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혁님의 '한국애니메이션에 대한 한마디'

문권국·2003. 4. 12. 오전 11:40:26·조회 466
『감상란-국내 작품 심화 감상평/분석 (go ANC)』 1725번
제  목:[분석/퍼글] 이우혁님의 한국에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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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 CONF란에 한국에니에 관련된
토론실에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님이
올린 글을 허락도 없이 퍼왔습니다.


이우혁   (hyouk518            )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한마디...             2001-01-29 20:23   231 line


사실 아래 토의란 (한국적 환타지) 구경왔다가 바로 위에 있는

이 란을 보고 그냥 가기 뭣해서 몇 자 적고 갑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퇴마록이란 걸 쓴, 글쓰는 사람으로들 알고 계십

니다만 저도 몇 년 전, 약 3년 여에 걸쳐 국산 애니메이션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회사까지 만들어서 고생고생하다가 결국 날아가

버린 쓰라린 경험의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칸느에서 열린 MIPS란, 국제 방송회의 비스무리한 것에

제가 기획한 애니메이션 '카씬(가제)'을 투자유치 신청 부문에 출품

하여 본선진출(아시아권에서는 최초였다고 하는 군요, 본선진출은)에

까지 올랐으며, 영실업 및 삼성 영상사업단 등과 협의하여 거의

제작하나보다하는 생각까지 갔다가 (좀 이해 안되실지 모르겠지만)

내 손으로 걷어 치우고 만 경력이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tv 시청하는 것 이나 극장 관람 하는 것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애니업계에 발을 들였었기 때문에 조금 다른 분들보다는

아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감히 조금 적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은 다음과 같은 총체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실수 우리날라의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정정합니다.)

1. 예산 부족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제작의 적신호 제 1호는 바로 이 예산 부족입니다.

그러면 과연 우리나라가 돈이 없어서 애니메이션 한 편 만들 돈조차

끌어내지 못하느냐? 그건 물론 아닙니다. 솔직히 극장판의 경우는

(5년 전 시세로 . 지금은 잘 모릅니다만) 최소 5억에서 최대 20억,

TV 공중파 방영용은 편당 7천만원에서 1억 2-3천 만원 정도면 충분히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26편인 경우 20억에서 30 억 정도면

제작이 가능하다는 말이겠지요.)

그 정도의 돈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그런데 왜 돈이 부족하느냐?

투자할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자해 놓고 못뽑을 것이기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제가 알기로는 상상외로 애니메이션 분야에 많은

예산을 배정합니다. 정확히는 몰라도 대략 1년에 1천억, 적어도 수백억

이상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라고 나라에서 '그냥 내주는' 돈입니다.

그런데 왜 애니메이션이 안 나오느냐고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누가 그 돈을 물로 하늘로 날아가는지, 그건 당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지요. 아마도 대부분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받아가는 것으로 압니다.

공무원들 잘 사귄 감독들도 받아가는지는 모르겠군요. 좌우간 제가 알기론

그 돈은 실제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단 1원도 투자되지 않고 있습

니다. 실제로 저만 아니라, 당시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던 사람들

그 누구도 나라돈을 받아 쓸 생각은 아예 애시당초 하지조차 않았습니다.

참 신기하죠? 나라에서는 막대한, 극장판 50편을 만들 돈을 해마다

대주는데, 하나도 나오는 것이 없다는 것은요? 그러나 그것이 현실

입니다. 정부가 애니메이션에 신경안쓴다고 욕하기보다는, 정부가

돈만 내놓고 돈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욕하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그 다음, 기업들의 순서로 넘어가보죠.

극장판 대형 애니를 만든다고 하는 소리에 저는 (지금도) 코웃음을 칩니다.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적인 현실에서 극장판을 만든다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겁니다.

현재 한국 영화계의 흥행성적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습니다.

서울 흥행만이 간신히 집계될 뿐, 지방 흥행은 얼마나 관객이 들어와서

얼마를 썼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나도 뭔지는 모릅니다만 정체불명의

어떤 조직이 그걸 꽉 잡고 있으니까요. 하물며 애니메이션?

그건 극장에서 아예 제작사 측에 보고도 제대로 안해줍니다.

과거 세계를 놀래킨 신동헌 선생의 '홍길동'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흥행을 했지만, 자비를 들여 제작ㄷ하신 신동헌 선생은

집까지 다 날리고 다시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안하겠다고 하셨지요.

