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13장 엘프 포레스트(7)

푸른바람 BlueWind·2004. 1. 4. AM 12:07:41·조회 1675·추천 89
에피소드 87 엘프 포레스트-7


"우당탕탕!"

너무나 조용한 이 도시에서 정말 어울리지 않는 갑작스런 소음에 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도대체 방금 그 소리는 무슨 소리였지?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잠에서 덜 깬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동쪽으로 난 창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우리가 그리 늦게 일어난 것 같지도 않은데. 그리고 질서를 사랑하는 엘프들의 도시에서 저런 돌발적인 소움이 생기는 일은 아무래도 그리 흔치 않을 것 같은데 말이었다.

"아이리스! 진정해! 진정,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여긴 엘프들의 도시라구, 손님의 예의 같은건 내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잖아."

굵고 낮은 톤의 남자목소리, 하지만 좀 당황함이 섞인듯한 목소리가 방문 밖에서 들려왔다. 흐흠, 저기도 클라리류의 여자가 있는 건가? 방안에 있는 인물들의 눈치를 대충 살펴보니 모두들 어느새 잠을 다 깬 건지 모두들 호기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귀를 쫑긋 세우고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알아, 블루! 하지만 저 엘프가 내가 누군지 알고 저러는 거야?"

방밖에서 조금 흥분한 듯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두사람의 대화 내용과 어조를 보니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갔다. 이제 이 두사람 외의 저 엘프라 지칭되었던 제 삼자의 목소리가 들려올 차례.

"누군긴 누구시겠어요. 위대하시고 고귀하신 아이리스 폰 나이팅게일 공녀님이시죠."

역시,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물론, 내용으로 보면 그리 기분 나쁜 내용은 아니었지만 분명 그 말을 하는 어조가 문제였다. 엘프라 지칭되었던 존재답게 목소리는 무척 부드러웠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 톤이 낮은 것으로 볼 때, 남자인 듯 했다. 역시, 내가 짐작했던 대로 지금 이 상황은 이 엘프가 여자에게 뭔가 약을 올리거나 짓궂은 장난을 했고, 여자가 화가나서 달려오는데, 그 여자를 말리는 사람이 있는 그런 상황인 듯 했다.

"너 거기서!"

'우당탕!'

엘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의 화난 목소리와 뭔가 부서지는 듯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 후, 쿵쾅거리는 소리와 다시 들려왔다. 으흠, 추격의 시작인가? 이런 상황이 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가끔씩 사람들에겐 어떤 면에서 보면 상당히 단순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점이 있었다.

"아이리스! 진정해!"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후,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정말 뜻밖의 소란은 끝이나고 다시 주변은 보통 때의 조용한 상태로 돌아갔다. 쩝, 괜히 잠만 깼네.

"주인님아, 아무래도 우리말고 다른 손님들이 있는 것 같아. 그치?"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던, 클라리가 상황이 끝이 난 후 날 쳐다보며 말을 했다. 난 클라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이상하단 표정으로 방안의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우움, 그런데 주인님아. 내 엘프 포레스트에 다른 종족 손님이 오는 건 반년에 한 팀 정도라도 정말 많은 거라구 엄마가 전해준 기억 속에 남아있는데?"

반년에 한팀도 올까말까한 이 곳에 두 팀의 손님이 묶는다는 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만한 일인 듯 했다. 어제 밤에 자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왜에 특별한 인기척 같은 건 없었는데, 아무래도 오늘 아침에 도착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그런데 그 대상들에 대해 호기심이 드는 건 왜일까?



"엘프들에게 대접받는 아침식사는 으음..."

"보나마나 한가득 풀잎이겠지."

내가 아무 생각없이 내 뱉는 말에 곧바로 대답을 하는 아미, 저 말이 없는 드래곤이 말을 하는 걸 보니, 엘프들의 식단이 일단 기본적으론 육식인 드래곤에겐 스트레스긴 스트레스인 듯 했다. 하긴, 솔직히 육류라곤 아무리 눈을 씻고 쳐다봐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미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흐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음식 투정하는 드래곤이라. 좀 그렇군.

"아무르 경. 그래도 맛있긴 맛있지 않던가요? 신선하기도 하고."

카를은 아미를 보며 씩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제는 얼굴을 익힐 정도로 친해졌다 이건가? 저 녀석간이 부었지. 저 여자가 겉으론 인간처럼 하고 있어도 본질은 드레곤이라는 사실을 저 녀석이 알면 지금의 이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할까 궁금해지는데 그냥 알려줄까?

