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과 생명의 상징인 피. 양들의 조용한 노랫소리-

Ruin·2004. 3. 8. 오전 6:57:16·조회 200
뭐랄까, 애니가 끝이 나고 엔딩곡이 들려올때의 기분이 참...
강렬한 여운을 남겨주는 애니기에 감상을 적어봅니다.

어두운 화면. 흑백과 갈색톤의 화면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음산한 분위기를 한껏 자랑하고 있는 이 작품은 전형적인
공포물의 한 장르인 피(흡혈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피라는 것은 생명의 원천을 의미하고 있다.
흡혈귀는 사람의 피를 마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어나갈 원동력을
얻게 되고, 반대로 사람은 그들에게 '흡혈'이라는 행위를 당함으로써
예속되고 생명을 잃어버리게 된다.

피의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관능'이다.

흡혈귀는 단순히 '흡혈'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흡혈과 함께 쾌락을 선물한다. 새하얀 미녀의 목덜미. 보통의
사람이라면 성욕을 불러일으키는데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것이다.
흡혈 속에서의 고통마저 잊어버릴 정도의 쾌락은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 작품 역시 피와 흡혈귀를 다룬 작품이니 만큼, 어느 정도는
위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모든 것의 원인은 저주받은 가문때문이다.

'타카시로는 흡혈귀의 일족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피라는 의미는 생명의 상징이면서도
작품속의 타카시로 가문은 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심지어는 생명을
잃게 된다.

작품 속에 치즈나와 카즈나는 조금 희귀한 병을 앓고 있을 뿐,
평범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특정한 계기로 발병하게 되면 발작과 함께 피를 강하게 원하게 된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심지어 이성을 잃은 체 사람의
목덜미를 향해 달려들 정도로.

양부모 아래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카즈나.
그는 미술실에서 새빨간 물감을 보고는 피를 떠올리며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카즈나에게도 저주받은
가문의 피가 발병한 것이다.

카즈나는 운명에 이끌리듯 떨어져 지내던 자신의 누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발작과 함께 카즈나는 누나의 피를 마시게 된다.

발병한 인간은 모두 똑같은 운명을 걸어가게 된다.

자신에게 처음 피를 나눠준 사람에 대해서 강한 유대감을 나타내고
그 사람의 피를 얻음으로써 발작을 멈출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그 사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말도 성립한다.

치즈나는 카즈나에게 피를 제공한다. 그로써 카즈나의 발작을
멈출 수 있게된다. 하지만 치즈나의 발작은...?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로 부터 피를 제공받아 왔다. 마음 속 깊숙히 아버지와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던 치즈나는 아버지의 죽음에, 피를
공급받지 못하자 몸에 무리를 줄 정도의 독한약으로써 발작을
억제한다. 하지만 그건 해결책이  되어질 수 없다. 치즈나의 몸은
점점 죽음을 향해 내몰리게 된다.

카즈나의 발작. 한번 발병을 시작한 사람은 죽을때 까지 발작을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피라는 것 역시 일순간의 해소일 뿐
영원한 것은 아니다. 카즈나는 점점 더 피를 원하게 되고 심지어는
이성을 잃은 체 치즈나의 목덜미를 물어버리게 된다. 치즈나는 이런
동생에 행동에 그저 안타까워하며 안아줄 뿐이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을 피워간다. 세상에서 그들을 지탱해 줄 수있는
유일한 것은 '피'라는 것으로 이어진 가족.

작품 속에서의 피는 점점 퇴폐적으로 흘러가게 된다.

관능과 생명의 상징인 피는 어느 덧 빛 바랜 종이처럼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흡혈'함으로써 얻을 수있는 쾌락과 관능은 더 이상 찾아볼 수없고
남은 것은 삶에 대한 고통. 그리고 피에 의한 유대만이 그들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피는 영원한 것이 되어주지 못한다. 일순의 도피는 될지언정
영원한 생명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카시로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살을 선택하거나
미쳐버리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종장으로 흘러가게 된다.
치즈나는 마지막으로 편지를 남긴다. 타카시로의 저주받은 피는
자신이 갖고 사라지겠다고. 미나세를 사랑하였지만 그를 아버지처럼
자신을 위해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말과 카즈나를 부탁한다던
내용의 글.

자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 세상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남매에게 가혹하다.

결국 치즈나의 심장은 더 이상 버텨주지 못하고 치즈나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카즈나에게 살아갈 것을 부탁하던 치즈나. 하지만
피로 맺어진 유대는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카즈나 역시 약을 먹고 치즈나를 따라가게 된다.

양들은 그렇게 조용히 노래를 부른다.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틀리지 않다.
다만 다른 것일 뿐이다. 엄연히 틀리다와 다르다는 다른 것이니까.
현실 속에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운명.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걸어가는 남매의 모습. 조금은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양의 노래. 한번쯤 봐서 나쁘지 않은 애니인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羊のうた ED "Destiny~宿命~" (林原 めぐみ & 關 智一)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