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한탄 좀 하겠습니다. 괜히 답답한 것이 아닙니다.

웹지기·2002. 3. 30. 오후 2:43:40·조회 201
일단, 그 이후로 오프라인으로는 만난 적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직접적인 연락을
나눈 것은 그 첫 오프와 대화방에서 잠깐이 고작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왜
제가 먼저 연락을, 그것도 전화로 드려야 하는 건지는 이해가 안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세한탄좀 하겠습니다.

무명 님께서 저 대신 제 입장을 정말 잘 설명해 주셨군요. 제가 괜히 '굴러온 돌'
이란걸 강조하는 게 아닙니다. 다름이 아니라 '굴러온 돌'이란 것은 '글터에 고용
되어 갑자기 들어온 처지'란 것을 돌려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전 이런 제 입장을
일부러 밝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웬만하면 다른 운영자분들과 친분도 쌓아가면서
즐겁게 일하고 싶었던 거죠. (아마 대화방도 몇번 들르고, '환타지 캐릭터란'에는
그림도 올리곤 했을 겁니다.)

하지만...지금은 딱딱하게 문서만 주고받는, 그야말로 사무적인 방식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전 라이디안님 메일 받을 때마다 무섭습니다.
라이디안님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몰라도, 전번에 제가 실수했을 때 있잖습
니까. 그때 메일에는 다분히 신경질이 섞여 있더군요. 그렇게 감정적으로 나오지
말라고 가만히 말씀드렸는데도...글터 맨 앞에 쓰신 공지사항에도 그런 모습이 많
이 보입니다. 이런 일 가지고 따지고 나서려면 몇 번이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굴러온 돌 주제에 박힌 돌 뽑으려 한다'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고, 어차피 이곳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욱 많으니 실수를 하여 질책을 받은들 제가 뭐라고 할 처지도
아니었기에 그냥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글터 구성을 좀더 고쳐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지라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심하게, 그러나 엄밀히 말씀드리자면, 사실 전 글터를 관리하
려고 들어온 사람이지 웹 디자인을 해주려고 들어온 사람은 아닙니다)' 혹시 계획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리가 문서로는 잘 안된 듯 하더군요.
그래서 직접 한번 만나서 체계적인 설명을 듣고자 했고, 한번 만나자고 말했던 것
도 그래서였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만약 그러자면 다른 운영자들과의 좀더 근본적
인 의견수렴을 한 후에 덜 정리되었으나마 그래도 계획을 받아올 수 있을테고, 그
렇잖아도 뭔가 군더더기가 많은(그게 큰 문제점들 중의 하나니까) 이곳 사이트를
개편할 수 있었겠죠.

어차피 만나자고 해 놓고 메일로도 연락을 늦게 넣은 것 자체는 제가 잘했다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먼저 전화연락을 넣기를 바라셨던 건지는 정말 몰
랐습니다. 초반에 실수 몇번을 해서 심하게 질책을 들은 뒤로 사실 전 전화로 연
락하라고 말하셨더라도 곤란하다고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자면 원래
는 '문서로' 기획안 등등을 받고 일을 해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그런 문서 같은
것이 없어 보였고, 많은 분들이 글터가 개편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싶어 하는 것
같아서 아예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제 원래 위치가 생각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원래 전 이렇게 나서야 하는 처지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의뢰를 받고
그걸 그대로 해주면 장땡인 위치입니다. 그리고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뭔가 '이정도는 알아서 하겠지' 하는 분위기더군
요.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뭔가 제가 나서서 연락을 넣고 운영자들 만나고 그래서
알아서 계획안 잡고 작업을 해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전 운영자라면 그럴 수 있었
을 것입니다. 이곳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니까요. 그러나 누누히 강조하지만, 전
중간에 갑자기 들어온 상황이므로 마음대로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초반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때부터 전 무척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습니다. 괜히 시키지도 않은
것에 손을 댔다가 이러쿵저러쿵 질책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왜 제가 연락을 얼른 안 한것 때문에 쩔쩔매야 하는거죠? 전 원래
의뢰만 받아 해결해 주면 되는 위치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전 그런 위치를 드러내
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이곳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며 자연스럽게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말도 없다가 공지 올려서 운영진 망신주지 말구요' 이런
말을 처음부터 듣고 그러려고 했던 저 자신이 무척 후회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런 감정적인 것은 자제하고, 그냥 하던대로 일 하려고 했지요. 그러다보니 가면
갈 수록 제가 알아서 나서기를 바라고, 바쁘다면서 먼저 연락을 주기를 원하시고,
심지어 운영진 오프라인 모임까지 제가 주선하기를 원하시는군요. 이건 뭔가 바뀐
느낌이 적잖이 듭니다.

비록 제가 날백수라고 시간이 많다고 적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글터에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최소한 하루에 한 시간 꼴입니다. 그래도
이곳에 손을 대기 시작한 지 두달이 되어가는지라 어느 정도는 구성도 파악했고,
어디를 고치라면 짧은 시간 내에 능력껏 수정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고 전 운영자 같은 적극성과 의지를 보여주길 원하신다면 무리일 듯 하군요.
이런 상태라면, 글터 관리 이외에는 글터에서 뛰놀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것 같습
니다.

차라리, '중간에 들어왔으면서 주제넘게 나서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들었다면 오
히려 나았을 듯 하군요. 오프라인에서 얼굴 볼 수도 있는 처지에 갈수록 얼굴 붉
히게 만드니 저 자신으로서는 정말 곤란합니다.

왜 제가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저도 저
자신의 원래 위치를 찾아야 할 듯 하군요. 이젠 지쳤습니다. 더이상 무엇인가 '나
서서' 일하려고 하는 주제넘은 짓거리는 그만하겠습니다. 전 원래 '글터에 고용된
사람'이라는 실제 위치를 너무 오랫동안 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제 원래 위치를 생각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횡설수설 신세한탄이었습니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