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보석 최종장 나눠진 사랑, 나눠진 영혼(3)
푸른바람 BlueWind·2005. 9. 9. PM 2:30:39·조회 2060·추천 75
눈빛(105) 최종장 나눠진 영혼, 나눠진 사랑
흐린 짙은 남빛의 바다... 창 너머로 보이는 심연의 그 공간은 날 끝없이 끓어드리는 것 같았다. 사라진 클라리... 그 때 그 이후로 그녀에게선 아무런 말도... 아무런 느낌도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머물던 자리는 원래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듯 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허탈함...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그 감정하나가 온 마음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무얼까...도대체 뭐였을까...
“란트...”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등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나 하는 헛된 기대와 함께..
“란트...당신은 바보에요...”
그 곳에선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녀보다는 조금 작지만 맑은 녹 빛의 눈을 가진 엘프 소피였다. 다시 온몸을 감싸는 허탈함...
“..............”
나는 소피를 향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힘없이 물끄러미 쳐다볼 밖에...
“바보...바보같은 사람...”그런 내 품에 소피는 안겼다. 아니 나를 온힘을 다해 안는 것이 느껴졌다. 소피, 그녀에게서 전해지는 따스함은 진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내 깊은 공허를 감싸기에는 마냥 부족한 것만 같았다. 소피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난..항상...언제나 이렇게 란트만 바라보고 있는데...어째서 란트 당신은...항상...다른 곳만 보고...힘들어하는....흐흑...”
언제나 말이 없던 소피...그녀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녀의 눈물...그 따스함이 내 옷이 축축이 적셔놓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이 헐빈함은...나 역시 도대체 왜 그런지 잘 알 수 없었다. 이럴 때 스승님이 계셨으면...핀누나나...황제가 있었다면 무슨말을 해줬을까...? 하지만 조금쯤은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그냥 마구마구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뭔가를 막 말하고 싶다는 느낌...하지만 그 역시 덧없는 생각이었다.
“주인, 땅의 기운이 강해지는 것으로 볼 때, 우리의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한 것 같다.”
아미의 목소리인가? 며칠 째, 수많은 상념에 휩싸인 채 단지 침실의 이불 안에서 머물고 있었다. 난 몸과 마음 모두 온통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배가 서서히 물 위로 떠오르고 있는 까닭인지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의 색 역시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물속의 긴 여행...하지만 그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허무감이 너무나 강하게 밀려왔다.
“최고사제님, 이제 몸을 좀 추스르셔야지요.”
이 목소리와 이 말투는 아마 티티겠지? 소피와 비슷한 목소리였지만 확연히 다른 그녀의 목소리..소피는 지금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기대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내가 쓰러져 있던 요 며칠간 계속 내 곁을 지킨 소피. 그녀에 대한 고마움만이 단지 무너져가는 내 자신을 조금이나마 지탱해주고 있었다.
일단 내릴 준비는 해야겠지? 그래 일단은 마음을 잡자. 난....지금의 난 예전의 나와는 다르니까. 더 이상 나만의 나는 아닌 것이니까. 이미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걸음을 한 것 같았다. 수많은 인연의 무게는 오히려 날 주저앉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난 소피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러 가지 면에서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였고, 남들 앞에서도 최고사제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내 감정을 떠나서...숭고한 예전의 그 분들의 이름을 더럽혀서는 안된다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이유 때문에...
항상 부담으로 다가왔던 많은 것들이 오히려 나를 절망의 나락 속에서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이 상황, 이 아이러니컬함에 난 그냥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잊자...처음부터 그 곳에 없었던 것처럼 그냥 그렇게.
열려진 해치..아마 선장이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그 사이로 오랜만에 보는 강렬한 태양빛이 몰려들고 있었다. 너무나 맑고 강렬한 그 햇빛이 이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그 것을 오랜만에 본 그 이유 때문일까? 아니...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예하!”
순간 어지러움에 비틀거리는 날 소피가 붙잡았다. 항상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 듯 한 바로 그 자리에...
“예하, 괜찮으십니까?”
뒤에 있던 카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을 하는 것이 들려왔다. 어지러움 사이로 얼핏 그를 보니 그는 밖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까닭인지 표정은 밝은 표정이었다. 그 밝음 역시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예전에 엘프의 숲에서 프리앙이 사용하던 그 마법을 이용하여 굳이 사다리를 오를 필요 없이 일행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점점 강해지는 태양...그에 따라 더욱더 강해지는 이 어색함과 낯설음이란...왠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법력이 약해진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는데 단지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소피가 곁에서 지탱해 주어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역시 오랜만에 느끼는 땅의 촉감...하지만 다행히도 이 역시 또 어색함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저 위에서 나를 내리찍는..그런 느낌이었다...태양만이 어색할 뿐이었다.
“예하, 그곳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나를 마중 차 배 밖으로 나온 아이랏 선장 역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했다. 쓸데없이 단지 내 감정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은 생각... 나에 대한 혐오일까? 내 감정에 대한 좌절일까...하지만 이렇게 만인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선장님. 하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분의 의지가 있는 곳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만 할테니까요.”
난 조금쯤은 목소리에 힘을 더 넣어 그에게 답을 하였다.
“푸른 혜성의 빛이 당신을 인도하시길...”
