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문권국·2002. 12. 26. 오후 11:14:09·조회 214
어떤 멍청한 나그네가 여행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바보같은가 하면 맨날 사람들에게 속아넘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돈과 옷과 구두를 빼앗기게 되었다.
하지만 나그네는 바보라서 "덕분에 살았어요." 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에도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며 "행복해 지세요"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알몸이 되어버린 나그네는 과연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숲속을 여행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숲에 사는 마물들과 만나게 되었다.
마물들은 나그네의 몸을 먹고 싶어서 교묘한 말로 속여갔다.
물론 나그네는 속아서 다리 하나, 팔 하나... 그런 식으로 자기 몸을 줘버렸다.
결국 나그네는 머리만 남게 되었는데 최후의 한마리에게 또 눈을 줘버렸다.
그 마물은 우적우적 눈을 먹으면서 "고마워 보답으로 선물을 줄께"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거짓말로 선물은 "바보" 라고 쓴 종이 쪽지 한 장이었다.
그런데도 나그네는 주르륵 우는것이었다.
"고마워 고마워 정말 고마워"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야, 정말 기뻐 고마워"
이미 없는 눈으로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는 거였다. 그리고 나그네는 그대로
죽어버렸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