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커플 보신분?

도리도리·2004. 8. 9. 오후 4:29:02·조회 163
몇일 전 일입니다.

맑은 날씨에 도리는 학원이 끝나고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었죠.

그때 기습적인 소나기!(아마 12시 30분 경이었을겁니다.)

당황한 도리는 근처의 건물 입구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거기엔 저와 같이 비를 피하려던 커플 하나와 한 중년 아저씨가 계시더군요.

남자는 그럭저럭 잘 생겼고 여자도 그럭저럭 예뻤습니다.

그러나 노련한 재수생은 여자에 관심이 끌리는게 아니죠. 훗.

멍하니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던 도리의 귓가에 커플 중 남자가 잠이 온다며 자기 뺨을 살짝 때립니다. 그 순간 여자의 손이 전광석화로 남자의 뺨을 후려갈깁니다.

여자 : 넌 나 밖에 못 때렷!

순간 단어를 연상하고 있던 도리의 뇌세포에 극심한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비가 잠시 그치더니 다시 쏟아 붓더군요.

남 : 비가 오락가락하네.

여 : 넌 그럼 죽어.

듣다보다 못한 아저씨 비를 뚫고 뛰쳐 나갑니다. 가장 비가 많이 쏟아지던 시점입니다.

남 : 아저씨 바쁜가봐.

여 : 넌 좋겠다. 나만 챙기면 되니까 안 바빠도 되잖아. 많이 바쁘게 해줄까?

남 : 어떻게? ^.^

염장이 튀틀려 말라갑니다. 마치 노량진이 그들만의 무인도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막 비가 그치기 직전, 남자에게 한 통의 문자가 날아오고 힐끗 쳐다보던 여자가 남자의 목털미를 잡고 흔듭니다.

여 : 지영이라니! 지영이가 누구얏!!! 불어!!! 나 말고 다른 여자랑 이야기 하고 사는거야?

남자 혼절 직전입니다. 간신히 떼어 놓으면서 고화된 식용유를 버터에 싸서 튀긴 듯한 미소로 말합니다.

남 : 알면서. 몰라? 같은 과 애 있잖아. 남자야 남자.

여 : 아! 그 머리 좀 긴 녀석?

남 : 엉.

여 : 너 그 놈이랑 놀지마

남 : 왜?

여 : 머리 길잖아.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는 녀석을 네 녀석 근처에 둘 수 없어!

남 : ㅠ.ㅠ 그럼 언제 놀라고.

여 : 군대 가기전에 머리 깎은 후부터 같이 놀아.

때마침 비가 그쳤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