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다녀왔어요.

마엘·2004. 10. 25. 오후 10:44:48·조회 272
방금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법적인 사람을 보았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물건을 잔뜩 사서 나가는데 잡범검색기가 요란하게 울어댔습니다. 당장에 점원 다 뛰쳐나오고 아주머니를 포위(?)했죠. 그리고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주머니께 정중하게 수색요청을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시계를 흘끗보더니

"지금 아주 바쁜데요."

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고와보이는 아주머니라서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사람도 다 모여들었습니다. 그러자 지배인이

"아실만한 분이 다 아시면서 왜 이러싶니까. 큰 소동 만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늦는데요."

라고 했습니다. 이쯤되면 누구나 아주머니가 발뺌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배인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가서는

"고객님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는 캐셔의 카운터 위에 봉지를 뒤집었습니다. 촤르륵-. 아주머니 기가 막힌 얼굴을 하더군요.

"지금 제가 좀도둑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 그저 확인차원에서요."

웃고는 있었지만 지배인은 한 건 올렸다는 생각인지, 호의적인 웃음이 아니었습니다. 바코드에 일일이 대조를 해 보는 사이 시간은 10분가량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검출된 물건이 무려 7가지. 두 봉다리였으니 어지간히도 많았죠. 대형마트라 사다는 장점에 몽땅 사버렸나봅니다. 지배인은 검출된 물건을 들고 말했죠.

"점잖으신분이 이러시면 안 되죠."
(아마 이 점원 탐정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봅니다.)

거기에 아주머니는 울그락 불그락한 얼굴로 막 화를 냈습니다. 욕까지 섞였지요. 지배인도 못 참겠다는 듯이 빙빙 둘려 욕보이다가 싸잡아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공방전이었습니다. 국문과 교수끼리 말싸움하면 저 정도일가 싶었습니다. 결국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법대로 해요. 법대로!"
"네~, 좋습니다. 어디 법대로 한 번 해 봅시다."

이미 장사 종쳤습니다. 물건계산할 사람은 잔뜩이지만 캐셔가 구경중이라 계산이 안 되었습니다. 덩달아 줄선사람도 공방전을 보았습니다.

멀리서 이옹이옹하는 소리가 들여왔습니다. 제복입은 경관이 들어왔습니다.이미 30분경과....

양측의 공방전을 듣던 경관은 CCTV를 발견했습니다. "확인해보죠." 한 마디로 우리는 긴 싸움이 끝날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제 저 아줌마 잡혀가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관리실에서 당당히 나오셨습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캐셔의 착오였습니다. 떨이라고 하나요? 깜짝세일이라고 하나요? 10쯤에 이 세일이 모여있기에 상당히 붐비죠. 이런 이유로 캐셔가 실수한 것입니다. 여기서 끝났냐? 아닙니다. 이차전이 남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알고보니 본 대학의 법대교수였습니다. 그것도 전공이 민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교수회의가 있었습니다. 전 직원이 나와 사과를 했습니다.(잘못은 지배인이 했는데??) 그러나 아주머니는 냉담하게 말했습니다. 법대로 하겠어요. 손해배상을 청구하죠. 명예훼손죄로 고소도 하겠어요.

도도한 모습이 협상은 이미 물건너 간듯이 보였습니다. 욕짓거리 주고 받았으니 다죠. 지배인이 직접 봉투를 들고 그녀의 체어맨(오오오~)에 실었습니다. 그의 쓸쓸해 보이고 좁아 보이는 뒷모습이란.

그 모습을 끝으로 마트에서 방 두개와 우유 하나를 사들고 나왔습니다. 참으로 오래 기다렸습니다. 나도 손해배상을 청구할까요? 그보다 그 지배인이 얼마나 살아남을지 지켜 볼랍니다. 쯧쯧쯧. 조심해서 살아갑시다.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