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도리의 수능 후기

도리도리·2003. 11. 6. 오후 7:37:42·조회 239
5:00   이 나라의 역새가 새로 쓰여지는 순간이다. 일곱시 이전엔 일어난 일이라곤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도리도리가 난생 처음으로 새벽의 활기찬 태양을 보고야 말게 된 날이기 때문이다. 상쾌했다. 수능이여! 오라! 가만... 뜨아 수능인데 공부 안한게 넘 많잖아! ㅡㅡㅋ 애이 어찌 되겠지(내년에 수험생 여러분 조심하십쇼. 이런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7:00   상쾌한 기분으로 지정 학교로 출발~ 그러나 역시 잠보는 뼈속가지 잠보. 이동하는 차 속에서 꾸벅꾸벅

7:20  교문을 지키고 서서 손난로에 힘을 주고 컵에 물을 붓는 후배들. 아아. 아름다워라. 작년에 내가 참가하지 않았던 모습이기에 더욱더 아름다워 보이는구려!!! 선생님들의 잘보라는 인사를 꾸벅꾸벅 넘긴 도리도리. 필살의 눈길이 수험 건물을 향하지 않고 손에 들린 찻잔으로 몰린다.
도리친구1 : 으악. 나 긴장해서 밤 샜어. 미치겠다.
도리 : 후르륵
도리친구2 : 오오! 넌 최강의 컨디션인가보구나.
도리 : 후륵. 끄윽. 모의고사때보다 긴장감이 없다. 후훗
도리친구들 : ㅡㅡ;;;;

8:00   가방안에서 뒤적뒤적 정리된 걸 보던 도리 비장한 각오로 책을 애려본다.
도리 : 으악! 잠와!
그리곤 풀썩

8:20   시험관이 들어오는 소리에 졸린 눈 비비고 기상. 주변 인물 파악 후 회심의 미소르 지음.
도리 : 훗. 하늘도 무심하시지. 전부 담배 연기로 10년은 삭은 듯한 재수생과 듣도보도 못한 산골짜기 험악한 인상들만을 붙여주시다니 ㅠㅠ

8:40  국어 시험 시작! 그런데 이놈의 도리는 창문 밖만 애려보는 중.
도리 : 으... 자...잠와


1교시 종료1분전    술술 마킹하던 도리. 못푼 문제 두 문제를 필살의 각오로 풀 각오로 마킹을 마무리 하던 중. 아뿔사. 밀려썼다. 얼씨구나.
도리 : 으악. 시험지. 답안지 바꿔줘요!
시험관 : (후다닥) 예예.
그러나 채 20초가 못가서
도리 : 한장 더!
시험관 :  읍다. 배째라ㅡㅡ+
그러면서 느긋하게 종이 가지러 가ㅡㄴ 시험관. 도리의 머리 속엔 빨간 불이 켜지고 그 순간 잠과 판타지로 절어있던 퇴화한 뇌가 맹렬하게 움직이기 시작. 그 전에 마킹 실수했던 시험지에 그림을 화려하게 그리고 밀려쓴 마킹을 구멍을 뚫은 다음 정답에 마킹. 후훗. 경악하는 시험관과 동시에 울리는 종료종.
도리 빵점의 위기에서 벗어나다ㅡㅡv

2교시 수리    zzzzzz

점심시간    친구들과 모여서 대화도중 애들이 모두 망쳤다는 말에 같이 동조함
도리친구1 : 으악. 나 1교시 끝나고 죽고 싶더라. 재수 못하냐? ㅠㅠ
도리 : 그래. 어렵더라. 재주 못하고 얼마나 재수도 없냐.
도리친구2 : ㅠㅠ 사탐에 모든 것을 걸겠다.
도리 : 사탐도 어렵다는데. 재수도 참 좋아
도리친구3 : 우리 방의 재수생은 엄청난 속도와 맹렬한 집중력으로 풀던데
도리 : 재수생이 재수 만빵이구만
도리친구4 : 울반에 최연소 수험생(14살)들어왔다. 쉬는시간에 플래쉬 쥑이더라.
도리 : 재수재수~ 왕재수~
친구들 : ㅡㅡ+++ 저시끼 부정타는 말만

3교시 수리2   30분간 쾌활한 수면. 글고 불타는 샤프. 좌절하는 과학과 화장실이 인박한 사탐. 흥미와 땀이 어우러진 환상의 시험.


4교시 외국어   코맹맹한 외국인의 발음때문에 속이 썩어들어감. 설렁설렁 펜이 죽음으로 답을 이끄는구려. 심사위원의 면상이 보고 제일 보고 싶던 순간.


그리고 오늘...

도리 : 흐암. 움직이기도 귀찮아~

채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패인과 백수의 퓨전체가 되어버렸소.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