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최종장 나눠진 영혼 나눠진 사랑(2)

푸른바람 BlueWind·2005. 9. 2. AM 2:06:42·조회 1948·추천 70
에피소드104 최종장 나눠진 영혼, 나눠진 사랑


잠망경을 통해 본 풍경, 먼저 보인 것은 부서진 함선의 파편 조각이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 그 곳에는 익숙지 않은 모습의 함선들이 바다를 가득 뒤덮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배들 사이 먼 곳에서는 몇 척 보이지 않는 리투안의 함선으로 추정되는 배들이 돛대를 가득 펼친 채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선장님, 이 것은?”

난 잠망경에서 눈을 땐 체, 선장을 보며 말을 했다. 그러자 아이랏 선장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내게 답을 했다.

“지탄그의 함선들입니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지탄그 쪽에서 침략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 것인가? 잠망경을 통해 얼핏 보았던 함선의 수만으로 생각해보아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군대로 생각되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시간적 조건을 생각해 볼 때, 지금 이 지탄그의 함선들은 지탄그 침략군의 후속부대 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아이랏, 선장님. 대략 저들의 수는 어느정도 되는지 아실 수 있으신지요.”

선장의 오랜 항해경험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을터, 대략적인 숫자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리투안에 도착하기 전 까지의 시간동안 어느정도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황제와 아렐리아 시장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냐마는 모자란 내 생각이나마 보탠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은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잠망경과 마법 분석기를 통해 관찰한 결과로 살펴보면 대략 함선의 숫자는 대선 40여척 중선 50여척으로 추정되며, 지탄그 함선의 특성상 총병력은 대략 3만으로 추정됩니다.”

3만이라...그렇다면 아마도 지탄그의 경우 부대를 몇 개로 나누어 상륙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아테네이오스와의 양동작전이가는 하나 단 3만의 부대로 리투안의 중심부를 향해 진격을 해오기에는 그 병력의 숫자가 너무 작았다. 전에 내가 상대한 병력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선발대 정도라면, 아마 지금의 이 부대는 상륙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부대일 것이었다. 아직 2차적인 본대의 상륙이 있을 것이라는 말.

“예정지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요?”

“지금 이 속도로라면 대략 3일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도착할 예정지는 리투니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물론, 리투니아의 항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으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방법은 좋지 못했다. 허가받지 못한 함선, 아니 정확히는 군함의 항내 진입은 특별히 다른 목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외교상 결례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비밀 함선의 모습을 공개적으로 들어내는 것 역시, 셀주크 측 입장에서도 그리 달가운 것이 아니었을 테니까.

"리투안에게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듯합니다. 미탄젤의 가호가 있길...“



전란의 조짐, 바다를 뒤덮은 그 살기는 한동안 가라앉았던 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난 조타실 밖으로 나오며 겉으로 표시를 내지는 못한 채 단지 속으로만 그 조급함을 가라앉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간다고 해서 그렇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단지 그 자리에서 나도 함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폐쇄된 공간에서 울려퍼지는 발자국 소리, 오늘 따라 더 불길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난 조금 빨리 방에 들어가서 쉬고 싶었으나, 왠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방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난 왠지 익숙지 않은 분위기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와는 다른 적막, 물론 방안에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침대 쪽에 거의 쓰러져 있는 클라리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소피와 티티. 그리고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서있을 뿐인 아미... 왜 이렇지? 난 클라리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클라리, 클라리 무슨 일이야?”

난 클라리를 붙잡아 일으키며, 그녀에게 말을 했다. 클라리가 엎드려있던 곳에는 눈물자국인지 물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뭐지? 뭐때문에...? 클라리는 멈칫거리며, 내 품에 안기더니 크게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주..주인님아.....크..클라우가...죽...었어......”

잠깐...무슨...클라우가 죽다니? 그걸 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클라리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그녀는 슬퍼하는걸까? 아직까지...

“어떻게.....어떻게 안거야? 클라리?”

난 울고있는 클라리를 붙잡으며 왠지 이유없는 화 때문에 목소리를 높여서 그녀에게 말을 했다.

“나..난 알 수 있어...다..다보였어. 온뭄에 화살을 맞은...클라우가 날 부르며 죽는 그 모습...까지...”

잠깐...그런건가? 아직까지 완전히 클라우를 잊지 못했던 걸까? 그리고 나보다도 실질적인 주인은 클라우 그가 아니었을까?

“클라리...”

왠지 모를 복잡한 심정...뭔가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나 힘든 감정이었다. 뭔가 클라리에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난 아무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냥 묵묵히 그녀를 안고 있을 수밖에...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건 단지 이것뿐이었으니까.

클라우의 전사라...바이킹이 아마 피투안을 거의 완전히 정복하고 리투안으로의 침략을 시작했다는 뜻인 듯 했다. 클라우가 전사할 정도라면 명예를 중요시 역기는 성기사단의 특성상 거의 제 2군단 전체가 전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었다. 바이킹의 전력이 그 정도라는 의미인 것일까? 성기사단 군단 하나를 전쟁 초기에 가볍게 전멸시킬 정도의? 아무리 좋아하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볼 때, 클라우가 절대로 무능력한 지휘관은 아니었는데...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주인님아...내..검...좀...보여줄래?”

난 클라리의 갑작스런 요청에 조금 당황해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난 목에 걸려있던 클라리의 본채를 풀어서 꺼냈다. 그러자 그 검에 손을 내미는 클라리...이 행동은? 설마...?

그리고 그 때, 한순간의 빛과 함께 클라리는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검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째서..어째서...? 왜 하필...지금 이 때..? 결국 그녀에겐 나보다 클라우가 더 중요했던 것일까?

“주인님아, 미안해...미안해....”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클라리에게선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난 클라리의 본체를 손에 든 채 멍하니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