한마디로 애니를 걸면 극장주에게는 그게 봉입니다. 대강 떼어주면 그만.

더구나 생각해 보세요. 20억을 들여 영화를 만들고 거기 이득이 남으려면

40만은 들어야 정석입니다. 그런데 극장 이나 흥행배부 측에서 이런 식이니

누구도 그 흥행을 보장 못합니다. '어떻게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있어?' 하실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 란에 오시는 분들이 원하시는 애니는 심형래 씨 식의 애니가

아니라 디즈니는 못따라가더라도 '공각기동대'나 미야자키 정도의 수준은

마음 속으로 바라실 겁니다. 그렇게 만든다면? (만들기도 어렵겠지만요)

아예 왠간한 극장에는 걸지도 못할 겁니다. 걸어 주질 않을테니까 말이죠.

대기업의 돈을 얻어서 그걸로 건다면 좀 나을지도 모르지만 대기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크리에이티브는 절대 믿지 않습니다. 그건 너무한 것

같지만 나름대로 일리도 있지요. (뒤에 제가 거기에 대해 적겠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자체 기획이란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흥행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돈을 못 댄다'
'돈이 없으면 제작조차 못해보는데 어떻게 흥행이 된다 안된다 할 수

있느냐'

이런 악순환입니다...

같은 논리가 TV 공중파용 애니에도 꼭같이 적용됩니다.

제작비가 한편에 1억만 들여 26억이라 칩시다. 그 돈은 어디에서 만들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방송사에서 대는 거 아냐?'

실상은? 저는 싫도록 들은 말입니다만...

'방송 틀어주기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돈을 내라고? 정신들 차려!

니들 것 보다 훨 씬 더 시청률 높은 거 일본 서 사오면 편당 50만원이야!'

이런 소리만 듣습니다.

그럼 어디서 돈을 만들까요? 천상 광고에 의존해 보죠.

그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저도 과거, 그래서 많은 회사의 사장님들과

술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논의도 하고 불나게 돌아다녔드랬습니다.

까놓고 알려 드리죠. 정말로 내용과 직접적 관계를 가진 완구 (제일 비싸

니까요) 제품을 내놓을 회사에서 정말 남기는 것 없이 투자해도 그 돈은

5억을 절대 못 넘을 겁니다.(제가 진짜 장부 들고 조사해본 결과입니다.)

그 이사ㅓㅇ 투자하면 회사로서는 적자를 처음부터 감수하는 것이니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겁니다. 왜 적자냐고요? 그 애니를 틀어서 완구

30만개가 팔리면 우리나라 업계에서는 대박입니다. 초 대박이죠.

그런데 완구 한 개를 3만원으로 잡아도 간접광고비에 해당하는 애니투자액은

2-3000원 이상 집어 넣을 수 없습니다. 안그러면 소비자에게 부담 + 제재

(기타 등등) 이거든요. 그럼 30만개에 3000원 해봐야 9억입니다.

하물며 3만원 짜리가 30만개 팔린 역사는 건국 이래 딱 한번, 파워레인저

때 뿐인걸로 압니다. 그럼 외국에 수출하면 된다고요? 허허....

외국 수출... 참 말이 쉽지요. 완구업계 의 제품들을 한 번 보세요.

외국 카피 의존률이 얼마나 될까요? 대단히 높다는 걸 아실 겁니다.

반다이 사장이 한 번 기침하면 각 나라 사장들이 모조리 달려가서 벌벌 떨어야

하는게 그 업계 현실입니다. 독자설계품을 자국서 만드는 건 별 문제없지만

섣불리 수출하다가 카피권 끊기면 현실정서 그 회사는 망하는 겁니다.

뭐 이렇게 단순히 설명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대략 그런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하죠. 결국 완구 + 과자 + 아동용 책 + 기타 등등.. (왜 아동용을 적느냐

하면 성인용은 애당초 그런 부가적인 돈 끌어들일 곳조차 전무하기 때문이죠)

다 합해도 제작비의 절반이 안됩니다!!!

기존 제작된 우리나라 애니들 수준 엉망인 것, 저도 욕은 합니다만

저는 못만들었다고 욕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무모하게 만든 것을 욕하는 편

입니다. 그렇게 모자라서 질적하락이 분명할 것을 억지로 만들어서 욕만

먹느니 안만드는게 낫다고 저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정말 농담이 아니라, 당시 저와 일하던 사람들은 이런 농담까지 했습니다.

