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14장 열사의 왕국(7)

푸른바람 BlueWind·2004. 12. 28. PM 5:01:14·조회 2190·추천 127
에피소드 97 열사의 왕국(7)


“미탄젤 만세!”

“성모님 만세!”

“빛나는 슐레이만 만세!”

내가 창 밖을 보며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접대용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는 사이 마차는 개선군을 환영하는 군중들 사이로 천천히 마차는 셀주크 투르크 훈의 궁성 누만시리아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 덕에 개선장군을 환호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군중들에게 구호를 하나 더 얹히는 부담을 얹혀 주게 되었지만 말이었다.

이전에는 플라타니오란 종교 자체가 그냥 사라져가는 수많은 종교들 중 하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 자신이 플라타니오의 최고사제란 위치에서 살펴보니 그런 것은 아닌 듯 했다. 실제로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생명체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것 같았으니까. 역사 속에서 살아 있는 종교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것들...

주위를 둘러보니 군중들의 모습에서 제국 못잖은 풍요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건강한 짙은 갈 빛 피부의 사람들, 물론, 개선군의 행렬이므로 어느정도 상황이 괜찮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이 군중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정말 밝은 느낌이었다. 통치자가 현명한 통치를 하고 있다는 증거, 에구, 역시 앞으로 설득할 일이 쉽지 않겠군. 아니, 정 안되면 그냥 친서나 던져버리고 빨리 제국으로 돌아가서 황제에게 도움이 되는게 더 현명할지도 몰랐다. 그 때는 그 때 대로 황제에게 방법이 있겠지.

“이야, 주인님아, 그런데 이런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네?”

클라리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했다. 확실히,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막의 이미지라면 모래언덕과 오아시스 주변에 세워진 작은 천막집 정도 일테니까 이렇게 화려한 건축물로 가득한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는 쉽게 생각하기 힘들 것이었다. 게다가 도시전체가 야자수를 대표하여 수많은 식물들로 가득차 있었던 까닭에 이 곳이 물이 극히 부족한 사막 한가운데라는 생각은 정말 하기가 힘들었다.

“핀 누나의 기억 속에는 이런 장면이 없는 거야? 내가 알고 있기론 핀 누나도 사막을 지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클라리의 말을 듣고 보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에 클라리에게 의문을 표시하지 클라리 역시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했다.

“다른 사막 도시를 지난 것 같은데 이렇게 화려하진 않았던 것 같아. 그 도시는 이곳보다는 조금 단순한듯한 분위기였어. 아마 이름이 셀주카티랬지?”

그런 것이었군, 아마 핀 누나와 스승님의 일행들은 사막의 북쪽 가도를 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셀주카티는 셀주크 투르크 훈의 제 2도시로 북쪽 가도의 중심지인 도시였지만 확실히 여러 가지면에서 오스마니아에 비에는 부족할 수 밖에 없을 듯 했다. 게다가 그 때는 30년 전의 풍경이었으므로 지금과는 다른 통치자가 통치를 하던 시절, 여러 가지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밖에서 들리는 우렁찬 나팔소리,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투르크 훈의 국왕이 직접 개선장군을 위로하기 위해 궁 앞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군중들과 마차의 앞으로 행군하는 병사들 때문에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기다리다보면 곳 국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 난 마음의 준비도 할 겸 창에서 시선을 때고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내 예상대로 얼마 후 마차가 멈추며 카밀이 뒤를 돌아보며 말을 했다.

“예하, 투르크 훈의 술탄께서 직접 나오신 듯 합니다.”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카밀에게 싱긋 웃어주며, 이 때 나오는 반응이 재밌기 때문에 요즘엔 종종 시도 하고 있었다, 훗, 난 클라리를 비롯한 내 일행들을 이끌고 마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렸다. 아미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특별히 위험한 일이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조금은 편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어쩌다보니 생명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르는 유명인사가 되버린 까닭에 여러모로 조심을 해야했다. 우리일행만 따로 있을 경우면 또 모르겠으나 이런 상황에서는 극도로 내 자신의 힘을 표시하는데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난 지금 현재 외견상 가녀려 보이는 최고사제였으니까.

