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13장 엘프 포레스트(5)

푸른바람 BlueWind·2003. 11. 16. PM 1:04:37·조회 1731·추천 66
오랜만에 글을 쓰니 ㅡㅡ;;;많이 힘들더군요. 문체도 조금 바뀐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왠지 글이 매끄럽지가 않은 듯한 느낌...쓰다 보면 조금 씩 나아지겠지요.
에구에구 수능을 잘쳤으면 맘편하게 글을썼을텐데 ㅜ.ㅜ;;;;;;
제국의 보석 완결할 그날까지 열심히 써야겠죠^^;;


조용해진 밤의 숲, 나무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빛의 정령들이 대부분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금은 정령들의 모습을 아주 드물게 찾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낮에는 워낙 정신없는 상황이라 미처 느끼지 못했던 점이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가지의 높이가 정말 장난이 아닐 정도로 높다는 것이었다. 아마 포세트립톤 왕성의 제일 높은 탑의 높이가 이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기척, 난 순간 긴장하여 허릿춤에 손을 대었지만, 지금 내가 위험이란 것 자체가 있는게 이상하다고 볼 수 있는 엘프 포레스트에 머물고 있다는 것과 클라리가 허릿춤에 매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곤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것 역시 버릇일까? 마을에 있을 때는 최소한 잘 때는 편히 잘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긴장된 생활, 갑자기 중요해진 내 위치와 그리고 제국의 황제란 너무나 존귀한 존재를 동료로 둔 여행 생활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척, 그리 익숙한 기운은 아니었지만 내가 분명 잘 알고 있는 기운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세상에서 이 정도로 고귀하고 강한 기운을 가진 존재는 분명 흔하지 않으니까. 엘프족 수장 프리앙, 찬란한 금발의 핀누나와 비슷한 아름다운 외모, 도저히 천년이란 세월을 살아온 존재라고는 잘 믿어져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혹시 제가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예하."

차분히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난 고개를 저으며 답을 했다.

"아니에요. 프리앙님. 그냥 좀 쉬고 있었을 뿐이에요."

엷게 불어오는 바람, 난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프리앙은 아주 엷게 미소를 띄운 다음 내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삶이란 것, 그 대상이 어떤 존재이든지 간에 쉽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년을 넘게 사는 엘프이던, 그리고 영생에 가까운 세월을 사는 드래곤, 심지어는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 일지라도...."

꼭 내 마음을 읽은 듯한 프리앙의 말, 내 가슴에 너무나 정확히 바로 와 닿는 말이었다. 표시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긴 했지만 황제와 해어진 이후부터 왠지 더 힘이 드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의지해도 좋을 존재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훗, 의지라.

"저, 프리앙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몇 가지 물어보아도 될까요?"

그래, 프리앙을 만나면 전부터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훗, 특별히 할 일도 없었던 차에 잘됐군. 아틸란티스의 초대황제 리안타니우스와 그리고 인간과 엘프들의 전쟁에 대해. 너무나 오래 전에 일이었지만 왠지 나와 무엇인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입니다. 예하."

차분히, 그리고 꼭 기다렸다는 것처럼 프리앙은 별 어려움 없이 대답을 했다. 하지만 내게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주저, 꼭 알아야만 하는 것이었지만...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하지만 난 결국 프리앙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년이란 시간이 몇 번이나 되돌려 인간과 엘프들이 처음 문명을 꽃피우기 시작하던 그 때, 인간과 엘프사이에 큰 전쟁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알고 계시는지, 만약 알고 계신다면 제가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다급한 심정 때문인지, 보통 이 모습을 하고 있을 때의 차분함을 잃고 조금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리고 다시 흐르는 침묵, 바람에 흔들리는 수많은 나뭇잎들의 사그락 거리는 소리가 왠지 더욱더 크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옆에 프리앙의 모습을 살펴보니 그전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약간의 동요,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프리앙은 조금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이 세상에 처음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 때보다 수천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인간들은 수많은 나라, 아니 부족들로 나뉘어져 서로간의 전쟁만을 계속하고 있었죠. 저희 엘프들의 관점에서보면 정말 무의미한 전쟁들, 하지만 지금의 인간들과 당시의 인간들의 차이점이 있었다면, 머릿수도, 그들의 문명과 문화도, 무기도,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영토도 너무나 미약했다는 점이겠지요. 그런 인간들의 오랜 시간의 혼란을 지켜본 엘프들은 장로회의에서 결국 결정을 내리게되었습니다. 인간들을 이 땅에서 제거하기로....."