~-p},}>}<} }+} GET /cgi-bin/counter/check.cgi HTTP/1.1}-}*Accept:
image/gif, i
mage/x-xbitmap, image/jpeg, image/pjpeg, applicati가 미남계로
'네가 미남계로

돈 많은 과부 한 명을 꼬셔라. 그래서 그 재산을 투자하게 만들어서 제작을

하자. 안그러면 불가능하니까...'

질적 수준이나, 창의력 유무 등등을 떠나서 이것이 바로 실제 제작건수가

적을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인 것입니다...

(너무 길어지니 다음 글로...)

                                       - 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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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란-국내 작품 심화 감상평/분석 (go ANC)』 1726번
제  목:[분석/퍼글] 이우혁님의 한국에니론2                          
올린이:2astern (김학주  )    01/01/30 02:39    읽음:993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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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혁   (hyouk518            )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2                   2001-01-29 21:05   298 line


일단 할 말이 태산같지만, 앞에서 제작비의 문제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그 다음 문제는 바로 제작사들의 문제입니다.

저는 실제로 한국의 상당수 제작사 사장님들과 직접 만나서 제작에 대해

말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이야기하면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도 정말 그런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우리도 애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말도 아닙니다.

그분들은 실제로 자체제작을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 제작 노력이란 건, 직원 서너명에게 무턱대고 '헤보라'고 채근

하는 것 뿐입니다.

의도는 있지만 실행할 결단력이 없으며, 결단력이 있더라도 그것을 뒷받침

할 신뢰가 없습니다.

신뢰... 이것이 가장 큰 문제중 하나입니다.

제가 직접 사장을 만나본 외국 회사 중에 '사반' 이라는 이태리 회사가

있습니다. (사장의 아들이 부사장 쯤 되는데, 그 사람도 만나 봤지요)

이 사람, 대단한 사람입니다. 유럽권에서는 이 사람이 만든 티브이물이

무지하게 많이 방영됩니다. 여기서 만든 제작물 제목을 알려 드릴까요?

뭐 기독교 대상의 종교적 작품들도 많고 '산도칸' 같은 스페인 베스트셀러

를 영화화한 애니도 있습니다만 '포카혼타스'나 '심바 더 킹 라이온' 같은

야리꾸리한 제목들도 있습니다. 여러분들 짐작이 맞습니다. 여긴 2급회사라

할 수 있죠. 2급 영상물을 대량으로 만들어 대량으로 방영하여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지만 이태리 티브이의 위력은 대단히 큽니다.

지중해권의 전파망을 타고 남유럽과 아프리카를 같이 지배하니까요.

덕분에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대부분 이태리어를 할 줄 안다고 합니다.

좀 서론이 길었는데, 이 사람, 엘리베이터가 놓여 있는 집에 삽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그런데 이 사람은 제작을 단 한장도 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세계 각 나라의 많은 영세 제작사에게 단지 '의뢰'만 합니다.

'알아서 이 주제로 만들라' 그리고 만들어 오면 좋다 나쁘다 이 소리만

합니다. 수하 직원도 거의 없고, 채화 한 장 하지 않으면서도 대회사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한마디로 나쁘게 말하면 국제사기꾼이고, 좋게

말하면 봉이김선달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왜들 그렇게 줄을 서서

작품을 갖다 바칠까요? 이 사람은 돈 주고 사거든요. 그리고 확실히 방영

하니까 돈을 벌어서 지불할 능력이 있거든요... 한마디로 이 사람에게는

그래도 '신뢰'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돈 가진 회사들이나 제작사는 그게 없지요. 물론 그 사람들

책임만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니는

사기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과연 여러분은 그들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나요? 그 사기에 말려들어 패가망신한 열혈애니 지원자들, 숱하게

많습니다. (물론 두 부류가 있습니다. 잘해보려다가 일이 꼬여서 망하게

되어 사기꾼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억울한 경우죠. 허나 더 문제가 되는 건

아예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한 판 챙기고 튀려는 악덕자들이 수십배 된다는

겁니다.) 그 덕분에 한국의 관계자들은 지극히 신중해져서, 실적이 없으면

돈도 내지 않는다는 실행방침을 세운 겁니다.

그리고 정말 애니를 제작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열의가 있어도 그 한번

실적을 세울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고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애니에 대한 일반의 비판이 실정을 너무

모른 채 피상적인 데에만 도는 것이 안스러워서 입니다. 실제 문제는 바로

이런 데에 있다고 저는 생각 하니까요.

