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쓰기의 호흡
toto·2003. 2. 5. 오전 3:15:01·조회 301
많은 작가 지망생들, 특히 팬터지 분야에서는 글쓰기의 처음을 장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만해도 처음 쓰기 시작했던 글은 장편이었죠.
웃긴 내용이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진했던 것도 같습니다 -_- 내용은 뭐 뻔하죠. 평민 출신의 입지자전적인 기사가 모험을 떠나 트롤, 엘프, 드래곤 등을 만나고, 영웅이 되어 금의환향한다.. 뭐 그런 내용이었죠. 기사의 이름은 윗 크린이었고 제목은 미티라스 스토리였습니다 (먼산) 뭐 그렇다고 완결은 못했습니다. 트롤과 엘프는 만났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흐흐
이후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쯤, 그러니까 대략 98년쯤이었습니다. 영향받은 작가를 고르라면 무라까미 류라든지 하는 베스트셀러작가가 대부분이었고, 당시 신진작가로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던(뭐 지금이야 손꼽는 분들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신진작가였습니다,네-_-) 윤대녕 성석제를 좋아했고. 아, 이순원씨도 좋아했고요. 특히 좋아한 건 윤대녕 아저씨였죠. 덕분에 단편쓰기가 시작되었고, 적당적당한 단편들을 몇편 쓰고 제법 필력도 붙었달까요 -0-
고1때 처음 나간 문예대회가, 이상 문학상을 주는 문학사상사에서 한 고교문예대회였습니다. 이름이, 청소년문학상이던가? 하여간. 중3때 썼던 연애소설 한편을 냈었죠. 내용은 부모가 이혼한 소년과 아버지가 죽은 소녀가 연극 극단에서 만나 그냥 쑥덕쑥덕 얘기하다가 헤어진다는 아주 통속적이고 평범한 쪽이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본심에는 올랐는데, 백일장에서 떨어졌어요(..)
이후 수험생활 동안 3번의 대회에 더 나갔는데 나갈때마다 백일장에서 미끄러지다가, 급기야 백일장이 없는 대회에 골라서 냈더니 거기서는 가작을 하나 안겨줍디다. -0- 문예특기자를 노려보던 고3 생활은 그렇게 허망하게 날아가고 수능을 보고 대학에도 뭐 무리없이 왔습니다만, 그때 단편쓰기의 호흡이 너무 급박한 나머지 글쓰기에 대한 진력을 다해버렸달까요.
단편은 수십 편을 습작했지만 사실 장편을 연재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더군다나 사실 팬터지라고는 톨킨이나 엔데 정도 밖에 읽지 않은지라 (예컨대 이영도 조차 저는 읽지 못했습니다 -_- 왜그랬을까) 사실 요새 팬터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하는 코드가 무언지도 잘 모르고. 더군다나 중세사에 대한 지식도 일천해서, 내용도 앞뒤가 안 맞고(뭐 그렇다고 지금 쓰는 dis가 중세유럽의 그것을 그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뭐 여러모로 고생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장편 쓰기의 호흡인 것 같습니다. 장편이라는 건 단편과는 달리 면면이 이어지는 호흡이 시종일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물론 연재라는 입장에서 보면 한번에 올리는 일정한 양의 연재 분량 내에서의 재미도 중요하겠지요. 예전에 아는 분이 언급하신 얘긴데, 마스터키튼인가 하는 만화의 작가가 일갈하길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제한된 연재분량 안에 독자를 얼마나 잡아둘 수 있느냐다' 라고 말했다는데. 그점에 있어서 저는 99.9% 아마추어인 것도 같고. 그보다 더 힘든 건 지금 책 1권 분량 가까이를 써두고도 스스로가 질식할만큼 호흡이 고르지 못한 장편이 결과물로 들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편이 쉽다는 얘기가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사실 글터에서는 이렇다할 단편을 본 적이 없고, 반대로 여러 훌륭한 장편소설들이 계속 연재되고 있고, 또 여기 커뮤니티에도 그 장편들의 작가분들이 많이 계시길래 여쭙는 겁니다. 장편쓰기의 호흡이란 대체 어떤 겁니까!!
-_-
ps. dis 많이들 읽어주세요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