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14장 열사의 왕국(12)

푸른바람 BlueWind·2005. 2. 21. AM 2:58:42·조회 2143·추천 94
에피소드 102 열사의 왕국 (12)

-에너지, 과거에는 이 순수한 정신 에너지만을 활용,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포세트립톤의 밀크 캐슬의 비밀방과 누만시리아의 지하 유적에서 발굴된 고서적과 유물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현재는 아주 미약한 에너지의 움직임 정도로만 잔존해있는 마법을 일으키는 힘,(주-과거 서적에는 마나라는 이름으로 표현되어있다.) 그리고 현재도 수행을 오래한 사제들이 종종 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신성력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힘들을 동력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엔진이 실존했으며, 누만시리아 지하유적에서 출토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의 엔진은 실제로 그런 신성력이나 마나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신적 에너지의 수준의 미약함 때문인지 실제 잠수정을 움직일 정도로 엔진을 가동시키는데는 실패했으나, 정신적 에너지가 중심이 되었던 과거에는 충분히 잠수정을 움직일 정도의 에너지는 공급될 수 있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WU Times 크리센력 896년 8월 2일자 특집 기사>

“그럼, 전하. 이 배는 현재 셀주크 투르크 훈의 기술력으로 개발된 배인가요?”

난 순간 번뜩 머리를 스친 생각에 살라딘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정녕 이것이 셀주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앞으로의 대륙의 패권은 바로 이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했다. 이런 배 십여척만 있더라도 웬만한 배들 백 여척 정도는 가볍게 격침 시킬 수 있을 듯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로는 도저히 이들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었으므로, 그 것 뿐만 아니라. 이런 배를 만들 정도의 기술이라면 그 외의 육상병기들도 어마어마한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성모님. 믿기 힘드시겠지만 배 내부의 자료실에 있는 기록에 따르면 이 배는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아틸란티스 제국의 시조인 리안타니우스 황제가 만든 배라고 하더군요. 오스마니아는 그의 엘프 정벌군의 군사적 요충지중 하나였고 비상시 대피용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희 일족도 비슷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수천년간 배를 관리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짧게 한숨을 내쉰 후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을 하는 살라딘. 하긴 그 역시 한나라를 책임진 군주였으므로 실제로 이런 기계를 만들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 이해가 갔다.

아무튼 여기서도 리안타니우스 황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인가? 지금 새삼 다시 생각해보면 이오니스 주변의 그 방어진 역시 리안타니우스의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정말, 그 사람의 능력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로만으로 추정해 보아도 신이 아닌 이상 세상 그 어떤 존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인 듯 했다. 물론, 그의 숙적인 빛의 엘프 센 역시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겠지만...그렇다면 그 센이 실제 세상에 자신의 영향력을 끼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리안타니우스가 재림하지 않는 이상 막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군요. 리안타니우스 황제...역시...”

살라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 원통형의 물체는 주변의 사람들에 의해 물가에 고정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원통형 물체의 윗부분으로 있는 문이 열리더니 줄사다리가 내려옴과 동시에 안에서 몇몇의 사람이 걸어나오길 시작했다. 대부분은 미탄젤의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었지만 그 중 한명은 꽤 인상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뭔가 다른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가 아닐까?

“후후, 마침 나오는 군요. 성모님. 배의 선장을 소개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살라딘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미탄젤의 옷을 입지 않은 바로 그 사람이 있었다. 특이한 옷을 입고 있다고 했더니 배의 선장이었던 것이군. 그는 우리가 있는 쪽을 향해 걸어온 뒤, 살라딘을 향해 모자를 벗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 다음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서 돌아서서 비슷하게 예를 표했다.

“잠수정 젤리나의 선장 아이랏 아이유브라고 합니다. 성모님.”

별로 부드럽지는 않지만 왠지 뭔가 많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선장에게서 가득 느껴졌다. 가까이서 보니 콧수염을 비롯하여 외모적인 면은 전형적인 선장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리투니아의 드레이크 선장과 비슷한 느낌, 차이점이 있다면 피부색이 사막인들 특유의 짙은 구릿빛이라는 정도? 성격도 별로 많이 차이나지 않는 듯했다. 태생이야 어찌되었건 오랜시간 바다라는 그 거대한 존재와 부딪히고 같이 생활하다 보면 그 바다를 닮게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게되어 반가워요. 아이랏 선장님. 아무래도 저희가 선장님께 폐를 끼치게 될 듯하네요.”

선장의 인사에 나 역시 답을 하였다. 대세를 보니, 이 배를 타고 리투안으로 돌아가는게 여러모로 편할 듯하니 살라딘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그렇고 마땅히 대안도 없었으므로 그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뭐, 일행들의 동의도 얻어야겠지만, 싫으면 다른 방법으로 알아서 오라고 해버리면 되니까.

“폐라니요. 성모님. 미천한 제가 고귀한 성모님을 뫼시게 되다니 제 생애에 이렇게 크나큰 광영이 앞으로 없을 듯 합니다.”

광영까지야...이 위치에 있으면서 너무나 극존칭으로 된 대접을 많이 받았던 까닭에 이제는 솔직히 웬만한 아부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런 극존칭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종교 단체의 최고사제라는 직책의 무게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나 같은 사이비 말고 그 이전의 최고사제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라딘님, 여러모로 신경써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를 드려야할 듯하네요.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신다고 하시더니, 이런 나라의 소중한 기계까지 동원해서 도와주시다니...”

난 지금까지의 조금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던 표정을 풀고, 서비스 차원에서 편하게 살라딘을 향해 웃어주었다. 순간, 살라딘의 시선이 조금 떨린 것 같이 느껴진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에이, 설마. 저런 타입의 남자는 여자들에 대한 저항력이 커서, 나 같은 여장 남자 따위한테 흔들릴 리가 없다고.

“흠흠, 아닙니다. 성모님. 감사라니...그리고 저기 조촐하지만 환송연을 준비해뒀습니다. 바닷속에서 긴 여행을 떠나실텐데 일행분들과 함께 참석해주시면 영광일 듯 합니다.”

그 전까지 별 감정의 변화 없이 있던 뒷족의 내 짐짝들에게서 새삼 뭔가 기뻐하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데 거참. 오스마니아에 있는 동안 나름데로 잘먹어놓고도 새삼 이렇게 또 기뻐하는 녀석들을 보면. 훗.

바닷속에서의 긴 여행이라, 정말, 마을을 떠난 이후로 별의별 경험을 다 해보는 듯 했다. 그 것도 너무나 특이한 경험들. 정말 운명의 신이 있다면 정말 장난끼가 많은 짓궂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어서 빨리, 더 늦기 전에 이 기쁜 소식을 가지고 황제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황제의 그 무거운 어깨에 놓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새삼 조급함이 드는 것 같았다. 스승님도...핀누나도 황제도...신디도..리아인도...잘지내고 있을까? 그리고 세인트 그 녀석도..헛. 그 녀석 생각이 왜 갑자기 나는 거야!! 거참...아무튼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되니까..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