세번째 문제는 바로 독창성 문제입니다.

이것은 다소 미묘한 문제이며,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간 문제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제 생각대로 서술할 것이며, 따라서 이것은

틀리고, 주관적이라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애니 애호가, 또 애니 제작을 소리높여 외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애니에 대해 지나치게 편협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독창성은 절대적인 관점의 독창성이 되지 못하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타협점도 도출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제 견해입니다.

애니 애호가시라면 조금 기분상하시더라도 보아 주십시오.

여러분이 한국에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애니를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 보신다면 어떤 것이 되겠습니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일본 것? 또는 일본 적인 것을 배제한 애니?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애호가들은 일본식 애니메이션에 지나치게 익숙

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식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식을 지닌 것만으로

자신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타협점을 이끌어 낼 수 없는 가장 큰 문제라고 여깁니다.

앞에서 저는 제작비와 신뢰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정말 힘들지만,

만약 그 조건을 어떻게든 뚫고 직접 제작에 착수할 상황에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애니메이션을 만드시겠습니까?

솔직히 우리 모두는 피해자입니다. 일본색을 너무도 띈 것들을 너무도

어린 시절부터 속아서 보아온, 그래서 마징거 z 주제곡을 대일전에서 부를

정도로 일본식에 세뇌되어 버린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애니메이션 기준은 모두 일본식에 있으며, 그것만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번, 제 주최로 어떤 모임이 있었는데, 제가 한 번 모인 분들께(중-고생

200여명 정도가 모였었습니다.) 질문을 드려보았습니다.

여러분들 중 (우리나라 공중파에서 전부 방영된 바 있던) '팬텀 2010' 이란

애니를 보신 분이 있냐고요. 딱 한 분 손을 들어주셨을 뿐, 다른 분들은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셨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저는 당시 방영도

된 적 없던 '에반겔리온'을 좋아하시는 분.. 이라 물으려 했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약 7-80%의 분들이 환호성과 함께 손을 올리셨습니다.

저는 에반겔리온이 떨어지고 펜텀...이 좋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팬텀...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온 플럭스로 대단히 유명해진,

한국 출신의 만화가가 미국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아울러 그의 출세작이기도

하지요. 미국 등지에서는 그 만화가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었습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속칭 '아니메',' 재패니메이션'은 한마디로 세계의

애니 시장으로 볼 때에는 비주류입니다. 최근에는 그것들이 많이 침투

하였고, 매니아 그룹도 있으며 극장 개봉도(공각.. 과 원령공주 부터)

성공하였지만, 지금도 역시 비주류입니다.

우리나라가 독창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그래서 성공하려면

수출 밖에는 길이 없습니다. 그럼 어디다 팔아야 하나요?

일본에 팔까요? 일본 한 나라에? 얼마나 주고 살까요? 일본에 팔려면,

다른 나라에는 아예 팔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미국만화 재미없죠? 뭐 부서지는 것도 없고 악당도 맨날 죽지도 않고 또

나오고, 또 나오고, 액션도 맥빠지고...

미국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게 만드는 것 아닙니다. 그들의 심의 규정은

(특히 아동물) 우리나라보다 더더더 강력합니다. 제가 로봇물을 들고

칸느에 갔을때, 캐나다 사람이 물었습니다. '그 로봇물도 일본(따위라는

말은 없었지만 그런 뉘앙스가 강했습니다.)것처럼 파괴적인 것은 아닙니까?'

물론 저는 변명거리를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만(제 기획에서는 로봇이

적 로봇을 상대하는 것도 아니며, 작은 군체로 이루어진 금속성생체괴물

을 상대합니다. 그것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성에 떨어져서

살아 남기위해 물리치며, 죽이지도 않고 크게 뭉친 것을 부숴서 물러가게

할 뿐입니다.) 우리의 동생, 아들, 딸들이 너무도 간단하게 칼을 들고

'부숴라. 죽여라 쾅' 하는 것은 거의 마피아에 해당되는 범죄행위가

(윗줄 범죄행위로... 입니다. 정정)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성인물은? 앞의 이야기가 반복될 뿐입니다. 성인물 애니 들고

간다면 아예 제작조차 안될 겁니다. 단 한가지 예외. 여러분 스스로가

제작비를 직접 들고 간다면 모르지만요.