“오오!! 성모님이시다!!”

“성모님, 어쩜 저리 아름다우실까?”

으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군중들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제는 기도 안차서 표시나지 않게 그냥 한숨만 조금 내쉴 뿐이었다. 인간은 적응과 순응의 동물이라고, 그 인간에 나역시 포함되는 것이 슬플 뿐이었다.

내 뒤를 따라 마차에서 내리는 내 일행들, 내 오른쪽 조금 뒤에선 카밀과, 왼쪽 조금 뒤에선 아미의 뒤에는 나머지 일행들이 서서 나름대로의 최고 사제 행렬을 만들고 있었다. 성기사단 장에 수호기사, 그리고 사제들 어쨌든 갖출 구색은 다 갖췄으니까. 우리 일행이 걸음을 옮길때마다 병사들은 주위로 쫙 갈라서며 예를 표시했다. 그리고 그 끝에 며칠동안 계속 얼굴을 익혔던 슐레이만 장군이 서있었고, 그옆에 짙은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에 갈 빛 피부를 가진 꽤 잘생긴 외모의 남자가 서있었다. 강렬한 인상, 그리고 기운. 저 사람이 투르크 훈의 국왕인가 보군. 셀주크 투르크 훈의 제 13대 술탄 살라딘.

그는 나를 보다마자 슐레이만의 인도를 받아 내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야~, 정말 출중한 외모의 인물이었다. 제국의 가이우스 녀석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아니, 가이우스와는 또다른 이국적인 듯한 느낌의 기운은 확실히 여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었다. 후훗. 솔직히 난 술탄이라면 좀 중년의 아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런 인물일 것이라는 건 정말 의외였다.

“저 분이 셀주크 투르크 훈의 국왕폐하?”

뒤에서 클라리의 조금 놀람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훗. 정말 서부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이지만 영웅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듯 했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황제가 이끄는 제국이 서부대륙 전체를 통일했을지도 모르지만.

병사들이 사열한 가운데에 술탄 살라딘은 어느덧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난 이번에도 역시 조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예를 표했고, 그러자 살라딘은 꼭 무도회에서 궁정 귀부인에게 춤신청하는 남자들이 종종하는 것처럼 멋진포즈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성모님 전, 미탄젤님의 뜻을 따르는 셀주크 투르크 훈의 술탄 살라딘이라고 합니다. 성모님께서 이렇게 친히 오스마니아에 친히 방문해 주시다니, 나라에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유창하게 말을 하는 살라딘, 그런데 왜 순간 국왕이라는 느낌보다는 희대의 바람둥이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스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전 플라타니오 최고사제직을 맡고 있는 미카 크리센이라고 합니다. 정식 칭호는 라네티스 2세, 많은 곳에서 모자란 제게는 넘치는 직분일 뿐인데....단지, 그 분의 뜻을 받드는 평범한 여인일 뿐인 제게 이런 성대한 환영을 해주시니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여인일 뿐인이라...최고 사제가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되는 걸까? 플라타니오시여 용서해주시길, 아니, 이 모든게 나같은 넘을 최고사제로 앉힌 플라타니오님의 책임이라고요~!!

“도적들에게 습격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모든게 미탄젤님의 뜻을 충분히 따르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용서해 주시길...”

다시 한번 유창한 목소리로 블루블랙의 멋지구리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을 하는 술탄 살라딘. 그러게 베루완 족 같은 넘들은 쫌 빨리빨리 소탕좀 하지. 하지만 이런 소리를 대놓고 할 수 없는 나로써는 다시한번 전혀 마음에도 없는 예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슐레이만 장군께서 큰 도움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모든게 그분과 미탄젤 님의 뜻이겠지요.”

내 대답에 엷은 미소를 띄우며 살라딘은 답을 했다. 정말 왠만한 여자들은 쉽게 넘어가 버릴 외모로군.

“자 그럼 성모님 어서 궁 안으로...”

내 옆에서서 궁안으로 인도하는 술탄, 확실히 플라타니오의 최고사제란 직책의 무게를 다시한번 느끼고 있었다. 제국의 황제가 오지 않는 이상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책이 세상에 얼마나 될런지...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