프리앙은 잠시 말을 멈추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프리앙의 말을 듣던 난 무의식적으로 짧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질서를 사랑한 엘프들, 그런 그 자신들에게 인간의 혼란이 번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겠죠."

프리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예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이란 종족을 멸시하던 당시 엘프들의 관점도 크게 작용했었습니다. 아마 그 결정이 수만년 엘프들의 역사상 가장 잘못된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 인간과 엘프들의 전쟁에 대해 아무래도 그는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궁금증을 모두 해소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과의 전쟁을 맡을 엘프들의 수장직을 태양신, 유하네리스님의 의지를 이은 센님께서 맡으셨고, 전쟁, 아니 어떻게 보면 학살이라고 불러도 좋을 일방적인 엘프들의 인간들에대한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초반기의 전황은 엘프들에게는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되었지요. 하나로 뭉쳐도 대적하기 힘든 상황, 하지만 인간들은 그 작은 힘마져도 서로 나눠져 있는 상태, 그런 상황 속에서 엘프의 한명의 희생조차 없이 수십만명의 인간들의 목숨이 사라져갔습니다. 피의 살육, 수많은 변명과 이유를 대더라도 정당하지 못한 행동이었지요. 하지만 그러던 중 정말 단 한명의 인간의 등장과 함께, 상황은 변하게 되었습니다."

엘프이기 때문일까? 아니 평범한 엘프가 아니라 그는 한 부족을 이끄는 수장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였기에 자신의 종족의 잘못한 점에 대해 아무런 주저 없이 비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집단에 대해 가장 냉정하게 보는 것 역시 어떤 집단을 이끄는 자가 가져야할 필수적인 요건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지금까지 프리앙의 이야기는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에 내가 플라타니오 신전에서 읽었던 책의 내용과 무척이나 비슷했다. 쩝,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 그 때, 그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사실에 대해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책과 분명히 다른 건 엘프뿐만 아니라 인간들에게도 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빛의 엘프 센이 뜻밖에 프리앙의 이야기에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별과 들꽃의 리안타니우스 1세, 그는 센님과 비교될 정도로, 아니 어떤 면에서 보면 센님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의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분열되어있던 인간들을 단 석달 만에 힘으로 통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엘프들과의 전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까지 단합을 시켰습니다. 게다가 위기 때마다 무서울 정도로 숨겨진 능력을 발휘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힘이 모여 바로, 그 뒤 인간 역사상 처음 세워졌고 가장 오랜기간 나라가 지속되었던 아틸란티스 제국이 성립되었던 것입니다."

잠시 숨을 돌린 프리앙은 넓은 숲 너머 먼 곳을 응시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찬란히 빛나는 별빛과 비슷한 신비한 느낌의 금발과, 맑은 녹색의 눈, 너무나 깨끗한 흰빛의 말에 탄 그의 모습을 보며 눈부심을 느끼지 않는 생명체는 아무도 없었다고 전해지더군요. 그는 그 전까지 돌을 갈아 도구로 사용하던 인간들에게 철을 다루는 법을 전파시켰고 결국, 인간들은 철제무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것이 절대적인 열세에 처해있던 인간들이 전세를 뒤집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엘프와 인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지요."

말을 잠시 멈추는 프리앙의 목소리에서 여전히 안타까움은 사라지지 않고 맴돌고 있었다. 너무나 오랜 시간 전의 일인데, 그리고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도 전의 일이었을텐데도 그가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긴 요즘 들어 더욱더 느끼는 점이었지만 세상일이라는 것 자체가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니까.

"초기의 교착상황은 곧 무너지고 결국 전쟁의 흐름은 인간들의 손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들은 곧 자신들의 본래 영역을 모두 회복했지만, 인간들 대부분의 의견과, 그리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리안타니우스 황제의 생각으로 인간들은 엘프들과 싸우기 위해 처음으로 해안가의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 엘프들의 영역, 즉 숲으로 진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숲이 자연의 힘이 아닌 힘에 의해 불타기 시작했죠. 엘프들에게 이기기위한 인간들의 손에 의해서 말입니다."

약간의 분노가 섞인 목소리, 하지만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순수한  분노와 약간의 안타까움 그것이 끝이었다. 내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에게서 인간들에 대한 원망이나 그런 것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근본적인 책임이 엘프에게 있다고 그가 생각하기 때문인 듯했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