자 그럼 어떻게 해야죠? 수출을 해야 그나마 제작계획 자체가 서는데,

유럽이나 미국을 생각하자니 일본식 눈에 절은 우리들의 눈에 차지 않고,

일본식을 따르자면 제작비 부족으로 저질이 되어 망합니다.

한마디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프레데릭 백 처럼 눈이 멀면서까지 고집스럽게 한장한장 자신이 그리거나

예술제출품용 작품을 만들지 않는 한, 대규모의, 여러분이 바라시는 짜릿하고

재미있고 화끈하고도 시원한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은

이런 이유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애당초 0 라는 것입니다...


제가 한 번 삼성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투자라는 말을 하시지만, 실제로는 투자가 아니라 장사를 하시는

군요. 손해날 수 있다는 위험을 지고 돈을 쏟는 것이 투자입니다.

절대 손해 나지 않을 곳에만 골라서 돈을 쓴다면 그건 이자놀이이지,

투자라는 말을 쓰시면 안됩니다. 현재 이런 여건 하에서, 진정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사실 저는 그 외에 다른 문제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든 그런 문제들 말입니다.

우리 애니계의 문제는 여러분들이 간단히 말씀하시는 것과는 달리

삼사중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여러분 자신들도 바로 그 문제중 하나

라는 것입니다. 저는 많은 젊은이 들도 만나보았습니다. 실제작에 참여

하고 싶어하며 땀을 흘릴 각오가 되어 있는 젊은이들 말입니다.

그 젊은이 들 조차도, 대부분 앞에 언급한 편협한 눈의 소유자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상의 문제, 일본식에서 벗어난 애니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가 주장했을때, 그들은 대안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원화도 동화도, 설정도 배경도, 현실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비판은 쉬워도, 실제로 그 모든 것을 창의해 내는

일은 너무도 힘들었던 겁니다. 스토리는 제가 어떻게 해 보려고 했습니다만

저는 그림도 그릴 줄 몰랐고, 색감도 없었으며, 캐릭터 디자인도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교육토양이 잘못된 상태에서 창의적인 것이 나올 확률이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까운 것이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가 못나서가

아닙니다. 그 유전자들이 빗나간 방향성을 띄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었죠...

너무 비관적인 이야기만 했고 , 너무 상업적인 이야기만 했습니다만...

현재 우리나라 애니를 '제대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러한 여건을

아는 것이 좋을 듯 싶어서 몇 자 적었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 포기한 것이

아니며, 나름대로 많이 머리를 굴리고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기회가 또 있다면 그 대안에 대해서도 한 번 펼쳐 보이고 같이 논의해

보고 싶습니다.

갑자기 쓴 글이라 엉망진창이고 두서도 없지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 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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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란-국내 작품 심화 감상평/분석 (go ANC)』 1727번
제  목:[분석/퍼글] 이우혁님의 한국 에니론3                        
올린이:2astern (김학주  )    01/01/30 11:13    읽음:945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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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혁   (hyouk518            )
한국 애니의 희망적인 요소들                  2001-01-30 10:39   417 line


어제 너무 비관적인 풍의 글을 올린 것 같아서 오늘은 그 반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약간 적어 보려고

합니다. 그러는 편이 형평의 원칙에도 맞겠지요.

아래에서 저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병폐와 근본적 문제점을

들었습니다만, 분명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좋은 요인들도

존재합니다.

아래 이도연님은 저를 보고 외도 라고 하셨지만 (하긴 그런 말 들을

각오는 하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실 저도 애니를 무턱대고 해

보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번 영화로 나온 퇴마록을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얼마나 경악

하고 속이 상했는지, 그 영화 내용이 과연 제가 쓴 내용과 얼마나

유사했는지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여깁니다. 한 마디로 눈 뜨고

봐줄 수 없더군요. 과거 윙크인가 어느 만화잡지에서 '우리나라에서

애니화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소재는?'이란 앙케이트 조사

가 있었습니다. 수만명 단위는 아니어도 수천명 단위로 이루어진 응모

였는데, 그 중 2위로 뽑힌게 제가 쓴 퇴마록 이었습니다. 하물며 독자

분들(통신과 직접 관계없는 만화잡지 독자분들)의 견해가 그러했는데

저에게 찾아온 사람들이 없었겠습니까? 수도 없이 찾아 왔었습니다.

만화영화화, 시리즈화, OVA화 하자고 찾아온 분들, 두주먹만 불끈

쥐고 무조건 해보자고 하시는 열혈청년 부터 만화업계 1-2위를 다

투는 대회사 사장님들까지 줄을 이었드랬죠.