“들꽃의 축복이 당신과 당신의 배와 함께하길....”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그에게 나역시 답인사를 한 뒤, 다른 일행들과 함께 리투니아가 있는 동쪽 길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흐린 짙은 남빛의 바다... 창 너머로 보이는 심연의 그 공간은 날 끝없이 끓어드리는 것 같았다. 사라진 클라리... 그 때 그 이후로 그녀에게선 아무런 말도... 아무런 느낌도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머물던 자리는 원래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듯 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허탈함...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그 감정하나가 온 마음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무얼까...도대체 뭐였을까...
“란트...”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등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나 하는 헛된 기대와 함께..
“란트...당신은 바보에요...”
그 곳에선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녀보다는 조금 작지만 맑은 녹 빛의 눈을 가진 엘프 소피였다. 다시 온몸을 감싸는 허탈함...
“..............”
나는 소피를 향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힘없이 물끄러미 쳐다볼 밖에...
“바보...바보같은 사람...”그런 내 품에 소피는 안겼다. 아니 나를 온힘을 다해 안는 것이 느껴졌다. 소피, 그녀에게서 전해지는 따스함은 진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내 깊은 공허를 감싸기에는 마냥 부족한 것만 같았다. 소피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난..항상...언제나 이렇게 란트만 바라보고 있는데...어째서 란트 당신은...항상...다른 곳만 보고...힘들어하는....흐흑...”
언제나 말이 없던 소피...그녀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녀의 눈물...그 따스함이 내 옷이 축축이 적셔놓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이 헐빈함은...나 역시 도대체 왜 그런지 잘 알 수 없었다. 이럴 때 스승님이 계셨으면...핀누나나...황제가 있었다면 무슨말을 해줬을까...? 하지만 조금쯤은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그냥 마구마구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뭔가를 막 말하고 싶다는 느낌...하지만 그 역시 덧없는 생각이었다.
“주인, 땅의 기운이 강해지는 것으로 볼 때, 우리의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한 것 같다.”
아미의 목소리인가? 며칠 째, 수많은 상념에 휩싸인 채 단지 침실의 이불 안에서 머물고 있었다. 난 몸과 마음 모두 온통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배가 서서히 물 위로 떠오르고 있는 까닭인지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의 색 역시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물속의 긴 여행...하지만 그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허무감이 너무나 강하게 밀려왔다.
“최고사제님, 이제 몸을 좀 추스르셔야지요.”
이 목소리와 이 말투는 아마 티티겠지? 소피와 비슷한 목소리였지만 확연히 다른 그녀의 목소리..소피는 지금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기대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내가 쓰러져 있던 요 며칠간 계속 내 곁을 지킨 소피. 그녀에 대한 고마움만이 단지 무너져가는 내 자신을 조금이나마 지탱해주고 있었다.
일단 내릴 준비는 해야겠지? 그래 일단은 마음을 잡자. 난....지금의 난 예전의 나와는 다르니까. 더 이상 나만의 나는 아닌 것이니까. 이미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걸음을 한 것 같았다. 수많은 인연의 무게는 오히려 날 주저앉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난 소피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러 가지 면에서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였고, 남들 앞에서도 최고사제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내 감정을 떠나서...숭고한 예전의 그 분들의 이름을 더럽혀서는 안된다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이유 때문에...
항상 부담으로 다가왔던 많은 것들이 오히려 나를 절망의 나락 속에서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이 상황, 이 아이러니컬함에 난 그냥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잊자...처음부터 그 곳에 없었던 것처럼 그냥 그렇게.
열려진 해치..아마 선장이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그 사이로 오랜만에 보는 강렬한 태양빛이 몰려들고 있었다. 너무나 맑고 강렬한 그 햇빛이 이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그 것을 오랜만에 본 그 이유 때문일까? 아니...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예하!”
순간 어지러움에 비틀거리는 날 소피가 붙잡았다. 항상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 듯 한 바로 그 자리에...
“예하, 괜찮으십니까?”
뒤에 있던 카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을 하는 것이 들려왔다. 어지러움 사이로 얼핏 그를 보니 그는 밖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까닭인지 표정은 밝은 표정이었다. 그 밝음 역시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예전에 엘프의 숲에서 프리앙이 사용하던 그 마법을 이용하여 굳이 사다리를 오를 필요 없이 일행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점점 강해지는 태양...그에 따라 더욱더 강해지는 이 어색함과 낯설음이란...왠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법력이 약해진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는데 단지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소피가 곁에서 지탱해 주어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역시 오랜만에 느끼는 땅의 촉감...하지만 다행히도 이 역시 또 어색함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저 위에서 나를 내리찍는..그런 느낌이었다...태양만이 어색할 뿐이었다.
“예하, 그곳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나를 마중 차 배 밖으로 나온 아이랏 선장 역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했다. 쓸데없이 단지 내 감정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은 생각... 나에 대한 혐오일까? 내 감정에 대한 좌절일까...하지만 이렇게 만인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선장님. 하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분의 의지가 있는 곳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만 할테니까요.”
난 조금쯤은 목소리에 힘을 더 넣어 그에게 답을 하였다.
“푸른 혜성의 빛이 당신을 인도하시길...”
“들꽃의 축복이 당신과 당신의 배와 함께하길....”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그에게 나역시 답인사를 한 뒤, 다른 일행들과 함께 리투니아가 있는 동쪽 길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