습이었다.

"바람의 전사 카밀 메르틴, 실제로 보게 되다니 영광이군. 최소한 내 상대로써 부족함은 없겠군. 난 정벌군 3군단 제 2대대장, 아르케니스 필리포스이다."

오호, 대대장이라, 그렇다면 지금 이 훈련소에서 쉬고 있던 녀석들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자란 말이었다. 모든 군대는 그 지휘관을 보면 그 부하들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우리 부대는 제외하고. 역시, 어제 저녁에 보았던 그 규율이 잘잡힌 부대원들의 모습을 아르케니스란 기사를 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쨌든 적은 적, 지금은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전쟁 상황인 것이다.

둘은 서로를 유심히 살펴보며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그 것도 순간, 카밀은 잽싸게 아르테니스쪽을 향해 움직였다. 지금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듯한 동작, 선공이 불리할 수 있음에도 카밀은 선공을 했다. 그 만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 된 것인가?

빠른 움직임, 카밀은 격투기 때 보여주던 그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검술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상대의 절도 있는 전형적인 기사 검술에 대항해 다양한 공격루트를 활용하는 공격을 선보이고 있었다. 갑자기 뒤로 조금 물러선 카밀은 녀석을 향해 이동해가며 힘을 담아 녀석에게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전의 카밀의 공격과는 달리 느린 공격이었기에, 상대는 별 어려움 없이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기사가 카밀의 칼 두 개를 막는 순간, 중심이 아주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카밀은 기사가 중심을 잡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제 빨리 기사의 뒤쪽을 향해 움직였다. 기사들의 전형적인 갑옷인 풀플레이트 중무장을 한 아르테니스는 그런 카밀의 움직임에 따라가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밀의 공격, 카밀의 칼은 풀플레이트 갑옷의 취약점중 하나인 연결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르테니스는 카밀의 공격을 간신히 저지시킬 수 있었지만,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뒤였다.

"바람의 전사, 역시 대단하군. 하지만 나 역시 아테네이오스의 기사. 이렇게 물러설 순 없지."

녀석은 카밀의 칼을 간신히 막아내며 카밀을 향해 말을 했다. 표정을 보니, 생각보다 꽤 상처가 큰 것 같은데, 아직 승리를 포기한 듯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댄싱 오브 나이트(Dancing of Knight)"

달밤의 체조? 그건 아니고 기사의 춤이라, 녀석은 그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카밀을 향해 화려한 검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절도 있지만 강한 힘이 담겨있는 검술, 춤이 가지는 화려함과 기사들의 강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듯한 검술이었다. 멋지긴 멋지군. 하지만 녀석이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카밀은 녀석의 검술을 별 어려움 없이 막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 녀석이 감안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화려한 검무, 정말 멋지고 워력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평소 연습 때도 아니고 전투상황에서 체력 소모가 매우 심한 상황에서 풀플레이트를 입고 그런 화려한 검술을  선보이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 그 기사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고, 서서히 지쳐가는 듯 했다. 하지만 카밀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방어만 하고 있었지만 처음과 거의 변화 없는 검의 움직임을 카밀은 보여주고 있었다. 카밀의 승리군.

천천히 느려지던 기사의 검술이 결국 카밀의 검에 의해  완전히 차단되며, 잠깐의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것 역시 잠시일뿐, 카밀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기사를 향해 별 체력소모가 없는 아주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공격을하기 시작했다.  팔, 다리 등, 풀플레티트 갑옷의 연약한 부분만을 노리는 카밀의 공격을 이미 체력이 떨어진 기사는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기사의 몸에 흡수되고 있었다. 결국 기사는 버티지 못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밀은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기사의 목을 배어버렸다. 카밀의 승리.

"우와 역시 카밀 단장!"

"단장 똥폼 그만잡고 어서 할 일이나 하러 가자구요. 대장님이 기다리시잖수."

허허, 벌써 주위에 있던 다른 병사들을 해치우고 카밀을 구경하고 있던 녀석들의 말에 기사를 물리치고 잠시 숨을 돌리던 카밀은 녀석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차넬, 네 녀석이지? 방금 그 말 기억해두지. 이번 일 끝나고 한번 만나야되겠군."

"켁, 단장 무슨 소리를? 전 남자한테 취미가 없다구요."

흐흠. 할말이 없군. 아무튼 요새의 첫전투는  카밀이 기사의 목을 배는 것을 끝으로  일단락 되었다. 어쨌든 출발은 괜찮은 편이군. 엘프들은 자신들이 맡은 것처럼, 동쪽 성벽을 점령하러 떠났는지 훈련장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우리도 엘프들에게 뒤쳐질 수는 없겠지?

"수고했어. 카밀."

난 우리쪽을 내쪽을 향해 다가오는 카밀의 등을 두드려준다음,  재빨리 카밀 녀석들을 이끌고, 요새의 중앙부에 위치한 광장쪽을 향해 이동해갔다. 그 곳에 이 곳 요새의 중앙지휘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서쪽 성문을 향해  가는 최단거리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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