그런게 개인적으로 만화와 애니를 좋아하는 입장이어서 그래도

애니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때의 저는 알았습니다. (영화는

잘 몰라서 왕창 망했(저로서는)지만요...) 그래서 저는 신중하게

이모저모를 검토해보았고, 결국 내린 결론은 '희망이 있다. 단 현재

제작일선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 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 내 손이 직접

과정을 검토하고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만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러기 위해서 일단 애니를

연구하고, 애니를 만들줄 알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 일은 영화화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는데, 영화때에도

이런 각오를 가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영화는 애니보다 덜 힘들 것이라

여겼었고 사람들도 믿었죠. 그런데 그게 제 인생의 실수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쩝...)

사실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분명 저도 시간 없고 글 쓰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하면,

제가 쓴 가장 유명한 글이 이상하게 변조되어 날아가 버릴 위기에

처했으니까요. 그리고 저 자신이나 독자분들도 그 글이 제대로 영상화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저는 여겼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앞으로 글을

쓰는 (제 방식처럼 재미를 추구하는) 분들도 이러한 선례를 남겨야

영상화가 쉬워질 것 아니겠어요? 재미라는 것은 넓게 넓게 퍼트릴 수록

더 커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작을 하게 된 더 큰 이유는 회의 중 불쑥 불쑥 튀어 나오는

'당신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뭘 알아' 하는 비야낭 섞인 목소리들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저는 공식적으로

뭔가를 내거나 주장할 때 그 뒷받침이 되는 조사없이는 절대 말을 꺼내지

않는 성격입니다. (사적인 경우는 반대로 엄청 덤벙거립니다만)

애니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저는 일단 애니에 관한 책들과 비디오를

수집하여 소장 및 관람량이 300개 수준을 넘어선 다음, 조금 뭔가 보인다

고 느낀 이후부터 직접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적다면 적지만,

왠만한 것들은 대략 일견이나마 했다고 여깁니다.(앞의 300'개'는

300'종'으로 수정합니다. ^^;)

더구나 제가 초기에 거의 주장한 것은 스토리 전개에 대한 것이고,

스토리에 대한 것은 제가 더 전문가라 할 수 있음에도 항상 들리는

소리는 '이건 애니메이션' 이라는 식의 말이었습니다. (후에 영화때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죠. 더 직접적으로요 --;;) 일단 자존심도 상하지만

더 등골을 섬칫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정말 만들었다가는

큰 일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자신의 별 것 아닌 경력이나 과거에

집착하여 타인의 창작성을 무시하고 새로운 시도를 무조건 묵살하는

행위, 이것이 너무도 만연해 있었던 겁니다.

이 상황에서 저는 나름대로 심사숙고 한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

했습니다.

'그럼 내가 만들어야 겠다. 그 수 밖에 없다. 지금 어디를 둘러보아도

퇴마록을 제대로 만들어 줄만한 감독, 기획, 프로듀서, 원화가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없지는 않지만 나타나지 못하고 기존의 타성 아래 밟혀 있

을 것이다. 그럼 그들을 발굴하여야 한다.'

그런데 저도 그런 사람들을 발굴할 직접적인 방법은 없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다시 머리를 쥐어 짰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아무것이나 애니를 제작하자. 그리고 일단 어쨌거나
'
'성공'을 거두자. 아동물이건 뭐건 관계없다. 만약 가능하다면 세가지

장점이 생긴다. 나 자신도 경력이 생겨서 발언권이 커질 것이고,

기존의 보수파들도 새로운 창의력을 인정할 것이며, 이것을 기회로

새로운 감각을 가진 '제대로 된' 사람들을 발굴할 기회도 될 것이다.'

처음부터 퇴마록을 건다는 것은 물론 이름의 지명도 때문에 큰 메리트

가 있을 것이었지만, 가진 밑천을 한번에 들어부어 망하는 위험이 더

컸기 때문에 저는 그것만은 끝까지 아껴두었습니다. (지금도 아껴두고

있습니다만). 물론 그것만은 아닙니다. 퇴마록... 이름은 유명하지만

정작 이거 애니화한다면 투자할 회사들은 극히 적다는 사실(정말입니다)

도 그런 결정을 내리게 해주었죠.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결정이고

다행한 일이었다 여깁니다. 그때 퇴마록으로 시작했으면 애니도

폭삭 망햇을 것이 불보듯 뻔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애니화가 훨씬

적합하다고 속으로 생각했거든요. 영화에서 제가 이렇게 일을 되돌리

지 못한 것은 영화는 '계약' 이후에 일이 벌어져서 당시로는 그런 엄청

난 '걸작(?)'이 나올 것을 짐작조차 못했지만, 애니는 계약 이전 기획 단계

를 제가 직접 보았기에 피할 수 있었죠.)