"인간은 잡식성 생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수긍을 하는 아미, 호홋 뜻밖인데? 그나저나 카를 녀석 여자라면 쩝. 난 짧게 한숨을 내 쉰 다음 걸음을 옮겼다.

"우리 이쁜이 수, 어디다 팔아먹을까?"

식당으로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식당의 안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무래도 아침의 그 소음의 주인공인 여자인 듯 한데, 화가 나 있었던 아침과는 달리 왠지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허허, 공녀님 체통을 지키셔야죠."

물론, 이 목소리는 아까의 그 엘프, 역시 목소리에 장난기가 가득한 것은 다르지 않았다. 그럼 이쁜이 수는 설마 엘프? 그런데 아무래도 대화의 내용이 장난이라구 치부하기에는 꽤 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으으흠."

뭐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목소리 톤으로 볼 때, 이 목소리는 아까 말리던 그 남자의 목소리인 것으로 추정.

"자자, 그만 하구 밥먹읍시다. 하긴 팔면 비싸게 나오긴 나오겠네."

분명 목소리는 여자였지만, 말투는 그리 순수한 여자의 말투라고 보기에는 좀 그런 것 같았다. 아침에 듣지 못하던 목소리, 아무래도 저 팀의 일행은 네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일단 지금 목소리만으로 보기에는 네명이 분명했다. 보통 이런 곳에서 같은 종족의 존재들을 보면 반가워야할텐데 왜 나는 그다지 반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 걸까?

난 앞장서서 식당문을 밀치고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식당의 한 구석에 있던 세명의 사람과 한명의 엘프의 시선이 일순 나를 향했다. 흐흠. 역시 내가 추측했던 것 그대로였군. 한참동안이나 여러 가지 의문과 신기함과 반가움 같은 것들이 섞인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보던 그 사람들은 뒤에 나머지 우리일행들이 들어오자 다시 자신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그런데로 예의는 아는 존재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까 엘프 포레스트에 손님의 자격으로 들어올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뭔가 복장이 상당히 특색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모험가 복장이었지만, 일단 대략적으로 보건데, 무도가 타입의 여자 한명과, 조금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옷을 입은 여자, 그리고 뭔가 특징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타입이었지만 또 왠지 어떤면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의 옷을 입은 남자. 그리고 엘프. 특히, 인상적인건 남자의 한쪽 허리에 있는 미스릴제로 추정되는 무척 날카로운 나이프와 그냥 포션이라고 보기에는 색이 너무 다양한 약병들이었다.

곁눈질로 흘끔 흘끔 그 사람들을 쳐다보는 클라리는 식당 테이블의 한쪽에 앉으며, 내게 질문을 했다.

"저 사람들 아침에 그 사람들 맞지?"

클라리의 질문에 난 별다른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썰렁해진듯한 식당 분위기, 뭐, 우리 일행들이야 클라리를 제외하고는 조용하다고 하더라도 저쭉 테이블의 사람들도 우리가 들어오기 전과는 달리 조용히 음식만을 먹을 뿐이었다.  

"플라타니오 최고사제, 분명 10여년전에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중저음의 목소리, 말리던 그 남자였다. 물론 정상적인 인간의 청각능력이었다면 들리지 않았어야할 내용이었지만, 내가 정상이 아닌 점이 한두가지가 않았으므로 귓속으로 생생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정말 저 분이 플라타니오 신의 최고 사제님? 어쩐지 너무 예쁘신 것 같더라."

예쁘신....으흠. 암튼 이 목소리는 그 추격을 하던 여자였다. 그나저나 동경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면 어떻게 하라구?

"공녀님, 공녀님이랑은 반대네요. 뽀오오얀 피부."

뽀오얀 피부...장난기가 가득 담긴 엘프의 목소리였다. 물론 자기들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저 일행들도 간접적으로 사람의 화를 돋구는데 일가견이 있는 듯한 느낌.

"그럼, 인사를 드리는게 예의가 아닐까?"

공녀라 불린 여자가 한 소리 하려구 하는데, 남자 말투의 그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여자 중에 저런 타입은 흔치 않은데, 무엇인가 차분함이 느껴지는 듯한 어투. 아미랑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하긴 아미는 사람이 아니므로 예외라고 해야겠지. 뭐, 어쨌든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략적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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