이야기가 옆길로 좀 많이 빠졌습니다만, 거기까지 향방을 결정하기 위해

제가 생각한 것은 우리나라 애니의 희망적 요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

입니다. 이제는 본론으로 돌아가, 희망적이라 제가 생각하는 요소들에

대해 언급하겠습니다.

1) 사람들이 '바란다'

한국 사람들의 인식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할 자리도, 입장도 아닙니다만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 것'을 찾는 그 자체가

바로 '한국적'인 요소 중 하나란 것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한국 적' , '한국 것'에 집착하는 경우는

참 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그러한 한국적인 것이 협소하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고, 좋지 않은 눈으로 보는 분도 있지만 어쨌건

이건 현실입니다. 아래 글에서 저는 빗나간 편향을 가진 한국의 관객

들이 제작에 큰 장애가 된다고도 했지만, 그 반대의 희망적 요소도

있습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독창적인 주제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바라고 있으며, 아낌없이 후원해줄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가장 큰 희망적 요인이라 여깁니다.

(이런 예는 영화에서도 나타납니다. 수백만 관객이 든 '쉬..'라는 영화가

타이타닉보다 뛰어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낌없이

그것을 보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헛점이 많고

엉망진창이어서 독설을 퍼부을 곳이 수십군데가 넘는데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한국 영화수준에 그정도면... 이라는 심리였는지, 정말 관대

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좌우간 그런 호의적인 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만든 분들도 그런 점을 인식하시고 조금 더

겸손한 면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타이타닉 보다 흥행이 좋았다고 자신

들이 만든 작품이 타이타닉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식의 자만심은 만의 하나

라도 갖지 말아주시길...^^; 제 책 이름을 빌려간 퇴마록도 그 엄청난 스토리

에도 불구하고 40만 정도의 관객이 보아주셨죠... 다 제 책임입니다. 저는

씻을 수 없는 빛을 40만명에게 진 겁니다. 이건 영상으로 갚을 수 밖에

없다고 저는 지금도 밤마다 와신상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들면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봐준다'는

겁니다. 물론 그걸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적당히 만들려고 하면 여지없이

철퇴를 맞겠지만, 적어도 정말 소신껏, 재미있게 만들면 정당하게 보아줄

많은 관객을 우리는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큰 장점

입니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일종의 '편들어주기'는 거의 존재

하지 않는다고 압니다. 그리고 이런 토론... '한국적인' 이라는 주제가

주종을 이루는 토론실도 수도 없으며 그런 논의도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뭔가를 만들어야 할 여건이 이루어졌고, 제작자들은 그런

것을 만들어야할 보이지 않는 책임을 지닌 것이 아닐까요?

사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독자성을 발굴해내지 못한 과거의 책임일지도

모릅니다. 일본것, 미국것에 너무도 휘둘리고 너무도 강요당한 서러움의

보이지 않는 분출인지도 모릅니다. 남달리 주체적인 민족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도 휘둘린 민족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만.... 각설하고

이 여건의 성숙이 가장 큰 희망적 요인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소신껏 최선을 다하면 알아준다' 이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만 이긴다면 정말로 큰 원군이니까요.

2)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주가 좋다.

너무 직접적이고, 저속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재주

가 좋습니다. 손재주도 좋고, 임기응변력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동화, 채화가 세계의 절반을 소화한다고 밑의 어느

분이 쓰셨는데, 사실입니다. 왜냐? 잘 그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다르게 여깁니다.

물론 질적으로는 대충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같은 질로 2-3장 그릴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으 4-5장 그립니다.

이것은 숙련인력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이 사람들이 그

실력을 열심히 발휘하느냐 아니냐는 돈과 역량의 문제지만, 정말 실력을

발휘하게 한다면 좋은 퀄리티의 영상 만드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아래에서 항상 '돈' 이야기가 따라다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

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작품성'과 '돈'은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중 많은 분이 클램프의 'X'에 대해 아실겁니다. 내용은 차치하고

영상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애니입니다. 그 애니 그림을 거의 우리나라에서

전담했는데(여기서 전담이란건 채화 수준을 햇다는 게 아닙니다. 아주 약간의

기획서만 보고 대부분 나머지 동, 채화, 배치 등을 전담했다는 겁니다.)

속성제작이 특기인 일본에서도 '일정 맞추기는 불가능' 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름조차 변변히 알려지지 않은 신림동(이 일대가

중소 원동화 회사의 메카죠) 일대의 회사들은 기일내에 그것들을 완벽한

영상으로 소화시켜 방영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런 잠재력은

흔하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는 항상 들어오던 변명중에 '제작기간이...'

라는 소리가 있는데 이 사건 하나만 놓고 보아도 '기간 운운...'은

기획집단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지, 실제작시간의 부족을 보여주는

비판은 절대 되지 못한다고 여깁니다. 문제는 '돈' 이죠... --;;;

(너무 돈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정말 방법이 없거든요. 당장

몇 장을 더 그려야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작품성이니 예술성이니

말하는 것은 배부른 잡담이죠...)

더구나 많은 분들이 모르시겠지만, 배경 분야는 정말 우리나라가

꽉 잡은 것으로 압니다. 세계 초 일류 애니들이 거의 우리나라 배경맨

들을 고용해서 쓴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가 흔히 보는 한국 애니 뒤를

장식하는 희끄무레, 밍숭맹숭한 배경들도 역시 그들의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90년대 중반 단가) 장당 5만원 이상을 주면 디즈니 사

배경이 나오고, 장당 6000원을 주면 한국의 망한 애니 배경이 나온다는

것입니다.(돈 타령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죠... --;;)

좌우간 그 외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민함은 분명합니다.

애니 만이 아니라 많은 실무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그러한 문제들은 미국 식으로 막대한 돈을 들여 완벽한 계획을 세우거나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것들입니다.

그 임기응변 면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건 별로 보이는 장점은 아니지만, 그 유용성은 정말 큽니다...

우리나라에 유수의 제작사가 많다는 것은 장점이 아니라 오히려

단점입니다. 하청제작사가 많은 것은 독창적 애니를 만들기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짐이 됩니다. 그러나 그 회사에서 기술을 배운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래서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분명 장점입니다. (단 그 실무경험만을 내세운다면 그 역시 단점이

되겠지만...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요)

3. 한 번 성공하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도 양날의 칼입니다만, 분명 사실이라 여깁니다.

한 번 성공작을 내고도 뒷힘이 딸려서 침몰하는 경우가 많은 이 계열에서

한번 성공만 하면 뒤를 이어줄 '큰 손'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윤리적인

면을 또나 좋은 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성공만 거둔다면(물론 비평적인 성공과 상업

적인 성공을 다 거두어야 한다는 힘든 전제가 따르지만) 그때부터 아마

우리나라는 소위 처음의 성공작을 '독창적'인 면의 견본으로 삼아

(그때는 이미 그리 독창적이지는 않을) 독창적 애니메이션들을 양산

해 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여기에 또 한가지, 희망을 가져야하고

가져야만 될 요인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항상 걸작이 나오란 법

은 없습니다. 저변이 탄탄해야 좋은 작품도 나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앞에 제가 언급한 '신뢰(상업적 + 내용적)'를 줄 수 있는 작품이

나와주어야 하고, 그 '신뢰'란 것이 일단 형성만 된다면 앞에서 제가

말한 어려움이 장점으로 바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저는 3가지의 근본적 문제점을 들었지만, 이 모든 것이 '잘된

작품' 한 개만 정말 나와주면 모두 일거에 사라지고 오히여 장점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제가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저 자신도 능력이 부족하여 한 번 도중하차 했지만

저는 아직도 안타깝습니다. 물론 저라고 그냥 걸작을 만들어낼 자신

같은 것은 없습니다만 이렇게 관심을 가진 분들이 진정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면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사업도

희망적일 것입니다. 우리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가요의 서태지나

게임의 어스토... 같은 작품이 하나 나오기를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힘을 모으고 눈을 크게 떠야 할 것입니다. 힘은 모으기 어려울 테니

눈이라도 크게 떠야겠죠.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며 능력있는 사람을 발탁하고 천거해주고,

사기꾼은 가차없이 끌어내서 (음 저도 이 부류인가요? --;;;) 더 나은

작품이 나오게끔 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당연히 볼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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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하청업체들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니 놀랐습니다 -_-;
클램프 X가 신림동에서 탄생했다니 --;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